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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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은 아직도 나라에 큰 불행이 닥쳐왔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7월 8일은 금요로동의 하루로 흘러갔고 7월 9일은 전민이 학습하는 토요학습의 날로 이어졌다.

중앙기관과 중요기관, 기업소 일군들은 김일성동지께서 5일과 6일에 소집하신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에 참가하고 방금 돌아온 책임일군들로부터 협의회에서 하신 그이의 교시를 무한한 감격속에 전달받고있었다. 협동농장들에서는 마지막김매기와 함께 풀베기전투를 한창 벌리고있었다.

날씨는 아침부터 찌는듯이 무더웠으나 모든것이 례사로운 토요일의 아침이였다.

이날 아침 연백벌 천태협동농장에서는 수령님을 모실 정자건설을 끝내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을 준비하고있었다. 이를테면 락성식이였다. 정자는 지난해 여름 수령님께서 오래동안 땡볕을 맞으며 앉아계시였던 논머리 길가에 지었다. 네귀에 원형기둥을 받치고 두루미날개모양으로 건듯 추녀가 들리게 한 합각지붕의 정자였다.

정자앞 큰길에는 배련실관리위원장을 비롯하여 많은 농장원들이 모여서있었다.

《관리위원장어머니, 이젠 락성식인지 준공식인지 시작해보지 않겠습니까?》

청년분조장인 키가 구척같은 젊은이가 배련실에게 다가와서 재촉하였다. 그러자 관리위원장곁에 서있던 머리 허연 늙은이가 《아닐세, 락성식을 하기 전에 한가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네.》하고 손을 저었다. 정자건설이 시작된 때로부터 노상 잔소리를 해서 이번에 《건설고문》이라는 별명이 붙은 늙은이였다. 락성식을 해야 한다는것도 그가 발기한것이였다.

그는 3명의 젊은 녀인들을 시켜 저마끔 깨끗한 물을 한동이씩 길어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방금 락성식을 하자고 조른 청년분조장에게는 사닥다리를 준비하라고 일렀다.

얼마후 로인의 분부대로 키다리청년은 사닥다리를 메오고 젊은 녀인 셋은 각각 물동이를 이고왔다.

사람들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건설고문》의 거동을 살피였다.

늙은이는 정자에 사닥다리를 세워놓고나서 관리위원장에게 말했다.

《예로부터 큰 기와집을 세운 다음에는 물동이에 청수를 길어다 용마루에 붓는 법도가 있다네. 그래야 그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무병장수한다는거네. 내가 물동이를 3개 길어오게 한것은 셋이라는 수자가 길수(좋은 수)이기때문일세. 아무튼 수령님을 모실 정자인데 좋다는거야 다 해봐야지···》

늙은이의 표정은 진지하였다. 농장원들은 지난 여름 그늘 한점 없는 곳에 수령님을 모시였던 일을 상기하면서 모두 눈을 슴벅이였다.

《관리위원장, 이건 미신이 아닐세. 용마루에 물을 붓는것은 모름지기 기와가 제대로 들어앉았는지 알아보자는거겠지. 자, 관리위원장이 지붕으로 올라가서 물을 쏟아붓게.》

《제가요?》

배련실은 무안을 타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하였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그러라고 떠들썩하는바람에 그는 어쩔수 없이 사닥다리를 타고 지붕꼭대기로 올라갔다. 지붕우에는 푸른 하늘이 열려있었다. 청록색 논벌 저켠에는 감나무 우거진 천도산이 아침해빛에 유난스레 푸름을 떨치고있었다.

《어서 물동이를 올려보내시오.》

키다리청년이 사닥다리를 딛고서서 성수가 난듯 녀인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밑에서 사나이들이 흥타령을 뽑으며 녀인들이 이고있는 물동이들을 받아서 키다리청년에게 넘겨주었다.

《천태리청수 곡상으로 넘어간다!-》

옻칠을 한것처럼 반들반들 윤기가 도는 새까만 물동이 3개가 마침내 지붕우에 올라왔다.

배련실은 동이안에서 일렁거리는 물을 이윽토록 들여다보았다. 밝은 웃음을 띤 그의 얼굴이 동이안에서 흐느적거리고있었다. 그는 이름할수 없는 기쁨에 가슴이 뻐근하였다. 하지만 이제 용마루에 붓는 물이 지붕밑으로 새면 어쩔가싶어 마음이 조이기도 하였다.

《뭘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소? 관리위원장, 어서 붓소!》

밑에서들 재촉이 불같았다.

