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7


 

제 4 장

7

 

장군님께서는 주먹을 그린 종이장도 말아쥐고 그길로 7련대지휘부로 가시였다.

백여명의 소년들을 보살펴주는 일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그애들을 부담으로 여기는 사람들, 숙영지안에 있는 중대장이상의 지휘관들을 전부 불러오라고 7련대장더러 이르시였다.

김주현은 장군님의 얼굴에 흥분의 빛이 어린것을 보고 급히 전령병을 시켜 여러 지휘관들을 불러왔다.

《동무들, 이걸 좀 보시오!》

올 사람들이 다 왔을 때 장군님께서는 그들앞으로 말아쥐고온 수십장의 결의문을 통채로 내놓으시였다.

지휘관들은 영문을 몰라하였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나무밑에 주런이 놓은 통나무에 앉아 그이께서 나누어주시는 결의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좌중이 정숙해졌다. 그들은 까닭을 몰랐지만 글줄들이 부르짖는 애절한 호소에 끌려들어 누구도 정숙을 깨뜨리지 못하였다. 다만 종이장을 번지는 소리만 들릴뿐이였다. 지휘관들이 결의문을 거의다 읽었을 때였다.

장군님께서 앞에 앉은 지휘관들의 얼굴표정을 주의깊이 살피시였다.

비록 남의 손을 빌어 쓴것도 있고 글자를 오리발 그리듯 한 결의문도 있지만 그것을 본 지휘관들은 그들을 부담으로만 여기던 지난날을 부끄럽게 돌이켜보기도 하고 큰 충격을 받은듯 깊은 생각에 잠겨있기도 했다.

장군님께서는 옆에 앉은 김주현련대장의 손을 잡고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동무들, 어떻습니까?》

그러자 앞뒤에서 저마다 결의문에서 받은 감상을 한마디씩 말씀드렸다.

《참, 엉뚱합니다.》

《생각이 어른들 찜쪄먹겠습니다.》

《인제 보니 속에 불덩이가 들어있습니다.》

장군님께서 흥분된 심정을 안고 묵묵히 앉아있는 강민의 손을 잡으시였다.

《나도 이애들의 각오를 미처 다 몰랐습니다.

동무들, 나는 이애들을 떼여놓지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안떨어지겠다고 매여달리는것들을 떼여놓고가서 우리가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늘 마음에 걸리고 가슴이 아플텐데. 동무들, 그렇지 않습니까? 난 그럴것 같습니다. 주현동무, 어떻소?》

김주현은 그애들의 정상도 정상이지만 결의문을 들고 이렇게 찾아까지 오시여 지켜앉아 읽히고 손을 잡고 사정하시는 장군님을 보니 가슴이 아파 견딜수가 없었다. 장군님께서 언제 무슨 일을 두고 아래사람들에게 이렇게 사정을 하신적이 있었던가.

장군님께서는 강민이앞으로 덕만의 《결의문》도 내보이시였다.

《이걸 보시오. 덕만이는 결의문을 이렇게 썼습니다. 글을 몰라 주먹을 그려바쳤습니다. 이처럼 부르쥔 주먹으로 혁명을 하겠다는 맹세를 했습니다.》

강민은 그 주먹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로상권이와 여러 지휘관들도 가슴이 후두두 뛰는것을 느꼈다. 그들에게는 결의문을 대신하는 그 하나의 주먹이 자기네와 덕만이 사이를 순간에 더 가깝게 해주고 뗄수 없는 혈연적인연을 맺어주는것 같이 생각되였다.

장군님께서는 지휘관들을 한사람 한사람 둘러보시며 점점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렇습니다. 그애들의 심정이 이렇습니다. 덕만이는 열두살때부터 지주집에서 짓밟히고 매맞던 소년입니다. 머슴살이를 집어던지고 혁명을 하고싶은데 글을 몰라서 결의문을 못쓰고 이렇게 주먹을 그려바쳤습니다. 주먹으로라도 자기를 짓밟는 그 저주할 세상을 들부시겠다는 결의가 이속에 있지 않습니까? 만약 우리가 이런 애들을 버리면 어디 가겠습니까? 짓밟히고 천대밖에 더 받겠습니까? 동무들,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애들을 우리가 어떻게 떼여놓겠습니까. 난 제 살점을 떼면 뗐지 그애들을 한순간도 떼여놓을것 같지 못합니다.》

지휘관들은 가슴이 들먹거렸다.

