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못할 겨울-제1편 9


 

제 1 편

9

 

당회의가 끝난 사령부귀틀집은 깊은 정적속에 잠기였다. 창문가에 비치는 해빛이 한결 선명해보이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유난히도 똑똑하게 울리였다.

그 정적을 깨치기 저어하시듯 사령관동지께서는 기척이 없이 걸음을 옮기시며 귀틀집안을 사선으로 천천히 거니시였다.

회의가 끝나고 모임참가자들이 다 헤쳐져갔지만 장군님께서는 회의때 느끼셨던 충격이 거듭거듭 되살아나시였다.

(김주현동무가 설마하니 그처럼 경솔할수 있는가?)

회의에서는 김주현이 중평금광을 습격하기로 한 동기며 국내정치공작을 소홀히 대한 사상적근원이 대체로 밝혀졌으나 그이께서는 아직도 사실을 믿기 어려우시였다. 회의는 예정했던대로 조선인민혁명군 지휘원 및 병사대회의 과업집행정형을 토론하였으며 한달동안 거둔 각 부대의 빛나는 전과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총화하였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토론에서 기관총소대장이 앞으로 대규모적인 전투를 예견하고 파묻었던 박격포들을 파내여 손질하더라는 말이 나와서 그 시비를 캐다가 결국 군사모험주의적경향이 비판되였다. 그뒤끝에 김주현이 인솔한 소부대의 국내공작정형에 대한 론의가 시작되고보니 회의는 더한층 심각한 사상투쟁으로 변해서 시간가는줄 모르게 되였다.

회의참가자들은 김주현에게 동무가 말하는 정세변화란 무엇을 념두에 둔것인가, 그리고 초수탄군정간부회의에서 채택된 광범한 국내인민들을 구국항전에 일떠세워야 한다는 우리 혁명의 기본방침에 대한 립장은 무엇인가 밝히라고 따졌으며 김주현의 자의적행동은 결국 중일전쟁을 속전속결하겠다는 일제침략자들의 기만적인 위협에 사상적으로 발을 맞춘 경향이라고 엄중히 비판하였다.

회의참가자들은 한결같이 김주현의 사상적탈선은 우리 혁명대오에서 나타난 비상사건이라고 규탄하면서 련대장직에서 철직시키고 당적제재를 가하자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워낙 말이 류창하지 못한 김주현은 동무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의 말을 듣자 어리벙벙해서 자기비판도 똑똑히 하지 못했다.

《저는 정세가 급속히 변하는것을 목격하자 국내에 장기적으로 틀어앉아서 공작한다는것이 정세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기의 사상적근거를 깊이 파헤치지 못하고 사건당시의 심정을 소박하게 곱씹을뿐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김주현의 당황한 표정과 답답한 이야기를 상기하시자 마음이 무거우시였다.

그렇게도 바라시던 일은 랑패되고 그처럼 아끼고 사랑하시던 김주현은 더는 련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나갈수 없게 되였다.

이것을 생각하시는 그이의 안색에는 전에없이 침침한 그늘이 깃들고 때때로 출입문쪽으로 돌리는 안광에는 고뇌의 빛이 확연하게 어리여있었다. 한참후에 장군님께서는 출입문앞에 머리를 숙이고 서있는 박덕산을 띄여보시고 조용히 물으시였다.

《무슨 할 말이 있는게 아니요?》

박덕산은 고개를 들고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는 회의가 끝난 다음 꼭 장군님께 한가지 소청을 드리고싶은것이 있었다. 그래서 모임참가자들이 다 돌아간 다음에도 홀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이의 안색을 보니 언뜻 말씀드리게 되지 않았다.

그는 장군님의 괴로우신 심중을 건드리는것이 죄송스러워 우선 실무적인것부터 말씀드리였다.

