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는 이야기

책제목:운명
 
 

제 4 장

맺는 이야기

 

1960년대말 세계의 수십억인류는 지구의 동북아시아에서 련속 벌어진 첨예한 정치군사적충돌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1968년 1월 23일 조선인민군 해군이 미제의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를 나포하였다. 미국은 격노하였다. 세계적인 군사대국인 쏘련도 얼마전 까리브해에서 미국의 위협공갈에 굴복했는데 자그마한 나라 조선이 미국이라는 수사자의 코수염을 잡아뽑고 온 세상에 대고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나서겠다고 선포하였던것이다.

그때로부터 만 11개월간에 걸친 격렬한 정치군사적대결이 벌어졌다. 온 세계가 손에 땀을 쥐고 조선반도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미국은 종시 무릎을 꿇고말았다. 12월 23일 드디여 미국은 자기네 간첩선의 조선령해침범을 공식인정하고 사죄문까지 써서 바친 조건에서 포로되였던 부쳐선장 등 82명을 찾아갔다.

세계는, 무서운 핵참화가 예견되여 공포에 질렸던 세계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미국도 례외가 아니였다. 죤슨에 이어 새로 미국대통령으로 된 리챠드 닉슨은 바로 《푸에블로》호사건이 종결되였다는 소식을 받고서야 지금까지 미루어오던 자기의 둘째딸 결혼식을 12월 22일 밤에 차려주었다. 뉴욕의 푸라자호텔에서 베푼 성대한 피로연에서 그는 축배사를 하면서 이렇게 언명하였다.

《나에게는 오늘 이밤이 참으로 의미깊은 날입니다. 그것은 첫째로 〈아폴로―8〉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인류력사상 처음으로 달주위를 도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희한한 소식, 둘째로는 강경한 북조선이 〈푸에블로〉호의 승무원들을 석방하기로 하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온것이며 마지막으로는 이것이 미합중국시민으로서의 나의 마지막 행복한 밤이라는 그것입니다. 이 모든것들은 대통령으로서의 나의 앞길이 환히, 밝게 열리고있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요란한 박수와 열띤 환호성··· 허나 그것은 너무도 때이른, 너무도 성급히 내뱉은 출발성명이였다. 1969년 3월 2일 대통령자리에 오른지 한달도 못 지나 그는 쏘련과 중국사이에 국경충돌이 벌어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닉슨은 이 사건을 자신의 세계적지도력을 과시하는데 유리하게 써먹을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인 키신져와 국무성, 국방성의 장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것이 제3차 세계대전을 폭발시킬수 있는 엄중한 불씨로 된다고, 미국도 위험에 빠질수 있으므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닉슨으로서는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사변들이였다. 허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1969년 4월 15일 아침 6시 57분.

닉슨의 침대머리맡에 놓인 전화기가 다급히 요란스럽게 종을 울렸다. 세계적인 급변사태가 아니고서는 이렇듯 이른아침 대통령의 침실에 직접 전화를 걸 용단을 가진 사람이 백악관에조차 있을수 없다. 하여 닉슨은 급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송수화기를 들자바람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또 뭐요? 쏘련이요, 중국이요?》

《아닙니다, 대통령각하.》 전화를 걸어온것은 대통령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인 키신져였다. 《북조선입니다. 방금 31명의 승무원이 탄 정찰기 〈이씨―121〉기가 조선동해에서 북조선 분사식전투기들에 의하여 격추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격추? 우리 비행기를?》

《예, 대통령각하.》

《이번에도 북조선이?···》

《예, 대통령각하.》

닉슨은 그만 송수화기를 꽉 거머쥔채 굳어지고말았다.

《이씨―121》기는 미해군의 4발프로펠라정찰기로서 질량은 60여톤, 항속거리 7 000여키로메터, 24시간 정찰비행을 계속할수 있는 최신형대형정찰기이다. 일본의 요꼬다기지에서 발진하군 하는데 그의 중요임무는 북조선을 위주로 중국 동북지역과 쏘련 원동지역의 군사적움직임을 정찰하는것이다. 지난 기간에도 수십, 수백차례나 비행을 계속했지만 쏘련도 아직 그것을 격추할 용단은 내리지 못하고있었다.

