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2


 

제 5 장

2

 

《강민동무가 절구를 만들 생각을 했단 말이지. 대단하오. 절구감은 비록 날아났지만 감사를 주고싶소.》

강민은 피나무토막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 사령부에까지 보고될줄은 몰랐다.

그는 장군님의 말씀에 얼굴이 뜨끈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 그 이야길 어떻게···》

《난 알면 못쓰오? 그런데 절구때문에 송순동무를 울렸다면서?》

장군님께서는 강민이가 대답을 못하자 미소를 지으시였다.

《사람두, 불쌍하게 자란 처녀를 왜 울리오?》

《송순동무를 믿고 한 말이였는데 그만···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됐소. 나도 그건 아오. 송순동무도 강민동무앞이여서 눈물을 보였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동무를 부른건 다른 문제요. 동무생각엔 덕부동에서 온 인수가 어떻소?》

강민은 얼른 말씀을 올리지 못하였다. 아직 인수에 대한 파악이 깊지 못하였다. 인수라고 하면 죽타발을 하다가 동무들과 다투고 진대통으로 들어가서 소동을 일으킨 사건과 총만 주면 일본《천황》도 잡아온다고 입버롯처럼 외우던 말이 먼저 떠올랐다.

《전 그애가 좀 희떠운데가 있기는 하지만 각오도 좋고 아주 똑똑한 애라구 봅니다. 전번에 실탄사격을 시킬 때 보셨겠지만 총도 잘 쏘고 공부도 잘합니다. 뭘 하나 배워주면 잊어먹질 않습니다.》

《그런데 봉석인 인수가 아주 몹쓸애라면서 집에 돌려보내자는거요.》

강민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인수가 제 손탁에 잘 들지 않으니까 말째서 그럴겁니다. 인수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 않습니까. 때에 따라서는 말썽두 부리구 어른들의 속두 썩이구, 그러면서 점차 철이 들어 유격대원이 되는거지요.》

장군님께서는 너그럽게 인수를 두둔해주는 강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역시 중대장이 다르구만. 동무가 그런 관점으로 대원들을 돌봐준다면 나도 마음을 놓겠소. 래일부터 또 여러날 어려운 행군을 해야겠는데 아무쪼록 중대원들을 잘 보살펴주시오.》

장군님께서는 믿음이 담긴 눈길로 강민을 바라보며 부탁하시였다.

강민은 사령부에서 나오자 곧장 봉석이한테로 찾아갔다. 그는 요사이 1소대장 봉석이에게 중대일을 맡기며 속으로 감탄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대원들의 총을 메다주면서까지 대오를 끝까지 인솔한 책임성과 무슨 일이건 스스로 찾아하려는 열성에는 감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참말 괜찮은 동무라고 지휘관들앞에서 자랑도 하였다. 그러나 제혼자 잘난체하며 걸핏하면 큰소리를 치는 나쁜 버릇은 고쳐줘야겠다고 별러오던 참이였다. 인수가 한두번 말썽을 일으킨 후 그를 몹쓸애로 단정하고 집에 돌려보내자고 자꾸 제기한것도 그런 기분주의와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었다. 하도 응석을 받아주니까 인제는 교만해져서 중대장과 토론이 없이 사람문제를 제멋대로 사령부에까지 들고다니는판이다.

강민은 봉석이와 만나자 에돌지 않고 꾸짖었다.

《봉석이, 동무 언제부터 그렇게 교만해졌소? 우쭐렁거리면서,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딱 그 본새야.》

봉석은 중대장의 책망에 눈이 올롱해져서 쳐다보았다.

《올챙이소리는 왜 해요? 기분나쁘게.》

《동무, 그 응석꾸러기같은 말투를 고치지 못하겠소? 왜 중대장도 거치지 않구 사령부에 함부로 인수의 문제를 제기하오? 뭐 집으로 돌려보내자고? 동무,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렇소, 엉?》

《닮긴 누굴 닮았겠습니까, 전 지금까지 강민동지를 좀 본따려한것밖에 없습니다.》

《뭐라구?》

강민은 억이 막혔다. 자기가 과격하다는것은 강민이자신도 잘 알고있었다.

《동무, 본따려면 좋은걸 본따야지, 뭇된것까지 본따서야 되는가? 그리구 난 인수를 동무처럼 나쁘게 생각해본적이 없소!》

《인수문제는 내가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말씀드린겁니다.》

《허, 이건 소가 웃다 꾸레미가 터질 노릇이로군.》

강민은 맞대놓고 말해봤댔자 체면만 깎일것 같아 돌아서고말았다. 괜히 상대가 되지 않는 봉석이를 세워놓고 말씨름할것 없이 인수를 어려운 행군길에서 모범으로 내세워 봉석의 그릇된 관점을 바로잡아줄 생각이였다.

이튿날부터 시작된 부대의 행군은 밤에 낮을 이어 계속되였다, 부대는 속히 장백-림강현계로 가야 했다. 장군님께서는 이제 며칠 안남은 8월 12일경에 그곳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지휘원 및 병사대회를 소집하고 초수탄회의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자세한 대책을 세워주실 계획이였다.

