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8


 

8

 

풀색의 군용승용차 한대가 원산-평양 대도로를 달리고있었다. 그 차는 금방 산골길에서 포장도로에 들어선듯 차체에 뽀얗게 흙먼지가 올라있었다.

보통지휘차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그 차에 김정일동지께서 타고계시였다.

며칠동안 여러 전연부대들을 현지에서 지도하고 평양으로 돌아가시는 길이였다. 주홍빛 저녁노을이 서서히 스러지면서 주변에는 벌써 재빛황혼이 깃들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달리는 차안에서도 줄곧 수령님에 대한 생각을 하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어제 문선규로부터 카터와의 회담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으신것은 이번 현지지도의 마지막지점인 동해안의 어느 한 고지에서였다. 그이께서는 평양을 떠나오실 때 회담이 끝나는 즉시 자신에게 보고할것을 지시하시였다. 최고사령부의 통신선을 통해 울려오는 문선규의 목소리는 기쁨에 젖어있었다.

《장군님, 회담이 성과적으로 됐습니다! 모든것이 다 잘되였습니다!》

문선규는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 회담정형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수고했소. 나는 회담의 성과에 대해선 조금도 의심치 않았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확신에 찬 힘있는 목소리로 응대하시였다. 사실 그이께서는 카터와의 회담이 틀림없이 수령님의 의지에 따라 승리적인 회담으로 되리라고 믿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다만 수령님의 건강이 걱정되여 지금껏 문선규의 보고를 기다려오시였다. 허나 문선규는 그이의 심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것 같았다.

《어버이수령님께서도 회담이 아주 잘되였다고 만족해하고계십니다.》

《수령님께서 만족해하신다니 기쁩니다.》

《카터는 우리 수령님과 우리 인민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였다고 하였습니다.》

《됐소. 성과를 축하합니다. 회담이야기는 만나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봅시다. 그래 지금 수령님의 건강상태는 어떻소?》

《예. 4시간 30분동안이나 배를 타셨지만 기분상태도 좋으시고 피로해하시는 기색이란 전혀 없으십니다.》

《그렇소? 배우에서 식사랑 좀 불편하셨겠는데··· 수령님께서 식사는 다 하셨소?》

《···》

문선규는 말문이 막히였는지 인차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있다가 자책이 어린 목소리로 떠듬떠듬 말씀올렸다.

《저··· 제가 미처··· 그것까지는 ···》

《···》

《죄송합니다.》

《동무도 어지간히 흥분했던 모양이요. 중요한걸 알아보지 못했으니···》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척 서운한 생각이 드시였으나 너그럽게 말씀하시였다. 사실 우리 일군들은 수령님께서 사업에서 업적을 쌓으실 때마다 기뻐하고 흥분하며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그 일에 바쳐진 수령님의 로고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이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선규에게 다정히 말씀하시였다.

《동무의 기뻐하는 모양이 눈에 선하오. 그러나 그때문에 너무 들뜨면 사업에서 그렇게 빈구석을 낼수 있소··· 수고했소. 우리가 이제 더는 외교사업으로 수령님께 부담을 드리지 말아야겠소.》

《알겠습니다. 장군님.》

문선규와 전화를 끝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평양으로 돌아가실 차비를 하신 다음 수령님의 책임서기를 전화로 부르시였다.

《수령님께서 평양에 돌아오셨습니까? 이젠 휴식을 보장해드려야 하겠습니다.》하고 그이께서 응답을 기다리시는데 수화기에서는 책임서기의 한숨소리부터 들리였다. 책임서기는 카터와의 회담을 마치신 수령님께서 평양으로 오시지 않고 그길로 협동농장들을 돌아보러 온천군쪽으로 나가셨다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뜸 기분이 흐려지시였다. 야속하고 안타까우신것은 수령님께서 년초부터 가물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우도록 여러차례 교시하시였음에도 농업부문의 일군들이 그것을 잘 집행하지 못하고있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추궁하시는 어조로 물으시였다.

《농업부문 기술자들이 새로운 밭관수시설을 만든다고 언제부터 소문을 냈는데 그건 어떻게 됐습니까?》

《예. 그게 시험적으로 완성되여 최근에 금당협동농장과 대성구역협동농장에서 도입하였다고 합니다. 수령님께서 온천군에 나가신 길에 그걸 보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책임서기동무는 곧 온천군으로 나가 수령님을 돌봐드리시오.》

그이께서는 이렇게 지시하고 차에 오르시였다.

