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5


 

5

 

김일성동지께서 출장지에 도착하신 이튿날 아침이였다.

책임서기 리대천은 수령님께서 머무르시는 숙소의 그리 크지 않은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수령님께서는 수수한 사무탁을 마주하고 앉아서 문건들을 보고계시였다.

정무원에서 제출한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와 관련된 자료들이였다. 수령님께서 협의회에 참가하시지 않는다는것을 고려하여 정무원에서는 회의장소와 일정, 참가대상자들을 비롯하여 회의준비정형들을 구체적으로 써서 그이께 보내여왔다.

리대천은 출입문옆에 엉거주춤 서서 그이께서 시선을 드시기를 기다리며 사무탁 한쪽에 놓여있는 《명승지 참관도》라고 쓴 그림종이를 바라보고있었다. 그것은 지난밤 그가 가져다놓은것이였다. 리대천은 수령님께서 오늘은 방안에서 쉬시는겸 앞으로 최고위급회담에 참가할 손님들에게 구경시킬 참관로정들을 도면상에서 선정하시게 하려는것이였다. 최고위급회담이 있을 때까지 수령님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드릴데 대한 김정일동지의 당부가 계셨던것이다.

《왔소? 여기 가까이 오시오.》 이윽고 수령님께서 시선을 드시였다. 그러시고는 리대천이 가져다놓은 참관도가 생각나신듯 책상옆에 밀어놓았던 참관도를 끌어당겨 펼치시였다. 거기에는 부근의 명산들의 한눈에 보이도록 그려져있었다.

푸른 삿갓을 쓴것 같은 기묘한 봉우리, 우줄거리며 솟은 산줄기사이로 굽이치는 벽계수, 구름밖으로 삐죽이 솟은 메부리··· 그 사이사이로 붉은줄이 여러갈래로 오리오리 숲을 누비며 흘러갔다. 그 붉은줄이 바로 참관자들이 톺아갈 길이였다.

《이 참관도를 누가 그렸소?》 수령님께서 한참만에 물으시였다.

《이곳 유원지관리소의 화가가 그린것입니다. 이 그림만 보시면 이 부근의 명승지들을 다 들여다볼수 있습니다.》

《그렇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놀라운듯 반문하시더니 리대천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시였다.

《책임서기동무, 그런 소릴 하지 마오. 이곳에서 늙은 옛 로승이 한 말이 있소. <나는 한평생 여기서 살았지만 여기 있는 명산들을 다 보지 못했다.> 이랬소.》

《그렇습니까?》

리대천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들어 더수기를 긁적거리였다.

《그러니 동무가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있소. 어떻게 종이장우에서 참관로정을 확정한단 말이요.》

《예?》

《그렇소. 나는 이번 기회에 우리 인민들을 위한 참관로정을 새로 만들어볼 생각이요. 단위시간에 많은것을 볼수 있게 말이요. 한평생을 이 부근에서 산 사람들도 다 톺아보지 못했다는 명승지를 잠간 참관하게 되는 사람들이 잘못하다가는 개 바위돌에 갔다오는격이 될수 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끊고 로정도를 다시 한참 들여다보다가 계속하시였다.

《내가 여기 있는 동안 직접 현장에 가서 선정하겠소. 우선 오늘 10시 30분부터 12시사이에 이 폭포가 있는 곳에 먼저 올라가보고···》

김일성동지께서는 로정도에서 두갈래의 폭포수가 내리꼰지고있는 지점을 가리키시였다. 순간 리대천은 뒤통수를 얻어맞은것처럼 얼떠름해졌다. 그의 낯은 졸지에 질리였다. 그이께 휴식을 보장해드리기로 한 자기의 계책이 결국은 긁어부스럼을 만든셈이였다.

불현듯 그의 눈앞에 그이의 년세에는 등산도 무리한 운동이라고 말씀하군 하시던 김정일동지의 심려어린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그는 서둘러 수령님께 말씀올렸다.

《수령님, 현지확정은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그저 그 로정도를 보시고 어디어디 가보라고 필요한 지점들을 지적만 해주십시오.》

《내가 늘 말하지 않았소. 백번 듣는것이 한번 보는것만 못하다고··· 운동도 하는겸 내가 직접 가보겠소. 망원경을 준비해가지고 어서 떠날 준비를 하시오. 참 확대경을 잊지 마시오.》

《확대경말입니까?》

《그렇소. 돌아보다가 유물같은것이 있으면 관찰해봐야겠소.》

리대천은 억이 막혀 멍하니 서있었다.

오늘 일정을 이럭저럭 넘겨버리고 그이께서 휴식을 하시게 하려고 한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10시 30분 이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며 왜 하필 이 시간에 등산하려 하시는지도 리대천은 알지 못했다.

《수령님, 10시가 지나면 해가 중천에 뜨겠는데 등산을 못하십니다. 의사들이 알았다간 펄쩍 뛰겠습니다.》

《책임서기동무!》

그이께서는 손을 내저으며 계속하시였다.

