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겨울-제1편 11


 

제 1 편

11

 

오중흡은 사령부의 책상우에 펼쳐진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가슴을 들먹거리고있었다. 톱과 도끼를 준비할데 대한 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은 이후 그것이 어떤 일에 쓰일것인지 몰라 은근히 마음을 써온 그는 오늘에야 중대의 행군로정을 지도에서 익히게 된것이였다. 복잡한 등고선들을 더듬어가며 행군길을 그려보고있는 오중흡의 머리속에는 벌써 사령부의 새로운 의도들이 언뜻언뜻 스쳐지나군 하였다. 저편 벽쪽 통나무의자에 앉으시여 박덕산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시던 사령관동지께서는 한참후에야 오중흡을 부르시였다. 오중흡은 지도에서 허리를 펴고 언제나 그러하듯이 어떤 임무도 수행할 준비가 되여있다는 자세로 곧바로 섰다.

《지도에서 지형을 익혔으면 곧 출발하시오. 내가 생각하건대 주력부대의 밀영으로는 마당거우의 불섬주변이 제일 합당할것 같은데 현지를 확인해보고 자체로 결정하시오. 숙영은 장기적이 될수 있는것만큼 그에 필요한 후방물자들도 마련하여 비밀리에 옮겨놓으시오. 어려운 과업이요. 그러나 다른 사람은 없소. 동무네 중대가 혼자서 이 중대한 임무를 다 맡아서 수행해야 하겠소.》

사령관동지께서는 근간에 매우 지친것 같은 오중흡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비록 축은 갔지만 오중흡의 모습은 언제나와 같이 신심과 열정에 넘쳐있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수행해야 할 과업이 너무나 중대하다보니 불안한 감도 없지 않으시였다.

《오래동안 부대를 떠나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겠는데 부탁할것은 없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어딘가 미진한 구석이 남아있지 않을가 걱정되시여 찬찬히 오중흡을 살펴보시며 물으시였다.

《없습니다. 그런데 사령부에···》

오중흡은 말을 얼버무리면서 박덕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에는 무엇인가 부탁하는듯 한 빛이 어리여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오중흡의 심중을 헤아리시고 그의 손을 잡아주며 말씀하시였다.

《뒤일은 걱정 마오. 자 그럼, 수고하겠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오중흡이가 힘찬 보고를 올리고 돌아서서 멀리 숲속 저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출입문밖에서 지켜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숲속으로 사라지는 오중흡의 탐탁한 체격과 활달한 걸음새를 지켜보시면서 웅글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오중흡동무는 반드시 이번 임무도 훌륭히 수행할것이요!》

박덕산도 묵묵히 오중흡의 뒤모습을 간절한 눈길로 바래였다.

장군님께서 그처럼 큰 의의를 부여하신 임무인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때문에 입이 가볍게 벌려지지 않았다.

이윽고 오중흡의 모습이 숲속에 아주 사라져버리자 장군님께서는 귀틀집밖으로 나서시며 말씀하시였다.

《재봉대에 얼핏 다녀오겠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이어 박덕산에게 무엇인가 더 말씀하시려다가 그만두시고 그대로 재봉대를 향하여 떠나시였다. 전령병이 그이의 뒤를 따랐다. 따뜻한 해빛이 거침없이 쏟아져내렸다. 산길에는 속새풀이 소연하게 설렁거리고 떡잎들이 향방없이 흩날리고있었다.

김윤화가 그사이 남편을 만나보기나 했는지··· 래일이나 모래는 부대가 밀영을 떠나게 된다. 후방일군들은 며칠동안 남아서 뒤일을 수습한 다음 양목정자후방밀영으로 더욱 깊숙이 옮겨가야 하는데 김주현의 가족은 어떻게 할것인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때문에 사령관동지의 걸음은 자연 더디여졌다. 전령병은 그이의 뒤를 다소곳이 따르다가도 갑갑한듯 앞장에 서서 숲을 헤치기도 하고 새를 겨누어 돌팔매질도 하면서 좀처럼 자신을 진정하지 못해하였다.

이깔나무숲사이로 재봉대의 귀틀집 동기와지붕이 들여다보이자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시였다. 병실에서 재봉기소리가 울려나오고있었기때문이다. 간신히 들릴가말가 하는 그 재봉기소리는 어쩐지 고르롭지 못한듯 하였다.

