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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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시간후.

수령님께서 타신 승용차는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진 수도의 밤거리를 달리였다. 차창밖을 내다보신 수령님께선 어느 거리에도 이밤을 축복하는 축등도, 이날을 기념하는 축기도 참으로 소박한 장식물 하나 보이지 않음을 새삼스레 의식하고 지그시 눈을 감으시였다. 그러자 줴기밥으로 점심과 저녁을 때면서 령을 넘고 들을 지나 다니는 장군님의 모습이 방불히 그려지시였다.

(그가 이제는 당중앙청사로 돌아왔는지.)

승용차는 어느덧 금수산의사당 정문으로 서서히 미끄러져들어왔다.

얼마후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외등불빛이 은은하게 흐르는 정원주변을 잠간 둘러보시고 현관문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시였다. 이때 리대천이 현관문안에서 급히 달려나왔다.

《수령님, 장군님께서 아까부터 기다리십니다.》

《장군이?》

《예. 3층 응접실에 계십니다.》

수령님께서는 쌍보초마냥 푸른 가라목 두그루가 량옆에 서있는 계단우에서 잠간 걸음을 멈추시였다가 응접실로 들어가시였다.

응접실에서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울리고있었다. 귀에 익은 맑은 노래소리에 수령님께서 방으로 들어서시다말고 문득 걸음을 멈추시였다. 탁자를 마주하고앉아 노래를 듣고계시던 장군님께서 얼른 몸가짐을 바로하며 일어서시였다.

《이게 무슨 노래드라, 아주 재미있는 노랜데···》

수령님께서는 벌써 노래소리에 마음이 즐거워지신듯 미소를 띠고 저쪽 응접탁에 놓여있는 록음기에 시선을 보내시였다.

《올해 설맞이모임때 어린이들이 부른 고드름노래입니다.》

《그래, 고드름!》

수령님께서 그날 인상깊게 들으시고 박수도 많이 쳐주신 노래였다. 처마끝에 달린 하얀 고드름이 노래소리, 웃음소리 넘치는 우리집 방안을 부러운듯 들여다본다고 하는 어린이들의 행복의 노래였다.

《옛날엔 이 나라 녀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부르던 고드름노래가 오늘은 행복의 노래로 되였소.》

그이께서는 한절이 다 끝날 때까지 노래를 들으시고 장군님을 돌아보시였다.

《오래 기다린것 같구만. 옛 전우들을 만나 두루 이야기들을 벌리다보니 좀 늦었소.》

《···》

장군님께서는 민망스러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그러지 않아 장군님께서는 어제 카터와의 회담을 끝내신 수령님께서 그길로 서해지구 협동농장들을 돌아보시고 어제는 또 윁남고위급군사대표단들을 만나주신데 이어 오늘저녁에는 6월 19일을 기념해주시기 위해 로투사들이 모인 장소에까지 친히 찾아가시였다는 말을 전해듣고 내내 송구해하시던터였다.

《수령님께서 저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셨다니 죄송합니다.》

《아니요. 나는 오늘 명절을 쇠였소. 장군도 잘 왔소. 한번 마주앉아보지도 못하고 이날을 보내게 되는가부다 했는데···》

수령님께서는 탁자앞으로 가시여 팔걸이의자에 앉으시였다. 탁자우에는 신문속지만한 규격의 그림첩이 놓여있었다.

《이건 뭐요?》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미술소조원들이 오늘 우리한테 그림첩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장군님께서 그림첩을 들어 수령님앞에 가까이 가져다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수백개의 보석이 그려져있는 뚜껑 한복판에 초자체로 멋지게 갈겨쓴 《웃음그림첩》이라는 표제를 한참 내려다보시였다.

《거 정말 아이들한테서 좋은 선물을 받았구만.··· 보석을 어떻게나 잘 그렸는지 그림이 아니라 진짜 보석을 박아넣은것 같소.》

그이께서는 수백개나 되는 보석을 이토록 정성스레 그리자니 품이 많이 들었겠다고 하시였다.

