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겨울-제2편 13


 

제 2 편

13

 

정두철은 낮수업이 끝나자 캡을 비껴쓰고 운동장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나서 얼마동안 폭포터기슭으로 걸어가다가 오솔길이 끝나는 한적한곳에 이르자 산으로 올라갔다.

얼마 걷지 않아 느슨한 언덕이 나타났다. 벌목을 하다가 중단해버린 널직한 채벌장에는 베여서 깨끗이 다듬은 나무통들이 촘촘히 깔려있었다. 모두가 아름드리 거목들이였으나 그것들은 베여버린 풀대같은 몰골이 되여 마구 딩굴고있었다.

그는 나무통들때문에 걸음을 쉽게 옮길수 없었다. 들썩한 나무통을 가로타고 넘다나니 걸음은 곱으로 더디였다. 넘어져있는 나무통을 에돌자고 해도 밑둥에서 우듬지까지 따라걸어야 하므로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 채벌장의 너비는 극상해서 1km에 불과하지만 갈피없이 넘어져있는 나무통을 에돌자니 십리폭이나 되였다.

지난해 겨울 눈이 깊이 쌓였을 때 이 채벌장에는 수십마리의 노루떼가 밀려내려왔었다. 그 소식을 듣자 동네청년들이 저마다 손에 몽둥이를 들고 올라갔으나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넘어져있는 나무통에 걸채여 도무지 달릴수가 없었던것이다.

상면장소는 적들과 조우해도 인차 피할수 있는 묘한곳으로 정해졌다. 정두철은 샘터주변의 지형을 손금보듯 꿰들고있는 권영벽의 주도세밀하고 꼼꼼한 성미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걸음이 더디여지는것이 안타까와 타는 입술을 감빨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의 모습은 이 며칠사이에 눈에 알리게 변해버렸다. 갈라터진 입술은 조갈이 들어 하얗게 재가 앉았으며 몸은 피를 깡그리 흘렸을 때처럼 나른했다. 정두철은 난생처음 받는 마음의 충격과 고통으로 하여 밥먹는것도 잠자는것도 잊어버리다싶이하였다. 조모님의 모습을 본후부터는 리성을 잃을 지경이였다.

그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가까스로 달래며 얼마동안 숲속으로 걸어나가다가 문득 참나무옆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권영벽은 따뜻한 볕이 호돗호돗 떨어지는 노란 잔디밭우에 앉아있었다. 그는 마치 지나가던 길손이 잠시 앉아 다리쉼이라도 하듯 농립모로 부채질을 하고나서 잔디우에 놓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사색의 빛이 어려있었다.

권영벽은 발자국소리를 듣자 약간 숙였던 웃몸을 펴며 침착한 눈길로 정두철을 바라보았다.

《오셨습니까?》

정두철은 반갑게 부르짖으며 뛰여갔다.

권영벽은 덤벼치는 정두철의 모습이 놀라운듯 눈을 쪼프리였다.

《수고했소. 별일 없었소?》

권영벽은 가볍게 일어나 깊은 사색에 잠겼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정두철의 손을 잡았다.

《여기 앉소. 따뜻한 볕을 쪼이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만가지 시름이 다 사라지는것 같소. 대기는 얼마나 신선하고 향기롭소? 팔을 척 베고 누워서 실컷 생각에 잠겨보고싶구만.》

정두철은 침착한 그의 모습을 대하자 자신의 마음도 어느덧 안정되는듯싶었다.

《리원에 가서 성과가 많았다지요? 정말 어려운 길을 다녀오셨습니다.》

정두철은 그의 가까이에 다가앉았다. 영민한 권영벽의 눈가에는 여느때없이 부드러운 미소가 짙게 어려있었다.

《길은 어려웠지만 보람이 컸소. 나는 갑산, 풍산, 덕성, 북청, 리원 골안을 쭉 들려왔소.

그곳은 김형권선생님께서 장군님의 명령을 받들고 개척하신곳이요. 김형권선생님께서 혁명의 불씨를 안겨주신 사람들이 여전히 신심을 잃지 않고 장군님의 인민혁명군이 나올것을 기다리고있었소.》

《그렇습니까? 지금 조국의 정세는 어떻습니까?》

권영벽은 눈가장자리에 웃음을 지으며 신심에 넘쳐 말했다.

