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14

책제목:운명
 
 

제 4 장

14

 

1967년 8월.

삼복철도 끝나고 더위도 수그러들던 때였다. 그러나 이해의 여름은 평년과 같이 순순히 물러가려 하지 않았다. 마치도 이 나라 인민의 의지를 시험하려는듯 강한 태풍을 몰아오며 전반적지방에 엄청난 량의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특히 대동강상류의 맹산군, 양덕군일대에는 8월 26일 하루종일 대줄기같은 폭우를 무섭게 들부었다. 하여 대동강은 급기야 룡트림하듯 사납게 격랑을 치기 시작했는데 그 거센 물결이 평양시에 들이닥친것은 다음날인 27일 밤 11시부터였다.

미친듯 한 격류가 뿌리채 뽑힌 아름드리나무들이며 벼짚이영을 얹은 헛간지붕들(그런 지붕들과 통나무들마다에는 갖가지 짐승들, 즉 개와 염소, 닭과 돼지들까지 올라타고있었다.), 무수한 풀더미와 나무등걸들을 떠싣고 평양시를 향하여 사품쳐흘러내렸다. 초당 3만 4천 600톤의 물흐름으로 산출된 사상 류례없는 대홍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즉시 수해복구를 위한 비상대책을 세우시고 몸소 현지에서 전투를 지휘하시였다.

단 한시의 휴식도 없는 힘겨운 전투의 나날이 9월 중순까지 계속되였다. 이 나날 거의 매일같이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을 모시고 때로는 수륙량용차를 타시고 때로는 장화를 신고 무릎까지 빠지는 감탕길을 헤치며 수도의 곳곳을 돌아보시고 피해복구를 위한 대책을 세워주시였다.

비행기가 날면서 교통이 막힌 지역에 식량과 음료수를 날라주었을뿐아니라 각지에서 유능한 기술자, 전문가들을 선발하여 피해가 제일 심한 평양방직공장을 비롯한 여러 공장, 기업소들에 실어오기도 했다.

수해주둔지역의 인민군부대들이 떨쳐나서고 수많은 수륙량용차, 배떼다리, 전투용화물자동차, 직승기들이 동원되였다. 건설기업소들은 물론 대학생들도 총동원되여 제방보수와 지대정리, 살림집건설을 시작하였다. 동시에 수령님께서 오래전부터 구상하시던 대동강의 갑문들에 대한 착공준비도 힘있게 다그쳤다.

 

1967년 9월 3일.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정일동지와 함께 평양방직공장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 그날도 역시 연회색의 여름옷차림에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계신 수령님께서는 오전 8시부터 무려 3시간에 걸쳐 방직공장을 돌아보시였다. 때로는 깊은 물웅뎅이를 에돌고 때로는 감탕밭을 헤쳐가시기도 하였다.

점심시간도 가뭇 잊고계신듯 했다. 김윤필부관이 몇번 상기시켜드려서야 비로소 수륙량용차에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러나 한순간 또 멎어서시였다. 멀리 무진천동뚝우에 서있는 어쩐지 남다른 한사람을 띄여보신것이다. 아침에 나오실 때부터 물에 잠긴 공장구내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락가락하던 이상한 사람, 그의 옆에는 하얀 《볼가》승용차가 서있었다.

《저게 누구요?》 하고 그이께서는 부관 김윤필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아까부터 계속 우리쪽을 보고있는것 같던데 왜 그러는지 알아보았소?···》

《예?···》

김윤필은 그이께서 보시는쪽으로 급히 눈길을 던졌으나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 조용히 말씀드렸다.

《수령님, 그는 우리 나라 주재 윁남대사입니다.》

《윁남대사?》

수령님께서 놀라와하시였다.