《619개의 보석을 그렸다는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 조금 어줍은 웃음을 지으며 말씀올리였다.

《619개? ··· 6월 19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619개를 그렸구만.》

수령님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여올라 응접실안이 밝아지는듯 하였다.

장군님께서 그림첩뚜껑을 번져드리였다.

꽃테두리를 친 첫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여있었다.

 

고마우신 장군님 우리 장군님

오늘은 종일 웃어주세요

즐겁게 즐겁게 쉬시면서

버릇없는 우리 그림 보아주세요

 

은혜로운 날 6월 19일을 기념하여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 삼가 이 《웃음그림첩》을 드리옵니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미술소조원 일동

갈루지나 율라

1994년 6월 19일

 

《참 좋은 선물이로군··· 그런데 이 갈루지나 율라는 누구요?》

수령님께서 율라의 이름을 짚으며 물으시였다.

《씨비리소녀입니다. 중앙아시아에서도 맨 북쪽 벽지에서 사는 로씨야족소녀라는데 궁전소조원들과 4년째 편지거래를 하고있는 모양입니다. 그림첩을 보시느라면 그 사연을 아시게 됩니다. 허허허···》

장군님께서는 율라와 관련된 이야기에 무슨 우스운 사연이 있는지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그럼 어디 봅시다.》

수령님께서 노래소리 울려나오는 록음기쪽에 피끗 시선을 돌렸다가 그림첩을 번지시였다. 그러자 《반칙》이라는 제명을 단 밝은 색조의 크레용화 한폭이 나졌다. 그것은 10살미만의 귀여운 사내아이들이 풀밭에서 고무공을 가지고 축구경기를 하는 광경을 해학적으로 그린것이였다.

붉은 빤쯔를 입은 《화성》팀과 흰 빤쯔를 입은 《목성》팀간의 격전이였다. 붉고 흰 태양계의 《별》들이 푸른 풀밭에 널려있다. 《화성》공격수 8번이 상대방 문전에 깊이 돌입하여 문지기가 비여있는 꼴문을 향해 공을 내지르려는 위기일발의 순간이다. 급해맞은 《목성》방어수 2번이 공을 차려는 《화성》8번의 허리를 그러안고 어푸러지는 바람에 공격수 8번의 붉은 빤쯔가 아래로 벗겨져내려 토실토실한 엉치가 반쯤 드러났다. 하여 그는 공을 차지 못하고 란폭하게 반칙하는 《목성》 2번을 울상이 되여 돌아본다. 량볼이 앵두알처럼 빨간 류달리 예쁜 사내아이였다.

《저런 변이 있나. 빤쯔가 벗겨졌구만. 허허허···》

수령님께서 그림을 보시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그이께서는 이 그림을 보면 부처님도 웃지 않을수 없겠다고 하시며 그림아래쪽을 보시였다. 거기에 시 한구절이 씌여있었다. 얼핏 보면 그것은 글자가 아니라 미술적효과를 내기 위해 반점 채색을 한것 같이 보이였다. 결국 그림속에 시도 쓰고 미술적효과도 내게 한 일거량득의 예술적수법이였다.

 

보아라 반칙자야 너의 란폭한 행위

엉치를 드러낸것보다 너는 더 부끄러우리

아이들아 우리들 앞날의 인생에

이런 반칙이 있어서는 안되나니

공격수 8번이여 더 용감하라

《화성》팀을 위하여 한몸 벌거벗긴들 어떠하랴

 

《대단하오, 대단해, 하하하··· 해학도 있고 철학도 있고 랑만도 있소. 체육인들에게 교양도 되고 그러면서도 어린이다운 동심도 있고···》

수령님께서는 크레용으로 이렇게 색을 선명하게 돋군것으로 보면 보통재간이 아니라고, 그림의 매개 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고 감탄하시였다.

