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3


 

제 7 장

3

 

그것은 꼭 사처에 떨어져살다가 무슨 대사가 있을 때마다 큰집에 모여와서 돌아가기 싫어하는 자식들의 심정과 같았다. 부대장들은 언제나 사령부에 오면 이런저런 구실을 대고 하루라도 사령관동지곁에 있고싶어하였다. 그들은 이번에도 장군님께 청을 드려 출발기일을 사흘이나 미루었다.

드디여 떠날 시각이 다가와 출발을 한밤 앞둔 날 저녁, 장군님께서 부대장들을 불러놓고 말씀하시였다.

《래일이면 모두들 부대로 돌아가야겠기에 동무들이 이번에 왔던길에 해결받을 문제들이 있으면 제기하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은 모두 잠잠히 앉아있었다. 한참후에 최춘국려단장이 일어나서 혁띠밑으로 군복자락을 당기며 잠시 갑자르다가 힘겹게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저··· 제가 한가지··· 말씀드리랍니까?》

《어서 말하오.》

《주력부대의 생신한 바람을 저희 부대에도 실어가고싶은데. 그들을··· 사령관동지, 사람을 좀 주십시오.》

그가 말씀올리기 힘들어하면서도 선수를 쓰는것을 보고 다른 부대장들이 잇달아 일어나서 신통히 같은 청을 드렸다.

《그만, 그만, 순서대로 해결받읍시다.》 하고 최춘국이 제지시키자고 들었으나 들은체도 않고 저마끔 손을 내밀었다. 마치 이런 때는 체면불구하고 욕심을 부려야 손해를 안본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장군님께서 걱정말라고 그들모두를 안심시켜서야 좌중이 진정되였다.

《다들 앉으시오. 그러지 않아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에 사령부에서는 각 부대들에 사람들을 새로 더 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라고 하시며 그이께서는 이미 와있는 조직과장더러 명단을 발표해주라고 이르시였다.

조직과장은 침착하게 명단을 짚어가며 주력부대에서 선발되여 다른 부대로 파견되는 성원들을 불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최춘국은 어리둥절하여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명단에 들어있는 성원들은 하나같이 주력부대의 유능한 초급지휘관들, 다년간 전화속에서 단련된 오랜 구대원들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날을 따라 더 엄혹해지는 군사정세에 대처하여 모든 부대들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몸소 주력부대에서 키운 우수한 전사들을 여러 부대에 새로 또 보내주기로 결심하시였다.

최춘국려단장은 영문을 깨닫자 머리를 저었다. 이번만은 좋은 사람을 준다고 해서 고스란히 받아갈수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우선 사령관동지를 직접 모시는 주력부대부터 강화할것을 정세는 요구하고있다. 무엇인가 오해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그는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저희들이 요구하는것은 그들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저 소년중대원들을···》

《누구를?》

장군님께서 잘못 듣기라도 하신듯 려단장을 바라보셨다.

《사령관동지, 우린 저애들을··· 소년중대원들을 부대로 좀 데려가고싶습니다.》

《그건 무슨 왕청같은 소리요?》

그런 제기만은 들어줄수 없다고 장군님께서는 첫마디에 거절하시였다.

그리나 최춘국은 본시 소힘줄같은 성미라 부접좋게 다시 일어났다.

《사령관동지, 이것은 저의 청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허 그래, 동무들이 우리 그애들한테 단단히 반한 모양이군.》

은근히 자랑하며 흐뭇해하시는 미소가 장군님의 얼굴에 어렸다.

《그들이 행동하는것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그런 꽃나이 대원들이 있으면 부대가 더 싱싱해질것 같습니다. 사령관동지, 댓명만 주십시오. 내 등에 업고다니겠습니다.》

업고다니겠다는 말이 자기들의 제기가 얼마나 간절한것인가를 적중히 표현했다고 생각되였던지 부대장들은 저마다 그렇게 하겠다고 웃었다. 그래도 장군님께서는 웃지 않으실뿐만아니라 짐짓 엄한 기색을 띠우시였다.

