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2


 

제 7 장

2

 

이날도 장군님께서는 초저녁부터 등불올 켜놓고 그간 행군길에 틈틈이 쓴 군정학습교재를 교열하시였다. 부대장들이 돌아갈 때 한부씩 주어보내자면 이 밤으로 교열하여 래일중으로 비서처를 통해 등사를 시켜야 했다.

장군님께서는 시력을 모으며 원고를 보다가는 가끔 일어나서 등불의 심지를 돋구시였다. 백로지에 쓴 글줄이 잘 보이지 않으시였다. 더구나 연필로 행군도중의 쉴참에 바삐 쓴 부분들은 군데군데 연하게 지워지기까지 하여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보아야 글자를 알아보실수 있었다.

밖에서는 두런두런 우등불옆에서 주고받는 대원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인갑동지는 입대전에 대학을 다니다말았다지요. 이제 나라를 찾으면요 대학에 다시 다니겠어요?》

《그런건 왜 묻나?》

《인갑동지가 대학에 다닐 때 전 무슨 학교부터 다녀야 할지 몰라서···》 퉁을 맞으면서도 진지하게 물어보는것은 덕만의 목소리였다.

《내게는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대학이야. 교실은 없고 높은 계단은 없어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학이지.》

장군님께서는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말고 등불의 심지를 또 돋구시였다.

그리고는 글줄을 불빛에 비쳐가면서 한줄한줄 원고를 계속 교열하시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장군님, 들어갈만합니까?》

《인수가 아니냐? 어서 들어오너라.》

장군님께서 눈길을 들며 출입문쪽을 바라보시였다. 아닌게아니라 안으로 들어서는것은 인수였다. 인수는 활달하던 평소의 그답지 않게 조심히 어딘가 숫저워하며 출입문옆에 서있었다. 그가 밤중에 사령부로 이렇게 찾아오기는 처음이여서 장군님께서 원고우에 연필을 놓으며 물으시였다.

《밤중에 웬일이냐?》

인수는 대답없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등불앞으로 다가갔다. 무엇을 하는지 등불을 가리우고서서 한참 우물거렸다. 그러자 사뭇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어둑하던 방안이 갑자기 대낮같이 환하게 밝아진것이였다. 심지를 아무리 돋군다 해도 등불이 이렇게 밝아질수는 없었다.

인수가 돌아섰을 때 이상히 여기시던 장군님께서 눈을 크게 뜨시였다. 방금까지 켜있던 등불대신 밝은 초불이 켜있었다. 밀초였다. 꿀벌의 밀랍으로 만든 밀초가 틀림없었다. 인수는 장군님께서 초를 후방병원으로 다 보내주고 자신께서는 밤마다 어두운데서 일하신다는것을 알게 되자부터 무슨 마련이 없을가 생각해오다가 얼마전에 눈두덩을 쏘여가며 구해두었던 벌집으로 밀초를 빚어 초불을 켜드리였던것이다.

그때 벌한테 쏘여 상기도 부어있는 인수의 눈두덩을 장군님께서 다시 보시였다. 갑자기 치미는 충격에 목이 메이는것 같았다.

(녀석이··· 저 밀초를 만들자구···)

인수는 주밋주밋 발등을 내려다보며 잠시 서있다가 기여드는 목소리로 《돌아가겠습니다.》 하더니 들어설 때처럼 그렇게 조용히 나가버렸다.

장군님께서는 멀어지는 인수의 발자국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자리를 이시였다. 가슴이 후더워져서 앉지 못하고 방안을 오래도록 거니시였다. 밝은 불빛에 원고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눈길을 들어 다시 초불을 바라보시였다. 초불은 소리없이 타며 연홍액을 발산하여 따뜻한 훈기가 방안에 그득 차오르는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이의 가슴은 더욱 후더워만지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가까이 다가가 밀초를 만져보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초불을 손으로 가리워주기도 하시였다.

(저것들이 이제는 내 걱정을 하는구나···)

보람보람해도 사람을 키우는 보람이 제일 큰 보람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시였다.

