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9

책제목:운명
 
 

제 4 장

9

 

수희, 그새 우린 죽을 지경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소. 처음부터 적들이 우리를 노리고 달려들었거던. 글쎄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 여기 노이발비행장이 다시금 적들의 맹폭격을 받았소. 우리 조선인민군 공군부대가 도착했다는것을 놈들이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12시반 점심시간을 노리고 급습해왔거던. 박남훈대좌는 윁남공군에 적간첩이 숨어있는게 분명하다고 했소.

부대장의 지시로 우리는 시간을 앞당겨 11시반에 식사를 하고 열대림속 풀막에 들어가 전술방안을 토론했기때문에 단 한사람도 상하지 않았소. 그대신 가슴아프게도 비행장을 관리하던 윁남보장련대의 군인들이 많이 희생되였소.

폰테따이공군사령관이 즉시 승용차를 몰고 달려왔소. 알고보니 그는 반프항전시기 호지명의 군사부관이였다고 하오.

그는 우리가 무사하다는것을 알고 후― 하고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더구만. 이어 우리가 숙영을 한 풀막을 한참 돌아보았소.

《폭격을 피한건 좋은 일이지만》 하고 그는 말했소. 《이런 풀막에서 숙영하게 했다는걸 우리 호할아버지나 당신네 총참모부에서 알면 나를 두고 뭐라고 하겠습니까.》

《아, 아닙니다.》 하고 박남훈부대장이 말했소. 《우린 여기에 휴양하러 온게 아니라 미국놈들과 싸우러 왔습니다. 그러니 이런 야영생활이 더 마땅합니다. 적들의 눈에도 띄우지 않구요. 그저 더위만 참아내면 됩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단 한번도 적들의 폭격을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겁니까?》

박남훈부대장이 웃으며 말하였소.

《사령관동지, 우린 미국놈들의 수법을 잘 압니다. 어제 우리가 여기 도착했을 때 바로 놈들의 정찰기가 날아왔댔습니다. 그걸 보면서 난 오늘 점심때쯤 폭격이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여기 비행장관리중대에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잘 믿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지금까지 미국놈들자신이 반반히 쓸어버려 텅 비여있던 비행장이 아닌가고, 조선비행사들이 온걸 그놈들이 어떻게 알수 있겠는가고 하면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좀 더 알아듣게 잘 말해줬어야 하는건데···》

《음, 그렇댔군.··· 그런데 대좌동무, 놈들이 점심시간에 폭격한다는것까지 어떻게 알수가 있었습니까? 더우기 금방 도착한 조선비행사들인데···》

《우리 조선사람들이야 미국놈들과 한두해만 싸운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놈들이 언제 어떻게 정찰을 하고 어느 순간을 노리고 폭격을 들이대는지 우린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놈들의 폭격때문에 죽는 일은 아마 앞으로도 없을겁니다.》

이렇듯 자신있게 말하는 우리 박남훈부대장으로 말하면 지난 조국해방전쟁때 50년 여름부터 전투기비행사(전쟁 초기에는 《라―9》라는 비행기를 타다가 전쟁 말기에야 《미크―15》기를 탔다고 하오.)로서 혼자 《비―29》를 비롯한 적기 다섯대를 쏴떨군 공화국영웅이요.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폰테따이사령관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면서 감탄하였소.

그런데 풀막에서도 우린 밤이 되면 정말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열대림의 무더위··· 모기들이 새까맣게 달려들지 않나 모기를 잡아먹으러 기여드는 도마뱀들(장지손가락만 한것으로부터 한뽐나마 되는것까지)이 다락에 펴놓은 군용모포우와 참대로 엮은 벽체로 막 기여다니지 않나··· 진저리나는 잠자리요.

그래도 역시 제일 견디기 힘든것은 무더위요. 우리 숙영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개울이 하나 있긴 하지만 거긴 금지구역이요. 숱한 벌레들과 해로운 미생물들때문에 거기선 손도 씻지 못하게 하오. 그러니 이 더위를 어떻게 피해야 하겠소?··· 한가지 방도는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7개의 우물을 미리 파놓았더구만. 그 우물들가운데서 먹는 우물 하나만 내놓고 나머지는 모두 목욕물처럼 쓰는것이요. 목욕물이라니 뭐 드레박으로 물을 퍼서 몸에 끼얹는다는게 아니요. 교대로 드레박줄을 타고 우물밑바닥에까지 내려가 한동안 몸을 적시고 식힌 다음 우로 올라온다는 말이요. 그것도 매 우물마다 조를 짜서 교대로 내려가고 올라오는 식으로··· 그러다가 새벽 4시반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 출격준비를 해야 하니 기껏해서 하루 3시간쯤 자나마나··· 그것도 참대로 엮어놓은 기둥과 벽체에 머리를 기대고 끄떡끄떡 조는것이 전부요. 그러니 련대장, 대대장들은 입만 벌리면 래일을 위해 무조건 자야 한다는 소리뿐이요. 자야 한다, 자야 한다, 자야 한다!···

