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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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오후였다.

연백벌로 나갈 차비를 하고있던 안덕상은 낮 4시까지 오삼수가 일하는 수령님의 저택시험포전에 도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지시는 당중앙위원회의 조직부의 한 일군을 통해 전달되였다. 지금까지 수령님의 서기실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던 그는 당조직을 통하여 하달된 이번 지시가 자못 이상스러웠다.

그가 시험포전에 도착하였을 때 오삼수로인은 길옆 강냉이밭에서 호미질을 하고있었다.

안덕상은 오랜 기간 농업부문의 간부로 사업하는 과정에 오삼수와도 자주 접촉하여 서로 무랍없는 사이였다. 그는 로인에게 찾아온 까닭을 말하고 넌지시 물었다.

《로인님,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까?》

《···》

대꾸없이 흘깃 안덕상을 쳐다보던 오삼수가 밭가운데 정자쪽으로 스적스적 걸어갔다. 따라오라는 뜻인것 같았다.

(저 령감이 성난 사람처럼 왜 저렇게 말도 하지 않는가?)

안덕상은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미구에 그는 로인을 따라 정자우에 올라섰다. 담청색기둥에 합각지붕을 얹은 마치 명승지의 고적처럼 운치를 돋구는 정자였다. 그 정자는 몇해전에 김일성동지께서 오삼수를 위해 친히 도안을 떠서 지은 농막대용의 휴식터였다. 거기서는 수령님의 저택시험포전이 한눈에 바라보이였다.

지금 포전이 널려있는 골짜기안은 내리쬐는 해별에 삼가마처럼 열기를 뿜어올리는듯 했다. 곡종별로 갈라놓은 포전이 바둑판처럼 펼쳐졌는데 몇정보가 될지 몰랐다. 거기에는 논밭, 강냉이밭, 콩밭, 감자밭, 과수밭, 남새밭··· 없는 포전이 없으며 사람이 먹을수 있는것이라면 다 심어놓은것 같았다.

안덕상은 포전들을 한참 둘러보느라니 자기가 여기로 오게 된 까닭이 이 시험포전과 관련되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령님의 저택시험포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한두번 와보기도 했지만 그이께서 이렇듯 넓은 면적에 없는 곡종이 없이 다 심어놓고 농사를 연구하시는줄은 모르고있었다.

수령님의 로고가 사무치게 느껴짐과 동시에 농업전사로서 구실을 못하고있다는 자책감이 밀물처럼 가슴에 밀려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정자에서 내려와서 포전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강냉이밭을 지나 논에 이른 안덕상은 《연백-100평》이라고 쓴 수령님의 친필로 된 패쪽을 보고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 100평의 땅은 연백벌의 농사를 시험하기 위해 그곳에서 심은것과 같은 벼종자를 심은것이였다. 수령님께서 이제는 젊으신 때처럼 이 나라 여러 농장들을 마음대로 찾아다니기가 힘드시여 그처럼 《모의농장벌》을 만들어 각 지방의 농사형편들을 알아보고 살펴보시는것이였다.

《부위원장, 이걸 보게!》

뒤따라온 오삼수가 자그마한 수첩을 내주었다. 포전일지였다. 로인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표정은 여전히 성난것 같이 엄하였다.

아직 젊은이들처럼 생기가 도는 로인의 눈빛은 《수령님께서 농사일때문에 이처럼 마음을 쓰시는데 네녀석들은 도대체 무슨 흥타령을 부르고있느냐.》하고 꾸짖는듯싶었다.

수첩에는 6일, 8일, 10일, 13일··· 수령님께서 돌아보신 날자로 짐작되는 로인의 넙적글자가 눈에 띄였다. 번지느라고 번진 장이 그러하였다. 포전일지를 보면 수령님께서 6월달만도 하루건너 한번씩은 거의 빠짐없이 여기에 나오시였다. 안덕상은 그 날자들이 대체로 연백에서 수령님의 전화를 받은 날이라는것을 상기하였다.

또 한장 수첩을 번지는 안덕상의 손길이 수전증이 온것처럼 떨리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오삼수동무, 첫 이삭이 패는 날자를 잊지 말고 적어놓으시오. 그리고 연백벌은 어떤가 알아보시오. 6월 23일 오후 8시 10분)

수령님의 말씀을 그대로 적어놓은것이였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안덕상의 눈에 이슬기가 번쩍이였다.