그날밤 마식령을 넘어 황해도땅에 들어섰던 군용차는 몇시간후 평양시 교외에 들어섰다.

땅거미가 밀려드는 차창밖 멀리에 강냉이밭들이 어렴풋이 내다보이였다.

큰길에서 갈라져나간 소로길이 저만치 바라보일 때 김정일동지께서 《저 골짜기로 들어가 밭들을 좀 돌아보고 갑시다.》하고 소로길을 가리키시였다. 차는 골짝길로 꺾어들어 얼마간 달리다가 멎어섰다. 부관은 시계를 들여다보고 어딘가 초조해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먼저 뛰여내려 앞문을 열어드리였다.그이께서는 탄력있는 동작으로 차에서 내리시였다.

소로길 좌우에 강냉이와 감자를 심은 다락밭들이 층층으로 펼쳐져있었다.날이 저물어 농장원들은 다 들어가고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 골짜기는 간간이 풀벌레소리만이 들려올뿐 끝없이 조용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락밭의 석축우에 오르시여 감자밭속에 들어서시였다. 가물을 탄 감자포기들에는 금방 터친 꽃송이들이 피여나지 못한채 오그라붙어있었다.

그이께서는 무릎을 꺾고앉아 감자포기 하나를 들춰보시였다.새알만한 감자 몇알이 나왔는데 손바닥에 놓고보니 뜨거운 흙속에서 절반 익은것처럼 뜨끈뜨끈했다.

시주변농장 곡식이 이 지경이니 전국적으로 가물피해가 어떠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물에 대한 수령님의 심려가 헤아려져 나직이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저물어가는 하늘 그 어디에도 구름 한점 보이지 않아 비가 올 조짐이 없었다.

그이께서는 부관에게 이제 평양으로 돌아가면 전국적으로 가물방지를 위한 전투를 조직하여야 되겠다고 하시였다.

부관은 잠시 머밋거리다가 조용히 아뢰이였다.

《장군님, 오늘이 6월 19일입니다.》

보매 부관은 빨리 평양으로 돌아가자고 길을 재촉하는 의미에서 그 말씀을 올리는것 같았다.하지만 그이께서는 응답이 없으시였다.

오늘은 그이께서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한 때로부터 30돐이 되는 날이였다.전당과 전체 인민이 이날을 크게 기념하자고 했을것이다.

그들의 성의가 무척 고마우시였으나 그이께서는 언제나 자신을 수령님의 전사라고 생각하고계시였다. 더우기 지금 많은 부담을 안고 매일 휴식도 없이 일하시는 수령님의 로고를 생각하실 때 도저히 그런 대접을 받을수가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그런 제기가 들어올 때마다 매번 사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며칠전 이 문제와 관련하여 수령님의 권고를 받으시던 일이 상기되시였다.

그때 수령님께서는 지금 인민들도 그래,일군들도 그래 모두가 다 김정일장군이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자고 제기하고있는데 받아들이는것이 좋겠다고 하시였다.

《기념이라고 해야 저녁식사나 한끼 같이하자는것이겠는데 일없지 않겠소?》

수령님께서는 그 말씀 뒤끝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들과 항일의 로투사들로부터 련명으로 된 편지를 받았다고 하시며 그것을 보라고 넘겨주시였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감자밭들을 굽어보며 잠시 그 편지내용을 되새겨보고계시였다.

《장군님, 이젠 그만 돌아가십시다.》

부관이 기다리다 못해 그이께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이때 마침 운전수가 달려와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책임부관에게 알리였다.

부관은 틀림없이 6월 19일 행사문제로 전화가 온것으로 짐작하고 차가 서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이윽고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무슨 일입니까?··· 예. 책임부관입니다. 예, 계십니다.》

부관은 좀 언짢은 투로 전화를 받고있었다.

《어디서 오는 전화요?》

김정일동지께서 차를 세워둔 길가로 나오며 물으시였다.