이 순간 그들의 가슴에서는 격류같은 감격이 소용돌이칠뿐 그 어떤 사소한 의견도 있을수가 없었다. 장군님께서 이렇게까지 간곡하게 말씀하시는데 설혹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말씀드릴수가 없었다. 그들은 결의문을 써바친 소년들의 불같은 심정에도 감동되였지만 장군님의 말씀에 더 감격하여 목이 메였다.

김주현련대장이 여러 지휘관들의 심정을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들을 전부 우리가 데리고다니며 먹여살리고 보호해주겠습니다.》

지휘관들은 한결같은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동무들, 고맙소!》

장군님께서는 기쁨에 넘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고나서 둘러보시였다.

《그런데 우리 그들을 그저 보호해준다는 립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한걸음 더 나가서 생각해보는게 어떻겠습니까? 난 오늘 그애들의 결의문을 보면서 이런 각오를 가진 소년들이 왜 원쑤들과 싸우지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동무들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싸우지 못할것 같습니까?》

이때 장군님 맞은편에 앉아 시종 고개를 떨구고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던 강민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사령관동지, 저는 량심의 가책때문에 결의문을 다 읽지도 못했습니다. 인수나 준오의 결의문을 보니 제가 자라온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덕만이의 주먹은 제가 장군님을 찾아오던 때의 제 심정을 그대로 그려낸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의 심정을 알아주지 못했고 더구나 그애들을 품에서 놓지 못해하시는 장군님의 심정을 리해하지 못하고 그저 실무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사실 장군님 말씀대로 저런 기특한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 혁명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총을 메워줍시다. 그러면 그애들도 적을 쓸어눕히는 훌륭한 유격대원이 될것입니다.》

강민이 아직 못다한 말이 있는듯 선채로 잠시 쭈밋거리자 장군님께서는 잠시 뒤말을 기다리다가 다 알만 하다는듯이 그의 어깨를 다정히 쓸어앉히시며 말씀하시였다.

《강민동무가 뜻깊은 말을 했습니다. 나도 이 결의문을 보니 생각되는바가 많습니다. 사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만 했는데 그애들한테 총만 메워주면 그들도 강한 전투력으로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시중을 든다 어쩐다 할것도 없을것입니다. 물론 총을 메워준다구 단번에 훌륭한 유격대원이 되는것은 아니지만···》

장군님의 말씀이 채 끝나기도전에 김주현련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흥분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령관동지의 말씀대로 그애들한데 정말 총을 메워주는것이 좋겠습니다. 저 봉석일 보니까 총을 메워주면 제꺽 큽니다. 총을 메지 않았을 때와 다릅니다.》

김주현이 열변을 토하자 지휘관들이 이구동성으로 총을 메워주자고 말씀드렸다.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론의가 시원스럽게 뻗어나가자 장군님께서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시였다.

《그럼 우리 그애들한테 본인들의 소원대로 총을 메워줍시다. 소년중대를 무어줍시다.》

《소년중대?》

흥성거리던 지휘관들이 놀라움이 어린 눈길로 그이를 바라보았다.

