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4


 

제 4 장

4

 

걸어온 시간을 놓고 아무리 따져보아도 부대는 금방 돌파한 진펄에서 십리도 안되는 곳에 머무르고있었다. 그것이 명백해질수록 로상권은 쿡쿡 쏘는 상처의 아픔보다도 불안때문에 마음편히 누워있을수가 없었다. 어쩐지 아늑한 숲이며 주홍색노을이 비낀 산발들은 부대가 머무를만 한 곳이 못된다는 불안을 더욱 짙게 해주었다.

부대가 숲에 머무르자마자 군의가 상처를 돌봐주고 가면서 움쩍 말고 안정해야 지혈이 된다고 당부했지만 당장 뛰쳐일어나고싶었다.

저녁식사만 하고 자리를 뜰 계획인지 숙영준비를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박은 생나무말뚝우에 대야를 올려놓는 작식대원들과 벌써 뜬김이 서려오르는 밥가마들이 바라보였다. 해저무는 이맘때 행군을 멈추면 한쪽에서는 의례히 천막을 치고 주변을 정리하며 숙영준비부터 하기마련인데 그런 움직임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로상권은 몸에 배인 《도감》의 습관대로 식사준비가 어떻게 되는지 한바퀴 돌아보고싶었다. 낟알이 좀 생겼다고 헤프게 쓰지나 않는지 작식터마다 들려 까다로운 시어머니처럼 간참을 하며 잔소리를 몇마디씩 해야 마음이 개운해질것 같았다. 그래서 상처의 아픔이 곳곳에 뻗쳐 도무지 제대로 운신할수 없는 몸이지만 자리를 차고일어나려는데 신발짐을 진 강민이가 나타났다. 이번 공작임무를 받고 떠날 때 사령부에서 숙영지를 이동하는 경우 찾아올 장소를 3지점까지 알려주어 힘은 들었지만 행방을 잃지 않고 따라왔다. 강민의 뒤로는 송순이가 땀에 뜬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신발짐을 진채 총총히 따라섰다. 이들은 금방 자기들의 도착에 대하여 사령부에 알리고 로상권이를 곧장 찾아오는길이였다.

《걱정을 했는데 용케들 찾아왔군요.》

로상권은 반가와 몸을 움쭉 일으키다가 찌르는듯 한 동통에 신음소리를 내며 풀썩 도로 주저앉았다.

《상권동무, 심하게 다쳤나봅니다.》

강민은 부상자의 팔에 감긴 붕대를 보자 부대가 치른 싸움이 얼마나 처절했는가 짐작이 가서 신발짐을 내려놓기바쁘게 그옆에 다가앉았다.

로상권은 얼굴이 컴컴해서 나타난 강민이한테 상처의 고통을 내색한것이 미안한듯 어줍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총알에 조금 긁히였을뿐인데 엄살이 있다보니 이러질 않습니까. 이번 걸음에 송순동무가 고생이 많았지.》

로상권이 말머리를 돌리려고 할수록 강민은 피내밴 붕대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참혹하게 불타버린 숙영지, 부대의 때아닌 급속한 이동, 로상권의 부상··· 한줄에 꿰여볼수록 불안을 짙게 하는 이 모든 일들이 강민이한테는 악몽같이 생각되였다.

《상권동무, 도대체 어떻게 되여 이런 일이 생겼습니까?》

로상권은 배낭에 의지하여 일어나앉기는 하였으나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그래서 강민은 한무릎 다가앉으며 더욱 캐여묻게 되였다.

로상권은 무슨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사람처럼 쉿ㅡ하며 오그린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강민동무만 알고있으십시오.》

《안심하고 어서 말하시오.》

《거, 내 보기엔 암만해두 그녀석들이 일을 친것 같습니다.》

강민은 첫마디에 그럴수 없다고 몸을 뒤로 제꼈다. 숙영지가 불의에 습격을 받게 된 그 무섭고도 엄청난 일에 자기가 돌볼 책임을 맡고있는 그애들을 끌어다붙이는것이 너무도 동에 닿지 않는 가혹한 억측같았다.

