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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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님께서 서거하신 이후부터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집무실이 아닌 금수산의사당의 한 방에서 일을 보시였다.

수령님의 령구를 모신 방과 복도로 련결되여있는 방이였다. 장방형으로 된 그 방에는 몇개의 탁자와 팔걸이의자들 그리고 물고뿌 하나가 놓여있을뿐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

7월 11일, 수령님께서 서거하신지 사흘째되는 이날부터 그이의 령구를 찾는 조객들을 받기 시작하였는데 김정일동지께서는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들을 맞이하시였다. 비보이후 인민들이 처음으로 텔레비죤화면에서 그이의 모습을 뵙게 된것도 이날이였다. 사람들은 너무도 몰라보게 수척해지신 그이의 모습을 보고 더욱더 가슴이 아프고 쓰리여 목놓아울었다. 그처럼 영채롭게 빛나던 그이의 눈은 슬픔에 잠겨 어둡고 침침해졌으며 다감하던 표정은 한점의 웃음도 없이 석상처럼 굳어져있었다. 그이께서는 입을 꾹 다무신채 전혀 말씀없이 조객들을 맞으시였다. 수령님의 령구를 찾는 조객들은 누구라없이 온몸을 떨면서 오열을 터뜨리지만 그이께서는 이따금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훔칠뿐 내내 무언의 침묵속에 계시였다.

오후 첫시간이였다.

김성묵은 밑에서 올라온 문건들을 손에 든채 장군님의 방과 련결된 복도에서 서성거리고있었다. 그이께 문건을 보여드려야 하겠으나 차마 그것들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지금 무슨 경황에 평시처럼 일일이 문건처리를 하시겠는가. 그는 최근에 종합된 국내외의 애도상황에 대한 자료만이라도 보여드릴가 생각하였으나 그것도 주저되는 일이였다. 지금 온 나라가 울음천지가 되였다는것을 굳이 상기하시게 할 필요가 무엇이랴.

자료에 의하면 비보가 발표된후 9일 낮 12시부터 10일 새벽 5시까지 불과 17시간동안에만도 만수대언덕으로는 무려 30여만, 전국의 도소재지들에 모셔진 수령님의 동상으로는 각각 20여만이 넘는 군중이 모여들어 조의를 표시하였다.

수령님의 서거에 대한 소식은 조선중앙통신사의 통신망에 의하여 세계 각 나라 통신들에 전송되였다. 이따르-따스, 신화, AP, AFP, 로이터, 교도 등 세계의 이름있는 거의 모든 통신들이 이 소식을 특별뉴스로 방송과 신문들에 지급으로 보내주었다. 세계의 모든 소리방송과 텔레비죤방송들은 진행되던 프로를 중지하고 이 소식을 전하였다. 일본의 NHK방송은 미처 번역할사이도 없이 첫부분은 조선중앙방송, 조선말 그대로 중계하다가 일본말로 중계하는 특이한 전례를 펼치였다.

세계 200여개 나라들에서 270여개의 통신, 방송들이 김일성동지의 서거소식을 전하였다. 통신, 방송들은 그이의 서거를 충격적인 슬픈 사변으로, 인류의 영재를 잃은 《세계적인 손실》로 평하면서 정견과 신앙에 관계없이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기였다고 전하였다.

이러한 속에서 일부 통신, 방송들은 우리 나라에서 유고가 발생한 기회에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있었다.

《미국의 소리방송》은 김일성동지의 서거소식에 접한 미국정계의 감정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의 말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하였다.

《순간 이젠 미조고위급회담은 끝장났구나. 이제 1950년대와 같은 제2의 조선전쟁이 일어날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쳤다. 사람들은 북조선이 저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전쟁과 같은 모험적인 방법으로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위구를 감추지 못했다.》

소식에 정통한다고 하는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남조선과 미중앙정보국 수급인물들의 말을 례증으로 들면서 현대형의 령도자 김정일지도자의 정책은 선행로선과 일정한 정도의 간격이 《예견》되며 《개혁과 개방의 정책변화》가 있을거라고 떠들어댔다. 그밖에도 일부 불순계층들이 우리 나라 정세를 저들이 목적하는 국면으로 끌어가려고 제나름의 억측도 하고 고의적인 허위선전도 하고있었다.

문밖에서 한참 망설이고있던 김성묵은 가볍게 손기척을 하고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련의 한덕수의장과 마주앉아 이야기하고계시였다.