참, 재미나는 이야기를 하나 빼놓았구만. 우리 대대에 김경우라는 몸매도 곱구 얼굴모색도 녀자처럼 해사하게 생긴 비행사 한 동무가 있소. 그는 나와 같은 전후세대의 비행사요. 우리 부대 비행사들의 낱말로 전쟁참가자가 아닌 사람들을 전후세대라고 하는데 인제는 여기 윁남전쟁에서도 전후세대의 비행사들이 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있소.

그 김경우동무가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였소. 은근히 나를 찾아와 느닷없이 이렇게 묻는게 아니겠소.

《최동무, 안해가 그립지 않소?》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나는 우정 골살을 찌프렸으나 그는 또 녀자같이 새물거리는게 아니겠소.

《뭘 그러오? 얼굴에 다 씌여있는데··· 안해와 늘 함께 있을수 있는 방법을 하나 대줄게 값을 물겠소?》

《값? 뭘루 물어야 하는데?···》

《어랍쇼!》 그가 반갑게 소리쳤소. 《구미가 동하면서두 아닌보살이였구만, 응?!》

그런데 그가 대준 방법이라는게 뭔지 아오?···

《안해와 계속 이야길 나누는거요. 밤이건 낮이건, 비행기를 타건 전투를 하건 늘 마음속으로 안해와 이야기를 나눠보라니까. 그러면 마음이 즐거워지거던. 고생스러워두 웃게 되구···》

그건 내가 속에 품고있던 생각과 같은것이였소. 그래서 웃으며 물었소.

《값을 얼마나 물면 되겠소?》

《뭐 비싸진 않소. 그저 동무의 안해사진을 슬쩍 보여주면 돼.》

그가 왜 당신의 사진을 그리도 보고싶어했을것 같소?··· 아니, 그게 아니요. 알고보니 그는 자기 안해의 사진을 나에게 보여줄 적당한 구실이 필요했던거요. 그런데 그가 수첩갈피에 끼워넣고 다니던 사진을 꺼내는데··· 난 정말 놀라지 않을수 없었소. 글쎄 녀자같이 곱살하게 생긴 김경우 그 사람이 실팍진 몸에 눈이 억실억실하구 훤하게 잘 생기긴 했어두 좀 아름차보이는 그런 녀자의 사진을 내놓고 자랑하는게 아니겠소. 그것도 나더러 보라 하구선 계속 저 혼자 들여다보면서 말이요.

《우리 집사람이요.》 그가 정차게 하는 말이였소. 《맘씨가 얼마나 고운지 모르오. 어떤 땐 나를 친동생처럼 아니, 친자식처럼 사랑해주는데··· 허어― 참! 쑥스럽구 거북할 때두 많소》

그는 계속 말하고 난 계속 당신 생각만 했소. 우리 수령님께서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고이 지켜주시고 품어주신 우리의 귀중한 사랑에 대한 생각을 말이요!···

 

×

 

수희, 나의 첫 출격은 정찰비행 겸 시험비행이였소. 뒤좌석에 정찰수 2명을 태우고 적들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날아들어오며 어떤 규모로 편대를 뭇고 어떤 수법으로 공격하는가를 정찰한단 말이요. 그날 8대의 전투기로 첫 편대를 무었는데 대대장 양인길동지가 직접 편대를 지휘하였소. 그 편대에 당신도 잘 아는 비행사 리동수며 장영문 그리고 녀자처럼 곱살한 김경우 등 날파람있는 비행사들이 망라되였소. 밑에서는 리주영련대장동지가 전투를 지휘하였고···

참, 여기서 한가지 설명할것은 박남훈부대장의 휘하엔 참모장, 기술부장, 지휘소장, 작전과장, 정찰참모, 통신참모 등 사단급의 지휘일군들이 속해있소. 이들이 주로 윁남공군과의 협동작전문제나 정찰자료 등을 놓고 윁남의 공군사령관, 국방부장과 토의하고는 그 결과를 련대에 알려주오. 그러면 련대장은 그 지령에 따라 땅우에서 직접 전투를 지휘하오.