장군님께서 초불의 도움으로 원고를 절반나마 교열하시였을 때 전달장이 송수진쪽에 나갔던 사령부통신원이 돌아왔다고 보고했다. 통신원은 리인묵이와 가족을 이사시키는 문제때문에 송수진지하조직에 다녀왔다.

장군님께서는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통신원을 불러 다녀온 결과를 알아보시였다. 그러시고는 전달장더러 리인묵이를 데려오라고 이르시였다.

얼마후에 전달장의 안내를 받으며 리인묵이가 사령부로 들어왔다. 장군님께서 반색을 하시며 그를 손수 통나무걸상에 앉히고 미안해하시였다.

《바쁘다나니 한번 마주앉아 이야기도 못나누고··· 참 안됐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 저는 이렇게 장군님가까이에 와있는것만으로도 분에 넘치게 생각합니다.》

리인묵은 황송해하며 어느것 하나 무심히 볼수 없는 사령부안을 살펴보았다. 그가 유난히 밝은 초불에 부신듯이 눈길을 주자 장군님께서 흐뭇해하며 자랑하듯 말씀하시였다.

《저 초불이 어떻게 생긴것인지 압니까? 인수란 애가 글쎄, 그앤 처음에 말썽이 좀 있던 앤데 그애가 글쎄 내가 불이 어두워 눈이 아프겠다고 밀초를 만들어가지고와서 초불을 켜주고 가질 않겠습니까. 난 그애가 눈부덩이 부어다니는 까닭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저 밀초를 만들어주겠다고 벌한테 쏘이면서까지 벌둥지를 얻어왔지요.》

《그렇습니까?!》

리인묵은 부대에 와서부터 내내 잊을수 없게 목격하는 그것, 장군님과 소년들사이에 존재하는 각별하고 다정한 관계를 하나의 초불에서도 그대로 보는것 같았다.

장군님께서는 볼수록 또 보게 되는 초불을 한참 바라보시다가 리인묵이 앞으로 와서 무릎을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그동안 산으로 와서 고생이 많았지요. 일전에 말한 이사문제때문에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송수진에 있는 우리 사람들이 방금 인편에 알려왔는데 그곳에 인묵씨네 집을 마련해놓고 무사하게 자리잡도록 대책도 취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12도구로는 돌아갈수 없게 되였으니만큼 이제는 이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래일 최춘국동무랑 송수진쪽으로 가는데 그들과 함께 먼저 가는것이 어떻겠습니까? 가족들은 12도구에 있는 우리 사람들이 데려다줄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본인의 의향을 듣고싶어하시였다.

리인묵은 그이의 세심한 보살핌에 감격하여 잠시 생각해보다가 목메인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이사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12도구에 들렸다가 가고싶습니다. 가서 한사람 본인을 만나 사죄할 일이 있습니다.》

《사죄라니요?》

리인묵은 얼마전에 집으로 찾아온 윤석찬의 뺨을 치던 일을 말씀올렸다.

《글쎄 내가 공작원의 뺨을 쳤으니 그런 죄가 어디 있습니까. 전 윤선생이 공작원이라는걸 엊그제야 알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12도구에 굳이 들리고싶어하는 리인묵의 심정을 리해하여주시였다.

《알만합니다. 사실 적구에서 일하는 동무들한테는 그런 봉변을 당하는 일이 자주 있지요.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주구라는 눈총과 저주를 받으면서도 혁명을 위해 참고 임무를 꿋꿋이 수행하고있습니다.》

《그걸 모르고 제가 뺨을 쳤으니. 그때 일을 생각하면 제 손목을 잘라버리고싶습니다.》

《윤동무는 그때 아프면서도 기뻤을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적구에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있는 전사들을 념려하듯 잠시 동안을 두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 동무들이 준오 큰아버지 일로 많은 걱정을 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앞으로 만나볼 날이 있겠지요. 윤동무한테 사죄는 이담에 하고 우선 송수진으로 가십시오. 그래야 내가 마음을 놓겠습니다.》

《장군님!》

리인묵은 턱을 끌어들이며 더운 눈물을 장군님 손등에 뚤렁뚤렁 떨구었다.