《려단장동무, 글쎄 그 제기만은 못들어주겠소. 동무네 좀 생각해보시오. 새도 날개가 다 자라야 둥지에서 날아갈수 있지 않소.》

그이께서 부대장들의 심정을 리해는 하면서도 전혀 들어주실 기색이 아닌것을 보고 최춘국은 더욱 검질기게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제 보기에는 날개가 다 자랐습니다. 제발 저희들의 소청을 들어주십시오.》

생떼에 가까운 려단장의 간청에 편승하여 여러 부대장들이 무가내로 소원을 열렬히 말씀드렸다. 예상치 못한 집요하고 간절한 청원에 장군님께서는 그만 당황해하시였다. 그애들을 하나라도 품에서 떼여놓는다는것은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였다.

《동무들, 그 문제는 따로 생각해봅시다.》

그이께서는 한본새로 조르는 부대장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선 여유를 두시며 눌러놓지 않으면 안되시였다. 부대장들은 그이의 말씀을 어떻게 들었는지 서로 돌아보며 벙긋 웃었다.

장군님께서는 전달장더러 강민이를 불러오게 하신 다음 좌중이 정숙해지기를 기다려 지휘관임명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임명은 뜻밖이였다. 그이께서는 경위려단(조선인민혁명군 지휘원 및 병사 대회직후 독립려단지휘성원들이 사령부에 제기하여 려단명칭을 이렇게 고쳤다.) 정치위원이 중상을 입어 장기치료를 하고있는 사정과 관련하여 강민을 려단정치위원으로 임명하시였던것이다. 최춘국은 입이 귀밑까지 돌아갈 지경이였다. 자기의 청원이 성취될 가망이 보이는데다가 장군님께서 직접 키우신 강민이를 부대정치위원으로 맞아들이게 된것이였다. 강민은 정신이 뗑하도록 얼떠름해졌고 부대장들은 웅성거리며 믿음에 보답하자고 중임을 맡은 그의 손을 잡았다.

지휘관임명이 끝나자 장군님께서 제기할것이 없으면 이만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최춘국려단장은 덤벼치면서 여러 부대장들과 같이 이미 제기한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고 상기시켜드렸다.

장군님께서는 이 끈덕진 성화에 그만 한손을 접으시며 소원이 정 그렇다면 고려해보자고 대답하시지 않을수 없었다.

부대장들은 반승낙을 받은것으로 알고 희색이 만면하여 숙소로 돌아갔다. 사령부에는 금방 려단정치위원으로 임명받은 강민이만 남아서 울먹하여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중책을 맡겨주시는 장군님의 믿음과 사랑을 생각하면 목이 메였고 수년세월 가까이 모신 그이곁을 떠날 생각을 하면 눈앞이 아찔하였다. 앞으로 자기가 그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낼수 있겠는지 걱정도 되였다.

장군님께서 강민의 복잡한 심정을 헤아리시고 옆에 와앉으며 이르시였다.

《너무 심란해 마오. 보내는 사람의 마음도 생각해줘야지. 난 앞으로 동무가 새로 맡은 중책을 능히 감당해내리라고 믿소.》

《사령관동지,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마음속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강민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금방 부대장들이 제기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고 의견을 물으시였다.

강민은 부대장들이 자기한테도 한 말이 있어 다문 몇명씩이라도 주지 않으면 돌아설 그들이 아님을 알고있었다. 최춘국은 누구를 데리고가겠다고 이름까지 찍었었다. 그중에는 준오도 들어있었다. 준오의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함께 싸운 옛 전우이니만큼 의리를 봐서도 자기가 준오를 데리고있어야겠다는것이였다. 강민은 이 모든것에 대하여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무거운 걸음으로 사령부안을 거니시는 장군님의 얼굴에 질정하기 어려워하시는 빛이 력연히 어렸다. 한참후에 그이께서는 몹시 서운해하고 아수해하면서 무척 힘들게 말씀하시였다.