드디여 배련실은 물동이 3개를 용마루에 연방 기울이였다. 억수로 쏟아진 물은 지붕의 물매를 따라 기운차게 흘러내려 추녀끝에서 쭈륵쭈륵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물이 샙니까?》

키다리청년이 사닥다리밑을 굽어보며 소리쳐 물었다.

《한방울도 새지 않소. 합격이요! 합격!》

지붕밑에서 저마끔 환성을 올렸다. 손벽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정자건너편 마을길에서 무엇이 바스라지는것 같은 새된 소리가 울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요?》

모두들 돌아서서 소리가 울리는 마을 길쪽을 지켜보았다. 아래우 누런 옷을 입은 조그마한 령감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달려오고있었다. 그가 무어라고 연방 소리를 지르는데 그것이 마치 비명소리처럼 아츠러웠다.

《저 고아대는게 덕칠령감이 아니요?》

《그래, 그 령감이요!》

덕칠령감이란 오랜 작업반장이고 지금은 농장벌의 물관리공으로 일하고있었다. 칠순이 넘은 체소한 로인이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순식간에 정자앞에 이르렀다.

그는 숨이 차서 말을 못하고 그저 바른 손을 내흔들며 《저기··· 저기.》하고 반벙어리같은 소리를 하였다. 헐떡거리는 늙은이의 주름진 두볼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아바이, 무슨 일이예요?》

배련실은 놀란 얼굴을 하고 물었다.

《관리위원장! ··· 저기에··· 올벼를 심은 3작업반 포전에서 첫 이삭이 패려고 해··· 벼이삭이 돋아나오려구 한다니!》

《벼이삭이?!》

정자앞에 모여선 온 군중이 약속이나 한듯 거의 동시에 큰소리로 반문하였다.

《첫 이삭이 벌써 돋아나려 하다니?! 거 경사로구만, 경사야··· 원 형님두, 그런걸 질질 울며 아부재기를 치니 난 무슨 변이 난줄 알았소.》

《건설고문》이 덕칠에게 다가오더니 잔등을 철썩 쳐갈기였다.

《어디 그러지 않게 됐나. 우리 수령님께서 연백벌에 첫 이삭이 패면 만사전페하고 오시겠다구 하지 않았나···》

그렇다, 천태리사람들은 첫 이삭이 패는 이날을 기다려 정자건설을 다그쳤던것이다.

《이제 수령님 오시면 여기에 모시리라··· 첫 이삭 만세, 만세!》

키다리청년이 두팔을 우로 한껏 뻗치면서 시 한구절을 읊고 만세를 웨쳤다. 그리고는 《우리 덕칠아바이 제일이야.》하더니 체소한 늙은이의 몸을 어린아이처럼 갑삭하게 들어올리고 껑충껑충 뜀질을 하며 돌아갔다.

《가만, 이걸 놓게. 또 한가지 희한한 소식이 있네··· 이자 방금 리당부비서가 전하는데 조선중앙방송에서 낮 12시에 중대방송이 있다네.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들으라고 하데.》

《중대방송이요?》

농장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벌써 제네바에서 조미회담소식이 왔는가? 아니면 북남최고위급회담과 관련한 무슨 새 소식이 있는가?

《한사람도 빠짐없이 들으라는걸 봐서 우리 수령님께서 무슨 중대연설을 하실것 같아···》

덕칠령감이 짐작하고 하는 소리였다.

벌써 11시가 되였다.

《자, 그럼 모두 손 씻고 옷 갈아입고 회관에들 모이세요.》

배련실이 가벼운 마음으로 농장원들에게 지시하였다.

농촌문화회관은 삽시에 초만원을 이루었다. 농장원들은 모두 어버이수령님의 영상을 뵈옵게 되리라는 기쁨을 안고 수선거리였다.

배련실이도 십중팔구 그러리라고 생각하면서 리당비서와 함께 회관 중심근방에 자리를 잡고앉았다.

정각 12시! 애국가의 장중한 주악이 울리는 가운데 공화국기발이 휘날리고 뒤이어 방송순서예고도 없이 이례적으로 방송원이 불쑥 화면에 나타났다.

언제나 활력과 정열에 넘쳐 힘있는 목소리로 당의 뜻을 전하군 하던 방송원의 음성은 시작부터 끝없는 슬픔에 젖어있었다.