《한가지 더 의논을 합시다. 큰아버지로서 저 준오에 대해서는 무슨 다른 생각이 없습니까?》

《장군님, 무슨 다른 생각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에 와서 보고 제가 준오를 데려다가 아무리 잘 보살펴준다고 해도 그애를 장군님처럼 키워줄수 없다는것을 통감했습니다. 마음 푹 놓고 준오를 장군님께 맡기겠습니다. 대신 이제부터라도 성묵의 형으로서, 준오의 백부로서 도리를 지키며 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사람답게 살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한몸을 바쳐 혁명을 돕겠습니다.》

리인묵의 검은 눈은 그 어떤 열정에 불탔고 주토색으로 상기된 얼굴은 일단 결심하고 나서면 자기가 들어선 길에서 물러설줄 모르는 인간, 의리와 의무앞에 성실한 사람들에게서만 볼수 있는 진지한 각오를 담고있었다.

《우선 당장 양조업이니 뭐니 하는 한심한 기업부터 정리하겠습니다.》 하고 그는 얼굴을 붉히며 말씀드렸다.

《기업까지야 왜 그만두겠습니까.》

《술독을 끼고야 혁명을 할수 없지 않습니까.》

리인묵이 고개를 못들고 올리는 말씀에 장군님께서 천정이 날아나게 웃으시였다.

《술독을 끼고 혁명을 못한다는 말씀은 옳은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기업은 그만둘것이 아니라 더 크게 벌리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혁명을 돕자면 기업가의 간판을 아예 하나 가지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미 련계가 있는 윤석찬동무가 집으로 찾아갈수 있는데 그 동무와 잘 의논해서 기업을 큼직하게 한번 벌려보십시오. 준오의 백부님이 생각을 잘했습니다. 이렇게 결연 혁명을 도와나서겠다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우리는 언제건 성묵동무의 형님이 우리와 한길을 걸으리라고 믿었습니다. 근본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손을 굳게 잡아주시며 현하 정세와 혁명의 전도에 대해, 적구에서 혁명을 돕는 방법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해주시였다.

리인묵은 일찍 있어보지 못한 삶의 희열과 보람을 느끼며 젊은이처럼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안고 사령부에서 나왔다. 설레이는 숲이며 달빛에 부서지는 내물이며 이끼 푸른 바위며 주위의 모든것이 리인묵이한테는 뜻깊고 정다웁게만 보였고 하늘의 뭇별마저 자기를 부러워하며 다정히 뭐라고 속삭여주는것 같았다.

언제 띠여보았는지 강민이가 뒤로 다가와 말없이 지그시 손을 잡았다.

강민은 그를 자기네 병실로 데리고가서 이때까지 품고있던 오해를 깨끗이 풀고 밤깊도록 이야기를 나누고싶었다.

이리하여 마음이 통한 그들이 함께 숙영지를 거닐다가 병실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봉석이가 나타났다.

《강민동지, 이걸 좀 읽어주십시오. 도대체 여기에 무엇이라고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강민이 앞으로 뚜껑이 색다른 크지 않은 수첩을 내밀었다.

《이게 무어요?》

《준오동무가 사로잡은 고바야시란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자가 이 수첩을 꺼내놓고 무언가 자꾸 쓰는걸 보고 보초가 압수해왔습니다.》

강민은 안으로 들어가 수첩을 펴보려다말고 리인묵이더러 물어보았다.

《그자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 같이 준오가 사로잡은 일본신사한테로 가보지 않겠습니까.》

리인묵은 준오가 관동군장교를 총창으로 찌르고 고바야시까지 찌르려다가 사로잡던 광경을 상기하며 강민의 말에 동의했다.

두사람은 가는길에 리인묵을 찾아오던 최춘국려단장을 만났다. 셋이 함께 《포로》가 있는 곳으로 갔을 때 고바야시는 등잔불이 켜있는 천막안에 까딱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었다. 검은동자 한번 굴리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대리석같이 찬 얼굴을 보고는 도저히 알수 없었다.

