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8

책제목:운명
 
 

제 4 장

8

 

수희!··· 이제야 비로소 당신과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맞춤한 기회가 차례졌소. 지금까진 도무지 그럴 시간을 짜낼수가 없었소. 윁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련달아 벌어진 영접행사들과 담화 그리고 요란스러운 연회··· 정말 정신차릴새가 없었소.

제일 먼저 호지명주석이 당제1비서 려순동지와 정부수상 범문동동지를 대동하고 우리를 찾아왔소. 글쎄 우리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자 진행중이던 당정치국회의를 중단하고 즉시 우리 비행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는거요. 년세도 많은분이 글쎄 한번 자리에 앉을새도 없이 존경하는 김일성동지께서 보내주신 조선비행사들의 손부터 잡아보자고 하면서 우리들 매 사람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게 아니겠소. 그러면서 조선비행사들이 윁남전쟁에서 한몫 단단히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너무도 소탈하고 진정어린 그 모습에 우린 정말 감동되였소.

곁에 서있던 부관이 뭐라고 자꾸 귀띔하는데 아마 중단된 당정치국회의에 대해 상기시키는것 같았소. 그래도 그는 자리를 뜨지 못하면서 여기 윁남의 기후가 너무 더워서 조선비행사들이 고생이 많을거라고, 그게 걱정된다고 하는게 아니겠소.

아닐세라 열대의 기후가 처음부터 우릴 지독하게도 괴롭히기 시작했소. 아, 글쎄 오늘 아침만 해도 제일 서늘하다는 새벽기온이 29도였고 지금은 오전 10시반쯤 되는데 벌써 39도라오. 제일 무더운 오후 2시부터는 41도까지 오르는데 습도까지 높으니 조국에서야 이런 무더위를 과연 상상이나 할수 있겠소?···

어제 우린 풍친 군용차 여러대에 나누어타고 노이발이라는 윁남의 국제비행장을 향해 달려갔소. 헌데 차를 타고가는 우리 동무들은 모두 파김치처럼 노그라졌댔소. 늘 정신육체적으로 잘 준비되여있다고 자랑하는 비행사들이 하루밤새 이 지경이 되였으니 이 끔찍한 무더위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래도 조건이 좋다는 하노이에서도 첫날밤엔 어쨌는지 아오? 부대장인 박남훈대좌가 시키는대로(우리 대좌동진 석달전에 파견되여왔소. 공병부대와 고사포선발대동무들과 같이 말이요.) 모두가 침대머리맡에 물을 담은 세면기를 놓고 밤새껏 수건을 적셔 몸을 닦으며 자는둥마는둥 했는데 글쎄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만 세면기의 물이 뿌옇게 걸죽해진게 아니겠소.

아차··· 그만 이야기가 빗나갔구만. 호지명주석동지와 담화가 있은 다음 윁남의 무원갑국방부장과 폰테따이공군사령관 그리고 윁남인민군의 수많은 고위지휘관들이 참가한 환영행사와 연회가 련이어 벌어졌소.

참 인상깊은 연회였소. 연회장 정면엔 어버이수령님과 호지명주석의 대형초상화가 모셔져있었는데 나는 그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지. 멀고먼 이역땅에서 우리 수령님의 초상화를 우러르니 왜서인지 불현듯 눈굽이 쩌릿쩌릿해나는게 아니겠소. 우릴 여기로 떠나보내실 때 나를 따로 부르신 수령님께서 하시던 그 말씀··· 그 말씀이 귀전에 쟁쟁히 울려오구···

《최봉호, 그새 마음고생을 했다지?··· 일없소, 다신 그런 일때문에 마음을 쓰지 말라구. 당중앙위원회 김정일동무한테서 다 들었소. 동무 안해의 문제도 다 해결됐다니 인젠 됐지?··· 아니, 용감한 전투기비행사가 눈물은 왜?··· 어린시절에 벌써 하늘의 복수자가 되겠다고 맹세를 한 최봉호가 아닌가. 가서 잘 싸우오. 그래서 꼭 영웅이 되여 돌아오라구, 알겠지?!···》

수희, 어버이수령님의 그 말씀 눈에 흙이 들어간들 내 어찌 잊을수 있겠소.

그때 누군가 나를 연회탁으로 끌고들어가더군. 나는 그만 혼자 떨어져 서있는줄도 모르고있었거던.

연회에서는 처음 무원갑국방부장이 공식적인 환영사를 하고는 끝으로 술잔을 들면서 이렇게 말하더구만.

《동지들, 나는 호지명주석동지의 위임에 따라 조선인민의 영명하신 수령 김일성원수동지께서 파견해주신 영웅적조선인민군 공군제203군부대의 비행사동무들에게 부탁합니다. 우리의 수도 하노이를 잘 보위해주십시오. 호지명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과 정부지도부가 자리잡고있는 우리의 수도 하노이의 하늘에 미국놈비행기들이 다시는 날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대략 이런 내용의 연설이였소. 이어 우리 부대의 정치부장으로 온 전규환동지가 답사를 했는데··· 그 내용이 또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소.