《김주현동무는 4중대에 가있게 하고 오중흡동무에게는 그를 잘 돌봐주라고 따로 과업을 주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알겠다는 뜻으로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리고 잠시동안 박덕산의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시다가 창문가에 서시여 밖에 서있는 이깔나무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여전히 귀틀집에는 정적이 무겁게 드리워졌다.

박덕산은 최근 몇해사이에 그이를 가까이 모시고 다니면서 이렇듯 괴로움을 겪으시는 사령관동지의 모습을 처음 대하게 되여 어쩌면 좋을지 그저 눈앞이 캄캄하고 속이 타들었다. 어떻게 그이를 위로해드리며 어떻게 마음을 풀어드려야 하겠는가. 이제와서 김주현만 탓할것이 못되였다. 그것이 어찌 그 한 동무의 과오겠는가. 가까운 전우인 자기가 김주현을 그렇게 만든것만 같은 자책감이 가슴을 아프게 눌렀다.

박덕산은 구붓하게 숙이였던 실한 어깨를 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령관동지, 한가지 말씀드려도 좋겠습니까?》

박덕산은 이런 때 장군님께 부진부진 자기의 소청을 말씀드린다는것이 부질없는짓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시간을 넘길수 없었다. 그는 한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사령관동지, 올해 겨울 우리에게는 많은 일들이 제기되고있습니다. 일제침략군으로 하여금 중일전선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배후교란작전을 크게 벌려야 하고 북부조선에서 지하정치사업을 활발하게 벌려야 합니다. 또한 인민혁명군을 정치, 군사적으로 교육교양할 과업들이 나서고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지휘원들이 모두 넓은 지역에 헤여져있고 주력부대에는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다 근간에 대오가 급속히 확대되여 입대한지 한해도 되나마나한 동무들이 분대나 소대 지어는 중대까지 맡아보아야 할 형편입니다.》

장군님께서 다 아시는 형편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꼽아나가는 박덕산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였다.

장군님께서는 박덕산이 종일토록 회의에서 토론한 내용을 구구히 말하는 심정을 짐작하시였으나 무거운 기색은 조금도 풀리지 않으시였다.

하긴 박덕산은 우리 대오내의 형편과 혁명의 전반실정을 자세히 알고있다.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은 곧 자기가 떠메야 한다는 자각을 품고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근심이 많을것이고 특히는 지휘원들이 적은데 대하여 사령부에서 애로를 느끼고있다는것을 잘 알것이다. 그러니 그가 제기하려는 의견이 무엇인가에 대해 짐작하지 못할것은 없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그냥 입을 다물고계시였다.

박덕산은 장군님께서 아무런 호응도 없으시자 그토록 가슴조이며 망설이던 말을 마침내 털어놓았다.

《사령관동지, 김주현동무의 사상적과오는 용서할수 없이 엄중합니다. 아마 김주현동무도 자기가 그처럼 엄중한 결과를 빚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것입니다. 제가 그 동무를 잘 압니다만 이번 기회에 꼭 교훈을 삼고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것입니다. 저의 의견은···》

뜨겁고도 절절하던 박덕산의 말은 중단되고말았다. 박덕산은 장군님께서 엄숙한 기색으로 자기를 바라보시는것을 감촉한것이였다. 미처 자기의 의견을 다 말씀올리지 못한채 박덕산은 고개를 떨구고말았다.

장군님께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못들으신듯 변함없는 표정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방안에는 잠시 가슴조이는 침묵이 흘러가고있었다.

《그 동무의 과오는 엄중하오!》

이윽고 장군님께서는 목갈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러나 박덕산의 뜨거운 심정을 느끼신 그이께서는 인민혁명군의 내부형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할만 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시였다.

방금 날카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회의뒤끝에 누구나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그러고보면 언제 보나 듬직하고 대바른 그가 더욱더 미더우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주현이가 지금 이런 좋은 동지들속에 있다는것을 알고있다면 더구나 자기 과오에 대해 안타까와하리라고 생각하시였다.

