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3

책제목:운명
 
 

제 1 장

3

 

수령님께서는 신문을 펴드시였으나 웬일인지 글줄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담배갑을 여시였다. 흔히 로동자, 농민들과 담화하실 때를 제외하고는 그닥 즐기시지 않는 담배였다.

웬일인지 쎄브에서 압력의 도수를 높이는것이 심상치 않게 느껴지시였다. 그런데도 우리가 남일부수상을 보내야만 하는가? 나날이 더 오만무례하게 구는 쎄브에?···

 

수령님의 추억(2)

 

1951년 7월.

판문점에서 바야흐로 조미간의 력사적인 정전담판이 시작될 무렵이였다. 그때 우리는 최고사령부 총참모장이였던 남일을 정전담판 우리측(조선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측) 수석대표로 파견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남일을 판문점 정전담판장으로 떠나보내려니 그가 타고갈 승용차가 준비되여있지 않았다. 누구도 그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하여 운수국장에게 새 차를 준비할데 대한 특별과업을 주었다. 며칠후 운수국장이 어데서 무슨 수를 써서 구했는지 용케도 금시 에나멜칠을 한것 같은 새 승용차를 최고사령부에 끌어다놓고 목소리도 쩡쩡하게 보고하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당신의 명령대로 개성 판문점 군사정전담판장에 나가는 우리측 수석대표동지가 타고갈 승용차를···》

나는 길다란 보고를 채 듣지 않고 남일에게 눈길을 옮기였다.

《남일동무, 차가 어떻소? 뭐니뭐니 해도 주인의 마음에 들어야지. 그래 마음에 드오?》

《예. 마음에 듭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무엇이 마음에 드오?》

《옛, 우선 차가 새것이구 대형인데다가 불수강으로 띠를 요란하게 두른것도 대단히 위엄있어보이는게··· 아주 제격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아니, 내 보기엔 별로 시원치 않은것 같소. 이런 차를 타고 갈바에야 전투용차를 택하는게 낫지.》

남일은 물론 가까이에 있던 운수국장과 다른 장령들도 어마지두 놀란 기색이였다. 사실 그 차는 어느 한구석도 흠잡을데가 없는것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차를 두고 앞으로 있게 될 전승열병식을 위해 특별히 주문해오지 않았을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전쟁이 한창인 때 그보다 더 좋은 차를 구한다는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였다. 하지만··· 문득 기억에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그래, 이런 일에 제격인 차가 한대 있었지. 보기에도 멋있고 중량감까지 나는 그런 승용차가!···

《그럼··· 남일동무가 타고갈 차는 내가 준비해보겠소.》

남일은 무던히도 놀란듯 했다. 그로서는 대바람에 눈이 커질만도 했다. 무엇인가를 찾는듯 재빨리 사위를 둘러보기까지 했다.

《아니, 그런 차가 어디에?···》

《이제 두고보라니까.》

드디여 남일이 판문점으로 떠나야 할 그날이 왔다.

맑은 아침이였다. 불타는 해가 알봉우에서 금빛을 휘뿌리는데 소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찬 그 봉우리밑 외통길로 대형승용차 한대가 거의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왔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그 차에로 쏠리였다.

《이 차가 어떻게?···》

남일은 몇번이고 차를 돌아보고 손으로 쓸어보기까지 했다. 어느새 최고사령부의 전체 군관, 장령들까지 무슨 비상소집구령이라도 받은것처럼 일시에 모여들었다. 그들이 떠들어댔다.

《야, 멋있구나!》

《총참모장동지, 헌데 이런 차가 어데서 났습니까?》

남일은 대답을 못하고 나만 쳐다보고있었다.

《오늘부터 남일동문 이 승용차를 타고 정전담판장으로 다녀야겠소. 사실 이 차는 전 남조선주재 미국대사 무쵸가 타던것이요. 그것을 우리 105땅크사단동무들이 지난 서울해방전투때 로획하였지.》

그러자 《야!―》 하는 경탄의 속삭임이 마른 잔디밭에 달린 불길처럼 뜨락을 휩쓸어갔다. 남일도 벅찬 격정을 이기지 못하는듯 입을 하― 벌린채 다물지 못하고있었다.

《남일동무, 우리한테 뭐 차가 없어서 이 차를 타고가라는게 아니요. 이제 동무가 이 차를 타고 정전담판장에 척 나타나기만 해보오. 아마 적들은 깜짝 놀랄거란 말이요.》

남일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모았다.

《사실 이 승용차는 미국국내에서도 몇사람밖에 타지 못한다고 하오. 그래서 한때 서울바닥에선 유일하게 무쵸대사만이 타고다녔지. 그런 차를 이제 조선인민군장령인 남일동무가 척 타고 나타나면 놈들이 어쩔것 같소? 가뜩이나 흰기를 들고나온 패배자의 수치감때문에 눈건사도 제대로 못할 놈들이 아니요. 그런데 이 차까지 나타나면 아마 대바람에 홍찌를 쏴갈길거란 말이요.》

폭소가 터졌다. 장령들과 군관들 그리고 어느새 소식을 듣고 뜨락에 슴새여들어온 통신병들까지 핫하하!··· 하고 맘껏 소리쳐웃어대였다. 남일도 소리없이 웃고있었다.

《자, 남일동무. 그럼··· 한마디만 더 하겠소. 우리는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미제침략자들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버린 조선사람들이요. 그러니 영웅조선의 그 영예와 자부심을 안고 배심든든히 나가보시오.》

《알았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배심든든히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이렇게 남일은 떠나갔었다. 적들에게서 로획한 고급승용차를 타고 전투장으로, 정전담판장으로 배심든든히 호기를 부리며 갔었다. 그러던 남일이 구차스러운 길을 또 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