《물론 소년중대란 말은 없던 말이니까 동무들의 귀에 설겠지. 그렇지만 만들면 만드는게지 못만들게 있습니까. 동무들이 아는바와 같이 우리가 이 불덩이같은 소년들을 보살펴주는것은 단순히 그들을 먹여살리고 생명이나 보호해주자는데 목적이 있는것이 아닙니다. 우리 혁명의 대를 이어갈 후비대를 키우자는것이 기본입니다. 동무들, 보시오. 이렇게 거창한 밀림이 영원히 무성하자면 저런 거목만이 아니라 씨도 있고 애솔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조선혁명의 장래를 위하여 지금도 이전과 변함없이 싸움의 불길속에서 이 밀림에 씨를 뿌려야 합니다. 다음 또 한가지는 희생된 전우들, 동지들에 대한 의리를 지켜 그들이 남기고간 자식들을 아버지의 뒤를 잇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혁명가로 키워주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결의문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조선소년들의 남다른 처지에서 나온 그들의 각오를 믿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모두 총을 메워주고 소년중대를 무어줍시다.》

김주현은 자기가 그처럼 걱정하면서 안타깝게 모대기던 문제를 장군님께서 순간에 그것도 더할나위없이 훌륭하게 해결하시는바람에 격정에 넘쳐 그이를 바라보았다. 김주현이뿐아니라 모든 지휘관들이 흥분된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그이를 우러렀다.

강민은 눈물어린 감동속에 장군님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어떻게 되여 내가 순간이나마 소년들을 부대에서 떼여놓을 생각을 가질수가 있었던가? 장군님을 가까이 모시고 싸우면서도 그이의 뜻은 알지 못하고 제멋에 겨워 돌아친것이 내 사상의 몰골이 아닌가. 안되겠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장군님품에서 사는 한 철부지처럼 장군님 뜻을 다시 배워야 한다.)

강민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였다. 김주현은 자기의 가슴도 열배로 넓어지고 심장도 열배로 뜨거워지고 두눈이 더욱 밝아져 천리밖을 내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련대장은 장군님의 그처럼 넓은 세계, 그처럼 뜨거운 열로 충만된 심장을 지니고 그이의 뜻을 옳게 받들자면 아직도 멀고 멀었다는것을 통절히 느끼게 되는것이였다,

《어떻소? 동무들, 소년중대를 조직해주는게 좋지?》

장군님께서 술렁거리는 지휘관들을 둘러보셨다. 지휘관들은 박수를 치며 서로 좋다고 말씀드렸다.

한시름 놓은 장군님의 얼굴에 기쁨이 실린 미소가 환하게 어리였다.

《됐소, 동무들이 다 찬성하니 됐소. 그럼 따로 모일것없이 이 자리에서 마저 토론합시다. 소년중대를 조직하자면 군복도 마련하고 총도 마련해야겠는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것이 좋겠소?》

그이께서 물어보시기 바쁘게 련대장들이 그 문제는 서로 한몫씩 떼여맡겠다고 결의해나섰다.

먼저 군복문제가 론의되였다. 타산이 잘 맞지 않았다.

련대장들이 발벗고나서니만큼 천만 있으면 달라붙어 며칠사이에 군복을 만들수 있었다. 그러나 군수처에서는 백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군복을 일제히 해입힐수 있는 천을 가지고있지 못하였다. 현재 덕골에 들어가있는 재봉대에 광목이 몇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필요한 군복을 절반도 지을수 없다. 어디 가서 돈을 주고 구입해오거나 적을 치고 빼앗아와야 하는데 그러자면 시일이 좀 걸려야 하는것이다.

군수처의 로상권은 이런 사정을 보고하면서 유격대원들도 입대할 때 처음부터 군복을 다 입힌것은 아닌데 우선 천이 자라는껏 해입히고 못타입는 애들한테는 형편을 봐가며 차차 해입히자는 의견을 말씀드렸다.

사실 유격대원들도 입대하자마자 군복을 타입는것은 아니였다. 한동안은 집에서 입고온 옷에 총만 한자루 메고다닌 대원들도 적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가능성을 면밀히 타산한 로상권의 의견에 대하여 조금도 나무라시지 않았다. 형편을 놓고보면 로상권의 말을 그르다고 할수 없었다.

《그런데 군복을 못타입는 애들이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방법이 없겠는지 좀더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애들한테만은 군복을 일시에 다 해입히도록 합시다. 모자라면 어른들것을 줄여서라도 다 입혀야 하겠습니다.》

장군님의 심정을 헤아리고 가까이 앉아있던 오중흡중대장이 소박한 성의를 담아 말씀드렸다.

