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5

책제목:운명
 
 

제 4 장

5

 

새해 1967년에 들어서면서 체 게바라가 조직한 국제유격대는 드디여 활동을 개시하였다. 먼저 꾸바에서 온 싼체스대위의 제1지대와 볼리비아인들과 기타 여러 나라 사람들로 조직된 제2지대(지대장은 메히꼬출신인 꾸바혁명군 대위 후안 빠블로)가 나까우아쑤라는 지방에서 합쳐졌다. 제3지대는 볼리비아의 여러 광산로동자들(볼리비아는 주석, 연, 아연, 동, 수은광산들이 많다.)을 기본으로 농민들속에서도 자원자를 선발하여 조직하는중이였다.

도시에서 활동하던 체는 1월 7일 근거지에 도착하였다. 따니아도 같이 오기를 간절히 청원했지만 체는 《따니아, 그건 절대로 안돼.》 하고 딱 잘라버렸다.

따니아는 눈물이 글썽하여 애원하다싶이 했었다.

《사령관동지, 잠간만··· 다문 하루동안만이라도 가서 사령관동지랑 같이 훈련도 하구 숙영도 하고싶습니다. 나도 결심품고 혁명에 나선 이상 근거지에서 동무들과 같이 훈련도 하구 총도 쏘구 시도 읊구 노래도 불러보면서···》

체가 엄하게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따니아, 내가 동물 왜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지 잘 알면서도 그러오? 다시 말하지만 동문 우리 부대의 샘줄기요. 그 샘줄기가 마르면 우린 죽고마오.》

《그렇지만 전···》

《됐소, 더 말시키지 마오.》

따니아야말로 아직 너무도 애어린 혁명의 싹이였다. 꾸바혁명이 승리한 후에야 부모를 따라 아바나에 이주해왔었고 거기서 체를 만나 혁명적랑만으로 아름답게 채색된 훌륭한 인류의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으니··· 아직은 청춘시절의 한 나어린 녀주인공에 불과했다.

이윽고 근거지에 도착한 체는 답사와 조사, 지형정찰부터 진행하였다. 한편 도처에 밀영들을 세우고 지하저장고며 땅굴을 파고 라지오송수신기도 설치하였다. 감시소도 만들고 전호를 파면서 요소요소에 통신원들을 배치하고 이 지역 주민들(인디안원주민들)이 사용하는 께츄아말도 배우는 등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휴식참마다 독보사업도 진행했다. 대원들이 제일 흥미있게 듣는것은 유격전에 대한 소책자들이였다. 그중에서도 조선에서 가져온 에스빠냐어판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가 제일 인기 있었다. 그것은 조선의 항일빨찌산들의 투쟁이야기가 그 투쟁의 간고성으로 보나 조국을 떠나 진행한 혁명이라는 그 특수한 투쟁내용과 환경으로 보나 자기들이 시작한 유격투쟁과 너무도 류사한 점이 많기때문이였다.

2월초에 체와 그가 지휘하는 부대들(싼체스의 제1지대와 후안 빠블로의 제2지대로 이루어진)은 따따렌다지역에로 진출했다. 목적은 현지에서 농민부대들을 빨리 조직하기 위해서였다.

3월에 들어서면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후안 빠블로의 제2지대에서 두 사람이 도주했던것이다. 한 사람은 메히꼬인이였고 다른 한 사람은 볼리비아인이였다. (후에 판명된바에 의하면 그중 한놈은 한때 비밀경찰과 륙군첩보부에서 일했다고 한다.)

도주자들은 까미르시에 본부가 있는 정부군 제4사단을 찾아가 고발하였다. 이리하여 볼리비아륙군과 정보기관들은 체 게바라가 유격대를 거느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오지 볼리비아에 나타났다는 첫 정보를 입수하게 되였다.

도주자들은 공중으로 정부군을 밀영이 위치한 곳으로 안내해왔다. 적들의 《씨―47》, 《씨―3》정찰기들이 공중에서 윙―윙거리며 밀림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체는 분했다. 아직 본격적인 유격활동에 들어갈 준비가 되여있지 않았다. 필요한 준비를 완료할 시간은 아직 멀리 앞에 있었고 위험은 너무 가까이, 지척에 와있었다.

3월 25일 체는 비상모임을 열고 자기의 유격대에 《볼리비아민족해방군》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로 결정하였다. 모임도중 망원초에서 정부군 한개 중대병력이 은밀히 기여든다는 련락이 왔다.

