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1

책제목:운명
 
 

제 4 장

1

 

그것은 리웅산이 가지고온 형성안이였다. 방안의 책상 네개를 모두 하나로 붙여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좀 모자랄 정도로 큰 형성안이였다. 리웅산은 구깃구깃 볼품없이 구겨진 그것을 정성들여 펴면서 네 귀퉁이엔 두툼한 책들(건축설계와 관련된 외국원서들)을 눌러놓았다.

밝은 해살이 그우에 뿌려졌다. 김정일동지께서 내각제1부수상 김일과 같이 탁우에 펴놓은 그 형성안을 주의깊게 보고계시였다.

리웅산은 거의나 숨도 쉬는것 같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 차츰 안색을 흐리시였다.

《김일제1부수상동진 이 형성안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일은 두툼한 입술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렸다. 자기로서도 분명치 않은 소리였다.

《저야 뭘···》

다음순간 그는 리웅산에게로 엄한 눈빛을 던졌다.

《어서 말씀드리오. 그것들이 이걸 놓구 뭐 어쩌구저쩌구 했다면서?》

김정일동지께서 손을 내저으시였다.

《됐습니다. 그보다 난 리웅산선생에게 먼저 묻고싶은것이 있습니다.》

리웅산은 심장이 쿵쿵 울리는것을 느꼈다. 벅찬 경련때문인지 뒤잔등이 아프게 조여들었다.

《리웅산선생, 건축도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주로는 미술사에서 많이 취급되여왔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음악적으로도 표현하지 않습니까. 어떤 철학가는 건축을 두고 굳어진 음악이라고 했고 괴테는 그것을 〈빙결한 음악〉 즉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념탑에선 어떤 음악이 울려나와야 할것 같습니까?》

《?!···》

리웅산은 웬일인지 입안이 바짝 말라들어 한마디 말씀도 올릴수 없었다. 올릴 말씀도 없었다. 하여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만 꿀꺽 삼키고있었다.

《웅산선생.》 김정일동지께서 준렬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왜 대답을 못합니까. 그러니까 나쁜 놈들이 이 형성안을 막 구겨버릴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있은게 아닙니까. 이 구겨진 형성안을 좀 보시오. 바로 이렇게 선생의 량심과 신념까지 다 구겨버렸는데 이제 이걸 어떻게 펴겠습니까. 손바닥으로 문대여 펴겠는가, 다리미로 다리겠는가?!···》

아픔이 가득 실린 음성이였다. 그이께서는 심중의 안타까움과 괴로움에 두손을 힘껏 맞잡고계시였다.

리웅산은 그만 눈길을 떨구고말았다. 창유리로 흘러든 밝은 해살이 따갑게 눈을 지져대였던것이다. 그때 김일은 그의 옆에서 가슴만 풀떡거리고있었다. 생각같아서는 주먹으로 리웅산의 귀통을 후려갈기고싶었는지도 모른다. 소란스러운 풀무질소리가 그의 두툼한 입술새로 새여나오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계속하시였다.

《내가 알아본데 의하면 당의 요직에 앉아있는 한 이색분자는 얼마전 탑건설장을 돌아치면서 이 탑이 인민영웅탑이므로 탑의 주인공을 유격대의 보통지휘관으로 형상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입니까. 그래 수령님을 떠난 보천보전투가 어디 있고 수령님을 떠난 조선혁명이 어디에 있습니까.》

김일의 볼편이 푸들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분노에 찬 도끼눈이 리웅산에게로 또 견주어졌다.

《그러니 동무도 그때··· 그― 그자가 그런 잡소리를 줴칠 때 거기에 있었겠소?》

《예.》

혀를 깨무는듯 한 소리였다. 리웅산은 커다란 죄책감에 눈길도 들지 못하고있었다.

《한심하오, 한심해!》 하고 김일이 두주먹을 꽉 부르쥐며 말했다. 《하긴 내 지금 실장동무나 추궁하고있을 형편이 못되지. 이 김일이, 글쎄 내각제1부수상이라는게 한쪽에서 나쁜 놈들이 쥐새끼처럼 쏠라닥질을 하는것두 모르구있었으니··· 에익!···》

꽉 부르쥔 손아귀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더부룩한 그의 검은 눈섭이 사뭇 괴롭게 꿈틀거렸다. 분노로 하여 목소리는 갈리고 두툼한 입술조차 경련적으로 푸들거렸다.

