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21

책제목:운명
 
 

제 3 장

21

 

박유진은 모선에 오르지 않았다. 김태규선장이 말하던 새 영화때문에 정든 사람들을 떠나 모선에 올라가 혼자 잘수는 없었다.

대신 풍성한 연회가 선실에서 있었다. 도람통을 거꾸로 세우고 맨 밑창에 조금 남아있던 대평술을 말짱 받아내였고 쌀뜨물에 사탕가루와 가루죽까지 쑤어 도람통에 풀어넣어서 발효시킨 흥탕(배사람들은 탁배기를 그렇게 불렀다.)을 사발채로 퍼마시였고 말린 게살은 물론 탄불에 노랗게 구워낸 망챙이와 횟대어 그리고 배사람들이 제일 귀하게 여기며 서로 엄격히 통제한다는 특수식료품 오이절임과 고추절임, 나중엔 국거리 무우시래기까지 죄다 아낌없이 꺼내놓았다.

그칠새없이 계속된 축배와 웃음, 유진은 그새 친형제처럼 정이 든 배사람들과 허물없이 어깨를 겯고 쉴새없이 노래도 불러대였다.

 

다정한 동무여 노래를 부르자
우리 서로 태여난 고향은 달라도
···
세월은 흐르고 산천은 변해도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어라

 

하모니카와 비록 서툴긴 해도 분위기를 돋구는 기타반주도 있었다. 여기에 박유진의 특기인 피아노와 손풍금이 없은들 무슨 대수이랴. 그야말로 떠들썩한 웃음과 거쉰 탁성으로 엮어진 노래속에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고 남먼저 1만톤어로고지를 꼭 점령하자고 굳게 다짐하면서 시큼털털한 탁배기에 몸과 마음까지 푹 적시여 흥그럽게 휘둘러지는 바다의 일대 향연이였다.

언제 날이 밝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금은 7월··· 어두운 밤을 모르던 하지도 지난지 오랬으므로 밤 12시경에 잠간 어둡기 시작하다가 한두시간만엔 다시 하늘이 훤하게 밝아오는 계절이다. 유진이 타고갈 련락선은 이미 56호의 배전에 바싹 붙여놓고있었다. 김태규의 56호배사람들이 거기에 말린 게살을 담은 포대를 무려 세개씩이나 실었다고 한다. 련락선의 선원들은 노상 입을 다물새없이 싱글벙글하며 56호의 어로공들에게 허리가 부러지도록 인사를 했다. 그들이야말로 그처럼 귀한 말린 게살이 어떻게 생겨난것인지 너무도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사실 배사람들은 어로작업의 쉴참이면 심심풀이로 털게의 중간다리살을 뽑아 갑판에 널어 말리우군 했다. 털게의 제일 실한 중간다리살이 맛으로 보나 영양가로 보나 최고급의 식료품이라고 인정하고있기때문이다. 또 배사람들은 아무리 고급어족이라 해도 절대 집에 가져가거나 시장에 내다 파는 법을 모른다. 련락선이 올 때마다 말린 게살을 사업소에 보내는것을 응당한 일로 여겼다. 가끔 쏘련경비대나 순찰정의 해병들에게도 넘겨주군 한다.

《형님―》 하고 강창길이 말했다. 《저기 쏘련제마대에다가 담은건 이 강창길이 평양의 형수님께 보내는 선물이요. 뭐? 어째 안가져간다구 그러오? 형님이야 영 배사람으로 있겠소?··· 누구도 뭐라지 않으니 꼭 형수님께 가져가오, 에?!···》

태규선장은 련락선의 선원들에게 가는 동안 먹으라고 지난밤의 연회에도 내놓지 않던 연어를 선물하였다. 바다물고기는 크면 클수록 더 맛있다. 인젠 유진이도 경험을 통하여 이에 대하여 잘 알고있는데 그처럼 보기 드문, 세상에 다시 없을 문짝만 한 연어를 태규선장이 통채로 내준것이였다.