《강민동무, 그럼 떠나기전에 한가지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주시오. 우리 그애들중에서 보내줄수 있는 대원들을 선발해보시오. 선발원칙은 중대에서 그중 튼튼하고 단련된 대원들을 뽑는것이요.》

강민은 사령부에서 돌아오자 7, 8련대 정치위원들과 협의하여 서른명의 명단을 작성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그 밤으로 명단을 하나하나 검토하시고나서 이르시였다.

《관식이는 빼라구. 멀리 내놓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지. 준오도 빼는것이 좋겠소. 몸이 아직 약한데 내놓고 마음을 놓겠소?》

《사령관동지··· 관식이는 빼겠습니다. 허지만 준오만은··· 최춘국려단장동무가 특별히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동무가 데리고가겠단 말이지.》

장군님께서는 강민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계시다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하시였다.

강민이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그다음 일이였다. 중대를 모아놓고 명단을 발표했을 때 명단에 든 대원들이 모두 못가겠다고 완강히 뻗치였다. 장군님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는것이다.

강민은 이번에 중대에서 일부 대원들을 선발하여 여러 부대들에 보내게 된 사연에 대하여 저저이 이야기하며 설복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동무들, 장군님께서는 우리 혁명군의 창건초기부터 직접 키우신 전사들을 모든 부대들에 보내주시였습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차례에 걸쳐 보내주시였습니다. 그들은 가서 그 모든 부대의 기둥이 되고 골간이 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 혁명군은 주력부대뿐만아니라 다른 모든 부대들도 강철의 대오로 되였습니다. 멀리에 가있어도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그이의 가르치심대로 살며 싸우면 그것이 바로 장군님을 잘 모시는것입니다.》

설복은 자정이 넘도록 계속되여 밤이 퍽 깊어서야 그들을 데리고 병실로 들어올수 있었다.

이 병실로 비서처에 가있던 준오의 큰아버지 리인묵이가 찾아왔다. 그는 준오가 선발되여 다른 부대로 가게 되였다는 말을 듣고 하루밤 조카옆에서 자고싶어하였다.

새날이 밝으면 먼길을 떠나게 될 대원들을 포근히 안아재우듯 이 밀영은 부드럽고 숙연한 정적에 잠겨있었다.

그러나 이 밤 강민은 잠들지 못하였다. 그옆에 큰아버지와 같이 나란히 누운 준오 역시 그랬다. 장군님곁을 떠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잠으로 보내고싶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이제 남은 시간을 무한정 늘이고만싶었다.

우등불이 이따금 불찌를 튕기는 소리도, 소슬한 바람에 락엽 구는 소리도 이 밤에는 의미없이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의 무심한 음향에까지 의의를 부여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바람이 잦아들자 락엽 구는 소리도 더는 들려오지 않고 주위의 모든것이 고요속에 꿈길을 더듬으며 잠드는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천상의 침묵같은 고요를 타고 조용히 옮기는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소리는 점점 가까와지더니 병실앞까지 와서 뚝 멎었다. 사이를 두고 문여는 소리가 들리였고 병실안으로 장군님께서 들어오시였다. 방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이께서 어둠속에 기척없이 서계시였다. 한참 지나서는 전지불로 잠든 얼굴들을 하나하나 비쳐보셨다. 그러시던 장군님께서 준오의 눈귀로 굴러내리는 눈물방울을 보고 시름겨운 음성으로 걱정을 하시였다.

《이애, 너 왜 아직 안자느냐?》

떠나보내기전에 자기들이 잠자는 모습을 한번 더 보고싶어 장군님께서 이렇게 조용히 오시였다는 생각을 하니 준오는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자거라. 먼길을 가자면 푹 자야 한다.》

그이께서는 나직이 이르시고 얼마간 더 서계시다가 병실에서 나가시였다.

주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얼마후에 귀에 익은 발걸음소리가 다시 또 들려왔다. 그 걸음소리는 차츰 가까와지더니 이번에는 병실앞을 지나갔다.