닉슨은 입술을 악물었다. 그는 자기가 지난해 《푸에블로》호사건때문에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평판을 받고 물러난 이전 죤슨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생각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좋다, 북조선이 우리를 무시하고있는것만큼 미증유의 강력한 타격을 가하여 본때를 보여주자.

그는 즉시 미태평양함대에 항공모함기동부대를 조선동해에 파견할것을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지난해 《푸에블로》호사건때보다 한척이 더 많은 4척의 항공모함전단(원자력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항공모함 《타이콘데로가》호 및 《레인져》호, 반잠항공모함 《호네트》호로 이루어진)과 전함 《뉴 져지》호까지 정찰기호위에 동원하면서 수백대의 전투기와 전투폭격기들을 괌도와 남조선의 군산, 대구공군기지들에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핵전쟁의 발동기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한것이다. 하여 온 세계가 또다시 미국과의 전쟁상태에 들어선 조선을 지켜보면서 숨을 죽이고있었다.

 

1969년 4월 16일 아침 10시.

닉슨은 내각회의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다. 여기엔 대통령안전보장 특별보좌관인 키신져와 로져스국무장관, 레아드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이 참가하였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닉슨은 미리 준비해두었던 장엄한 연설을 이렇게 시작하였다.

《오늘 우리는 공산북조선의 무모하고 엄중한 도발행위, 즉 우리 미합중국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손상시켰으며 31명의 미국인들을 희생시킨 북조선에 대한 전대미문의 보복타격을 안길 대처방안을 토론하여야 하오.》

이미 약속한 기자회견시간은 오후 3시였으므로 빨리 토의를 결속해야 했다.

먼저 국방성에서 내놓은 안이 토의되였다.

그것은 첫째로, 핵무기로 북조선의 12개 중요지점을 타격하는 안, 둘째로는 보다 파괴력이 큰 핵무기로 북조선의 모든 비행장들을 타격파괴하여 공군력을 소멸한다는 안이였다. 열띤 론쟁이 벌어졌다.

국무성과 중앙정보부는 대규모적인 보복을 반대했다. 그것은 윁남전쟁에서 시달리고있는 미국으로서는 그러한 대규모적인 군사행동을 벌릴 힘이 없다는것, 국민의 지지도 받을수 없을뿐아니라 오히려 북조선의 강경한 지도부로 하여금 이 기회에 전면전쟁을 벌려 남조선까지 타고앉을 기회를 준다는것이였다.

토론도중 조선동해의 어느 한 수역에서 기체의 일부와 2명의 시체를 수용했다는 보고와 함께 서울주재 윌리암 포터대사의 긴급전보가 왔다. 포터대사는 북조선에 대한 보복을 결사반대하면서 북조선은 지난해 《푸에블로》호사건때부터 전면전쟁준비를 완료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절호의 시각만 기다리고있다고 주장하였다. 현지에 가있는 미국대사의 그 전보야말로 로져스국무장관을 비롯하여 대규모의 보복을 반대하는편에 보내준 결정적인 지원포사격이였다.

그러면 국무성의 안은?··· 닉슨에게는 그것이 론의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것으로 보였다. 전투기의 호위하에 《이씨―121》의 정찰비행을 계속함으로써 미국의 저락된 위신을 회복한다는 실로 취약하기 짝이 없는 안이였다.

국무성의 그 안은 즉시 부결되였다.

대통령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인 키신져가 열을 올렸다.

《대통령각하, 언제든 이것을 잊지 마십시오, 지금 쏘련과 북부윁남, 중국이 우리를 지켜보고있다는것을.》

《그 나라들뿐만이 아니지요. 전세계가 지금 우릴 지켜보고있습니다, 이전 죤슨정권과 대비하면서···》

국방장관이 곁들인 말이였다.

닉슨은 벌써 세번째로 주먹을 부르쥐였다.

