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1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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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 카터와의 력사적인 회담을 끝내신지도 이미 닷새가 되였다. 그처럼 큰일을 치르신 뒤에도 그이께서는 전혀 쉬시지 못하고 련일 바쁘게 일하시였다. 지어 6월 18일, 카터와의 회담을 끝마친 그 다음날에도 쉬시지 않고 윁남고위군사대표단을 만나 오랜 시간 담화하시였다. 이튿날에는 또 일본 전 수상의 부인 미끼무쯔꼬가족일행을 접견해주시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날 오후에 온천군 금당협동농장으로 나가 년초부터 제기되여오던 새로 만든 밭관수시설을 보아주시였다.

6월 23일, 이날도 김일성동지께서는 멀리 유럽에서부터 자기네 국내혁명문제에 대한 가르치심을 받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조선을 찾아온 외국손님들을 접견하고 오후에는 가물방지를 위한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고계시였다.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는 강냉이밭을 옆에 끼고 야산기슭을 달리였다. 대성구역협동농장으로 가시는 길이였다. 이미 한낮이 기울어 농촌길에는 산그림자들이 길게 드리웠지만 며칠째 이상고온현상이 계속되여 땅에서는 아직도 단김이 풍기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강냉이밭들을 지켜보며 며칠전에 온천군 금당협동농장에서 보시였던 기구식밭관수시설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올해 정초부터 몹시 기다려오신 그 밭관수시설을 카터와의 회담을 끝내신 다음 6월 19일에야 금당리에서 처음으로 보시게 되였다. 그리고 21일에 대성구역협동농장에 가서 한번 더 료해하시였다. 기구식밭관수란 구멍이 숭숭 난 긴 비닐관을 기구에 매달아놓고 양수기로 물을 쏘아주면 공중에 떠있는 관에서 물이 안개비처럼 쏟아지도록 한것이였다.

공중에 둥그런 풍선이 둥둥 떠다니면서 령롱한 물보라를 날리는 광경은 과연 볼만하였다. 그러나 기구식밭관수시설은 우리 나라에 흔치 않은 화학원료와 자재들을 많이 써야 하고 만들기도 까다로와 웬간한 협동농장들에서는 당장 받아들이기가 어려운것이였다.

책임서기를 통해 료해하신데 의하면 금당협동농장과 대성구역협동농장에서 도입했을뿐 다른 협동농장들에서는 기구식을 쓰지 못하고있다고 하였다.

가물이 지속되고있는 조건에서 그것은 사실상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이날 뜻밖에 시험포전관리원 오삼수로부터 기쁜 소식을 받게 되시였다. 기구식밭관수시설을 도입했던 바로 그 대성구역협동농장에서 《짝지발식밭관수》라고 하는 매우 실용성이 있는 새로운 밭관수시설을 창안했다는것이였다. 그 밭관수시설은 아주 간편하고 만들기가 쉬울뿐아니라 자재도 자체로 해결할수 있기때문에 순식간에 도입할수 있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지금 그 짝지발식밭관수시설을 보러 가시는 길이였다.

수령님께서 타신 승용차는 어느덧 대성구역협동농장을 가까이하고있었다. 차창밖으로는 가두배추와 가지, 오이, 도마도같은 남새들이 푸르싱싱하게 자란 사래긴 밭들이 흘러가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나지막한 언덕길밑에 이르러 차를 멈추게 하시였다.

수령님께서 타신 승용차뒤를 따르던 수행차 한대도 언덕길밑에 와서 멎었다. 그 차에서는 이틀전에 연백벌에서 돌아온 농업위원회 안덕상부위원장이 내리였다.

수령님께서는 길옆으로 물매 느리게 올라간 야산자락을 바라보시였다. 1정보 남짓한 산자락 남새밭에 지게작시미모양의 짝지발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데 그우에 늘인 비닐관에서 물보라가 뽀얗게 날리고있었다. 때마침 사선으로 비쳐오는 저녁해빛에 물보라는 오색령롱한 무지개빛을 뿌리고있었다.