배사람들은 누구도 그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엔 물고기밖에 없어 다른 선물을 준비 못한다고 안타까와했다. 그새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고 정이 든 사람들이였다.

《유진동무, 다시 돌아오겠지?··· 어데 달아날 생각은 아예 하지두 마오, 잉?!》

《다음교대때엔 꼭 돌아와야 하우. 기다리겠수다.》

다음교대는 한달후에나 있게 된다.

《다시 돌아오겠소. 동무들, 정말이요.》

뜨거운 속삭임이였다. 유진은 부지불식간에 목이 꽉 메이는것을 느끼며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흔들었다.

《내가 가면 어데루 가겠소? 내 인차 돌아오겠소. 바로 여기루, 내 집으루 말이요.》

어언 유진이도 그들과 말씨도 같아졌다.

그때 련락선이 우당탕탕!··· 하고 재채기소리처럼 요란히 발동소리를 울렸다. 마지막으로 태규선장이 다가와 크고 두툼한 손바닥으로 유진이의 잔등을 툭 쳤다.

《유진동무, 잘 가오.》

《선장동무.》 유진이 갈린 소리로 말했다. 《기관지염이 심해지지 않게 부디 건강을 돌보기 바라오. 그럼 동무들! 다들 몸성히 잘있으시오!―》

《잘 가오다, 유진동무!》

《앓지 마오.》

《또 만납시다!―》

드디여 련락선이 물결을 헤가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잠에서 깬 갈매기들도 나팔소리같이 끼룩끼룩하며 머리우에서 분주살스럽게 날아예고있다. 아득한 저 수평선에 훤히 밝아오는 새날, 새아침의 하얀 빛발, 파도를 타고 번져가는 목메인 배고동소리!···

바로 그때였다. 멀리 떠있는 대형랭동가공모선 《백두산》호의 확성기에서 처녀방송원이 웨치는 소리가 울려왔다.

《···알립니다. 선대의 모든 배들과 어로공들··· 알립니다. 모두 주의깊게 들어주십시오. 이제 라지오에서···》

파도와 바람소리때문에 토막토막 끊기군 하여 어떤 말은 도무지 가려들을수 없었다. 유진은 두손을 귀에 바싹 가져갔다.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모두··· 여기 랭동가공모선 〈백두산〉호에로··· 오십시오.···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바싹 긴장하여 눈까지 꼭 감고있던 유진은 급기야 조타실의 창유리를 드세게 두들기였다.

《돌아가야겠소. 모선에로 빨리!》

조타실안에서는 확성기에서 웨치는 소리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였다.

《왜 그러오? 무슨 일이 있소?》

《무슨 중대소식이 있다오. 빨리 돌아갑시다.》

《중대소식?!···》

《빨리 배를 돌리오. 빨리!··· 가면 알게 되오.》

얼마후 유진은 자기 배인 56호에 다시 올랐다. 다행히도 선대의 모든 뜨랄선들이 모선에 물고기를 넘기려고 모여들던 참이였다.

《유진동무요?》 선장이 갑판우에 모인 사람들속으로 그를 잡아끌며 말했다. 《빨리 오우. 하마트면 그냥 갈번 했구만, 엉?!》

《예, 정말 다행입니다.》

모선의 확성기가 찌륵거리더니 징!― 하는 새된 금속성이 날카롭게 대기속으로 사라져갔다. 모선의 방송원이 음량을 최고로 높이고있는것이다. 다음순간 《와!―》 하는 함성이 확성기에서 우뢰소리마냥 폭풍쳐나왔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음향의 회리바람이 한동안 계속되더니 돌연 너무도 귀에 익은 방송원의 목소리가 바다의 물결너머 먼 수평선끝까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조선중앙방송의 얼굴과도 같은 리상벽의 격정에 목메인 음성이였다.