《우리의 전체 로동계급과 협동농민들, 인민군장병들, 지식인들과 청년학생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와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1994년 7월 8일 2시에 급병으로 서거하시였다는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온 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알린다···》

순간 너무나도 청천벽력같은 비보에 배련실은 부들부들 떨며 소리질렀다.

《아니, 저 무슨 말을···》

그는 자기 귀를 의심하며 리당비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리당비서도 실색한 얼굴을 하고 굳어져있었다.

(아니야, 내가 잘못 들었어.)

배련실은 머리를 저었다. 그러다가 방송원의 슬픔에 젖은 얼굴과 침통한 목소리 그리고 비보의 마디마디의 뜻을 새기게 되자 《아!》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고 그만 회관 세멘트바닥에 굴러떨어졌다.···

그 시각 온 나라 기관기업소, 공장과 농장, 군부대와 학교, 마을과 가정, 나라의 모든 곳에서 일시에 곡성이 터져올라 세상은 순식간에 온통 비애와 눈물의 바다로 되였다.

수령님의 교시를 받들고 발전설비생산을 현지에서 지휘하던 대안의 기사장도 안달수와 림근상의 아들들도 락원의 로동자들, 갑산의 광부들, 어린이들, 이 나라 모든 인민들이 땅을 치며 가슴을 치며 비애의 곡성을 터뜨리였다.

그날부터 평양으로 향하는 수십갈래의 도로와 오솔길로는 지방들에서 삼삼오오 떼를 지어 떠난 수백수천의 각계층 인민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그들속에는 안주탄광의 11명 나어린 소년단원들도 있었다. 그들은 200여리의 길을 눈물을 뿌리며 맨발로 달음쳐왔다.

텔레비죤방송으로 들은 그 청천벽력같은 비보도 어른들의 통곡소리도 그애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럴수 없어··· 그럴수 없어··· 가서 알아보자.》하고 그애들은 떼를 지어 길을 떠났다. 기차를 리용할수도 있었으나 차시간이 맞지 않아 신발을 벗어든채 낮과 밤을 이어 달려왔던것이다.

그 시각 서울과 부산을 떠난 남녘의 조문단들이 총검이 막아서는 북행길에 오르고 80고령 나이로 안해의 부축을 받아서만이 움직이는 중국의 전 흑룡강성 성장이며 동북항일련군 로전사인 진뢰일행이 할빈으로부터 근 3천리길을 승용차를 타고 달려오고있었다.

수령님의 서거와 더불어 벌어진 이런 가슴터지는 일화는 천인지 만인지 그 수를 세일수가 없었다.

 

스위스에 체류하고있던 조미회담 우리측 단장인 문선규는 무슨 소리엔가 놀라 잠에서 깨여났다. 그는 침대곁의 탁상등을 켜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는 지금 조국은 몇시일가 하고 생각했다.

고국을 떠나 외국에 와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모든것을 조국과 련결시켜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리 좋은곳에 와있다 해도 하루밤을 자고나면 조국을 그리워했다. 거기에 수령님께서 계시고 장군님께서 계시기때문이였다.

문선규는 어제 미국대표단과 첫날 회담에 마주앉았고 조국에서 가지고간 조미합의문초안을 제출했다. 미국대표단은 한번 읽어보고는 가타부타없이 연구해본 다음 자기들의 의사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회담 첫순간부터 앙탈질을 하던 그들로서는 아주 신중한 자세라고 할수 있었다. 카터와의 평양회담에서 보여주신 수령님의 위엄과 영향력이 이 회담탁에 미치고있는 결과라고 문선규는 생각했다.

오늘은 7월 9일, 2일 회담이 진행될것이다. 문선규는 이번 3단계회담이 순조로울것이며 며칠내로 회담을 성과적으로 결속하고 돌아갈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승리의 보고를 받고 기뻐하실 수령님의 영상을 그려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또 얼마나 기뻐하실것인가?

수령님의 전송을 받고 떠나는 문선규네를 따로 만나신 장군님께서는 회담을 성공시켜 수령님께 꼭 기쁨을 드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까지 하시였던것이다.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문선규는 자기가 그 소리에 깨였다는것을 알았다.

전화종이 다시 울렸다. 그것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울리고있었다.

《문선규 전화받습니다. 누구입니까?》

전화를 걸어온것은 제네바주재 우리 나라 대사였다.

《문선규동지를 바꾸어주십시오.》

대사의 목소리가 숨가쁘게 요구했다.

