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겨울-제3편 10


 

제 3 편

10

 

한겨울에 접어들자 불섬은 얼음산이 되고말았다. 큰눈이 덮인 산들은 더 높아지고 숲속의 오솔길들까지 죄다 메워져 밀영은 인간세상에서 더 멀리 떨어져나온것 같았다.

병실들은 자주 눈속에 묻혀버렸다.

걸쌈스러운 젊은이들이 지붕의 눈을 내리운다, 눈층을 뚫고 굴길을 낸다, 새벽마다 법석이였다. 마당언저리며 오솔길옆에는 키높은 눈담장이 방탄벽처럼 솟아났다.

지난밤에는 사납고 검질긴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우우우- 대자연이 발버둥질치며 호곡하는것 같은 소리가 밤새 그치지 않았다.

굵은 나무들은 뿌리채 넘어지고 어린 나무들은 허리가 부러져나갔다. 벼랑머리와 산허리에서는 무시로 눈사태가 일고 때로는 지진이 일어난듯 어마어마하게 큰 집채만 한 눈무지가 무너졌다. 나무밑에는 얼어죽은 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황소만 한 메돼지가 어슬렁어슬렁 병실로 기여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해가 높이 솟아오르면 바람이 자고 정적이 깃들었다. 하늘중천에는 무지개빛 성에발이 흩날리고 밀영은 조용하고 아늑해졌다.

련락소초막에서 족제비사냥군과 함께 옹노를 매고있던 김주현은 신기하리만치 맑은 겨울대기와 조용한 설경을 바라보고있었다. 그의 눈에는 차차 황홀경에 들어선 사람처럼 경탄의 빛이 짙어지는데 장미가 굼실대는 눈섭에는 무서리가 불리였다. 그의 표정은 마치도 사나운 추위나 정적속의 설경을 처음 보는 사람같았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사색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벼랑쪽의 숲속에서 우지끈 딱하는 나무쩌개지는 소리와 꾸르릉하고 눈사태 밀리는 소리가 들려왔던것이다. 그곳 숲속에서는 하늘중천으로 눈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차거운 바람이 터지고 눈보라가 일어났다. 눈란리가 일어난 어방에서 뭐라고 꿱꿱 고아대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섞여나왔다.

김주현은 고즈넉하던 정적과 아름다운 설경이 흐트러지는것이 안타까와 눈꼬리를 치그으며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조심성없이 나무를 건드려서 또 눈사태를 일으키는가? 철들이 없지. 산생활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 같군.》

높은 나무에 그뿍 실려있는 눈이 쏟아질 때는 흔히 지금처럼 커다란 눈란리가 일어나기 쉽다. 한 나무를 잘못 건드리면 옆에 있는 다른 나무까지 눈사태를 일으켜 숲을 통채로 밀어버리는 때도 있다. 사람들이 그속에 묻히면 몇시간씩 걸려서야 눈속을 뚫고나올수 있었다.

선불맞은 메돼지같은것들이 이따금 함부로 나무를 건드려서 눈란리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수십마리씩 밀려다니는 메돼지무리가 이런 눈란리속에 들면 영낙없이 몽땅 얼어죽고 스스로 랭동되여 사냥군들이 뜻밖의 횡재를 하는 때도 있다.

눈사태가 일어난곳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자 김주현은 혹시 경험이 없는 동무들이 눈란리를 겪고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기여 천천히 마당가로 나가 벼랑쪽을 살펴보았다.

벼랑턱으로 난 오솔길로는 가루독에서 꺼낸것처럼 눈을 하얗게 들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밀려오고있었다. 그들은 무엇이라고 쉴새없이 중얼거리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면서 잘 떨어지지 않는 찐득찐득한 눈을 터느라고 애쓰고있었다.

사람들은 퍼그나 많았다. 그들은 길이 메게 한참이나 지나갔다.

《저게 어느 부대인가?》

김주현은 눈을 번쩍 뜨고 눈속에서 헤여나온 사람들을 깐깐하게 살펴보았다. 옷차림은 모두 제마끔인데 산길에 익숙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것이 력력히 드러나보이였다. 제웅처럼 새끼줄로 칭칭 동여맨 발을 간신히 끌며 장군들처럼 마구 몰려오는 수많은 사람들가운데 군인의 기품이 엿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저러니까 함부로 나무를 건드려 눈란리를 일으킨것이다. 그들은 방금 입대하여 부대를 찾아온 신입대원들이 분명하였다.

(음, 지금은 맨손으로 여기까지 오는것도 힘부칠테지. 그러나 새 봄에 이 밀영을 나설 때는 저 동무들도 모두 총알같이 여문 혁명군전사가 될걸!)

김주현은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다가 초막앞을 지나가던 일행중의 한 젊은이가 자기를 바라보자 팔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신입대원들의 일행이 사라진 다음 김주현은 불쑥 박덕산과 권영벽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권영벽동무가 보낸 동무들이 아닐가, 저렇게 많은 신대원들이 온걸 보면 박덕산동무가 데리고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권영벽의 소식도 알수 있을것 같았다.

김주현은 동무들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멍하니 신대원들이 사라진쪽을 지켜보다가 문득 불안한 예감에 휩싸이였다. 그의 생각은 차츰 복잡해졌다. 신입대원들이 많이 온것은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혹 이것이 권영벽의 사업에서 어떤 좋지 못한 정황이 생겼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은 아닐가. 지금 지하조직을 튼튼히 꾸리는것이 가장 중요한 과업의 하나로 제기되고있는데 저렇게 많은 핵심들을 한꺼번에 산에 들여보냈다는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김주현은 생각할수록 불안이 짙어져서 박덕산이 돌아왔는지 어쩐지 한시바삐 알아보고 권영벽의 소식을 물어보고싶었다. 경위중대쪽으로 가니 예상했던대로 박덕산이가 신입대원들을 인솔하여가지고 돌아왔다는것을 오백룡이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헤맸으나 박덕산은 만날수가 없었다. 방금 사령부에 돌아왔다는 그가 얼마나 바삐 돌아가는지 묻고물어서 꼬리잡이를 해 따라가도 매번 금시 딴데로 갔다는 말만 듣게 되였다.

다음날 해질무렵에야 박덕산이 제발로 김주현이네 중대로 찾아왔다. 커다란 솜덧저고리에 무릎까지 올라간 너널을 신은 박덕산의 모습은 눈사람을 련상시켰다. 그는 밀영에 돌아온후 아직 옷도 벗어보지 못한채 총망히 뛰여다닌게 분명하였다.

