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2

책제목:운명
 
 

제 1 장

2

 

10월 16일 새벽 4시.

김일성동지께서는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이시였건만 한시간만엔 또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산책을 위해 정원으로 나가시였다. 늦가을의 새벽··· 한줄기 바람이 정원을 스치고 지나가자 나무잎들이 우수수 설레였다. 뒤쪽에서 나무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울리던 발자국소리가 멎었다. 부관들이 발걸음소리를 죽이며 따라나선것이다. 아침산보때만은 따라다니지 말라고 그만큼 일렀건만··· 벽창호들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시였다. 대기는 그토록 맑고 시서늘하였지만 마음은 웬일인지 지난밤처럼 여전히 무거우시였다. 역시 쎄브때문이다. 쎄브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중요제품들에 대하여 터무니없이 많은 량의 금과 연, 동을 비롯한 유색금속들을 요구하면서 납입기일을 질질 끌고있기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계획경제에 예상치 않았던 많은 피해를 가져올수도 있기때문이다.

자연히 발걸음이 떠지고있었으나 그이께서는 그것을 느끼시지 못하였다. 손을 들어 황이 들어가는 개암나무잎사귀 하나를 뜯어 뱅뱅 돌리며 생각하시였다. 진정한 동지적우애는 겉발린 웃음이나 야지러지는 애교가 아니라 진지한 노력이고 의지여야 한다. 그런데 사회주의대가정, 친형제들이라고 서로서로 어깨를 껴안고 시처럼, 노래처럼 웨쳐대던 사람들이 언제부터 민족리기주의의 독버섯을 마음속에 자래우기 시작했는가?···

 

수령님의 추억(1)

 

1956년 6월.

우리가 동유럽의 인민민주주의국가들을 공식친선방문하던 때의 일이다. 마쟈르를 방문한데 이어 체스꼬슬로벤스꼬의 수도에 이르자바람으로 우리는 정부간회담탁에 마주앉아야 했다. 체스꼬슬로벤스꼬 내각수상이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쎄브회의에 가야 할 시간이 림박했기때문에 무리한 요구라는것을 잘 알면서도 회담을 청하지 않을수 없었다고 한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부디 량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니, 난 피곤하지 않습니다. 일없습니다. 그럼 먼저 의논할 의제를 귀측에서 제기하십시오.》

그런데 그의 첫 발언이 뜻밖이였다.

《방금 쎄브문제가 나왔지만··· 조선에서도 쎄브성원국이 되여 사회주의나라들의 분업에 참가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건 귀측에서 미리 준비한 토의의정입니까, 아니면 그 누군가의 주문을 받은것입니까?》

그 나라의 수상은 대번에 얼굴이 구운 가재빛으로 되였다.

《사실을··· 말씀드리면 모스크바에서 바로 그것을 요구했습니다.》

《요구하다니?》

《예, 우리더러 조선대표단과 회담하면 쎄브가입문제부터 먼저 타진해보라면서···》

《그렇다?!··· 그 문제라면 더 론의하지 맙시다. 우리는 아직 거기에 들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쎄브회의에 가면 모스크바의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말한 그대로 말해주어도 됩니다.》

그들은 입을 다물고 서로 마주보기만 했다. 나는 그때 얼굴을 붉히며 저도 모르게 손가락마디를 딱딱 꺾고있던 그 나라 정부수상을 보면서 흐루쑈브수정주의 추종자들의 난감한 처지에 심심한 동정을 금할수 없었다.

그들은 더이상 할말이 없는듯 했다. 흐루쑈브의 수정주의워드까를 몇잔 받아마시고 요란스럽게 《개인미신》 반대를 불어대고있던 그들이였으므로 주체를 확고히 고수하고있는 우리와는 언어가 통하지 않았던것이다. 그럴 때 자칫 잘못하여 악보에도 없는 딴소리를 냈다가는 흐루쑈브의 길다란 지휘봉막대기에 골통을 호되게 얻어맞을수도 있기때문이다.

이어 민주도이췰란드 방문.···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것은 쉐네펠드비행장에서 진행된 성대한 환영행사와 도이췰란드사회통일당 제1비서 발테르 울브리히트와 내각수상 오토 그로테블과 가진 따뜻하고 우애에 넘친 회담들이다. 그러나 그 회담탁에도 쎄브가 그림자를 드리우고있었다. 우리의 전후복구건설에 필요한 디젤기관생산을 원조하는 문제가 론의되자 당제1비서 울브리히트가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쎄브성원국이니만큼 다른 나라와 경제관계를 맺는데서 일부 제한성이 있다는것을 존경하는 김일성동지께서 부디 리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놀라운 일이였다. 과연 쎄브라는것이 성원국들을 어떻게 통제하기에 이렇듯 제 나라 경제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것인가?···

다음날 정부초대소에 묵고있는데 도이췰란드 당제1비서와 내각수상이 찾아와 다시 그 문제를 꺼들며 설명을 가했다.