《···이 방송을 듣고계시는 조국의 동포여러분! 다시 말씀드립니다. 지금 여기는 영국의 미들즈브러시 개선경기장입니다. 우리의 미더운 천리마축구선수들이 지금 붉은색운동복을 입고 경기장 한복판으로 보무당당히 나아가고있습니다. 우리 선수들과 나란히 걸어나가는것은 지금까지 세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두번씩이나 1등을 한 전적을 가지고있는 세계적인 강팀 이딸리아선수들입니다. 이딸리아선수들은 지금 검은색운동복을 입고있습니다.》

대번에 심장이 벅차게 뛰기 시작했다.

선장이 누구에게라없이 소리쳐 물었다.

《지금 몇시요?》

《예, 3시 40분입니다.》

유진의 대답에 이어 배에서 제일 나이 많은 류운환이 뒤켠에서 혼자소리처럼 웅얼거렸다.

《조국에선 아마 새벽 3시쯤 될거우다.》

배에서 제일 나이 어린 강창길은 무엄하게도 감히 그의 의견을 반박했다.

《아니요. 형님, 조국에선 정확히 새벽 2시 45분이요.》

《네가 뭘 안다구 그래?》

《아, 왜 모르겠소? 그만큼 배를 탔는데···》

《야, 이자 겨우 한두해 타구서 뭐 그만큼?···》

《아 형님, 소래긴 왜 지르오?!···》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그들을 돌아보며 주의를 주었다.

《좀 조용하지 못하겠소?》

《류형, 갸 좀 그냥 놔두오.》

《창길이, 너무 까불지 말아!》

유진은 입을 크게 벌리고 자기의 얼굴을 시서늘하게 솔질해주는 바다바람을 한껏 들이켰다. 문득 우크라이나의 하리꼬브시에서 쏘련의 1류급팀들인 스빠르따크팀과 지나모팀간의 경기를 관람하며 아다와 서로 경쟁적으로 응원하던 일이 상기되였다.

유진은 그때 지나모팀을 응원했으나 아다 미헬쏜은 스빠르따크팀을 택했었다. 저쪽은 유태인, 이편은 조선사람··· 어느 팀을 응원하건 그들에게는 매일반이였다. 하여 제멋대로, 마음내키는대로 선택하고 응원했었다. 그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기때문이였다. 그렇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자기의것이 아닌 남의 꿈, 남의 희망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유진, 나자신의 꿈과 희망을 저 지구의 한끝에서 벌어지고있는 축구경기에 얹고있는것이 아닌가. 나의것이며 우리모두의것인 꿈과 희망을!···

방송에서 와!―와!― 끓어번지는 응원의 함성이 다시금 유진의 가슴에 폭풍쳐왔다.

《···우리 팀의 15번 양성국, 뽈을 몰고 중간선을 넘어섭니다. 이딸리아 6번을 살짝 빼돌리고 좌측으로 돌입하는 11번 한봉진에게 련락, 한봉진선수 왼발로 슛!― 하는가··· 아, 8번 박승진선수에게 련락하고··· 박승진, 자기에게 달려든 이딸리아의 3번선수와 몸싸움을 벌리면서··· 공을 앞으로 련락, 이번에는 9번이 차지하고 슛!― 아, 이딸리아의 문지기 그대로 잡아냈습니다. 이번엔 이딸리아의 문지기가 멀리 우리쪽 중간선너머로 내차는 공입니다. 우리 팀의 6번 임성휘 달려나오며 머리받기한 공··· 우측 중간에 있던 이딸리아의 주장 12번 받아가지고 공격조직···》

가슴은 졸아들다못해 숨구멍까지 막혀버린듯 했다. 옆자리의 선장은 줄창 유진의 한팔을 으스러지게 잡아비틀었고 뒤에서는 강창길이 딴딴한 주먹으로 그의 잔등을 도리깨질하듯이 두들겨팼다.

