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7


 

제 6 장

7

 

사령부로는 날이 어둡자 연방 긴급보고가 들어왔다. 사방에 쫙 깔린 불무지가 간밤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는 망원초의 보고였다.

장군님께서는 친히 지휘관들을 거느리고 망원초로 오르시였다. 아득히 펼쳐진 수림속에 주먹처럼 우뚝 솟은 망원초에서는 수백리둘레를 한눈에 굽어볼수 있었다. 불무지는 어림잡아 이삼백개는 되는것 같았다.

또 한차례 처절한 전투를 치르지 않고서는 적들의 포위를 뚫고나가기가 어렵게 되였다는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했다.

장군님께서는 마치 살아움직이는 적들처럼 빤뜩이는 불무지들을 유심히 관찰하시다가 한곳을 오래도록 응시하시였다. 숙영지에서 서북쪽으로 20리 나가있는 숲속이였다.

《경위중대장동무, 저 서북쪽을 보시오. 불무지가 비여있는 곳이 보이지? 거기에 적의 큰 부대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소?》

《예, 8련대에서 정찰도 했고 체포한 특무놈도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왜 거기에만 불무지가 없는지 모를 일입니다.》

경위중대장은 이상해하였다. 옆에 둘러선 지휘관들도 그곳에 있던 적들이 이동한것 같다고 당장 그리로 빠져나가자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장군님께서 잠시 아무런 응대가 없이 적정을 주의깊이 살펴보시다가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교활한놈들이요. 빠져나가는것은 서두르지 말고 이제부터 여기 앉아 적을 답새겨봅시다. 불무지가 없는 저기에 적들의 기본력량이 집중되여있을거요. 놈들이 불무지가 없는데로 우리를 유인해보자는것 같은데 우선 저놈들부터 끌어다 칩시다.》

지휘관들은 장군님의 단호한 결심에 아연해하였다. 하늘이 무너진대도 끄떡없이 솟아날 방책을 찾아내시는 장군님의 지략과 담력에 익숙된 그들이였지만 이번 전투정황만은 그야말로 경우가 달랐다. 적들이 대병력으로 완전히 포위진을 둘러친 상태에서 어떻게 그 한복판에 앉아 수적으로 우세한 적을 끌어다 친다는것인지 너무도 상상밖의 말씀이였다.

지휘관들이 몹시 놀란 표정인것을 보고 장군님께서는 리해를 시키는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내가 왜 포위된 상태에서 적을 앉아서 끌어다 치자고 하는가? 지난 지휘원, 병사대회에서 우리가 무슨 방침을 내놓았소? 가장 중요한것은 적배후교란작전을 더욱 과감히 벌려 중일전쟁의 <속결>을 기도하는 일제의 전략적기도를 파탄시키는것이요. 보다싶이 적들은 지금 숱한 병력을 들이밀어 우리를 일망타진해보자는 어리석은 꿈을 꾸고있소. 그러나 우리가 놈들의 기도를 앞질러 간파하고 여기 포위진안에 틀고앉아 적들의 기본력량을 끌어다 치면 아마 놈들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제압되여버릴거요. 그때엔 벌써 싸움은 이겨놓은것이나 다름이 없소. 적들이 예상치 않았던 타격에 전투사기를 잃고 갈팡질팡하게 되면 허수아비를 치고 포위속에서 벗어져나가는건 큰 문제가 아니요.》

가까이에 서있던 8련대장이 흥분하여 장군님옆으로 다가왔다. 방금전만 하여도 그는 포위속에서 큰 전투를 한다는 사실에 누구보다먼저 의혹을 가졌으나 장군님의 담력과 의지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던것이다. 도저히 자기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담한 작전이였다. 여태껏 장군님을 모시고 여러차례의 전투를 겪으며 군사전술상 문제에서 크게 실수가 없었던 그는 한가지 은근히 걱정되는 점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을뿐이였다.

《사령관동지, 아무래도 이전과는 다른 조건에서 큰 전투를 하자면 부대행동에 구속을 주는것이 있어서는 안되겠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장군님께서 8련대장과 여러 지휘관들을 둘러보셨다.

