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16

책제목:운명
 
 

제 4 장

16

 

윁남전선에서 우리 비행사들의 전투성과가 늘어갈수록 희생자들도 많아졌다. 리도익, 리동수, 김원한, 김경우, 리기환, 김태준···

김일성동지께서 그들의 뒤를 이어 부련대장 림장안의 희생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것은 새벽이 가까와올무렵이였다.

또다시 잠 못드시는 밤··· 그이께서는 점도록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림장안은 윁남에 파견되는 203군부대의 첫 대오에는 끼워있지 않았다. 1966년 말 우리 비행사들이 윁남의 하늘에서 미국놈들과 한창 결전을 벌리고있던 어느날 그이께서 조명록을 부르시여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공군사령부에서 오래 일했으니 비행사들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리라고 보고 한가지 과업을 주려고 하오. 리론실천적으로 제일 우수한 비행사 한사람을 골라보시오. 항공전술에서나 비행술에서도 제일 우수한 사람을 말이요. 젊은 사람이면 더 좋소.》

하여 선발된것이 림장안이다.

조명록은 그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지금은 공군사령부 비행조종술지도원입니다. 매해 비행사들의 비행술을 판정하고 급수조절을 하는데 어찌나 요구수준이 높은지 저도 겨우 사정사정해서야 합격되였습니다.》

《아니, 사령관까지 급수시험을 친단 말이요?》

《제가 사단장을 할 때였습니다. 제스스로 요구하여 판정을 받아보았습니다, 그새 저의 비행술이 너무 뒤떨어진것 같아서···》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좋소, 그렇다면 그 엄격한 훈장을 한번 만나봅시다.》

그날 그이께서는 림장안과 3시간나마 담화하시였다. 보통키에 체육가형으로서 발달된 근육과 밝고 부드러운 얼굴표정이 특히 인상적이였다.

《우선 동무가 살아온 경력부터 들어보자구. 일없소, 허물없이 다 얘기하오. 난 바쁘지 않소.》

놀랍게도 그는 평양미술대학 제1기졸업생이였다.

《미술대학을 나왔다?》 하고 그이께서는 기이하게 여기며 물으시였다. 《미술가와 비행사라··· 어떻게 그리되였소?》

그가 미술대학을 졸업한것은 1950년 4월이였다. (그의 형도 미술가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인차 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온 나라 청년들이 그러했듯 즉시 군대입대를 탄원하였다. 군대에 나가서는 또 비행사가 될것을 결심했다. 자기의 모교가 적기들에 의해 불타고 존경하는 스승이 희생되였다는 소식에 기어이 비행사가 되겠다고 떼를 썼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비행학교로 갔다고 한다. 그러나 1953년 7월 그가 비행사가 되여 하늘에 떠오르자마자 전쟁이 끝났다.

그후 그는 대대장이 되였다. 인민군대에서 붉은기중대운동의 불길이 타오를 때 그는 첫 붉은기대대의 지휘관이 되였고 그후엔 공군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공군사령부 비행조종술지도원으로 되였다.

《그럼 이제부터 동무 안해에 대해 좀 얘기해보오.》

림장안의 안해 신혜란은 중국 동북에서 살다가 해방후 평양에 종합대학이 선다는 소식을 듣고 몇달동안 가마니를 짜서 판 돈을 가지고 혼자서 조국에 나온 녀자였다. 평양에 왔을 때엔 이미 종합대학시험이 끝났으므로 평양방직공장에 들어가 로동을 했다. 로동의 짬시간에도 이악하게 책을 펴들고 공부하는것을 보고 지배인이 그를 서기로 채용했고 후에는 사범대학 외국어강습반을 거쳐 김책공업대학까지 졸업하게 도왔다고 한다.

이것이 그들부부의 길지 않은 인생자서전의 첫페지였다.

《내가 오늘 동물 만나자고 한것은》 마침내 그이께서 본론에 들어가시였다.

《지금 윁남에 간 우리 비행사들이 간고한 조건에서 싸움을 벌리고있는데 거기에 가서 그들을 기술적으로 잘 도와주라는것이 첫째요.··· 다음 둘째는 기술적우세를 자랑하는 미군비행사들과의 싸움전법을 현지에서 연구해보라는것이요.》

《알았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이렇게 되여 그는 203군부대의 부련대장으로서 윁남에 갔다. 윁남에 간지 7개월만에 희생되였다.

사실 련대장과 부련대장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 지상에서 비행지휘만 하게 되여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주도기인 한 대대장이 급병을 앓아 그가 대신 날아오르게 되였다. 다른 주도기는 최봉호였다.