《그럼 키신져, 당신의 주장을 말해보시오.》

《예, 저는 보복을 주장합니다, 그것도 강력한 보복을···》 키신져는 외국어숙제를 외워바치듯 거침없이 엮어대였다. 《강력한 물리적대응조치만이 미국의 자신심을 내외에 과시하고 동맹국들의 사기를 돋구는 한편 과격한 북조선수뇌부의 용기를 꺾어놓을수 있습니다.》

《음···》

닉슨도 키신져와 같은 생각이였다. 그러나 히틀러의 도이췰란드에서 유태인박멸을 피해 간신히 미국으로 도주해온 유태인가정출신이며 학자이기도 한 키신져보다 그는 한가지 더 산수적으로, 실용적으로 타산하는것이 있었다. 보복타격을 가하는 경우 그것이 금방 대통령자리에 올라앉은 자기에게 어떤 후과를 가져올가 하는것이였다.

회의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였다. 대통령자신이 약속한 기자회견시간도 계속 미루어졌다.

 

×

 

새해 1969년에 들어와 3월도 다 저물어가던 어느날 수령님께서는 한 작전일군에게 물으시였다.

《요즘 적정은 어떻소?》

《예, 수령님. 동해에서 미해군의 〈이씨―121〉대형간첩비행기가 우리 령공을 자꾸 침범합니다.》

《그렇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진영내의 가슴아픈 현실부터 돌이켜보시였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사회주의진영과 세계 진보적력량의 총력을 모아 반제반미투쟁을 더 거세차게 벌려야 할 관건적인 시기가 아닌가?

《작전국장.》 하고 그이께서는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미국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것 같은데 그 정찰기가 또 우리 령공을 침범하면 즉시 쏴떨구시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리하여 최신예대형간첩비행기 《이씨―121》이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즉시 대지진과도 같은 큰 충격파가 이 행성을 휩쓸어갔다.

 

1969년 4월 15일.

이날 수령님께서는 온 나라 인민이 축원을 드리는 자신의 탄생일임에도 불구하고 최전연일대의 인민군군부대를 현지지도하고계시였다. 현지지도를 끝내실무렵 미제대형간첩비행기를 격추했다는 작전일군의 보고를 받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물으시였다.

《단방에 쏴떨궜겠지?》

《예, 그렇습니다. 〈미크―21〉기 두대를 띄웠는데 첫번째로 최봉호비행사가 쏜것이 단방에 명중하고 뒤이어 대렬기가 쏜것도 명중하였습니다. 〈이씨―121〉기는 당장 공중폭발하였습니다.》

《가만, 이제 첫번째로 쏜게 누구라구? 최봉호?!···》

《예, 그렇습니다. 수령님께서 두해전에 그를 윁남에서 비행기로 조국에 실어다 죽어가던 생명을 구원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 비행사입니다.》

《음··· 아주 장해, 우리 비행사들이··· 》

그이께서는 잠시후 근엄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럼 우리 령공에 불법침범한 미제침략군 대형간첩비행기를 격추했다고 세상에 대고 먼저 선포하시오, 총참모부보도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현지지도는 계속되였다.

밤늦게야 수도에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최고사령부작전회의를 지도하시였다. 여기엔 김정일동지께서도 참석하시였다. 먼저 작전일군이 조선동해수역에 기여든 적항공모함집단을 비롯한 방대한 무력과 그 배치정형에 대하여 보고드리였다.

적정보고가 끝나자 수령님께서는 민족보위상인 최현, 총참모장겸 총정치국장인 오진우, 공군사령관과 해군사령관은 물론 민방위사령관에게서도 보고를 받으시였다. 우리 군대와 민방위무력의 전쟁준비상태에 대하여 보다 면밀히 료해하시기 위해서였다.

보고에 의하면 역시 언제 어느때든 전쟁에 준비되여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이였다. 미항공모함집단과 적의 공군기지를 일격에 타격할 만단의 준비도 되여있었고 전국의 로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도 총을 메고 전호에 나섰다.

수령님께서는 드디여 김정일동지께 물으시였다.