《음, 저게 짝지발관수라는건가?》

수령님께서는 허리에 손을 얹고 오이밭을 적시고있는 짝지발식 관수시설을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창안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단순한 관수시설이였다. 산에 가면 얼마든지 얻을수 있는 짝지발나무에 구멍이 난 비닐관을 늘이고 양수기에 련결시켜 물을 쏘아주면 되는것이였다. 거기에는 수소발생기를 비롯한 일체 다른 자재가 필요되지 않았다

오이밭은 인적이 없이 조용하였다. 대부분의 농장원들은 오이밭밑으로 넓게 펼쳐진 가두배추밭에서 일하고있었다. 거기서는 머리수건을 쓴 녀인들이 짝지발을 자유롭게 옮겨놓으면서 밭에다 물을 주고있었다.

《음, 짝지발을 들고다닐수도 있게 됐구만. 마치 물초롱을 들고다니며 꽃밭에 물을 뿌리듯이 임의의 장소에다 줄수 있게 되였소.》

수령님께서는 먼곳에 있는 가두배추밭을 한참 지켜보시고나서 길옆 오이밭으로 올라가시였다. 최뚝을 타고가시다가 짝지발이 서있는 어방에 와서 밭가운데로 들어가시였다. 물이 함뿍 스며들어 땅이 질적질적하였다. 안개비같은 물보라가 그이의 옷자락을 적시기 시작하였다.

《수령님, 나가셔야 하겠습니다. 물방울이 여기까지 날아옵니다.》

부관과 함께 그이를 모시고가던 안덕상이 급한 소리로 말씀올리였다.

《무어라오. 시원한게 좋구만.》

그이께서는 오이넝쿨이 뻗어간 밭고랑에 서신채 짝지발에 얹힌 비닐관구멍에서 뿜어나오는 물보라를 유심히 바라보시였다.

이때 키가 성큼한 중년남자 하나가 농립모를 손에 쥐고 급하게 달려와서 그이께 인사를 드리였다.

《어버이수령님!》

그는 이렇게 부르고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만 들먹거렸다. 무더운 여름날에 그이께서 소문없이 남새밭에 찾아오신것은 꿈같은 일이였을것이다.

《수고합니다. 여기 농장원이요?》

수령님께서는 감격하여 어쩔줄 몰라하는 중년남자에게 친절히 물으시며 몇발자국 걸어나오시였다.

《제 여기 남새작업반 반장 림경산입니다.》

《그렇소?··· 마침 잘 만났소. 남새가 아주 잘됐습니다. 아마 밭관수를 잘한덕인것 같소. 이걸 누가 창안했소?》

수령님께서는 물보라를 날리고있는 짝지발나무를 가리키시였다.

《작업반동무들이 집체적으로 토론해서 만들었습니다.》

《반원들이 집체적으로?··· 그래 동무네 작업반에서 이런 짝지발을 가지고 하루에 몇정보나 적시고있소?》

《몇정보랄게 없습니다. 물을 주고싶은대로 다 줍니다. 비닐관과 짝지발나무만 있으면 단번에 몇십정보라도 줄수 있습니다.》

《저기 가두배추밭에서는 이걸 들고다니면서 물을 주더구만.》

수령님께서 가두배추밭을 가리키시였다. 그러자 림경산은 그이께 직접 시범동작을 보여드리려는듯 짝지발 하나를 쳐들더니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며 물을 뿌리였다.

《참 훌륭하오.··· 부위원장동무, 보시오. 대중이란 이렇게 지혜로운거요. 그래서 내가 늘 일군들에게 대중속에 들어가 대중의 힘을 발동시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지만 마이동풍이요.》

그이께서는 안덕상을 돌아보며 책망조로 말씀하시고 작업반장에게 물으시였다.

《동무도 기구식밭관수시설을 보았소?》

《예. 보았습니다.》

《동무의 생각엔 어떻소?》

림경산은 안덕상을 피끗 스쳐보고나서 머밋거리였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동무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시오.》

림경산은 농립모전을 손에 쥐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어줍은 표정을 짓더니 떠듬떠듬 말씀올리였다.