리주영련대장은 전쟁때 쏘련공군대학을 나오고 1952년 스물한살때에 《미크―15》기를 타고 첫 전투에 참가했던분이요. 깐지고 지혜롭고 결패가 있고···

그날 오후 우리는 적들이 40대이상의 비행기로 하노이철교를 목표로 삼고 날아온다는 련락을 받았소. 하여 우린 즉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소.

편대장인 양인길대대장은 수령님께서 주신 전술적방안대로 이 첫 전투를 시작하였소. 먼저 놈들의 앞을 가로막고 40대이상의 적기들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한 다음 8대의 우리 비행기들이 모두 저공으로 높은 산을 빙빙 감돌면서 숨어있다가 불의에 돌입하는 전법이였소. 적비행기 석대가 단번에 불타버렸소. 나는 정찰임무를 받고있었으므로 그 모든것을 자세히 살펴볼수 있었소. 정말 통쾌하던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을지···

나의 뒤좌석에 앉아있던 정찰수들은 그때 한시도 탐지기에서 눈을 떼지 않는 한편 송수화기를 통해 적들의 항공모함지휘소에서 보내오는 지시와 불타는 적기들에서 울부짖는 소리들을 모두 나에게 말해주군 했소.

《〈솔로몬〉, 적기 여덟대가 우릴 기습공격해오고있다.》

《격추하라. 〈아브라〉! 포위역습으로 전멸시키라.》

《알았다, 〈솔로몬〉!》

전투가 끝난 후 알게 된바이지만 놈들이 말하는 《솔로몬》이란 아득한 옛날의 유명한 유태왕이름으로서 항공모함지휘소를 의미하는 암호이고 《아브라》는 솔로몬왕의 애첩의 이름으로서 출격한 비행편대를 의미하는 암호라고 하오.

수희, 생각해보오. 놈들이 여기서 얼마나 오만해졌으면 공중전에 고대 유태왕과 그의 애첩의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비위살을 떨어대는거겠소, 응?!··· 하지만 단번에 석대씩이나 불타버리자 놈들은 아우성치기 시작했소.

《〈솔로몬〉! 나 〈아브라〉. 벌써 비행기 석대가 불타고있다. 놈들을 포위할수 없다. 적들의 전법이 천만뜻밖이다. 말도 난생 처음 듣는 소리들이다.》

《로씨야말인가?》

《아니다. 로씨야말도 중국말도 아니다.》

《알았다. 〈아브라〉, 그건 공산북조선 비행기들이다. 공산북조선 따벌들이 나타났다. 조심하라!···》

《적들이 또 기습해온다. 〈솔로몬〉, 적들은 전장에서 리탈하여 밑에 숨어있다가 불의에 돌격해온다!》

《화력을 집중하라, 포위하라!···》

그것은 그저 단순한 돌격이 아니라 폭발적인 돌입이였소. 대대장 양인길동지를 비롯하여 리동수, 리도익 등이 산을 감돌면서 놈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가는 별안간 적기들을 맞받아 맹렬히 돌입한단 말이요. 그러면 한순간에 모든것이 결정되오, 한순간에!··· 왜냐하면 그 다음순간엔 충돌이거던. 맞받아 날아가던 두 비행기가 삽시에 불덩이가 되여버리지. 그것을 아는 이상 제아무리 신경이 든든한 놈이라 할지라도 그 마지막 한순간을 끝내 견디여내지 못하오. 죽음에서 벗어나보려고 기수를 쳐드는데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우린 그놈의 배때기에 기관포집중사격을 퍼붓는단 말이요. 바로 이것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 전법이요. 적을 고공에서 저공으로 끌어내려 재빨리 기동하다가 급소를 치는 기묘한 전법말이요.