지팽이에 두손을 얹고 팔걸이의자에 허리를 구붓하고앉은 그 늙은이의 얼굴에서 굵은 눈물이 줄지어 흐르고있었다. 장군님의 눈귀에도 이슬이 맺혀있었다.

《다 죽었던 늙은 이몸은 두분께서 보내주신 사랑의 불사약 먹고 이렇게 걸어다니는데 어찌하여 만년장수하셔야 할 수령님께서··· 그렇게도 정정하시던 수령님께서 졸지에 돌아가신단 말입니까.》

그는 조국과 멀리 떨어진 이역만리에서 별의별 고생을 다하면서도 수령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외롭지 않았다고, 적구에서도 조국의 존엄을 지켜 꿋꿋이 싸워온 자기의 배짱은 일찌기 수령님께서 키워주신것이라고 하며 흐느끼였다.

《수령님을 잃은 이 한덕수를 꿈엔들 생각해보았겠습니까. 한덕수가 수령님의 령전에 찾아와서 조상하게 되는 이런 기막힌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덕수의장은 그냥 눈물을 뿌리며 백발의 무거운 머리를 내저었다. 그래서 오히려 장군님께서 그의 손을 잡으며 위로해주시였다.

《이젠 그만 진정하십시오. 너무 그러면 건강에 나쁩니다.》

《장군님!》하고 한의장이 갑자기 오열을 터뜨리는바람에 두손을 얹고있던 지팽이가 기울어지면서 발앞에 뿌려져나갔다.

장군님께서 얼른 그를 부축하시고 지팽이를 집어 손에 쥐여주시였다. 그이께서는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한덕수의장의 눈물에서 수령님을 잃은 수많은 해외교포들의 슬픔을 읽으시였다.

한덕수의장은 한참 눈물을 흘리고있다가 뒤에 책임서기가 서있는것을 보고 일어섰다.

《내가 괜히 주책없이 오래 앉아있은것 같습니다. 장군님, 정말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몸을 돌보셔야 합니다.》

그는 장군님께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바래우신후 담배를 꺼내시였다. 이미 여러대 태우신듯 탁자에 놓여있는 사기재털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였다.

《문선규네가 왜 나타나지 않소?》

장군님께서는 이윽히 생각에 잠겨 담배를 피우시다가 김성묵을 돌아보시였다.

《예. 불렀습니다. 이제 곧 도착할겝니다.》하고 대답한 김성묵은 싱긋하면서도 매캐한 향내를 풍기며 허공에 피여오르는 독한 담배연기를 아픈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것이 그대로 김정일동지의 가슴에서 타오른 고뇌의 자취처럼 보이였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불렀소? 김학철동무말이요.》

《예, 불렀습니다.》

그이께서는 김성묵의 손에 들려있는 문건들을 띄여보고 물으시였다.

《요즘 제기되는 일이 많겠는데 왜 문건하나 내놓지 않소? 보고하는것도 없고···》

김성묵은 머뭇거리며 서있었다.

《동무들이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것 같은데 일이야 해야지··· 제기된 문건이 있으면 어서 내놓소.》

장군님께서는 손을 내미시였다. 김성묵은 잠시 주저하다가 문건봉투 하나를 탁자우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평양산원에서 제출한 문건이였다. 제네바에서 돌아온 문선규와 김학철이 도착한것은 바로 이때였다. 그들은 부관의 안내를 받으며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읽으시면서 그들을 한번 돌아보고 손짓으로 앉으라고 하시였다.

문선규와 김학철은 그이를 대하는 순간 돌연 눈두덩이 벌개지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흐느낌을 참는 모양이였다. 부관이 그들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절대로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그러면 그이께서 견디여내지 못하신다고 엄격히 다짐을 두었었다. 사실 조객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임서기며 부관이 다짐을 받다못해 눈물을 머금고 사정을 하였지만 모두들 호상을 서고계시는 그이앞에 와서는 참지 못하는것이였다.

《그러니까 삼태자가 난곳이 강원도 산골이구만.》

문건을 보시던 장군님께서 고개를 드시였다.