부엌에서 발절구로 강냉이를 봏고있던 김주현은 맞받아 뛰여나가고싶은것을 참아내며 중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박덕산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량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고 앉은 박덕산은 바쁜일에 쫓기우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였다. 어찌보면 커다란 근심에 잠긴듯도 하였다.

박덕산은 마선제와 한두마디 인사를 나눈후 김주현을 찾아 부엌으로 들어왔다.

《내 어제 돌아왔는데 두루 분주해서···》

박덕산은 김주현에게 늦게 온것을 사과하고나서 곧 방안에 들어가 중대의 학습정형과 생활형편을 알아보았다. 그는 일을 끝내자 다시 김주현에게로 와서 밖으로 나가 이야기나 좀 나누자고 귀띔하였다.

해가 서산마루에 내려앉고 그늘이 비끼자 대기는 사정없이 얼어붙어 온몸을 죄여들었다. 그러나 중대병실뒤의 숲속으로 묵묵히 앞서 걷는 박덕산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김이 풍기였다.

《그사이 앓지는 않았소?》

박덕산은 사람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숲가장자리의 이깔나무밑에서 걸음을 멈추고 김주현을 향해 돌아섰다. 김주현은 그의 눈을 주시하며 도리질을 하였다. 박덕산은 김주현과 단둘이 있게 되자 여태까지 억제해오던 충격을 터뜨리며 격한 어조로 말했다.

《밀영에 돌아와 우리 동무들이 좋은 조건에서 정치학습과 군사훈련에 전념하고있는것을 보니 꿈만 같소!》

방금 백두산에서 온 박덕산의 얼굴에는 그곳에서 겪은 수난의 자취인듯 짙은 울분과 수심이 어려있었다. 그것을 본 김주현은 커다란 불안을 느끼며 되물었다.

《그건 무슨 새삼스러운 말이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은게 아니요?》

박덕산은 주위를 살펴보고나서 그의 손을 쥐며 낮고 재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동무, 일제놈들은 끝내 그 무슨 <혜산사건>이란것을 조작하고 백두산서남부지역에서 일대 검거선풍을 일으켰소.

놈들은 인민혁명군의 군중적지반을 없앨 목적으로 제놈들 입으로 <토벌> 첫날에 장백현에서 1,600여명의 군중을 체포검거하고 1,200여호의 산재가옥들을 불태웠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많은 인민들을 검거했소.》

권영벽의 안부를 알아보려던 김주현은 몸이 돌처럼 굳어지고 입이 붙어버리였다. 박덕산을 묵묵히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는 금시 불꽃이 튕길것 같았다.

《우리 겨레들이 살던 부락은 하루아침에 재무지로 되고 어딜 가나 우리를 반겨맞던 동포들은 그림자조차 볼수 없게 되였소. 일제침략군놈들은 이해 겨울에 조선인민혁명군과 그 지도하에 있는 혁명조직을 <일망타진>하겠다고 이렇게 발악하고있소.》

김주현은 너무나 심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래도리가 휘청거렸다. 그는 가까스로 이깔나무줄기를 한손으로 움켜잡고 숨가쁨에 헐떡이듯 물었다.

《그래서··· 우리 동무들이 어떻게 되였소? 우리 동무들이···》

박덕산은 주먹을 움켜쥐고 살을 떨며 울부짖듯이 대꾸했다.

《우리 동무들도 다··· 인민들과 함께 체포되여 구류되였소. 권영벽동무도 리제순동무도···》

강쪽에서 천둥소리가 일어나며 땅이 부르르 떨었다. 얼음장이 터지는 소리였다.

김주현은 이때 만경대조모님에 대한 소식이 떠올라 더욱더 괴로왔다. 그는 장군님께 고통으로 될 가슴아픈 일들이 연방 일어나는것은 다 자기의 불찰로 빚어진 결과처럼 생각되였다. 그는 얼기설기 그늘이 비낀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무거운 걸음을 옮기여갔다.

《면목이 없소, 장군님께 또 가슴아픈 보고를 드려야 했으니··· 우리가 멀쩡하게 살아있으면서 장군님께 이런 고통을 거듭거듭 안겨드린다는것은 참으로 혁명전사로서 생각할바가 많은 문제가 아니겠소.》

그는 멍청한 눈길로 맥없이 하늘가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박덕산도 외따로 서있기가 힘드는듯 눈가루가 푸실푸실 떨어지는 나무그루에 등을 기대고 서서 큼직한 손으로 얼어붙은 보굿을 뜯어냈다. 벌겋게 언 그의 손끝에는 피가 맺혔으나 이깔나무의 터슬터슬한 보굿을 뜯어내는 일이 그 어떤 타협할수 없는 일인듯이 집요하게 그 거치른 슬가리를 쥐여뜯고 우벼파고 하였다.

김주현은 못본척 하고 말을 이었다.

《일제놈들의 탄압이 아무리 우심하다 해도 권영벽동무가 거기에 있으니 만경대조모님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마음을 놓을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우리는 봄이 오면 반갑게 만나서 고생하던 이야기를 웃으며 나누자고 했었지. 겨울도 이제는 절반이나 지나갔는데··· 정말 괴롭소.》

김주현의 가슴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피눈물이 방울져 흘렀다.

박덕산은 별안간 거세찬 목소리로 웨치듯 말했다.

《권영벽동무는 구류장에 갇힌 몸이기는 했지만 투쟁을 계속할것이요. 어제 수많은 신입대원이 밀영에 들어온것을 못보았소? 장군님께서도 권영벽동무가 살아있는 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것이라고 말씀하시였소! 우리는 사령관동지를 위해서, 또 권영벽동무와 백두산기슭에 흘린 우리 사람들의 피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서 응당 모든 고통과 불행을 이겨내며 전체 대원들을 교육훈련하는데 힘을 바쳐야 하오. 내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학습반들을 돌아보고 몇가지 사업을 포치했소.》

박덕산은 이렇게 말하고나서 바쁜일이 있는듯 숫눈판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김주현은 멍한 눈길로 박덕산이 사라진쪽을 오래동안 지켜보다가 병실로 돌아왔다. 그는 괴로움과 자책감을 이겨내며 간신히 중대의 일과를 끝내고 아무일도 없은것처럼 련락소초막에 가서 안희창이와 마주앉아 책을 읽었다.

자정이 지나 안희창이마저 돌아가고보니 김주현은 방안에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든 손에 붙잡지 않고서는, 가슴에 맺힌 울분을 토설하지 않고서는 견디여낼수 없었다.

