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5


 

제 5 장

5

 

조선인민혁명군 지휘원 및 병사대회를 앞두고 주력부대는 부후물근방에서 숙영하고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부대의 휴식을 위한 숙영같았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큰 회의를 앞두고 몹시 분망한 나날을 보내고계시였다. 련대급이상의 지휘관들외에는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통신원들이 사령관동지의 지시를 받고 어디론가 급히 떠나가기도 하고 일부 부대는 도착하자 지시를 받고 되돌아서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부후물에서 서북방향으로 15리 떨어진 곳에 관동군부대가 숙영하고있다는 정보가 사령부로 들어왔다.

마음놓고 회의를 하자면 예정된 장소를 미리 옮기든가 가까이에 있는 적을 치든가 두 길중 어느 하나를 택해야만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각지에서 활동하던 부대들이 사령부를 향해 행군해오는중이므로 회의장소를 옮기면 찾아오는 부대들과 길이 어긋나서 혼란이 생길수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적을 치기로 결심하시였다. 전투를 하면 멀리 있던 적들이 이 일대로 모여들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며칠은 잘 걸릴것이다. 또 정작 모여들어도 함부로 접어들지 못하는 적들의 공포심리를 그이께서는 타산하시였다.

회의가 끝날쯤 되면 더 많은 적들이 밀려들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적들이 얼마든지 달려들어도 걱정될것이 없다. 대부대로 많은 적을 끌어다치기도 하고 밀려든 적을 분산와해시키며 혼란과 수세에 몰아넣고 소탕작전을 벌리는것은 장군님께서 제시하신 유격전의 기본원칙의 하나이다. 장군님께서는 적들의 동태를 잘 살피도록 부대들과 지하조직들에 지시하시였다. 하루가 지나서 지하조직으로부터 래일 이른아침 부후물 서북쪽에 있던 부대가 신방자부근을 통과할 예정이라는 통보가 들어왔다.

신방자는 장백-림강 대도로연변에 있는 구가점에서 서북쪽으로 7㎞ 떨어진 산간부락이다. 신방자에서 남쪽으로 이십리 내려가면 압록강과 팔도구강의 합수목에 자리잡은 팔도구에 이르며 신방자에서 동쪽으로 5리 나가면 가재수마을이 있다.

신방자일대는 서강고원의 서켠에서 서남쪽으로 흘러내린 여러 가닥의 릉선과 골짜기들로 이루어진 산악지대로서 그 지세가 마치 손가락을 편것과 같았다.

신방자마을은 바로 이러한 산악지대의 손가락짬과 같은 긴 골짜기에 자리잡고있었다. 신방자골짜기의 북쪽릉선은 펑퍼짐한 등판을 이루고있는데 등판우에는 백두산줄기쪽으로 산길이 뻗어있다. 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느라면 다시 호동구마을로 갈라져 들어가는 갈림길이 있다.

장군님께서는 지하조직에서 알려온 적정을 연구해보시고나서 신방자부근의 이 갈림길에서 적을 매복전으로 칠 결심을 하고 8련대 지휘관들과 경위중대장, 강민중대장을 사령부로 부르시였다. 이때 7련대는 5도구쪽에 나가 적을 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지휘관들에게 신방자일대의 지형을 지도우에서 익히도록 하시며 적들의 이동방향과 병력에 대하여 알려주신 다음 말씀하시였다.

《이번 전투에서는 8련대가 위주가 되여야 하겠습니다. 7련대도 없는 조건에서 전투에 참가하는 인원은 많지 않지만 의의는 자못 큽니다. 이번에 하게 되는 싸움은 이제 며칠후에 있게 될 지휘원병사대회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전투일뿐아니라 사령부의 방침관철을 위한 적배후교란전의 하나라는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차지할 계선과 매복선의 길이 등을 지도에서 짚으시며 몸소 전투조직을 하시였다.

그러고나서 얼굴이 상혈된 지휘관들을 둘러보시다가 강민이쪽에 눈길을 보내며 말씀하시였다.

《이번 전투에는 소년중대도 참가시키자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뜻밖의 말씀에 강민은 놀라며 장군님을 쳐다볼뿐 미처 대답을 못하였다.

다른 지휘관들도 놀란 눈으로 강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강민은 주저주저하다가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령관동지, 아직은 좀 이른것 같습니다.》

《자신이 없는 모양이군.》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너그럽게 강민을 바라보시였다.

《사령관동지, 매복전이 돼서 자신이 없습니다. 반시간도 가만있지 못하는 애들이 은밀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강민은 지휘관들한테 동의를 바라는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지휘관들은 강민의 말을 긍정하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강민의 큰 불안은 다른데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데리고갔다가는 사령관동지께 큰 부담이 될것 같았다. 그리고 사령부의 안전을 보장하는데서도 아이들의 참가는 고려할 문제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사령관동지께 걱정의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웠다.