《그렇습니다.》

그전에 어디서 삼태자를 낳았다고 하면 수령님께서는 나라에 대통운이 텄다고 하며 무척 기뻐하시였다. 그리고 장군님께서는 삼태자에게 각각 기념으로 은장도를 만들어주고 산모에게는 값진 보약과 선물을 보내주시였다. 옛날에는 삼태자를 낳으면 오히려 집안이 망한다고 온 가정이 초상난 집처럼 되군 하였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더없는 경사로 보는것이였다. 그래서 산원에서는 세쌍둥이의 출생에 대해서만은 꼭꼭 수령님과 장군님께 보고를 올리군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후에 이 세상에 태여난 세쌍둥이가 어쩌면 장군님께 형언할수 없는 슬픔을 안겨드릴수 있었다. 그래서 산원에서도 보고하기를 망설이였고 김성묵이도 주저하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장밖에 되지 않는 문건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시였다. 수령님께서 서거하신 후에 태여난 삼태자여서 더욱더 생각이 깊어지시는가싶었다. 그이께서 전혀 말씀이 없으시니 성묵은 마음이 조여들었다.

《산모는 건강하답니까?》

그이께서는 한참만에 한마디 물으시였다.

《난산했다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모한테 구급차를 보내도록 대책을 세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의아한 눈길로 김성묵을 바라보시였다.

《난산했으면 산모가 위급할수도 있는데 비행기는 왜 띄우지 않았습니까?》

《국상을 당한 지금··· 그걸 제기하기가···》 김성묵이 우물쭈물하면서 말씀올리였다.

《음.》

김정일동지의 얼굴에 일순간 격한 감정이 내비치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계셨더라면 그래 자동차나 보내놓고 마음을 놓으셨겠습니까?》

김성묵은 갑자기 목이 메여 아무 말씀도 못올리고 서있었다.

그이께서는 세쌍둥이출생과 관련한 문건에 《다시 대책을 취할것!》이라고 박아쓰고나서 김성묵에게 지시를 주시였다.

《비행기를 띄우시오. 동무가 직접 조직사업을 하시오.》

그러시고는 기다리고있는 문선규와 김학철에게 한마디 하시였다.

《동무들, 잠간만 더 기다리시오.》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량해를 하고나서 다시 김성묵을 돌아보시였다.

《부관동무의 말을 들어보면 상업부에서 올복숭아를 1 200t이나 인수해놓고 썩이고있다는데 왜 이렇게 됩니까?》

《수령님을 잃고보니 경황이 없고··· 모든게 다 귀찮으니··· 일을 못해서···》

김성묵은 낯이 꺼멓게 질린채 긴 한숨을 쉬였다.

《그러니 이제는 주저앉아 울기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말자는겁니까··· 일군들이 이러면 되겠습니까··· 내가 상업부에도 지시하였는데 한주일안으로 그 복숭아가 북부지구 주민들에게 가닿게 하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말씀을 더 하시지 않고 천천히 방안을 거니시였다. 그이께서는 문선규와 김학철이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신듯 오래도록 묵묵히 계시였다.

방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다만 뚜벅뚜벅 동안뜨게 방바닥을 짚어가는 그이의 발자국소리만이 유난스럽게 크게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담배를 꺼내시였다.

《장군님!》

김성묵이 저도 모르게 그이를 불렀다.

《?···》

《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십니다.》

김성묵은 용기를 내여 말씀드리였다. 그이께서는 담배를 드신채 책임서기를 물끄러미 지켜보시더니 그것을 주머니안에 도로 넣으시였다. 그 움직임이 몹시 무겁고 굼뜨시였다. 민첩하고 활달하고 약동적이던 그이께서는 행동에서도 판이한 변화가 일어나시였다.

《책임서기동무, 과실이 적은 북부지구인민들도 해마다 첫물 과실을 먹게 해야 한다는건 수령님의 교시입니다. 그 교시들이 이제는 유훈으로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유훈이라고 합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많은 이야기들을 비약하시고 문득 목메인 소리로 이렇게 말씀을 꺼내시였다. 그때까지 가까스로 오열을 참고있던 문선규와 김학철은 거의 동시에 흐느낌소리를 냈다. 이때 복도 먼끝 령구가 안치되여있는 홀에서도 조객들이 터뜨리는 곡성이 들려왔다.

장군님께서는 처량한 그 곡성에 귀를 기울이시는지 방 한복판에 그린듯이 서계시였다. 곡성이 얼마간 잦아들었을 때 그이께서 말씀을 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은 앞으로 영원한 지침입니다. 그러니 한마디도 놓치지 말고 집행하여야 합니다.··· 복숭아를 썩이다니 말이 됩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뚝 끊으시였다. 생전에 수령님께서는 어린이들에게 맛있는 과일을 먹일 때 제일 기쁘다고 하시였다. 그래서 첫물복숭아가 나오면 먼 북부지방 어린이들에게 먼저 보내게 하시였다.