그런데 지금 부대는 력사적인 회의가 열릴 그곳을 향해 장애없이 곧바로 가는것이 아니였다. 불의에 정황이 생겨 적의 큰 부대와 전투도 하고 험준한 산발을 타기도 하고 에돌기도 하며 며칠째 어려운 행군을 하고있었다. 식량도 푼푼치 못해 수수죽 한공기로 끼니를 에웠다. 그나마도 어른들한테는 아침과 저녁에만 공급하였다. 강민이네 중대에만 점심에도 한공기씩 차례졌다.

예고없이 비가 퍼붓고 군복을 말릴사이없이 젖은대로 입고 행군하여 허벅다리에는 기장쌀같은 반점이 수없이 돋았다. 휴식때 지하족을 벗자고 하면 발이 부풀어 살가죽이 묻어나올 형편이였다.

이쯤되자 강민이네 중대원들속에서는 부대가 얼마나 바쁜길을 가고있는가를 알지 못하고 행군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로골적으로 튀여나왔다.

강민은 그럴 때일수록 요구성을 높이며 대렬을 직접 인솔하였다. 행군이 시작되여 나흘째되는 날 아침에는 대렬검열을 하겠다고 소대장들에게 일렀다. 이번 행군길에 모범으로 내세울 인수만은 따로 불러 아침식사전에 대렬검열을 하겠으니 누구보다도 준비를 잘해두라고 특별히 귀띔해주었다.

인수는 워낙 눈치가 빠른지라 서둘러 총을 검사해보고 총신강과 총가목을 번쩍번쩍 윤기가 나게 닦았다. 그런 다음 풀색배낭을 열어보았다. 열가지가 넘는 소지품도 공급받은대로 다 있었다. 마감으로 멜빵을 해서 혁띠우에 두른 탄띠를 벗어들었다. 거기에는 열발씩 공급받은 총탄이 꽂혀있었다. 인수는 한알한알 총탄을 세여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일인지 탄알이 세발 모자랐다. 아무리 눈을 밝히고 다시 세여보아도 일곱발밖에 안되였다. 옆에서 누가 눈치를 챌가봐 호주머니도 슬그머니 뒤져보고 배낭도 다시 열어보았다. 없었다. 얼굴이 새까매졌다. 간밤 야간행군을 할 때 길이 험하여 벼랑을 기여넘고 산비탈에 굴기도 하였는데 그때 어디서 흘린것 같았다.

《중대 모엿!》

밖에서는 벌써 강민의 구령소리가 울렸다.

인수는 당황하여 어쩔바를 몰라했다. 이제 대렬검열을 할 때 탄띠를 만져보면 대뜸 발각되겠는데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흠을 잡지 못해 쩔쩔 매는 소대장 봉석이한테 걸리면 선자리에서 껍데기를 벗기자구 들것이였다.

《1소대 빨리, 빨리!》

봉석이가 천막안에 얼굴만 들이밀며 소리치고는 다른 천막으로 달려갔다.

인수는 얼결에 좋은 수가 떠올라 밖으로 뛰여나갔다. 동무들이 못보게 천막뒤로 가서 탄피만큼 긁은 나무가지를 토막내여 빈자리에 꽂았다. 탄띠를 만져보니 총알이 제대로 다 있는것 같았다.

《됐다.》

우선 급한 고비를 넘기고 볼판이였다.

그는 어느새 정렬해선 대렬속에 뛰여들어 제자리를 차지하였다.

면도를 깨끗이 한 중대장이 번쩍거리는 혁띠고리를 조이며 대렬 한가운데로 걸어나왔다.

《중대장동지, 사령부직속 소년중대는 대렬검열을 받기 위해 정렬하였습니다. 1소대장 김봉석.》

봉석이가 손을 모자채양옆에 촥― 끌어올리며 정신이 들게 보고를 하였다.

대렬검열은 1소대 1분대부터 받았다. 인수는 2분대 6호병이였다.

그는 강민이가 1분대를 검열하는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탄띠는 헤쳐보지 않고 손으로 만져만 보았다. 그렇게만 계속하면 속여넘길수 있다.

강민은 1분대 검열을 끝내고 2분대로 넘어왔다. 분대장앞을 지나 1호병부터 검열했다. 앞줄에서처럼 총도 보고 배낭안의 소지품도 보고 탄띠도 만져보았다.

그런데 3호병앞에 와서 탄띠를 벗으라고 하였다. 탄띠에 있는 탄알을 죄다 꺼내여 제대로 있는가, 동녹이 쓸지 않았는가, 한알한알 세여보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인수는 속이 켕겼다.

강민은 4호병앞에 와서도 탄띠를 벗으라고 요구하였다. 탄알을 전부 뽑아내여 깐깐히 들여다보았다.

이런, 5호병앞에 와서도 그렇게 하였다. 다음은 인수차례다. 맙시사, 인수는 가슴이 쿵쿵 뛰였다. 그는 강민이보다 뒤에서 따라오는 소대장 봉석이가 더 두려웠다. 이제 자기가 탄알을 잃어버리고 대신 나무꼬챙이를 꺾어서 꽂았다는것을 알면 소대망신을 시킨다며 죽이자고 할것이다.