《련대장동무 생각은 어떻소?》

장군님께서는 8련대장을 돌아보시였다.

8련대장은 너부죽한 얼굴에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고 머밋거리다가 조심히 말씀드렸다.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매복전을 아이들이 참아내겠는지···》

《왜? 매복전투가 좋지. 인내성도 키우고 적들이 다가오는것도 볼수 있고 적을 겨누고 총도 쏴볼수 있지 않소.》

그러나 강민이도 8련대장도 여전히 자신이 없어하는 표정이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셨던 장군님께서 좌중을 돌아보시며 부드러운 어조로 타이르듯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의 심정은 알겠소. 그렇지만 데리고갑시다. 우리가 뒤에서 잘 보살펴주면 되지 않겠소? 련대장동무랑 강민동무랑 좀 수고하게 될거요.

동무들도 모두 신대원때는 그렇게 자라지 않았소?

8련대장동무도 첫 전투에 참가해서는 구대원들 신세를 단단히 입었지. 강민동무는 첫싸움때 공중에 대고 총을 쏘지 않았소?···

이것저것 재기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오. 강민동무, 나가서 준비를 잘 시키시오. 그러자면 동무부터 그들을 전투에 참가시키는 의도를 똑똑히 알아야겠소. 이번에 우리가 그들을 모두 전투에 참가시키는것은 적과 직접 맞대고 화약내를 쏘이며 총을 쏴보면서 담을 더욱 키우고 원쑤놈과 싸우면 이길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게 하자는데 있소.

우리는 힘이 좀 들더라도 그렇게 전투의 불길속에서 그들을 단련시켜 하루빨리 어엿한 유격대원으로 키워야 하오.》

《사령관동지, 알겠습니다.》

강민은 장군님께서 깨우쳐주시는 말씀을 듣자 각오를 새롭게 하며 사령부를 나섰다.

그가 중대로 돌아가서 모두 전투에 참가하게 되므로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알리자 중대원들은 환성을 지르며 분주히 뛰기 시작하였다.

배낭을 가뜬히 꾸리고 목달개를 새로 달고 신발끈도 고쳐맨 다음 우등불앞에 방수포를 주런이 깔아놓고 총을 닦았다. 이미 오소리기름으로 번쩍거리게 닦은 총이지만 그래도 또 닦았다.

강민은 관식이옆에 앉아 총을 같이 닦아주며 첫 전투를 앞둔 대원들의 기분을 중떠보았다.

《동무들이 이제 참가하게 되는 전투는 매복전인데 어떻소? 가슴이 떨리지 않소?》

그들은 떨리는 구석이 없지 않으면서도 하나같이 떨리지 않는다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솔직하지 못한걸··· 동무들, 꼭 명심하시오. 은밀성을 보장하며 참을성있게 기다리는것은 매복전에서 불시에 적을 쳐서 소멸할수 있게 하는 기본조건이요. 그런데 일단 매복한 다음 은밀성을 보장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요. 적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고 한시간 두시간 지나면 벌써 오금이 저리고 쑤셔나거든. 그러나 기다려야 하오. 매복을 폭로하는 사소한 실수도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된단 말이요. 우리 구대원들이 어떻게 했는지 아오? 저 리명수전투때는 뼈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속에서 눈우에 엎드린채 언 강낭떡으로 요기를 하면서 한낮동안이나 적을 기다렸소. 지어는 매복하여 며칠씩 적을 기다린적도 있소. 관식동무, 그렇게 기다릴수 있소?》

강민은 분해했던 관식의 기병총을 맞추어넣고 격발기를 떨구며 물어보았다.

《문제없습니다.》

거침없는 관식의 대답을 듣고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관식은 무슨 일에서건 자신이 있는가고 물어보면 언제나 문제없다는것인데 어떤 일을 당하건 번마다 실수를 저지르군 하였다.

어떻게나 모두 성수가 나서 총을 닥달질했는지 불빛에 총가목들이 번쩍거렸다. 무기소제가 끝나갈무렵에 장군님께서 중대로 오시였다. 봉석의 챙챙한 보고소리가 울렸다.

《사령관동지, 소대는 전투준비중에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투지가 넘치는 대원들의 얼굴과 번쩍거리는 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음, 전투준비를 굉장하게 하누만. 잡도리가 한바탕 해볼 작정인데. 그래 자신이 있소?》

《예, 자신있습니다!》

중대원들은 기세를 올리며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와봤는데 동무들이 사기도 좋고 신심을 가지는걸 보니 됐소. 새벽에 출발하겠는데 인제는 들어가 자시오. 자야 눈정신이 나서 래일 전투를 잘할수 있소.