이때 김윤화는 재봉기앞에 앉아서 군복을 짓다남은 자투리로 장철구가 부탁한 자그마한 쌀주머니를 깁고있었다. 일전에 장철구는 쌀주머니가 하나 있기는 한데 통이 좁고 길죽한게 쓰기 불편하다고 하면서 아구리가 넓은 쌀주머니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던것이다. 그래서 자투리천들을 모아 쌀주머니를 만들고있었다.

재봉기를 마주하고 앉은 김윤화는 생각이 번거로왔다. 남편이 범한 과오와 책벌에 대한 소식도 가슴아픈것이였지만 그보다도 더 가슴저린것은 사령관동지께서 그일때문에 때식을 건느신다는 이야기를 장철구한테서 전해들은 다음부터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가. 김주현은 고집스러운데가 있는 사람이였다. 그것이 때때로 편협하고 근시안적이고 경솔하게 일을 처리하는 결과를 가져오군 하였다. 때문에 윤화도 충고를 주기를 그 몇번인지 모른다. 그는 김주현을 처음으로 사귀던 때를 잊을수 없었다. 1931년 추수투쟁때 윤화는 투쟁대렬의 선두에서 피흐르는 어깨를 부여잡고 적과 싸우는 한 청년을 알게 되였는데 그가 바로 김주현이였다. 그때 주현이는 군중을 선동하여 투쟁을 벌렸으나 달려드는 기마경찰을 막을 힘이 없었다. 군중이 밀리기 시작하자 주현이는 구호를 웨치며 기마경찰대와 정면으로 싸우다가 또다시 다리에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윤화가 달려가 그를 부축하자 그는 의식이 몽롱한 속에서도 자기는 대오에서 떨어지면 안된다고 윤화를 뿌리쳤다. 윤화는 적의 감시를 피하여 근 한달동안 그를 치료하고 돌보았다. 그후에도 윤화는 고집스러운 주현이때문에 종종 속을 썩이군 하였다.

그런데 오늘 남편은 뜻밖에도 엄중한 일을 저질렀다. 장군님의 신임을 저버리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걸 그가 잊었단말인가? 윤화는 생각할수록 남편이 안타까왔다.

간신히 돌아가던 재봉기소리가 문득 김빠진 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는 손을 멈추었다. 북실이 끊어진줄도 모르고 돌린것이였다. 그는 북을 뽑아서 실을 이어놓고 다시 재봉기를 돌리였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손이 굼떠지면서 마음이 안정되지를 않았다. 마당에서 마국화와 함께 뛰놀던 종철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귀틀집은 호젓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꺼졌다가 다시 간신히 이어지는 재봉기소리를 들으시며 귀틀집을 향하여 나지막한 둔덕을 내려서시였다. 앞에는 자그마한 실개천이 소리없이 흐르고있었다. 개버들이 쭉 깔린 실개천기슭에서 문득 아이의 맑고 챙챙한 웃음소리가 울리고 뒤이어 녀대원의 목소리가 섞여나왔다. 그이께서 실개천을 끼시고 얼마만큼 걸음을 옮기시였을 때 문득 허리를 치는 개버들밭에서 《장군님-》 하는 챙챙한 소리와 함께 어린아이의 까까머리가 불쑥 솟아났다.

《이게 누구냐, 우리 종철이구나.》

사령관동지께서는 날새처럼 달려오는 종철이를 품에 안으시려고 두팔을 벌리시였다. 바람처럼 달려오던 종철이는 장군님앞에 이르러 멈추어서더니 고개를 꾸벅하고 제법 인사를 하였다.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그이께서는 허허 웃으시며 종철의 목을 그러안으시였다. 그러시고 곱게 깎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시였다.

《그래 내가에서 뭘했니?》

《고기잡이를 했습니다.》

《그래, 고기가 잡히더냐?》

《고기는 못잡구 가재를 잡았어요.》

종철이는 호주머니에서 발을 버둥거리는 가재 한마리를 불쑥 꺼내들었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가재란것을 처음 보기라도 하시는듯 그것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시였다. 그러자 종철이는 어지간히 신이 나서 가재잡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괴춤에서 자그마한 나무권총을 꺼내들었다. 총구멍도 깊숙이 파고 먹칠까지 한 권총이였다.