《의사들의 말은 들을게 못돼. 나에게 동맥경화증이란 딱지를 붙여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데 사실 동맥경화에 등산은 좋은 명약이 될수 있단 말이요.》

《···》

리대천은 더 어쩌지 못하고 서있었다. 잠시후 그는 그이께서 주변의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시자고 하는것보다 명승지를 돌아보시겠다고 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어 두말없이 방에서 물러나왔다.

그때로부터 2시간후, 즉 오전 10시 30분경 한대의 려객기가 명승지의 상공에 은빛날개를 번쩍이며 나타났다. 벽계수가 흐르는 골짜기입구에 들어서시던 수령님께서는 한손은 지팽이를 짚고 다른 한손은 모자채양처럼 이마에 붙이고 걸음을 멈춘채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비행기가 산넘어 멀리 서북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손채양을 내리우지 않고계시였다. 이윽고 회색바지에 짧은 소매샤쯔를 시원하게 받쳐입으신 그이께서는 지팽이를 짚으며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 소로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여태 지팽이를 짚고 다니신적이 없었는데 얼마전부터 사람들이 보지 않는데서는 가끔 지팽이를 짚기 시작하시였다. 지팽이는 참나무가지를 적당히 잘라낸 천연제품이였다. 하지만 공예사의 정교한 손길이 미친 가공지팽이보다 오히려 더 보기 좋고 편리하였다. 그것은 오삼수로인이 마련하여드린것이였다.

(7월 8일에 회담이 열린다고 했지! 저 비행기가 혹시?) 그이께서는 서북쪽하늘로 사라진 비행기를 바라보며 혼자소리로 뇌이시였다. 그 비행기에 3단계 조미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스위스의 제네바로 가는 우리 대표단이 타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을 하신것이였다. 출장을 떠나기 전날밤, 그이께서는 대표단을 만나주시였다. 그때 우리 대표단 단장인 문선규가 들고온 합의문초안에는 앞으로 미국이 그 어떤 부대조건도 없이 우리 공화국에 경수로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는데 그 구절이 매우 마음에 드시였다. 왜냐하면 그 항목이 바로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전제로 하고 짜진것이기때문이였다. 즉 그 항목에는 우리 공화국은 민족내부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권리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 대하여 취하여온 미국의 부당한 립장을 전환하여야 한다··· 이러한 당당한 자주정신이 맥박치고있었다. 그것이 만족스러워 김일성동지께서는 문선규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좋소, 잘 갔다오시오. 나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소!》

그러자 문선규는 수령님의 바라심대로 꼭 승리하고 돌아오겠노라고 목메인 소리를 하였다.

《동무들을 믿겠소.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가 평양에서 10시 30분경에 떠난다고 했지··· 내 그무렵에 하늘을 올려다보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문선규를 바래우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 등산시간을 10시 30분으로 정한것은 바로 이때문이였다.

《왜 이 사람이 나오질 않나?》

그이께서는 책임서기를 기다리시였다. 그러나 그이의 사색은 다시금 스위스의 제네바에로 달리시였다. 그이께서는 잔디밭을 거니시면서 이제 며칠후 7월 8일부터 열리게 되여있는 3단계 조미회담의 결과에 대해 예견해보시였다.

벌써 몇번째 반복하며 심화시키시는 사색이였다. 그이께서는 문선규네들이 가지고가는 합의문초안이 그대로 채택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일어나게 될 세계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짐작하시였다.

적어도 일본과 남조선에 대해서는 거의 정확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예견하실수 있었다.

일본의 허탈은 말이 아닐것이였다.

일본은 이전에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하였을 때 청천벽력을 맞은것처럼 놀라고 실신한적이 있었다. 그것은 력사적인연이나 지역적인연으로 보아 중국진출의 선코를 떼려고 벼르었는데 그만 허탕을 치고말았기때문이였다. 그때 일본 각계에서는 미국의 정책만 추종하던 나머지 사또내각이 중국정책에서 일대 파산을 당했다고 신랄한 비평들을 했었다. 《중국에 대한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긴밀히 협력한다》고 닉슨과 사또가 약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그 시기 중국방문계획을 알린것은 공식발표 30분전이였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이 우리와의 회담내용에 대해서 일본에 얼마나 솔직하게 알려주겠는지는 모를 일이였다. 그러한 때 조미합의문이 나가면 일본은 깜짝 놀라고 행차뒤에 북이나 치는 처지에 놓일것이 명백했다.

남조선은 어떻게 나올것인가.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한사코 막아오던 미국이 제일먼저 우리와 손을 잡고 외교대표부설치와 경제협력 등 실제적인 행동으로 나오면 남조선도 뒤지려 하지 않을것이다.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던 때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모색하는 우리 결정이 결코 옛 친구를 희생시키지는 않을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대만을 안심시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후원하에 그후 중국은 유엔상임리사국으로 등장했고 《옛친구》 대만은 상임리사국으로서는 물론 유엔성원국자격마저 박탈당했던것이다.