《그래 동무들은 어떻게 하는것이 좋겠습니까?》

《놈들의 대병력이 포위하고있는것만큼 어디 안전한 곳에 숨겨놓고 전투를 하는것이 어떨가 합니다.》

련대장이 조심히 의견을 내자 몇몇 지휘관들이 공감하는 표정으로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장군님께서는 그들의 의향을 심중히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동무들의 심정들을 알만 합니다. 그렇지만 사방에 적인데 숨겨둘데가 있을가? 그럴것없이 우리 그들도 다 전투에 참가시키는게 어떻겠습니까. 동무들도 그들이 전번 매복전에 참가하여 싸우는걸 보지 않았습니까. 난 동무들이 인젠 그들을 부대행동에 구속을 주는 존재로만 생각해오던 관점을 깨끗이 고치는것이 좋겠다고 봅니다. 내 소년중대를 조직할 때에도 말했지만 우린 그들을 하나의 전투력으로 보아야 합니다.

적들은 지금 우리가 소년중대를 데리고있는것을 부대의 기동에 구속을 받는 큰 짐으로 보고 이리떼처럼 달려들고있습니다. 놈들의 어리석은 타산을 산산이 짓부셔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전투에서 소년중대가 우리의 짐이 아니라 장점, 강한 전투력이라는것을 그들자신이 시위하게 합시다. 그들을 안전한 곳에 숨겨두며 데리고다닐바에야 무엇때문에 총을 메워주었겠습니까?

소년중대도 전투에 참가시킵시다. 강쇠는 불속에서 달구어내야 합니다.》

장군님의 말씀은 들을수록 놀라왔다. 지휘관들은 누구나없이 흥분된 얼굴들이였다. 류례없이 불리한 정황에서 벌어지게 될 전투가 뜻하지 않게 값비싼 대가를 치를수도 있는 일이여서 모두의 얼굴에는 초조한 빛이 감출수 없이 드러났다.

장군님께서는 망원초에서 내려오는 길로 지휘관들더러 곳곳에 우등불을 피우고 숙영지가 들썩하도록 오락회를 열라고 지시하시였다.

얼마후에는 벌써 중대마다 우등불앞에 나와서 둘러앉았다. 사방에서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 장군님께서 경위중대장과 강민을 불러 이르시였다.

《동무들은 어제 체포한 그 특무놈과 12도구 경찰서장놈을 끌어내다가 처단해야겠소. 그놈들을 끌어낼 때는 오락회를 하고있는 숙영지복판을 통과하시오. 빨찌산숙영지에서 지금 웃고 떠들며 허리띠를 풀어놓고 숙영하고있다는것을 직접 보게 하시오. 그런 다음 숙영지밖으로 끌어내다가 서장놈만 처단하고 특무놈은 살아서 도망치게 해야겠소. 그러되 절대 이상한것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하오.》

한시간이 지나서 두사람은 하시모도서장과 특무를 앞세우고 숙영지복판을 통과해나갔다.

우등불주위에서는 어디서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숙영지가 떠나가게 웃어대였다. 소년중대는 정신없이 발을 구르며 무장춤을 추었다.

강민은 두놈을 숙영지밖으로 끌어내자 절컥 총탄을 재우며 경위중대장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처단하지 않겠소?》

《좀더 나갑시다. 송장옆에서 잘 멋이 있소?》

얼마간 숙영지에서 벗어나 경위중대장이 하시모도서장과 특무를 우묵하게 패인 웅뎅이속에 차넣었다. 하늘은 흐릿하였으나 그래도 달빛이 숲속으로 새여들어 얼굴을 땅에 박고 어푸러진채 꿈지럭거리는 특무와 서장의 몸뚱이가 어렴풋이 내려다보였다.

《개놈들, 여기서 뒤여져봐라. 어제는 너희들 손에 무고한 인민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오늘은 네놈들 차례다.》

강민은 하시모도의 뒤잔등을 면바로 겨누고 연거퍼 두방을 놓고 특무놈한테 어방대고 세방을 쏘았다.