그런데 상업부에서는 복숭아를 천여톤이나 인수해놓고도 수령님을 잃고 상심한 나머지 수송할 생각도 없이 맥을 놓고 앉아있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이 하나의 사실에서 간파할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찾아보고 사뭇 걱정하시였다.

《수령님을 잃었다고 주저앉아 울기만 하면 어떻게 되겠소. 힘을 내여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해야 합니다. 수령님께서 하시던 일을 하나하나 알아보고 다 집행해야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생전에 하신 일도 많았거니와 해내외의 개별적인사들과 로동자, 농민, 병사들 지어는 개별적어린이들과 약속하신것도 수없이 많으시였다. 그 약속들중에는 꾸바의 손님인 녀성법률가 깐델라리아와 량귀동녀를 다시 만나주겠다고 하신 약속, 첫이삭 팰 때 연백벌에 다녀오겠다고 하신 말씀 그리고 재미교포 손원태의 80돐상을 차려주겠다고 하신 언약들도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수령님께서 하신 그 모든 약속들을 대신 지켜주어야 하시였다. 지금 형편에서 연백벌로 나가실수는 없었지만 수령님의 령전을 찾아 평양으로 올라온 연백벌인민들은 꼭 만나주어야 하시였다. 그리고 수령님의 연백벌 현지지도 한돐이 되는 래달 30일경에는 자신이 직접 그곳에 나가시든지 아니면 당과 국가의 여러 간부들을 내려보낼 계획이시였다. 그러고보면 하실 일이 참으로 많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문선규와 김학철을 돌아보며 서두르시였다.

《자, 이젠 동무들과 이야기를 좀 합시다. 누가 먼저 이야기하겠습니까? 문선규동무, 말하시오.》

문선규는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인차 대답을 못하고 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조국의 승인도 없이 제네바에서 자의대로 돌아온 일때문에 마음을 조이고있었다. 그가 머뭇거리고있는것을 보고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쪽 소식을 좀 들어봅시다. 회담도중에 돌아왔으니 미국사람들도 놀랐을겁니다. 참, 카터는 수령님께 편지까지 올렸더군··· 돌아가신줄은 모르고···》

《예. 카터는 몹시 슬퍼하고있습니다···》

문선규는 서류가방을 열고 영문으로 된 한장의 확스본과 그것을 번역한것 같은 타자지를 그이께 꺼내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타자지를 들여다보시였다. 그것은 김정일동지앞으로 보내온 카터의 편지였다.

 

김정일각하.

나와 로잘린은 김일성주석께서 서거하시였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을 금할수 없습니다.

각하께 우리의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나는 최근에 귀국을 방문하여 김일성주석과 여러 측면에서 귀중한 견해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나는 각하께서도 이에 동감하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평양에서 각하를 만나 우리 두 나라, 두 인민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해 함께 사업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미 카터

1994년 7월 11일

애틀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편지를 다 읽고나서 한동안 생각에 잠겨계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카터에게 사의를 표시해야 하겠습니다.》

《예···》

그이께서는 손수건을 꺼내여 눈언저리를 누르시여 금시 맺힌 이슬을 닦으시였다.

《시하누크국왕은 우리가 외국의 조의대표단을 받지 않는다고 하자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외국사람인가, 김일성주석님은 나의 형님이시다. 형님이 돌아갔는데 동생이 앉아있을수 있는가고 하면서 펄쩍 뛰였다고 합니다. 아래일군들이 여러번 설복하고 권고해서 겨우 진정하였다고 합니다. 국왕은 그때부터 일체 국가정사를 전페하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친선적인 나라들은 물론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의 정계, 사회계의 저명한 인사들도 수령님의 서거를 두고 비통해하고있다고 하시면서 수령님을 잃고보니 지금까지 얼마나 위대한분을 모시고있었는가를 더욱 똑똑히 알게 된다고 하시였다.

이때 부관이 들어와 그이의 앞탁에 놓여있는 물고뿌를 다른것으로 바꾸어놓았다. 그이께서는 비로소 목이 말랐다는것을 느끼신듯 고뿌의 물을 반나마 마시였다. 그러시고 방금 읽으신 타자지에 잠시 눈을 주신 다음 문선규에게 물으시였다.