소리를 안내려고 천천히, 조용히 옮기는 걸음이지만 준오는 신발밑에 삭정이 밟히는 소리마저 가려들었다. 발걸음소리는 되돌아서서 병실앞을 지나 사령부쪽으로 멀어졌다가 다시금 가까와지더니 우등불옆에서 멎었다. 그런 다음은 걸음 옮기는 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준오는 지금 장군님께서 우등불옆에 그냥 서계신다고 생각하니 누워있을수가 없었다. 어쩐지 자기 얼굴에서 눈물방울을 보시고 마음이 안놓여 그러시는것만 같았다. 장군님께서마음을 놓으시도록 떠날 준비가 되였다고 말씀올리고싶었다.

준오는 종시 더 누워있지 못하고 일어나 인적없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옆에 누웠던 동무들도 같이 일어나 하나둘 소리없이 따라나왔다. 그들도 이때까지 자는체하였지만 실은 자지 않고 발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던것이다.

잠시후에는 중대에서 선발되여 다른 부대로 가게 된 대원들이 전부 나와 어둑한 병실앞에 서있었다.

그들뿐이 아니였다. 준오옆에서 잠못들고있던 리인묵이도 강민이와 같이 따라나왔다. 우등불옆에 앉아 생각에 잠겨계시는 장군님의 옆모습이 리인묵의 눈에 바라보였다. 준오가 동무들과 같이 한걸음한걸음 그이곁으로 다가갔다.

준오의 발밑에서 삭정이가 《딱―》 하고 부러졌다.

장군님께서 돌아다보시였다.

《동무들은 왜 자지 않고 나왔소?》

대답없이 모두 주춤 서버렸다.

《동무들이 아직 떠날 결심이 서지 못한게 아니요?》 하고 장군님께서 준오를 쳐다보시였다. 준오는 잠자코 있다가 울먹이며 말씀드렸다.

《장군님, 우린··· 준비가 되였습니다. 어서 들어가 주무십시오.》

《장군님, 주무십시오!》

나와선 대원들이 하나같이 말씀드릴 때 경위중대장도 어느새 이들뒤에 나와 울먹하여 서있었다. 그는 준오가 고마왔다. 사령부의 꺼질줄 모르는 등불을 볼적마다 지휘관들이 힘들게 올리군 하던 말씀을 이 밤에는 준오가 대신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준오의 울음섞인 소청을 받자 그만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득 격정이 차올라 후더워지는 가슴을 안고 우등불주위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밀림은 푸른 꿈을 싣고 태고의 정적속에 잠들고 밤안개는 달빛에 녹아 숲언저리를 천천히 헤염쳐갔다. 어쩐지 그 흐름을 타고 이 밤 장군님의 눈앞으로는 멀리 흘러가버린 일들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되살아올랐다.

나라를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으리라 굳은 맹세를 다지며 열네살때 건느신 압록강나루,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두자루의 권총으로 조선혁명의 첫 총성을 울리던 안도의 숲속···

모든것이 눈앞에 선하시였다. 추억은 모질어 돌이켜보면 가슴에 아프게 마치는 사연도 많은 장군님이시였다. 그중에서도 한품에 안아키운 전우의 자식들을 눈앞에 보는 지금 삼삼히 밟혀오는것은 두 동생의 얼굴이였다. 인제는 철주마저 혁명의 길에 쓰러지고 없는데 막내동생은 어디 가서 헤매이는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직 고향집에 앉아계실가? 언제면 이 몸이 조국광복을 안고나가 조부모님의 슬하에 뵈올가···

장군님의 눈앞으로는 고향을 떠나온 후 십여년세월이 폭풍처럼 안겨오시였다. 자국자국에 피가 어리고 력사가 새겨진 행로였다. 그 길우에 수천수만의 열혈청년들이 무쇠쪽같은 의지를 벼리며 투사의 대렬에 들어섰다.

가슴아픈 희생도 있었다. 저 봉석이 아버지도, 저 준오와 인수의 아버지도 다 그런 사람들중의 한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저렇게 자라 혁명의 품에 안겨있지 않는가···

그이의 끝없는 생각처럼 끝없이 펼쳐진 천리수해는 추억의 날개밑에 잠들줄 모르고 설레이였다.