《누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소?》

그이께서는 화가의 이름을 살펴보시였다.

그 그림은 박미영이라는 궁전소조원이 1990년 제11차 아시아올림픽기념 국제어린이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금메달을 받은 작품이였다.

《금메달을 받을만해. 그림을 아주 잘 그렸소.》

수령님께서는 거듭 칭찬하시고 다음장을 번져보시였다.

이번에는 크레파스로 진하게 색을 먹여서 익살스럽게 그린 우습강스러운 만화가 나졌다.

잔등에 《조선》이라고 쓴 기골이 장대한 사나이가 팔베개를 하고 태평스럽게 누워있는데 성조기를 운두높은 모자에 새긴 체소한 사나이가 무릎을 꺾고앉아 거인의 다리를 주물러주고있다. 한동안 이쪽저쪽 주문듯 그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으나 여전히 드러누운 사나이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여기도 편치 않으시지요?》

그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남조선통치배》라고 쓴 흰 띠를 이마에 동인 사나이가 자기 상전의 꼴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있다. 《참 한심하군. 미국량반들이 저러면 난 또 누구의 다리를 주물러야 하는가.》 누운 사람 다리를 주물며 저렇게 땀을 흘릴진대 꿇고앉아 땀을 뺀 저사람 다리는 어떻게 주물며 지금껏 상전으로 섬겨온 《대국》의 모습도 꼴불견인데 이제 그 《대국》의 다리를 주무는 자기의 모양은 또 어떻게들 보랴.

이것은 지난해 우리 공화국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였을 때 일본출판물에 나왔던 정치만화를 조금 윤색한것이였다. 그림 웃단에는 《대국》이라는 주먹같은 제목글이 그 무슨 과일열매처럼 매달려있다.

《허허허··· 이 애들이 정말 장군을 웃겨보려고 잡도리를 단단히 했구만.》

수령님께서 한참 웃으시고 그림첩을 또 번지시였다. 그러자 《씨비리스끼에 쥐보드니에(씨비리동물들)》라는 로문으로 된 이채로운 그림제목이 그이의 시선을 이끌었다.

씨비리동물들인 토끼, 청서, 곰, 사슴과 같은 여러 산짐승들이 수림속에 널려서서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를 하고있다. 그림 한복판에는 《아버지 김일성대원수님과 경애하는 김정일장군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라는 표어도 크게 그려놓았다.

이것은 로씨야소녀 갈루지나 율라의 그림이였다.

《거 참 재미있게 그렸구만··· 이애가 어떻게 된 애라고요?···》

수령님께서 장군님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여기에 율라에 대한 소개글이 있습니다.》

장군님께서 그림 뒤면에 별도로 붙여놓은 율라에 대한 소개글을 주의깊이 읽어나가시였다.

《이 그림을 그린 갈루지나 율라는 중앙아시아의 먼 한끝 쮸민크스주 쌀리하트시의 적막한 벽촌에서 사는 씨비리소녀입니다. 우리가 갈루지나 율라를 처음 알게 된것은 1990년 12월초였습니다. 그때 율라는 (당시 11살) 우리 궁전의 미술소조원 박미영한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나는 오늘 난생처음으로 100mile밖에 있는 장마당에 갔다가 사진화첩이라는것을 구경하였다. 거기에는 세계어린이미술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너에 대하여 소개한 사진그림도 있었다.

너는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께서 세워주신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돈 한푼 내지 않고 마음껏 미술공부를 한덕에 그처럼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지? 너의 선생님은 정말 돈도 많고 마음도 좋으신분이구나. 네가 부럽다. 나에게도 그런 선생님이 계신다면 얼마나 좋겠니. 그 선생님의 주소와 이름을 좀 알려주렴. 한번 편지해보려고 한다. 꼭 부탁한다···》

수령님께서는 이 대목에 와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드시였다.

《허허허··· 율라는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이라고 하니 학생소년궁전에서 미술을 지도하는 선생으로 알았던 모양이군···》

《그런것 같습니다. 허허허.》

장군님께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시였다.