조미합의문이 우리의 초안대로 채택되면 남조선은 이러한 교훈으로부터 자기들의 처지를 놓고 매우 당황해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러한 예측으로부터 하나의 확고한 판단을 내리시였다. 남조선은 우리와의 접촉을 더욱 다그치자고 할것이다.

일본, 남조선에 이어 도이췰란드, 영국 등 보수적인 서방나라들도 우리에 대한 리해를 달리할것이다. 이것은 나라앞에 조성되고있는 새로운 국면이다.

그렇다면 이제 열리게 될 경제부문 일군협의회에서는 당면한 문제만이 아니라 전망적인 문제, 보다 포괄적인 경제문제들이 론의되여야 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의 이 판단앞에서 흥분하시였다. 지팽이로 잔디밭을 골라짚으며 몇걸음 힘있게 거니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멈춰서시였다. 책임서기 리대천이 그이의 흰 중절모를 받쳐들고 마주 걸어오고있었다. 그의 표정은 침울해보였다.

《이리 주오.》

수령님께서는 리대천이한테서 모자를 받아쓰고나서 그의 다른 손에 들려있는 한장의 종이를 보며 물으시였다.

《그건 뭐요?》

《전보입니다.》

《전보?》

수령님께서는 반문하며 리대천의 표정을 지켜보시였다.

《제네바로 떠나는 외교부대표단이 지급으로 보내온것입니다.》

《문선규네가?》

수령님께서 다소 놀라시였다.

《그렇습니다. 방금 받았습니다.》

《무엇이 제기되였다오?》

수령님께서는 한손으로 전보를 받아들고 지팽이를 쥔 다른 한손을 리대천의 앞에 내드시였다. 돋보기를 찾으시는것이였다. 리대천이 준비해가지고 나온 돋보기를 받쳐올리였다.

돋보기를 쓰고 전보를 펼쳐든 수령님께서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 삼가 드립니다.》라는 긴 글줄이 눈에 들어오자 고개를 저으시며 전보지를 리대천의 앞에 내미시였다. 그더러 읽으라는 뜻이였다.

리대천이 전보지를 받아들고 천천히 읽어드리였다.

···우리 대표단은 지금 신심과 락관에 넘쳐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올것입니다. 이 승리가 어버이수령님의 기쁨으로 될것을 믿어의심치 않으면서 우리들은 행복한 심정으로 조국을 떠납니다. 우리는 카터의 평양방문을 비롯한 최근에 벌어지는 대미관계를 통하여 수령님을 떠나서는 나라의 통일도 민족의 존엄도 생각할수 없다는것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수령님의 건강은 나라의 기쁨이며 운명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면서 수령님께서 절대로 무리하지 마시고 몸조리를 잘하시여 내내 건강하시옵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십시오···

 

리대천은 전보를 다 읽어드리고나서 그이를 지켜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시며 《나도 아까 비행기가 지나가는걸 보구 거기에 문선규네가 타지 않았을가 생각했댔소.》하시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이윽고 벽계수 흐르는 골짜기입구에 들어서시던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바라보시였다. 수림이 무성한 산릉선너머에 기암괴석이 탑처럼 서있고 그밑으로 두갈래의 폭포가 내리꼰지고있었다. 긴 물띠를 드리운 한쌍의 폭포가 깊은 구렁에 떨어지면 백룡이 솟구쳐오르듯 흰 물보라가 구름처럼 날린다. 쌍폭포가 쏟아지는 《석탑》층우에서는 수리개 한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유유히 감도는데 어데선가 나무를 쫏는 딱따구리소리가 마치 절간의 불상앞에서 두드리는 승려의 목탁소리처럼 들려왔다.

김일성동지께서 폭포를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얼마나 좋소. 자, 책임서기동무, 어서 올라가봅시다.》

그러나 리대천은 한자리에 서있었다.

《왜 그러오?》

수령님께서 의아해하시였다.

《수령님, 정말이지 건강을 돌보셔야 합니다.》

《이 이상 어떻게 건강을 돌보라는거요. 산좋고 물맑은 곳에 와서 등산을 하는게 얼마나 좋소.》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흔드시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리대천은 그이의 앞길을 막아섰다.

《수령님!》

《책임서기각하!》

김일성동지께서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실 때 부르시는 호칭이였다. 리대천이도 볼이 부은 소리를 하였다.

《수령님! 전 가지 않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만히 서계시였다. 리대천은 저도 모르게 격한 목소리로 말씀을 올리였다.