《제가 문선규라고 하지 않습니까?》

문선규가 혀를 차며 대답하였다. 그랬음에도 웬일인지 송수화기에서는 계속 문선규를 바꾸어달라고 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 침착한 편인 대사가 덤비며 허둥거리는것으로 보아 무슨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였다.

《빨리 바꾸어주시오. 지금 이상한 소식이 들어왔단 말입니다.》

순간 문선규의 뇌리에 의혹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첫날회담이 순조롭게 시작되자 뒤에서 무슨 모략이라도 꾸며지고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동무, 왜 그럽니까?》

《아, 문선규동지···》

상대방은 비로소 그가 문선규임을 알아차린듯 했으나 다음은 목이 갈린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한참만에야 문선규는 그 가슴에이는 부고에 접하였다. 그러나 그는 노발대발하였다.

《이건 날조란 말입니다. 회담을 파탄시키기 위해 누가 꾸며낸 허황한 소리란 말입니다. 대사동무, 그따위 소리를 어찌 믿을수 있는가말입니다. 예?》

《물론 그렇습니다. 제가 그걸 믿는다면··· 중죄가 될줄을 알고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만 입을 다무시오!》

문선규는 송수화기를 팽개치듯 탕 놓아버리고나서 격분을 삭이느라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붙여물었다.

그때 전화종이 또 울렸다.

대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허나 분명 같은 사람의 목소리인 지금의 목소리는 울음이 칵 엉켜 누구의 목소리인지 또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갈루치가··· 갈루치가···》

《그가 어쨌다는겁니까?》

《그가 대사관을 조의방문해도··· 일없겠느냐··· 하면서···》

《뭐라구요?!》

순간 문선규는 굳어졌다. 그러면서도 생각은 전혀 다른데 가있었다. 그는 회담반대자들이 음모를 꾸며도 대단히 크게 꾸민다고 생각했다. 대사의 중얼거리는듯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갈루치는··· 이 나라 통신이 조선중앙통신을 받았다고 하면서··· 모든것이 사실이라고 하였습니다.》

《곧 조국을 찾아 중앙통신사와 련결해주시오.》

문선규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송수화기를 놓았다. 그가 조국을 찾은것은 그 무엇을 확인하자고 하기보다 화김에 그렇게 한것이였다.

잠시후 문선규는 조선중앙통신사와 련계를 가지고 모든것이 사실임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송수화기가 툭 떨어졌다. 이와 함께 침대우에 쓰러졌다.

얼마후 그는 갈루치와 마주앉아있었다. 그는 자기가 어떻게 의식을 차렸으며 침실로부터 응접실로 걸어나와 갈루치를 맞이했는지 알지 못했다. 중병을 앓고난 사람처럼 온몸이 나른했고 귀속이 멍멍했다. 허지만 그는 여기서 조국을 대표하여 갈루치를 만나야 하였다.

문선규는 마음을 다잡고 앉아서 미국대표단의 공식조문을 받고있었다.

갈루치는 슬픔에 잠긴 어조로 정중히 조의를 표했다.

《단장선생, 나는 김일성주석의 급서에 대하여 우리 미합중국대표단의 이름으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합니다. 아울러 나는 우리의 존경하는 빌 클린톤대통령도 조의성명을 냈다는것을 알려드리는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문선규는 고개를 숙이고나서 갈루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기름한 얼굴에는 진심이 넘치고있었다. 문선규는 그와 수십번도 더 마주앉았었지만 지금과 같은 표정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인사치레가 아닌 인간의 진심이 비껴있었다.

문선규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갈루치의 전에 없는 그 표정으로 하여 수령님의 위상이 새삼스럽게 눈앞에 떠오르고 위인중의 위인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또 가슴을 미여지게 했던것이다.

《세계의 위인을 잃었습니다.》

공식조의를 표시하고난 갈루치가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인 자세로 돌아온 그의 표정은 더욱 진실했으며 눈가에 이슬조차 번쩍했다.

그 순간 문선규는 그앞에서 참고있던 오열을 터뜨리였다. 흐느끼며 손수건을 꺼내는 그를 지켜보며 갈루치가 말했다.

《당신들의 심정을 리해할만 합니다.》

이윽고 문선규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미안합니다. 갈루치선생, 나는 당신에게 한가지 량해를 구할것이 있습니다.》

《예. 어서···》

문선규의 얼굴에 그 어떤 비장하고 단호한 빛이 어렸다.