《저는 원래 기구식을 반대했습니다. 어떤 간부들은 좋다고 하지만 기구식에는 본질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원료와 자재가 많이 들어 광범히 도입하기가 힘들고 또 사용하기도 까다롭습니다. 고장도 자주 생깁니다. 우리 농장에 도입했던 기구식은 벌써 고장이 났습니다. 일전에 어버이수령님께서 저너머 감자밭에 오셨을 때 보여드린 그 기구식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공중으로 솟았다가 흩어지는 물보라가 그이의 중절모와 옷자락에 그냥 날려왔다. 근면한 농군처럼 묵묵히 남새밭에 물을 뿌리고있는 짝지발나무를 지켜보시는 그이의 뇌리에서 하나의 심각한 의문이 떠돌고있었다.

기구식밭관수는 년초부터 요란스럽게 소문이 났는데 왜 이 훌륭한 짝지발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농업부문 간부들이 자신께 짝지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림경산에게 그 원인을 물으시였다.

경산은 기구식밭관수시설은 겉보기에 멋이 있고 그야말로 창안품같지만 짝지발은 너무도 촌스럽기때문에 소문이 날수 없었다고 하였다.

《촌스러워서?》

림경산의 대답을 듣고 그이께서는 더욱 심각해지시였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거야 지게작시미같은게 얼마나 촌스럽습니까. 그에 비하면 울긋불긋한 풍선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물을 뿌리는 기구식은 과연 멋이 있고 볼만 합니다.》

경산은 바로 그렇기때문에 자기네가 짝지발식을 이미 오래전에 농업부문의 어느 일군에게 제기하였지만 전혀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고 하였다. 관심을 돌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구박하고 천대하였다. 21세기전야의 창안품에 그런 지게작시미가 나와서 되겠는가, 중세기의 유물이 나와서는 안된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우리는 비닐관도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버이수령님께서 기구식을 보시고 심려의 말씀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들이 비닐관을 받도록 다시 적극적으로 제기하여 이만큼이나마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수령님께 보여드리기가 부끄럽습니다. 너무도 단순하고 볼품이 없습니다.》

경산은 김일성동지께 더 훌륭한 관수시설을 보여드리지 못하는것을 죄스럽게 생각하며 고개를 수그리였다.

한순간 남새밭에는 침묵이 흘렀다. 사르륵사르륵 오이밭에 떨어지는 물보라소리만이 야릇한 음향으로 주변의 고요를 한층 더 짙게 하였다.

《부위원장동무도 짝지발문제가 제기된것을 모르고있었소?》

김일성동지께서 이윽토록 생각에 잠겨계시다가 안덕상을 돌아보시였다.

《예. 처음에는 모르고있었습니다.》

무거운 자책을 받은 안덕상은 고개를 수긋한채 푹 꺼진 소리로 대답을 올리였다.

《우리 일군들이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기분이 흐려지시였다. 그러나 더 말씀이 없이 짝지발나무대를 만져보며 경산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발명이요. 지게작시미가 어쨌다는거요. 인류의 훌륭한 창안품들중에는 동물이나 식물의 모양을 본딴것이 많소. 더두말고 비행기는 새의 모양을 본따지 않았소. 우리 나라의 거북선은 이름그대로 거북이의 모양을 본딴거요. 짝지발식관수시설역시 지게작시미의 원리를 리용한것인데 왜 촌스럽다는거요. 간편하고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능률적이고 또 경제적이기때문에 훌륭하오. 경산동무! 동무네 작업반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 짝지발을 전국의 협동농장들에 도입하도록 합시다.》

《···》

분에 넘치는 치하를 받은 림경산은 북받치는 감격으로 하여 가슴을 들먹이였을뿐 아무런 대답도 올리지 못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서쪽하늘을 바라보시였다. 무연한 강냉이밭너머 먼 산발우에서 태양이 불타고있었다. 주홍색으로 이글거리는 석양을 받아 짝지발에서 뿜어나오는 물보라가 더욱 령롱한 색갈을 띠여 온 남새밭에 무지개가 비낀듯 하였다.

《경산동무, 수고하시오. 마음같아서는 동무네 작업반원들을 만나보고갔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경산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승용차가 있는 언덕길밑으로 걸어가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