《이건 누가 만들어주더냐?》

종철이는 장군님과 전령병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돌따서서 방금 자기가 달려온 숲쪽을 돌아다보았다.

《저··· 기관총수아저씬데···》

《기관총수가 한두사람이냐? 이름을 몰라?》

종철이는 난처해서 또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장군님께서는 그제야 종철이를 따라온 국화를 바라보시였다.

국화는 거수경례를 하고나서 황급히 변명했다.

《장군님, 저도 이름을 모릅니다. 나팔꼭지랑 가지고 다니는 동뭅니다.》

국화는 말도 채 끝맺지 못하고 종철이의 뒤에 다가서서 성난 얼굴로 그의 팔목을 살짝 꼬집었다.

장군님께서는 그것을 못본척 하시며 말씀하시였다.

《음, 안희창동무가 왔던 모양이군. 그 동무는 오빠와 함께 국내공작에 나갔던 동무요. 그러지 않아도 유명한 동무니까 이제 알게 되겠지.》

그이께서는 당황해하는 국화의 마음을 진정시켜주신 다음 나무권총을 종철에게 돌려주시였다.

《거 아주 신통하게 만들었다. 진짜 권총보다 더 멋이 있구나. 안희창동무가 원래 손재간이 좋은 동무요.》

장군님께서는 종철이를 끄당겨 옆에 끼여안으시였다. 종철이는 장군님의 몸을 부여안고 머리를 간댕거리며 좋아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종철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그의 가슴을 붙잡으시고 국화에게 말씀하시였다.

《유격대에서 오빠를 만나니 기쁘지? 사실 혁명의 길에 오누이가 함께 나선것은 쉽지 않는 일이요. 그래 어머니 생각은 나지 않소?》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얼굴이 붉게 상기된 마국화를 이윽히 바라보시다가 귀틀집쪽으로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어머니 생각이 나겠지. 그런 훌륭한 어머니는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하오. 자, 재봉대로 가봅시다. 동무들이 지은 군복구경도 하고 국화동무 바느질솜씨도 보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마국화와 종철이를 옆에 끼시고 재봉대로 향하시였다. 가늘게 울리던 재봉기소리는 가까이 갈수록 점점 야무진 소리를 고르롭게 울리고있었다. 뒤짐을 지시고 재봉기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그이의 안색은 다시금 흐려지시였다.

귀틀집으로 먼저 뛰여들어갔던 종철이의 뒤로 윤화가 서둘러 군복매무시를 손질하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예나 다름없이 침착하고 아련한 윤화의 모습을 대하시자 한결 마음이 놓이시였다. 다만 눈길에 정기가 없고 입술이 말라있는것이 그이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그런 내색은 비치지 않으시고 윤화의 안내를 받으시며 묵묵히 군복들을 살펴보시였다. 군복은 모두가 산뜻하고 깨끗하였으며 이번에 특히 군모가 잘 만들어진것이 흡족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그것이 티없는 윤화의 마음처럼 생각되시였다. 윤화는 그것들을 마련하느라고 종철이를 옆에 끼고 작식도 하고 재봉일도 하면서 밤을 밝혔을것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편이 책벌을 받았으니 그의 마음이 지금 얼마나 괴롭겠는가. 하지만 윤화는 그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안깐힘을 쓰고있다.

윤화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장군님의 안색을 살펴보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이 밀영에 오신지 며칠 되지 않는 사이에 눈에 알리게 신색이 축가시였다. 그것이 다 남편탓이라고 생각하니 윤화는 자기의 몸이 땅속으로 잦아드는것 같았다.

윤화는 머뭇거리다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장군님 제가 뵈올 면목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말씀하시였다.

《주현동무가 이번에 과오를 범했소. 큰 간부니까 그만큼 책임도 크게 졌지만 사람의 바탕이야 어데 가겠소. 너무 걱정하지 마오.》

《장군님, 저는 다 리해합니다. 그이가 다른데 있지 않고 장군님곁에 있고 장군님 보살피심을 받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다만 걱정스러운것은 그 일때문에 장군님께서··· 마음을 놓으십시오. 모든 유격대원들이 장군님을 바라보며 장군님께 의탁하고 싸우고있는데 장군님께서 식사도 드시지 않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시면 우린 더 괴롭습니다.》

윤화의 음성은 절절하게 울리였다.