《어째서 수령님께서 저 높은델 꼭 올라가보셔야 합니까. 여기에 와서 이미 수령님께선 남조선사람들의 숙소까지 다 돌아보고 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주실것은 다 해주시였는데 참관로정까지 돌아보시겠다는겁니까. 무얼 그렇게 귀한 손님이라고···》

《그러지 마오. 책임서기동무, 내 그전에도 말한것처럼 죄를 많이 진 사람이지만 그래도 북남회담에 응하고 우릴 찾아오겠다는데 돌봐줘야지··· 그리고 남조선손님뿐아니라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돌아보겠다는게 아니요.》

《참관로정을 현지에 가서 확인하는것 같은거야 저희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습니까. 제가 미덥지 않아서 그러십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안경을 벗고 리대천을 물끄러미 바라보시였다. 너무 뜻밖이였던것이다. 그것은 사실 어질고 량순한 책임서기의 성정에는 어울리지 않는 언행이였다.

그이께서는 측은해하시며 리대천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인정에 들어서는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린 수령님이시였다.

《책임서기동무, 노했소?》

《···》

리대천은 무어라고 표현할수 없는 야릇한 괴로움을 느끼며 눈시울을 내리깔았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속눈섭이 축축히 젖어드는것을 보고 더욱 침울해지시였다.

《내 그만둘테니 동무가 대신 꼭 올라가보시오.》하고 뇌이시는 그이의 목소리가 어찌나 처량한지 리대천은 금시 눈물이 쏟아질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폭포수곁에 서있는 석층탑같은 돌바위를 이윽히 지켜보고 조용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저 돌에 혹시 임진왜란때 승병들이 새긴 글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서 그이께서는 수백년 긴 세월 바람에 닳고 비물에 깎이여 흔적도 없이 지워진 석문들이 얼마나 많겠는가고 하시였다.

《지나다니다가 아무 돌이라도 무슨 글자무늬같은것이 보이면 확대경으로 들여다보시오. 이번에 단군릉을 보니 유서깊은 땅에선 굴러다니는 돌 하나도 무심히 보아선 안되겠소. 그리고 남조선사람들중에 늙은이도 있을수 있으니 로정을 잡는데서 너무 험한 길은 피해야 하오··· 음, 80객이 되니 그저 마음뿐이로군!》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아한 메부리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십여년전만 하여도 저 봉우리, 저 돌바위에 헐하게 오르시던 그이이시였다.

《리동무, 그럼 수고하오. 우리가 정하는 참관로정 하나하나가 인민을 위한것이고 통일의 길과 잇닿아있다는것을 잊지 마시오.》

그러시고는 그이께서 오던 길을 되돌아서시였다.

《수령님!》

리대천의 목메인 소리를 듣고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러나 리대천은 웬일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있었다. 그 모양을 한참 눈주어보시던 수령님께서는 다시 걸음을 떼시였다.

리대천이를 떨구어놓고 숙소로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어쩐지 마음이 가볍지 못하시였다. 처음에는 방금 밖에 떨구고 들어온 리대천때문이라고 생각하시였다. 허나 다시 생각하여보니 그런것 같지 않으시였다. 이때 그이의 마음은 평양서쪽 대안땅에 가있었다. 이번 출장길에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와 관련하여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에 들릴 생각을 하시였다. 총리에게 맡긴 협의회에서 그 기업소에 중요한 과업을 주기로 계획되고있었다. 그러나 통일문제 이외의 일체 다른 일을 하지 않도록 약속하셨기때문에 그이께서는 대안을 찾아가시려던 계획을 취소하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내가 한번 꼭 찾아가보는걸 그랬어.)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음속으로 뇌이면서 책상우에 놓인 정무원문건들에 다시 눈을 주시였다.

그 문건들을 통해 회의준비정형을 료해하는 과정에 여러가지 부족점들을 발견하시였으며 그래서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에 대한 생각도 하시였다. 이번에 중요하게 취급되는 경제문제들중의 하나가 전력생산인데 모든 전력생산은 발전설비생산의 오랜 력사를 가지고있는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와 련결되여있었다.

대안체계라는 새로운 경제관리체계가 창조된 그 유명한 곳에는 그이와 깊은 인연을 맺은 금싸래기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전력문제를 해결하자면 반드시 앞으로 중유발전소를 건설하여야 하는데 이 발전소설비생산도 대안의 로동계급들에게 맡겨야 해··· 중유발전소설비에 대해 누가 잘 알수 있을가?)

그러시는 그이의 눈앞에 지난 기간 발전설비생산에서 공을 세운 로동자, 기술자들의 얼굴이 여러명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기계손》이라는 별호를 가지고있는 류달리 잊혀지지 않는 로동자가 있었다.

(그가 이젠 퍼그나 늙었겠군.··· 2년전에 만났을 때도 머리가 백발이였지···)

김일성동지께서는 2년전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일군들과 로동자들을 만나시던 때의 일을 새삼스레 돌이켜보시였다.

그것은 대안의 사업체계창립 30돐기념 행사가 있은지 두달이 지난 후였다. 긴급한 사정이 제기되여 이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던 그이께서는 좀 늦었지만 대안사람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식사도 하고 협의회도 하면서 축하해주기 위해 공로가 있는 로동자, 기술자, 간부들 30여명을 금수산의사당으로 부르시였다. 그런데 사진을 찍자고 보니 초청되여온 일행중엔 《기계손》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미 년로보장을 받고 집에 들어가 쉬고있기때문에 초청되지 못한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비록 년로보장을 받고있지만 그가 없어서야 되겠는가고 하며 책임서기를 시켜 데려오게 하시였다.