《미술지도교원은 돈도 많고 마음도 좋다고 한게 과연 걸작이요. 허허허···》

두분께서는 서로 마주보며 한참 웃으시였다.

먼 씨비리벽촌에서 우물안개구리처럼 자라난 11살 (1990년 당시)소녀이고보면 십분 그럴법도 하였다. 율라가 살고있는 그 적막한 마을에는 1994년까지도 자기네 쏘련이 망해버린것을 모르는 정치문맹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수령님께서는 다시 소개글을 읽으시였다.

··· 우리는 이렇게 되여 율라와 편지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의 회답편지를 받고 율라는 《나는 세상 1등머저리다. 그처럼 위대하신 장군님을 미술선생으로 잘못 알고있었으니 그 말이 세상에 퍼지면 이 율라는 부끄러워 못산다. 얘들아, 절대로 비밀을 지켜달라.》하고 또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후부터 4년동안 우리와 편지거래를 하는 과정에 율라는 조선에 대한 애착심이 더없이 커졌습니다. 우리는 율라한테 미술도구도 많이 보내주었습니다. 율라는 아버지대원수님과 장군님을 끝없이 흠모하고있습니다.

율라는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수시로 우리 소조에 보내오군 하는데 이 《웃음그림첩》에 넣은 그림은 금년 새해를 기념하여 보내온 그림입니다. 율라는 아버지대원수님과 장군님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동물이 무엇인지 자기가 그것을 선물로 드리겠다고 합니다. 자기가 그림재간은 없어도 사냥솜씨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겁니다.

우리는 어제께도 율라한테 편지를 띄웠습니다. 올해 6월 19일이 아버지장군님께서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신지 30돐이 되는 은혜로운 날이라는것, 그 《웃음그림첩》에는 율라의 그림도 한장 들어가있다는것들을 다 말해주었습니다.

이제 율라는 너무 기쁘고 감격해서 울것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율라에 대한 소개글을 다 읽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씨비리찬바람에 금발머리를 날리며 짐승들을 쫓아다니는 율라의 모습이 눈에 선하시였다. 어쩐지 가슴이 아릿하도록 련민의 정을 느끼시였다. 이제는 15살이니 처녀꼴이 잡혔으리라. 사회주의를 잃어버린 그애의 운명이 걱정되기도 하시였다. 아무튼 어린이들의 친선의 뉴대가 이루어지고있으니 좋은 일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율라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느끼시며 그림첩을 번지시였다.

그 다음장들은 나어린 바둑왕자 최은하가 무적의 패권자인 백발할머니와 마주앉아 자신만만하게 승부를 겨루는 수채화 《새 패권자》, 어린이과학자들을 재미있게 소개한 그림이야기 《혜성들》, 세계적인 체조선수 최광숙의 철봉운동의 한 장면을 그림에 옮긴 조선화 《날새》 등 뛰여난 재능을 가진 조선어린이들을 소개하는 그림들로 구성되였다. 모두가 정색한 그림들이 아니고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들이여서 두분께서는 줄곧 웃으며 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제도가 좋으니 조선에는 뛰여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생겨난다고 하며 그지없이 기뻐하시였다.

《웃음그림책》의 마지막장을 크레파스화 《잊을수 없는 평양축전의 밤》으로 장식하였다. 그것은 해학과 익살로 웃음을 자아내던 지금까지의 그림양상과는 전혀 다른것이였다.

비록 《웃음그림첩》이지만 소조원들은 마지막을 무게있게 장식하기 위하여 이 그림을 선택했다는것이 알렸다.

《잊을수 없는 평양축전의 밤》은 무려 200여명의 군중을 취급하고있는 이른바 스케일이 큰 작품이였다.

미술형상에서의 넓은 폭과 깊은 심도, 예술적완미성, 뚜렷하고 적극적인 사상지향선 그 모든것이 조화롭게 결합되여있어 한다하는 성인미술가도 무색케 할 그림이였다.