장군님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러시며 뜨거운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윤화동무, 감사하오. 윤화동무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오.》

그이께서는 강의하고 꿋꿋한 윤화의 모습을 언뜻 쳐다보시였다. 어디에 저렇듯 강직한 성격이 튼튼히 배겨있는것인지··· 윤화를 또다시 새롭게 발견하는듯싶으시였다.

윤화는 불시에 눈시울이 화끈하여 고개를 숙였으나 이미 솟구치는 눈물을 막을수 없었다. 거친 볼을 타고 눈물은 방울방울 흘러 군복앞섶을 적시였다. 장군님의 사랑과 가르치심을 받으며 싸워오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다.

《그만하오. 종철이가 보겠소.》

장군님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거듭 당부하시였다.

《어서 주현동무한테 찾아가보오. 주현동무가 지금 제일 힘들어 할 땐데 이런 때 힘이 돼주어야 하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제 인차 짬을 내여···》

윤화는 흐느끼며 말끝을 마무리지 못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알만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시며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윤화는 장군님을 실개천너머까지 바래워드리였다. 썩 앞에서는 전령병이 종철이의 손목을 잡고 무슨 이야긴가 들려주며 걷고있었다. 윤화는 장군님과 헤여지는것이 가슴이 허전하여 견딜수가 없었지만 그런 내색은 내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였다.

이윽하여 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윤화동무, 이제 부대는 여기 밀영을 떠나게 되오. 재봉대는 양목정자후방밀영으로 옮겨야 할것 같소. 거기에 사령부비서처와 병원이 있게 되오. 그곳은 비교적 안전하오. 윤화동무, 어떻게 할가? 양목정자에 가겠소, 사령부경위중대를 따라다니는것이 좋겠소?》

장군님께서는 윤화의 심정을 참고하여 결심하려고 하시였다.

아이를 데린 윤화에게는 양목정자후방밀영으로 가는것이 훨씬 유리하겠지만 혹시 윤화가 남편을 자주 만날수 있는 주력부대와 함께 다니고싶어할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니나다를가, 윤화는 오래 생각해볼것도 없다는듯 자기의 소망을 말했다.

《장군님, 언제나 장군님가까이에 있고싶습니다. 주력부대와 함께 떠나게 해주십시오.》

그이께서는 한동안 망설이시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장군님은 대원들을 어디로 보낸다든가 혹은 몸가까이에 불러들이는 일이 장기쪽을 옮기는것처럼 쉽게 결심하게 되시지 않았다.

종철의 모자를 후방밀영에 보내는것이 옳을가 부대와 함께 있게 하는것이 옳을가 하고 망설이는 그이의 뇌리에는 은연중 대통령감의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이 그려졌다. 그 순간 장군님은 가슴이 뭉클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대답을 기다리는 윤화의 눈을 피하려는듯 깊은 추억속에 잠겨 가랑잎이 깔린 둔덕을 오르시였다.

지난 늦가을에도 장군님께서는 오늘 종철이문제를 두고 오래동안 망설이듯 대통령감을 어디에 어떻게 있게 해야 안전할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깊이 모색하시였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낮에 밤을 이어가며 치렬한 싸움을 벌리고있었다. 하루에도 두세차례씩 전투를 치르면서 날마다 수백리씩 기동해야 했다.

대통령감은 결사의 비상한 각오를 품고 부대를 따라다니였다. 잠시 틈이 생겨 남들이 잠에 노그라졌을 때도 대통령감은 쉬지 않고 수첩장이나 담배말지에 깨알처럼 글을 써놓군 했다. 주먹만 한 대통에서는 담배연기가 솟아오르고 찌르럭거리는 소리가 났으나 그는 흥이 나서 온몸을 흔들며 전투목격기를 써나갔다. 그러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제일 먼저 글쓴 종이부터 품에 쑤셔놓고 젊은이들과 함께 행군길에 올랐다. 하지만 나이는 역시 속일수 없었다. 그는 행군이 간고해지면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따라오군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를 후방밀영으로 보낼데 대하여 지시하였으나 대통령감은 그 전갈을 받을 때마다 사령부에 달려와 자기를 부대에서 떼내지 말아달라고 사정했다. 자기에게 우리 민족의 태동하는 넋과 불세출의 영웅명장 김일성장군님의 지인용겸비의 탁월한 모습을 목격할 기회를 빼앗는것은 결국 자기를 죽이는 처사로 여기겠다는것이였다.