강민동무, 어서 재우시오.》

장군님께서 돌아가신 다음 강민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술렁거리는 대원들을 겨우 잠자리에 눕혔다. 그리고는 중대 작식터에 들렸다. 송순이가 작식대원 희옥이와 같이 우등불을 마주하고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절구질을 하고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일전에 만든 절구로 율무쌀을 봏고있었다. 송순은 요사이 강민의 부탁대로 율무죽을 준오에게 쑤어주군 하였는데 가루를 내여 죽을 쑤면 효력이 더 있을것 같아서 이 밤에도 자지 않고 절구질을 하고있었던것이다.

강민은 그 지성에 감심하여 허리를 굽히고 절구확을 들여다보았다.

《송순동무, 율무죽을 매끼 쑤어주면 이제 얼마나 더 댈것 같소?》

《아직 며칠은 더 댈수 있을것 같애요.》

《꼭 효력을 봐야겠는데···》

나직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하는 강민의 음성을 들으며 송순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절구질을 하였다. 이따금 땀에 젖어 이마에 내려붙은 머리칼을 쓸어올릴뿐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얼핏 보면 절구질을 하는데만 정신을 집중하고있는것 같았다. 그러나 송순은 준오 한사람뿐만아니라 첫 전투에 참가하게 되는 소년중대의 아침준비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찾아온 강민의 심중을 온몸으로 느끼고있었다. 요즘 어쩐지 송순은 속이 깊은 강민을 볼수록 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할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며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는것을 느꼈다.

강민은 아무 말없이 절구질을 하는데만 옴해있는 송순이를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 할듯 하다가 허리를 폈다.

눈치빠른 희옥이가 언뜻 강민을 올려다보았다.

《강민동지, 볼 일이 있어 온것 같은데 왜 벌써 가려고 그래요?》

《사실은 목달개를 좀 달아달라고 왔는데···》

그 순간 강민은 저도모르게 《아차!》 하는 당황한 소리가 입밖으로 튀여나오려는것을 얼른 눌러버렸다.

사실은 첫 전투에 참가하는 소년중대를 위해 아침끼니를 잘 마련하도록 하려고 찾아온 그였으나 뜻밖에도 왕청같은 말이 나왔던것이다. 이미 소년중대가 전투준비를 할 때 강민이도 목달개를 새로 달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목달개소리는 왜 꺼냈는지 그자신도 알수 없었다. 일은 맹랑하게 되였다.

《그럼 진작 말씀하지요. 강민동지답지 않군요. 어서 저고리를 벗어주세요.》

(허참, 잘못 걸려들었군.)

강민은 어쩔수 없이 군복저고리를 벗어 희옥이한테 주었다. 희옥은 불빛에 드러난 눈같이 하얀 목달개를 띠여보자 소리없이 웃음을 머금고 대뜸 송순이에게 저고리를 안겨주며 절구공이를 빼앗았다.

《아니, 갑자기 왜 그래요?》

송순은 회옥의 심술궂은 행동에 얼굴을 붉히며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송순동무, 어서 달아드려요. 난 손재간이 없어 목달개를 잘 달지 못해요.》

《아이참, 나두 잘 달줄 몰라요. 동무가 달아요.》

그러자 희옥은 생글생글 웃으며 강민을 흘끔 쳐다보더니 시치미를 따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난 뭐 도끼등처럼 눈치가 무딘 사람인줄 알아요? 나보다 송순동무가 달아드리는게 더 마음에 들거예요. 그렇지요, 강민동지.》

《허참, 동무는 언제보나 심술이 바르지 않구만.》 하고 강민은 허구픈 웃음을 터뜨렸다.

송순은 희옥이쪽에 눈을 흘기며 무릎우에 흘러내린 저고리를 들고 목달개를 살펴보았다. 목달개는 금방 갈아댄것이 첫눈에 알렸다. 그러나 송순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듯 군복 웃주머니에서 새 목달개를 끄집어내였다. 자기 군복에 갈아대려던 목달개였다.

어느새 절구를 들고 조금 물러나앉은 희옥은 아닌보살하고 율무만 찧고있었다.

송순이가 우등불앞으로 바투 나앉아 땀내나는 강민의 군복상의를 무릎우에 놓고 한참 목달개를 달고있을 때 로상권이 지나가다가 작식터를 기웃이 넘겨다보았다. 그는 적삼바람으로 앉은 강민이와 바늘끝을 머리밑에 비벼가며 목달개를 달고있는 송순이를 보더니 헛기침을 하며 겉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강민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릴 생각으로 슬쩍 한마디 비쳤다.

《도대체 저게 무슨 기침이요?》

《글쎄요···》

송순은 누가 또 기침을 하며 지나갈가봐 얼른 목달개를 달고 이발로 실을 끊기 바쁘게 강민이 앞으로 군복저고리를 밀어놓았다.