그리하여 시진을 찍으려 금수산의사당 1층홀에 나와있던 대안사람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수령님께서는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함께 평범한 한 로동자를 위하여 홀에 앉아 기다리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였다.

《내가 왜 그를 기다리는가 하면 대안의 사업체계를 창조하는데서 그가 큰 공을 세웠기때문이요. 61년에 내가 대안체계를 내오느라고 한 보름 그곳에 가있을 때 그 동무가 참으로 귀중한 조언을 주었소. 그는 그때 공장관리에서 통일성이 없어 모두 제 뿔뿔이로 일한다고 하였소. 그가 말하기를 지배인이 오늘 이렇게 하라고 하면 래일은 당비서가 저렇게 하라고 하며 기사장은 또 기사장대로 자기말을 한다는것이였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그 짬새에서 로동자, 기술자들이 골탕을 먹는다고 하였소.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것을 확인했소. 우리는 그때 로동계급의 도움으로 공장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할수 있었고 공장관리에서 당위원회의 집체적지도라는 원칙을 내올수 있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구두쟁이 셋이 모이면 제갈량이보다 낫다는 말은 결국 대중의 지혜와 무진장한 힘에 대한 찬사라고 하시며 대중속에는 철학도 있고 문학도 있고 경제학도 있다고 하시였다. 특히 로동자대중은 당이 의거하고있는 가장 믿음직한 계급진지인 동시에 어려울 때마다 자신께 힘을 준 은사라고 하면서 락원과 강선, 룡성과 검덕 등 우리의 로동계급들중에는 잊지 못할 동무들이 많은데 시간이 있으면 그들을 다 만나보고싶다고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계속하시였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고있는 동무는 잊지 못할 동무요. 내가 그를 잊지 못하는것은 그의 로동계급다운 헌신성을 귀중하게 보았기때문이요. 동무들도 알겠지만 내가 그때 그 동무와 친숙하게 지내면서 며칠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소. 그는 생산과 건설, 나라의 형편과 장래전망에 대하여 로동계급적안목을 가지고 내가 묻는대로 다 말했소. 그렇지만 자기와 관련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비치지 않았댔소.

어느날 내가 그의 가정을 찾아가보니 이 동무의 생활이 말이 아니였소. 안해는 폭격에 잃고 올망졸망한 여섯아이를 데리고 홀아비생활을 하고있었소. 집은 단칸방이였는데 이 동무는 교대작업을 하고 돌아와서도 끼워 잘 자리가 없어 부뚜막에서 새우잠을 자고있었소.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내색을 일체 입밖에 내지 않고 일밖에 몰랐소. 나는 공장을 떠나면서 공장간부들에게 말해서 그 동무에게 두칸짜리집을 마련해주도록 하였소. 동무들에게 한가지 사실을 더 말하겠소. 1967년도던지 이 동무는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소. 그무렵 나는 나이가 들면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쓰기 시작했소. 이 동무가 그걸 기록영화에서 본 모양이요. 이 동무는 내가 안경을 쓴것이 몹시 가슴이 아팠던것 같소. 지금도 그가 썼던 편지구절이 잊혀지지 않소. 우리 로동계급은 마음먹은것이면 뭐든지 다할수 있지만 수령님께서 나이드는것만은 막을수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 동무는 바로 이러한 동무요. 그런데 그가 년로보장에 넘어갔다고 빼놓으면 안되지···》

1시간이 지나서 그 로동자가 도착하였다. 대안으로 데리러 갔던 책임서기의 뒤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들어서는 그의 머리는 백발이였으나 아직 몸은 꼿꼿하였다. 등이 굽을 나이였지만 그의 동작에는 강편처럼 탄력이 있었다. 그이께서 몇걸음 마주 걸어나가시자 그는 수령님의 손을 두손으로 꼭 감싸잡았다.

《수령님!》

《이게 얼마만이요. <기계손>!》

순간 그 로동자는 물론 곁에서 지켜보고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30년의 긴 세월이 흘러간 그때에도 그이께서 한 조립공의 별호까지 잊지 않고 부르시였던것이다.

《수령님께서 여직 그때 일을 잊지 않으시고··· 제가 뭐라고 사진도 찍지 않으시고···》 그 로동자는 대번에 목소리를 떨며 눈을 슴벅거리였다. 그리고 죄송스러워 낯을 붉히며 이렇게 말씀올렸다.