(그러니 어저께 대성구역협동농장에 갔다 돌아오시는 길에 여기부터 들리셨구나!)

안덕상은 가슴이 울렁거리였다. 포전일지의 글자들이 안개에 실리워져 잘 보이지 않았다.

이때 등뒤에서 우렁우렁한 음성이 들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 등뒤에서 걸어오고계시였다.

《아니, 장군님께서?!···》

안덕상은 깜짝 놀랐다.

《그래 시험포전들을 돌아보았습니까?》

《···》

안덕상은 아무 응답도 못하고 서있었다.

《예. 몇군데 돌아보았습니다.》

오삼수가 대신 말씀올리였다.

《로인님, 이젠 댁으로 들어가보십시오.》

《예. 그럼···》

오삼수는 고개를 숙여보이고 물러났다.

그이께서는 멀어져가는 로인의 뒤모습을 이윽히 지켜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저 로인은 정말 진국입니다. 나도 근 50년동안 저 로인과 가까이 지냈지요.》

그이께서는 정자로 올라가자고 손짓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걸으시며 조용한 어조로 오삼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시였다.

《광복전에 저 로인은 평북도 삭주에서 소작살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토지개혁이 있은 이듬해 가을에 안해가 지은 베옷 한벌과 옥백미 한말을 지고 수령님을 찾아왔습니다. 땅을 주신 수령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지요.》

그것이 인연이 되여 오삼수는 그후 저택보초병으로 되였다고 한다. 그자신이 수령님을 보위하는 군대가 되고싶다는 소청을 드렸던것이다.

《원래 농사군이니 그는 호위사업을 할 때에도 짬만 있으면 시험포전에 붙어있었습니다. 그는 제대되는 날에 나한테 편지를 썼습니다. 수령님을 모시고 시험포전농사를 도와드리고싶다고··· 그렇게 되여 시험포전관리원으로 사업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정자에 올라와 시험포전들을 잠시 둘러보고 다시 오삼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였다.

《어제밤에 오삼수로인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사업에 방해될가봐 웬간해서는 찾아다니지 않는 로인인데 늦은 밤에 일부러 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왜 왔는가?》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반문하며 안덕상을 바라보시였다. 순간 안덕상은 방금전에 본 오삼수의 노한 얼굴이 련상되면서 가슴이 뜨끔해졌다. 어제밤에 자기와 련관된 무엇인가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었던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저 로인한테 무슨 죄를 졌던가?)

안덕상은 생각해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그에게 생각의 여유를 주시려는듯 말씀없이 서계시였다.

《그 로인이 왜 찾아왔습니까?》

안덕상은 속이 답답해나서 먼저 그이께 물었다.

《수령님의 건강에 대해 걱정하면서 농업부문 간부들을 비판했습니다. 어찌나 분개해서 욕을 하는지 내가 다 죄스러웠습니다. 물론 부위원장동무에 대한 말도 하였습니다.》

안덕상은 낯빛이 컴컴하게 질린채 굳어져버렸다.

장군님께서는 오삼수가 흙묻은 옷으로 앉아쉬군 하는 나무의자에 허물없이 앉으며 옆자리를 권하시였다.

《부위원장동무, 여기 와 앉으시오.》

무척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이였다. 거기에 끌리여 안덕상은 스스럼없이 응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곁에 다가앉은 안덕상의 크고 마디굵은 손을 한참 눈주어보시였다.

《저 로인은 기구식관수시설에 대해 말하면서 농업부문 간부들의 머리가 썩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령님께서 농사일때문에 고생하신다고 가슴을 치며 울었습니다. 노죽이 없는 령감인데 내앞에서 울었습니다. 짝지발식이 있다는걸 수령님께 보고한 사람이 바로 저 오삼수로인입니다. 무슨 일로 대성구역협동농장에 갔다가 거기 작업반장을 만났던것 같습니다.