 

내각수상;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어제 토론하던 문제인데··· 저희들의 딱한 처지를 잘 리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금속제품 같은것은 쎄브와 사전협의를 가지지 않고는 조선에 납입하기 매우 어렵게 되여있습니다.

당제1비서: 그렇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최종합의를 보자면 모스크바와 토의해야 하기때문에 시간이 좀 많이 걸립니다.

내각수상: 그래서 우리는 김일성동지께서 돌아가시는 길에 쎄브와 직접 협의하는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쏘련방문이 마지막일정으로 예정되여있다고 하기에 그때 쏘련지도부와 직접 론의하시는것이 더 합리적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당제1비서: 예, 우린 귀측에서 그렇게 하는것이 제일 좋은 안이라고 봅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는 그들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어쩌겠습니까. 쎄브의 주인이 창고열쇠를 허리춤에 차고 내주지 않는데 당신들이 제멋대로 쇠를 까고 물건을 꺼낼수야 없지 않습니까. 일없습니다. 우린 당신들의 립장을 충분히 리해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조금 게면쩍어하면서도 마음이 놓이는듯 두팔을 쩍 벌려보였다.

그다음 모스크바··· 이미 짜여진 일정대로 쏘련공산당 제1비서 겸 내각수상인 흐루쑈브, 내각 제1부수상 미꼬얀과 당내 제2인자로 된 브레쥬네브 등과의 회담이 먼저 진행되였다.

그날 흐루쑈브는 말을 많이 하였다. 쎄브에 들기를 권하며 능갈친 웃음을 지독한 려송연연기와 한데 버물어 후―후 끊임없이 내불었다. 쎄브에로 유혹하는 얄궂은 미소와 독한 려송연의 일대 집중포화였다.

그는 조선에서 전쟁의 후과를 가시기 위한 복구건설이 한창인 어려운 형편에서도 공업화를 다그치고 절실히 필요한 기계설비들과 자동차, 뜨락또르까지 자체로 해결해보겠다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쏘련이 주는 기계를 가져다가 공업화하는것이 더 빠르지 않겠는가, 자체로 기계들을 생산하려면 원가도 높고 수지도 맞지 않는다고 력설하였다.

그는 열정적인 웅변가였다. 말마디마다 거기에 그 무슨 장단을 먹이듯 두툼한 손가락으로 탁자를 토닥토닥 두드리군 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내각 제1부수상인 미꼬얀이 열심히 뒤를 달았다.

《옳습니다. 기계공장을 건설할것이 아니라 쎄브에 가입하여 국제분업에 참가하는것이 귀국으로서는 더 유익할것입니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미국의 포드자동차회사도 지금 년간에 수십, 수백만대씩 생산하고있고 또 그쯤 되여야 수지가 맞는다는것을 고려하십시오. 지금 우리 쏘련에서 생산하는것도 수지가 안 맞는데 작은 나라 조선에서 1년에 자동차 몇대정도 만들어가지고서야 어떻게 수지를 맞추겠습니까. 단언하건대 그렇게 해서는 아무 리득도 얻을게 없습니다. 오히려 빚더미만 자꾸자꾸 높아갈수 있습니다.》

그는 말끝을 맺자 소리없이, 입이 째지도록 웃었다. 흐루쑈브가 선창한 쎄브주제곡에 멋진 후렴을 달아주었던것이다. 흐루쑈브도 매우 만족해했다. 탁자우에 올려놓은 손으로 또다시 우크라이나 식의 무곡장단을 흥겹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주객관적실정은 바로 이렇습니다. 김일성동지, 그러므로 우린 진정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지금 어려운 길을 걷고있는 조선동지들이 쎄브에 들기를 재삼 권고하는바입니다. 좀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쎄브에 들면 그에 해당한 혜택을 받게 될것입니다. 그러니 더이상 주저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결심하는것이 좋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였다. 점잖은 부탁도 아니요, 친절한 조언도 아니였다. 웃음으로 반죽된 끈질긴 유혹이였고 모종의 압력이였다. 지금 결심하는것이 좋다?!··· 어제도 오늘도 지휘봉을 휘두르는데 습관되여있는 흐루쑈브. 웃음이 사물거리는 그의 두눈이 회색인것처럼 입고있는 양복도 회색이였다.