《갈루치하고는 어떻게 하고 왔습니까?》

《···》

문선규는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또다시 머뭇거리였다. 천만뜻밖의 비보를 듣고 깊이 생각할사이 없이 회담도중에 돌아온 일때문에 여전히 불안스러웠다. 갈루치가 리해할수 있도록 할말은 해주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의대로 한 행동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나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계실가?)

문선규는 제네바에서부터 떠나온 전말 이야기를 하고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조국에 문의하지 않고 자의대로 행동한데 대하여 용서해주십시오.》

《용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렇게 반문하고 문선규를 유심히 지켜보시였다.

《···》

문선규는 한껏 마음이 조이여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마치 조미회담이 간단한 회담인가, 그것은 전세계와 전민족이 주시하고있는 회담이다, 나라의 운명문제와도 관련되여있다, 그런데 그렇게 큰 회담의 중책을 맡고있는 동무가 조국에 전화 한통도 걸어보지 않고 움직일수 있는가 하고 꾸짖으실것만 같았다.

《문선규동무, 무엇을 용서하란 말이요?》

《···》

문선규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이의 이 두번째 반문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알수 없었다.

《문선규동무, 동무는 제네바에서 아주 용감하게 행동하였소.··· 회담도중에 돌아온것도 용감했지만 회담이 다시 이어질거라고 한것은 더욱 용감했소!》

《!···》

그이께서는 단호한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조미회담에 대하여 말한다면 나는 지금 동무가 제네바에서 했던 말 이외에 더 다른 말을 할것이 없습니다.》

문선규는 긴장이 확 풀리면서 눈언저리가 저릿저릿해져 얼른 고개를 수그리였다. 그이께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받고있으니 이를 무어라고 표현할수 있단 말인가.

《어서 거기 형편이나 좀 이야기하시오.》

그이께서는 조용한 어조로 문선규에게 재촉하시였다.

문선규는 잠시 무엇인가를 주저하듯 눈길을 떨구고있다가 말씀올리였다.

《그런데 미국을 포함하여 서방의 일부 정치세력들은 우리의 립장에 대해 의혹을 표시하고있습니다.》

《그래 그들이 뭐라고 합니까?》

《예···》

문선규는 서류가방에서 타자지 몇장을 꺼내 펼치였다.

그것은 그가 제네바에서 귀국하면서 준비해가지고온 우리 나라에서의 유고와 관련한 서방정치계의 반응을 장악한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보고를 주의깊이 들으셨지만 거의 다 통보를 통해 이미 알고계시는 문제들이였다. 다시말해서 서방정치계의 반응이란 조선에서 전쟁을 일으킬수 있다는것, 김정일지도자의 정책은 선행로선과 반드시 차이가 있을것이라는 억측과 험구들이였다.

문선규는 준비하여가지고온 자료들을 보고하고나서 이렇게 강조하였다.

《이 모든 자료들은 횡설수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상대하고있는 미국 당국자들의 립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선규는 미국의 현 대통령 클린톤과 관련된 자료를 념두에 두고있었다. 7월 9일 클린톤은 김일성동지의 서거와 관련한 조문성명을 내는 자리에서 조선의 후계자에 대하여 말해주기를 바란다는 기자들의 요청에 이렇게 대답했다.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그이에 대하여 알고있으나 만나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다른 나라 지도자를 평가함에 있어서 신중해주기를 바랄뿐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선규가 클린톤을 념두에 두고 말한다는것을 짐작하고 그의 다음말을 기다리시였다.

《미국대통령은 언론들이 떠들고있는것과는 달리 우리에 대하여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있습니다. 이것은···》

문선규는 그가 어려운 화제를 꺼낼 때마다 하는 습관대로 헛기침을 한번 톺고나서 말을 이었다.

《이것은 그가 우리와의 회담이 깨여지지 않기를 바란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우리가 조의대표단을 받는다면 미국은 공식대표단을 구성할것이라는 의향을 표시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어버이수령님에 대한 진심으로 되는 추모의 감정에서 출발한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문선규는 자기 말을 끝내고나서 그이를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묵묵히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지체말고 그들에게 우리의 립장을 밝히시오. 회담은 다시 계속 될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문선규는 허리를 쭉 펴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그이를 만나서 결론받자던 문제가 해결되였던것이다.

그는 한마디 덧붙이였다.