《저희들도 돕겠습니다. 저희중대에 얼마 입지 않은 군복이 몇벌 있습니다. 그걸 깨끗이 손질하여 그애들 몸에 맞게 줄이겠습니다.》

그러자 여러 지휘관들이 저마다 자기네도 그렇게 하겠다고 호응해나섰다.

강민이가 아까처럼 슬그머니 일어나서 여러 동지들이 그렇게 도와만 준다면 제 손으로 줄인것 같지 않게 새옷처럼 만들어 내놓겠다고 하였다. 그제야 지휘관들은 큰 죄나 지은듯이 고개를 떨구고있는 이 싸움군이 실상 재봉대원들 찜쪄먹을 재단사이며 재봉사라는것을 새삼스럽게 상기하고 한바탕 웃었다.

로상권은 신이 나서 선자리에서 줄일수 있는 군복수량을 자세히 장악했다. 다 합치면 일제히 군복을 입힐수 있을것 같았다.

장군님께서는 그들의 열의에 감동되시여 의복문제는 풀렸다고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다음엔 총문제지. 그애들한테는 가볍고 길지 않은 기병총을 메우는것이 좋겠는데 기병총이 지금 부대안에 몇자루나 있습니까?》

7련대장과 8련대장이 각기 자기네 련대에 있는 기병총 수자를 말씀드렸다. 기병총은 녀대원들밖에 메고다니지 않기때문에 두 련대에 있는것을 다 모은다 해도 한개 소대분밖에 되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생각해보시다가 군복웃주머니에서 뚜껑에 보풀이 인 수첩을 꺼내시였다. 그러시고는 《가만, 우리가 곳곳에 묻어둔 무기들이 있지. 그속에 기병총도 더러 있었던것 같은데 거리가 가까운데부터 찾아봅시다.》 하며 수첩을 몇장 넘기시였다.

《그렇지, 있소. 홍두산밑에만 해도 보총이 370에 기병총이 13자루,··· 7련대장동무, 동무네 련대에서는 사람들을 보내서 그곳에 있는 기병총을 전부 꺼내오도록 하시오.》

《예, 당장 보내겠습니다.》

김주현은 재봉대에 가서 군복을 만들어오는것도 자기네 련대가 맡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한가지는 양보하라고 웃으시며 8련대장에게 이르시였다.

《동무네 련대에서는 한개 소대쯤 재봉대에 보내여 빨리 군복을 만들어오도록 해야겠습니다. 그곳에 있는 재봉대원들도 기병총을 가지고있는데 올 때 거기에 있는 기병총도 다가져오도록 하시오. 그러자면 갈 때 재봉대원들에게 대신 줄 총을 가지고 가야겠소.》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총문제도 해결되는셈이지.》

장군님께서는 이어서 배낭이며 그밖의 소지품에 이르기까지 단시일안에 마련할 방도를 세워주시고나서 준비하는 과정에 애로가 있으면 사령부에 직접 제기하라고 하시였다.

그리고나서 그이께서는 일체 물자접수와 군복과 총이외의 소지품준비는 군수처의 로상권이한테 일임하시였다.

분공에 따라 한몫씩 떼여맡은 사람들은 그날부터 뛰였다. 재봉대가 있는 밀영으로 달려가서 재봉대원들과 같이 돌격작업으로 군복도 해오고 기병총도 구해들이고 하며 주야로 불이 나게 뛰였다.

지시를 주신지 닷새째 되는 날, 부대가 지양개부근에서 숙영하고있을 때 장군님께서 정형을 친히 알아보려고 군수처에 나오시였다. 7련대장과 8련대장, 강민이를 비롯하여 이번 일에 관계한 사람들이 그이를 모시고 함께 나왔다.

군수처앞에 주런이 세워놓은 기병총과 차곡차곡 쌓아놓은 군복들, 그쯘히 갖추어놓은 장구류를 보고 그이께서 안내하던 로상권의 손을 잡으시였다.

