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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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아침

아침안개가 굼실거리며 기여다니였다.

어저께 서부지구에 내려와 려장을 푼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참가자들은 아침 일찌기 회의장으로 나가 수령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예정된 시간이 지났으나 김일성동지께서는 회의장에 나오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 늦어지시는데 대하여 별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요즈음 조국통일을 위한 무거운 부담때문에 그이께서 몹시 바쁘시리라는것을 회의참가자들은 다같이 느끼고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기들이 참가한 이 회의를 그이께서 지도해주시리라고 굳게 믿고있었다. 그것은 이번 회의가 나라에 조성되고있는 새로운 환경속에서 혁명적경제전략을 관철하여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중요한 문제를 토의하는데다 인민생활과 관련한 문제토의에는 반드시 그이를 모시여왔다는 오랜 기간의 타성때문이였다.

그들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기다리고있었다.

이때 수령님께서는 숙소에서 송수화기를 들고앉아 벌써 20분동안이나 김정일동지와 전화를 하고계시였다.

리대천은 정무원에서 제기된 문건을 드리기 위하여 집무실에 들어섰다가 황급히 돌아서나왔다. 두분사이에 오가는 말씀들이 너무도 심각하였기때문이였다.

지금까지 두분께서는 대체로 전화나 문건으로 사업상 련계를 취하시였지만 극히 중요한 문제가 제기될 때에는 김정일동지께서 직접 금수산의사당으로 찾아가 수령님을 만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집무실을 뜰수 없는 바쁘신 속에서도 당의 로선과 정책과 관계되는 문제에 한에서는 결코 전화를 하는 일이 없이 수령님을 찾아오시였다. 그러한 때의 두분의 호흡은 언제나 일치하였고 순조로왔으며 뜨거웠다. 그것은 김일성동지의 마음이자 김정일동지의 마음이였고 또한 인민의 마음이기때문이였다. 두분은 인민의 행복을 위한 일때문에 자주 마주앉으시였고 밤을 지새우시였으며 인민을 위해 새벽길도 같이 걸으시였고 찬비도 같이 맞으시였다. 두분이 함께 기뻐하고 함께 괴로와하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다 인민을 위한 일때문이였다. 인민을 위한 의논에서 두분의 생각이 엇나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간혹 거리가 멀거나 시간이 급하여 전화를 하시는 경우에 두분의 대화는 몇마디로 짧게 진행되는것이 상례였다. 그것은 두분의 의사는 긴 말씀이 없이도 통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이날 아침만은 두분이 상례를 벗어나 전화상으로, 그것도 긴시간 말씀하고계시였다.

두분의 전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긴장해지고 심각해지는것 같았다. 다만 처음부터 변함이 없는것은 조용한 음조였다. 두분께서는 조용하면서도 저력있는 목소리로 자신들의 의사를 완강하게 주장하고계시였다. 두분께서 의견을 쉬이 합치지 못하시는 일은 실로 처음 있어보는 특이한 사실이였다.

《정 그렇다면 나는 총비서의 권한을 행사하여서라도 회의를 집행할수밖에 없소. 허허허···》

20분이 넘도록 계속된 전화끝에 김일성동지께서 하시는 말씀이였다. 비록 웃으며 하신 말씀이지만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시사해주고있는가. 한평생 《권한행사》에 대하여 반대해오신 김일성동지이시였다.

두분의 의견은 바로 그 문제, 이번 협의회에 수령님께서 참가하시는가, 아니면 정무원일군들자체로 협의회를 하는가 하는 문제로 하여 합치되지 못하고있었다. 총리이하 모든 경제부문 일군들이 그러했던것처럼 김일성동지께서도 이번 협의회를 지방에서 하게 되는데 대하여 만족스럽게 생각하시였다. 인민들과 보다 더 깊이 접촉하기 위하여 지난 기간에도 북청상무위원회 확대회의를 비롯하여 당중앙위원회와 국가의 중요한 회의들을 지방에 내려가서 한 실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서부지구에 오시여 자신께서 경제부문 일군협의회에 몸소 참가해야겠다고 전화를 걸어오실 때 몹시 놀라시였다. 이러시자고 수령님께서 총리에게 지방에 나가 회의를 하라고 권고하시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까지 드시였다.