그는 꼭 어디에 누군한테 가서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방문을 열고 나섰다. 그러나 방문을 나선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 다시 방안에 들어가서 방구석에 놓여있는 장기판과 장기쪽이 든 주머니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안희창이가 틈틈이 만든것이였다. 언제인가 손님이 찾아왔을 때 장군님께서 장기를 두시는것을 본 희창이는 꼭 좋은 장기쪽을 만들어야겠다고 벼르더니 련락소초막에 와서 글을 읽는동안 쉴참에 장기판과 쪽을 다 장만하였다. 지금 보니 가야금처럼 덩덩 소리가 나는 묵직한 장기판과 오래 묵은 회양나무로 쪼아만든 쪽은 보기만 해도 한번 만져보고싶은 흔치 않은 공예품이였다. 김주현은 장기쪽주머니를 품안에 찔러넣은 다음 장기판을 옆에 끼고 다시 마당으로 나왔다.

숲은 통채로 얼어붙은듯 나무가지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시꺼먼 숲우듬지우에는 진주같은 별들이 걸려 오돌오돌 떨고있었다.

김주현은 한참 걷다가 멈추어서서 물끄러미 별들을 바라보았다.

발길은 저도 모르게 사령부로 향하고있었다.

그러나 정작 사령부귀틀집 문안에 들어선 김주현은 그만 멈춰서버리고말았다.

책상을 마주하고 앉으시여 지도를 들여다보시는 장군님의 안색에는 생각탓인지 짙은 시름과 괴로움이 어려있는것 같았다.

(그 가슴아픈 일들을 혼자서 묵새기시려니 어느 한순간인들 마음이 편하시겠는가.)

김주현은 쓰라린 마음으로 방안을 살펴보았다.

그이께서 기대여앉으신 앉은뱅이책상가녁에 놓여있는 밀초덩이는 심지그루가 패이면서 초방울이 흘러내려 길다란 고드름을 빚어내고있는것 같았다.

방구석의 구름노전우에는 나어린 대원이 모포를 밀어버리고 두팔을 드러내놓고 곤히 잠자고있었다. 김주현은 의례 소년중대출신의 전령병이겠거니 하고 별로 류념해보지도 않았다. 방안에서는 그의 고르로운 숨소리만이 쌕쌕 들려왔다.

인적기를 느끼신 장군님께서는 좀체로 깊은 생각에서 헤여나실수 없는듯 책상우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은신채

《누가 왔소?》

하고 물으시였다.

《사령관동지, 제가 왔습니다.》

《아, 주현동무였소? 마침 잘 왔소. 어서 여기 와 앉소. 지도를 좀 들여다보던중인데 좀체로 정신이 집중되지 않는구만. 그런데 덕산동무는 어데 있소?》

김주현은 그이곁에 다가가 앉으며 말씀드리였다.

《학습반을 찾아다니며 학습정형을 알아보고 무슨 조직사업을 하는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혼자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먼길을 왔는데 좀 쉬기나 할것이지. 몸들을 그렇게 돌보지 않으면 어떻게 하오?》

장군님께서는 근심어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김주현은 그 따뜻한 말씀속에서 전날 자기에게 초를 보내주신 장군님의 심정을 엿볼수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책상우에 펼쳐진 지도를 김주현이쪽으로 밀어놓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여기 몽강현성과 가까운 <집단부락>들을 좀 살펴보시오. 동무는 아마 이 지방실정에 밝겠는데 적들의 무력이 많이 집결되여있는 <집단부락>들이 어디어디에 있소?》

장군님의 질문은 김주현에게 뜻밖이였다. 그이께서는 마치도 전투를 앞두고 작전하실 때처럼 주의깊이 지도작업을 하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왜 갑자기 몽강현의 《집단부락》들에 대하여 그처럼 깊은 주의를 돌리시는지 미처 리해할수 없었던 김주현은 슬그머니 장기판을 바람벽에 기대여놓고 긴장된 표정으로 책상에 다가앉았다.

그는 지도우에 그려진 부호들을 짚어가며 현성주변에 있는 《집단부락》으로서는 정안툰이 제일 크다고 말씀드리였다. 주변에도 여러개의 《집단부락》들이 있어서 정안툰은 몽강현의 가장 조밀한 주민지대속에 있는 중심지였다. 따라서 그곳에는 현성다음으로 많은 적무력이 배치되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연필끝으로 정안툰을 짚고 김주현의 설명을 듣다가 연필을 놓으시였다. 김주현의 낯빛과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젖어있는것을 감촉하신것이였다.

《어째 낯색이 그렇소? 혹시 권영벽동무의 소식을 들은게 아니요?》

장군님께서는 조용히 물으시였다.

김주현은 장군님을 위로해드리려다가 오히려 더 괴롬을 드릴것 같아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황황히 변명했다.

《아닙니다. 저···》

장군님께서는 잠시 침묵하시고나서 지도를 접으시였다.

김주현은 더는 심정을 감출수 없다는것을 느끼고 안타까움을 하소하였다.

《어찌 권영벽동무 문제만입니까. 저는 다 알고있습니다. 사령관동지, 신의없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장군님께서는 그가 할머님소식을 듣고 더구나 흥분해있다는것을 알아차리였으나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척 하고 책상가에 놓여있는 규격이 가쯘한 한뭉테기의 글쓴 종이를 김주현의 앞으로 밀어주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금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싸우고있는 권영벽동무가 우리 동무들의 학습성과를 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하겠소? 권영벽동무를 비롯해서 지하에 들어가 활동하는 모든 동무들이 바로 이러한 보람과 행복을 귀중히 여기고 자기의 모든것을 바쳐 싸우고있소. 자, 이것은 그야말로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던 동무들이 벌써 글을 깨치고 이렇게 자기 생각을 써놓은것이요. 한번 읽어보시오. 그것들을 번져보느라면 웃음이 절로 나는게 마음이 든든해지오.》

장군님께서는 제일 우에 놓여있는 작문지를 살펴보신 다음 김주현에게 넘겨주시였다. 김주현은 두손으로 그것을 받아들고 웃머리를 보니 안희창의 이름이 씌여있는데 《100》이라는 점수가 붉은 연필로 매겨져있었다.