《자 그럼 동무들,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왔는데 적당히 맞아줍시다. 모두 전투준비!》

돌격의 앞장엔 체가 서있었다. 아직 전투의 세례를 받은 대원들이 많지 않기때문이였다.

《다들 나를 따르시오. 산개대형으로!···》

체는 허리에 차고있던 베레따권총을 장탄해가지고 부관 로돌프가 끌어다주는 공골말에 뛰여올랐다. 말이 갈개며 요란스레 투레질을 했으나 고삐를 바싹 조이며 숲가운데로 난 오솔길로 달려나갔다. 말을 타고 거드름을 부리려는것이 결코 아니였다. 첫 전투였으므로 자기를 지켜보는 대원들에게 용기와 신심을 주는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던것이다.

《싼체스, 1지대는 우측릉선을 따라 전진할것.》

《알았습니다, 사령관동지!》

《후안 빠블로, 제2지대는 좌측개울가로!》

《알았습니다.》

《내가 신호하면 일제히 교차사격으로 놈들을 소멸할것. 함화도 잊지 마시오.》

《알았습니다.》

체는 망원경으로 적정을 면밀히 살피며 전진해갔다. 적들은 소택지로 기여들고있었다. 볼리비아인인 도주자가 놈들을 안내해오는것이 보였다. 체는 베레따권총을 들어 별로 겨누지도 않고 그자를 쏴갈겼다.

야무진 총성!··· 그것을 신호로 좌우의 릉선과 개울로 달려간 제1지대와 제2지대의 지휘관들인 싼체스와 후안 빠블로가 《일제 사격!》 하고 우렁차게 웨치는 소리가 들렸다. 급기야 숲의 침침한 고요를 깨뜨리며 요란한 몰사격이 터졌다. 화약가스가 눈을 쓰리게 하고 적아간에 서로 되는대로, 마구잡이로 쏴갈기는 총소리로 하여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소택지로 기여들던 적들이 혼란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어떤 놈들은 혼비백산하여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악적으로 저항해나서는 놈들도 없지 않았다. 박격포탄이 날아왔다. 캥―캥!― 하는 아츠러운 소리와 더불어 삼발이기관총이 갑자기 밸통을 부리며 사납게 울부짖었다. 적들은 무장장비가 좋았다. 스타스자동소총과 죤슨련발총이 성급하게 뚜루룩거리는 소리를 새겨들으며 체는 입술을 악물었다.

《싼체스! 협공하라!》

그것은 꾸바의 씨에라 마에스뜨라산에서 싸울 때 《몰로또브혼합사격》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부르던 좌우교차사격을 의미하는것이였다. 누가 그때 무슨 연고로 몰로또브의 이름까지 꺼들며 교범에도 없는 그런 명칭을 달았던지?···

싼체스는 전투에서 단련된 가장 훌륭한 돌격대장의 한 사람이였다. 그가 대원들을 우측으로 기동시키며 집중사격을 가하자 적의 공격서렬은 완전히 흩어졌다. 악에 받친 적들은 화염방사기까지 쏘아대기 시작했다.

체의 머리우에서 나무잎들이 휘파람소리같이 울부짖으며 불에 그슬려 배배 꼬이고있었다. 허나 체는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것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모험이며 실없는 객기라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싸움마당에서는 무모한 모험이나 객기도 필요할 때가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고한 기상과 위풍이 대원들의 용기에 불을 달아주는것이다.

체는 능숙한 솜씨로 도주하는 적들을 쓸어눕혔다. 그러다가 불쑥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바로 몇걸음앞에서 굵은 나무기둥을 끌어안고 정신없이 기도드리는 한 청년을 발견했던것이다. 그 젊은이는 적아간에 벌어진 미친듯 한 총격전에 그만 정신이 쑥 나간듯 했다. 도시에서 온 부대내의 유일한 대학생이고 영어와 에스빠냐어, 프랑스어를 잘하는것으로 하여 라지오를 통한 적정청취와 통신임무를 맡고있는 볼리비아인청년이였다.

체는 말에서 뛰여내렸다.

《가만, 이게 쌀루스띠오 아닌가?》

그러나 쌀루스띠오는 체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전히 두눈을 흡뜬채 애처롭게 부르짖고있었다.