반송장이 된 특무가 정신을 차린것은 그로부터 몇분이 지나 심한 관통상의 아픔을 느낄 때였다. 얼혼이 빠진놈은 옆에 쓰러진 서장을 흔들어보았다. 가슴에 면바로 탄알을 받은 서장은 피를 뿜으며 즉사했다. 특무는 끈적끈적 손에 묻어나는 피를 느끼는 순간 몸서리를 치며 웅뎅이에서 뛰쳐나왔다.

팔에 중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특무로부터 혁명군의 한 부대가 숱한 소년병들까지 끼고 20리밖에서 오락회를 벌리며 숙영하고있다는 급보를 받았을 때 이시하라부대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부대에는 직속상관인 관동군 지구《토벌》사령관 우미야마소장과 그의 손님인 고바야시가 와있었다. 고바야시는 그동안 빨찌산에 대한 《토벌》현황을 현지에서 목격하려고 우미야마휘하의 부대들을 두달이상 따라다녔다. 얼마전에는 혁명군주력이 림강쪽에 있다고 대부대를 그 방면에 집결했는데 휘남현성이 공격을 받았다. 우미야마는 황급히 휘남쪽으로 군사를 이동시켰다. 그러나 가는 도중 치명적인 공격을 또 받았다. 혁명군주력의 일부가 몽강의 수림속에 어느새 나타나 휘남으로 이동하는 적들을 길목에서 소탕하였던것이다. 《토벌》군참모부는 혼란에 빠지고 관하부대들은 기진맥진해버렸으며 고바야시자신은 회의적인 기분에 잠겼다. 그리하여 고바야시는 엊그제 우미야마가 있는 자리에서 참모장한테 슬그머니 물어보았다.

《당신은 지금 우리 제국군이 이 백두산일판에서 하는 싸움이 승산이 있다고 보시오?》

고바야시가 우미야마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은것은 그앞에서 말을 내기가 두려워서가 아니였다. 남다른 관계에 있는 그의 체면을 생각하였기때문이였다.

우미야마는 고바야시의 점잖은 질문에 신랄한 비양이 담겨있음을 직감했으나 짐짓 못느낀체하며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고바야시가 이제 도꾜에 나타나 현지부대들을 따라다니던 이야기를 퍼뜨리거나 신문에 내기라도 하면 비난의 화살을 면할수 없다. 현지에 와서 직접 싸워보지 못한 대본영의 우두머리들은 이 우미야마나 기타 지휘관들이 무능하다고만 할것이고 자기들의 고충은 백분의 일도 리해하지 못할것이다. 그리하여 우미야마는 도꾜로 돌아가겠다는 고바야시를 설복하여 자신이 직접 안내하며 휘하부대들을 순시하는 길에 올랐다. 며칠 같이 다니며 실지 전투에 투입된 현지 부대장들의 고충을 리해시킬 생각이였다. 바로 그래서 경호차를 앞세우고 몇개의 부대를 거쳐 여기 이시하라부대에 들렸다. 지금 이 일대, 장백―림강현계에 집결한 적은 우미야마휘하의 부대들만 아니였다. 각 지구 《토벌》사령부산하의 수많은 부대가 출동하여 포위환을 형성하였다. 그러고도 공격을 하지 못하는것은 혁명군주력이 이 일대에 진출하였다는것만을 어방 알고있을뿐 어느 지점인지 딱히 짚지 못하고있기때문이였다. 그래서 적들은 사방에 특무들을 풀어놓는 한편 밤마다 수백개의 불무지를 만들어놓고 불있는데로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전술을 쓰면서 혁명군을 유인하기 위해 몇군데는 일부러 불을 피우지 않았다. 혁명군이 거기가 틈인줄 알고 나타나면 불의에 공격하자는 타산이였다.

그런데 불행인지 행운인지 이시하라부대장이 달려와 혁명군의 한 부대가 백여명의 소년병들을 끼고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숙영하고있다고 보고했다. 순간 우미야마는 얼음구멍속에 머리를 박은듯이 이마빼기가 쩡 갈라지는것 같았다.

혁명군부대, 백여명의 소년··· 그렇다면 혁명군주력부대가 아닌가?

주력부대라면 김일성사령부일것이다.