《아닙니다.》 하고 나는 조용히 말했다. 《흐루쑈브동지, 우린 쎄브에 들 생각이 없습니다.》

순간 지금까지 노상 웃음이 버물어지던 흐루쑈브의 얼굴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회색의 두눈도 빛을 잃었다. 쎄브주제곡의 흥취를 돋구어주던 재빠른 손가락장단도 멎었다. 돌변하는 그를 눈여겨보며 미꼬얀은 놀란듯 입을 오무리고 길게, 가늘게 한숨을 내그었다. 매우 유감스럽다는 의미로 휘파람을 불려고 애쓰는듯 했다.

나는 천천히 계속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회주의나라들의 분업을 반대하는것은 결코 아닙니다.》

흐루쑈브의 두눈에서 불빛이 어룽거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때문에 거기에 들지 않겠습니까. 사실 지금 쏘련과 동유럽나라들의 공업은 우리에 비하여 대단히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는 아직 중학생수준도 못됩니다. 그러므로 우린 유럽나라들과 수준이 비슷해질 때, 즉 우리 나라의 공업도 대학생수준에 올라섰을 때 국제분업문제를 론의해보자는것입니다.》

흐루쑈브가 또 입을 열려고 했으나 나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사실 우리 나라에 기계공업이 없는 조건에서 국제분업에 참가하게 되면 우리는 쎄브성원국들에 원료나 대주어야 할것입니다. 그러면 후날 우리에게 뭐가 남겠습니까. 다 파먹은 빈 동굴들만 남게 될것인즉 그러면 우린 밤낮으로 동냥바가지를 차고 다른 나라들에 구걸하러 다녀야 할것입니다. 우리가 그 지경에 이르면 쏘련에는 또 얼마나 무거운 부담이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

흐루쑈브는 아무말없이 입귀만 흠칫거렸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대신 창밖의 나무가지우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오구구 모여앉아 한숨 돌리던 뭇새들이 무슨 의견불일치가 생겼는지 남의 소리는 듣지도 않고 저마끔 일제히 승벽이 나서 분주살스럽게 떠들기 시작하였다. 아마 그것들한테도 쎄브와 같이 먹이를 놓고 론쟁하지 않을수 없는 심각한 협동시장문제가 있는 모양이였다.

밖에서는 7월의 무더운 날씨가 한창이였으나 방안은 아직 지난 겨울의 랭기를 다 밀어내지 못한듯 했다. 흐루쑈브가 추위를 타는것처럼 몸을 옹송그렸다. 잠시후엔 그가 또 굵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좀전의 경쾌한 무곡장단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무겁고도 느린 박자였다. 대신 날카로운 눈빛을 자기 사람들에게 던지고있었다. 누구든 빨리 입을 열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원래 표정이 메마른 브레쥬네브는 물론이고 달변의 능수로 알려진 미꼬얀조차 입을 열지 못하고있었다.

《에― 그럼》 하고 마침내 흐루쑈브는 무겁게 한숨을 내긋고나서 입을 열었다. 《오늘은 그쯤합시다. 김일성동지, 그 문젠 일단 뒤로 미루고 다음문제로 넘어가는것이 어떻습니까?》 그는 우리를 면바로 마주보기를 저어하고있었다. 아마도 우리의 소리없는 미소에서 이런 대답을 들었을것이다.

《쎄브에 대한 우리의 답은 오늘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같을것이다. 우린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끌려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알아야 한다. 흐루쑈브동지, 당신들이 우리에게 명령할만큼 대단하지도 않거니와 우리 또한 그런데 순종할만큼 못나지 않다는것을!···》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는 조국으로 돌아오며 열네살때 압록강을 건느며 조선이 독립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했던것처럼 강력한 자립적민족경제를 일떠세울 때까지는 그 나라들을 다시 방문하지 않기로 굳게 속다짐하였다.

어렵던 그 나날로부터 10년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자주성을 견지하면서 자립적민족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였다. 하여 우리의 주체공업은 드디여 남들이 경탄과 부러움에 찬 눈길로 바라볼 정도로 크게 자라고 강력해졌다. 그럴수록 쎄브는 우리가 거기에 들지 않는다고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나날이 더 높이고있다.···

 

×

 

동녘이 터오고있었다. 어디선가 새날의 방송시작을 알리는 《애국가》의 선률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토록 마음속에 친숙한 그 선률을 속으로 따라부르시였다. 저 먼 하늘가에로 은은히 울려가는 선률··· 그 하늘에서는 시뻘건 빛의 창살이 비껴가더니 차츰 주위의 크고작은 구름장들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이께서는 몸을 돌려 멀찌기 뒤따르는 부관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떨기나무뒤쪽에 반쯤 몸을 숨기고있던 부관들이 서로 마주보며 쭈밋거렸다. 수령님께서 아침산보에까지 따라나서는것을 질색하시므로 무슨 추궁이 있을가봐 저어하는듯 했다.