우리도 그 이야기를 듣고는 분개했습니다. <기구식>에는 농업부문 일군들의 공명주의, 형식주의가 그대로 반영되여있습니다. 머리가 썩었다고 한 로인의 말을 지나치다고 할수 없습니다.》

《···》

안덕상은 고개를 수그린채 한마디 응대도 하지 못했다. 기구식밭관수시설로 말하면 그도 년초부터 적지 않게 관여해왔으므로 그에 대한 비판은 전적으로 자기에게 해당되는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오삼수로인은 농업부문 간부들의 머리를 빨리 고쳐놓아야지 큰일나겠다고 우리에게 정식으로 제기했습니다. 피가 한동이씩 되는 간부들이 수두룩한데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하고 년로하신 수령님을 이 오뉴월 염천에도 논두렁길을 걷게 하는가고 리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건 나에 대한 비판인것 같습니다.》

《장군님!··· 저희들이···》

안덕상은 입을 열었으나 오열이 터져나올것 같아 고개를 돌리면서 뒤말을 삼키였다. 그는 가슴이 터지는듯 하였다.

《오삼수로인의 말이 옳습니다. 정말 이대로 방임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선 농업부문 간부들이 모두 수령님의 저택시험포전을 와보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그전에 여러번 와보았지만 다시 와보면 생각되는것이 있을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움쭉 의자에서 일어나시였다. 안덕상이도 따라 일어섰다.

한동안 시험포전을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도 여기로 나올 때면 우리 인민의 풍족한 생활을 위해 한평생 애써오시는 수령님의 로고가 안겨와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하시였다.

《수령님께서 이전에는 시험포전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다루어오시였습니다. 지금은 년세가 높아지고 시험포전의 규모가 커져서 할수 없이 조력을 받지만 이전에는 시험포전을 전적으로 자신께서 직접 다루시였습니다. 해방후 우리 어머님이 도와드렸고 그후 나도 더러 받들어드렸으나 대부분 수령님께서 맡아하셨습니다. 이전에 사시던 댁에서 여기로 옮겨올 때 제일 아까와하신것이 시험포전을 두고온것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회포에 잠겨 정자안을 천천히 한바퀴 도시고 나무의자에 돌아와 앉으시였다. 안덕상은 그때까지도 얼어붙은 사람처럼 한자리에 까딱 않고 서있었다.

《어디 시험포전뿐입니까. 수령님께서는 온 나라의 농장벌을 끊임없이 걸어오셨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절 가리지 않고 농사일때문에 애써오셨습니다. 가물 때는 물을 주자고 애쓰시고 탕수가 날 땐 물을 막아주자고 갖은 험한 일을 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 수리화가 완성되고 서해갑문과 같은 창조물이 생겨나지 않았습니까··· 이 사랑에 비하면 우리 일군들이 수령님께 바치는 마음은 너무 부족합니다. 부위원장동무, 그렇지 않습니까?》

안덕상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쳐들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허나 무슨 말로 심중의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몰라 다시 머리를 떨구었다.

《나는 부위원장동물 비판하자고 이런 말을 하는것이 아닙니다. 오삼수로인이 제기한 문제를 좀 토론해보자는것입니다. 년로하신 수령님께 계속 농사부담을 끼쳐드려야 하겠는가. 그게 과연 불가피한 일인가? 말로써가 아니라 실지로 수령님께 농사걱정을 놓게 해드릴수 없겠는가?···》

시내물같이 조용히 이어지던 김정일동지의 음성이 돌연 폭포수소리처럼 격렬하게 울리였다. 그리고 얼굴에는 혈조가 오르고 두눈에서 광채가 번쩍이였다.

《사실 6월달은 수령님께서 카터와 회담이나 하고 일체 다른 일을 하시지 않기로 되여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하루도 휴식하시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카터와 회담하시던 그무렵에도 수령님께선 농업부문과 정무원에서 할 일들을 도와주느라 쉬시지 못했습니다. 기억이 납니까?》

물론 안덕상은 기억하고있었다. 카터가 평양에 오기 전날인 6월 14일에는 수령님께서 라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개발과 수력발전소건설문제로 관계부문 일군들과 협의회를 하시였고 카터가 평양을 떠난 다음날인 6월 19일에는 온천군 금당협동농장에서 그리고 6월 21일과 23일에는 대성구역협동농장에서 새로 만든 밭관수시설들을 보아주시였다.

《부위원장동무, 다시 말하는데 수령님께서 계속 포전길을 걸으셔야 하겠습니까?··· 농업부문 일군들의 힘으로 농사를 못짓겠습니까?》

강렬한 념원과 지향으로 온몸을 불태우는듯 한 김정일동지의 어조에 열기가 확확 풍기였다.