강민은 인수앞으로 오자 미소를 지으며 총부터 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예, 예.》 인수는 공연히 덤비며 황급히 총을 벗어주었다.

강민은 번쩍거리는 총가목을 살펴보더니 격발기실을 탁 열고 총구를 하늘에 대고 총신강을 내다보았다. 그러더니 대번 흡족해하며 옆에서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하였다.

《총은 이렇게 늘 닦아야 하오. 인수동무가 총건사를 아주 잘했소.》

듣지 않은것보다 못한 치하다. 이제는 탄띠를 볼 차례니말이다.

인수는 간이 콩알만 해졌다. 등골로 식은땀이 흘렀다.

강민은 드디여 인수의 탄띠를 잡았다.

《탄알도 잘 건사했겠지?》 하고 그는 탄띠를 만져보며 물었다.

《옛―》

탄띠를 헤쳐보기만 하면 당장 들장이 나겠는데도 불구하고 인수는 도박군의 배심으로 시치미를 떼고 대답하였다.

《음, 총만 보아도 믿을만 해.》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갔다.

인수는 큰숨이 활 나갔다.

30분에 걸치는 대렬검열을 끝내고 강민은 말하였다.

《아직 부족점들이 많습니다. 먼지낀 총도 있고 습기에 동녹이 쓴 탄알도 있습니다. 래일아침 총과 탄약을 다시 보겠습니다. 총과 탄알은 인수동무처럼 건사해야 합니다.》

앞뒤에서 부러운 눈길로 인수를 바라보았다.

인수는 얼굴이 뜨끈하여 헛기침을 하였다.

대렬검열이 있은 뒤에 인차 아침식사를 하였다. 소대별로 작식터옆의 풀밭에 둘러앉자 작식대원들이 좁쌀죽을 한공기씩 공급했다.

인수는 방금 있은 대렬검사때 속을 바재이며 어찌나 진땀을 뺐던지 죽이 당기지 않았다. 래일아침에 또다시 대렬검열이 있다는데 무슨 수를 쓰든지 그전으로 잃어버린 탄알을 보충해야겠다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식사를 하는둥마는둥하는데 옆에 앉은 광호가 어느새 제몫을 다 먹어버리고 인수의 죽그릇을 넘겨다보았다.

인수는 슬그머니 광호앞으로 죽그릇을 밀어놓았다.

《먹으라구.》

《응? 넌?》

《난 산딸길 좀 따먹었더니 속이 트직해서.》

《그래?··· 정말 내가 먹어두 일없겠니?》

광호는 인수가 눈을 끔벅해보이자 죽그릇을 당겨가더니 잠간사이에 또 게눈감추듯 하였다. 식성이 어른에 못지 않은 이 대식가는 인수가 넘긴 죽그릇이 조건부없는 공짜인줄로 아는 모양이였다.

식사가 끝난 다음 인수는 그를 조용한데로 끌고갔다.

《광호, 너 날 좀 도와주지 않겠니?》

《뭔데?》

《탄알 세발만 좀 다우.》

《탄알을?》

《사실은 간밤 잃어버려서 그런다.》

광호는 뜻밖의 요구에 골살을 찌프리며 아주 기분이 나빠하였다.

《으음, 너 그래서 나한테 선심을 썼구나? 탄알을 세발씩이나 너한데 주면 난 어떻게 하구?》

《그래두 죽 한그릇값이야 해야 할게 아니냐?》

광호는 획 돌아서서 몇걸음 가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총알을 딱 한개만 꺼내주며 말하였다.

《이거 먹은살이 내리누만. 자, 한발만 가져. 이것두 사실은 대단한거야.》

《한발이면 한발.》

《너 그런데 방법은 좋지 않아. 굶어죽으면 죽었지 내가 죽 한그릇에 총알을 팔아먹을것 같애.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래?》

《이런, 소대장도 못되는 주제에 봉석이처럼 꽤나 떡떡거리네. 그러게 내가 도와달라구 하지 않았어? 누가 뭐 죽먹은 값을 내랬나?》

인수는 탄알을 떼우고 배가 불룩해 서있는 광호를 얼렁뚱땅 구슬리고나서 한마디 보태였다.

《걱정말어. 대렬검열만 마치고 진짜 싸움을 할 땐 도로 주겠으니까.》

부대가 식사를 끝내자 행군은 다시 시작되였다.

그러나 길을 떠나 두어시간 지나자 인수는 벌써 허기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총탄은 겨우 한개밖에 보충해넣지 못하면서 아침에 죽그릇을 통채로 광호한테 넘긴것이 후회되였다. 별수없이 힘이 들어도 점심때가 되기를 기다리는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점심시간이 되였는데도 식사하자는 소리가 없었다. 알아보니 오늘은 소년중대도 점심식사가 없다고 하였다.

인수는 기가 죽었다. 원체 며칠 변변히 먹지 못한데다가 아침과 점심을 굶고보니 허기가 져서 방금 쓰러질것만 같았다.