수령님께서는 탁자에 손을 짚고 일어서서 그림을 보시였다.

《음,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형상했구만. 잘 그렸소. 걸작이요!》

수령님께서는 그림 맨밑에 휘갈겨쓴 창작가의 이름을 살펴보시였다.

《박미영이로군··· 아까 처음에 본 크레용화 <반칙>도 이 학생의 작품이였던가? 거 빤쯔 벗겨지는 그림말이요. 허허···》

《그렇습니다. 박미영은 지금까지 국제어린이미술경연에 4번 참가해서 3번씩이나 1등하고 한번 2등을 하였습니다. 이 그림은 올해 3월 중국 사천성에서 있은 제2차 국제어린이미술초청경연에 내놓았던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바로 석달전에 있은 일이였다.

세계어린이미술강자들이 실력을 겨루는 이 초청경연에 우리 나라에서는 3명의 어린이가 초청되고 남조선어린이들도 몇명 초청을 받았다.

《음, 초청경연에 내놓았던 작품이란 말이지?···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여기 림수경의 얼굴도 보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세계청년학생들의 군상속에 두드러지게 돋구어져있는 통일의 꽃 림수경을 가리키시였다.

흰샤쯔에 붉은띠를 어깨에 걸메고 창공을 향해 주먹을 뻗치며 무엇인가를 웨치는 림수경, 그 피타는 부르짖음이 들려오는것 같으시여 수령님께서는 오래도록 그림속의 림수경을 내려다보시였다.

세계5대륙에서부터 여기 평양으로 모여온 피끓는 젊은이들이 또한 모두 주먹을 높이 들었다. 비록 피부색과 언어는 달라도 정의와 평화와 자유를 지향하는 마음의 부르짖음은 하나같았다.

화폭에 담겨있는 200여명의 청년군상, 그것은 21세기의 상징이였고 인류의 미래였다.

이제 김정일장군님은 이것을 이끌게 될것이다.

수령님께서는 문득 장군님을 돌아보시였다.

《그림을 아주 잘 그렸소. 이 그림이야 물론 1등을 받았겠지요?》

수령님께서는 그것을 기정사실로 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올리시였다.

《예. 1등으로 당선되여 금상을 받게 되였다가 그후 2등으로 내려가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그건 왜 그렇게 됐소?》

수령님께서는 의아해하시였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습니다.》하고 장군님께서는 대답하시고 그 사연을 말씀올렸다.

당시 주최측에서는 공동주제를 제시하던 종전의 방법과는 달리 경연참가자들에게 주제에 관계없이 저마끔 자기 한생에서 제일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한 장면을 그림에 담을것을 요구하였다.

박미영에게 있어서 제일 잊을수 없는것은 아버지대원수님을 몸가까이에서 뵈옵던 날들이였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과 설맞이공연무대에서 그는 여러번 아버지대원수님을 뵈웠었다. 그것은 참으로 그의 뇌리에 깊이 인찍혀지고 심장에 새겨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였다. 허나 수령님의 영상을 모신 작품에는 옥에 티와 같은 추호의 결함도 없어야 하였다.

그래서 그는 응당 그려야 할것을 그리지 못하고 평양축전의 한장면을 그림에 옮기였다. 이를테면 그는 주최측에서 요구하는대로 하지 않고 《반칙》을 했던것이다.

세계어린이미술경연 첫작품으로 크레용화 《반칙》을 내놓았던 그가 소년기를 끝내는 해(그는 벌써 15살이였다.)의 마지막 어린이미술경연에서 《반칙》을 했다는것은 참으로 하나의 일화로 남을 일이였다.

본인의 말을 통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심사측에서는 1등으로 당선시켰던 그의 작품을 2등으로 떨구었다.

