잊지못할 겨울-제4편 11


 

제 4 편

11

 

마당거우를 떠나 동쪽으로 동쪽으로 연연 천리길을 달려 백두산기슭에 돌아온 조선인민혁명군주력부대는 이윽고 바라고바라던 춘기작전에 들어섰다.

겨우내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튼튼히 다져진 강철의 대오는 사령관동지의 령활한 작전적구상에 따라 4월 8일 춘기작전의 서막으로 된 가재수진공전투를 진행하였으며 뒤이어 4월 10일에는 장백현 12도구를 공격하였다.

이 전투들은 날자가 다를뿐이지 개개로 흩어진 개별적인 전투가 아니라 한곳을 공격하여 여러곳에 널려있는 적유생력량을 끌어모아다 섬멸하시려는 사령관동지의 웅대한 구상을 반영한 련쇄된 전투로서 폭이 넓고 전술이 기발한것으로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 직접 공격대상으로 정하신 가재수와 12도구는 모두 여러개의 《집단부락》들에 둘러싸여있는 그 지방의 중심지였다. 기성개념에 의하면 세개 혹은 네개의 《집단부락》이 몰려있는 지역에서 한개의 대상을 공격한다면 의례히 공격하기 쉬운 어느 익측을 택하였을것이나 이번에는 모두 중심부를 공격하게 하시였다. 전투를 치르고 난 다음에야 지휘원들과 대원들은 사령관동지께서 겨우내 강철로 다져진 불패의 힘에 의거하여 원쑤를 한놈이라도 더 많이 잡기 위하여 이러한 독특한 전술을 쓰시였다는것을 똑똑히 깨닫게 되였다.

가재수를 공격할 때는 신방자와 구가점에서 황황히 달려오는 적의 증원병을 매복했다가 소멸하였으며 뒤미처 가재수에서 불과 30리 상거한 적군사거점인 12도구를 공격할 때는 동흥진에서 조명탄을 띄우고 강을 건너 달려드는 《국경수비대》와 팔반도, 선와자에서 밀려드는 적들을 무리로 소탕하였다.

이 전투들은 적에게 심대한 군사적타격을 안겨주었을뿐아니라 백두산을 바라보며 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있던 우리 인민의 희망과 기대에 훌륭히 보답한 뜻깊은 전투들이였다. 인민혁명군대원들이 겨우내 자나깨나 사랑하는 인민들을 그리워한것처럼 인민들은 김일성장군님의 혁명군이 진격해나올것을 학수고대하고있었다.

가재수를 공격할 때였다. 일군장교로 가장한 김주현이 보초놈을 제끼고 성문을 열어제끼자 습격조는 단숨에 거리로 돌입하여 적들을 습격, 소멸하였다. 그런데 유독 동북쪽포대에서만은 앙칼진 기관총사격을 계속하는것이여서 아군의 행동과 환호를 올리며 모여드는 마을사람들에게 커다란 위험이 되였다.

여러곳의 포대들을 순식간에 까부셔버린 오백룡은 마지막포대앞마당에 엎디여 아무런 수도 쓸수 없어 애를 태우고있었다. 어떻게 된 감투끈인지 아무리 살펴보아야 포대밑에 의례 있어야 할 출입문을 찾아낼수 없었던것이다.

그런데 적아쌍방이 쏘아대는 총알이 비발치듯 하는 가운데 흰옷차림의 웬 녀인이 포대밑에 잇달린 집에서 나타나더니 포대밑으로 다가가 도끼를 휘둘러댔다. 먼빛으로 보기에도 포대문을 들부신다는것이 알렸다.

오백룡은 지체없이 돌격명령을 내리며 낯선 녀인이 도끼로 까부신 포대문으로 들어가 발악하는 적기관총수들을 소멸하고 마지막포대까지 소멸해치웠다.

전투가 끝난 다음에야 사람들은 옛이야기에 나오는 신령처럼 자기 한몸을 바쳐 인민혁명군의 돌격로를 열어준 사람이 조오선어머니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조오선어머니는 세해전에 왜놈에게 남편을 화형당하고 어린 딸과 함께 살고있었다. 커다란 불행때문에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는 몸져눕게 되였다. 장군님께서는 조오선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여러번 보약을 구해보내주시고 이번 설에는 메돼지고기 한짝과 천, 신발들을 보내주시였다.

가재수성문포대의 비밀통로가 까부셔진 다음에야 사람들은 조오선어머니가 어째서 남편을 죽인 원쑤들이 욱실되는 포대옆을 끝내 떠나지 않고 지켜 앉아있었으며 얼마나 애타게 인민혁명군의 진격을 기다렸는가 하는 심정을 알수 있었다.