《수령님께서는 아직도 정사를 보시는데 저는 년로보장을 받고 집에 편히 앉아있습니다. 이런 거꾸로 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없소.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쉬는 사람도 있을게 아니요.》

《아닙니다. 옛날부터 <신로군일>이란 말은 있었으나 <군로신일>이란 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수령님께서 일하시고 백성인 저같은것은 쉬고있으니 너무도 인륜도덕에 어긋납니다.》

《그 말만으로도 나는 힘이 납니다··· 자 이젠 사진을 찍읍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자신의 곁에 제일 가까이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 그러시고는 청류관에서 자신의 명의로 점심식사를 차려주시였다. 그이께서는 그때 대안의 로동계급과 갈라지면서 《나는 전기가 필요할 때마다 동무들이 생각나오.》하시고 한번 꼭 대안땅으로 가시겠다고 약속하시였다. 이때 대안의 로동계급들은 한결같이 전력생산에서 어려운 일이 제기되면 자기들을 불러달라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날에 다진 대안의 로동계급들의 맹세를 상기하시였다.

(그래 내가 부탁하면 그 사람들이 중유발전소설비를 꼭 만들어낼거야.)

김일성동지께서는 대안중기계공장을 찾으려고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와 하신 약속이 그이를 망설이게 하였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방안을 거니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에 어쩔수 없이 자신이 참가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이번 회의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경제문제들은 거의다 그이께서 계통적으로 장악하고 지도해오신것들이였다. 특히 이번 협의회에는 북남경제합작, 라진-선봉자유무역지대개발 등 조국통일을 내다보며 토의하여야 할 경제문제들이 적지 않았다.

북남최고위급회담날자가 7월하순으로 결정된 지금에 와서 회의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화기앞으로 돌아와서 송수화기를 다시 집어들고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기사장을 부르시였다.

수화기에서는 감격에 겨운 기사장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기사장동무, 다름이 아니구 중유발전소문제를 좀 론의해보자고 하오. 어떻소, 그 발전소설비에 대해 파악이 있소?》

《예. 정무원에서 중유발전소에 대해 연구해보라고 해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기사장은 선뜻 대답을 올리였다.

《동무네들이 그 발전소설비를 생산할수 있겠소?》

《저는 그렇게까지 깊이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원유도 걸리고있고 해서···》

기사장은 마치 무슨 잘못을 저지르기나 한것처럼 민망스럽게 말씀올리였다.

《기사장동무, 그간 우리가 중유발전소에 대해 관심을 적게 돌려왔소. 그러나 나는 그 문제를 당면과제로 제기하자고 하오. 정무원에서 그래서 동무한테 그런 과업을 주었소.》

사실 중유발전소건설은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크게 론의하지 않았던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였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기간이 오래(여기서 그이께서는 조미합의문이 채택되여 경수로발전소를 건설하게 되는 경우를 념두에 두시였다.) 걸리며 수력발전소는 비가 잘 내리지 않으면 발전소를 제대로 돌릴수 없었다. 화력발전소 역시 석탄이 많이 요구되므로 제한성이 있었다. 반면에 중유발전소는 건설하기도 쉽고 건설기간도 짧으며 또 운영하기도 간편했다. 중유보이라는 석탄보이라보다 고압관도 얼마 들지 않기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자체로 만들수 있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유값이 떨어지고있는 조건에서 원유를 수입(바로 여기서도 그이께서는 새롭게 조성되게 될 대외경제적환경을 념두에 두시였다.)하여 발전소를 돌리는것이 가장 효과적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중유발전소건설의 이런 효과성에 대하여 말씀하고 기사장에게 물으시였다.

《어떻소? 구미가 동하오? 허허···》

《예. 구미가 동합니다.》

기사장이 허물없이 말씀올렸다.

《그렇다면 동무네 공장에서 그 설비를 생산할수 있겠소?》

《예?》

기사장은 한동안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구미가 동한다면서 뭘 그러오? 6월16일발전소에 가서 중유발전설비들을 돌아보시오. 남들이 만드는걸 우리라고 못만들겠소? 로동자, 기술자들과 잘 합의해보란 말이요.》

《···》

기사장은 한참 응답이 없었다. 수화기에서 그의 흥분한 숨소리가 잠시 울려왔다. 그 어떤 충격을 받은 모양이였다. 아마 2년전 금수산의사당 1층홀에서 그이를 만나뵈온 날에 전기생산에서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면 자기네 대안의 로동계급들을 불러달라고 했던 그 맹세를 생각했는지···

이윽고 기사장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수령님!》

《좋소. 내가 직승기를 보내줄테니 돌아보고와서 나하고 만납시다. 나는 지금 지방에 나와있는데 비행대에 알려서 조직사업을 하겠소.》

《예. 알겠습니다.》

《그럼 6월16일발전소에 갔다가 회의날자를 맞추어오시오. 이번 경제부문 책임일군협의회를 서부지구에 나가서 한다는 통보는 받았겠지?》

《예. 알고있습니다.》

《나도 이제 그쪽으로 가겠으니 거기서 만나도록 합시다.》

이날 리대천은 낮 1시경에 땀에 떠가지고 그이께서 계시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기가 산속에 들어가있는 2시간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것은 수령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그는 이날밤에 뜻밖에도 멀리 북방의 6월16일발전소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놀라게 되였다.