《당신은 무슨 요구할것이 없습니까?》

최춘국이가 고바야시앞에 앉으며 례의를 갖추어 물어보았다.

고바야시는 려단장의 물음에 대해서도 귀먹은 사람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꼭 앉은자리에 굳어진 돌부처같았다. 그는 이미 운명에 순종할 각오가 되여있었다. 어용기자로 군국주의를 고취한 죄과가 용서를 바랄수 없었고 그우에 붙잡히던 순간에 체험한 정신적굴욕감이 자신에 대한 치욕을 느끼게 하였다. 어찌하여 살려달라고 애걸이라도 하듯이 비겁하게 손을 들었던지 그 순간의 심리는 자신으로서도 리해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한가지만은 명백하였으니 자기를 내리찌르려는 총창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에 총창의 임자가 어른이였다면 운명에 순종하여 고스란히 죽었으리라는것이였다. 총창의 임자가 어른이 아니라 홍안의 소년임을 알아보자 어째서인지 그는 몸서리치는 전률과 함께 저도모르게 손을 쳐들었던것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을 저주하게 되는 그 비겁했던 순간에 잃어버린 자기의 존엄을 찾고 사나이답게 죽으려는 결심을 굳히며 머리를 들고 앉아있었다. 어떤 용서도 기대하지 않았으며 어떤 자비도 바라지 않았다.

강민은 고바야시가 종시 입을 열 잡도리가 아닌것을 보고 쓴입을 다시며 최춘국이쪽에 말하였다.

《대체로 이네족속들이 독한데가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한것도 없이야 <동아의 맹주>가 되겠다고 하겠소.》

최춘국이도 랭소를 머금었다. 그는 고바야시가 끝내 입을 열지 않는것을 보고 하는수없이 그에게서 압수한 수첩을 펴보았다. 도대체 오만하기 그지없는 이자가 거기에 무엇이라고 썼는지 우리도 좀 듣자고 강민이와 봉석이가 다가왔다. 수첩속에서는 편지가 나왔다.

최춘국은 등불의 심지를 돋구고 편지를 들여다보더니 《약혼녀의 편지구만. 이건 건사하시오.》 하면서 고바야시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옆에서 모두 알고싶어하는 그것, 고바야시가 수첩에 속필로 쓴 글을 내리읽었다.

《이 고바야시가 죽은 뒤에 내 몸에서 이 수첩을 찾는 제국군인이 있으면 도꾜 본사로 전하여주기 바란다.》

최춘국은 허두가 심상치 않아 강민이쪽을 쳐다보았다.

《흠, 그 량반이 오래 살겠습니다.》 하며 강민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사장, 요시다 히데유끼귀하.

현지에서 본사에 보내기로 한 기사발송계약을 파기한다. 리유는 이 몸이 죽음을 면할수 없어 그것을 쓸수 없게 되여서만이 아니다. 현해탄을 건너와 자기 눈으로 보고 느낀 모든것이 나로 하여금 동아의 미래, 이 세계의 미래가 과연 어느쪽에 있는가를 두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 하였기때문이다.

이때까지 우리 제국군이 십년가까이 고전을 겪으면서도 김일성공산군을 소탕하지 못한것은 가장 큰 수수께끼로서 귀하도 이에 대해 루차에 걸쳐 군부의 태만을 질책한바 있다. 실상 방대한 무력을 투입하여 처절한 혈전을 벌리면 벌릴수록 패전의 고배를 들게 되는 까닭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신의 촉노를 입어 먹으면 먹을수록 더 허기지는 무서운 벌을 받는 저 신화속의 인간처럼 우리는 그네들에게 군사적압력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더 큰 보복을 입게 되였으니 과연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나는 수개월간의 목격과 체험끝에 비로소 견해를 세웠는바 이제 와서 명백한것은 그들이 흔히 말하는 인간의 힘으로써는 불가극복적인 그 어떤 특수한 사상과 지략의 힘에 의거하고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한 옳바른 리해에 도달하자면 그들이 모시고있는 사령관이 어떠한 인간인가에 대하여 우선 주목해야 할것이다. 이 사령관의 휘하에 들기만하면 청장년들은 말할것 없고 지어 나어린 소년들까지도 우리 제국군의 가슴을 총창으로 찌르는 용사가 되여 나타난다. 내가 최후를 목격한 우리 제국장교는 바로 한 소년병이 총창을 뻗치고 자기앞으로 돌진해올 때 마지막으로 나에게 <안되겠소!>라는 말 한마디를 남겼다.