《어떻소. 미국놈들이 이번엔 전쟁을 일으킬것 같소?》

《아닙니다, 수령님.》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조금도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쇠소리나는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지금 적들이 조선동해수역에 방대한 무력을 집결시키며 그 무슨 〈보복〉을 떠드는것은 우리를 놀래워보려는 일종의 허세일뿐입니다. 놈들에겐 항복하는 길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조선에서까지 전쟁을 벌릴 힘도 없거니와 일단 한방의 총소리라도 울리면 우리가 전면전쟁으로 대답하리라는것을 놈들도 잘 알고있기때문입니다.》

《음···》

수령님께서는 만족해하시였다. 지난해 《푸에블로》호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김정일동지는 시종 명쾌한 분석과 자신만만한 배심으로 《3A》, 즉 Acknowledge―인정하라, Apologize―사죄하라, Assure―담보하라라는 방침을 내놓고 끝내 놈들로 하여금 그 조건을 받아물지 않을수 없게 하였던것이다.

《다음으로 놈들이 말로만 그 무슨 〈보복〉을 떠드는것은》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다시 힘주어 말씀을 이으시였다.

《수령님과 당의 두리에 굳게 뭉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정신력을 제일 무서워하고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오늘 중앙방송위원회에 인민군협주단에서 새로 형상한 전투적인 노래를 계속 반복하여 내보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새로 형상한 노래를?》

《예, 제가 록음해온것이 있습니다.》

《그렇다? 그럼 다같이 들어보는것이 어떻소?》

《예, 좋습니다.》

《그럼 다들 자리에 앉으시오.》

수령님께서 몸소 자리들을 정해주시였다.

《우리 군대의 노래를 들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 록음기를 트시자 인민군협주단의 힘찬 남성합창이 터져나왔다.

 

결전에 부르는 당의 목소리
우리들의 젊은 피 끓게 하누나
병사들은 힘차게 보고하노니
우리는 일당백 준비되였다
···

 

언제부터였는지··· 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거닐고계시였다. 폭풍치는 우리 군대의 노래는 계속되였다.

 

수령이시여 우리들에게 명령만 내리시라
단숨에 달려가 원쑤미제 이 땅에서 소탕하리라

 

간주가 울리기 시작하자 수령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 군대의 결심이지, 우리 군대의 결심!··· 그러니 우린 최고사령부의 작전회의를 노래로 맺게 되는구만. 아주 좋은 일이요. 이렇게 우린 벌써 이긴 전쟁을 하고있소. 총포소리가 없이도 이기는 전쟁을 말이요, 응?!···》

《예, 그렇습니다. 수령님!》

오진우가 입술을 감빨며 말씀드렸다. 입이 무겁고 감정표현이 거의나 없다는 그였지만 공군사령관이나 민방위사령관과 같이 두주먹을 앞가슴에 모두어쥐고 저도 모르게 그 노래의 선률을 따라부르고있었다. 특히 최현은, 항일의 백전로장으로서 그 어떤 경우에도 감상에 물젖지 않는다고 소문이 난 최현은 김정일동지의 손을 꼭 잡고있는데 어언 그의 주름깊은 눈가에도 한점 물기가 번득이고있었다.

 

1969년 4월 16일.

수령님께서는 강선제강소 6000톤프레스직장건설장을 현지지도하시면서 하반년부터는 생산물이 나오도록 할데 대하여, 이어 평양시 만경대구역 금천협동농장을 현지지도하시면서는 닭기르기에서 전국의 모범이 될데 대하여 그리고 수산성 부상에게는 전화로 먼바다에서 작업하는 고기배들의 위치를 료해하시면서 적들의 도발에 경각성을 높일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

 

반항공사령부에 나가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밤중 수도를 향해 최고속으로 차를 몰아가시였다. 좀전에 수령님께서 전화로 《지금 어디에 있소?··· 김일동무의 병세가 매우 위독하다고 하오.》 라고 말씀하셨던것이다. 흐린 날씨여서 별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무르녹는 4월의 봄이라지만 이밤따라 날씨는 찼다.

마침내 그이께서 수령님의 집무실에 들어서시였을 때 그곳에서는 신성우, 박명빈을 비롯한 여러 명망있는 의사들이 수령님께 김일동지의 병이 너무 위독하므로 빨리 외국에 보내여 수술받게 하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말씀드리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이 방안을 거니시였다. 크나큰 아픔이 그이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로 얽혀지고있었다.

마침내 수령님께서는 김정일동지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이 박사선생들은 김일동무를 외국에 보내여 수술하게 하자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게 옳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크게 심호흡을 하시였다.