우미야마는 오싹하는 전률을 느꼈지만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린접에 있는 부대들까지 불러올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시간타산이 맞지 않았다. 이제 날이 밝아 혁명군쪽에서 총살한 특무의 시체가 없어졌다는것을 알게 되면 즉시 숙영지를 옮길수 있다. 그렇게 되면 헛물을 켠다. 서둘러 그전에 마련을 봐야 했다.

어지간히 급해맞은 우미야마는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당장 이시하라부대를 총출동시켰다. 20리를 강행군해왔다. 그가 군마를 타고 빨찌산숙영지로 통하는 돌출부앞에 나타났을 때는 밤 1시였다. 추석을 하루 앞둔 둥근달이 중천에 떠있어 한밤인데도 사방이 대낮같이 횅창 밝았다.

우미야마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많은 군인이여서 돌출부사이로 들어가기 헐한 골짜기가 있었으나 그리로 숙영지에 접근하는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시하라더러 부대를 우회시켜 좌측릉선으로 에돌게 하였다. 실수가 없도록 은밀히 릉선을 타고 감쪽같이 숙영지로 접근시킬 타산이였다.

우미야마자신은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고바야시와 같이 돌출부앞에서 기다렸다. 숙영지를 점령한 다음 입성하듯이 말을 타고 들어갈 생각이였다.

명령을 받은 이시하라부대는 좌측릉선으로 올랐다. 드디여 30분도 안되여 긴 릉선끝에 이르러 산비탈을 내렸을 때 이시하라를 안내한 특무가 기고만장하여 찌르듯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부대장각하, 저것 보십시오!》

《음, 있는가?!》

이시하라는 뱁새눈을 크게 뜨며 특무가 가리키는 수림속을 머리칼이 쭈빗하여 바라보았다. 과연 수림사이로 질서있게 친 천막이 한눈에 안겨왔다.

주위는 깊은 정적속에 잠겨있었다. 이시하라는 세상 모르고 잠든 숙영지를 보자 벌써부터 현훈증에 휭 머리가 돌지경이였다. 평소에 그는 정찰과 정보의 의의를 과소평가한적은 없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지금처럼 절실히 느껴본적도 없다.

부대가 산비탈을 은밀히 타고내려 숙영지가까이에 완전히 접근했을 때 이시하라는 세상에 대고 무엇을 선포하듯이 하늘공중에 공격신호탄을 발사했다. 잘 훈련되고 악바리같이 영악한 이시하라의 병사들은 일시에 천막쪽을 향해 맹렬히 총탄을 퍼부었다.

1분, 3분, 5분··· 아마도 10분은 그렇게 퍼부은것 같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맹사격을 해도 천막에서는 가뭇 반응이 없었다.

혁명군이 이렇게도 잠이 깊은가? 아니면 잠에서 깨여나지도 못하고 몰살을 당한것인가? 그렇게 골안이 떠나가게 총탄을 퍼붓는데 단 한명도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을수가 있는가? 총소리는 멋적은듯이 뜸해지더니 저절로 아주 멎어버리고말았다.

이시하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군도로 허공을 찌르며 돌격을 명령하였다. 주위는 고요하였다.

전투직전의 이런 정적은 공포감을 주기마련이여서 병사들은 신장대 떨듯이 후들후들 떨리는 손에 총대를 잔뜩 버티여들고 한걸음한걸음 다가갔다. 오싹하는 전률은 이시하라마저 느꼈는데 이것은 극히 경우가 드문 일이였다. 이시하라라면 결패스럽고 용맹하기로 소문이 나서 관동군 사령부안에서 모르는자가 없었다.

-내가 이럴수 있는가?-

이시하라는 시퍼런 군도로 허공을 째며 빨리 전진하라고 무섭게 재촉했다.

병사들은 땅에 코가 닿도록 허리를 구부리고 조심조심 천막쪽으로 전진했다.

턱이 뾰족하고 거위같이 목이 긴 일등병이 제일먼저 가녁에 있는 천막까지 접근하였다. 두손을 후들후들 떨며 출입문 한끝을 부여잡은 그는 이안에 빨찌산이 있으면 난 죽은 목숨이다 하듯이 신경을 도사리고 후닥닥 천막문을 들쳤다. 천막안은 텅 비였다.