구태여 나는 이 말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코저 하지는 않으나 우리 제국군의 눈으로 보면 무거운 짐으로밖에 될수 없는 어린 소년들까지도 용사가 되여 우리앞에 나타나는데는 사람을 질적으로 지양시켜주는 신비한 힘, 특수한 그 무엇이 작용한다는것만을 말하고싶다. 아울러 <야마도>정신으로 교양된 우리 제국병사들이 수많은 전설을 낳고있는 그사령관의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고 그를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님을 지적해두는바이다. 제반 사실이 이러하므로 귀하는 물론 누구나 어렵지않게 짐작이 갈것이다. 나도 제국신민이고 천황페하의 적자이지만 필객의 한사람으로서 사태를 편견없이 볼줄 알아야 한다는 립장만은 버리고싶지 않다. 장차 이 전란의 땅에서 우리 제국의 운명도 김일성공산군과의 대결에서 제기된 상술한 수수께끼를 어떻게 푸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것인바 그것은 결코 락관할수 없는 미래라고 나는 예감한다. 끝으로 한가지 부언하는바 나는 일찌기 동서고금의 명인전기를 섭렵하는데 게울리하지 않았고 세계 수십개국을 력방하여 내노라 하는 위인들도 만나보았지만 김일사령관같은 인간은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하였음을 고백하는바이다.

나는 어쩐지 지금 자기가 이때까지 믿어온 인간에 대한 견해를,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수많은 <현자>들이 선천적인 악한 존재로 무기력하고 리기적이고 랭혈적인 존재로 공격해온 인간에 대한 견해를 새롭게 검토해보게 된다. 나는 오늘에 와서 인간이 그렇게 악하고 무기력하고 랭혈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슬기롭고 강함을, 한마디로 인간이 위대한 존재임을 확신하게 되였는바 나는 그 위대성의 권화를 김일성사령관에게서 보고있다.

세상에 유격전의 명장으로 이름이 널리 퍼진 그에게는 실상 대병력도 현대적무기도 없다. 그에게는 인간의 초보적인 생존조건을 충족시킬 병참기지도, 안정된 령토도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제국의 최신예무기와 대병력도 무색케 하는 병력도 있고 무기도 있고 병참기지도, 령토도 모든것이 다 있으니 그것은 그의 사상과 지략이 빚어내는것이다. 인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모든것을 인간에 의거하는 그의 사상과 신념은 실로 마를줄 모르는 샘줄기마냥 그네들의 투쟁에 부절한 활력을 부여하며 미래에로 미래에로 나가는것이니 일단 그의 사상에 접하면 허리 굽은 늙은이도 아이 업은 아낙네도 철부지소년도 다 막강의 전사로 자라나 제국의 동화정책에 필사의 기세로 저항해오는것이 내가 이곳에서 목격한 현실이다.

우리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쓰더라도 진실을 직시해야 하며 그속에서 우리의 출로를 모색해야 할것이다. 이것은 이민족침략에서 승승장구하고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지난한 일이고 강한 의지가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 의지를 상실하였기에 귀하와 귀하를 통하여 우리 국민에게 맹성이 있기를 촉구하면서 잘못 산 나의 일생을 여기서 결속하는바이다.》

최춘국은 수첩을 덮었고 리인묵은 그옆에서 생각에 잠겼다.

그에게는 사태를 직시하는 기자의 눈이란 무서운데가 있다고 생각되였다. 그가 비록 적진영에 속해있어도 진실을 보는 눈은 그에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