《수령님, 전 방금 오래전에 있었던 한가지 일을 상기해보았습니다. 수령님께서 수술을 받으시던 때를 말입니다. 그때 수령님께서는 외국의 국가수반들까지 자기 나라의 의술이 세계적으로도 권위있다면서 초청하였지만 전적으로 우리 의사들을 믿고 그들에게 그 일을 맡기시지 않았습니까.》

《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래, 그때 난 한다하는 외국의 권위자들이 다 와서 권고했지만 그걸 모두 거절했었지. 아무래도 우리 당이 키운 제 사람들한테 더 믿음이 가더라니까.》

《그래서 전 김일동지의 수술도 우리 의사들에게 맡겼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김일동지 본인도 아마 그걸 바랄것입니다.》

《그럴가?》

《예, 김일동진 한시도 수령님을 떠나선 못삽니다. 외국의 박사들이 더 유능하다 해도 절대 수령님곁을 떠나지 않을것입니다.》

《그래, 옳게 보았소. 나도 그를 떠나보내고싶지 않아. 곁에 두고 우리 사람들한테 맡기고싶단 말이요.》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시는 수령님의 안광에 밝은 빛이 어리였다.

《그럼 외국문제는 더이상 론하지 맙시다.》 하고 수령님께서는 신성우며 박명빈에게로 몸을 돌리시였다.

《헌데 수술을 하게 되면 몇시간이나 걸릴것 같소?》

《수령님.》 신성우박사가 말씀드렸다. 《다섯시간 아니면 여섯시간은 걸려야 할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래?》 수령님께서 다시 안색을 흐리시였다.

《김일동무가 요새 몹시 쇠약해졌는데 그 힘든 수술을 다섯시간이상이나 견디여낼수 있을가?···》

신성우는 잠시 망설이는듯 하더니 박명빈에게 눈길을 보냈다. 선생이 좀 말씀드리시오라고 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박명빈은 머리를 숙이고 발끝만 내려다보고있었다.

이번에도 김정일동지께서 한발 앞으로 나서시였다.

《수령님, 제가 수술립회를 하겠습니다. 수술이 열시간, 스무시간 걸린다 해도 제가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이 그이를 바라보기만 하시였다. 깊은 감동이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시다가 웅글게, 저으기 젖어드는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렇게 해준다면··· 난 마음을 놓겠소.》

···

 

규정대로 모든 소독작업을 마친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리없이 굴러가는 밀차를 따라 수술장으로 들어가시였다. 밀차에 누운 김일은 잠시도 그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고있었다.

《저때문에···》 김일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실룩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그의 귀전에 대고 조용히 속삭이시였다.

《다 잘될것입니다, 김일동지. 정 힘이 들면 내 손을 꼭 잡으십시오. 수술이 끝날 때까지 여기 있겠습니다.》

《아니, 제가 뭐라구··· 이 바쁘신 때에 수술장에까지··· 이 김일은 그저··· 일을 쓰게 하지 못해 늘 죄스럽기만 한데···》

《그런 말씀 마십시오. 김일 제1부수상동지는 수령님을 모시고 백두산에서부터 혁명해온 혁명의 원로가 아닙니까, 오늘은 또 우리 수령님과 당을 받드는데서 1번수의 역할을 하고있고··· 그래서 저는 늘 힘자라는껏 투사동지들을 잘 받들어줄 그 하나의 생각뿐입니다.》

김정일동지!···》

뜨거운 속삭임에 목이 메인듯··· 그는 금시 터져나오는 오열에 어깨를 떨뿐 더이상 말씀드리지 못하였다.

수술장은 눈이 부시게 밝았다. 모든것이 정결하고 엄숙했다. 김일의 손이 백포자락밑에서 옴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찾고있는듯··· 김정일동지께서 그 손을 잡아주신다.