장군님의 위대한 사랑이 있어 평범한 어머니도 이토록 큰 힘을 나타낼수 있었고 이러한 인민들의 도움으로 하여 인민혁명군은 백전백승할수 있었다.

우리 인민의 가슴에 승리의 신심과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 이 첫 전투들은 일제침략자들을 당황실색케 함으로써 무수한 희비극을 빚어내기도 하였다.

우리 나라 동흥진과 강 하나를 사이 두고 잇달려있는 장백현 12도구에 대한 공격전이 있은 다음날아침, 뒤늦게야 몰려든《토벌대》놈들은 갑자기 총칼을 휘두르며 마을사람들을 불타다 남은 서문앞에 모이라고 다몰아쳤다. 지난밤에 유격대를 붙잡아 목을 떼서 서문에 매달았으니 모두들 구경하라는것이였다. 그런데 서문에 매달아놓은것은 유격대가 아니라 선와자경찰서의 고경장이라는자의 머리였다. 지난밤에 이곳 경찰분서에 출장을 나왔다가 인민혁명군의 불의의 공격을 받은 고경장은 너무나 급해맞아서 경찰제복을 벗어던지고 사민복을 갈아입은 다음 꽁무니를 빼며 권총질을 하다가 사살된것이였다.

고경장의 동료들은 목이 쉬게 마을사람들더러 돌아가라고 고아대는 한편 서문에 매달았던 목을 내리워 구두방에 가지고가서 보통삯전의 열배나 되는 3원을 찔러주고 목을 몸뚱이에 꿰매여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가재수, 12도구전투들은 이렇듯 일제침략군에게 정치사상적으로, 군사도덕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안겨주었으나 이해 춘기작전의 전 국면을 놓고볼 때는 역시 서막이였으며 다음에 진행할 본격적인 대작전의 준비과정에 불과하였다.

장백현 12도구에서 적들을 호되게 족친 인민혁명군은 유유히 쌍산자마을에서 멀지 않은 고력보자밀영으로 철수하였다. 그곳에는 겨울을 지낸 밀영일군들외에도 사령부와 떨어져서 군정학습을 진행한 련대들과 장군님의 령도를 받기 위해 모여온 반일부대들이 기다리고있었다.

밀영에 도착하신 사령관동지께서는 부대들의 월동정형을 보고받으시는 한편 곧 6도구에 대한 진공작전을 준비하시였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눈물겨운 추억이 얽혀있는 오가산줄기의 후창과 마주하고있는 림강현 6도구! 주민세대는 불과 천여호에 지나지 않는 거리지만 적무력이 주민수보다 더 많이 집결되여있고 토성의 네모서리는 물론 성안의 요소요소들에 강력한 포대를 쌓아올린 6도구는 압록강중류지대의 가장 큰 군사요충지였다. 게다가 인민혁명군이 춘기작전에 들어선것을 알게 된 적들은 며칠전부터 급급히 새로운 증원무력을 끌어들여 만단의 전투태세를 갖추고있었다.

지형지세를 보나 수적대비에서 보나 승산이 별로 없어보이는것은 물론이고 유격전의 강유력한 전법들인 불의성이나 은밀성도 적용할 형편이 못되였다. 지휘원들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 미타한 표정들을 짓고있는데 사령관동지께서는 오히려 6도구의 지구《토벌사령관》놈에게 한통의 편지를 써보내시였다. 그 편지에 유격대가 3일후 야밤을 기하여 6도구를 공격하겠으니 영접준비를 잘하라는 내용이 씌여있었다는것을 알았을 때 인민혁명군지휘원들은 너무나 놀라 입들을 다물지 못했다.

편지를 받은 6도구의 적들은 즉시 전투태세에 들어가 진지에서 밥을 날라다먹는 등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사흘후에 다시금 지구《토벌사령관》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공격날자를 사흘후로 연기하였으니 그리 알라고 통고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사흘이 지나자 또다시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시였다.

근 열흘동안 눈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초긴장상태에 빠져있던 6도구의 적들은 적사령관놈으로부터 보초를 서는 졸병에 이르기까지 모두 약먹은 파리처럼 졸기 시작하였으며 걷잡을수 없이 와해되였다.

이처럼 정신적으로 완전히 적들을 압도하신 사령관동지께서는 4월 26일 6도구에 대한 진공을 명령하시였다.