《읽어보겠습니다. 》

김주현은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어쩐지 마음이 더 구슬퍼지는것을 느꼈으나 애써 감추고 눈에 정기를 모두었다. 작문에는 희창이가 글을 배우면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정작 글을 배우고보니 자기한테는 편지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처음에는 장군님께서 읽으라시니 어쩌는수없이 읽어나가던 김주현이였으나 차차 그 글에 산란하던 마음이 끌려들었다. 글씨를 보나 말투를 보나 내용으로 보나 작문에서는 틀림없는 안희창의 억양과 체취와 체험이 어려있었다. 그야말로 안희창이가 제 손으로 자기의 생각을 글로 적을수 있게 된것은 총을 다루게 된것 못지 않은 큰 사변이였다. 장군님께서 모든것을 바치며 바라신것, 모든 불행과 고통의 값을 치르시며 바라신것이 바로 유격대원들의 이러한 정신적발전과 성장이 아니였던가!

김주현은 안희창이의 작문에서 받는 감동이 클수록 온갖 고통을 웃으며 참아오시는 장군님께 아무런 위안도 보탬도 못드릴뿐아니라 번마다 걱정만 끼쳐드린 자신이 더 송구하고 더욱 용서받을수 없는 인간으로 느껴졌다.

안희창의 글에서 강한 충격을 받은 김주현은 내처 몇장 더 읽어보려고 앉음새를 고쳐앉았다. 그바람에 저고리자락이 책상모서리에 걸려 주머니안에서 다가닥다가닥하고 차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김주현은 깜짝 놀라 눈이 둥그래졌다. 그는 그만 품안에 찌르고 온 장기쪽생각을 깜박 잊고있었던것이다.

《그게 무엇이요? 좋은것이면 좀 내놓소.》

장군님께서는 빙긋이 웃으며 당황해하는 김주현을 바라보시였다. 김주현은 얼굴이 벌개져서 눈치를 살펴보며 괴춤안에서 도시락만 한 주머니를 꺼내였다. 그것을 책상우에 옮겨놓는 순간에도 대가닥소리가 울리였다.

《원 이런? 장기쪽이 아니요? 참 훌륭하오.》

장군님께서는 주머니에서 쪽을 한웅큼 쥐여내시여 흥미진진하게 살펴보시였다.

《안희창동무가 학습의 쉴참에 짬짬이 깎고닦고해서 만든것입니다.》

김주현은 벽에 세워두었던 장기판도 들어다 책상밑에 놓았다. 장군님께서는 그것을 책상우에 놓고 쪽을 놓아도 보고 굴려도 보면서 시종 웃으시였다.

《이게 재간도 보통이 아니고 성의도 이만저만 든게 아니요. 희창동무에게 이런 손재간도 있었소?》

《나무다루는 솜씨에 있어서는 아마 우리 혁명군적으로 둘째손가락에 꼽으면 섭섭해할것입니다. 전번에 국수분틀도 제가 이틀품은 팔걸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 동무가 와서 눈깜박할사이에 다 파버렸습니다.》

《그렇소? 거 대단한 재간이구만. 이건 무슨 조각품같소.》

장군님께서는 쪽을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맞대고 짝짝 찧어도 보며 감탄하시였다. 그이께서 밝게 웃으시니 귀틀집방안도, 김주현의 마음도 밝아지는것 같았다.

《마침 잘 되였소. 이렇게 구경만 할것이 아니라 나하고 한판 두어보기요. 주현동무의 장기솜씨가 괜찮은 축이긴 하지만 오늘은 나를 이겨내지 못할것 같소. 동무의 기분이 지금 좋지 못하니까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유쾌하게 말씀하시며 장기판우에 쪽을 차려놓으시였다. 김주현이도 부지런히 쪽을 찾아 제자리에 옮겨놓았다. 그러나 어쩐지 손끝이 떨리여 쪽도 제자리에 찾아놓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장군님을 위로해드리자고 찾아온 길이였으나 오히려 장군님의 위안을 받게 된것이여서 더욱더 면구하고 죄스러웠던것이다.

《자, 약자 선수라는데 먼저 두오.》

장군님께서는 정말 큰 경기에라도 나서신듯 장기판을 똑똑히 살펴보며 엄숙해지시였다. 그러다가 사위를 두리번거리며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시였다.

《장기틀도 좋고 상대도 괜찮은데 훈수군이 없는것이 유감이요. 다들 어딜 가고 방안이 이렇게 호젓한지 모르겠군. 자, 어서 쓰오. 누구 훈수를 기다릴것 없이···》

장군님께서는 손으로 무릎을 탁탁 치며 대원들이 장기판에서 흔히 입심을 부리는 말들을 그대로 외우시였다. 장군님께서 자기 마음을 달래주려고 일부러 그러신다는것을 느낄수록 김주현은 더욱 마음속이 황황해졌다. 그런 내색을 보이는것조차 죄송스럽다는것을 생각한 그는 될수록 대범한체하고 침착하게 수를 쓰느라고 하였으나 웬일인지 그의 장기쪽은 번번이 포가 차길을 타고 상이 말길을 타는 식으로 갈팡질팡하였다.

《그렇게 하면 되오? 장기는 정신집중운동의 하나인데 장기에 정신을 모두어야지···》

장군님께서는 매번 김주현의 잘못 쓴 수를 바로잡아주시였다.

마침 밖에서 웅성웅성하는 말소리가 들리였다. 이윽하여 박덕산, 오중흡, 오백룡 등 련대와 중대의 지휘원들과 군수처와 련대의 군수관들이 방안에 들어섰다.

조심스럽게 방안에 들어선 박덕산은 장군님께서 김주현과 마주 앉으시여 장기를 두시는것을 보자 얼굴이 환해지며 웃음을 지었다. 지금 장군님께서 자신을 위안하러 온 김주현의 마음을 오히려 풀어주시려고 얼마나 왼심을 쓰고계시는가를 모르는 박덕산은 오히려 김주현이가 장군님을 잘 위로해드린다고 흡족해진것이였다.

박덕산이 수많은 지휘원들을 이끌고 온것을 보신 장군님께서는 (이러느라고 밀영에 들어오자마자 병실들을 부지런히 뛰여다니였군!)

하고 생각하는데 불현듯 권영벽의 계모신이 도착하던 날 저 박덕산이, 오중흡이, 오백룡이들 성화때문에 진땀을 뽑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박덕산은 뒤따라선 지휘원들을 향하여

《빨리 들어와서 문을 닫소. 불이 꺼지겠소.》

하고 여느때없이 앙양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는 사람들이 다 방안에 들어서자 장군님께 차렷자세를 취하고 보고했다.