《보세요. 제대로 달았는지 모르겠어요.》

강민은 한뜸도 울지 않게 잠간사이에 맵시있게 달아놓은 목달개를 보며 송순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끼는것이 많았으나 말은 다르게 했다.

《허참, 이제부터 목달개는 송순동무한테 부탁해야겠군.》

《아이참···》

송순은 얼굴을 붉히며 회옥이쪽을 돌아다보았다. 희옥은 아무 소리도 못들은듯이 쿵쿵ㅡ절구질만 하고있다.

강민은 군복저고리를 입고 일어서다가 사실 그때문에 온것이지만 그제야 문뜩 생각이 난듯 정색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송순동무, 래일아침 중대식사는 어떻게 준비할 생각이요?》

송순이가 아니라 그의 고문격인 희옥이가 대답했다.

《새벽에 떠나게 된다는데 밥지을 시간이 있을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시가루를 준비해놓았습니다.》

강민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안되겠다고 머리를 저었다.

《준비가 신통치 않군. 군수처에 밀가루가 있는데 빵떡을 구워가지고 갑시다.》

《갑자기 어떻게? 기름도 없는데요.》

《나한테 맡기시오.》

강민은 웃동을 벗어던지고 군수처에 가서 소다와 밀가루포대를 메왔다. 그리고는 자청 가마를 건다 불을 지핀다 하며 자개바람이 일게 분주히 돌아갔다. 희옥이와 송순이는 어떻게 하자는것인지 영문을 알수 없어 한동안 멍하니 보기만 하였다.

강민은 새초를 틀어 똬리처럼 둘둘 말더니 그것으로 달아오르는 가마안을 밑이 빠지게 문다졌다. 그렇게 해서 가마에 붙었던 재를 떨구고 행주로 닦아내자 가마밑은 대우를 낸것처럼 윤기가 났다. 그는 소다를 넣어 반죽을 만들고있는 송순이와 희옥이더러 어서 달모양으로 반죽떡을 빚으라고 일렀다.

《아니, 반죽이 좀 쉰다음에 구워야 하지 않아요?》

당장 밀가루떡을 선자리에서 구워낼 차빈것을 보고 송순이 의아해하며 강민을 쳐다보았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언제 떡을 쉬워서 굽겠소. 아직 이런 방법은 모르는 모양인데 나한테서 배우시오.》

강민은 기름도 없이, 반죽을 쉬우지도 않고 송순이와 희옥이가 빚어놓은 선떡을 가마안에 몇굽이 빙 둘러놓고 물을 툭툭 친 다음 뚜껑을 꼭 닫았다. 한참 있다가 가마뚜껑을 열어보니 어느새 떡이 통통 불어나고 가마밑에 닿은쪽이 먹음직스럽게 노르스름해졌다. 기름없이도 타지 않고 잘만 되였다.

《아이, 어쩌면···》

송순이 그 솜씨가 신통하여 두손을 마주 그러쥐는것을 보고 강민은 능청스러운 말을 한마디 던졌다.

《어떻소? 희옥동무, 이만하면 이 강민동지의 부인님은 부엌에서 할 일이 없을것 같지 않소?》

《녜, 그럴것도 같애요.》

《어떤 아가씨가 부인님이 되겠는지 팔자고쳤지. 동무생각엔 이담 내가 어떤 처녀한테 장가를 들것 같소?》

《글쎄 그거야···》

희옥은 옆에 서있는 송순이를 쳐다보며 입을 싸쥐고 웃었다.

느닷없고 천연덕스러운 강민의 롱말에 송순은 얼굴이 능금빛이 되여 어쩔바를 몰라했다.

그는 강민이가 소탈하고 강직한것은 좋지만 지금처럼 능청을 떨 때는 생 질색을 하였다. 고지식한 송순은 남의 말을 굴절시켜 들을줄은 전혀 몰라서 강민이쪽에서 자기에 대한 리해가 깊어질수록 전에없이 이상하게 느끼게 되는 그 어떤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덧정없이 군다는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였던것이다.

강민은 전투에 처음 참가하는 중대원들의 아침준비까지 해놓고서야 눈을 좀 붙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중대천막이 있는데로 갔으나 천막안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중대원들의 잠을 깨울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는 천막옆에 있는 이깔나무밑둥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어느새 잠이 든 그는 코를 골기 시작했다. 강민은 어디서나 잘수 있었으며 피곤할 때면 옆사람의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요란하게 코를 골군 하였다.

얼마나 잤는지 문득 출동명령을 알리는 구령이 울리는것 같아 그는 펄쩍 눈을 떠보았다. 자기의 코고는 소리에 놀라 깨여났다는것을 알았으나 그는 다시 잠을 청하지 못하고 기상구령이 울리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기상구령이 울린것은 그로부터 얼마후였다. 그는 급히 중대천막으로 달려가 대원들을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