《외교부의 문선규부부장한테서 오는 전화입니다.》

부관은 죄송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씀올렸다. 그는 원래 김정일동지께서 어떤 문제에 몰두하고계실 때라든가 지금처럼 집무실밖에 나오신 경우에는 누구를 물론하고 될수록 그이를 찾는것을 극력 삼가하게 하는 원칙을 세우고있었다. 그러므로 당과 정부의 요인들조차 시간을 다투는 긴급한 문제가 제기되기 전에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말씀이 없이 전화를 받으시였다.

《무슨 일입니까?》

《예. 문선규입니다. 장군님, 이자 방금···》

문선규는 인사를 드리는것도 잊고 용건부터 말씀올리였다.

그는 방금 중대한 자료를 입수하였다. 그것은 분계선을 넘어선 카터가 서울에 도착하여 기자들과 진행한 회견에 대한 자료였다. 그렇지 않아도 평양에서 돌아간 미국인들의 반응을 기다리고있던 문선규는 그것을 단숨에 내리읽고나서 김정일동지께서 기뻐하실것을 생각하며 무릎을 쳤던것이다. 전화를 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흥분하시였다.

《문동무, 그러지 말고 여기로 오시오··· 어서 오시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선규가 탄 승용차가 나타났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데리고 큰길에서 좀 벗어진 잔디밭으로 들어가시였다. 그러시고는 허물없이 잔디우에 앉으시며 《그래 어떻게 됐다는거요? 어디 들어봅시다.》하고 물으시였다.

《예···》

문선규가 끼고온 서류가방에서 타자가 찍힌 흰 종이를 꺼내들었다. 허나 그는 타자지는 보지 않고 김정일동지께 말씀올렸다.

《카터는 기자회견에서 말하기를 솔직히 나는 북조선으로 갈 때 <핵의혹>에 앞서 다른 <의혹>을 가지고 갔다, 이북인민들이 김일성주석을 친어버이라고 하는것도 <의혹>이였고 그이를 만나기만 하면 누구나 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것도 <의혹>이였다. 이번에 <핵의혹>과 함께 이 모든 <의혹>도 다 풀리였다···》

문선규는 비로소 타자친 종이에 시선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어딘가 카터를 본딴것 같은 영어의 억양까지 붙이며 읽기 시작하였다. 문선규는 그렇게 함으로써 카터의 감정까지를 그이께 전달해드리려 했던것이다.

김일성주석은 미국의 건국과 운명을 대표했던 죠지 워싱톤, 토마스 제퍼슨, 아브라함 링컨 3대대통령을 다 합친것보다 더 위대하다. 김일성주석은 세계의 건국자들과 태양신을 다 합친것보다 더 위대한 인간운명의 태양신이라는것을 나는 서슴없이 말하게 되는바이다.》

《가만!》

김정일동지께서 갑자기 문선규의 말을 막으시였다. 문선규는 무엇때문에 그러실가 하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허나 어둠때문에 그이의 표정을 잘 가려볼수가 없었다. 다만 어조와 거동으로 보아 그이께서 무척 흥분하신것 같이 보이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전혀 뜻밖의 말씀을 하시였다.

《문선규, 나는 동물 단단히 계산하려고 했소.··· 하하···》

《장군님!》

문선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수그리였다.

사실 그는 어제저녁 그이와 전화를 나눈후 수령님의 신상을 살피지 못한 일로 하여 무거운 죄의식에 사로잡혀있었던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그이앞에 낯을 들고있는 자신이 놀랍기도 하였다.

문선규는 어쩌면 이제 그이의 꾸중을 들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이께서는 더는 다른 말씀이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부드러운 잔디밭을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그이의 눈길이 가닿고있는 밤하늘에는 알알이 여문 별들이 무수히 널려있었다. 하늘과 땅, 온 세상이 숨을 죽이고있는것 같았다.

이윽하여 그이의 목소리가 울리였다.

《자, 우리 좀 걷기요. 이밤은 참 좋구만!》

그이께서는 책임부관과 문선규를 바라보시였다. 그러자 문선규는 중단했던 보고를 계속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입을 열면 오열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그는 조심스레 그이의 뒤를 따랐다.

갑자기 불빛이 환히 비쳤다. 차안에서 운전수가 전조등을 켠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불빛어린 잔디밭을 걸으며 물으시였다.