《장군님! 맹세합니다. 장군님의 뜻대로 꼭 하겠습니다.》하고 안덕상은 소리쳐 대답을 올리고싶었다. 하지만 그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쉽고도 가볍게 대답할 일이 아니였던것이다. 그이앞에서 그와 같은 대답이야 벌써 몇번이나 했던가. 언제나 맹세는 잘하고 대답도 열렬했지만 현실적으로 수령님께서는 나라의 농사를 맡아 험한 두렁길을 걷고계시지 않는가.

사실 지금 국제혁명과 조국통일사업만 하여도 수령님의 부담이 크다는것을 모르고있는 농업부문 간부는 하나도 없었다. 카터와의 회담을 통해 조미관계의 새 국면을 열어놓으신 수령님께서 이제 또 북남최고위급회담이라는 력사적인 중대사업을 마련하고계신다는것도 세상이 다 아는 사실로 되였다. 조만간에 최고위급회담을 위한 북남예비회담이 있게 되여 조국땅은 그 어느때보다도 통일기운에 넘쳐있고 인민들은 민족통일의 구성이신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하고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 농업부문 간부들은 수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무더운 날씨에도 농촌길을 걸으시게 하였으니 인민들이 무어라고 하겠는가.)

안덕상은 오삼수의 소리가 바로 인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던지 안덕상은

《부위원장동무, 왜 아무 대답이 없습니까?》하시는 김정일동지의 물으심을 듣고 머리를 쳐들었다.

《장군님! 제 무슨 낯으로 감히 대답을 올리겠습니까··· 거짓맹세야 백번을 한들··· 이젠 오직 실천으로···》

안덕상은 눈을 지리감으며 고개를 다시 수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일어나서 그에게로 다가가시였다.

《그렇게 말을 하니 고맙습니다. 부위원장동무도 알고있는것처럼 지금 수령님의 어깨에는 통일의 짐, 국제혁명의 짐이 무겁게 실려있습니다. 요즘에도 벨지크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하여 외국의 당수들과 정계인물들로부터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겠다는 공식방문요청이 계속 들어오고있습니다. 이것은 누구도 대신할수 없는 력사의 짐입니다. 그러나 농업문제, 경제문제 같은거야 왜 우리 일군들이 맡아할수 없단 말입니까. 할수 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있는것이 안타깝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애가 타시는듯 주먹을 들어 흔드시고 몇발자국 앞으로 걸어나가시였다. 안덕상은 그이를 따라가며 말씀올리였다.

《장군님, 저희들이 비판하고 고치겠습니다. 이 맹세만은 정말 빈말공부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나는 믿겠습니다. 우리 함께 농사를 맡읍시다. 수령님께선 최고사령관에게 농사부담까지 줄수 없다고 하시지만 우리야말로 수령님께 더는 농사부담을 드릴수 없습니다.》

《장군님!》

안덕상은 무어라 이름할수 없는 격정에 사로잡혀있었다.

《우선 부위원장동문 수령님께서 연백벌을 걱정하시지 않게 해드려야 합니다. 이 염복에 또다시 연백벌 두렁길을 걸으시게 해선 안됩니다.》

《···》

순간 안덕상은 첫 벼이삭이 팰 때면 꼭 연백벌에 나가보겠다고 하신 수령님의 말씀을 상기하고 얼굴을 붉히였다. 그러실 때 그는 수령님을 만류한것이 아니라 연백벌인민들도 수령님께서 오실 날을 기다리고있다고 하며 오히려 그이의 말씀에 기쁨을 표하였다.

안덕상은 그 사실을 김정일동지께 솔직히 터놓았다.

《전 정말 불효막심한놈입니다.》

《부위원장동무, 그건 탓할 일이 아닙니다. 인민들이 수령님을 뵙고싶어하는건 사실이 아닙니까. 수령님께서도 연백벌농민들과 약속하셨기때문에 꼭 가실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것은 작년에 연백벌에 가셨을 때처럼 무리하게 논두렁을 걸으시게 해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연백벌사람들도 수령님께서 다시는 두렁길을 걷지 않게 하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있습니다.》

안덕상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도 역시 자나깨나 그 생각입니다. 부위원장동무, 앞으로 연백벌농사에서 걸린 문제가 제기되면 모두 나에게 보고하시오.》

《!》

안덕상은 뜨거운것이 명치를 치받아올라 더는 응대를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녁해빛에 붉게 물든 안덕상의 얼굴을 간절한 눈빛으로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돌아오신것은 외등이 푸릿하게 켜진 때였다.