돌처럼 굳어져있는 박덕산의 옆모습을 보신 장군님께서는 부드러워진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덕산동무, 우리가 주현동무를 알게 된것이 어느때였소?》

박덕산은 가위에 눌렸다가 풀린 사람처럼 어둡던 얼굴에 화색을 띠였다.

《유격대초창기부터였습니다. 그때 김주현동무가 단신으로 적병영을 습격하여 보총 세자루를 걷어메고 와서 소문을 내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묵묵히 거니시였다. 박덕산의 말이 옳았다. 그때부터 김주현은 생명을 걸고 용감히 싸웠으며 언제나 혁명의 요구에 충실하였고 명령집행에도 성실했다. 근거지에서 인민혁명정부로선을 관철하고 반《민생단》투쟁의 좌경적편향을 바로잡는 일에서도 김주현은 심장을 내대고 투쟁하였으며 우리 혁명이 반제통일전선로선을 내놓았을 때는 선참으로 반일부대에 들어갔었다.

장군님께서는 동강회의이후 그에게 백두산에로의 행군길을 개척하고 새로운 형태의 근거지를 꾸릴데 대한 과업을 주시던 일을 조용히 회상하시였다. 압록강연안의 주민들속에서 정치사업을 벌리고 혁명조직을 내오기 위한 투쟁에서 김주현이 벌린 눈부신 활약과 보천보전투승리에 기여한 그의 공적이 하나하나 떠오르시였다.

간고하고 시련에 찬 혁명의 한길에서 그가 흘린 피와 땀은 그 얼마며 흘린 눈물은 또 얼마겠는가. 그는 자기의 모든것을 혁명에 바친 충직한 혁명가였다. 장군님께서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를 생각하시였고 누구보다 그를 아끼고 사랑하시였다. 중대장, 련대장으로 성장하면서 그가 해놓은 가지가지 일들을 더듬어가시려니 홍두산밀영에서 뜻밖에도 국수를 맛있게 드시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그때 김주현은 국수를 즐겨하시는 장군님을 위하여 그 천고의 밀림속에서 국수분틀을 만들어놓고 어데선가 구해온 녹말로 국수를 눌렀다.

《김주현동무덕분에 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었소.》 하고 말씀하시자 김주현의 눈에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 핑 어리던 일을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잊을수 없으시였다. 피로 물든 투쟁의 로정속에서 더듬어낸 회상들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고 목이 메이게 하였다.

고개를 깊이 수그리고 서있는 박덕산의 가슴은 쓰리였다. 그는 장군님께서 김주현을 변함없이 뜨겁게 사랑하고계신다는것을 느낄수록 혁명에 큰 손실을 끼쳐 그이를 그처럼 괴롭게 해드린 친구의 일이 참을수 없이 안타깝고 죄송스러웠다.

장군님께서는 박덕산의 괴로와하는 모습을 이윽히 지켜보시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시고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덕산동무가 말하자고 하는것은 김주현동무에게 당책벌만 주고 련대장사업은 그냥 시키자는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어려운 정세하에서 주현동무처럼 경험있고 능력있는 지휘원을 떼버리면 아름찬 혁명과업을 누가 걸머지겠는가, 당적제재는 가한것만큼 그만해도 자기를 뉘우치고 개조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거겠지?》

《그렇습니다.》

박덕산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면 나도 좋겠소!》

장군님께서는 다시 방안을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창문쪽으로 걸어가셨다가는 다시 출입문쪽으로 오시였으며 출입문에서 다시 창문쪽으로 걸어가시였다.

박덕산은 이 순간에 김주현의 운명이 결정되기라도 하는듯 숨소리를 죽이고 꼼짝없이 서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이윽고 걸음을 멈추시고 박덕산을 향해 말씀하시였다.

《그러나 문제는 김주현동무의 현재 준비정도를 가지고는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의 련대장책임을 감당할수 없다는데 있소. 나는 많은 동무들이 김주현동무를 련대장직에서 철직시키자고 한 의견을 지지하오. 그대로 집행하시오. 동무가 책임지고 무기를 회수하고 4중대가 아니라 새로 조직된 8련대의 마선제동무네 중대에 작식대원으로 배치하시오.》

장군님께서는 잠시 사이를 두시였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김주현동무의 과오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져야 하오.