로상권은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리였다.

《내 말이 놀라울테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큰 사건도 발단은 아주 작은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있습지요. 글쎄 그애들이 밀정을 숙영지까지 달고 올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무얼 보구 그애들이 적들을 숙영지로 끌어왔다는겁니까?》

《그럴만 한 근거가 있지요. 있어두 명백한 근거가 있습니다. 자유주의를 하다가 보초한테 걸려든 관식이녀석이랑 제입으로 한 소린데, 그 녀석들 말이 매둥지를 털자구 숙영지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수상한 사냥군을 보았다는겁니다. 수상한 놈이면 붙들도록 수를 써야지. 녀석들은 저희들이 잡힐가봐 황급히 수풀속에 몸을 숨기고 숙영지로 뛰여왔다질 않습니까. 그러니 사냥군으로 가장한 밀정이 그애들의 뒤를 쫓아와서 숙영지위치를 탐지하구 적들에게 알려준게 아니고 뭡니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아니지요. 좀전에 지휘관들도 그런 말을 하다가 옆에서 듣고계시던 장군님께서 중지시키는바람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틀림없다니까요.》

강민은 부인하지 못하였다. 전후사를 들어보니 그랬음직도 하였다.

그러나 강민이가 보다 더 알고싶은것은 이 문제와 관련한 장군님의 생각이였다.

《상권동무, 그래 사령관동지께서는 뭐라구 하시지 않았습니까?》

강민이가 바투 나앉으며 묻는 말에 로상권은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조심히 이야기해주었다.

《이러면 내가 말씀을 어기는것으로 되는데, 그렇지만 강민동무한테야 이야기 안할수 없지요. 장군님께서는 지휘관들이 하는 소리를 듣더니 대번 꾸중을 하시였습니다. <무슨 쓸데없는 공론이요? 동무들은 그래 숙영지가 습격당하게 된 책임을 그애들한테 묻겠다는거요?> 글쎄 이러시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모두 꿈쩍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리고말았지요.》

강민은 더 캐묻지 않았다.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을 새겨듣지 못할 강민이가 아니였다.

《녀석들이 종시···》

강민은 그길로 너무도 크고 엄청난 사고를 친 아이들을 찾아나갔다. 로상권이 있는데서 얼마간 걸어나가자 관목으로 둘러싸인 공지에 천막이 보였다. 그애들한테만은 례외로 천막을 따로 쳐준것이 틀림없었다. 저지른 소행에 비하면 대접이 너무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그들을 보기만 하면 욕이 나갈것 같아 잠시 자신을 진정시키고 가까이 있는 천막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주런이 누운채 모두 곯아떨어져서 한동아리로 묶어도 모르게 통잠을 자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진펄에서 그렇게 되였는지 후줄근하게 아래도리가 푹 젖어 내물에 대충 빨아 헹구어입은 소년도 있고 감탕이 발린 바지를 그대로 입고 자는 아이도 있었다.

관식이는 어찌 고단한지 덕만의 가슴에 머리를 박은채 앓음소리까지 치며 세상모르고 자고있다. 그는 매둥지를 털다가 적들을 숙영지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그러나 정작 자는 얼굴을 내려다보니 욕이 나가지 않았다. 규률을 잘 지키도록 교양하고 닥달하지 못한 자기탓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들이 백여명이나 옆에 있는이상 이보다 더한 불상사도 생길수 있다는것을 타산하고 왜 미리 각성을 높이지 못했던가. 장군님께서는 나를 믿고 중한 책임을 맡기시였는데 내가 이들을 위해 한 노릇이 무엇인가? 지금 장군님께서 이애들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하실텐가.