한낮이 기운무렵에 강민이가 그옆에 와서 중대윈들이 다 듣게 큰소리로 물었다.

《인수동무, 꽤 견디여낼만 하오?》

강민은 인수의 기운찬 대답소리로 대원들을 고무해볼 속심이였다.

그런데 인수의 대답이 씨원칠 않았다.

《예―》 하고 마지못해 대답을 하는데 모기소리처럼 가늘게 들렸다.

《인수동무, 어디가 아픈가?》

강민이가 인수의 얼굴을 살펴보며 물었다.

《아니요.》

《그럼?》

인수는 중대장이 재삼 물었을 때 차라리 속이 말째여서 그런다고 할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은 천만락심하여 그의 곁에서 물러갔다. 그렇지만 인수는 중대장한테 미안하게 되였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허기가 심해져서 목대가 게사니목처럼 비탈리고 팔다리가 남의것처림 제각기 놀았다.

확실히 좋지 않은 징조였다. 이러다간 종시 길바닥에 주저앉고말것만 같았다.

그러나 부대는 간다. 쉼없이 계속 간다. 언제면 이 행군이 끝날것인가?

한낮이 퍽 기운무렵에 부대는 구가영부근 내가에서 도중휴식을 하게 되였다. 각 련대들이 소대별로 휴식장소를 택하였을 때 강민을 도와 대렬을 인솔해온 봉석이가 대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동무들, 이 주변에는 삼밭이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서는 안되겠습니다. 인민의 재산에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옆으로 지나가시던 장군님께서 봉석이의 말을 듣고 웃으시였다. 지난해 가을 부대가 이 부근을 지난적이 있었는데 그때 삼밭을 본 기억은 장군님께서도 나시였던것이다.

봉석의 훈시가 끝나자 중대원들은 땀도 들이고 개울물에 가서 세수도 하며 뿔뿔이 흩어져 휴식하였다.

인수는 관식이를 꼬드겨가지고 숲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너무 배가 고파서 산열매를 따먹을 생각이였다. 그런데 숲을 헤치고 들어가다가 진짜 삼밭을 만났다.

작금년간 여기 장백, 림강 일대의 수림에서는 가끔 주인없는 삼밭이 나타나군 했다. 유격대가 붙는다고 군경들이 양삼재배업자들마저 쫓아버렸다. 지금 나타난 삼밭도 그런 사연으로 버림받았는지 추녀가 허물어진 산전막이 초라하게 서있어 임자가 없다는게 인차 알렸다.

인수는 집에 있을 때 노루사냥다니던 이웃집 포수아저씨를 따라다니며 삼밭을 몇번 본적 있고 주인 모르게 한뿌리 캐먹어본적도 있어 첫눈에 삼밭을 알아보았다. 기다란 잎꼭지며 겹잎을 이룬 쪽잎이며 포동포동 살이 찌고 두세갈래 가지를 친 흰뿌리, 틀림없는 인삼이였다. 보기만 해도 대번에 기운이 나고 정신이 드는것 같았다. 당장 한뿌리 캐먹고싶었다. 처음은 방금 봉석이가 주의주던 말이 생각나서 주저했으나 바람에 너울거리는 삼잎사귀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넨장.》

인수는 어느덧 삼 한뿌리를 캐여 입안에 넣고 씹으며 관식이앞에도 한뿌리 내밀었다.

관식이는 삼뿌리를 코앞에 갖다대며 냄새를 맡아보고 한입 베여 질겅질겅 씹어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뱉어버렸다.

《정신있니? 그게 무언지 알고 뱉어버려?》

《써서 어디 먹겠니?》

《이 맹과니야, 이건 한뿌리만 먹어두 눈알이 툭 삐여지는 인삼이다!》

인수는 잡풀이 성한 밭고랑을 타고나가며 삼을 캐는대로 걸탐스럽게 먹었다. 일곱뿌리나 먹고서야 역해날사하여 삭정이불을 피워놓고 구워먹었다. 관식이도 구운것은 입에 그리 쓰지 않다고 두어뿌리 잘 먹었다.

인수는 초기를 면할만큼 열두뿌리나 먹고나서 삼을 캐여 배낭에 쑤셔넣기 시작하였다. 관식이는 구미가 당기지 않아 미친년 달래캐듯이 정신없이 밭고랑을 타고 뛰여다니는 인수를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보았다.

모엿구령이 울렸다.

인수는 집합장소로 달려나갔다. 삼먹은 기운이 뻗쳐 씩씩하게 걸어갈 생각을 하니 행군이 두렵지 않았다. 인수는 삼을 먹으면 효력이 당장 나는줄로 알고있었다.

그가 싱글벙글 웃는것을 보고 강민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인수동무가 기운이 살아났구만. 아까는 왜 그리 죽는 시늉을 했소?》

《예··· 좀 그래본거지요.》

《그러면 그렇겠지. 인수, 이제 가다가 동무들이 힘들어할 때 선동을 좀 하라구. <동무들! 힘을 냅시다!> 앞뒤에 대고 한마디 크게 소리치란 말이요.》

《예, 합시다!》

인수는 흔연히 약속하였다.

