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6

책제목:운명
 
 

제 1 장

6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일과 남일이 방에 들어서자 자신의 가까이로 부르시였다. 먼저 남일에게 물으시였다.

《남일동문 비행장에서 오는 길이요?》

《예, 그렇습니다.》

《무엇때문에 돌아서라 했는지 짐작되겠지?》

《저···》

남일은 쭈밋거렸다.

그이께서는 김일에게 눈길을 옮기시였다.

《왜 1부수상동무가 얘길 안해준 모양이구만?》

《예.》 김일은 시쁘둥한 표정이였다. 《저도 잘못한것이 많은것만큼 제 생각만 하다보니···》

수령님께서는 웃으시였다.

《아, 그게 무슨 누구의 잘못이겠소. 그건 그렇구··· 참, 남일동무, 본론에 앞서 한가지 물어보기요. 혹시 박유진이라는 젊은이가 기억나오?》

그이의 물으심에 남일은 재빨리 기억을 더듬으며 반가운 미소를 떠올리였다.

《예, 수령님! 기억납니다. 제가 그를 왜 잊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두툼한 서류더미에서 어느 하나를 뽑으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건 남일동무가 외무상을 할 때였지. 그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내놓지 않겠다는 그를 남일동무가 억지로 외무성에, 그다음엔 또 무역성으로 끌고갔던것 같은데?···》

《예, 그렇습니다. 외무성이나 무역성에 꼭 필요한 일군이여서 제가 수령님께까지 말씀드리던 일이···》

그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것을 느꼈던지 입에다 주먹을 가져다대며 조심스럽게 기침소리를 내면서 김일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김일은 박유진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으므로 덤덤한 표정이였다.

《남일동문 그때···》 하고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그에게서 제일 큰 장점을 무엇이라고 보았소?》

《예, 저는···》 남일은 또 재빨리 기억을 더듬으며 이번엔 저으기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그가 쏘련 하리꼬브공대를 졸업할 때 그 나라에서 그를 몹시 욕심내는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우리 나라 류학생들을 탐내면서 자기 나라에 떨구려 한 일들이 여러건 있긴 했지만 그에 대해서만은 정말 집요했습니다.》

《그러니 수재였다 그 말이겠소?》

《예, 수령님. 뛰여난 수재였습니다. 게다가 인물체격도 미끈하고 사교성도 좋고해서···》

남일은 다시 말끝을 잇지 못했다. 박유진으로 말하면 별로 이름도 없는 한 젊은 무역일군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수령님께서 직접 그에 대하여 료해하시는것인지?!··· 짙은 의혹의 그림자가 잘다란 물결마냥 남일의 얼굴에 파문짓고있었다.

《그다음··· 그에 대해서 또 알고있는것이 무엇이요?》

그이의 물으심에 남일은 다시금 재빨리 기억의 갈피들을 뒤지지 않으면 안되였다.

《저··· 그가 장정환동무의 처남이라는것밖엔···》

《그렇소?!》

그이께서는 저으기 놀라시는 표정이였다. 장정환이라면 얼마전까지 군사정전위원회 우리측 수석위원으로서 한때 남일이 그러했던것처럼 미국놈들과 격렬한 담판전을 벌려 세상에 소문을 냈던 사람이다. 얼마나 대조적인 두사람인가? 한사람은 무쇠주먹형의 군사정치일군이고 다른 한사람은 지혜롭고 사교적인 무역일군이다.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그래 그를 무역성에서 어떤 일을 시켰소?》

《예, 주로 쎄브와의 사업을 맡아보게 했습니다. 하리꼬브공대출신인데다가 여러 나라 말들에 능해서 그런 일엔 적임자였습니다.》

《음― 그렇댔군.》

남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그가 무슨 일을 쳤습니까?》

《그럼 남일동문 아직 모르고있소?》

《전 아직···》

《그가 요즘 박용국이의 꼭두각시가 되여 우리가 쎄브에 들지 않으면 굶어죽기라도 할것처럼 떠든다기에 내 좀 알아보는중이요.》

《예?!···》

남일은 물론 김일까지 무등 놀라며 눈섭을 치떴다.