《우리가 그렇게 립장을 표명하면 전쟁을 일으킨다느니, 로선이 달라진다느니 하고 우리에 대해 횡설수설하던 일부 불순계층들의 뺨을 후려치는것으로 될것입니다.》

《그러나···》하고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서방정계나 미국의 일부 계층들이 우리에 대해 터무니없는 억측을 한다고 나쁘게만 생각할건 아닙니다.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하게 되는가?

그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세계의 면전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영상이 흐려진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혁명의 배신자들이 공산주의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였습니다.》

문선규는 놀라운 눈길로 그이를 바라보았다. 그이의 표정은 근엄하였다.

사실 공산주의운동력사를 보면 모든 변화와 우여곡절은 수령의 서거를 계기로 생겨났으며 바로 그것으로 하여 강하던것이 약해지기도 하고 한길로 가던것이 두길 세길로 갈라지기도 했으며 붉은것이 희여지기도 하였다.

순간 문선규의 뇌리에는 까우츠끼, 베른슈타인, 흐루쑈브와 같은 공산주의운동내 배신자들의 가증스러운 이름들이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이런 사이비공산주의자들이 지난 기간 세계의 면전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망신시켰다. 이런 배신자들, 정치적《탕아》들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의 영상은 흐려질대로 흐려졌으며 사회주의좌절이라는 가슴아픈 력사의 시련이 몰려왔던것이다.

수령의 서거라는 시점에서 조선공산주의자들도 결코 례외로 되지 않을것이라고 세계는 보고있는것이다.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지금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에 대하여 격분하고계시는것이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에 대해 더 부언하지 않으시였다. 하지만 근엄한 그 눈빛에 공산주의자들의 도덕관에 대한 재인식을 주며 공산주의운동의 길을 바로잡아나가시려는 그이의 비상한 각오와 결심이 비쳐있었다.

그이께서는 김학철에게 고개를 돌리며 화제를 돌리시였다.

《요즘 세상이 들썩하니 이번에 거기서도 예상치 않은 일들이 생겨났을겝니다.》

《예-》

자기 차례가 왔다고 생각한 김학철은 몸가짐을 바로하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우선 북남최고위급회담과 관련하여 그이로부터 급히 결론을 받아야 할 문제가 있었다.

수령님의 서거이후 북남최고위급회담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화제거리로 되였다.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동포는 물론이거니와 조선문제에 관심을 가지고있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이목을 집중하고있었다.

북남최고위급회담이 7월 25일로 예정되고있다는것은 온 세상이 다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그날은 앞으로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 중대사변을 앞두고 수령님께서 돌아가셨으니 이제 어떻게 될것인가.

그것이 초미의 문제로 제기되고있으나 김학철이 역시 지금 상실의 아픔이 큰 김정일동지께 그것을 문의하기가 괴로왔다. 그런데 김일성동지의 서거이후 남조선의 김영삼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유다보다 더한 배신행위를 하고있었다.

평상시에 서로 눈을 흘기며 지내던 사이라고 하여도 불상사가 나면 과거를 불문에 붙이고 불행을 같이 나누며 진심으로 도와주는 례의는 조상전래의 우리 민족의 미풍량속이였다. 그런데 얼마 안있어 김일성동지를 찾아뵙고 통일문제를 상론한다고 으시대며 《모의훈련》까지 해온 김영삼이가 민족이 당한 불상사앞에 조의방문을 신청하거나 애도의 뜻을 표시해도 모르겠는데 그러기는 고사하고 온 남조선땅을 총칼로 뒤덮으며 사태를 험악하게 끌어가고있는것이다. 그가 이제 김정일동지께 보고드려야 할 자료에는 김영삼역도가 각지에 빈소를 꾸려놓고 민족의 어버이를 추모하는 남조선인민들을 체포투옥하고있으며 남조선의 범민련관계자들로 꾸며진 조문대표단성원전원을 《국가보안법》위반의 《불법》행위로 몰아 《사법처리》하려고 망동을 부리고있는 내용이 있었다.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그는 이 모든 행위가 단순히 인륜도덕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우리의 유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흉책임을 간파할수 있었다.

김영삼은 우리의 유고가 발표된지 1시간도 안되여 청와대에 고위각료들을 불러놓고 북의 《사태》를 협의했고 협의끝에 전군에 《특별계엄령》을 하달하고 전국경찰들에 《갑호비상령》을, 전체 공무원들을 《비상근무체계》로 돌입시키기로 했다. 김영삼은 우리의 유고를 그 어떤 《기회》로 보고 날뛰고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초상난 집에 불질하는것과 같은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야만행위였다.