강민은 빨리 사령부에 말씀올려 래일이라도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고동하로 떠나고싶은 생각이 불같이 일었다. 빨리 그곳에 가서 며칠전부터 생각해오던대로 밀영을 크게 짓고 아이들을 지금보다 더 잘 보살펴주어 장군님께서 이애들 문제로 더는 걱정을 안하시도록 해드리고싶었다.

그가 그런 비상한 각오를 품고 천막안에서 나올 때 저벅저벅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과 함께 김주현의 담찬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동무가 아니요?》

강민은 련대장을 알아본 순간 그와 면바로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보다 아무래도 문제를 여러모로 더 예리하게 볼수 있고 또 조리있게 말할줄 아는 련대장을 통하여 자기의 의사가 사령부에 정확히 보고되도록 도움을 받고싶었던것이다.

《련대장동지, 방금 왔습니다.》

《수고했소. 부대에 식량도 생기구 그애들 신발도 해결돼서 장군님께서 한시름 놓으시게 됐소.》

련대장은 행군해오는 도중에 로상권의 신발짐을 제등으로 져다준 사람이여서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련대장동지, 저··· 상권동무한테서 들었습니까?》

《글쎄 대충 듣기는 했지만 자상한 이야기야 들을 사이나 있었소?》

《지금 적구형편이 여간 삼엄하질 않습니다. 군대를 트럭이 터지게 처싣고 오가는 기동이 보통 움직임이 아닙니다. <토벌>을 준비하는것이 틀림없습니다. 거기에다 저희들은 이번에 적들이 우리 부대가 숱한 아이들을 밀영에 두고 보호해줄 때부터 그애들을 노려왔다는걸 알게 되였습니다. 놈들이 그들을 왜 노리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련대장동지, 형편은 이런데··· 장군님께 말씀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민은 걱정이 되여 열렬히 호소하던 윤석찬의 심정이 전달되도록 절박하게 이야기했다.

련대장은 강민이가 하는 말의 직접적인 의미보다도 그 어조에 담긴 뜻을 새겨보고는 잠자코 있다가 짐작을 확인하듯 되물었다.

《무슨 말씀을 올린다는거요?》

《련대장동지,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저는 장군님께서 허락하시면 그애들을 데리고 고동하로 갈 생각입니다. 거기야말로 안전한 곳이 아닙니까?》

《뭐요? 고동하로? 그럼 동문 장군님품에서 그애들을 아주 떼여내겠다는거요?》

《예? 떼여내다니요?》

《안되오. 그건 말도 되지 않소!》

련대장은 무엇을 강하게 부정할 때처럼 손을 홱 내리그으며 노기를 띠고 강민을 쳐다보았다.

《동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련대장동지, 그럼 어떻게 하겠습니까? 형편을, 정세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장군님께서 우리 혁명군앞에 제시하신 군사적과업과 우리 주력부대가 안고있는 무거운 임무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소에 강민은 과격하고 덤비는 축이였지만 지금은 사리를 밝히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도 침착히 울렸다.

《그러니까 강민동무는 어쩔수 없다는거겠소?》

그는 련대장의 순하지 못한 물음보다도 유감이 실린 눈길을 보고 자기의 언행이 지나친데가 없었는가를 무춤 돌이켜보았다. 어느모로 보나 련대장앞에서 자기가 무례하게 행동할수 없다는것은 누구보다도 강민이자신이 잘 알고있다.

그러나 강민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자기의 괴로운 심정을 련대장이 리해하여주기를 바랐다.