그러는걸 장군님께서 뚝 떼서 서강가까이에 있는 안전한 후방밀영으로 보내시였다. 싸움은 더욱더 치렬해질것이 분명하고 이제는 그도 마지막기운까지 다 쏟아버린것이였다. 그후에 알아보니 대통령감은 후방밀영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집필도 하고 출판소사업도 하고있다고 했다.

올해는 벽두에 벌린 홍두산전투를 기하여 더욱더 싸움이 잦았다. 그외에도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할래, 신입대원들을 훈련할래, 그야말로 눈코뜰사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대통령감이 가있는 후방밀영에 적 《토벌대》들이 밀려간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장군님께서는 만사제페하고 진두에 서시여 대통령감이 있는 후방밀영으로 달려가시였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눈이 희뜩희뜩 남아있는 버드나무숲속에서는 매캐한 연기내가 풍겨나오고 이미 인적이 잠잠했다.

적들이 귀틀집을 말끔히 불사르고 부상자, 아이들을 죽이고 도망친 뒤였다.

성긴 버드나무사이에 누런 중절모를 쓰고 손에 대통을 틀어쥔 사람이 수염을 휘날리며 조용히 누워있었다.

《이게 웬일이요?》

장군님께서는 조용한 숲이 설레이도록 높은 음성으로 부르짖으시였다. 손목을 쥐여봐도 가슴을 만져봐도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가슴깊은곳에서 의연 용암이 작열하고있는듯 도고하게 높이 쳐든 그의 얼굴에서는 희끗희끗한 수염이 연기처럼 흩날리였다.

대통과 총창과 붓대, 가슴에 감춰진 크지 않은 목책, 대통령감에게는 숨결이 남아있는 한 잠시도 내놓지 않던 애용품들이며 누구한테도 양보하지 않던 무기들이였다. 그러나 이것을 대통령감은 더는 찾지 않았다.

(내가 왜 대통령감을 후방으로 보냈던가! 업고 다니든 부축하고 다니든 내옆에 두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수 있지 않았을가? 그가 이렇게 될걸 미리 알고있었기때문에 내곁에 있는것이 제일 안전하다도 말한게 아닐가?)

곡절많은 공산주의자, 나무랄데 없는 애국지사의 심장이 설마 아주 멎어버렸단 말인가!

대원들은 가슴을 울먹이며 눈에서 불꽃을 날리였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친근한 전우인 대통령감, 리동백동지가 영원히 돌아올수 없는 길을 갔다는것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흐느끼며 손수건을 꺼내여 누가 보아도 리동백이라는것을 똑똑히 알도록 그의 얼굴을 닦아준 다음 해빛이 잘 드는 봉긋한 언덕에 안장해주시였다.

지금도 그이의 눈앞에는 봉긋한 언덕우에 누런 중절모를 쓴 대통령감이 앉아서 흰연기를 뿜어올리고있는것을 보시는것 같았다.

(지금 그가 우리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겨우내 전군이 읽을 학습자료를 쓰고 드바쁜 강사노릇도 할것이다. 겨우내 조용한 곳에 앉아서 그토록 쓰고싶어하는 글을 실컷 쓸수 있었을걸!)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상실감을 느끼며 부지불식간에 긴 한숨을 내쉬시였다.

그이께서는 돌처럼 굳어져 자신의 표정만 살피고있는 윤화를 바라보시자 더 생각해보지 않고 성큼 대답부터 하시였다.

《그렇게 합시다. 좀 힘들수는 있겠지만 종철이가 아버지를 자주 볼수 있고 또 주현동무도 아들걱정을 안하겠으니 좋을수 있지.》

저쪽 이깔나무숲에 들어선 종철이가 챙챙한 목소리로 《장군님!》 하고 부르며 손을 흔들어보이였다. 장군님께서도 손을 드시는데 저것이 아직 자기 아버지를 못만났다는 생각이 나자 가슴이 아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