놈들은 유격대가 눈앞에 나타난것을 보고도 믿지 않았으며 유격대가 공격해들어왔다고 소리쳐도 곧이듣지 않았다. 심지어 6도구의 방어에서 핵이라고 볼수 있는 중앙포대의 출입문을 지키는 두 보초놈은 오중흡이가 멱살을 틀어쥐고《야, 우리는 인민혁명군이다. 자지 말고 문을 열라!》고 소리쳤을 때에도 눈도 뜨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더는 안속아!》하고 중얼거리며 하품을 하였다.

그처럼 어마어마하고 요란해보이던 6도구도 사령관동지의 신묘한 전법에 따라 많은 시간이 걸릴것도 없이 완전히 제압되였다. 인민혁명군습격조들은 중앙포대와 동서남북에 설치된 네개의 포대, 병영과 경찰서, 자위단 그리고 악질자본가의 집들에 설치된 포대들을 거침없이 소탕하고 적들을 완전히 소멸하였으며 인민들과 즐겁게 상봉하였다.

그러나 이 대규모적인 작전은 사령관동지의 전반적인 전술적의도에 의하면 다음에 있을 라즈거우산에서의 격전을 위한 또하나의 준비과정이기도 하였다.

6도구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둔 인민혁명군부대들은 노래를 부르며 유유히 소남구마을을 에돌고 쌍산자마을을 한옆으로 바라보며 람의탕부락을 거쳐 사봉약대처럼 네개의 어슷비슷한 봉우리가 솟아있는 라즈거우산으로 철수하였다. 그곳은 유격대가 6도구를 진공하기전에 이미 밟아본 낯익은곳이였다.

라즈거우산에 도착하신 사령관동지께서는 각 부대들에 지체없이 전호작업을 하도록 명령하시였다.

사령관동지의 기발한 전술적의도에 고무된 유격대원들은 지칠줄 모르고 전호를 파기 시작하였다. 새벽녘에 매복진지가 다 굴설되자 기다리고있었던듯이 적의 기마병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적들도 사령관동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것 같았다.

그러나 적들의 공격은 대규모적이고 집요하였다. 처음에는 백여명의 기마병이 달려들었으나 해가 중낮이 되였을 때는 어느새 천여명으로 불어났으며 그다음에도 계속 새 부대들이 증강되였다. 놈들은 먼지구름을 일쿠고 땅을 구르며 달려들었다. 오후에는 보병부대들까지 쓸어들어 제법 라즈거우산을 삼켜버릴듯 기광을 부리였다.

간밤에 6도구진공전투를 치른 인민혁명군은 해가 높이 솟아오를 때까지 식사를 치를 겨를도 없어서 한편으로 달려드는 적들을 쏘아갈기며 전호에 가슴을 기댄채 6도구에서 로획한 바나나를 발가먹으며 싸움을 계속했다. 오후부터는 돌개바람이 불며 비가 억수로 쏟아져 싸움은 더욱 간고해졌다. 그래도 누구 하나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겨우내 무쇠힘을 키우며 가슴속에 힘겹게 눌러두었던 원한을 풀 때가 왔다고 씩씩하게 노래를 합창하며 기가 펄펄해서 싸움에 열중하고있었다.

 

 

설한풍이 휩쓰는 험한 산중에

결심품고 싸워가는 우리 혁명군

천신만고 모두다 달게 여기며

피와 땀을 흘린자가 그 얼마냐

끓는 피로 맹세한 동지를 잃고서

괴롭고도 모진 싸움 해내오다가

우뢰처럼 떨치는 돌격소리에

공산주의 승리의 기 펄펄 날린다

 

 

사령관동지께서도 전사들처럼 흙벽에 가슴을 기대인채 몸소 기관총을 잡고 기관총신이 달아 휠 때까지 사격을 계속하며 파도처럼 밀려드는 적기마대의 돌격을 격퇴하시였다.

밤중까지 계속된 쌍산자뒤산에서의 격전이 통쾌한 승리로 끝나자 사령관동지께서는 기쁨에 휩싸인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제는 린근 2백여리지경안에 우리와 싸워볼만 한 적무력이 없소. 원쑤들을 찾아가서 소멸해야 하겠소. 오늘밤은 모두 홰불을 켜들고 보무당당히 행군합시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음 공격대상지인 가가영으로 행군할것을 명령하시였다.

대원들은 봇나무껍질로 홰를 만들어들고 서북쪽에 높이 솟은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장군님을 모시고 싸우는 한 이겨내지 못할 원쑤가 없다는 신념과 자랑에 넘쳐있었다. 산허리를 타고 길게 늘어선 홰불줄기는 천길지심속에서 솟구쳐오른 용암처럼 캄캄한 누리를 눈부시게 밝히며 서서히 움직여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