《조국의 정세는 한마디로 말해서 아주 좋소. 내가 김일성장군님의 혁명전사라는것을 알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혁명에 참가할것을 열망하고 장군님의 유격대에 입대시켜줄것을 탄원해나섰소. 산골에서 방황하던 국내공산주의자들도 장군님의 지도를 받게 해달라고 숱한 사람이 찾아왔소. 그중에는 좋은 동무들이 참 많소. 내가 이번에 김명국이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처음 만났지만 아주 반해버렸단말이요. 고학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인민들을 동정하는 글도 많이 낸 재간둥이요. 그런데 지도를 받을 길이 없어 산속을 헤매고있더란말이요. 아마 지금쯤은 김명국동무가 사령관동지를 만나뵈옵고있을수도 있소. 어디나 이런 동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있소. 그런 사람들을 하나씩 둘씩 만날 때마다 김형권선생님생각이 나더군. 선생님의 피어린 발자국이 어려있는 유서깊은 그 땅을 잘 꾸리고 지켜내는것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임무이기도 하오. 그런데 그놈이 그 피어린 땅을 감히 어지럽히려고 한단말이요.》

권영벽의 너그럽던 눈길이 갑자기 날카로와졌다. 정두철은 직감적으로 박차석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는것을 느꼈다. 그러자 두사람의 눈에 한꺼번에 린광같은 분노가 타올랐다. 권영벽은 간신히 굳어진 안색을 풀며 물었다.

《좀 알아보았소?》

《예, 련락을 받은후 다음날로 려관에 가보았습니다. 》

삽시에 얼굴이 컴컴해진 정두철은 입을 다문채 발치앞에 있는 잔디를 아무 의미없이 쥐여뜯었다.

권영벽은 차츰 험하게 번져가는 정두철의 표정을 보고 벌써 일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짐작했다.

《그래 오끼란놈이 어떤놈이요? 만나보기는 했소?》

《오끼도 보고 박차석이도 보았습니다. 놈들은 입에 담을수 없는 간악한 목적을 품고 싸돌아다니고있습니다.》

정두철은 억이 막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권영벽은 아무 말이 없었으나 그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의 엄숙한 표정과 예리한 눈길은 정두철에게 즉시 사실대로 보고할것을 명령하는것 같았다.

《놀라지 마십시오. 나는 사령관동지의 조모님도 보았습니다.》

정두철은 못할 말을 했을 때처럼 겁질린 눈으로 권영벽을 바라보았다.

권영벽은 오히려 갈앉은 음성으로 침착하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권영벽은 아직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처럼 태연하게 반문하였다. 하긴 그는 충격을 느낄수록 몸이 굳어지고 숨결이 순해지는 사람이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군살없는 그의 얼굴과 눈길은 빛을 잃고 컴컴해졌다.

《좀 자세히 말하오. 평양에 계실 조모님을 동무가 어데서 어떻게 보았단말이요?》

정두철은 려관에서 체험한 일들이 머리에 떠오르자 부지불식간에 치가 떨려서 가까스로 말을 옮겼다.

《오끼란놈이 조모님을 강제로 만경대에서 련행해다가 승용차에 태우고 백두산주변을 돌고있습니다. 박차석은 그 가운데서 시중을 들며 살아가고요. 조모님께서는 무장특무놈들의 삼엄한 경비속에 계십니다. 적들은 이런 비렬한 방법으로 감히 우리 장군님을 어째보겠다는것입니다.》

안개가 덮인듯 하던 권영벽의 눈에서는 순간 푸른 섬광이 번뜩하였다. 그는 노한 범처럼 온몸을 푸들푸들 떨며 정두철의 입귀를 지켜보았다. 린광처럼 불타는 눈은 사태의 진상을 밝힐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있었다.

정두철은 고개를 푹 떨구고 려관에 들어서서부터 나올 때까지 보고들은것을 차근차근 옮기였다.

놀람과 슬픔, 고통과 격분이 불길처럼 타올라 권영벽은 끝내 정두철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채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났다.

《더러운 변절자, 김형권선생님의 신성한 발자욱을 어지럽힌것만해도 용서할수 없는데 이번에는 그런 못된짓을 한단말인가! 박차석이란놈은 김형권선생님께서 풍산, 북청, 리원 골안을 혁명화하실 때 따라다닌놈이요! 결국은 영원히 헤여나올수 없는 죽음의 함정으로 기여들었군!》

권영벽은 어금이를 앙다물고 한참이나 몸을 떨더니 곧바로 숲을 헤치며 신정촌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정두철은 그가 격분을 이겨내지 못해서 숲속을 거닐려는줄 알고 묵묵히 따라걸었다. 권영벽은 잠시후 깊은 생각에 잠긴채 물어보았다.