《국방부장동지, 우리는 윁남동지들의 믿음에 꼭 보답할것입니다. 우리의 최고사령관 김일성동지께서 우리들을 떠나보내시면서 말씀하신것이 바로 하노이의 하늘을 우리 조국의 수도 평양의 하늘로 여기고 윁남의 당과 정부를 우리 혁명의 수뇌부처럼 여기며 목숨으로 보위하라는 당부이시였습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받들고 육탄이 되여 싸우겠습니다. 언제 어느때나 여기 윁남의 하늘, 하노이의 하늘에 수령결사옹위의 비행운만 그리겠습니다!···》

수희, 그가 수령결사옹위의 비행운만 그리겠다고 한것은 바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이요. 한수희, 당신을 당의 딸로 받아주시였을뿐아니라 우리의 사랑을 지켜주시고 수령님앞에 내세워주신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하신 말씀이란 말이요.

전규환정치부장동지의 답사가 끝나자 우뢰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소. 온 장내가 《수령결사옹위의 비행운》이라는 말을 계속 되뇌이고있는데··· 정말 가슴이 뿌듯해지더구만. 그래서 난 마음속으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를 우러르며 이렇게 부르짖었소.

《친애하는 김정일동지,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사진을 찍으시며 영원한 하늘친구가 되라고 하신 전투기비행사 최봉호 지금 준엄한 반제반미투쟁의 최전연 윁남에 와있습니다. 윁남의 하늘, 하노이의 하늘에 수령결사옹위의 비행운만 그리라고 하신 말씀에 접하여 지금 윁남국방부장과 공군사령관을 위시한 고위장령들모두가 크나큰 감동에 겨워 눈굽이 젖어있는것을 보면서 그 말씀이야말로 저의 한생의 좌우명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 그 말씀을 지켜 한목숨 다 바쳐 싸우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하늘친구인 이 최봉호가 어떻게 살며 싸우는가를 언제든 지켜보아주십시오!···》

수희, 당신도 잘 알지? 난 어릴 때 벌써 어버이수령님께 하늘의 복수자가 되겠다고 맹세드렸던 사람이요. 그러니 당신도 내가 그 맹세를 지켜 어떻게 싸우는가를 잘 보아주오.

연회가 끝났을 때는 밤이 깊었소. 다음날 아침 우리는 비행장을 향해 떠났고··· 시간이 흐를수록 찌는듯 한 볕에 죽을 지경이였소. 온몸이 물주머니가 되여 우리의 전투기지로 될 노이발비행장까지 갔소.

그 비행장은 일제가 패망한 후 새로 건설하였는데 미국놈들이 전쟁 첫날에 벌써 여기 있던 비행기들과 철판을 깔아놓았던 활주로 등을 모두 박산냈다고 하오.

여기서 우리가 탈 비행기들은 좀 락후한 《미크―15》기와 몇대되지 않는 《미크―17》기뿐인데 미국놈들은 신형팬톰기들이요. 놈들의 비행기는 우리 비행기보다 속도도 빠르고 무장장비로나 탐지기술로 보나 훨씬 우월하오.

하지만··· 우린 배심이 든든하오.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릴 떠나보내실 때 전술적방안까지 다 가르쳐주셨거던. 수령님께선 미국놈들의 비행기가 2만메터의 고공에서 로케트사격을 위주로 하는데 반하여 우리는 놈들을 낮추 끌어내려야 한다고, 저공에선 우리가 회전반경도 놈들보다 작고 기동성이 높으므로 놈들을 얼마든지 제압할수 있다고 환히 가르쳐주셨소. 이것은 세계의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새로운 전법이요. 지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남보다 더 높이, 남보다 더 빨리, 더 강력한 화력을 위주로 하지만 우린 더 낮게, 더 잽싸게, 더 용감히 맞받아나가는 전술이거던.

그럼 우리의 숙영지가 어떤 곳인지 좀 들어보오. 열대림속에 새로 꾸린 풀막이요. 선발대로 온 박남훈부대장이 윁남사람들이 내준 비행장특별사동건물을 마다하고 8개의 풀막을 쳤다는거요. 풀막이라는게 어떤것인지 당신은 아마 상상도 못할거요. 온통 참대로 엮은 기둥과 벽체 그리고 사람의 키와 맞먹는 높이로 매여놓은 다락, 그우에 펴놓은 군용모포··· 왜 다락에서 자나하면 여기 열대림엔 수많은 뱀들이 욱실거리기때문이요. 특히 이채로운것은 지붕우에 덮어놓은 부채같이 넓은 나무잎사귀들이요. 신기하게도 그것들이 열대의 거센 폭우도 다 막아주고있소. 실로 아이들의 그림책에서나 볼수 있는 동화적인 풀막··· 하지만 이제부턴 우리의 삶과 투쟁의 보금자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