《어서 오라는데.》 그이께서 다시 손짓하시였다. 《동무들과 뭘 좀 의논할게 있소.》

《예, 그렇습니까?》

부관들이 밝게 웃으며 잽싸게 달려왔다. 커다란 기대가 어린 밝은 표정들이였다.

《이자 내 좋은 생각을 하나 했는데 말이요.》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과 좀 의논해보자는거요.》

《예, 그렇습니까?》 하고 김윤필이 먼저 챙챙 울리는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다른 두 부관도 싱글거리며 청을 높이였다.

《예, 어서 말씀해주십시오.》

《무언고 하니···》 수령님께서는 약간 동안을 두었다가 별안간 엄숙한 기색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네 세집살림을 하나로 합치면 어떻겠는가 하는 그거요.》

《예?!···》

부관들에게는 너무도 뜻밖의 물으심이였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 얼굴만 쳐다볼뿐이였다.

수령님께서 재촉하시였다.

《왜 말을 못하는가? 동무네 살림살이를 합쳐서 공동으로 살림을 하자는거요. 세집살림을 하나로 합쳐가지고 최동무네 집에선 밥만 하고 현동무네 집에서는 국만 끓이고 윤필동무넨 김치를 잘한다니 그것만 담그고··· 이렇게 서로 한가지씩 전문화하면 더 잘살수 있지 않겠소? 어서 말해보라구. 그렇게 하는게 좋겠는가, 나쁘겠는가?···》

부관들은 그제야 말씀의 뜻을 알게 되였지만 여전히 대답을 주저하는 눈치였다.

김윤필이 다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그렇지만 수령님, 우린 저마끔 식성이 다른데 어떻게?···》

현주형부관이 그뒤를 이었다.

《수령님! 또 집집마다 요구수준도 다릅니다.》

최가 성을 가진 부관도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마디 보탰다.

《그리구 먹는것만 아니라 입고 쓰구 사는데서도 자기식 취미와 기호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단 말이지?···》

수령님께서 다시 걸음을 옮기시자 부관들이 그이의 좌우에 바싹 붙으며 따라섰다.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보라구. 자그마한 가정을 합치는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나라의 큰 경제를 통합하여 운영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동무들도 알고있겠지만 지금 쏘련과 일부 사회주의나라들에서 우리에게 쎄브에 들라고 압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요. 그들은 우리가 쎄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페쇄경제이니, 뭐니 하면서 비방중상을 일삼다 못해 인젠 국가들간의 무역계약까지 파기하겠다면서 위협하고있소.》

부관들은 숨소리마저 죽이고있었다.

《말 한마디에 쎄브의 불합리성을 즉시 파악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말이요.》

그이께서는 지금껏 손에 들고계시던 나무잎을 훌 던져버리시였다.

《지금 우리 내부에 있는 일부 사람들은 쎄브에 들어야 먹을알이 있고 잘살수 있다고 내놓고 떠들어댄단 말이요.》

《예?···》

그이곁에 붙어서있던 부관들이 부르르 몸을 떠는것이 알렸다.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수령님! 그게 도대체 어떤 놈들입니까?》

《아니, 그따위 놈들을 그냥 둘수가 있습니까?···》

수령님께서는 한순간 민족보위상 김창봉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김창봉은 쏘련류학시절부터 사대주의적경향이 우심했었다는 평판이 돌고있는데다가 요즘에는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쎄브문제에까지 끼여들면서 말이 많다고 한다.

그다음··· 당안에서는 국제부문사업을 하는 박용국이 그 대표적인물이다. 얼마전엔 그가 무역성에 있는 박유진이라는 젊은 부과장을 특별히 국제관계부문 일군들의 특강에까지 출연시켰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한 속심인즉 강의를 통해 우리 나라가 쎄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자립적민족경제라 할지라도 인차 마비되고 질식되여 망할수 있다는것을 증명해보이려 했다는것이다.

박용국과 박유진, 그들 두사람은 신통히 외국류학을 한 사람들로서 그때 벌써 수정주의의 악성돌림감기에 단단히 걸려있었다. 지금은 그것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고있고···

하다면 남일은?··· 남일도 역시 쏘련과의 인연을 떼여놓고 자기의 운명을 생각할수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남일은 쏘련 따슈껜트사범대학 수학부졸업생으로서 수학교원도 했고 방학세, 김학인 등과 같이 조국에 나올 때에는 쏘련군 대위였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였지만 어제도 오늘도 남의 집 울바자안을 넘보느라고 눈이 비뚤어져본 일이 없다.