방금 회의에서 많은 동무들이 김주현동무에게 사령부의 명령을 위반한데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했소. 물론 그 비판은 그른데가 없소. 그러나 김주현동무의 이번 과오는 사상적으로 우리 혁명의 근본원칙, 근본립장을 떠난 행동이라는데 문제가 있소.

김주현동무는 중일전쟁이 곧 끝장날것이라고 보면서 장기적인 지하정치사업은 이미 필요없는것으로 생각했소. 지금 우리 대내에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동무들이 더러 있소. 대내에 이러한 사상적편향이 나타날수 있는 원인은 급변하는 정세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주로는 우리 인민혁명군 지휘원, 병사들이 특히는 김주현동무 같은 책임적인 지휘원이 조선혁명의 근본원칙으로 철저히 무장하지 못한데 있소. 자기 나라 인민의 힘을 믿고 자체의 힘으로 자기 나라 혁명을 책임적으로 끝까지 수행하려는 조선공산주의자들의 근본립장을 자기의 혁명적신념으로 간직하지 못하고있는 동무가 어떻게 련대를 지휘한단말이요. 정세가 준엄하면 준엄할수록 혁명적신념문제는 더욱 첨예하게 되는거요. 그것은 이번에 김주현동무가 범한 과오자체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있소.》

장군님의 분석과 판단은 투철하고도 예리하였다. 박덕산은 김주현의 과오가 엄중하다고는 생각하면서도 과오의 본질을 이처럼 폭넓고 깊이있게 분석해보지 못했던것이다.

《이러한 사상적오유가 김주현동무 한사람에게 한한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을것이요.

덕산동무, 우리는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일제침략자들의 반혁명적공세가 극도로 강화되자 인민혁명군대원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교육교양하는 사업을 지체없이 본격적으로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소. 그래서 8월에 있은 조선인민혁명군 지휘원 및 병사대회에서 이 문제를 중요하게 내세웠소. 그후 정세는 급속히 돌변하고 우리가 수행하여야 할 군사적과제는 전례없이 방대해졌소. 그러나 이제 더는 인민혁명군대원들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적으로 교육교양하기 위한 사업을 뒤로 미룰수 없소. 내 그래서 오중흡동무에게 일정하게 준비도 시켰지만 빠른 시일내에 우리 인민혁명군 지휘원, 병사들을 우리 혁명의 근본원칙과 전략전술적방침으로 무장시켜 그들에게 혁명적신념을 키워주기 위한 군정학습을 벌려야 하겠소. 지금은 무엇보다도 그 준비를 다그치는것이 중요하오.》

사령관동지의 안광에는 단호한 결심이 어려있었다.

박덕산은 그이의 말씀을 마음속으로 되새겨보았다. 이번 회의에서 군정학습을 벌려야 하겠다는 문제가 중요하게 론의되였지만 그것을 당장 수행해야 할 선차적인 과업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지금과 같이 복잡다단한 시기에 학습을 혁명사업의 가장 급하고 선차적인 문제로 제기한다는것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장군님께서는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련대장인 김주현동무는 응당 우리 혁명의 주객관적인 실태를 똑똑히 알고 어떤 바람이 불어도 억세게 우리 혁명의 근본원칙을 고수해야 할것이였소.