이윽고 장군님께서 준오앞에 걸음을 멈추시였다. 준오의 손을 잡으시였다. 어서 들어가 주무시라고 간절히 말씀올린 그들모두를 축축히 젖어드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고맙다. 너희들은 다 자랐다. 난 너희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겠다. 너희들은 어디 가나 너희들과 같은 수백만 조선의 어린이들이 지금 암흑속에서 헤매고있다는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헐벗고 굶주리며 배움의 길을 잃고 불쌍하게 자라는 조선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난 잠이 오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혁명을 하느냐, 짓밟히고 허덕이는 그애들과 그 부모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여 복받으며 살게 될 그날을 위해 혁명을 하는게 아니냐. 밝은 미래를 보자고, 조선의 모든 어린이들이 부러운것 없이 온 나라가 웃는것을 보자고 혁명을 하는것이 아니냐, 어린이들이 웃어야 세상이 밝다.》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아득히 먼 하늘, 조국의 검푸른 하늘을 바라보셨다. 그 하늘에 어린이들이 웃어 온 나라가 밝은 조국의 래일이 비껴있는것 같았다. 강민이도, 경위중대장도, 준오와 리인묵이도 숭엄한 생각에 잠겨 조국의 하늘을 바라보는데 장군님께서 출발하기전에 눈을 조금이라도 붙이라고 떠나게 된 대원들의 등을 밀어주시였다. 대원들은 어쩔수없이 병실에 들어갔다.

준오는 뒤에서 걸음을 옮기다가 별빛아래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리인묵이를 보고 그앞으로 달려갔다.

《큰아버지, 왜 주무시지 않고 나왔어요?》

리인묵은 말없이 눈물이 글썽해있는 준오의 손을 잡고 천천히 숙영지를 거닐었다. 한걸음한걸음 걸을수록 생각도 그만큼 깊어만지는 인묵이였다. 그는 몇달전만 해도 소식을 모르는 이 준오뿐만아니라 자기가 낳은 자식들을 두고 한탄하며 그들모두가 앞길이 막힌 고아들이라고 생각해왔다. 자식들에게 앞길을 열어줄수 없는 그 부모들 역시 불행한 고아라고 생각해왔다. 온 겨레가 아버지 없는 고아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 리인묵은 자기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잠재의식으로 서리서리 쌓여있던 그 모든 슬품과 서러움이 자취없이 가시여지고 대신 커다란 희열이 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세상을 향하여 소리치고싶었다.

―혁명의 대군을 이끌어 조국의 광복을 마련하시며 이 준오와 강민이를, 저 모든 대원들과 지휘관들을 오늘과 같이 키워주신분, 겨레의 모든 운명을 안고 걱정해주시고 앞길을 열어주는 김일성장군님은 우리 민족의 태양이시다. 태양을 모신 민족을 어떻게 아버지 없는 고아라고 하겠는가, 민족은 아버지를 찾았다. 5천년력사에서 우리 민족은 비로소 진정한 아버지를 찾았다.―

 

이튿날아침.

사령부앞에 각 부대 부대장들이 이번에 새로 파견되여가는 주력부대성원들, 다른 부대로 선발되여가는 소년중대원들과 함께 정렬했다. 김일성장군님께 출발보고를 드리는 부대장들의 힘찬 목소리가 수림을 찌렁찌렁 울렸다. 주력부대와 의연히 사령부직속으로 있는 소년중대가 장군님을 모시고 줄지어서서 출발하는 일행을 바래였다.

《사령부를 부탁합니다!》

《념려 말고 잘 싸워주시오!》

그들은 서로 붙들고 인사를 나누며 잠시 부산을 피웠다.

마감으로 강민이가 장군님앞으로 다가와 군모채양에 손을 끌어올리며 울먹이는 소리로 작별인사를 올렸다.

《사령관동지, 떠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장군님께서 달랠길 없는 석별의 정을 누르며 강민의 손을 지그시 잡아주시였다.

《강민동무, 가서 잘 싸워주오. 그리구 송순동무는 인차 그쪽으로 보내주도록 하겠소.》

드디여 말파리 두대가 먼저 출발하였다. 최춘국려단장이 일전에 이리로 올 때 장군님께 쌀밥을 지어드리려고 햇쌀을 싣고왔던 말파리였다.