《대안중기계 기사장입니다. 책임서기동지시지요?》

《그렇소. 그런데 동무가 어떻게 거기에 가있습니까? 그리고 내가 여기 있다는건 어떻게 알고있소?》

《위대한 수령님께서 중유발전소건설문제로 해서 직승기를 보내주시지 않았습니까?》

《뭐라구요?》

리대천은 입을 벌린채 굳어졌다. 그것은 금시 처음 듣는 소리였던것이다. 원래 리대천이가 수령님을 모시고 출장지로 떠나올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행처를 병원에 계실 때처럼 비밀에 붙이는것이 좋겠다고 하시였다.

그래야 수령님께서 실지로 통일문제외의 다른 일을 하시지 않을수 있기때문이였다.

수령님께서도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시였다. 그런데 그이께서 중유발전소건설문제로 대안중기계공장 기사장에게 비행기까지 보내주시였다고 하니 뭐가 뭔지 통 영문을 알수 없는 일이였다. 그러고보면 수령님께서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이곳에 와서 벌써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계신다는것이였다.

(뒤에서 이런 일을 하고계시는줄도 모르고 참···)

리대천은 자신을 원망하며 한숨섞인 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기사장동무.》

《어버이수령님께서 서부지구로 가셨습니까? 회의장소로 말입니다··· 거기로 가셨으면 저도 지금 떠나려고 합니다.》

《기사장동무,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수령님께선 회의에 참가하시지 않소. 서부지구로도 가시지 않소.》

리대천은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기사장 역시 영문을 몰라하였다.

《아닙니다. 저 보고 회의장소에서 만나자고 하시였습니다.》

《그래 분명 그렇게 약속하셨단 말이요?》

리대천은 삽시에 기분이 흐려져서 기사장에게 화를 냈다.

《그렇습니다. 중유발전설비를 자체로 생산할수 있겠는가 알아보고 회의장소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거기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가만, 기사장동무, 좀 기다리오.》

리대천은 전화기에서 물러나 김일성동지의 방으로 급히 들어갔다.

《수령님, 대안중기계 기사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갈래판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임서기동무, 흥분하지 말고 우선 전화를 이 방에 련결시키시오.》

김일성동지께서 미소를 지으며 송수화기를 집어드시였다. 리대천은 서둘러 자기 방으로 가서 전화를 돌려놓고 다시 그이의 방으로 돌아왔다.

김일성동지께서 송화기에 대고 말씀을 하시였다.

《기사장동무, 가보니 어떻소?》

《수령님, 우리도 만들수 있습니다. 별게 아닙니다. 우리 대안중기계에서 중유발전설비를 맡겠습니다.》

《그럼 됐소.··· 오늘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거기 날씨가 좋지 못한것 같은데 지금 어떻소?》

《비가 옵니다.》

《비가 오면 오늘밤은 거기서 자구 래일아침 회의장소로 오시오. 나도 래일 거기로 가겠소. 래일도 일기가 나쁘면 비행기를 타지 마오. 중유발전소문젠 둘째날회의에서 취급될 예견이니 당장 시간이 급한건 아니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리대천을 돌아보시였다.

《량해하시오. 책임서기동무.》

많은것을 함축하고있는 그 한마디 말씀에 리대천은 눈자위가 불깃해졌다.

《수령님, 통일문제외에 일체 다른 일을 전페하기로 약속하고도 자꾸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회의장소로 가신다는건 무슨 말씀입니까?》

《그렇소. 거기로 가야 하겠소.》

그이께서는 회의에 참가하지는 않겠으나 회의도중에 무슨 일이 제기되여도 그렇고 곁에 가계셔야 되겠다고 하시였다.

《그렇다고 내가 동무와의 약속을 크게 어겼다고는 생각지 않소. 나는 여기 와서 조국통일문제만을 생각하겠다고 했소. 그런데 중유발전소문제를 비롯하여 이번에 취급되는 경제문제들이 조국통일문제와 무관계한것은 아니요.··· 그렇지 않소? 책임서기동무.》

리대천은 고개를 쳐들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많은 경제문제들이 조국통일이라는 대전제속에 놓여있다는것을 리해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리대천의 기색을 잠시 살펴보시고 천천히 방에서 나가시며 말씀하시였다.

《동부와 서부지구의 철도복선안에 대한 괘도를 내 방에 가져다놓으시오.》

리대천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밤 12시가 가까와오고있었다. 서부지구의 철도복선안, 그것도 조국통일문제와 련결되여있었다. 그는 어쩌지 못하고 괘도를 그이의 집무실벽에 가져다 걸어놓았다.

이제 비로소 그는 김일성동지께 휴식을 마련해드리려고 한 자신의 모든 의도와 노력이 허망한것이였다고 생각하게 되였다.

쉬실래야 쉬실수 없는것, 이것이 수령님의 피할길 없는 운명인지도 몰랐다.

철도복선안 괘도를 걸어놓은 리대천은 안타까운 심정을 안고 사무실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그의 등을 가볍게 밀어내시였다.