《박용국이가 벌써부터 그런짓을 벌린단 말입니까?》 김일이 대뜸 흥분하여 거쉰 소리로 부르짖었다. 《덜돼먹은 녀석! 내 어쩐지 그녀석이 요즈음 별루 눈꼴사납게 논다 했더니··· 그녀석두 외국류학을 갔다오지 않았소?》

이것은 남일에게 향해진 질문이였다. 남일이 면구스러워했다.

《예, 우리 나라에서 해방직후 처음 외국에 류학생들을 보낼 때 쏘련에 갔던 사람입니다.》

김일은 참지 못했다.

《아니, 당에서 외국류학을 보내주었으면 기술이나 착실히 배워올것이지 뭐, 뭐가 어쨌다구? 그래, 그따위 냄새두 고약한 수정주의노린내만 잔뜩 묻혀가지구 와?···》

김일은 마치 남일에게 그 모든 죄과의 책임이 있는듯 그를 쏘아보며 후들후들 몸을 떨기까지 했다.

김일성동지께서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시였다.

《김일동무, 그렇게 지내 흥분할건 없소. 우리가 제때에 교양을 잘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는게 옳지 않겠소?··· 자, 그럼 본론에 들어갑시다.》

그이께서는 탁우에 놓인 서류들을 펼쳐드시였다.

《보시오. 쎄브에서 못 주겠다는 설비명세들이요. 우리 나라가 쎄브에 들지 않는다고 나날이 더 압력의 도수를 높이고 있소.》

그이께서는 남일에게 묻는듯 한 눈길을 주시였다.

《그런데도 동냥바가지를 차고 가야 하겠는가?··· 남일동무, 어디 솔직히 말해보시오. 이럴 땐 어떻게 하는것이 옳을것 같소?》

《수령님.》 남일은 힘주어 대답올렸다. 《제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비행장에서 여기 오는 동안 내내 이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습니다. 》

《이전에 있었던 일?》

《제가 쏘련에 가서 전쟁때의 빚문제로 수모당하던 일을 말입니다. 그때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댔습니다.》

《음··· 그러니 내가 여기서 쎄브의 속심을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구만. 그래 1부수상동무 생각엔 어떻소?》

갖가지 설비명세들이 적힌 종이장에 눈길을 박고있던 김일이 번쩍 머리를 들었다. 두툼한 입술을 놀리며 그가 힘겹게 대답올렸다.

《수령님, 실은 제가 잘못한게 많습니다. 저도 별루 그네들을 믿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외교사업경험으로 보나, 쏘련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보나 남일부수상이 가면 혹시나 해서···》

《사람이 궁해빠지면 그렇게 되는 법이요. 동냥바가지를 차고 돌아다니는 수밖에···》 그이께서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김일동무, 남일동무, 인젠 우리의 자립적민족경제도 커지구 주머니도 불룩해졌은즉 구차스럽게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구 언제든 잊지 말것은··· 적들앞에서든 가까운 벗들앞에서든 절대 민족적존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것이요. 무슨 일이건 떳떳하고 배심있게 밀고나가야 하오. 배심이자 곧 자존심이고 존엄이고 자주성이요!》

김일과 남일은 마치 구령이라도 받은것처럼 거의 동시에 허리를 쭉 폈다. 두사람 다 오랜 세월 군복을 입고 싸우던 사람들이였던것이다.

《알겠습니다, 수령님!》

《수령님! 꼭 명심하겠습니다.》

그이께서 그들을 손짓으로 자리에 앉도록 하시였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김일동무, 오늘 당장 관계부문 일군들의 협의회를 열고 대상설비들을 우리 자체의 힘으로 제작할데 대한 문제를 토의합시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수령님!》

《협의회엔》 하고 그이께서 강조하시였다. 《리종옥, 리주연, 정준택부수상들과 금속공업, 기계공업, 채취공업, 화학공업상들도 참가시키는것이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박유진은 더 이상 론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한시도 박유진이 일을 잊지 않으시였다. 물론 박유진이라는 한 젊은이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이지만 그들, 새 세대들의 머리속에 뿌리내린 사대주의와 민족허무주의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아직은 눈에 잘띄지 않는 작은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왕성해지면 우리 식으로 갈아엎고 새 종자를 골라 씨뿌린 우리의 사상정신적토양을 산성화할수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