림장안은 출격하자마자 최봉호와 협동하여 적들을 분산시킨 후 편대와 좀 떨어져있는 적정찰기 한대를 단방에 명중하고 련이어 달아나는 적기를 쫓아가 그것도 박살내였다. 그때 림장안은 최봉호에게 나머지 적기들마저 기어이 쫓아가 격추하자고 했다. 최봉호의 편대가 적기들이 달아날 길을 막고 림장안은 그들의 뒤에 바싹 다가붙었다. 그때 구름속에 숨어있던 적기들 한개 편대가 내리꽂히며 그에게 집중사격을 가했다. 결국 그의 비행기는 불길에 휩싸였다.

지상에서 련대장이 무선으로 탈출하라고 거듭 명령했다.

불타는 비행기에서 탈출하는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순간 아래를 내려다본 림장안은 생각을 바꾸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도시상공에서 전투가 벌어졌던것이다. 이미 적기 4대가 추락했었는데 자기 비행기까지 떨어지면 온 도시가 불바다로 화할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나 09번, 1분만 더 날겠다.》

이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말이였다.

1분이란 길지 않다. 영원한 우주의 시간대에서는 눈금으로 새겨놓을수도 없는 극히 짧은 한순간이다. 그러나 그 1분마저도 림장안은 끝까지 날지 못했다. 도시를 벗어나 수림우에 이르렀을 때 비행기가 폭발했던것이다.

림장안의 희생을 목격한 최봉호와 그의 대렬기들이 피눈물을 삼키며 적기들을 쫓아가 또 한대를 격추했으나 이번엔 최봉호가 중상을 입고 가까스로, 거의나 기적적으로 깹비행장에 착륙했다는것이다. (최봉호는 즉시 하노이의 군대종합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윁남정부에서는 다음날 조선의 참된 국제주의전사들인 조선인민군 공군제203군부대의 부련대장이였던 림장안에게 윁남전공제1급메달(영웅메달)을, 주도기비행사 최봉호에게는 세번째 2급메달을, 대렬기비행사 김재홍에게는 2급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수령님께서는 그들에 대한 자료에서 이윽토록 눈길을 떼시지 못하였다. 채칵거리는 탁상시계의 초침소리도 멀리 우주밖으로 사라져버린듯··· 책임서기가 들어와 발걸음소리를 죽이며 창가림을 걷어놓고 나가서야 비로소 창밖이 훤히 밝아왔음을 알아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전화로 오진우를 찾으시였다.

《오대장.》 하고는 잠시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오진우도 숨을 죽이고있었다. 자기를 찾으시던 수령님의 음성이 그렇듯 심하게 갈리신것을 느끼고있었던것이다.

《오진우동무.》 마침내 그이께서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윁남에서 희생된 비행사들모두에게 그들의 위훈과 공적에 따라 해당한 영웅칭호와 훈장을 내신합시다. 그리구··· 그들의 안해와 자식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고 가능한껏 필요한 방조를 주도록 대책을 세웁시다.》

《예, 알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러면 다되는가?···》

그이께서는 조용히 혼자말씀처럼 뇌이시였다.

《그들을 위해 더 해줄것이 없을가?··· 그래, 생활상방조뿐아니라 그들의 자식들 장래문제까지··· 다 알아보고 대책을 세워야겠소. 그들이 우릴 믿고 남기고간 자식들인데··· 아버지들처럼 훌륭하게 키워야 하지 않겠소. 그리구···》

다시 한동안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그럼 최봉호는,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있다는 최봉호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봉호는··· 알아보구 비행기로 조국에 실어오시오. 어떤 일이 있어도 기어이 그를 살려야겠소, 기어이!···》

오진우가 힘주어 대답올린다.

《예, 수령님, 수령님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음···》

그만 송수화기를 놓으신다.

오래 계속된 정적···

부지중 그린듯 앉아계시던 그이께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창가에로 다가가 시뻘건 빛이 창살같이 비끼기 시작한 저 하늘가에 눈길을 주신다. 차츰 피같이 진하고 뜨겁게 물들여지는 저 하늘··· 그 하늘가에 영용한 비행사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비쳐지고있다. 자신께서 몸소 만나 고무를 주시고 윁남전선에 떠나보내신 우리의 영용한 비행사들··· 그들모두가 한곁같이 웃고있다. 호지명주석이 감사전문에서 《윁남의 자주독립과 세계인류의 자주화위업에 몸바친 영웅조선의 참된 전사들》이라고 격조높이 칭송한 우리 비행사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