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5

책제목:운명
 
 

제 1 장

15

 

내각 제1부수상 김일의 방에는 여러명의 상, 부상들이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있었다. 죄스러워하는 낯색들이였다. 김일이 엄하게 따지고들었다.

《수령님께선 농촌상점들에 아직 신발과 천이 부족하다고 걱정하고계시오. 방직공업성 부상, 무엇이 걸렸소?》

얼굴이 둥실한 녀성부상이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최근 윁남에 보내줄 군복천생산에 력량을 총집중하다보니 그만···》

김일의 두툼한 입귀가 실룩거렸다.

《구실이요, 구실!··· 나도 얼마전 평양방직공장에 나가봤는데 우리 로동자들의 기세는 아주 대단하더란 말이요!》

《예, 옳습니다. 제1부수상동지.》 하고 녀성부상은 마음을 다잡는듯 허리를 곧추 폈다. 《그렇지만 천생산을 배로 늘이자면 방직기계대수를 결정적으로 늘여야 합니다. 로동자들의 기세가 아무리 높아도···》

《알만 해.》 김일이 수첩에 무엇인가 써넣었다. 《그렇게 직방 말할게지 무슨 윁남에 보내줄 군복천이요 뭐요 하면서 구실을 붙이는거요?》

그는 소요되는 방직기의 대수를 묻고 그것도 손가락굵기의 큰 글씨로 수첩에 써넣었다.

《수령님께선 양복천으로부터 신발, 녀자양말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것을 농촌상점들에 정상적으로 대주라고 교시하셨소. 부상동무, 계획분에서 하나도 미달해선 안돼. 제기된 방직기계문젠 이달중으로 해결해주겠소.》

《예, 알겠습니다.》

그때 요란스러운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김일이 전화를 들었다.

《나 김일이요.》

내각교환수처녀의 가는 목소리가 진동판을 울리더니 웬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새여나왔다. 김일이 그쪽의 소리를 여겨듣더니 송수화기를 오른손에 바꾸어쥐였다. 그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동무,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요? 리웅산이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수령님께서 직접 인민영웅탑총설계가루 임명하셨단 말이요!》

그의 어성이 높아지고있었다. 《그는 또 내각의 건축설계실을 책임지고있는 실장이요. 뭐?··· 그렇게 사람들의 허물만 자꾸 들출내기를 하면 되겠소?··· 구멍은 깎을수록 커지는 법이야!》

김일은 저쪽의 말은 들을념도 하지 않고 송수화기를 절컥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치미는 분노를 참을수 없는듯 손으로 턱을 힘껏 문질렀다. 방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눈길을 모으며 생각하고있었다. 여기서 리웅산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지금 보천보전투승리 30돐에 즈음하여 혜산시에 건립되는 인민영웅탑건설을 맡은 건축가라는것도 잘 알고있다. 그러한 그를 누가 헐뜯는단 말인가?···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였다. 누군가 참다못해 약한 기침소리를 내였다. 회의가 중단되였음을 암시하는 조심스러운 신호같았다.

그제서야 김일은 애써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탁우의 문건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다음 뜨락또르문제!》

김일의 눈빛은 여전히 엄하였다. 그가 이렇듯 어성을 높이지 않고 조용히 따지기 시작할수록 고압의 강도는 더 높아진다. 이럴 때엔 누구도 에누리를 못한다.

《누가 말해보겠소? 그래 기양뜨락또르공장은 왜 요새 허릴 펴지 못하는가?···》

구석쪽에 앉아있던 등이 구부정한 공장지배인이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러나 그가 손에 들고있던 수첩을 번지기 시작하자 김일이 먼저 오금을 박았다.

《그래 기양에서 허릴 못 펴는 리유가 그 수첩에 씌여져있다는거요? 동무도 혹시 올해 우리가 꾸바에 보내준 뜨락또르수자를 거기에 써가지고 온게 아니요? 그렇다면 그건 구실이 안돼.》

《저 사실은···》

협의회는 밤이 깊도록 계속되였다.

마지막으로 황해제철소의 랭간압연기와 강선제강소에 놓을 중압연기문제가 론의되였다. 일부 일군들이 쏘련지도부가 바뀐 오늘 쎄브에서 사들여올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기대를 표시하였다.

《이보.》 하고 김일이 언짢아하며 말했다. 《수령님께선 벌써 몇달전에 룡성기계공장에 과업을 주셨소. 황해제철소에 보낼 랭간압연기와 강선제강소에 놓을 중압연기를 만들데 대해서 말이요.》

그때 서기가 들어와 김일의 귀전에 무어라 속삭이였다.

《좀 크게 말하오.》

서기가 반복하자 김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 》

그는 옷매무시를 바로하더니 서기와 함께 급히 출입문쪽으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사람들에게 량해를 구했다.

《동무들, 미안하지만 좀 기다려주시오.》

그가 나가자 방안엔 숙연한 정적이 깃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간다는것을 감각으로 느끼고있었다. 차츰 탁상시계의 초침소리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채칵채칵, 채칵채칵··· 그것은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의 시간을 재고있는 우주의 박동소리였다. 침묵속에 흘러가는 분과 초들···

오래 기다렸다.

김일이 다시 방안에 들어왔을 때에야 모두 긴숨을 내그었다. 김일은 엄숙한 기색으로 좌중을 한바퀴 둘러보고나서 진중한 어조로 말하였다.

《동무들, 수령님께선 오늘 협의회에서 토론된 문제들에 대해 보고받으시면서··· 우리 일군들은 쏘련에서 벌어진 지도부교체와 관련하여 아무런 기대도 환상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시였소.》

사람들의 얼굴에 심각한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럼 우린 어떤 립장과 관점으로 쎄브를 대해야 하겠는가?··· 수령님께선 먼저 모든 일군들이 쎄브를 주도하는 그 수정주의자들의 본심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하시였소. 그럼 그자들의 속내가 무언지 누가 말해보겠소?》

김일은 좌중을 둘러보다가 기양뜨락또르공장 지배인을 불렀다.

《동무가 어디 좀 말해보오, 한마디루 딱 찍어서.》

《한마디로 말입니까?》

뜨락또르공장 지배인이 난색을 짓는것을 보자 김일은 화가 난듯 손을 홱 내저었다.

《됐소. 앉소. 그러니까 남의 고간만을 넘보지 않는가, 엉?! 》

이어 그는 좌중을 휘둘러보며 더더욱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들, 똑똑히 새겨듣소. 수정주의자들의 본색은 한마디로 말해서··· 콩죽은 제가 먹고 배앓이는 우리더러 하라는거요.》

사람들이 일시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김일이 수정주의자들의 속심을 너무도 생동하고 통속적으로 규정하였기때문이였다.

《거기선 뭘 수군거리구있소?》 하고 김일이 웅글게 소리쳤다.

《똑바로 듣소.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우리 수령님께서 하신 말씀이란 말이요.》

사람들이 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김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협의회는 이만합시다. 대신 동무들은 회의를 다시 준비해야겠소.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자체로 풀겠는가?··· 래일까지 모두 이에 대한 답을 가지고 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