《리동무, 오늘은 산발을 타서 피곤할텐데 먼저 들어가 쉬시오.》

그 말씀은 자신께서 밤을 새우시겠다는 의미였다.

리대천은 하는수 없이 자기 방에 돌아왔으나 도저히 잠자리에 들수가 없었다. 이런 밤이면 수령님께서 당과 국가 사업과 관련한 구상과 사색으로 밤을 새신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그였다.

당의 로선과 방침, 정부의 결정들은 당, 정치국 회의나 전원회의 정무원회의들에서 채택되지만 그것들은 어느것이나 모두 수령님의 교시와 사상을 반영한것이였다.

당의 로선과 방침, 정부의 결정들이 빗나간적은 지난 50년간 한번도 없었다. 이것을 그이의 천재성으로만 설명할수 있겠는가. 그것은 이밤처럼 지새우신 수많은 밤이, 불면불휴의 노력과 고심참담한 탐구가 가져다준것이였다. 그이께서는 한나라를 움직여나갈 로선과 방침을 제시하실뿐아니라 국제혁명을 령도하시며 인류의 앞길을 밝혀주고계신다. 그처럼 방대한 규모의 사업을 하시면서도 어린 학생들의 책걸상의 높이와 교복의 문양과 형태, 논밭에 짼 수로의 방향과 길이, 새로 지은 공장에 들여놓을 기계의 자리와 깎아낼 제품의 규격, 심지어 거리의 뻐스정류소위치와 운행방법까지 친히 제정하고 농촌집들의 밥숟가락까지 세여보신다. 그이께서는 그 어떤 가벼운 일도 언제나 무겁게 대하시였으며 힘과 지혜와 노력과 성의를 깡그리 쏟아부으시였다. 그이는 언제나 가벼운것도 무겁게 걸머지시는분이였다. 그 짐이 가볍다고 느껴질 때면 비정상이라고 여기시였다. 실은 그이께서는 한평생 무거운 짐만을 지고 걸어오시였다. 그러니 어찌 로고가 크지 않으시겠는가.

리대천이는 7월 3일 새벽을 이렇게 천가지 만가지 생각을 굴리며 뜬눈으로 맞이하였다. 수령님께서 계시는 집무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보며···

김일성동지께서 밖으로 나오시는지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리대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때는 벌써 날밝을 무렵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치 푹 쉬고나오신 때처럼 밝은 표정으로 리대천을 바라보며 말씀하시였다.

《이제 곧 떠나기요. 서부지구로···》

그 말씀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리대천은 그만 굳어져버렸다. 이제 무슨 면목으로 김정일장군님을 뵈옵겠는가싶었다. 결국 장군님께서 간곡히 부탁하신 일들을 하나도 풀어드리지 못한것이였다.

《대안중기계 기사장이 거기로 곧 올게요. 동무는 그곳에 도착하는 즉시 직승기착륙장에 나가보시오.》

그로부터 10시간후에 대안중기계공장 기사장이 리대천이와 함께 서부지구에 새로 정한 수령님의 집무실로 걸어들어왔다.

기사장은 현관문앞에서 김일성동지를 뵈옵고 감격하여 어쩔줄 몰라하며 큰 절을 올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팽이를 짚고 멈춰서시였다. 그가 제때에 도착한데 대하여 반가와하던 나머지 그이께서는 《외인》들앞에서 보이지 않던 지팽이에 대하여 감감 잊으신채 《왔구만! 수고했소.··· 만들수 있다면서?》하고 반색을 하시였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대안의 로동계급을 믿겠소.》

《···》

기사장은 웬일인지 갑자기 낯빛이 컴컴해지면서 고개를 돌렸다. 지팽이를 짚으신 수령님의 모습을 뵈옵고 가슴이 섬찍하도록 놀랐던것이다. 그는 속이 떨리고 눈물이 나서 6월16일화력발전소에 대한 보고를 가까스로 올리였다. 보고를 올리고 나와서는 마당앞에 서있는 몇백년 묵은 아름드리 은행나무 등어리를 그러안고 어깨를 들먹거리기 시작하였다.

기사장에게는 그럴 사연이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처음으로 안경을 쓰실 때 《기계손》을 비롯한 대안로동자들이 눈물을 흘리였는데 그속에는 당시 현장기사였던 기사장도 있었다. 그러한 기사장이 오늘은 지팽이를 짚으신 수령님의 모습을 뵙게 된것이였다.

(아 수령님, 이젠 더 늙지 마십시오. 부디 젊어계십시오.)

그의 목메인 울음소리에 은행나무고목도 설음을 참지 못하겠는듯 수만잎새를 떨고있었다.

먼발치에서 리대천이가 그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기사장의 오열을 통하여 인민의 념원과 호소를 들었고 그로 하여 커다란 죄책감을 느끼였다.

그러나 어찌하랴.

자기의 힘으로써는 수령님의 로고를 막을수 없고 그이의 부담을 덜어드릴수도 없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