하지만 박유진, 그 젊은이는 단 몇년간의 류학생활과정에 벌써 수정주의의 홍역에 걸려 눈이 흐려져버렸다. 결국 자기의 눈대신에 사대와 교조의 광학렌즈를 끼워맞춘 금테안경을 코에 걸고 그것으로 세상을 내다보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대조적인 두사람인가?!···

그이께서는 지금도 해방직후 남일이 교육국 부국장으로 일하던 때의 일을 잊지 않고계신다. 그때 남일은 자기가 직접 새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한 교과서를 쓰는 한편 모든 학교들에서 김일성장군의 초상화만 모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었다. 그러자 쏘련의 어느 가맹공화국의 마구간 구유통에서 삶은 콩쪼각이나 주어먹던 얼마우재들이 들고일어나 쏘련군사령부에 그를 반쏘분자라고 꽂아바치며 그를 체포케 할 음모까지 꾸미였다.

그이께서 직접 쏘련군사령부에 전화를 거시여 남일에게 닥친 신변의 위험을 막아주시였다. 그리고 그를 댁에 부르시여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그날 남일은 자기가 아버지를 따라 홍범도독립군에 들어가던 일이며 류혈적인 흑하사변의 체험 그리고 쏘련 우쑤리강기슭에 거주하고있던 조선사람들이 일제의 간첩으로 몰리여 멀리 깝까즈에로, 까스삐해의 한끝에서 우즈베끼스딴의 험준한 산골짜기에까지 강제이주되던 일이며 그곳에서 황무지를 일구어 가까스로 생계를 유지하던 일 등을 죄다 말씀드리였다.

결국 남일은 희망의 별이던 쏘련에서까지 조국이 없는 아픔을 뼈에 사무치게 맛본 사람이였고 박유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대이다. 물론 그의 몸에 아직 배여있을지 모를 홀스타인종 젖소의 비린 젖내를 빼는것쯤은 별로 큰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이의 생각은 끊어졌다. 현주형부관이 그이의 곁에 붙어서며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던것이다.

《수령님! 이쪽입니다. 거긴···》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시였다. 깊은 생각에 잠기시여 그만 늘 다니시던 오솔길에서 벗어나고있었다.

《수령님.》 하고 김윤필이 두손을 마주잡고 우드득 소리를 내며 말씀드렸다. 《아직도 그런것들때문에 이렇게 마음쓰셔야 하니··· 정말 분합니다. 그것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지금 수령님께서 나쁜 놈들때문에 너무 마음이 무거우시여 정해진 산보길에서까지 벗어난것이라고 판단한것이다. 다른 부관들도 숨소리를 거칠게 내뿜으며 말씀드렸다.

《옳습니다, 쳐갈겨야 합니다.》

《예, 한몽둥이로 때려부셔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며 또 걸음을 옮기시였다. 싸늘한 바람이 휘―익 불어치자 정원의 여기저기에서 황이 든 나무잎들이 떨어져 흩날렸다. 이해의 겨울은 여느때보다 더 일찌기 몹시 서두르며 닥쳐오는것 같다.

《동무들이 생각하는것처럼》 하고 그이께서 천천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가 사람들을 쩍하면 떼버리구 차던질내기를 하면 누가 우리랑 같이 혁명을 하겠다구 하겠소? 비근한 실례로 우리가 한 축구팀을 뭇고있다구 생각해보기요. 그런데 동무들이랑 한팀에 속해있는 사람들중에 몇사람이 밉게 논다구 해서 그들을 솎아내면 그 자리에 빈 구멍이 숭숭 나지 않겠는가? 그런 팀이 어떻게 경기에 나가 집단주의정신을 발휘할수 있겠는가? 아니, 그래선 안돼. 우린 그들이 외국에서 묻혀가지고와서 퍼뜨리고있는 사대주의, 수정주의의 돌림감기비루스부터 깨끗이 제거해야 하는거요. 다른데로 더 퍼지지 않게, 응?···》

부관들은 눈길을 떨구었다. 깊은 자책에 잠긴듯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새날의 아침산책은 이렇게 끝났다. 얼마후 집무실로 들어가시던 그이께서는 한순간 걸음을 멈추고 서기에게 묻는듯 한 눈길을 주시였다.

서기가 서둘러 말씀드렸다.

《아직 소식이 온게 없습니다, 수령님.》

《음··· 그럼 최재우 내각 제1사무국장을 찾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