《사실 난 그자가 수령님 만세를 제일 많이 부르기에 충신인줄로만 알았지 그런 급살을 맞을 놈일줄은 정말 생각 못했소. 허참, 수령님과 함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두산로병들이 곁에 있으면서 미처 간신도 가려보지 못했으니··· 먼저 곤장을 맞아야 할 놈은 내각제1부수상인 이 김일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분노에 떠는 그에게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절대로 양보할수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대도 양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누가 무엇이라 하든 동요하지 말고 수령님의 동상을 더 크게 모시고 유격대원들의 조각군상도 더 잘 형상해야 합니다. 그건 그저 단순한 기념비가 아닙니다. 우리 혁명의 운명의 탑입니다.》

《예? 우리 혁명의 운명의 탑!···》

김일이 낮게 부르짖었다. 너무도 아름찬 격정에 호흡이 절박해진것 같았다.

《왜냐하면 혁명의 운명이나 민족의 자주권은 위대한 수령의 사상과 령도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시종일관 수령론을 주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탑의 이름도 인민영웅탑이라 하지 말고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이라고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보천보전투야말로 우리 수령님께서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적들의 철통같은 경계진을 뚫고 조국에 진군하시여 벌린 전투였고 조선인민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것을 온 세상에 과시한 민족자주의 홰불이 아니였습니까.》

《옳습니다. 민족자주의 홰불!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어느새 김일의 얼굴은 흥분으로 하여 뻘겋게 달아오르고 두볼은 사뭇 실룩거리고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리고 창가로 흘러든 해빛의 홍수를 힘껏 빨아들이였다.

《바로 그겁니다.》 하고 김일은 거쉰 소리로 부르짖었다.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정말 뜻이 명백합니다, 부르기도 좋구··· 정말 좋은 이름입니다. 그럼 제 당장 혜산에 내려가겠습니다. 거기 가서 일을 바로잡아놓구 오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크나큰 믿음이 실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고맙습니다, 김일동지. 젊은 사람들이 갔다와야 할 걸음을 로투사들이 걷게 해서 정말 안됐습니다.》

《원 무슨 말씀. 내 불찰로 버르집어진 일이니 응당 내가 바로잡아야지요.》

이어 그는 리웅산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님자두 같이 가야지?》

《예.》 하고 리웅산은 덤볐다치며 대답하였다. 《가겠습니다. 그보다 앞서 이 형성안부터 새로 만들겠습니다.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을 더 크구 웅장하게 만들겠습니다.》

김일이 주먹으로 그의 앞가슴을 툭 내질렀다.

《좋소. 그 말 한마딘 정말 잘했소.》

허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웅산선생, 크고 웅장한것도 좋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거기에 담겨져있는 내용입니다. 이자도 말했지만 우리 수령님께서는 보천보전투를 통해 우리 인민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자주의 봉화를 지펴주시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탑을 조선혁명과 우리 인민의 운명의 탑, 자주의 탑이라고 하는것입니다. 그 사상과 리념이 살아나야 합니다. 그런데 선생은 아직까지 크고 웅장한것만 생각하고있으니···》

리웅산은 다시 머리를 떨구지 않을수 없었다. 벅찬 환희와 더불어 가슴저미는 회오의 감정··· 마음속에서는 모순된 두 감정이 격렬하게 사품치고있었다.

드디여 김정일동지께서 따뜻한 미소를 그리시였다.

《웅산선생, 내가 요즘 영화부문을 지도하면서도 계속 하는 말인데 모든 작품에선 종자가 기본입니다. 종자가 무게있는 철학을 담고있을수록 그 작품은 명작으로 됩니다. 그러면 이 대기념비의 종자는 무엇이겠는가?··· 아까도 말했지만 건축을 〈응고된 음악〉이라고 할 때 여기선 어떤 음악이 울려나와야 하겠는가?··· 생각되는것이 없습니까?》

리웅산은 여전히 대답을 올릴수 없었다.

《웅산선생, 언제든 잊지 맙시다. 한때 베토벤은 운명과 투쟁하는 인간의지의 승리를 종이우에, 오선지우에 그렸지만 우리는 지금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구원해주신 수령님에 대한 송가를 철과 화강석으로 대기념비에 새기고있는것입니다.》

리웅산의 두눈이 돌연 눈부신 광채로 빛나기 시작했다. 터질것같은 기쁨과 환희에 겨워 그는 부르짖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인젠 잘 알겠습니다.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구원해주신 수령에 대한 송가!··· 정말 인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환해집니다.》

그이께서도 밝게 웃으시였다.

《좋습니다. 우리도 선생이 그러리라고 믿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꼭 높은 산, 높은 정신적봉우리에 올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 세계를 더 넓게 보게 되고 인생을 더 환히 보게 되며 우리의 미래를 더 멀리 내다보게 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