《사령관동지, 한가지 결론받을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방안에 모여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시며 그가 어째서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왔겠는가 하고 생각하시였다.

십상 박덕산은 오중흡이나 오백룡이들과 든든히 짜고들어 권영벽의 복수를 할겸 할머님을 괴롭히는 특수공작반놈들도 요정낼겸 장백쪽으로 나가 한바탕 싸움을 벌리자고 제의할것 같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한참동안 생각한 다음 범상하신 어조로

《다들 모여왔군.》

하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참 아수하게 됐군, 다 이긴 장기를 중단하게 되였소. 다들 앉으시오. 덕산동무, 어서 말하시오.》

장군님께서는 장기판에서 물러앉으시였다. 김주현은 소리가 나지 않게 쪽을 모아 주머니에 넣었다.

지휘원들이 강의를 받기 위해 모여온 청강생들처럼 주런이 줄지어 앉고 박덕산이 반장처럼 앞에 앉았다.

《사령관동지, 어제 우리는 권영벽동무가 보내온 많은 신입대원들을 맞이했습니다.》

박덕산은 아닌게아니라 첫마디부터 권영벽을 상기시키였다. 그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계속하시오.》

장군님께서는 근엄하게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박덕산은 예상외로 밝게 웃으며 말하였다.

《정치부에서는 래일부터 3일동안 신입대원들을 환영하는 련환모임을 열고 여러가지 연예활동을 벌리자고 합니다. 정치부에서 련환모임을 하기로 하자 군수처에서는 련환모임이 열리기전에 모든 신입대원들에게 무기, 군복, 신발, 생활필수품들을 공급하고 3일간 특식을 보장하겠다고 호응해나섰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박덕산의 말이 전혀 예상밖이시였다. 그들도 장기판을 만들어가지고 달려온 김주현이처럼 사령관동지의 마음을 위로하자고 커다란 사업을 벌리기로 한것이였다. 그러나 실상 그들의 제의에는 그보다 더 큰 의의가 있다는것을 사령관동지께서는 인차 간파하시였다. 어려운 길을 걸어온 신입대원들과 고향소식에 가슴태울 수많은 대원들에게 즐겁고 유쾌한 련환모임을 마련해준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고무가 되겠는가.

박덕산은 정치위원답게 크나큰 고통과 불행을 벋디디고 대원들에게 커다란 힘을 키워줄 정치사업을 생각해낸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자기의 사사로운 감정을 극복하고 오직 혁명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 머리를 쓰고있는 박덕산의 새로운 모습을 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바른팔을 힘있게 내흔들며 성수가 나서 말씀하시였다.

《참 좋은 생각이요. 나는 전적으로 찬성이요. 그래서 군수처 군수관동무들과 련대군수관동무들이 모두 함께 왔구만. 아주 좋은 일이요. 그런데 군수관동무들이 말해보오. 신입대원들을 포함해서 전체 대원들에게 3일간 특식을 보장할만 한 식량이 확보되여있소?》

뒤에서 두 군수관이 동시에 일어나는것을 본 박덕산은 그들을 한손으로 제지하며 자신이 앞질러 대답했다.

《그닥 푼푼하지는 못하지만 능히 보장할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빙긋 웃으시였다. 식량이 푼푼하다면 군수관이 직접 보고했을것이다. 군수관들의 담보가 시원치 않으니까 박덕산이 가로맡아나선것이다. 그러나 군수관들은 특별히 구두쇠가 아니라 해도 살림살이를 책임져야 하니까 이런 자리에서 정치위원이 누른다고 해서 입을 봉할리가 없다. 아니나다를가 7련대군수관이 다시 일어났다.

《사령관동지, 특식을 요구대로 보장할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국 후날 먹어야 할걸 앞당겨 먹을뿐입니다. 그래서 타산한끝에 떡과 국수, 고기만두를 저녁마다 한끼씩 사흘동안 보장하겠습니다. 》

7련대군수관은 그닥 섭섭치 않게 말하였으나 련대장과 정치위원들, 중대장들은 한꺼번에 벅적 떠들며 구두쇠노릇 작작하라고 을러대였다. 그들은 사흘동안 저녁 한끼만이 아니라 매끼 특식을 보장하라고 성화스럽게 들이댔다. 그러나 군수관들은 대답하면 대답한만큼 물자를 내야 하기때문에 누근누근해보이면서도 절대로 빈 대답은 하려고 하지 않았다.

《신입대원들이 무기, 군복, 신발, 내의, 수건, 치솔, 치약, 비누를 받아안고 하루는 떡 다음날은 국수 또 다음날은 고기만두를 먹으면서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면 대단하지 무슨 밑천이 많아서 사흘을 매끼 특식을 보장하라는거요? 며칠동안 다 털어먹고나면 그다음부터는 대원들에게 눈이나 퍼먹이겠소? 모두 참군전에 헐벗고 굶주리던 생각들을 해보라구요. 글쎄 떡, 국수, 고기만두를 매일 번갈아가며 먹이겠다는데 그것도 모자라다니 군수관이 무슨 용빼는수가 있는가말이요.》

7련대군수관은 사령관동지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일부러 숨넘어가는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거나말거나 정치일군들과 련대장, 중대장들은 그게 다 친부모의 심정이 없기때문에 그런 놀라운 소리가 나오는것이라고 입을 모두어 윽박지르고 구슬리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도 그들의 론쟁에 말려드시였다. 살림살이군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후과가 생기는것이다.

《그건 군수관동무의 말이 옳은것 같소.》

장군님께서 이렇게 군수관의 편역을 들어주시니 정치일군들, 지휘원들이 모두 장군님앞에 다가앉으며 이번 련환모임의 의의에 대하여 저마끔 한마디씩 강조하였다. 그들은 신입대원들을 위한 련환모임이 단순한 휴식이나 오락이 아니라 신입대원들은 물론 전체 인민혁명군의 정치사상적강화와 단결을 위해서뿐만아니라 이들을 부대에 보내기 위하여 자신들은 적들에게 체포되면서까지 싸운 혁명동지들의 앞으로의 투쟁을 크게 고무해줄것이니 아낄것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말을 다 들으신 장군님께서는

《동무들의 말도 옳소. 련환모임을 가장 성대하게 하기 위하여 우물쭈물하지 말고 있는것을 다 털어놓는것이 좋겠소.》

하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도 대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한끼라도 더 먹여주고싶으셨던것이다.

장군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정치일군들과 지휘원들이 또다시 군수관들에게 돌아앉아 아무튼 많이 내놓으라고 달궈댔다.