수령님으로부터 그 전화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이미 약속하신대로 협의회를 정무원책임일군에게 맡기고 몸을 돌보시도록 간절히 권하시였다.

《수령님, 회의부담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삼일씩이나 어떻게 회의를 하신다고 그러십니까. 북남최고위급회담도 앞에 있는데 그 민족운명사를 생각해서라도 몸을 돌보셔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간절히 사정하시였다. 하지만 수령님께서는 이번 경제부문 일군협의회는 통일의 대문을 눈앞에 두고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이기때문에 백사를 제끼고라도 자신께서 꼭 참가하셔야 되겠다는것이였다. 이렇게 시작된 전화가 아직 아퀴를 짓지 못하고있었다.

수령님의 요구에 동의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그것을 막아야 하는가. 장군님께서는 이미 여러번 그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시였다. 그때마다 그이의 리성과 감성은 서로 모순되는 대답을 하였다.

랭담한 리성은 협의회의 중요성으로 보아 수령님께서 반드시 회의를 맡아보셔야 하며 그래야 경제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이 일어날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반대로 절절한 감성은 천하없는 큰일이 있어도 무조건 수령님께 휴식을 보장해드려야 한다고 고집하였다.

사실 수령님께서는 회담이 있은 6월중순부터 지금까지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위한 예비회담과 실무자회담 등 통일문제와 관련된 사업들을 돌보시느라 지내 과도한 흥분을 안고 지내시였다.

그이께서는 통일이란 말만 들어도 흥분하시여 잠들지 못하시였다. 하기야 분단 50년에 얼마나 갈망해오시던 통일인가.

력사적인 북남최고위급회담이 눈앞에 다가오고있으니 이제 그이의 흥분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고조될것이였다. 그런 형편에서 수령님께서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까지 맡아하시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구나 이 협의회는 취급될 내용으로 보아 그 어느 회의보다도 수령님께 흥분을 자아낼수 있는 회의였다.

하기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요구에 동의할수가 없으시였다.

《조직비서동무!》

수령님께서 다시금 조용히 부르시였다. 이때 리대천이 두번째로 집무실에 들어왔다. 수령님께서는 문가에 서있는 그를 얼핏 돌아보시였다. 그를 지켜보시는 그이의 눈빛은 《왜 여기서 우물거리고있소. 회의준비를 하지 않고···》하고 질책이라도 하시는듯 하였다. 리대천은 그이의 엄한 표정에 여기가 질리여 고개를 수그리였다. 그러면서도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는 정무원책임일군들에게 맡기고 김일성동지께서는 휴식하시는것으로 일이 끝나기를 바라고있었다. 하지만 전화는 인차 끝날상싶지 않았다. 그는 총비서의 권한을 행사하시겠다는 수령님의 말씀을 얼결에 듣고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한편 면구스러워 또다시 자리를 피하였다.

《조직비서동무!》

빈 집무실에서 김일성동지의 음성이 울리였다. 여전히 조용하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누구나 그 소리만을 들었다면 두분사이에 아무런 의견상이도 없는것으로 여길수 있었다. 허나 지금 수령님께서는 몹시 애타는 마음으로 세번씩이나 반복하여 김정일동지를 부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응대가 없으시였다.

《조직비서동무! 이번만은 할수 없소. 다음부터는 조직비서의 소원대로···》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잇지 않으시였으나 생략해버린 그 뒤말의 뜻이 오히려 더 강하게 울리였다. 이번만 지내놓고는 김정일동지를 걱정시키지 않겠다, 그렇다, 이번만이다, 통일의 문이나 열어놓고는 쉬염쉬염 일하시겠다는것이였다.

그러나 과연 이번만으로 수령님의 로고가 끝나게 될것인가. 한목표를 점령하면 또다시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하시는 수령님께 있어서 《이번만》이란 도대체 있을수 없는것이다.

하지만 수령님의 그 간절한 요구를 한사코 막아버리고 일방적으로 휴식을 강요한다면 그것도 또한 건강에 유익한것으로 되지 못하는것이다.