《회담과 관련하여 또 어떤 반영들이 있습니까?》

《예. 어버이수령님을 가리켜 현시대의 예수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라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렇게 반문하고는 한참 거닐기만 하시였다. 문선규는 카터의 비교가 그이의 기분을 흐릴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잠시 말을 끊고있었다.

《그 말도 공감되오.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하느님을 믿지 않지만 우리 수령님을 하늘이 낸 위인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세계의 지성인들이 수령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을 현시대의 성서라고들 말하고있습니다. 사실 주체사상을 성서에 대비하는것은 리치에 맞지 않지만 성서를 숭상하는 종교인들속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것은 주체사상이 만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다는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미국의 3대 대통령이 아니라 희랍신화에서 나오는 아폴로나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모든 신들을 합친것보다 더 위대한분입니다. 그것은 <이민위천>의 세상을 현실로 안아오셨기때문입니다.》

그이의 음성은 지심에서 울려나오는것 같은 무게와 진정을 담고있었다. 문선규의 감동은 끝없었다. 영문을 전공하였고 오래동안 서방의 각이한 학설과 세계적교리들을 연구해온 외교일군인 그는 그이의 말씀에서 나오는 비교의 의미를 충분히 납득할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흥분하실 때마다 그러하듯이 빠른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오늘 우리 민족은 수령님덕분에 가장 위대한 주체사상을 가지고 살고있습니다. 주체사상은 만민에게 주인된 운명을 주고 힘과 지혜를 주는 위대한 <복음>입니다. 주체사상은 만민공동의 소유물입니다. 이것을 가지면 세계의 주인이 되고 못가지면 노예가 됩니다. 그래서 예루살렘과 메카를 찾던 사람들도 우리 나라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며 주체의 <복음>을 찾고있으며 6대주에는 <성바울>들이 별무리를 이루고있는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승용차가 서있는 곳으로부터 어지간히 멀리 걸음을 옮기시였다. 운전수는 그이께서 걸어가시는 길에 전조등을 비쳐드리고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그 빛은 간신히 희미하게 와닿고있었다.

희미한 불빛속에서 그이의 안광이 유난스레 번뜩이였다.

그이께서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시였다.

하늘에 끝없이 흐르고있는 별무리···

그이께서는 그 별무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근대력사의 한 갈피에 적혀있는 잊지 못할 하나의 슬픈 이야기를 상기해보고계시였다.

1920년대말 서울을 방문했던 인디아시인 타고르는 《조선》이라는 자기의 시에서 《일찌기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는 등불의 하나인 조선, 그 불빛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하였다. 이것은 짓밟히고 빛을 잃은 조선에 대한 시인의 동정이요 고무였다. 더 좋게 해석하면 조선의 미래를 진정으로 그렇게 예언하였다고 말할수 있다. 허나 이때 조선의 애국시인 만해 한룡운은 눈물의 답시를 보내였다. 《···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서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외국시인의 동정과 고무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며 눈물의 대답을 하여야 하였던 조선사람들, 그 조선사람들이 오늘은 주체의 태양을 모신 태양민족으로 되였다. 타고르가 예언한것처럼 조선은 동방의 밝은 빛이 되였다. 그러나 타고르도 짓밟히고 피흘리던 이 땅, 조선에서 그처럼 위대한 주체의 태양이 솟아오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을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끊었던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털어놓고 말하면 벌써 오래전부터 천도교인들을 비롯하여 우리 나라 종교인들이 수령님을 예수로뿐아니라 한울님으로 받들어왔습니다.》

이때 묵묵히 따라다니던 책임부관도 감동이 된듯 정중한 자세로 문선규와 나란히 서서 그이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선규와 책임부관을 번갈아보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참으로 위대한 수령님은 우리 인민의 수천년력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고 높이 모신 위대한 수령이시오··· 보시오. 지금 세상사람들은 우리와 미국사이의 핵대결을 인류사상 벌어졌던 모든 세계대전을 릉가하는 총성없는 세계대전이라고 말하고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조선의 운명을 우려하고있습니다. 동맹국들도 없는 크지 않은 우리 나라가 혼자서 강대한 제국주의련합세력을 어떻게 이겨낼것인가? 이걸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카터가 수령님을 찾아왔고 돌아가서 우리 수령님을 자기가 숭상하는 예수라고, 자기가 존대하여온 3대 대통령을 합친것보다 더 위대한분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 인민의 수천년력사에 과연 이러한 수령이 언제 있어보았습니까. 그러나 이렇듯 위대한 수령을 모시는 자세에서는 우리에게 너무도 부족점이 많습니다··· 나는 오늘 그것을 뼈저리게 반성하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무거운 어조로 말씀을 끊고 걸음을 멈추시였다.