군수관들은 하는수없이 수첩에 적어둔 식량물자세목을 박덕산에게 넘겨주고 직접 타산해보라고 했다.

정치일군들, 지휘원들이 몰려들어 물자세목을 따져보는데 그것만 가지고 3월말까지 대먹자면 련환모임때 특식으로 쓸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군수관들에게 문서장만 내놓을것이 아니라 친혈육의 사랑을 내놓아야 한다고 하며 깊이 감춰둔 예비물자들도 내놓으라고 억지를 썼다.

장군님께서는 그들의 론쟁이 쉬 끝나지 않을것 같으시여 한편 구석에 덤덤히 앉아있는 김주현에게 말씀하시였다.

《주현동무가 한번 타산해보시오. 부대살림살이에서는 김주현동무만큼 깐깐한 사람이 없소.》

김주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두패로 갈라진 후방일군과 정치일군들 사이로 다가가 박덕산의 손에서 물자세목수첩을 받아들었다.

김주현은 연필을 꺼내들고 물자세목을 짚어가며 머리속으로 여러가지 계산을 하는데 정치일군들과 후방일군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그의 판결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시는 장군님의 마음속에는 차차 뜨거운 희열이 샘솟고있었다.

권영벽이 체포되였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장군님께서는 무척 괴로우시였다. 권영벽이가 사령부 선전과장이라는것이 드러났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장백일대의 지하조직책임자라는것이 드러났다면 권영벽이 자신도, 그가 지도하던 조직도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될것이다. 근심스러운것은 그것만도 아니였다. 지금 수많이 들어온 신입대원들의 입을 통하여 밀영안에는 장백에서 무차별 검거선풍이 벌어졌다는 사실과 그네들의 친척친지들이 수많이 검거되였다는것이 알려졌다. 그것을 알게 된 대원들이 어찌 자기 고향과 부모처자들 걱정을 안하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남몰래 가슴을 태울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당장 보복전에 뛰여나가고싶어할것이다.

장군님께서는 박덕산이, 오중흡이, 오백룡이들이 전날에는 할머님을 위한 보복전에 나가려고 하다가 못나갔지만 이번에는 장백지구인민들의 원한을 갚기 위한 전투를 하자고 제기할것이고 그김에 조모님을 구출하는 전투도 벌리자고 들이대리라 생각하시였다. 그러나 예상밖에도 그들은 자기들이 겪는 정신적고통과 시련을 억세게 디디고 높이 일어서서 학습을 중단할 대신 오히려 대원들을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잘 공부시킬것을 결심해나선것이였다.

모든 지휘원들과 병사들의 관점과 결심이 이렇게 선다면 군정학습은 어떤 애로와 역경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다. 따라서 간고할 새해의 춘기작전에서도 빛나는 승리를 쟁취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일제침략자들에 대한 우리 동지들과 인민들의 가슴속에 차고넘친 원한과 울분을 풀수 없으며 우리 지하조직원들과 인민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안겨줄수 없다. 그이께서는 커다란 슬픔과 고통을 묵묵히 참고 혁명승리의 앞날을 내다보며 어떤 일이 생겨도 학습을 중단하지 않으려는 미덥고 사랑스러운 전사들과 조직을 지켜내려고 간고한 투쟁을 벌리고있는 장백인민들에게 신심을 안겨주기 위하여 적들을 단호히 징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그것은 백두산일대를 피바다에 잠그려는 적들의 기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뿐아니라 조선인민혁명군의 주력부대를 찾지 못해 발광하는 적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할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이께서도 김주현에게서 푼푼한 대답이 나왔으면 하고 은근히 가슴을 조이시였다.

오래동안 계산해 본 김주현은 물자세목수첩을 방바닥에 내려놓으며 장군님께 보고드리였다.

《지금 보유하고있는 식량을 가지고서는 엄격히 규정식사를 해야 3월말까지 대여먹을수 있을지 말지 하는 형편입니다. 만약 특식을 조직하자면 소비한만 한 량을 절약해서 보충해야 합니다. 》

방안은 조용해졌다. 모두 맥이 풀리고 흥이 깨졌다. 김주현의 사업권위를 잘 알고있는 지휘원들은 누구 하나 그의 론거에 대해 흥정을 못하였다.

장군님께서도 김주현의 타산이 옳다고 생각하시였다. 밀영에 무슨 식량이 푼푼하다고 떡쳐먹고 국수눌러먹을것이 예비로 있겠는가.

《우리가 승산도 없는 일을 설계하고 좋아했구만. 옹기장사가 닭알낟가리를 쌓다가 뚝배기까지 다 마사먹었다더니.》

장군님께서는 아쉬운듯 우스개소리를 하시였으나 누구 하나 흥겹게 따라 웃지도 못했다.

《사령관동지, 더는 안되겠지만 3일간 세끼만은 특식을 보장하겠습니다. 그 소비량은 군수처에서 보충할수 있습니다.》

7련대군수관이 진중하게 말하였다.

장군님께서 아쉬워하시는 기색을 눈치챈 련대장은 군수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단마디명창으로 말했다.

《우선 있는것을 쓰고봅시다. 부족량은 우리 련대에서 보충하겠습니다. 》

그러자 정치일군들과 지휘원들이 다시 웅성거리며 자기들의 주장을 고집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지휘원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훌륭한 발기를 하고 성의껏 있는것을 다 털어내놓겠다는데 나도 가만 있을수 없소. 타산이 서지 않는것은 내가 다 해결하겠소.》

지휘원들과 군수관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서 서로 말씀의 뜻을 알만하냐는듯 눈짓들을 하다가 마감에는 모두의 눈길이 그이께로 쏠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우선우선하신 목소리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이 련환모임을 열고 특식을 푸짐하게 조직하여 대원들을 즐겁게 해준다면 나도 련환모임에 참가하여 동무들과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겠소.》

장군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전에 누구인가가 박수를 쳤다. 그리하여 모두 밝은 웃음을 짓고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군수관들이 차례차례 일어나 기어코 자체의 힘으로 식량을 해결하여 대원들을 푸짐히 먹이겠으니 사령관동지께서는 그런 일에까지 걱정을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였다. 지휘원들도 식량해결은 자기들이 책임지겠다고 결의해나섰다.

이때 방복판에서 곤히 자던 소년이 잠꼬대를 하며 숨을 몰아쉬였다.