《일인즉은 그렇게 됐구만.··· 그만한 재간을 가지고 무어가 모자라 <반칙>을 했나?》

수령님께서는 못내 아쉬워하시였다. 더구나 이제는 그의 나이가 차서 래년부터는 어린이미술경연에 참가할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아시고 무척 서운해하시였다.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아쉬워하시는 수령님께 《비록 은상을 받았지만 수령님의 영상을 최상의 수준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하고 저력있게 말씀하시였다.

《어쨌든 어린 나이에 이런 큰 작품을 손색없이 창작했다는게 여간 대견스럽지 않소.》

그러시며 수령님께서는 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초청경연에 3명 참가했다고 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됐는가고 물으시였다.

《한명은 3등을 하여 동상을 받고 다른 1명은 가작으로 당선되였습니다.》

《그러니 3명의 어린이들이 다 당선되였구만.》

수령님께서는 제도가 좋고 민족이 슬기로워 우리 나라에는 뛰여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이 많이 생겨난다고 거듭 즐겁게 뇌이시였다. 그러시던 수령님께서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시더니 장군님을 돌아보시였다.

《참, 남조선어린이들도 초청경연에 몇명 참가했다는데 그애들은 어떻게 됐소?···》

장군님께서는 얼굴에 서글픈 빛을 띠며 말씀하시였다.

《1명도 당선된 아이가 없다고 합니다.》

《1명도?》

수령님께서는 반문하시며 낯빛을 흐리시였다.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집무실바닥을 밟아가시는 수령님의 발자국소리가 그 무슨 깊은 의미를 담은 음향처럼 무겁게 울리였다.

《그러니 그애들은 그저 빈몸으로 섭섭하게 돌아갔겠구만.》

수령님께서는 탁자앞으로 걸어와 《잊을수 없는 평양축전의 밤》을 다시 내려다보시였다.

흰샤쯔에 붉은 띠를 어깨에 걸메고 창공을 향해 주먹을 뻗치며 무엇인가를 웨치고있는 통일의 꽃 림수경의 모습이 더욱 의미있게 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어둠이 덮인 창밖을 이윽히 내다보시고나서 어딘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일없습니다. 이제 통일이 되면 남조선어린이들도 국제경연에 나가 민족의 슬기를 떨치게 될거요. 나는 그것을 믿소. 이 그림첩이 래일의 창창한 미래를 말해주고있소.》

수령님께서 그림첩을 다시 번지여 첫장을 들여다보시였다.

《오냐, 너희들의 그림을 잘 구경했다. 실컷 웃었다. 허허허···》

수령님께서 호탕하게 웃으시고 장군님을 돌아보시였다.

《장군, 내 이제야 가슴에 얹혔던게 쑥 내려가는것 같소. 나는 장군을 축복해주지 못했지만 장군은 큰 축복을 받고있소.》

그이께서는 그림첩을 내려다보며 계속하시였다.

《어린이들의 이 간절한 소원을 어떻게 모른다고 하겠소. 6월 19일을 기념일로 하자는것은 결국 이 나라의 민심이요. 인민이 바라는대로 래년부터는 꼭 그렇게 해야겠소.》

수령님께서는 뜨겁게 말씀하시고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6월 19일도 이제는 끝나가고있었다.

응접실에는 여전히 음악이 흐르고있었다.

끝없이 밝으면서도 약동하는듯한 선률이였다. 그것은 심산속 옹달샘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한 어린이들의 행복한 세계를 담은 노래였다.

수령님의 안광에 무한한 기쁨이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그 노래, 그 그림들속에서 장군님을 높이 받들고 21세기의 력사의 한복판을 걸어다닐 미래의 역군들, 수백만 조선어린이들의 창창한 래일을 그려보시였다.

《이제 시간이 나면 이 애들과 함께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야겠소. 이 애들의 그림을 보고나니 피곤이 쭉 풀리는것 같소.》

수령님께서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피워올리시였다.

다문 한순간이나마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고 즐거운 휴식을 마련해드렸다는 생각에 장군님께서도 밝게 웃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