그는 몸소리가 쳐졌고 두주먹이 불끈 쥐여졌다. 김영삼역도는 환장을 해도 너무도 크게 환장을 하였다.

《어서 말하시오. 나에게는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조객들을 맞으러 또 나가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어서있는 김학철을 지켜보며 재촉하시였다.

그제야 김학철은 자기가 오래동안 말없이 서있었다는것을 의식하고 서둘러 입을 열었다.

《장군님, 북남최고위급회담문제를 결론주셔야 할것 같습니다.》

북남최고위급회담문제는 문선규의 외교사업과 많은 인연을 두고있는 문제여서 그도 문선규 못지 않게 긴장한 마음을 안고 그이의 결론을 기다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래도록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인민을 생각하고계시였다. 김영삼에 대한 골수에 사무친 인민의 원한을 생각하시는 그이의 안광에는 짙은 비분의 빛이 어리였다.

《그것은 내가 결론할것이 아니라 우리 인민들에게 물어보시오! 나는 인민들이 하자는대로 하겠소.··· 다른 문제가 또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김학철과 문선규는 그때 또다시 복도 저끝에서 울려오는 조객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였다.

《있으면 어서 말하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기에 젖은 목소리로 재촉하시였다.

《리영숙, 박승규 기자들이 접견요청을 하고있습니다.》

《그들이 나한테 무엇을 알고싶어하는지 모르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사람을 조용히 바라보시였다.

《첫째로 북남최고위급회담과 관련한 조미회담문제입니다. 이미 서면으로 제기하였습니다.》

《그에 대해서 이젠 동무들이 대답해줄수 있지 않습니까.》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두번째문제입니다.》

《무엇입니까?》

《그들은 우리 나라에서 국가주석추대가 언제쯤 있게 되는가··· 이것을 알고싶어합니다.》

김학철은 주저하면서 말씀을 올리였다. 그것은 서방기자들이 질문하는 문제이기전에 그자신이 알고싶은 일이기도 하였다.

문선규도 이때 긴장한 시선으로 그이를 지켜보고있었다. 그도 그 문제를 생각하고있었다. 그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를 생각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 서거하신지도 벌써 며칠이 지나갔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도저히 있을수 없는 정치의 《공백》이 며칠 계속되였다.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을 추대하는 문제는 당의 조직적의사이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로동계급의 수령들인 레닌이 서거하였을 때는 한주일만에, 쓰딸린의 경우에는 그 당일날에 그리고 중국당에서는 20일만에 추대행사들이 있었다.

한순간의 《정치적공백》도 있어서는 안된다는것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적용된 정치의 섭리였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으신채 문선규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문선규동무에겐 무슨 문제가 또 있습니까?》

《다른것은 더 없습니다. 조미회담문제는 이미 결론을 주신대로 외교적경로로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김학철이쪽에 한번 시선을 주고나서 말을 이었다.

《지금 새로 파견되는 몇명의 대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특명전권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국가수반만이 할수 있습니다.》

《···》

《그리고 평양에 주재할 다른 나라 대사들도 새로 임명되여왔습니다. 그들의 신임장도 국가수반이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동무도?》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운듯 문선규를 바라보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것은 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선규는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자기가 민심을 대변하고있다고 여겼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며 머리를 저으시였다.

《우리에겐 이른바 그 정치적 공백을 메꾸는 일이 급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것은 우리모두가 수령님처럼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출입문쪽에 시선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시였다. 무슨일때문인지 복도 맨끝에서 울려오던 처량한 곡성이 한층더 높아지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다시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이제는 조객들을 맞으러 나가실 시간이 된것이였다.

문선규와 김학철은 한옆으로 비켜드리며 그이의 모습을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이때 문선규는 저도 모르게 후-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그는 제네바를 떠나올 때부터 김정일동지를 걱정해온 사람이였다. 아무리 강철의 의지를 지니신분이라도 지금은 허탈상태에 계시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여 수령님의 서거와 더불어 나라의 숨결도 끊어지고 혁명의 흐름도 멎어버렸을것이라고 통탄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 방에 들어와서 조국의 숨소리를 들었고 이 땅의 혈맥이 높이 뛰고있음을 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중병을 앓으신것처럼 무섭게 수척하셨지만 완강하게 일을 하고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