《예, 제가 알아본데 의하면》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계속 말씀드리시였다. 《윁남대사는 평양방직공장이 물에 잠긴것때문에 여간 걱정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아마 윁남에 보내줄 군복천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렇단 말이지?···》하고 수령님께서는 따뜻한 미소가 어려있는 눈빛으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였다. 《어느새 그런것까지 다 알아봤구만.》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지난 8월 11일 우리는 윁남에 군사원조를 무상으로 제공할데 대한 협정을 체결하였다. 그 결과 군사원조의 항목들이 대폭 늘어났다. 그중에서 군복 같은것은 중요항목에도 속하지 못한다.

그이께서는 뒤쪽에 서있는 한 녀성일군을 돌아보시였다.

《방직공업상, 물에 잠긴 기대와 천이 얼마라구 했던가?》

《예, 수령님.》 하고 몸이 부한 녀성일군(실은 방직 및 제지공업상이다.)이 한발 나서며 말씀드렸다. 《약 2만대의 기계설비와 천만메터에 달하는 천이 물에 잠겼습니다.》

《아니요.》 하고 수령님께서 정정해주시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1만 7천대의 기계설비와 995만 6천메터의 천이 물에 잠겼다고 했소. 》

수령님께서 몰라서 물으신것이 아니였다. 녀성일군은 얼굴을 붉히였다.

《뭐, 동물 시험쳐보자구 한건 아니구···》 수령님께서 계속하시는 말씀이였다. 《우리 일군들은 언제나 약 얼마··· 어느 정도··· 하는 말들을 될수록 입에 올리지 않도록 해야 하오. 그래야 더 깐지구 더 정확히 일할수 있거던.》

이어 그이께서는 리주연부수상을 찾으시였다.

《참 부수상동무, 오늘 여기서 토론한대로 하면 빠른 시일내에 천생산을 정상화할수 있지 않겠소?》

《예, 한달이면 정상화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할수 있을것 같다?··· 아니, 꼭 해야 하오. 리주연동무, 우리 나라엔 평양방직공장만 있는것도 아니지 않소. 그러니 윁남대사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시오, 약속한 전량을 제기일내에 보장해준다구.》

《예, 수령님. 그렇게 말해주겠습니다.》

바람이 세지고있었다. 감탕에 게발린 나무가지들이 등을 꼬부리며 수선거렸다. 하늘에서는 세찬 질풍이 시꺼먼 먹구름을 산산이 찢어발기며 서켠으로 몰아가고있었다. 어딘가 먼곳에서 아직도 우릉우릉하는 우뢰소리가 울려왔으나 그것은 이미 맥빠진 푸념과도 같은것이였다.

그 하늘가를 재빨리 살펴보신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께 다시 말씀드리시였다.

《수령님, 방직공장의 생산을 정상화하는것과 동시에 온 평양시 가두인민반들에 호소하여 아빠트옥상에서 젖은 천과 쌀들을 말리도록 했으면 합니다.》

《옳소, 좋은 생각이요. 이제 날도 개이겠는데 온 평양시가 떨쳐나서게 합시다.》

수령님께서는 밝게 웃으시였다.

수해복구를 위한 시급일군들의 협의회가 끝났을 때는 깊은 밤중이였다. 허나 수령님의 정상적인 집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이께서는 먼저 윁남에서 싸우는 우리 비행사들의 영웅적위훈에 대한 보고자료와 호지명주석이 친히 보내온 감사전문을 보시였다.

또다시 윁남이다. 윁남이 그이의 마음속에서 순간도 자리를 비우려하지 않는다. 어찌 그뿐이랴. 라오스, 캄보쟈, 수리아, 알제리 등 다른 많은 나라들도 그이의 마음속에 각기 한방씩 차지하고있으면서 때없이 자기를 만나달라고 문을 두드리군 한다.

그이께서는 보고서를 읽으시며 이따금 에이는듯 한 아픔에 숨을 죽이군 하신다. 윁남의 하늘에서 싸우는 우리 비행사들의 장렬한 희생에 대한 보고가 날을 따라 늘어가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