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3

책제목:운명
 
 

제 4 장

3

 

박유진은 물속을 헤염쳐가는듯 했다. 어떻게 문이 열리고 남일부수상이 먼저 무슨 말씀을 어떻게 올렸던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렬차집무실의 밝은 전등이 강렬한 빛으로 눈을 때리던것과 그가 깊숙이 허리굽혀 인사올릴 때 수령님께서 밝게, 해빛처럼 환하게 웃으시던것만이 사진처럼 기억에 찍혀졌다.

《반갑소, 유진동무. 어서 이리 오시오.》

수령님의 음성은 묵직하면서도 한없이 따스하였다. 유진은 그렇듯 부드럽고 따스한 음성을 봄날의 빛처럼, 공기처럼 벅차게 호흡하였다.

《배에서 찍은 우리 유진동무 사진을 본게 언제였더라?》

이번에도 유진은 물고기처럼 입만 벙긋거렸다. 남일부수상이 그를 대신하여 말씀드렸다.

《지난해 7월이였습니다, 수령님. 제가 청진수산사업소 영예게시판에 붙어있던것을 가져다드렸댔습니다.》

《그랬지, 음··· 그때 내 전화로 알아보니 모두들 우리 유진동무가 배사람이 다됐다고, 앞날의 영웅감이라고 굉장히 자랑한다는게 아니겠소. 김태규랑 김학순이랑 내가 늘 내세우고 자랑하는 동해의 영웅선장들이 바로 그렇게 보증하더라는거요. 그래서 남일부수상이 청진에 가는 기회에 그를 만나면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오라구 했더니, 하!··· 유진인 원양에 나가구 없구 해서 영예게시판에 붙어있는걸 떼왔다는게 아니겠소, 핫하!···》

수령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렬차칸을 쩡쩡 울리는 그 호탕한 웃음에도 진정 친어버이의 웅심깊은 사랑과 믿음이 가득차있었다.

《그래 배에서 내리니 어떻소. 배사람들이 그립지 않소?》

《예, 그립습니다. 수령님! 맨날 그들이 생각나구 꿈속에서도 보이군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다시 크게 웃으시였다.

《인젠 말씨까지도 같아졌소, 엉?!··· 그래 좀 터놓구 말해보오. 배를 타면서 무얼 제일 크게 느꼈는지, 응?···》

《예, 수령님. 배를 타면서 전···》 박유진은 어언 어려움도 다 잊고 말씀드리고있었다. 《조선사람이 되자면 어떤 심장을 안구있어야 하는가를 실지 생활을 통하여 절실히 느끼구 배웠습니다. 이 땅에 태여났다구 해서 다 조선사람이 되는것은 아니였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의 넋을 가슴에 안구 그걸 귀중히 여길뿐아니라 목숨으로 지킬줄 알아야 한다는것을 새롭게 배우고···》

《허허··· 이것보오, 남일동무. 우리가 유진동물 배에 태우기 정말 잘한것 같구만, 응?!》

《예, 그렇습니다. 수령님, 그새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배사람답게 걸걸하구 호방해지구···》

《우리의 미래요.》 하고 수령님께서 뜨거움에 젖어드는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고리타분한 봉건분내나 노린내 섞인 부르죠아향수에도 물젖지 않는 미래이지, 모든것을 자기 식으로 생각하고 자기 식으로 말하고 자기 식으로 실천하는 미래!··· 내가 바란것이 바로 이것이란 말이요.》

수령님께서는 박유진의 어깨에 한손을 다정히 얹으시였다. 자애와 믿음이 천만근의 무게로 실려있는 손길이였다.

《난 동무가 앞으로 훌륭한 무역일군이 되여 조국에 크게 기여하길 바라오.》

박유진이 벌떡 일어서려 했으나 수령님께서는 그를 그냥 눌러앉히시였다.

《무역을 단순한 장사일로만 생각해선 안돼. 옛적에도 장사일엔 상도 즉 장사의 도리가 있어야 한다며 상도이자 인도라구 했소. 장사의 도리는 돈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살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지. 그러면 우리 사회주의조선의 무역일군은 어떤 좌우명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조국과 민족의 존엄, 자존심을 근본으로 삼는거요. 비굴하고 구차스럽지 말고 야박하거나 표리부동하지 말며 의리를 중히 여기되 조국과 인민의 리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몸바쳐 일해야 한다는 말이요.》

《알겠습니다, 수령님! 그 말씀을 한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힘껏 일하겠습니다.》

《그러리라고 믿소, 믿어. 그럼 유진동문 이제부터 꾸바와 윁남을 비롯한 반제반미투쟁에 나선 나라들과의 무역 및 지원사업을 위주로 맡아봐야겠소.》

《?!···》

박유진은 숨을 죽이고있었다. 수령님께서 지금 특별히 중대한 과업을 주신다는 생각에서였다.

수령님께서 계속하시였다.

《특히 꾸바와 윁남과의 사업을 잘해야 돼. 재삼 말하지만 무역일군이라고 해서 절대 무슨 돈벌이를 위한 거래로 생각할게 아니라 지원이라는것을 잊지 마시오. 우리와 한전호속에서 피흘리며 싸우는 전우들에게 주는 정신적 및 물질적지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수령님! 잘 알겠습니다.》

그 순간 꽤액!― 하고 기적소리가 울렸다. 길게 목청껏 웨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