행군은 다시 시작되였다. 어느덧 5리, 10리를 갔다.

인수는 배심이 뜬뜬했다. 남이 못먹은 삼을 열두뿌리나 먹었으니만큼 밤낮으로 행군을 이어댄대도 인제는 끄떡않고 견디여낼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였다. 이젠 삼기운이 몸에 퍼져 힘이 뻗쳐야겠는데 웬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그와는 정반대였다. 기운이 솟기는커녕 물먹은 명주고름처럼 사지가 나른해지며 더욱더 지쳐빠졌다.

(이럴수가 있는가? 내가 개삼을 먹었는가?···)

부지불식간에 헛걸음이 나가고 엎친데덮치기로 발에 생긴 물집이 터져 다리를 옮길적마다 칼로 째는듯이 발바닥이 쓰리고 아팠다. 날씨마저 사나와 찬바람이 불고 음산하게 흐린 하늘에서는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졌다. 미구에 검은 구름장이 내려앉으며 비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갑자기 소낙비가 쫙쫙― 쏟아졌다.

그래도 아랑곳없이 부대는 간다. 비속을 계속 행군해간다.

인수는 아프고 저린 다리를 가까스로 내짚으며 휘청거렸다. 몸을 가누어내지 못하고 금시 비물이 고인 질적한 땅에 코를 박으며 쓰러질것 같았다.

이런 가위에 벼락까지 바스러지는 소리로 귀청을 째며 가까이 떨어져 가문비우듬지가 뭉청 부러지고 그러자 놋날같은 비줄기가 대원들을 후려치며 눈앞이 뽀얗도록 물안개가 섰다.

인수는 방향감각을 잃고 자기 몸이 지금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였다. 그저 한가지 생각만이 머리속에 더욱 명백해질뿐이였다.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어떻게 혁명을 하는가?)

목에서는 쇠비린내가 올라오고 다리는 모래자루를 찬것처럼 점점 더 무거워졌으며 눈은 앞을 바로보지 못하여 비틀거렸다.

(삼을 열두뿌리나 먹고도 이렇게 기신을 못해서야··· 못견디겠다. 못해먹겠다.)

인수는 주저앉고싶은 생각이 걸음마다 났다. 다른 동무들도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인수동무, 한마디 하라구.》

강민이가 또다시 옆으로 다가와서 아까 약속한 일을 상기시켰다. 인수는 이번에도 대꾸가 없었다.

강민은 인수의 귀에 손나팔을 해대고 소리쳤다.

《인수, 약속을 잊었소?》

《···》

《잊었는가?》

인수는 귀찮아서 골을 팩 내였다.

《무슨 약속말이예요?》

《저, 저런···》

강민은 별 괴상한 녀석도 다 있다고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십리를 더 가서야 비가 멎어 숙영지를 정하였다. 구대원들이 와서 천막을 쳐주었다. 그러나 옷이 젖어 누구도 천막안에 들어갈 생각을 않고 우등불을 피웠다. 젖은 나무는 불이 달리지 않고 실실 연기만 피워서 눈이 쓰리고 찬바람이 불어쳐 어디나 을씨년스러웠다.

인수는 젖은 옷을 입은채 몸을 덜덜 떨었다. 이발이 떡떡 맞부딪치며 오한이 났다. 더운물이라도 한사발 마시고싶었다. 뜨뜻한 아래목이 그리웠다. 집이 그리웠다. 집에서는 좋은것은 못먹어도 타개죽만은 배불리 먹을수 있었고 덮개는 없어도 뜨끈한 아래목이 있었다.

(내가 집을 떠나온것이 참말 잘한 일이였던가? 집에 있었으면 지금쯤은 감자를 구워먹으며 어머니와 같이 망질을 하고있을텐데···)

인수는 지금처럼 집이 그리워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구대원들은 비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밑에 모여서서 웃고 떠들며 담배질을 했다. 도무지 춥고 배고프고 힘든것을 느끼는것 같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것은 어린 자기네 중대원들속에도 그런 락천가들이 한둘만이 아닌것이였다. 2소대장 주용길은 소대원들과 같이 빙 둘러서서 노래를 불러대였다.

 

설한풍이 휩쓰는 험한 산중에

결심품고 싸워가는 우리 혁명군

천신만고 모두다 달게 여기며

피와 땀을 흘린자가 그 얼마냐

···

 

노래소리는 마치 인수에게 비바람이나 설한풍쯤은 이겨내야 한다고 귀띔해주는것 같았다.

이때 로상권이가 인수옆을 지나 담배질을 하며 웃고있는 구대원들쪽으로 가다가 그들의 지청구에 걸려들었다. 구대원들은 로상권이를 보더니만 우린 《도감》을 잘 만나 사흘째나 배에서 쪼르륵소리가 난다고 힐난했다. 그러자 로상권은 늘 하는 소리를 타령처럼 뽑았다.