문선규는 그 어떤 이름할수 없는 숭엄한 감정에 휩싸이며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한낮의 폭양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땅은 서서히 식어버리고 서느러운 바람이 소리없이 불어왔다.

때마침 별무리가 내려앉은것 같은 저쪽 농장마을 유선방송 확성기에서 울리는 노래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

하늘땅의 끝까지 따르렵니다

해와 달이 다하도록 모시렵니다

···

위대하신 어버이수령님을 우러러

인민들은 만수무강 축원합니다

···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노래를 따라부르고계시였다.

 

같은 시각

방 규모도 별로 크지 않고 현란한 장식물도 없는 간소한 방안에 몇명의 로투사들과 로간부들이 둘러앉아 조용히 담소하면서 김정일동지를 기다리고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자 그들은 연신 팔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간은 한초한초 긴장하게 흘렀다. 마침내 밖에서 승용차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드디여 오셨구나! 하고 안도의 숨을 쉬였다.

장내가 활기를 띠고 가볍게 설레였다. 자리를 고쳐앉기도 하고 옷깃을 여미기도 하면서 모두가 출입문쪽에 시선을 보냈다. 마침내 출입문이 열리였다. 그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그러나 출입문으로 들어오시는분은 뜻밖에도 장군님이 아니라 수령님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의아해하는 그들을 묵묵히 훑어보고나서 특별히 마련한것 같은 좌석(그 좌석은 김정일동지를 위하여 마련한것이였다.)을 피하여 그옆의 빈자리에 앉으시며 《동무들, 김정일동지를 대신하여 내가 왔소.》하고 말씀하시였다. 모두들 굳어진듯 그냥 서있었다. 수령님께서 앉으라고 손짓하시자 비로소 그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장내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이윽고 수령님께서 낮으나 무게있는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먼저 동무들에게 하나의 사실을 알리자고 합니다.》

이렇게 서두를 떼시는 그이의 말씀에 방안의 사람들은 더욱 궁금해하였다. 그들은 수령님께 련명편지까지 올렸기에 장군님께서 어쩔수 없이 오늘의 축하연회에 응해나서리라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런데 장군님대신 수령님께서 오시게 된것을 보면 필시 범상치 않은 원인이 있을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잠시 멈추었던 말씀을 이으시였다.

《2년전 나는 김정일동지의 생일 쉰돐을 맞으면서 앞으로 그의 생일을 민족적명절로 기념할데 대한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령은 지금까지 발표되지 못하고있습니다.》

연회참가자들은 감동을 금치 못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것을 비로소 알게 되였던것이다.

《이번에도 김정일동지는 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이의 어조에는 노여움이나 원망과 같은것은 전혀 없이 오히려 끝없는 신뢰와 기대가 깃들어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방금 이리로 오기전에 받은 소식을 상기하며 계속하시였다.

《조직비서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나는 많은것을 생각하던 끝에 조직비서를 대신하여 여기로 왔습니다.》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 순간 그들은 수령님께서 참가하신것으로 하여 이자리가 더 깊은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하였다.

《동무들, 나는 카터에게 나의 한생은 고난스러운 한생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물론 나는 고생속에 머리가 희여졌습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의미에서 이 세상 누구도 체험할수 없었던 복을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그것이 뭔가 하니 인민복, 동지복, 후계자복입니다. 나는 이자리에서 후계자복에 대해서 동무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전제하시였으나 인차 뒤를 잇지 못하시였다. 깊은 감회와 무량한 감개로 목이 메이시였다.