하여 그이께서는 점점 더 진퇴량난의 난감한 처지에 빠져들어가는듯싶으시였다.

그랬으나 장군님께서는 다시 사정해보시였다.

《수령님! 회담을 준비하시는 일만해도 바쁘실텐데 이삼일 잘 걸릴 협의회까지 어떻게 맡아하겠다고 하십니까.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무리하면 견디여내지 못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자신의 년세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양복앞깃을 쓸어만지시였다. 그 양복이 두만강역두까지 김정일동지가 가지고나와 입혀주었던 충효의 마음이 깃든 그 양복이라는것을 새삼스럽게 의식하시였다. 평양을 떠나오면서 어찌하여 그것을 입을 생각을 하였던지 그이자신도 모르실 일이였다. 지금 수령님께서는 그 양복을 보며 김정일동지의 충효심을 다시 읽으시였고 이번만 지나면 쉬여야겠다는 생각을 굳히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장군님께서 이 방안에 같이 마주서있기라도 한듯이 송수화기를 쥐지 않은 다른 손을 흔들면서 말씀하시였다.

《조직비서동무, 내가 몸을 돌보며 회의를 할터이니 그리 알고있소.》

《수령님!》

장군님께서는 격한 목소리로 부르시였다.

《내 다음부터는 장군의 소원대로 하겠소. 그렇게 합시다.》

다시금 사정하시는 수령님의 마음은 아프시였다. 장군님께서도 괴로운 심정에서 말씀하시였다.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수령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는것은 제 개인의 소원만이 아니라 인민들의 소원입니다. 인민들이 바라는 일인데 어떻게 모른다고 할수 있겠습니까.》

《···》

김일성동지께서는 말문이 막힌듯 잠자코 계시였다.

《그러니 회의를 정무원 책임일군들한테 맡기고 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회의를 삼복철이 지난 뒤로 미루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지금은 절대로 안됩니다.》

수령님께서는 여전히 말씀이 없이 앉아계시였다. 두분의 무거운 침묵속에서 시간은 흐르고있었다.

(조직비서가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데 회의를 총리에게 맡기고 좀 쉴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일어나시였다. 두분의 전화는 아퀴를 짓지 못한채 중둥무이되였다.

수령님께서는 집무실을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10여분이 지나도록 아무 말씀도 없이 집무실을 천천히 도시였다.

(인민들로부터 건강을 돌보라는 청이 련속 들어온다?)

수령님께서는 방금 장군님으로부터 들은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시였다.

장군님의 말씀은 70년전의 먼 과거를 눈앞에 불러왔다. 그때 아버님이신 김형직선생님께서는 어리신 수령님께 《너는 자기의 몸을 나라에 바친 몸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시였다. 그러시며 아버님께서는 혁명의 길에 나선 사람은 아사, 동사, 타사의 3대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하시였다.

나라와 인민의 운명을 위해 건강을 돌보아야 한다는 아드님이신 김정일동지의 요구와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아버님이신 김형직선생님의 요구는 서로 대조적이였다. 그러나 깊이 따져보고 음미해보면 그것은 서로 다른것 같지만 나라를 위해 더 많이 헌신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같은것이였다.

아무튼 수령님께서는 아버님의 그 당부를 받고 혁명의 길에 나섰고 지금까지 한평생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하시였다. 그리하여 조국을 광복하고 이 땅에 사회주의락원을 일떠세우시였다. 그러나 혁명의 길에 나서신 첫날 붉은기앞에서 다진 맹세를 다는 실현하지 못하였다. 아직도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통일을 못했고 인민들에게 보다 유족한 생활을 마련해주지 못했다. 가야 할 혁명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한데 자신의 나이는 82살이였다.

언제 쉴짬이 있는가. 더구나 통일의 기운이 한껏 고조되고있는 때에 통일과 무관계하다고 볼수 없는 회의를 총리한테만 맡겨놓을수 없지 않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머리를 저으시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달된 결론은 역시 이번 협의회의를 자신이 맡아해야 한다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잠시나마 주저하였던 사실마저 이상스러웁게 생각되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으로 돌아와 송수화기를 다시 드시였다.