《날 가마에 넣으소!》

구대원들이 흐아 웃어대며 그런 소릴 하면 가마에 못 넣을줄 아는가고 위협했다. 로상권은 군수처에서 식량공작조가 떠나간데 대해서는 시치미를 따고 한마디도 비치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숙영지를 정하는 즉시로 로상권이를 부르시여 당장 많은 식량을 구해오기 곤난하니 소년중대만이라도 굶기지 않게 식량공작조를 내보내라고 이르시였다. 그래서 이십여명의 공작대가 두개조로 나누어 떠났던것이다.

인수는 《도감》아바이가 나타나는통에 더 크게 웃으며 떠들고있는 구대원들이 리해가 되지 않았다. 저이들도 춥고 배고프고 힘들기는 한가지겠는데 어떻게 되여 저렇게 웃을수 있을가?

방정맞게도 이때 코피가 터져나왔다. 이 사실은 가뜩이나 신심을 잃고있는 그를 더욱 당황케 하였다. 인수는 외딴 바위밑에 가서 머리를 뒤로 젖히며 코피를 간신히 멈추고는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남없이 코피까지 흘린것이 부끄러워 중얼거리였다.

(난 안되겠어. 이래가지고야 무슨 혁명을 한단 말인가?)

인수는 자기가 가엾어 저절로 울음이 나왔다. 사방에서 떠드는 웃음소리가 높아질수록 남의 축에 들지 못하는 일이 더욱 서러웠다.

《아바이, 마음을 써서 가마에는 넣지 않을테니까요.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나 한마디 하고 가시오다.》

《아무렴, 그저야 놔줄수 없지.》

구대원들이 로상권이를 붙들고 사방에서 성화를 먹이는 소리가 인수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허허, 입이 닳는다고 이야기야 못할가, 컬컬한 모양인데 그럼 내 한마디 하지. 머리태에 옥복수댕길 드리구 서당에 다니던 이야길 할가, 서울 가서 하숙집 처녀와 눈맞추던 이야길 할가?》

《하하, 아바이한테 그런 시절이 다 있었어요?》

구대원들이 귀가 솔깃하여 들을만해하자 로상권은 진짜 이야기판을 벌려놓았다.

《이 로상권은 열세살때부터 <북선일보> 연사지국에서 신문배달을 하였다오. 저녁에 합승차에 신문이 오면 그걸 받아가지고 지국장네 집으로 가서 한장한장 접어가지구 겨울날에도 신문보는 집을 찾아 뛰여야 했소. 동저고리바람으로 밤늦게 신문을 돌리고가면 어머니가 밥도 안먹고 그때껏 기다리다가 <에그, 칩겠구나.> 하며 마중나오군 했지. 나는 그때마다 눈물이 나오군 하였소.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서 잠이 채 깨지 않아 눈을 감구 진흙을 빚어야 했소. 어머니는 독쟁이로 오지그릇을 구워 팔았거든. 이렇게 모자가 벌어서 보통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서울공부를 떠났는데 복덕방에서 알선받아 간 곳이 바로 그 하숙집이였단 말이요.》

로상권은 꾸물거리며 꼭지만 떼놓고 갈 차비를 하였다. 대원들은 앞뒤에서 달려들어 이야기를 하다마는 법이 어디 있는가고 그의 팔소매를 불잡았다.

《다행히 그때 나는 서울상업학교에 들어갔는데 하숙집에서는 아침에만 식사를 하였소. 고학을 하는 처지에 방세 내고 밥값까지 물자면 수지가 맞지 않았소. 그래서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죽 한그릇으로 에우군 했지. 그러다나니 배가 늘 고팠소. 지금은 배가 고파도 혁명을 위해 참을수 있지만 그때야 어디, 그저 한번 밥이나 실컷 먹어봤으면 하는것이 원이였지. 헌데 하루는 말이지, 이웃집 하숙생이 늘 궁해서 헐헐하는 나더러 자네 용해두빠졌구만, 주인집아가씨하고 눈을 좀 맞추라고 하더란 말이요. 듣고보니 그럼즉도 해서 없는 용기에 조용할 때 아가씨를 다정스레 바라보며 눈을 찡긋해보이질 않았겠소. 그랬더니 아가씨는 내꼴이 우습던지 별사람 다 본다는듯이 웃음을 내뿜더군. 귀가 넓으면 랑패야. 실패로구나 했지요.

그런데 다음날아침 아가씨가 밥상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밥을 한창 먹다보니 밥밑에서 삶은 닭알 두알이 나오는 판이라··· 나는 그날부터 점심도 저녁도 하숙집에서 먹었소. 그후 방세를 물 때가 가까와오자 그 녀자는 자기가 다 처리했다면서 모른척하고 가만있으라는거요. 그래서 제잡담 아가씨 손을 잡고 어떻게 되여 가난뱅이 하숙생에게 이렇게 선심을 쓰는가고 물어보질 않았겠소. 그랬더니 대답하기를

<저는 당신이 매일 두끼씩은 나가서 죽만 사잡수신다는걸 알고 당신이 구루마를 끌며 고학하는 모습을 1년나마 지켜봤어요. 그러는 과정에 저는 당신의 근로정신, 성실한 사람됨을 보았어요. 저는 서로 긁어먹고 속이고 등쳐먹는 이 서울장안 생활이 진저리가 납니다. 저를 어디라도 좋으니 데리고가주세요.> 이러더란 말이요.