일등병은 너무도 다행스러워 벌떡 일어나며 소리질렀다.

《없다! 빨찌산이 없다!》

이시하라는 일등병에게로 뛰여가 따귀를 붙였다.

《반편같은자식!》

이때 불현듯 귀청을 때리는 총소리와 함께 숙영지뒤산에서 기관총탄이 비발치듯 날아왔다. 적들은 빨찌산이 없다는 소리에 방심하는 찰나에 난데없이 떨어지는 생벼락을 맞고 얼혼이 빠져 뛰기 시작하였다. 금방 타고내린 산비탈을 다시 타자고 했지만 경사가 급하여 그쪽으로는 붙을새가 없었다. 그런데다 기총탄은 영문 모르게 그 비탈로만 날아와 박혔다.

불맞은 이리떼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며 빠져나갈 길목을 찾는 적들앞에는 금방 부대가 행군해온쪽으로 넓게 트인 골짜기가 있었다.

뒤통수를 맵짜게 때리는 기관총사격권을 한시바삐 벗어나려고 적들은 골짜기를 메우며 싸질러나갔다. 그것은 흡사 홍수에 벌창하는 난물과 같아서 이시하라는 휘하장교들과 병사들을 자기 의지에 복종시킬수가 없었다.

그는 돌격하라고 소리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고막을 째는 벼락이 바로 골짜기우에서 떨어졌다.

이시하라는 병사들이 칼맞은 삼대처럼 푹푹 쓰러지는것을 보고 얼핏 띠우는 웅뎅이에 엎드렸다. 그를 여기까지 안내해온 특무가 실성한놈처럼 허둥거리며 웅뎅이속으로 날아들었다.

이시하라는 충혈된 눈으로 쏴보며 특무의 가슴에 총구를 박고 방아쇠를 당겼다. 혁명군이 실수하여 특무를 빗쏜것이 아니라 일부러 놓아주었다는것과 그것이 한놈을 놔주고 천놈을 끌어다 함정에 넣기 위한 계략이였음을 깨달은것이였다.

그는 사색이 되였지만 퇴각이란 생각할수 없었다. 뒤에서는 우미야마사령관이 고바야시와 같이 지켜보고 우에서는 기총탄이 머리를 못들게 날아왔다. 공격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으며 퇴각은 수치였다. 평소부터 이시하라부대장은 륙군의 모든 장교들처럼 돌격정신을 황군의 자랑으로 여겨왔다.

《돌격해라! 돌격!》

부대장의 군도에 몰린 적의 일부가 뿌득뿌득 톺아올라 산중턱을 넘어섰을 때였다. 소년중대쪽에서 불을 뿜던 기관총소리가 뚝 멎었다. 송탄기가 고장났다.

화력밀도가 성글어진 틈을 타서 적들이 그쪽으로 쏠렸다. 소년중대가 차지한 진지가 돌파당할 위험이 있었다. 지휘처에서 좌우를 살피시던 장군님께서 그리로 가시며 적병 네댓놈을 순간에 쏴눕히시였다. 앞서오르던 적들이 비발치는 총탄에 질겁하여 엎드릴 때 준오가 용수철처럼 장군님앞으로 튀여나갔다. 익측에 있는 적들이 장군님앞으로 쏠리는것을 보고 저절로 몸이 날아갔다. 인수, 덕만이, 광호도 바람같이 장군님앞으로 달려왔다. 누구의 구령도 없었다. 신호도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있던 중대원들이 순간에 전부 달려와 장군님을 에워쌌다. 방탄벽을 치듯이 총알이 날아오는쪽으로 가슴을 내대며 두겹세겹으로 에워쌌다.

《일없다, 빨리 자기 위치로 가거라.》

장군님께서 먼저 달려온 준오부터 옆으로 돌려세우시였다. 준오는 적들이 올라오는쪽으로 돌아서며 부르짖었다.

《여기 있겠습니다!》

《싸움할 땐 제 위치를 지켜야 해!》

《우리 위치는 여깁니다!》

누군지 옆에서 소리쳤다.