《동무는 조모님이 초면이였겠지? 초면인데도 알아보겠던가?》

정두철은 짧은 순간에 뵈온 조모님의 영상을 그려보며 퍽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모상도 우리 장군님과 비슷한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습보다는 기품을 보니 더욱 명백했습니다. 장군님의 조모님이 아니고서는 그토록 도고하실수 없지요. 주구들은 할머님의 눈치를 살피며 설설 기고 감히 범접을 못합니다. 박차석은 그래도 한때는 인간이였다고 죄의식에 사로잡혀 할머님을 극력 돌봐드리려고 하는것 같은데 할머님께서 도무지 곁을 주시지 않는다고 우는소리를 했습니다.》

박차석의 이름이 입에 오르자 권영벽의 얼굴과 눈에는 다시 준절한 빛이 어렸다.

《박차석이, 그런자가 한때는 혁명대오에 있었다니? 두고보자. 숭고한 혁명절개를 저버리고 바꿔가는 그 목숨이 장차 너에게 무슨 행복과 보람을 가져다주겠는지 스스로 결산할 때가 있을것이다. 그 어지러운자에 대해서는 후날 이야기합시다.》

권영벽은 부지런히 걸으면서 다시금 할머님의 건강과 기분상태에 대해서와 할머님께서 입으신 옷과 신발에 대해서까지 세세히 물었다.

그러다가 그는 정두철을 돌아다보며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조모님께서 지금 신정촌려관에 계시는것은 정확하겠지? 다음은 어느 길로 해서 어디에 가겠는지 알아보지 못했소?》

《그건 념려하지도 마십시오. 놈들이 이제부터는 우리 몰래 행동할수 없도록 뒤를 달아놓았습니다.》

권영벽은 돌아설 념도 없이 그냥 앞으로 내처걸었다. 어찌나 권영벽의 걸음이 빠른지 두철이는 숨을 헐떡일 형편이였다. 정두철은 그의 행동이 점차 의문스러워 그의 뒤를 다급히 따르며 물었다.

《어딜 가시자는겁니까? 이쪽으로 내처 걸으면 신정촌버덩에 나섭니다.》

권영벽은 별것을 캐여묻는다는듯 정두철을 바라보는데 그의 밝던 눈은 노을색이 되여버렸다.

《가만히 앉아있게 되였소? 신정촌에 할머님께서 계시는데 신정촌에 가봐야지.》

그 말을 들은 정두철은 펄쩍 놀랐다.

《예? 신정촌에요?》

그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권영벽은 자신을 로출시키지 않기 위하여 신정촌은 고사하고 구정촌에도 나타나지 않고 주변 숲속에서 만나군 하였었다. 언제나 침착하고 랭철하던 권영벽이가 이렇게 리성을 잃어버린듯 하자 방금까지 복수심에 화끈 달아올랐던 정두철의 머리속이 서늘해졌다. 그가 갈피없이 넘어진 통나무에 걸채이며 숨가쁘게 달려올 때 가슴속에 끓어번진 일념은 순간의 지체도 없이 단호한 징벌의 길에 나서자는것이였다. 그러나 권영벽이 아무런 구체적인 토론도 없이 무작정 신정촌에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렇게 덮어놓고 달려가서 일없겠는가?

정두철이 의아해있는 기색을 느낀 권영벽은 와삭와삭 마른풀들을 짓밟으며 후끈하고 열기가 풍겨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개같은놈들을 그대로 둘수는 없지 않소? 적들로 하여금 감히 우리 사령관동지의 위엄과 명성을 건드리려고 달려들었다가는 절대로 용서받을수 없다는것을 골수에 사무치게 인식시켜야겠소. 왜놈특무놈들도 처단하고 박차석이도 탄알을 퍼부어서 걸레쪽처럼 만들어야겠소.》

한마디한마디를 씹어뱉듯이 내쏘는 권영벽의 온몸에서는 살기가 풍기여서 정두철이도 감히 그 눈길을 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그건 옳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적들을 징벌하겠는가 하는것을 좀 토론하는것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권영벽동지가 백주에 신정촌에 나타나서 일없겠는지···》