집무실에서 제일먼저 그이의 눈에 띄인것은 책상일력이였다. 집무탁에 마주앉으신 그이께서는 일력에 적혀있는 자신의 필적을 이윽히 들여다보시였다.

《두가지 문제!··· 해당 일군들과 토의할것.》

두가지 문제란 바로 농업과 정무원 사업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어깨에 얹혀있는 이 두가지 부담을 모두 덜어드릴 결심이였다.

농업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될것 같으시였다. 그러나 정무원과 관련된 경제사업은 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였다. 그것은 농업문제처럼 간부들에게 수령님의 사업부담이 많으니 동무들이 다 맡아하라는 식으로 말씀할수는 없으시였다.

지금 그이의 집무탁에는 정무원에서 올려보낸 문건들이 무드기 쌓여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문건들을 이미 료해하시였고 따라서 정무원의 실태를 손금처럼 꿰뚫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문건 하나를 손에 들고 생각에 잠기시였다. 현재 정무원과 련결된 경제사업은 많은 면에서 걸려있었다. 그때문에 인민생활에 지장을 받고있으며 그것이 우리 나라 사회주의제도의 영상을 흐리게 만들수도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이 가슴아프시였다.

경제사업이 안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적들의 경제적《봉쇄》때문인가? 물론 현재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 경제사업을 하고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적들의 경제적《봉쇄》나 군사적공세에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였다. 여기서도 걸리고있는것은 간부들의 정신상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정무원책임제, 중심제에 대하여 강조하여왔으나 정무원 책임일군들은 그것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구태의연히 사업하고있었다.

실태가 이러하기때문에 수령님께서는 7월초순경에 나라의 경제문제를 풀기 위한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를 소집하되 그 회의를 자신이 직접 지도하겠다고 하시였다.

정무원총리는 그에 대하여 기뻐하면서 수령님께서 지도해주시면 경제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이께서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였다.

어찌하여 농사도 수령님께서 맡아야만 제대로 되고 경제도 수령님께서 돌보아야만 전진이 일어나는가.

우리 일군들이 수령님처럼 밤잠을 자지 않고 일하고 애쓰고 수령님처럼 이신작칙하고 인민들속에 들어가 고락을 같이하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혜를 발동시킨다면 왜 제대로 되지 않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저녁 9시가 되였다. 정무원책임일군과 전화로 만나도록 약속한 시간이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송수화기를 들고 정무원책임일군을 부르시였다. 지금까지 대기하고있은듯 수화기에서 침착하고 조용한 정무원책임일군의 목소리가 울리였다.

《어떻게 됐습니까? 그 문제를 토의해보았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정무원책임일군에게 물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오늘아침 그와 마주앉아 수령님의 부담을 덜어드릴데 대한 문제를 토의하시면서 7월초순경에 예견한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를 맡아보도록 권고하시였다. 지금 그 답변을 요구하고계시였다.

《예. 부총리동무들과 진지하게 토론해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웬일인지 인차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이께서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시였다.

이윽하여 정무원책임일군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리였다.

《이번 회의는··· 북남경제합작문제까지 취급하는 매우 포괄범위가 넓고 중대한 회의이기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모두 자신을 가지지 못하고있습니다.··· 이번만은 수령님을 모시고 다음번부터는 제가 맡아서 해보겠습니다.》

그는 이삼십초면 간단히 할수 있는 이 말을 오랜 시간을 끌면서 무척 힘들게 하였다.

《<이번만>이라는 그것이 문제입니다. 다음번에 가서 또 <이번만>이 됩니다. 허허허···》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도 도와주겠으니 자신을 가지고 해보십시오··· 우리도 그 회의가 간단치 않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는 마음을 안고 달라붙으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장군님께 부담을 끼치는거나··· 수령님께 부담을 끼치는거나···》

《일없습니다. 나야 젊지 않습니까···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그럼 해보겠습니다.》

물기에 젖은 그의 목소리가 몹시 떨리고있었다.

《그럼 수령님께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그이께서는 긴 숨을 쉬시고 집무실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짐은 더 무거워졌으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시였다.

그이께서는 이날밤 11시에 수령님께 두가지문제에 대하여 보고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보고를 받고 오래도록 생각하시더니 《고맙소. 조직비서의 의견을 따르겠소.》하고 대답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표정을 짓고 책상일력장을 넘기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