장군님께서는 소년을 자세히 살펴본 다음 두팔로 안으시였다. 소년은 잠결에 자기를 안아주는 사람이 어머니인줄 알았는지 두팔로 장군님의 목을 감싸안았다.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바로눕히고 베개를 베워준 다음 모포를 덮어주시였다. 방안에는 편안히 잠든 소년의 고르로운 숨결소리가 들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미소어린 눈길로 소년을 내려다보며 말씀하시였다.

《저애가 어제 밀영에 와서 나의 품안에 뛰여들며 뭐라고 말한줄 아오? <장군님, 빨리 우리 마을에 갑시다! 왜놈군대가 마을사람들을 몽땅 붙잡아갔어요. 빨리 가서 마을사람들을 구원해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것이였소. 지금 일제침략자들에 대한 우리 인민의 원한은 극도에 이르렀소. 사람들은 물론 산천초목까지 분노에 차서 떨고있소.》

장군님의 음성은 강잉하고도 비장하였다. 이때까지 깊은 생각에 잠겨 멍한 눈길로 소년을 바라보고있던 김주현은 소스라치듯 놀라 황황히 옆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 소년은 다름아닌 복례의 동생 조복남이였다. 김주현은 복남이를 잘 알고있었다. 복남이네 마을에 두번이나 내려갔었고 그때마다 《련대장아바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손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가을에 금광을 치고 돌아올 때도 안희창이를 시켜 복남이에게 까만 목세루양복감을 보낸바 있었다.

그런데 샘골에 사는 복남이마저 피신해야 할 엄중한 사태가 벌어진것이 아닌가? 저애가 품안에 안겨들며 장군님께 보복을 해달라고 호소했을 때 장군님께서는 얼마나 가슴아프시였겠는가? 김주현은 간신히 잊었던 드센 고통이 되살아올라 입을 억다물었다.

장군님께서는 복남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이애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똑똑히 암시해주었소!》

장군님께서는 지휘원들쪽으로 돌아앉으시여 방금까지 토론하던 문제에 대하여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 지금은 몇끼분의 특식감뿐이 아니라 권영벽을 비롯한 시련을 겪고있는 우리 조직원들과 백두산지구의 우리 인민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주는것이 무엇보다도 절박하오. 적들을 본때있게 칩시다. 그러면 우리 인민의 원한도 다소나마 풀리고 적들에게는 혼란을 주며 아울러 부족되는 후방물자도 해결할수 있을거요. 그것으로 우리 대원들뿐만아니라 굶주리고 헐벗은 가까운 지역의 인민들에게 옷이라도 한벌씩 지어 보내주면 얼마나 좋겠소?》

장군님의 말씀은 불같이 뜨겁게 울리는가 하면 다정한 어머니목소리처림 절절하게 울리였다.

박덕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김주현은 눈을 슴뻑거렸다. 다른 지휘원들과 군수관들도 커다란 충격을 받고 얼굴이 붉게 상기되였다.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답답한듯 군복단추를 드티며 지휘원들을 둘러보시다가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방안이 답답하지 않소? 시원하게 밖에 나가서 걸으며 이야기합시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으로 나가시였다. 묵묵히 앉아있던 사람들이 기척없이 그이의 뒤를 따라나섰다.

동쪽하늘이 훤하게 밝아오고있었다.

생각에 잠기시여 앞서 걸으시던 장군님께서는 사위를 둘러보시고나서 감회어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며칠후이면 설이 되오. 1938년 새해설이 다가왔소!》

장군님께서는 허두를 떼시고나서 밝아오는 새날의 려명을 맞받아 걸으시며 뜨겁게 이으시였다.

《우리가 적은 인원으로 유격대를 뭇고 강대한 일제침략군과 싸우기 시작한지도 어언 여섯해란 세월이 흘렀소. 그동안 인민혁명군은 생사존망의 기로에서 허덕이던 조선인민의 운명을 확고한 재생의 길로 이끌었으며 우리 혁명을 오늘의 상상봉에 올라서게 하였소.

적수공권으로 싸움을 시작한 우리가 날강도 일제와의 투쟁에서 백전백승한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자기의 모든것을 혁명의 승리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아낌없이 바쳐 싸운 참된 혁명가들과 혁명적인민들이 있었기때문이요.

우리는 승리로 빛나는 이 자랑찬 길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피눈물나는 불행을 체험했소? 지금 우리 동무들가운데 그리고 우리 인민들속에 고통과 불행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소? 모두 묵묵히 커다란 불행을 가슴에 안고 밝은 미래를 위하여 혁명투쟁에 전심하고있을뿐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장군님의 뇌리에는 아들애를 남의 집에 떼놓고 안타까와할 김윤화며 자식들을 모두 산에 보내고 눈보라소리만 세차도 베개에서 머리를 들고 바깥동정에 귀를 기울일 마동희의 어머니며 처음으로 단독임무를 받고 적구에 들어간 마동희자신이며 적들의 간악한 음모와 맞서 꿋꿋이 싸워나가실 조모님의 모습이 우렷이 떠오르시였다.

조모님과 더불어 근면하고 선량한 모든 인민들과 원쑤 일제를 반대하는 투쟁의 길에 들어선 혁명전사들이 지금 겪고있는 고통과 불행은 모두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 겪는 수난이며 투쟁의 길을 헤쳐가는 혁명가들이 겪는 시련이다. 그렇기때문에 그 불행과 고통이 아무리 참기 어려운것이라 할지라도 혁명적지조를 굽히지 않는 이상 억세게 디디고 일어서 혁명의 한길을 달려나갈것이다. 혁명은 오직 그 길에서만 승리를 이룩할수 있는것이다. 권영벽과 그의 지하조직성원들, 조선인민혁명군 지하조직의 영향밑에 투쟁의 길에 나선 백두산서남부지구의 모든 인민들이 지금 적들에게 갇힌 몸이 되였지만 생명보다 조국의 광복을 더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완강히 적들과 싸울것이며 김윤화도, 마동희의 어머니도 만경대할머님도 자신보다는 자식을 더 사랑하며 자식보다는 조국의 광복을 더 귀중히 여기는 고결한 정신을 지녔기에 끝까지 혁명의 한길에서 물러서지 않을것이다.