《우리는 회담을 중지하려고 합니다. 우리 대표단은 이제 곧 귀국하려고 합니다.》

《?!···》

회담중지소리가 나오자 갈루치가 깜짝 놀라며 두팔을 쩍 벌려보였다. 문선규가 매우 중대한 결심을 본국의 승인도 없이 아무 꺼리낌없이 상대방에게 통고하였던것이다. 참말이지 어떻게 마련된 회담인가.

하지만 문선규는 단호히 반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 갈루치선생.》

《리해할만 합니다.》

갈루치는 애매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예리하게 상대를 살피고있었다. 그는 던지듯 한마디 하였다.

《새 지도부의 지시가 필요하겠다는거겠지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회담은 다시 이어질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새 지도부란 김정일장군님이시기때문입니다. 김일성동지이시자 김정일동지이십니다!》

문선규는 확신성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갈루치는 그 말을 리해할수 없다는듯 다시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문선규는 그의 표정을 더 살피고있을 경황이 없었다. 그의 온 넋은 하나의 강렬한 지향으로 불타고있었다. 어서 조국으로 돌아가자!···

그리하여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조미3단계회담에 참가했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은 회담중도에 귀국의 길에 올랐다.

비행기안에서 문선규는 다시한번 생각했다. 어떻게 마련되였던 회담인가. 하지만 조국의 승인도 받음이 없이 돌아간다. 나는 대표단 단장이기 전에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며 상제이다. 아버지의 부고를 받은 자식의 도리를 지키러 가는것이다. 무엇이 죄될것이 있는가? 그는 제네바주재 우리 나라 대사로부터 자기가 국가장의위원회 성원으로 선출되였다는 통보를 받은데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있었다. 설사 잊지 않았다한들 그것이 무슨 대수인가. 그는 지금 이 나라 수천만 인민들과 같이 위대한 어버이의 한 아들이였다.

문선규가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베이징공항에 내렸을 때 거기에는 세계 각지에 나갔던 여러 대표단들이 모여와있었다. 수백명도 넘는 사람들이 비행기와 렬차시간이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수단과 방법으로 여기까지 다달았는지 모를 일이였다. 그들은 정기비행기나 정기렬차 아니면 각종 운수수단을 리용한 사람들이였다.

그 사람들 가운데는 중국의 광주에서 하루낮과 밤동안에 손수 자동차를 몰며 달려온 사람들도 있었고 지어 동남아시아지역에서 화물렬차의 차장실에 붙어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비행장에는 해외교포들도 있었다.

문선규는 그들속에서 면식이 있는 재미교포 손원태와 재미언론인 리영숙, 남조선 《국제일보사》 사장도 만났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문선규는 그때까지 집요하게 간직하고있던 신념, 어버이수령님께서 절대로 떠나가실수 없다는 그 생각이 허물어짐을 의식하였다.

비행기가 리륙하였다. 그러자 비행기안은 흐느낌소리로 가득찼다. 남의 나라 공항이여서 참고있던 울음이 터진것이다. 손원태의 어린애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유별나게 크게 들리였다. 깍지낀 손등에 얹은 그의 백발의 머리가 풍을 만난것처럼 와들와들 떨고있었다.

수령님의 서거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의 고통을 주고있는가. 이러한 생각을 하던 문선규의 눈앞에 불현듯 김정일동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그는 어떤 억센 손아귀에 사정없이 심장이 비틀리우는것 같은 아픔을 느끼였다. 누구누구해도 그이의 고통이 제일 클것이다. 그이께서 지금 어찌하고계시는지···

미구에 비행기는 조국의 령공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시창으로 낯익은 강산을 내려다보며 더욱 크게 울었다. 아, 이 강산에 이제는 어버이수령님께서 계시지 않는구나!

평양비행장에 내린 문선규는 수원들과 함께 만수대언덕으로 향하였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만을 안겨주던 이 희망의 언덕으로 일찌기 있어보지 못한 비애의 강물이 흐르고있었다. 문선규네도 천인지 만인지 셀수 없는 눈물의 인파에 섭쓸렸다.

수령님의 동상밑 대돌우에는 이 나라 인민들의 눈물에 젖은 꽃다발과 꽃송이들이 겹겹이 쌓이였다. 진정 그 누가 어버이수령님의 동상앞에 추모의 꽃다발을 드릴 날이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할수 있었던가?

문선규네는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전같으면 조미회담 우리측 대표단인 그들에게 저마다 양보하였을것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사람들은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저마다 수령님동상앞으로 더 빨리 다가가려고 하였다. 그들속에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도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들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만수대언덕으로 찾아왔다.

국적과 나라에 관계없이 온 인류가 울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