《이딸리아의 9번과 10번 짧은 공련락으로 주고받기··· 우리 문전가까이 돌입합니다. 우리의 5번과 3번도 빼돌리고··· 아, 위험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의 최종방어수 2번!··· 예, 좋습니다. 끝내 막아내고··· 그러나 뽈은 문선바깥입니다. 역시 강팀인 이딸리아, 더우기 방금 협동공격을 한 이딸리아의 9번과 10번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레베라와 마쯜다선수들입니다. 공을 던져넣는 이딸리아의 6번, 이번에도 9번에게 련락한 공을 다시 10번에게 넘겨주고 이어 서로 주고받는 짧은 공련락··· 오른쪽 깊숙이 돌입해 들어오는 10번입니다. 10번 마쯜다, 슛!― 아, 우리의 리찬명문지기 몸을 날렸습니다만··· 뽈은 문가름대를 넘기고말았습니다.》

어언 시간의 흐름도 다 잊었다. 실로 운명을 건 경기, 박유진과 그들모두의 명예와 자존심, 존엄까지도 걸고 하는 경기였다.

《형님.》 창길이가 흐느끼듯이 말했다. 《난 막 숨이 막히구 속이 떨려서 죽을것만 같소. 형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오?》

《입다물어!》 하고 도끼눈을 하며 을러멘것은 태규선장이였다.

《남들까지 얼게 하지 말구. 속이 떨리문 그냥 왝왝 소래기를 지르란 말야.》

옳은 말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경기이건만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주먹을 내흔들고 무어라 목터지게 부르짖군 하였다. 박유진도 례외가 아니였다. 소리도 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는 견딜수 없었다.

《···경기시간은 지금 34분을 가까이 하고있습니다. 아직까지 두팀 다 득점이 없이 맹렬한 공방전을 벌리고있습니다. 우리 팀은 여전히 속도경기··· 우리 팀의 11번 한봉진, 5번 림중선선수에게 넘겨주고 림중선 박두익에게, 박두익 다시 박승진에게 련락하는 공··· 박승진 이딸리아팀의 방어선을 뚫고 돌입합니다. 맞받아 달려나오는 이딸리아의 주장··· 아, 미끄러져빼앗기··· 아니, 걷어찼습니다. 그러나 박승진 몸을 날려 그를 타고넘고··· 헌데 호각소린?··· 반칙인가?!··· 예― 이딸리아의 주장 블가렐리가 우정 다리를 걷어찬것으로 해서 노란 딱지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바닥에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미끄러져 빼앗기를 하는척 하면서 우리 선수의 다리를 걷어찼으나 박승진선수가 날래게 그의 몸우를 날아넘는 통에 그만 어데를 채운 모양인가?··· 경기는 중단되였습니다. 아, 드디여 이딸리아의 주장 블가렐리선수가 담가에 실려나갑니다.》

박유진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내흔들며 소리쳤다.

《잘한다!― 박승진!―》

아직 이처럼 미친듯 격동되여 고래고래 소리쳐본적은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축구가 아니라 투지와 인내, 정신력의 전쟁이였다. 바로 그때였다. 박유진이나 뜨랄선 56호의 어로공들을 포함하여 온 나라 인민이, 동시대의 조선사람이라면 누구나 평생 잊지 못할 격동적인 소식이 마침내 전파를 타고 날아왔다.

《인제는 경기시간 41분이 거의 돼옵니다. 우리 팀 다시 공격입니다. 오직 속도, 오직 공격··· 아, 좋은 기회··· 중간방어수로부터 공을 넘겨받는 7번 박두익, 왼쪽측면으로 돌입, 이딸리아의 3번선수를 빼돌리고··· 허나 이딸리아의 3번 그의 팔을 잡아당기지만 벌써 문앞으로 번개같이 돌입하는 박두익, 오른발로 쓔―웃!―》 숨이 꺽 막혔다. 《쓔―웃!―》 하는 방송원의 목갈린 웨침소리가 전류처럼 가슴에 스쳐가더니··· 그다음 계속된 리상벽방송원의 격동적인 말들은 터질것 같은 심장의 거센 박동속에 휘말려들었다.