《할머님이 적들한테 련행되여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잴게 있소?》

그러나 정두철은 권영벽의 앞길을 막아섰다. 조모님께서 련행되신 소식을 들은후 권영벽의 일거일동은 전혀 권영벽이답지 않았다. 앞뒤를 가리지 못하도록 격분한 그는 할머님의 형편도, 신정촌의 구체적인 정세도 전혀 고려함이 없이 덤비고있었다. 자기가 려관에서 체험했던 그런 극단한 지경에 이른 권영벽을 본 정두철은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저놈들이 지금 경비를 얼마나 철통같이 하고있는지 아십니까. 그놈들도 다 타산이 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할머님을 위험에 빠뜨릴수 있습니다. 할머님을 구원하자면 시간과 장소를 잘 골라서 전투를 크게 벌려야 할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에 할머님을 구출하는것은 문제없다치고 그다음 놈들이 틀림없이 추격을 하겠는데 미리 부대에 알려서 할머님을 안전하게 모실 대책을 세워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영벽은 쭝해서 멍하니 정두철을 바라보았다. 피할수 없는 진실앞에 맞다들린 그 눈길에는 당황함과 함께 초조감때문에 당장 폭발점을 향하여 타들어가는 도화선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하고 인차 사그러졌다.

정두철은 고개를 숙이고말았다. 남달리 랭철한 리성을 가진 권영벽의 눈속에 펄펄 불타오르던 보복의 불길이 서서히 가라앉는것과 함께 그의 외모는 갑자기 겉늙어버렸으며 눈에는 불타다남은 재티만 날리는것 같았다.

잠시 우두커니 서있던 권영벽은 마치 된타격을 받은 사람처럼 두어걸음 비틀거리더니 길가의 누렇게 황이 든 풀밭에 펄썩 주저앉아버렸다. 으드득하고 어금이를 깨무는 소리가 났다.

부러진듯이 깊숙이 숙이고있던 머리를 쳐들었을 때 거기에는 벌써 전날의 침착하고 랭철하고 명민한 권영벽의 엄격한 눈이 찬찬히 이쪽을 바라보고있었다.

《물론 사령부에 보고를 한 다음에 행동해야지. 우리는 오끼기관의 내막을 알아보라는 지시도 받았으니까··· 우리가 놈들의 <토벌>계획에 대처해서 세운 안도 보고해야지. 신정촌같은 큰 거리를 치는 전투를 사령관동지의 결론없이 진행할수는 없소. 그리고···》

권영벽은 다시금 괴롭게 갈리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말하였다.

《지금형편에서 내가 박덕산동무에게 기별을 보내는것이 옳을것 같소.》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던 권영벽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멀리 보이는 신정촌을 향해 다시금 걸음을 떼놓았다. 정두철은 은근히 애가 나서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권영벽은 어줍게 그를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나를 그냥 놔두오. 우리가 변변치 못해서 조모님께 말 못할 고생을 시켜드렸는데 속수무책으로 앉아있는 나를 더 매질하고싶소. 조모님을 당장 뵙지는 못해도 한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가보고싶소. 그래서 내가 얼마나 혁명을 떨떨하게 하고있는가를 내 골수에 새겨넣겠단말이요.》

권영벽은 신정촌뒤에 잇달린 산발을 타고 재게 걸어가고있었다. 살을 저미는것 같은 권영벽의 말에 정두철이도 부러진듯이 목을 숙이고 뒤를 따라 걸었다.

오래지 않아 버덩에 자리잡고있는 신정촌이 저만치 내려다보이였다.

눈에 띄는것은 그것뿐이였다. 산우에서는 사람의 형체는 물론 집도 크기나 알릴 정도이지 형체는 가려볼수 없었다. 조모님께서 계신다는 《압강루》려관을 찾아보자고 아무리 살펴보아야 허사였다. 산등으로 엇비듬히 에돌아서 좀더 거리에 바투 접근하면 려관을 빤히 바라볼수 있는 등성이에 나설수 있겠지만 그만큼 그쪽은 놈들의 경계가 심한곳이였다.

권영벽은 으스러지게 주먹을 틀어쥐고 살을 떨었다. 너무나 가슴이 버그러지는것 같고 숨이 막혀와서 고개를 젖히니 음산하게 흐린 하늘이 펼쳐졌다. 그 하늘에 평생을 두고 잊을수 없는 정경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놈들에게 화형을 당하는것을 보고 비분에 살을 떨며 가슴에 품은 권총을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돌아서던 일, 그 소식을 보고받으신 장군님께서 천둥같은 분노를 터뜨리시며 대규모적인 보복전을 벌리도록 하시여 자기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주시던 일이 방금 눈앞에서 벌어지고있는듯이 생동하게 떠올랐다.

권영벽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졌다.

《토론을 더 구체적으로 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은 지하조직을 총동원하여 놈들이 조모님을 련행하여다니는 전과정을 장악하고 감시하는것이요. 이제 사령부에서 명령이 떨어지면 지체없이 적들을 찾아내여 섬멸할수 있도록···》

권영벽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하며 구정촌쪽을 향하여 무거운 걸음을 옮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