《조직비서동무!》

《수령님, 듣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까지 전화기앞에서 기다리고계신듯 인차 응대하시였다.

《나는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았소. 나는 지금까지 혁명을 해오면서 내몸을 당과 인민의 운명과 떼여놓고 생각해본적이 없소. 지금이야말로 조국의 운명이 나에게 더 많이 헌신할것을 요구하고있소. 우리 혁명앞에 언제 오늘과 같은 정세가 조성된적이 있었소? 지금이야말로 내가 분초를 다투어 일할 때요. 다시 말하지만 내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은 건강도 좋고 기분도 좋소. 지금처럼 건강하고 기분이 좋은 때는 평생 있어본적이 없소. 이제 조국통일도 눈앞의 일로 다가왔는데···》

《수령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말씀을 더 기다리지 못하시였다.

《이번만은 저의 의견을 따르십시오.》

《조직비서동무!》

김일성동지의 목소리가 마침내 흥분으로 고조되였다. 그이께서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던 새해 첫날밤에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결심을 다지였던가를 물으시였다.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도 바쁜 해라고 하지 않았소.》

《···》

김정일동지께서는 응대가 없으시였다.

《벌써 회의참가자들이 모여와서 기다리고있소. 그러니 더는 어찌할수 없소.》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침묵이시였다.

《조직비서동무!》

《···》

수화기에서는 그냥 반응이 없었다.

《조직비서동무!》

···침묵, 이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침묵은 가장 큰 웨침이라는 말이 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북받치는 격정을 묵새길수 없고 하실 말씀이 하도 많아 침묵을 지키게 되시는지 몰랐다.

수령님, 그러면 안되십니다. 어찌하여 80고령에 이르신 오늘까지도 자신의 몸을 그리도 혹사하시렵니까. 이 김정일이 절대로 동의할수 없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처럼 뜨겁고 절절한 웨침이 자신의 가슴에 메아리쳐오는듯 하시였다. 하여 안타까이 또다시 장군님을 부르시였다. 그리고 응답을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시였다.···

《수령님!》

마침내 수화기에서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울리였다. 물기에 함뿍 젖은 떨리는 소리였다. 수령님께서도 부지중 목메인 소리로 부르시였다.

《조직비서동무!》

《···》

《내가 왜 협의회에 참가하자고 하는가?》

수령님께서는 불시에 격정을 터치시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나라가 통일되고 우리 인민들이 잘살게 되는것을 보고야 말겠소. 내 그래서 기어이 협의회에 참가하자는거요. 기어이!》

《!》

수령님의 절절한 목소리는 장군님의 가슴을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생각하게 되시였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불태우시려는 수령님의 그 열렬한 갈망을 어찌 막을수 있겠는가.

장군님께서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시였다··· 이윽고 아프신 마음으로 말씀하시였다.

《수령님!··· 수령님의 심정이 리해됩니다.》

《그러니 동의한다는 말이요?》

수령님께서는 기쁘시고 또 뜻밖이시여 성급히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동의합니다.》

《정일동무, 정일이!》

수령님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갈리신 음성으로 그이의 이름을 부르시였다.

《아버님!》

《!》

수령님께서는 하마트면 송수화기를 떨굴번 하시였다. 이 나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늘 《아버지!》라는 부름을 받고계시는 그이이시지만 이 순간에는 참으로 놀라시였다. 김정일동지로부터 오래간만에 《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어보시는것이였다.

아마 인민학교에 입학한 때부터였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년동안 《수령님》, 《장군님》, 《총비서》라고만 하시였다. 간혹 명절이거나 가정적분위기에 휩싸이게 되는 때조차도 결코 다르게 부르지 않으시였다.

전화의 날 11살 어리신 그이께서 최고사령부에 편지를 보내온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장군님》이라고 부르면서 《장군님의 몸은 개인의 몸이 아니라 나라와 인민의 몸입니다··· 부디 건강에 류의하십시오.》하고 뜨겁게 인사의 말을 올렸다. 하지만 그 편지에서 쓴 아버지라는 부름도 인민의어버이라는 뜻으로 표현한것이였다.