비판도 강하게 했고 말도 많이 했지만 김주현동무가 왜 과오를 범하게 되였는가. 그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조선혁명의 근본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혁명적신념이 흔들린데 있소.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김주현동무가 우리 혁명의 근본원칙을 자기의 신념으로 만들기 위해 허심하게 배워야 한다는것이 명백하지 않소. 그런데 덕산동무는 무엇을 주저하는거요? 김주현동무는 이런 복잡한 정세속에서는 련대를 지휘할수 없소.》

장군님의 음성은 단호하시였다. 잔잔하던 밖에서 바람이 일어 창문가의 이깔나무가 우수수 설레이고 출입문이 덜커덕덜커덕 소리를 내였다. 장군님께서는 무거운 걸음으로 박덕산의 앞으로 다가서시였다. 그리고 그의 어둡고 침침한 얼굴을 들여다보시며 어깨우에 손을 얹으시였다.

《나도 지금 생각하면 후회되는 점이 많소.》

그이의 음성은 다시 조용하고 따뜻하게 울리였다.

《김주현동무를 우리가 너무 믿었소. 그 동무한테 주관주의적인 경향이 있고 경솔한데가 있었는데 그때그때 따끔하게 충고를 주지 못했단말이요. 그 동무가 장철구동무를 사령부작식대에서 후방밀영으로 조동시켜버린 일이 생각나오? <민생단>보따리를 방금 불태워버린 직후인데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였던거요. 지금 생각하니 그때 벌써 우리 혁명의 근본립장에 서서 크고작은 문제를 재여보는것이 아니라 일을 즉흥적으로 해치우는 싹이 있었던것인데 그것을 뚝 잡아떼지 못했단말이요. 그러다나니 그 뿌리가 자라서 이번에는 더 큰 과오를 범했거던. 물론 그때도 알아들을만큼 비판은 해주었지만 병에 비해서는 처방이 너무 뜨뜨미지근했소.》

박덕산은 괴로움에 못이겨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괴로와하는 모습을 보신 장군님께서는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시였다.

《너무 걱정 마오. 대원들과 함께 살면서 사상도 정돈하고 사업방법과 사업작풍도 바로잡는것이 좋소. 김주현동무가 책벌을 받았다고 딴 사람이 되겠소.》

박덕산은 그만 울음이 터지는것을 꿀꺽 삼키였다. 출입문쪽에서 인기척이 났던것이다.

이윽하여 장철구가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서 장군님께 식사시간임을 알려드리였다. 그는 사령부를 따라온다는것이 늦어져서 어제야 여기에 도착한것이였다. 장철구는 장군님께서 전혀 응답이 안계시고 창문가에 도로 눈길을 주시자 박덕산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귀속말을 하였다.

《정치위원동지, 장군님께서 점심식사도 안하시였는데 저녁도 안드시면···》

그제서야 박덕산은 정신을 차렸다. 사령부당위원회가 점심식사후에 진행되였는데 그때까지 장군님께서 식사를 안하시고 회의에 참가하신줄은 전혀 몰랐던것이다. 김주현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면서 누구보다 가깝다고 자처해온 자기는 그래도 밥술을 들지 않았던가!

박덕산은 심한 자책과 가슴아픈 뉘우침으로 입술을 지그시 깨문채 서있었다.

장철구는 잠시 머뭇거리며 박덕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장군님, 오중흡중대장이 노루를 잡았다고 뒤다리를 하나 가져온걸 끓였습니다.》

《노루를 잡았습니까? 잘됐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간신히 장철구에게 웃음을 지어보이시였으나 곧 안색이 어두워지시였다.

장철구는 식사시간을 알려드릴 때마다 웃으시는 얼굴로 대해주시던 장군님께서 오늘만은 안색이 어두운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경위중대동무들은 노루고기맛을 보았습니까?》

장군님께서 다시 물으시였다. 이번 물으심은 늘 하시는 물으심이였으므로 장철구는 스스럼없이 대답을 올리였다.

《예, 노루고기국을 모두 들었습니다.》

《잘했습니다. 인차 가보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장철구가 나가자 길게 한숨을 내쉬시였다.

언제나 장군님께서 김주현과 때식을 같이 나누시며 즐겁게 담소하군 하시던 모습을 상기한 박덕산은 가슴이 터지는것 같아 《사령관동지···》 하고 속으로 되뇌이며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그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한가득 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