《련대장동지는 앞으로 부대가 더 어려운 싸움길을 헤치고나가야 한다는것을 저보다 더 잘 알고계실줄로 압니다. 그런데 지금 그애들때문에 어떤 일들이 생기고있습니까? 전에 없던 일로 부대가 자주 행군길을 멀리 에돌지 않는가, 파악 없는 적들과 불리한 전투를 갑자기 하게 되지 않는가. 오늘일만 해두 그렇지 않습니까. 왜 숙영지를 급히 떠야 했습니까? 왜 그애들을 끼고 진펄을 건너야 했습니까? 사람들의 간을 말린 그런 막다른 정황이 왜 생겼습니까? 장군님께서 수를 내시지 않았다면 어떤 변을 당할번 했습니까? 전 로상권동무가 눈앞이 캄캄해와서 진펄에 주저앉아 통곡을 할번 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련대장동지의 마음은 아마 그보다 더했을것입니다. 적들이 검질기게 사령부를 노리는 이때 어떻게 그처럼 위험한 불길속으로 그애들까지 끼고다니겠습니까? 련대장동지는 과연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강민은 몇마디안팎에 어조가 날카로와져서 마치 따지는듯 한 물음을 련발했다. 이것은 물론 그의 본의가 아니였다. 어쩐지 일단 말을 시작하자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힌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어조가 날카로와졌다.

김주현이쪽에서는 입을 무겁게 다물고 한참 대꾸가 없었다. 관용때문이 아니였다. 진정 오늘일을 두고 생각하면 강민의 말을 그르다고 탓할수가 없었다. 그러지 않아 김주현이자신도 내심으로는 부대가 헤치고나가야 할 싸움길을 두고 강민이가 말하는 그런 의미에서는 아니라 하더라도 무슨 대책이 서야겠다는것만은 절실히 느끼고있었다. 그런만큼 강민의 불같은 호소를 듣자 김주현도 마음 한구석으로 사태의 절박성에 대해 다시한번 랭철한 판단을 내려야겠다는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강민이한테 흔들리는 자기의 동요를 조금도 내색하지는 않았다.

《련대장동지, 제 말이 노엽게 들렸으면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이 문제를 사령관동지께서 직접 결론하시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이런 때는 응당 사령관동지의 측근에 있는 지휘관들이 결심을 세워야 할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련대장동지한테 말씀드리는겁니다. 우린 안타깝습니다. 이 사태를 보고만 있을수 없단 말입니다.》

강민은 눈물이 글썽하여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럴수록 련대장은 오히려 더 누긋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련대장동지, 왜 침묵만 지킵니까? 예?》

《그만하오. 동무가 그런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요.》

련대장은 침착히 눌러놓았다.

강민은 실망하여 어깨숨을 쉬다가 발길을 돌렸다. 무엇을 결심한듯 옷깃을 바로잡으며 결연히 걸음을 내짚었다. 그러나 몇걸음 못가 내짚던 기세로는 그럴상싶지 않게 우뚝 서버렸다. 뒤에서 벽력같이 날아온 웨침이 거머잡듯 발길을 멈춰세웠다.

《강민동무, 어딜 가오?》

강민은 련대장의 격한 웨침소리를 듣고서야 자기 행동에 사뭇 놀랐다. 무엄하게도 곧장 사령부로 찾아갈 생각이였다는것을 깨달은것이였다. 어떻게 되여 눈앞에 서있는 련대장을 제껴놓고 이런 용단까지 내게 되였는지 참으로 자신도 모를 일이였다.

《동무는 상관도 없소? 돌아서시오!》

저력있는 련대장의 음성은 엄격한 요구와 진중한 무게를 타고 울렸다. 강민은 어쩔수없이 고개를 떨구고 김주현이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불안스럽게 눈길을 들며 련대장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제김에 기가 질려 눈길을 피하였다. 김주현의 얼굴이 괴롭게 이지러지고 눈섭이 푸들거리였다. 지금의 김주현은 노상 아량과 리해를 가지고 아래사람들을 대하여 누구나 부접하기 쉽던 평소의 련대장이 아니였다. 엄한 눈길은 상대방을 자기 의지에 복종시키는 힘을 가졌고 무겁게 다물린 입은 방금 터지려는 노여움을 가까스로 누르고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김주현은 확연히 알릴만큼 얼굴에 고뇌의 빛을 띠고 강민의 앞을 오락가락하였다. 아마도 몇분은 그렇게 말없이 오간것 같았다. 압박감을 주는 이 침묵이 숨막히도록 가슴을 옥죄여 강민이쪽에서 더는 참을수 없게 되였을 때 김주현이 그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강민동무, 생각나지 않소?··· 동무두 지난해 봄 장군님께서 마안산에 들리시였을 때 거기에 있었지?》