그때 편지와 함께 백지에 경희동생의 조그마한 손바닥을 그려보내였는데 그밑에 《장군님, 경희가 이렇게 컸습니다.》라고 썼다.

수십평생 그 어떤 경우에도 사사로이 《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다. 그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시였다. 이 나라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수령의 한 전사라는 말없는 의사표시일것이였다.

그런데 지금 뜻밖에도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수령님께서는 수화기에 귀를 강구고계시였다. 다시한번 아버지라는 그 부름을 듣고싶으시였다.

그러나 다시는 들을수 없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목이 메이시였다.

그이께서는 불현듯 1946년 어느 여름날에 어리신 장군님에게 군복을 입혀안으시고 김정숙동지와 함께 사진을 찍으시던 일이 생각나시였다. 아드님에 대한 그리움을 무엇으로 다 표현할수 있단 말인가.

이때 문득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양역두에서 김정일동지와 헤여지실 때 미처 하지 못했던 그 간절한 말씀을 이제 터놓아야 되겠다고 생각하시였다. 허나 금시 불처럼 뜨겁게 울려나올것 같던 그 말씀이 과연 무엇이였던지 이번에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으시였다. 생각이 날듯말듯 하다가도 안개처럼 사라지는것, 그것이 무엇인가? 가슴에 사무친 간절한 말이 왜 그처럼 쉬이 떠오르지 않는단 말인가.

이러는 사이에 전화는 끊어졌다. 그때에야 그이께서는 《조직비서동무, 내 걱정은 말고 조직비서동무자신의 건강을 돌보오. 조직비서만 건강하면 나는 더 바랄게 없소. 그러면 나는 자연히 건강해지고 나라도 튼튼해지오.》하고 마음속으로 뇌이시였다. 어쩌면 하고싶었던 말씀이 이것이였던것 같으시였다. 평시에 늘 품고있은 말을 왜 여태 못했던가. 이제라도 말씀하셨으면 되련만 전화는 이미 끊어진것이였다. 그 말씀을 하자고 일부러 다시 전화를 걸수도 없으시였다. 그러시는데 리대천이 들어왔다.

그이께서는 활기를 띠며 서두르시였다.

《왜 그렇게 서있소? 회의를 빨리 시작해야겠소. 회의장에 다들 모여왔겠지?》

《···》

《왜 그러고 서있소?》

《···》

리대천은 굳어진 사람처럼 묵묵히 서있었다. 그이께서는 비로소 그의 얼굴을 찬찬히 보시였다.

《왜 그러오? 조직비서가 동의하였소. 총리한테 빨리 가서 알리시오. 내가 30분후에 갈터이니 회의장에 모이라고···》

《수령님!··· 정말 건강이 일없겠습니까?》

리대천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수령님께서는 놀라운듯 그를 보시였다. 온순하고 고지식하기만 하던 그가 요즘에 와서는 곧잘 뻗대기질을 하는것이였다.

《하라면 하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지간히 어성을 높이며 그를 꾸중하시였다.

《동무가 쓸데없이 건강, 건강하며 돌아가니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가.》

《···》

리대천은 잠자코 머리를 수그리였다. 그가 보건대는 김일성동지께서 자기한테 이처럼 성내시기를 처음인것 같았다.

그는 은근히 가슴이 떨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성을 가라앉히지 못하시였다.

《같이 일해오길래 싫은 소리도 삼가했더니 하는 잡도리가 안되겠소.》

《저는··· 정말 어쨌으면 좋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리대천은 자기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다. 수령님의 휴식을 보장해드리지 못하고있는 자기자신에 대한 원망의 눈물이였다.

그러는 책임서기를 이윽히 바라보시는 수령님의 안광에 련민의 빛이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젊은이들같은 빠른 걸음으로 집무탁에 나가시여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리대천에게 시킬것 없이 자신께서 직접 총리를 부르시려는것이였다.

교환수를 찾으시였다. 인차 응답이 없었다. 어디 고장인가싶어 송화기에 입김을 불어보고 연거퍼 신호단추를 눌러대시였다. 이윽고 교환대에서 응답이 왔다.