《꼴―인!― 꼴―인입니다. 우리의 박두익선수 끝내 이딸리아 문안에 승리의 꼴을 차넣었습니다! 세계적인 강팀 이딸리아의 꼴문대에 조선의 통꼴을 차넣었습니다!···》

모두가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누가 먼저 목갈린 소리로 부르짖었던지?···

《꼴―이다!― 꼴―인!―》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부짖고있었다. 누가 누구를 끌어안고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알 필요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넋이 하나로 합쳐졌다. 누구도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시간이 더 빠르게, 바람같이 흘러갔다. 이딸리아팀은 초조감으로 하여 맹목적으로, 거의나 무모한 개인돌파전으로 나왔으나 그럴수록 그들의 전도는 더더욱 암울해지기만 했다.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우리 팀은 다음단계의 경기에, 즉 제5등부터 8등까지의 순위권경기에 나가게 되였다.

사람들은 울고 웃으며 만세를 불렀다.

《만세!―》

사무치는 기쁨과 감격에 속이 떨리고 눈시울이 실룩거리고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유진은 거칠고 거무스레해진 손으로 가슴을 쥐여뜯고 부둥켜안고있는 낯익은 사람의, 그러나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어떤 사람의 어깨를 사정없이 잡아흔들고있었다.

《만세!―》

방송원의 목소리도 더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인제는 그들자신이 말할 때였다. 터질것 같은 가슴을 활 열어젖히고 맘껏 부르짖어야할 때였다.

격정의 순간순간이 흘렀다. 별안간 박유진을 얼싸안고 돌아가던 사람이 눈을 흡뜨며 부르짖었다.

《저건 또 뭐이요?··· 저―기, 저―길 보라는데.》

유진은 그가 가리키는쪽으로 피끗 눈길을 돌렸다. 한순간 하얀 물갈기를 날리며 쏜살같이 날아오는 작은 배가 시야에 들어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쏘련해상순찰정이였다. 저들은 또 웬일인가?!··· 그 순간 파도를 쭉― 가르며 달려오는 쏘련해상순찰정에서 무어라고 웨치는 소리가 울려왔다. 귀를 강구고있으려니 고속으로 달려오는 순찰정의 확성기에서 새된 웨침소리가 더 가까이 파도쳐왔다.

《까레이스까야 꼬만다!― 씰리네이샤야! 뽀즈드라블랴옘 까레이스끼흐 푸뜨볼리스또브 쓰 뽀베도이 나드 이딸리얀짜미!》

유진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쓰빠씨보!―》

《뭐라구 하오?》

태규선장이 소리쳐 묻는 말이였다.

《조선이 아주 쎄다고 합니다.》 유진이도 맞받아 소리쳤다.

《이딸리아팀을 타승한 조선의 축구선수들을 축하한답니다!》

선장이 유진을 바투 끄당겨갔다.

《저들한테 말해주오, 그들을 우리 배에 초청한다구.》

눈치빠른 강창길이 제꺽 뛰여가 메가폰을 가지고왔다. 유진은 그것을 받아들자 순찰정을 향해 로어로 그들을 배에 초청한다고 목청껏 소리쳤다. 그러자 그쪽에서 환성이 일었다.

《오― 하라쇼!··· 쓰빠씨보!―》

해상순찰정은 검푸른 물결우에 흰 갈기를 날리며 커다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 원양선대의 다른 뜨랄선들에도 꼭같은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수평선끝까지 줄곧 메아리쳐가는 축하의 웨침소리, 원양어로선대의 뜨랄선들과 모선들에서 그에 화답하여 터져나오는 환호성···

얼마후 쏘련해상순찰정은 잊지 않고 자기들을 초청한 뜨랄선56호에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배에 오르자마자 무작정 텁석부리 태규선장이하 모든 배사람들을 돌아가며 부둥켜안고 입을 맞추었다.