《예?··· 있었습니다.》

《그때 헐벗고 추위에 떨던 어린것들이 장군님께서 오셨다는 말을 듣고 왕왕 울며 맨발로 달려나와 장군님께 매여달리던 일이 동무 눈에도 아직 선할거요.》

강민은 련대장이 꾸중과 비판이 아니라 가라앉은 목소리로 1년전의 일을 상기시키는바람에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강민동무, 난 그때 일이 어제일같소. 장군님께서 너무도 가슴이 아파 어머님에 대한 추억으로 수년세월 품속에 간수해가지고 다니던 돈까지 꺼내놓으시며 헐벗은 그애들에게 옷을 해입히고 마안산을 떠나려고 하실적에 어떤 일이 있었소? 모든 아이들이 장군님께 꼭 매여달려 우릴 버리지 말구 데리구가달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했었지. 그때장군님께서는 그 애원이 비통하게 들리시여 그애들을 한품에 안고 말씀하셨소. <오냐, 이렇게 매여달리는 너희들을 내가 어떻게 두고가겠니, 갈길은 어렵지만 함께 가자. 아무리 어려워두 내 너희들을 품에서 놓지 않고 키워주마.> 난 그때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을 잊을수가 없소. 그것이 장군님의 뜻이요. 형편이 어려워질수록 그애들을 더 가까이 끼고있으면서 따뜻이 돌봐주고 키워주고싶어하시는것이 바로 장군님의 심정이요. 만약 우리가 그애들을 장군님곁에서 떼여놓으면 그이께서 마음이 편하실것 같소? 여보 강민동무, 동무는 지금 장군님을 찾아가서 그애들을 어디 멀리로 데리고가겠다는 말씀을 올리려는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우. 그런다고 장군님 마음이 가벼워지실것 같소? 그이께서는 오히려 더 괴로와하실거요. 왜 그걸 생각 못하오? 나도 동무와 같은 심정이지만 그래서 못찾아가오.》

강민은 대척이 없었다. 련대장은 흥분한채 우등불옆을 왔다갔다하다가 괴로움이 실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왜 강민동무 심정을 모르겠소. 마음같아서는 나도 당장 찾아가서 말씀올리고싶소. 하지만 그애들을 품에서 떼여놓는것은 장군님께서 바라시는바가 아니기때문에 그런 말이나 하자고는 갈수가 없단 말이요. 그렇다고 무슨 좋은 대책은 떠오르질 않지. 여보, 동무만 괴로운줄 아오? 나도 괴롭소, 안타깝소. 동무도 지금 이곳이 사령부가 머무를데가 못된다는것을 알겠지. 임의의 시각에도 뜰수 있게끔 온 부대가 경계태세에 있소. 진펄에서 얻어맞은 적들이 언제 달려들지 모르니까. 그렇지만 장군님께서는 아이들을 위해 여기에 머무르게 하시였소. 지쳐버린 그애들이 피곤을 조금이라도 푼 다음에 데리구 떠나자구 여느때보다 보초도 곱으로 세우고 그애들을 지금 잠재우고있소.》

김주현은 목이 잠겨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강민이도 가슴속에서 불뭉치같은것이 치밀어 목이 메였다.