《여러분들, 부탁합니다. 제발 조용해주시오, 예?! 이거 미칠 지경이요. 부탁합니다. 여러분, 조용해주시오!》

하늘에 빌고있는것인가? 적들에게 간청하고있는것인가?··· 체가 그의 덜미를 잡아일으켰다.

《쌀루스띠오, 정신차려!···》

《아니, 여러분, 이러지 마시오. 이러지 마시오, 예?!··· 내가 무슨 죄를 졌소오?···》

이럴 때엔 귀쌈을 때려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 체는 두손으로 그의 어깨를 세괃게 잡아흔들었다.

《쌀루스띠오, 날 모르겠는가?··· 정신차려! 눈을 똑바로 뜨구 앞을 보라. 놈들이 도망치구있지 않는가. 동무가 무서워 도망치는거야. 알겠는가?···》

《예?!···》 비로소 그의 두눈이 바로서는듯 했다.

《아, 사령관동지?!···》

《쌀루스띠오, 내 구령을 들을것. 총을 들구 날 따랏!―》

체가 베레따권총을 쳐들며 앞으로 내달리자 쌀루스띠오도 손에 쥔 가란드총을 쳐들며 뒤따라 허우적거렸다. 한동안 체의 뒤에서는 모지름쓰듯 가르릉거리는 숨소리만 계속되였다.

 

×

 

전과는 상상밖의것이였다. 수십명의 적을 살상하였고 31명의 포로에 수많은 박격포, 반땅크총, 미국제바주카포와 포탄을 로획하였다. 유격전에서 보물같은 죤슨련발총도 3정씩이나 있었다.

체는 포로들을 모아놓고 해설선전사업을 한 다음 모두 제 갈길을 가라고 놓아주었다. 허나 적들은 이틀후 이에 대하여 완전히 외곡된 보도를 날리기 시작했다. 직승기가 하늘을 날며 주민지역과 밀림에 삐라를 뿌렸던것이다.

쌀루스띠오가 체 게바라사령관에게 적들이 뿌린 삐라 한장을 가지고왔다.

《사령관동지, 이걸 좀 보십시오. 놈들이 완전한 헛소문을 퍼뜨리고있습니다.》

체는 놀라지 않았다. 꾸바혁명때에도 이런 일은 부지기수였다.

그는 쌀루스띠오가 내미는 삐라를 받아들고 천천히 그리고 이상야릇한 미소를 그리며 읽기 시작했다.

《까미리지역의 모든 주민들과 공무원들, 광산로동자들, 농민들 및 륙군장병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된 포고였는데 내용은 무장괴한들이 까미리숲속에 나타나 도로작업을 하던 정부군을 공격하여 13명을 사살하고 나머지 부상당하여 포로된 40여명의 병사들을 무참히 총살했다는것, 이에 격분한 륙군제4사단의 장병들이 적기지를 공격하여 일부를 사살하였는바··· 하는 극히 과장된 날조문이였다.

체는 삐라를 내던지고 가죽탄띠를 어깨에 걸머지였다.

《싼체스, 대오를 정렬시키시오.》

그는 즉시 숙영지를 옮기기로 하였다. 도처에 비밀숙영지를 꾸려놓고 대오를 늘이는 한편 전투정치훈련을 마친 다음 전투에 진입하려던 본래의 계획이 틀어졌으므로 빨리 행동해야 했다.

이때 체는 모진 기침때문에 신고해야 했다. 지금껏 잊고있던 기관지천식이 또 발작하기 시작한것이다. 그것은 10년전 그가 《그란마》호를 타고 꾸바에 상륙하던 때부터 아바나에 입성하기까지 오랜 세월 무서운 고통을 주던 그 빌어먹을 천식이였다. 게다가 여기 볼리비아는 안데스산줄기를 중심으로 해발 4천m로부터 6천m에 달하는 높은 산지대의 온대성기후와 동부 저지대의 열대성기후대로 기온차가 심한것으로 하여 체의 한생과 정녕 헤여지기 싫어하는 천식이 또 발작했던것이다.

기침이 터질 때마다 병든 숨결이 마치 심장을 밖으로 막 밀어내는듯 했다. 행군때에는 더더욱 숨이 차서 견딜수 없었다. 그는 걸어가면서 자주 후들거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비상용아드레날린을 찾군 하였다. 매일같이 치렬한 전투가 그칠새 없었다. 사태의 엄중성을 느낀 미국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던것이다.

···이것은 체가 볼리비아의 깊은 밀림에서 시작한 라틴아메리카민족해방혁명서사시의 제1장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