몸집이 우람한 쏘련해상순찰정의 지휘관 해군대위는 로어에 능통한 박유진을 우정 찾아와 와락 끌어안았는데 어찌나 길게, 열심히 그리고 정성껏 입을 맞추는지 유진은 그만 숨이 막혀 죽을번 했다.

드디여 해군대위의 남달리 지독한, 거의나 살인적인 입맞춤도 끝났다. 그가 배사람들을 휘둘러보며 웨쳤다.

《동지들, 축하합니다!》

《그럼 축배를 들어야지.》 태규선장이 그가 하는 로어를 알아듣고 맞받아 소리쳤다. 《이런 경사에 주인인 우리가 가만 있어서야 안되지, 응?!··· 유진동무, 빨리 통역하오.》

《아, 우리도 뭘 좀 가지구 왔소.》

유진이 통역을 들은 해군대위가 먼저 야전가방에서 워드까병을 꺼내들자 다른 해병들도 저저마끔 주머니에 찔러넣고온 병들을 꺼내여 머리우에 높이 쳐드는것이였다.

《하라쇼!―》 태규선장도 뜯개말 로어로 배고동소리처럼 내질렀다. 《또스뜨(축배)!···》

세계의 3대어장인데 무엇인들 없으랴. 로씨야사람들이 조선사람들의 말을 본따 《멘따이》 라고 부르는 흔하디 흔한 명태로부터 왕새우며 말린 게살, 해삼, 횟대어와 대구, 유명한 상어회를 곁들인 외에 련락선에 넘겨주었던 문짝만 한 연어까지 다시 불에 굽고 기름에 튀기기 시작하니 제법 국제적인 축하연답게 풍성해졌다.

《축배!―》

축배는 많이 찧을수록 좋다. 정은 깊을수록 좋고 술은 독할수록 좋다. 노래도 많고 시간도 넉넉하다.

 

만약 전선에서 다정한 우리들
옛친구 만난다면
피로써 맺어진 추억의 노래를
유쾌히 부르리라

 

박유진이 타고가던 련락선은 마침내 발동을 끄고말았다. 련락선의 선원들이라고 왜 이렇듯 화려하고 멋들어진 국제적축하연에 참가하는 행운을 마다하겠는가?···

 

마시자 자유론 내 조국 위하여
마시고 또 부어라

 

나중엔 일본어부들까지 찾아왔다. 그들은 우리 나라 원양어로선단의 모든 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열심히 그리고 목청껏 진정을 담아 축하의 인사말을 웨치군 했다.

《조선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영웅조선, 아시아의 자랑입니다!》

그다음은 모두 일제히 합창을 했다.

《조선축구 만세!》

이번엔 태규선장도 손을 흔들며 일본말로 맞받아 웨쳤다.

《고맙소. 당신들에게도 복이 있기를 바라오. 물고기도 많이 잡으시오!》

그러자 일본어부들은 일제히 허리를 꺾으며 인사말을 웨쳤다.

《고맙습니다!···》

한순간 유진은 눈시울이 사뭇 떨리는것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머리를 세게 흔들며 그는 큰소리로 웃기 시작하였다. 맘껏 소리쳐 웃는다. 별안간 가슴이 넓어지고 마음이 활 열리는것을 느낀다. 불현듯 목메이는 감격에 겨워 그는 밝아오는 새아침을 향해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사랑합니다. 내 나라 조선을, 영웅조선을 사랑합니다!···》

파도소리가 높아졌다. 갈매기들도 더 높이 날아옌다. 우주의 첫생명을 탄생시킨 이 행성의 바다!··· 장엄한 바다의 아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