그러나 련대장이 아무리 강한 설득력으로 강민이를 리해시켰다고 해도 엄연한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였다. 지금처럼은 도저히 그 숱한 아이들을 끼고다닐수 없다는것이, 또 모든 징조로 보아 그렇게 끼고다녀서는 안되겠다는것이 누구의 눈에나 명백해진 지금에 와서 속수무책으로 걱정만 한다면 장차 일이 어떻게 되겠는가?

강민은 련대장이 비록 자기보다 보는 시야가 넓고 하는 생각이 깊어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제몸에 절박하게 받아안는데서는 종일 붙어다니며 직접 그애들의 시중을 드는 자기와 같을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방금 련대장의 설복을 한소나기 푹 맞은것처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립장만은 조금도 변경하지 않았다.

그만큼 날을 세워 이야기했으면 숙어들줄로 알았던 강민이가 접수하는 기색이 전혀 없는것을 보고 련대장은 기상이 표표해지며 한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련대장은 금시 열려던 입을 다물어버렸다.

숙영지를 돌아보시던 장군님께서 옆으로 오시였다.

두사람은 황망히 옷차림을 살펴보며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듯이 태연해보이려고 했지만 흥분의 여파로 가볍게 들먹이는 가슴과 상기된 얼굴은 두사람사이에 무엇인가 격렬한 말이 금방 오갔음을 여실히 말해주었다.

공작나갔다가 방금 돌아온 강민이와 련대장사이에 심각하게 오간 이야기가 있으면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강민이가 돌볼 책임을 맡고있는, 지금 많은 사람들의 화제에 올라 분분한 물의를 일으키고있는 아이들문제와 관련하여 그 어떤 상치된 의견이 격하게 오간것이 확실하였다. 그것은 그러지 않아도 로상권이 힘들게 올리는 보고를 받고 생각이 많아지신 장군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이에 대해서는 내색 안하고 적구에 다녀온 강민이를 치하하시였다.

《강민동무, 이번에 동무네가 수고했소. 련대장동무도 이 사람들이 지고온 신발을 보았겠지?》

《예, 아직···》

《한번 가보시오. 그속에는 글쎄 신던 신발까지 있었소.》

김주현은 그게 무슨 말씀인가고 강민이쪽을 바라보았다.

강민은 얼굴을 붉혔다. 지금 그가 얼굴을 붉힌것은 유감스럽게 바라보는 련대장의 눈길을 받아서가 아니였다. 바로 그 신던 신발 한컬레때문에 오는 도중에 있었던 일이 상기되였기때문이였다.

《박덕산동무가 나가있는데 신던 신발을 보내왔단 말씀입니까?》

김주현은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고 자못 놀라와했다.

《그런게 아니요. 지고온 신발은 전부 새 신발이요. 신던 신발은 서너컬레 섞여있을뿐이요. 참 많은것을 생각케 하는 신발이였소.》

장군님께서는 오해하고있는 련대장에게 리해를 바로시키고 동안을 두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 신발을 지워보낼 때 박덕산동무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마음같이 되지 않아 괴로와했을 박덕산동무의 심정을 생각해보오. 대원들이 굶는것도 문제지만 그애들을 좀더 잘먹이고싶고 신발도 좀 잘 신기고싶어 과업을 주었는데 박덕산동무가 그처럼 어렵게 구해보낼줄은 몰랐소. 하강구조직이 다 움직인것 같소. 련대장동무, 이번에는 대원들이 너무 지쳐 할수없이 그렇게 했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맙시다. 그러다가 조직들이 로출되면 어찌겠소. 어떻게 꾸린 조직이요? 앞으로는 식량도, 신발도 일체 전투를 해서 구해들입시다.》

장군님께서는 부대에서 요구하는 물자를 그처럼 힘들게 공작해보내면서도 사령부에 걱정을 끼칠가봐 이번 역시 인편에 자기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보고해오지 않은 박덕산의 심정을 다시금 눈물겹게 헤아려주시였다.

그러나 김주현은 그렇게 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것인가를, 장군님자신이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계신다는것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무엇이라고 대답을 올릴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