권영벽은 지금 자기가 우리 혁명이 쟁취한 가장 귀중한 성과이며 우리 혁명의 래일을 위한 진군길에서 징검다리와도 같은 중요한 초소를 지키고있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때문에 어떤 역경에 처하여도 끄떡없이 투쟁을 계속할것이며 싸워이길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슬기롭고 억센 권영벽을 언제면 다시 만날수 있겠는가 하는것을 생각하시니 가슴이 얼얼하도록 쓰리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원쑤놈들의 가혹한 고문을 이겨내며 억세게 싸울 권영벽이 날이 밝는 이 순간 쇠창살을 붙잡고 사령부쪽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것 같으시였으며 바람소리만 잦으면 그의 열렬한 호소를 들으실것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사령부에서 그가 체포된 사실을 알고있으며 그가 변함없이 백절불굴의 투지로 원쑤들과 싸우리라는것을 굳게 믿고있다는것을 하루빨리 그에게 전하고싶으시였으나 당장은 통신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다.

지금 권영벽에게 우리의 그러한 마음을 전할 방법은 오직 한가지 길밖에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집단적으로 체포된 장백지구의 우리 인민들과 권영벽동무를 비롯한 혁명동지들에게 그리고 <혜산사건>의 피비린내나는 탄압선풍에 불같은 적개심을 품고있는 우리의 혁명적인민들에게 새해를 맞으며 인민혁명군의 뜨거운 마음을 전하여 그들에게 힘을 줍시다.

참혹한 시련을 겪고있는 그들에게 무엇으로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수 있겠소? 그것은 우리 인민혁명군이 건재하며 일제침략군을 호되게 공격하고있다는 사실로만 가능한것이요. 그래서 나는 전투를 큼직하게 진행하자는거요. 불섬과 멀리 떨어진곳에 나가 전투를 하게 되면 우리를 찾아 헤매는 적들이 그리로 쏠릴것은 뻔하니 장백지구에 대한 압력도 얼마간은 약화될거요. 작전은 내가 하겠소.》

장군님의 결심은 단호하시였다.

그이를 옹위하듯 둘러서있던 지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장군님의 단호한 결심을 지지하였다.

장군님께서는 활기있게 걸으며 자신의 의도와 심정을 차근차근 설명하시였다.

《전투를 치르고나면 식량도 다 보충할수 있겠으니 군수관동무들은 걱정말고 가루와 기름을 덜어내여 떡도 치고 국수도 누르고 고기만두도 빚어서 대원들을 푸짐히 대접하시오. 정치부에서는 계획한대로 낮에는 학습과 훈련을 하고 밤에는 밤마다 모든 대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게 하시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군수물자를 로획하여 그것으로 바지와 저고리, 치마 같은 옷을 지어 설을 맞는 가난한 인민들에게 보내줍시다. 그러면 동무들의 마음도 풀리고 적들에게 체포된 우리 동무들도 힘을 내서 더 잘 싸울것이요.

이제는 모두 돌아가 일과를 시작하시오. 전투에 나가자면 아무래도 사날동안 학습을 중단해야 하겠는데 학습을 부쩍 다그치면서 전투에 나갈 준비도 미리 해두시오.》

장군님께서는 퍼그나 밝아진 안색으로 지휘원들을 돌려보내시였다.

지휘원들은 감격과 희망에 부풀어오른 가슴을 안고 흩어져갔다.

그날부터 밀영은 신입대원들을 환영하는 명절분위기로 흥성거리였다. 신입대원들은 새 군복과 총을 받았으며 작식대원들은 그들에게 국수며 고기만두며 떡을 쳐서 대접했다.

밤에는 밤마다 련환모임이 벌어졌다. 낮에는 글소리가 랑랑하던 병실에서 밤에는 늦도록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울려나왔다.

오중흡은 학습도 하고 경비도 서면서 사령부의 안전을 위하여 오백룡, 강철룡과 함께 30리나 떨어진 오근정자산 깊은 갈피에 사령부의 새 밀영을 예비로 건설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지휘원들과 약속하신대로 양력설을 지내자마자 정안툰을 비롯한 적들의 중요군사대상들을 공격소멸하는 전투를 조직진행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미끄럽게 얼어붙은 구적바위벼랑을 톺아오르시고 무시무시한 송화강의 눈덮인 패름을 뛰여건느시며 전투대오를 진두에서 이끄시였다.

주공대상인 정안툰가까이에 도착했을 때 장군님께서는 적정을 료해하시고나서 견고한 성문방어를 돌파하기 위하여 각 부대에서 우수한 전투원들을 선발하여 돌파조를 무으시고 그 책임자로 김주현을 임명하시였다.

오래간만에 전투임무를 받은 김주현은 흥분된 가슴을 안고 정황을 자세히 연구하였다. 그리고 성문들에 두겹세겹의 보초를 세우고 대기무력까지 배치한 조건에서 이따금 순찰병이 지나갈뿐인 으슥한 성벽을 사다리를 타고 넘어가 성안에서 성문경비무력을 소멸하고 성문을 까부신 다음 부대의 진격을 엄호하겠다는 자기 결심을 보고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의견을 들어보고 승인하시였다.

김주현은 곧 돌파조를 은밀히 성벽저쪽으로 넘길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는 성벽이 눈과 얼음때문에 희엿하게 보이는것을 참작하여 사다리가 하얗게 보이도록 사다리의 나무껍질을 벗겨냈으며 사람들이 발을 디디여도 삐걱소리가 나지 않도록 가름대밑을 천으로 감쌌다.

김주현의 전이나 다름없는 주도세밀한 일솜씨와 높은 책임성을 보는 장군님께서는 지휘원들에게 그의 일모습을 보여주시며 왜 주현이가 사다리의 나무껍질을 벗기였으며 사다리가름대를 천으로 감싸주는가에 대하여 설명해주시였다.

그날밤 돌파조원들은 김주현이 만든 사다리를 타고 소리없이 성벽을 넘어섰으며 보초들을 소멸하고 성문을 열어젖히였다.

마침내 장군님께서 얼어든 대기를 헤가르는 진공의 총소리를 높이 울리시였다.

이어 격전의 화광이 검은 밤하늘에 솟구쳐올랐다.

김주현은 적을 향하여 날아가는 보복의 불줄기를 지켜보며 한순간에 생각하였다.

(권영벽동무, 이 총소리를 무심히 듣지 마오. 만경대할머님때문에는 순시도 행군길을 멈추지 못하게 하시던 우리 장군님께서 동무가 체포된 소식을 들으시자 동무더러 들으라구 높이 울리신 총소리요!)

정안툰공격전투는 인민혁명군의 빛나는 승리로 끝났으며 수많은 무기들과 함께 식량과 천을 로획하였다.

로획한 천들은 곧 재봉대가 숙영하고있는 밀영들에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