《총리한테 대주겠나?》

《···》

《왜?··· 울고있는게 아니야?》

김일성동지께서는 교환수의 흐느낌소리를 듣고 놀라와하시였다. 처녀는 인차 대답이 없었다. 그이께서는 순간 회의생각은 잊고 처녀의 사정이 걱정되여 다그쳐 물으시였다.

《무슨 일이냐? 말을 해봐. 동무를 울린게 도대체 누구냐?》

김일성동지께서는 손녀에게 말씀하듯 다정하고 걱정어린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수령님!》

처녀는 더욱 흐느껴울었다.

그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처녀의 울음이 자신과 관련되여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말씀을 뚝 끊으시였다.

떠듬거리는 교환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령님··· 저희들은 전화를 대드릴수 없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처녀도 이미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있었다는것을 느끼시는 순간 리대천이나 교환수, 그밖의 집무실 근처의 모든 사람들이 김정일동지와 뜻을 같이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으시였다.

자신을 아껴주는 그 마음들이 눈물겨웁도록 고마우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할수 없이 김정일동지를 부르시였다.

《조직비서동무, 나는 지금 사면초가에 들었소. 교환수도 말을 듣지 않누만. 허허허···》

《모두들 그렇게 수령님의 건강을 걱정하고있습니다.》

《걱정하지들 말라고 장군이 잘 일러주시오··· 걱정할 필요가 없소. 카터의 방문건이 제기되였을 때도 어쨌소? 방금 눈수술을 하고 난 내 건강을 걱정해서 모두들 가을철로 미루자고 했지··· 하지만 나는 그를 당장 받아들여 회담을 했소. 그후 어떻게 됐소? 내 건강은 오히려 좋아졌소.》

수령님께서는 아무리 힘든 일도 하고싶어 하는 일은 건강에 좋으면 좋았지 나쁠수가 없다고 하시였다.

《생각해보시오. 통일대문앞에서 하는 협의회를 내가 어떻게 멀리 앉아 구경만 하겠소.》

《···》

수화기에서는 장군님의 한숨소리가 들리였다. 그것이 바로 더는 어쩔수 없다는 그이의 눈물겨운 대답이였다.

사실 이때 장군님께서는 한숨 뒤끝에 괴로운 심정으로 리찬의 시구절을 새삼스레 외워보시였다.

(장군님은 바쁘다. 바빠야 한다.)

실로 그것은 어찌할수 없는 력사와 시대의 요청이였고 그것은 심각한 진리였다.

두분의 전화는 끝났다.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총리에게 전화로 회의준비와 관련하여 몇마디 말씀하시고 곧 소회의실로 가시였다.

리대천이도 그이를 따라갔다. 소회의장에는 부총리들과 비서들이 회의용 긴 책상들을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총리는 문건준비를 하느라 조금 늦어서 들어왔다. 수령님께서는 총리의 인사를 받아주고 다정히 말씀하시였다.

《앉으시오, 총리동무.》

총리는 자기를 위해 내놓은듯한 맨 앞줄에 앉았다.

그가 앉는것을 바라보시던 그이께서는 시선을 돌려 회의참가자들을 한사람한사람 세세히 뜯어보기 시작하시였다. 지금 회의장에 앉아있는 그들이 바로 우리 나라 경제전선의 지구사령관들이라고 할수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그들을 더듬어보시고나서 총리에게 시선을 다시 보내며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나도 회의에 참가하겠소. 통일이 되고 인민들이 다 잘살게 되였을 때 동무들의 소원대로 휴식하겠소. 그러나 지금은 회의를 합시다.》

누구도 응답이 없었다.

리대천의 숨가쁜 호흡소리가 문가에서 들려왔다. 누구도 책임서기가 그토록 흥분하는 까닭을 알지 못했다. 방금전까지 수령님과 장군님사이에 이 협의회를 놓고 얼마나 오랜시간 심각한 전화가 오고갔는지는 더욱 몰랐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토론하고 무엇을 결심하여야 하는가?)

김일성동지께서 협의회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자문하시였다.

그렇다. 우리의 모든 경제전선은 민족의 최대숙원인 조국통일을 향하여 돌진하여야 한다.

통일이여! 어서 오라!

김일성동지의 심장은 벌써부터 툭툭 소리를 치며 높이 고동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