나는 놀라왔소. 그의 부모들은 거렁뱅이 하숙생한테 딸을 주겠는가고 우리들의 약혼을 극력 반대했었소. 그러자 아가씨는 도담하게도 이미 늦었다고 하는게 아니겠소. 부모들은 펼펄 뛰며 재판을 걸어 무슨 위자료를 받겠다고 야단이였소. 그래서 나는 그 녀잘 데리고 야밤도주해서 고향으로 돌아왔지요. 그사이 독을 구워 학비를 보태주던 어머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녀자만 차고 온 아들을 보더니 망했다고 한숨을 짓더군. 그러나 서울녀자라고 다 톡톡 터는것은 아니였소. 처가 어머니와 같이 독을 굽고 장대같은 손주를 둘씩이나 안겨주어서야 어머니마음이 돌아앉았는데 그애들이 지금은 벌써 저 바위밑에서 울고있는 인수만 하다오. 우리 그애들이야 물론 울보는 아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하여 귀를 기울이고있다가 인수는 펄쩍 놀라며 몸을 움츠러뜨렸다. 울음이 저절로 뚝 멎었다.

대원들은 로상권의 말끝이 인수의 정수리에 떨어지는것을 보고 소리를 내여 웃으며 권고했다.

《그렇군. 그때 상업학교물을 먹었으니까 계산이 밝군그래. 아바이, 자식들을 데려오고싶지는 않습니까?》

《싫소, 지금 부대가 끼고있는 애들만 해두 걱정인데 저 인수같은 울보를 만들자구 데려오겠소?》

인수는 로상권의 말에 부아가 부쩍 끓어올랐다. 그앞으로 달려가 왜 남을 거드는가고 행악이라도 부리고싶었다. 그러나 저주맞을 코피가 재수없게 또 나왔다. 그가 머리를 젖히고 코피를 멈추는것을 지나가던 강민이가 띠여보고 달려왔다.

강민은 인중에 묻은 코피와 얼굴이 해쓱해진 인수의 얼굴을 보더니 그길로 중대천막으로 끼고갔다.

천막안은 휑 비여있었다. 축축한 땅에 새초를 깔고 천막을 쳤는데 습하고 끈끈하여 누구도 천막안에 들어오지 않고 우등불이 실실 타고있는 밖에서만 맴돌았다.

강민은 인수를 눅눅한 새초우에 눕히고 맥을 재보았다.

이마도 짚어보았다.

《열은 없군. 어디서 코를 다친게 아니냐?》

《아닙니다.》

《전에도 피곤하면 코피를 흘렸느냐?》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럼 문제로군.》

강민은 사령부로 달려가서 인수가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원인불명의 코피를 흘리며 앓는다고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얼마후에 장군님께서 중대천막으로 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인수의 머리맡에 앉아 손맥을 짚어보고 이마를 짚어보고 눈동자도 들여다보시였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단 말이지?》

《예···》

인수는 점직해하며 기여드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는사이에도 코피가 한두방울 또 나왔다.

강민이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아주고 옆에서 간호를 해주다가 근심이 되여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이거 큰일났습니다. 난 인수가 이렇게 약골인줄은 몰랐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인수의 얼굴을 내려다보실뿐 말씀이 없었다. 그이께서는 인수의 증상을 보고 벌써 눈치를 채시였다.

《인수야, 너 혹시 무얼 다른걸 먹은게 없느냐?》

장군님께서 조용히 물어보셨다.

인수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행군해오다가 삼밭에 들어가서 삼을 캐먹은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것은 규률을 크게 위반한 일이여서 강민의 눈치를 보며 그런 일이 없노라고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가만, 이제 대원들이 들어오겠는데 강민동무, 인수는 나한테 맡기시오. 조용한데로 데려다가 안정을 시키면서 내가 간호해줄테니 걱정마오.》

장군님께서는 인수를 사령부로 데리고가서 자리에 눕히시였다. 그러고는 측은히 그를 내려다보시다가 나직이 물으시였다.

《인수야, 힘이 들지?》

《···》

《집생각이 나지 않느냐?》

장군님께서 자기속을 꿰뚫어보고 하시는 말씀같아 인수는 가슴이 찔렸다.

(왜 이런걸 물어보실가? 내가 힘들어하는걸 알고 집으로 돌려보내자고 이러시는게 아닐가?)

인수는 그렇게도 그립던 집이지만 정작 돌려보내면 어찌나 하는 생각이 들자 집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려 하였다. 그때 멎을줄로 알았던 코피가 또 나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인수는 장군님앞에서까지 창피한 꼴을 보이는것이 민망하여 눈길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했다.

《일없다, 하루밤 자고나면 아무 일도 없을게다.》

장군님께서 안심을 시키시며 인수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우에 올려놓고 뒤로 젖히면서 코피를 씻어주시였다. 수통의 물로 뒤골도 적시여주시였다. 그러고는 다른 증상이 나타날가봐 인수의 손맥과 이마를 다시 짚어보며 머리맡에 그냥 앉아계시였다.