최춘국이네 일행은 두대의 말파리에 갈라탔다. 앞에는 준오, 강민정치위원, 최춘국려단장이 타고 뒤에는 송수진으로 가는 리인묵이가 고바야시와 함께 탔다. 장군님께서 려단장더러 로자를 주어 석방하는 고바야시를 큰 행길까지 태워다주라고 이르신것이였다.

말파리가 방금 보초선을 벗어날 때 일행의 도중식사를 특별히 마련하느라고 바삐 돌아치던 송순이가 꾸레미를 안고 달려오며 소리쳤다.

《서세요!》

최춘국려단장이 고삐를 잡아채자 달리던 말이 앞발을 쳐들며 말파리가 멎어섰다. 송순은 급히 뛰여오느라고 상기된 얼굴을 들며 강민이 앞으로 꾸레미를 내밀었다.

《아이 숨차, 하마트면 못만날번 했어요.》

강민은 꾸레미를 받아들 생각은 하지 않고 송순을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 할듯 하였으나 입을 열지 못하였다. 출발을 앞둔 이 시각 송순이에게 무엇인가 살틀하고 다정한 말을 해주고싶었으나 말이 나가지 않았다.

송순이도 중임을 맡고 새 전구로 떠나는 강민이한테 자기를 이때까지 도와주고 이끌어준 상관이며 혁명동지인 강민이에게 하고싶은 말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러나 두사람은 서로 그렇게 마주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별의 마당에 흔히 있기마련인 인사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만큼 두사람은 자기들의 마음과 심장을 련결시켜주는 정을 범상한 말로 입밖에 흘려버리기보다는 가슴에 고스란히 간직하고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다만 송순은 강민이옆에 앉은 준오를 붙들고 한마디 이런 부탁을 했을뿐이였다.

《준오야, 아저씨 말을 잘 들어야 해.》

《누나두, 아저씨가 뭐예요. 인제는 정치위원인데.》

강민이가 빙긋이 웃는것을 보고 송순은 얼굴이 활짝 밝아져 꾸레미를 말파리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그러는사이 준오는 몸을 내밀어 달려온 봉석이를 부둥켜안았다.

《봉석동무, 장군님을 잘 모셔주시오!》

《걱정 말래두!》

멀리까지 따라나오신 장군님께서 그들이 작별하는 모습을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고계시였다. 말파리가 움직이자 그이께서는 준오쪽에 손을 흔들어주시였다.

준오는 이 출발하는 시각에 장군님께 밝은 얼굴을 보여드리고싶었지만 울컥 터져오르는 울음을 누를수가 없었다. 눈물을 안보이려고 급히 얼굴을 돌렸다. 그것을 본 강민은 서둘러 피말의 갈기에 채찍을 얹었다.

말파리는 수림속을 꿰질러나갔다.

사령부가 숲에 가리워 안보이는 곳까지 나와서야 준오는 소리쳐 불렀다.

《장군님―!》

그 한마디 부름은 잦아들줄 모르는 여운으로 수림속에 오래 메아리쳤다. 리인묵이도 그 여운에 가슴이 젖어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

《아, 장군님―!》

그러는 리인묵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은 방울져 풍상에 주름잡힌 얼굴을 타고내리다가 말파리가 일으키는 바람에 비말처럼 날려갔다.

재생의 봄을 맞는 인간, 세상에 새로 태여나 새 세계를 안고 미래에로 줄달음치는 리인묵의 환희를 싣고 말파리는 달리고 또 달리였다. 들국화는 천송이 만송이 길가에 피고 수림은 손젓듯이 설레이였다.

수림너머 멀리 백두령봉에는 무지개같이 신비로운 채운이 어리고 그우로는 흰구름이 떠올랐다.

준오가 려단장의 손에서 채찍을 받아 말갈기우에 휘둘렀다. 말파리는 질풍같이 지름길을 타고 달렸다. 그 길우에 해빛은 눈부시고 하늘은 푸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