나는 전장에서 좀 떨어진 뒤쪽공간에서 원을 그리며 날고있었소. 우린 정찰기여서 적함재기들이 증원되여 날아오는가를 살피고 적들의 전술적특징도 연구해야 하거던.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더이상 구경군으로만 있을수 없더구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어디 견딜수 있어야지. 아, 글쎄 적기들을 뻔히 보면서 기관포 한발도 쏴갈기지 못하고 구경만 한다는것이 어디 말이 되는 소리요?···

마침 그때 김경우동무(그는 양인길대대장의 대렬기였소.)의 꽁무니에 바싹 달라붙는 적기를 발견했소. 나는 무작정 그놈을 맞받아 곧추 돌입했소. 그러자 위험을 느낀 그놈이 날쌔게 방향을 바꾸는게 아니겠소.

지상에서 리주영련대장이 무선전화기로 명령했소.

《108번, 리탈하라. 리탈하라.》

뒤좌석의 정찰수도 아부재기를 치더구만.

《상위동지, 어쩔려구 그럽니까? 우린 정찰임무만 받지 않았습니까.》

결국 나는 허탕을 치고말았지. 허나 우리 편대의 전과는 실로 대단한것이였소.

두번째로 우리는 산을 감돌면서 놈들의 약을 올려 바싹 따라오도록 하고는 집중포화를 퍼부었소. 단번에 적기 4대가 박살나고 2대는 격상되였소. 적들은 반시간도 못되여 저들의 비행기 9대가 추락하자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소.

그날 우린 비행기발통 하나 긁힌데없이 돌아왔소. 돌아와서는 어떻게 하는지 아오? 미국놈들의 있을수 있는 집중공습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들을 모두 숲속에 숨겨놓소. 그 큰 비행기들을 어떻게 숲속에 숨기는지 의문스럽지?··· 모든 일은 알고보면 아주 단순한 법이요. 대형직승기로 우리 전투기들을 하나하나 물어다 숲속에 감춘단 말이요. 그러면 거기 열대림에서 윁남인민군의 보장련대군인들이 비행기도 정비하고 탄약도 보충하오.

그새 우리는 전투총화를 짓고 정치학습과 오락회도 벌리지. 시도 읊고 노래도 부르고···

다행히 양인길대대장은 내가 자의적으로 전투장에 뛰여든것을 한번만 용서한다고 했소. 적기가 김경우동무의 꼬리를 물려다가 내가 때마침 정면으로 돌입했기에 질겁하여 도망치는것을 직접 봤기때문이지. 헌데 김경우동문 되게 노해있는게 아니겠소.

《난 주도기를 엄호하는 대렬기요. 그러니 적기를 떨굴 기회가 적다는걸 동무도 잘 알겠는데··· 그게 뭐요? 오늘 마침 뒤따르는 적기를 쏴떨구려고 잔뜩 기회를 노렸는데 그만 동무가··· 동문 날 도와준다는게 오히려 훼방을 놀았단 말이요.》

나는 그만 입이 얼어붙고말았소. 물론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뒤따르는 적기를 쏴떨굴 절호의 기회를 노리고있다는걸 모르진 않지만 정작 그가 골을 내니 얼마나 딱하던지···

그때 마침 양인길대대장이 우리한테로 오더구만. 모든 비행사들이 그러하듯 그는 체육가형으로서 몸집이 다부지고 롱도 잘하는 락천가요. 특히 녀성들과 잘 섭쓸리고 녀자들 역시 그에게 반해 졸졸 따라다닌다 해서 활량이로 소문이 난 사람이지.

《아, 최봉호.》 하고 그가 웃으며 다가와 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더구만. 《오늘 나의 애인을 구원해주어 정말 고맙소.》

《예?···》

나는 당황하여 뒤쪽의 김경우만 흘끔흘끔 돌아보았소. 그때 김경우의 얼굴은 피기까지 가셔진듯 해쓱해지더구만. 하지만 양인길대대장은 김경우의 심각한 표정같은건 아랑곳 않고 자기 애인의 팔을 척 끼더니 이렇게 소리치는게 아니겠소.

《아, 내 사랑 대렬기, 둘도 없는 나의 비둘기여! 우리 가서 파이내플이나 쪼아먹읍시다. 저기서 숱한 윁남녀인들이 우릴 기다리고있는게 보이지 않소?···》

《아 아니, 대대장동지!―》

김경우동문 줄곧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그에게 끌려가는데 아이들같이 버둥거리더구만.

수희, 이것이 나의 첫 출격에 대한 이야기요. 하지만 우리들의 출격엔 빛나는 전과와 자랑만 있는게 아니요. 피눈물을 씹어삼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모진 아픔도 있소. 지금 또 출격명령이 내리고있소. 아마 오늘의 전투는 어제보다 더 가렬할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