인수는 부끄럽고 미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장군님께서 좀전에 물어보시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무얼 다른것을 먹지 않았는가고 하시였다.

인수는 자기 머리를 무릎우에 올려놓고 손수 간호를 해주시며 머리맡에서 떠나실줄 모르는 장군님을 보니 그 일을 감추고있는것이 무슨 죄처럼 생각되였다. 꾸중을 듣는 한이 있어도 장군님앞에서는 그 무엇이든 숨기고싶지 않았다. 잃어버린 총탄 세발에 대해서도 죄다 말씀드리고싶었다.

그리하여 인수는 몸을 움쭉하며 탄띠에서 자름자름한 막대꼬챙이 두개를 꺼내여 장군님 손우에 놓았다.

장군님께서 의아해하시였다.

《아니, 너 탄띠에 이런건 왜 끼워가지고 다니느냐?》

《장군님, 전 나쁜 아입니다.··· 어제 탄알을 세개 잃어버렸는데 오늘아침 대렬검열때 그걸 대신 꽂아넣구 중대장동지를 속였습니다.》

장군님께서 인수가 손우에 놓아준 가짜 탄알을 내려다보시더니 그만 큰소리로 껄껄 웃으시였다.

《허허··· 그렇단 말이지.》

《그러구는 걱정이 되여···》

인수는 아침식사를 광호한테 통채로 넘기고 그한테서 탄알을 한개 받은 이야기며 행군도중에 너무 배가 고파 삼밭에 들어가 인삼을 열두뿌리나 캐먹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죄다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얼굴에 지으신채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내 그런줄 알았다. 인수야, 너 코피가 나온다고 락심해하는것 같은데 일없다. 네가코피를 흘리는것은 약골이여서 그런게 아니고 다른 동무들보다 더 지쳐서 그런것도 아니다.》

《예?》

《네가 코피를 흘리는것은 한꺼번에 인삼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다. 갑자기 삼을 많이 먹으면 어른들도 코피를 흘리는 수가 있다.》

《그렇습니까?》

인수는 자기가 남들보다 더 지쳐빠져 그런것이 아니고 삼때문에 그렇다는 말씀이 왜 그리도 기쁘게 들리는지 몰랐다. 어디서 기운이 생겼는지 자리를 차고 일어나앉기까지 하였다.

작식터쪽에서 《식사 모엿》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안있어 사령부작식대원이 장군님 식사를 가져왔다. 법랑식기에 담은 죽 한그릇에 산나물무침을 받친 소박한 식사였다. 식량사정이 긴장해진 요사이는 장군님께서 매일 소년중대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시였는데 끼니때마다 자신이 잡수시여야 할 얼마 안되는 죽마저 헐헐하는 대원들에게 덜어주시군 하여 아예 오늘은 직접 사령부로 가져온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출입문을 들치고 밖을 내다보며 작식대원에게 물으시였다.

《소년중대가 식사를 했습니까?》

《예, 이제 곧 합니다.》

《그들한테 먼저 주어야지··· 수고스럽지만 인수 식사도 여기로 좀 가져다주시오.》

잠시후에 작식대원은 또 한그릇의 죽을 조심히 가져다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어서 식사를 하자고 하시며 인수를 마주앉히고 숟가락을 들려주시였다.

인수는 배가 고팠지만 숟가락을 죽그릇으로 가져가려다가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장군님, 식사하십시오.》

《응, 먹지.》

그이께서는 숟가락을 드시더니만 어느사이 인수의 그릇에 죽을 푹 덜어주시였다.

《아, 그만두십시오.》

인수는 사양을 하며 장군님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였다. 낟알기운이 들어가자 금시 새 기운이 솟고 본래의 자기로 돌아오는것 같았다.

인수는 갈신을 면하고 몸이 거뿐해지자 규률을 어기고 삼을 캐먹을 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였다는 생각이 들어 게면쩍어했다.

《전 삼을 혼자 먹고 벌을 받은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인수가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였다. 그러고는 인수의 손을 꼭 잡고 따뜻이 말씀하시였다.

《인수야, 힘이 들지? 왜 힘이 안들겠니. 힘이 안든다는것은 거짓말이다. 우리의 싸움은 힘이 든다. 그러나 이겨내야 한다. 혁명가가 되자면 무쇠같은 의지를 가져야 해. 아무리 마음속으로 혁명을 하고싶어도 의지가 약하면 혁명을 해낼수 없거든.》

《장군님, 전 정말 입만 깠지 단련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총만 메면 유격대원이 다 되는줄 알았습니다.》

인수는 눈을 슴벅거리며 심정을 그대로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인수가 원기를 회복하고 기분도 밝아진것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시였다.

《어떠냐? 인제는 기운이 좀 나느냐?》

《예, 인젠 살것 같습니다.》

《허, 그것 봐라. 강냉이죽이 인삼보다 낫다.》

장군님께서는 인젠 살것 같다니 됐다고 큰소리로 웃으시며 인수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