지난 30년간, 아니 그보다 썩 이전부터 하루와 같이 모든것을 다해 자신의 사업을 받들어주고 안녕을 돌보아준 장군님의 끝없는 충성심과 지극한 효성의 하많은 사연들이 눈앞에 삼삼히 떠오르시였다. 그리고 번번이 커다란 경탄속에 느끼군 하셨던 장군님의 위인적인 풍모와 매혹적인 인간상에 대한 추억들이 되새겨지셨다. 참말로 장군님에 대하여 하고싶으신 말씀이 너무도 많았다.

장군님에 대하여 말할 때 천재형의 위인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도 하고 정의인형의 위인이나 정열가형의 위인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다문박식하고 다재다능하여 만능가형의 위인이라고도 하고 한없이 소탈하고 겸허하여 평민형의 위인이라고도 한다.

수령님께서도 그 모든 평가를 긍정해오셨지만 오늘 김정일동지께서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신지 30돐이 되는 뜻깊은 날을 맞이하고보니 그이의 비범한 성품과 자질을 보다 포괄적으로 특징짓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시여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김정일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백두산은 그의 고향이며 그의 담을 키워준 요람입니다. 그의 사상이나 성격을 보아도 신통히 백두산을 닮았습니다. 백두산의 정기와 기상이 그의 온몸에 차고넘칩니다. 김정일동지야말로 백두산형의 인간입니다. 백두산은 그와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나는 백두산을 김일성의 백두산이자 김정일의 백두산이라고 말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경건하고 감동에 찬 눈길들이 그이를 바라보고있었다. 특히 가까이에 앉은 오진우와 총참모장을 비롯한 로투사들의 눈에는 숭엄한 빛이 떠올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이 자신의 말에 제일 뜨겁게 공감하고있다는것을 감촉하시였다. 그들이야말로 김정일동지에 대한 많은 말들중에서 왜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가를 깊이 깨달을수 있는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자신과 함께 항일의 혈전을 헤쳐온 전우들이였다. 백두밀영에서 장군님께서 탄생하셨을 때 그들은 천지의 맑은 정기와 백두산의 억센 기상을 받아안은 백두광명성이 솟았다고 환성을 터치였다. 그들은 남다른 예지와 담력을 보여주며 성장하는 어린시절의 김정일동지에게서 우리 혁명의 창창한 미래를 보았다. 장군님께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게 된 30년전의 오늘에 제일 기뻐한것도 그들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자신께서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있는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나는 일찍부터 김정일동지를 향도의 별>로 칭송하여 부르는 노래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내세우는 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는 머리가 비상하고 령도적수완이 높으며 동지애가 매우 강합니다. 더우기 충과 효성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습니다.

김정일동지는 우리의 사상을 100% 계승하고 우리의 혁명위업을 100% 고수발전시키고있습니다. 그를 후계자로 가지고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이것은 공산주의운동력사에서 그 어느 수령도 지닐수 없었던 행복입니다. 훌륭한 후계자를 가지고있는 행복감이 클수록 나는 생전에 하나라도 더 좋은것을 그에게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서두르고있습니다.》

갑자기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속에 잠기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좌중을 둘러보시고나서 여전히 흥분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전통이 위대하면 계승도 위대한 법입니다. 머지않아 21세기입니다. 21세기는 김정일시대입니다. 나는 21세기에 대하여 마음을 놓습니다. 김정일동지는 21세기의 태양으로 만민의 칭송을 받을것입니다. 그는 모든 성공과 승리의 상징입니다. 노래에도 있는것처럼 그가 없으면 조선도 없고 자주화된 세계도 없을것입니다. 그가 있어야 조국통일도 성취되고 세계의 자주화도 실현되며 21세기도 빛나게 될것입니다. 동무들은 이것을 잘 알고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온것처럼 그를 잘 받들어줄것을 바랍니다!》

그이의 마지막말씀 마디마디들은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저력있게 울리였다. 장내를 둘러보시는 그이의 안광에는 열렬한 호소가 빛발쳤다. 청중은 가슴에 스미듯이 안겨오는 그이의 눈빛에 온몸이 후덥게 달아오르는것을 의식하였다. 동시에 김정일동지를 잘 받들어달라는 간곡한 당부에 자신들에 대한 그이의 모든 기대와 념원이 집착되여있다는것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그들은 김일성동지의 가르침에 충실하려는 열망으로 오래도록 우렁찬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