《수고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될줄은 몰랐습니다. 동무들의 열성이 대단합니다. 상권동무, 사령부에서 한턱 내야 할가봅니다.》

로상권은 그처럼 기뻐하시는 장군님을 보니 소지품을 준비하고 물자를 접수하고 하며 사방으로 뛰여다닌 보람을 느꼈다. 그는 평소에 깐깐한 살림군이라고 장군님으로부터 늘 치하를 받다가 아이들이 부대에 안긴 뒤로부터는 그런 치하를 받아보지 못하였다. 군수처에서, 특히 식량《도감》이 주머니를 너무 졸라맨다고, 그애들에 대한 관심을 덜 돌린다고 자주 지적만 받아왔다.

그런데 오늘은 장군님께서 다정히 손을 잡아주시며 마치 그 많은 물건을 로상권이가 다장만하기라도 한듯이 치하를 하시고나서 사령부에서 한턱 쓰시겠다고까지 하시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그길로 전달장을 시켜 준오를 비롯한 대여섯명의 소년들을 불러오시였다.

《어디, 몸에 맞는가 어서 좀 입어보아라.》

그이께서는 준오네가 달려오기 바쁘게 광목에 가둑나무물을 들여서 만든 군복과 어른들것을 줄여서 만든 군복을 호수별로 찾아 손수 입혀보시였다. 군복은 여러개 호수로 나누어 지어서 준오의 몸에도, 관식의 몸에도 꼭 맞았다.

장군님께서는 군복입은 모습을 한사람 한사람 앞으로도 보아주고 뒤로도 보아주고 군복에 묻어있는 실밥도 뜯어주며 기뻐하시였다.

《맞는구나. 꼭 맞는다!》

군복입은 모습을 살펴주시고는 총과 장구류를 몸에 제대로 휴대케 하시였다. 어느새 달려온 송순이와 봉석이가 서두르며 그 일을 거들어주었다. 준오네한테 기병총을 한자루씩 메워주고 배낭도 지고 탄띠도 메고 혁띠도 띠고 각반도 치게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군대꼴이 제법 잡힌 그들의 갖춤새를 몇걸음 물러서서 둘러보시다가 준오의 어깨에서 번쩍거리는 기병총을 만져보시였다.

준오가 멘 기병총은 봉석이가 메고있는 보총보다 짧고 무게도 가뿐하여 그한테 꼭 어울렸다.

장군님께서는 그래도 총이 몸에 붙는가, 크지는 않은가, 무겁지 않은가, 여러모로 가늠해보시고나서 봉석이가 메고있는 보총과 대비해보시였다. 보총은 총신이 길어 역시 봉석이한테는 암만 봐도 힘에 부쳐보였다.

《봉석동무, 어떻소? 소년들에게는 이 총이 좋지?》

봉석은 소년들이라는 개념에 자기는 속하지 않는다는것을 명백히 하고싶어 계선을 그으며 말씀드렸다.

《예, 역시 이애들한테는 기병총이 맞습니다.》

《동무도 이번 기회에 도로 바꿔메지 않겠소?》

그러자 봉석은 섭섭한 표정을 짓고 아이들쪽에 얼핏 눈길을 던졌다. 기병총은 녀자들이나 메는것이라고 제편에서 우겨 보총으로 갈아멘 봉석이로서는 그럴수밖에 없었다.

《전 이젠 몸에 붙어서 일없습니다. 그저 아무거나 습관붙이기탓입니다.》

《그래도 좀 무거울걸.》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머금고 이번에는 준오의 탄띠를 살펴보시였다. 어깨에 걸어 가슴에 가로멘 탄띠를 앞으로도 보고 뒤로도 보고 만져도 보고 아래로 당겨도 보며 물으시였다.

《어떠냐? 탄띠를 이렇게 메는것이 불편하지 않느냐?》

《일없습니다.》

준오는 총알이 있는 탄띠를 가슴에 한가득 두르게 된것이 흐뭇하여 무턱대고 좋다고 하였다.