장군님께서는 눈앞이 흐려와서 싸창을 바로 겨냥하실수가 없었다. 적들은 숨이 턱에 닿아 비칠거리면서도 총대를 뻗쳐들고 그냥 뿌득뿌득 올라왔다.

전장에는 초연이 자욱하였다. 총소리,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골안에 꽉 차서 릉선이 쩍 갈라지며 금시 무너져내릴것 같았다. 살찬 총탄이 왱왱 귀전을 스쳤다.

자기들의 머리우로 장군님께서 상체를 솟구며 싸창을 쳐드시는것을 보고 준오네는 총대를 쳐들며 마침 달려온 경위대원들쪽에 소리쳤다.

《빨리요, 빨리! 저놈들을 쏘세요!》

경위대원들은 준오네 앞에서 명중탄을 쏘고 또 쏘았다. 장군님께서는 겹겹이 세운 총대때문에 전장을 제대로 굽어보실수가 없었다. 아무리 제 위치로 보내자고 해도 소년중대원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적들은 제놈들의 시체를 넘어 독스럽게 올라왔다. 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저놈들을 쳐라!》

무슨 일에서나 선코를 떼는 광호가 총을 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장군님주위에 있던 강민이네 중대원들이 전부 반돌격해나갔다. 명령없이 시작된 반격이였다. 제지시킬수가 없었다. 구대원들이 장군님 명령을 받고 반격해나갔다. 그들이 장군님쪽으로 기여오르는 적들을 향해 수류탄벼락을 들씌우고 기관총까지 합세하여 앞선자들을 전멸시키는것을 보고 뒤따르던 적들은 마침내 퇴각하기 시작했다. 총을 쥐여뿌리는자, 딩구는자, 갈팡질팡 허둥대는꼴이 적들은 제 정신이 아니였다. 아군의 반돌격은 한달음에 우미야마소장이 서있던 돌출부까지 추격해나갔다. 우미야마는 형세가 기울었음을 직감하고 말머리를 돌리며 말우에 그냥 앉아있는 고바야시쪽에 손짓을 하였다.

그러나 고바야시는 군모를 잃어버린 한 중위가 자기앞으로 정신없이 쫓겨오는꼴을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지켜보았다. 중위는 고바야시앞에 거의 이르러 허리에 손을 짚으며 우뚝 서더니 풀썩 주저앉았다. 뒤에서 날아온 총탄이 허리통에 박혔다. 고바야시는 말에서 뛰여내려 중위한테로 달려갔다.

《서라, 중위를 살리라!》

그는 중위를 붙들고 쫓겨오는 병사들에게 소리쳤으나 아무도 서지 않았다. 말머리를 돌려 박차를 주는 우미야마의 상체가 병사들의 다리사이로 언뜻 보였다. 고바야시는 중위를 안아일으키고 땅에 떨어뜨린 권총을 들려주며 분노를 터뜨렸다.

《황군장교가 이게 무슨 꼴인가?》

《안되겠소!》

중위는 이 한마디를 하고 제앞으로 달려오는 소년병을 향해 권총을 쳐들었다. 서슬에 소년병은 화살같이 날아들어 중위의 가슴에 총창을 박았다.

아군이 차지한 산우에서는 리인묵이가 쌍안경으로 전장을 굽어보고있었다. 소년병은 리인묵의 쌍안경속에 들어있는 준오였다. 그러나 고바야시는 준오가 어떤 소년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다만 중위의 가슴에서 총창이 뽑히는 순간 그 총창이 이번에는 자기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자 정신이 휙 돌아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몇걸음 뛰지 못하고 어느놈이 내던진 총부혁에 걸채여 넘어졌다.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킬 때 누군가가 등허리를 내리밟았다. 순간 고바야시는 자기를 찌르려고 높이 쳐든 총창을 보았다. 당장 등허리에 박히는듯 한 총창의 임자가 방금 중위의 가슴에 총창을 박은 소년병임을 알아본 고바야시는 손을 쳐들었다.

준오는 《잠간만》 하듯이 자기를 향해 손을 내젓는 신사의 목덜미를 잡아일으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