《제 여기 있습니다.》

김정일동지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가에서 물기가 번뜩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

차츰 혀가 굳어진다, 그의 두눈도 서서히 감겨지고··· 강력한 마취제가 그의 온몸을 떠싣고 아득한 저 공간으로 날아가고있는것 같다. 그다음은 아늑한 고요와 망각의 하얀 빛살뿐···

드디여 수술이 진행된다. 눈부신 무영등아래 초긴장상태로 수술을 진행하는 집도자와 제1보조의사, 제2보조의사, 두눈만 내놓고있는 간호원들··· 한쪽에서는 마취의사가 줄곧 시계를 들여다보고있다. 한마디 말도 없다. 모든것을 눈빛언어로만 주고받는다. 숙연한 정적··· 벽시계의 초침소리와 기구들이 딸깍거리는 소리만이 유난히도 크게 울리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일이 이미 마취상태에 들어간지 오랬지만 여전히 그의 손을 꼭 잡고계시였다. 어느덧 그이의 얼굴에도 진한 땀방울들이 가득 내돋기 시작했다. 집도자의 이마를 가제로 찍어주던 간호원처녀가 그이를 우러르며 눈물을 글썽인다. 하얀 가제를 들고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감빨고있다.

···

다시 아침이 왔다.

소생의 아침!··· 퍼그나 안정된 김일이 침대에 누워있다.

김정일동지께서 여전히 그의 옆에 앉아계신다. 김일은 아무말없이 떨리는 손으로 그이의 손등을 어루쓸고만 있다. 김정일동지께서 손수건을 꺼내시여 김일의 눈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신다.

《김일동지, 정말 용케 견디여내셨습니다. 그처럼 어려운 대수술을 무려 다섯시간동안이나···》

김일이 갈린 음성으로 떠듬거린다.

《제가 수술을 받았습니까. 지도자동지께서 대수술을 받으셨지요. 꼬박 다섯시간을 한자리에 서계셨다구 하니···》

그는 말을 잇지 못한다. 끓어오르는 오열을 삼키며 누렇게 뜬 손을 바르르 떤다.

김정일동지께서 밝게 웃으신다.

《김일동지, 모든 일이 다 잘돼가는데 뭘 그러십니까. 웃으십시오. 김일동지가 걱정하던 〈이씨―121〉대형간첩비행기격추사건도 수령님께서 〈대수술〉을 했으니 더는 념려하지 마십시오.》

《참, 〈이씨―121〉사건이 어떻게 됐습니까?》

그이께서는 상두대에로 손을 내밀고 조선중앙통신사에서 올린 통신을 펴드신다.

《이건 미국대통령 닉슨이 이번 〈이씨―121〉대형간첩비행기격추사건을 놓고 당장 핵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떠들다가 마침내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는 성명입니다. 내가 읽어드릴테니 들어보십시오.》

이어 그이께서는 통신의 한 대목을 읽으시였다.

《··· 우리는 공산북조선의 거듭되는 도발행위에 대하여 가장 엄격한 경고로 대처할것을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태평양함대에 조선동해에서의 〈이씨―121〉기의 정찰비행을 계속할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였다. 정찰기에는 신형전투기들의 호위가 붙게 된다. 이것은 그 누구를 위협하는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힘과 결심을 전세계에 알릴뿐이다.》

통신을 읽으신 그이께서 웃으며 물으신다.

《어떻습니까, 김일동지?》

김일은 허허··· 웃으려 했으나 수술뒤끝의 동통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더니··· 이번에도 큰 산이 울린 끝에 쥐새끼 한마리로군요.》

《옳습니다.》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신다.

《바로 우리 수령님께서 안아오신 조미대결전의 대승리입니다.》

《우리 수령님과···》 하고 김일이 혼자소리처럼 나직이 속삭이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안아오신 대승리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그리신다.

《저야 뭐 한 일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난 그저 이번의 조미대결전을 통하여 다시금 가슴깊이 절감한것이 있습니다.》

《예?!···》

김일이 호기심 가득 어린 눈길을 든다. 그이께서 계속하신다.

《그것은 바로 수령의 권위이자 나라와 민족의 존엄이고 자주성이라는것입니다.》

김일의 입귀가 다시금 실룩거린다. 마침내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드린다.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정말 가슴이 막 끓고 부풀어오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신다. 창가림을 활짝 제끼시자 밝은 해살이 파도쳐흘러들기 시작한다.

해빛의 홍수··· 김일은 그 빛발을 우러르며 마음속으로 뜨겁게 부르짖는다. 위대한 수령, 위대한 령도자를 함께 모시고있는 우리 조국, 우리 민족의 미래는 참으로 밝다. 휘황찬란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