《관식이 너는 어떠냐?》

《좋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들떠있는 이들의 대답만 듣고서는 종잡을수가 없어 준오더러 탄띠를 멘채로 걸어도 보게 하고 달려도 보게 하시였다. 걸을 때는 알리지 않지만 달릴 때는 앞가슴을 가리운 탄띠에 손이 자꾸 가며 웃몸을 움직이기 말째하였다. 사실 어른들도 앞가슴에 드리우는 탄띠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때가 없지 않다.

《안되겠다. 너희들한테는 탄띠를 이렇게 메워서는 안되겠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생각해보시더니 로상권이더러 이애들한테는 탄띠를 지금처럼 메게 할것이 아니라 혁띠우에 두르게 하라고 이르시였다. 그러되 띠처럼 두르기만 하면 아래로 처질수 있으므로 멜빵같이 두쪽어깨에 메게끔 끈을 달아주라고 하시였다.

그다음에는 무릎을 꺾고앉아 다리에 친 각반을 보아주시였다. 각반은 거치장스러운데 없이 몸이 거뜬해보이게 하였다.

그러나 각반도 지적을 받았다. 장군님께서는 다리에 감는 각반이 아이들한테는 좋지 않다고 하시였다. 한창 자랄 때 각반을 치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성장에도 지장을 받는다고 하시며 이애들한데도 발목과 무릎아래만 졸라매는 행전을 만들어주라고 말씀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아이들을 세워놓고 모든것을 그들의 몸에 맞게 고쳐주도록 바로잡아주시고나서 배낭과 혁띠가 쌓여있는 곳으로 가시였다.

주머니가 둘 달린 배낭에는 치약, 치솔, 비누, 수건, 공책, 연필, 속옷과 목달개, 예비 발싸개, 미농지에 싼 성냥, 가마에 닦아 역시 미농지에 싼 소금과 한주일분의 식량이 들어있었다.

《정말 동무네가 이번에 큰 수고를 했소. 한두가지도 아닌 소지품을 언제 이처럼 빠짐없이 갖추었소?》

장군님께서는 로상권을 또 치하하시고 배낭을 들었다놓았다하며 무게를 가늠해보시였다.

《상권동무, 배낭이 좀 무겁지 않을가?》

《필요한것을 다 넣다보니···》

《아무래도 좀 무거울것 같습니다. 식량은 어른들과 꼭같이 지우지 말고 3일분만 넣어주는것이 좋겠습니다.》

《예.》

로상권이 친부모도 미치지 못할 장군님의 세심한 보살핌에 목이 메여 울먹해 서있는데 그이께서는 좀전에 보아주신 탄띠에 대하여 다시 상기하시며 탄띠도 좀 큰것 같은데 어른들의것처럼 100발이 들어가게 하지 말고 60발정도 들어가게 고쳐주라고 이르시였다.

장군님께서 맨마감에 보아주신것은 혁띠였다. 혁띠는 전부 말가죽으로 만들어 불그스레한 광택이 나는것이 질이 참 좋았다. 오중흡이네 중대가 몇자루 모자라는 기병총을 마저 해결하기 위하여 적 기마대를 칠 때 적들에게서 빼앗아온것인데 거의다 새것이였다. 다만 그중 몇개가 광택이 덜 나고 조금 헐어보일사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몇개 안섞인, 광택이 덜 나는 혁띠를 골라내여 옆으로 밀어놓고 로상권이를 보시였다.

《혁띠가 이런것밖에 없습니까?》

《예, 새것이 몇개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구대원들의 혁띠중에서 제일 새것을 걷어다가 바꿔주도록 하시오. 미리 말해두지만 앞으로 그애들한테는 무엇이나 제일 좋은것을 주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로상권은 세심하지 못한 자기의 불찰을 뉘우치며 자기가 띠고다니는 말가죽혁띠부터 풀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장군님의 말씀은 로상권이만 들으라고 하신 말씀이 아니였다. 로상권의 뒤에는 두 련대장과 여러 지휘관들이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