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7


 

7

 

년중에 몇차례 없는 《보도소나기》가 바야흐로 쏟아지려 하고있었다. 세계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있는 지구상의 수억만사람들이 이날 《언론의 하늘》을 바라보고있었다. 그 《하늘》은 한껏 어두웠고 정적에 묻혀있었다. 이따금 번개가 번쩍하고 우뢰가 우르렁거리며 무더기비를 쏟을것 같았다.

애틀란다에 자리잡고있는 CNN본사에서는 평양에 파견한 취재단으로부터 보내올 소식을 기다리면서 시사시간을 두번씩이나 드티였으며 발행부수가 세계적으로 제일 많은 신문의 하나인 《뉴욕타임스》는 이날 석간편집이 늦어질가보아 조바심이 났다. 세계의 이름있는 통신사들이 평양의 《조선중앙통신》에 파장을 맞추어놓고있었다.

어제 죠르단부총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CNN취재단이 《김일성주석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조건에서 원자력기구사찰원들의 추방조치를 보류한다는것을 공약》이라는 한줄기의 소나기를 던진이래 아직은 한방울의 비도 없었다.

세계의 모든 신문, 방송들은 CNN의 전송을 받아넘기는 한편 김일성동지의 공약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예리하게 살피였다. 허나 미국정계는 가타부타 공식반응이 없었다. 여기에 따라 언론도 침묵을 지키는수밖에 없었다. 이 침묵속에서 지난밤 통신계의 《뢰관》으로 불리우리만큼 빠르기로 이름난 일본의 《지지통신》이 카터가 워싱톤과 전화련계를 가지고있던 16일밤에 미상원이 남조선주둔 미군병력증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93, 반대 3으로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편 유엔에서 《북조선에 대한 제재》결의안이 곧 표결에 붙여질것이라는 일부 보도들이 나돌았다. 이 한줄기의 가느다란 《보도소나기》는 언론계를 한껏 긴장시켰다.

평양의 《공약》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과연 어떠할것인가.

언론들은 제나름으로 예측은 하고있었지만 약속이나 한듯이 발설하지 않고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반응에 따라서 조선반도의 동란, 그것이 세계대전으로 번져질수도 있는 랭전시기이래의 정치적폭풍으로 될것이기때문에 자중하고있는것으로 해석될수 있었다.

언론들이 침묵으로 미국에 시간을 주는것과 같은 관용을 베풀고있을 때 클린톤을 중심으로 하는 온건대화파와 미상원 공화당 원내총무이며 차기 대통령후보인 보브 돌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보수세력간에는 원탁에 둘러앉아서 혹은 전화상으로 맹렬한 론쟁을 벌리고있었다. 두측의 론점은 대체로 세가지에 귀착되여있는데 첫째는 800억US$를 지불하면서 북조선과 전쟁을 하는 편이 낫겠는가, 그것의 몇십분의 일밖에 안되는 돈을 뿌려서 경수로를 제공하는 편이 낫겠는가 하는것이며 둘째로 북조선의 요구에 응하는 경우 동맹국인 《한국》은 조선반도문제에서 완전히 도외시되는데 그들의 반발을 어떻게 막겠는가 하는것이며 셋째로 평양의 공약에 응한다는것은 곧 미국의 양보를 의미하는데 그 체면손상은 어찌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론쟁은 서로 평행선을 이루며 새벽까지 계속되였다.

그러나 더는 시간을 끌수 없게 되였다. 대통령으로서는 평양에 가있는 카터에게 무엇인가 결론을 보내주어야 했다.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심중한 문제에서 미국은 중대결심을 내려야 했다. 이렇게 놓고보면 미국의 태도여하에 따라서 세계의 정국이 결정되고있는것 같았다. 미합중국의 손에, 돈도 제일 많고 무기도 제일 많은 세계 유일초대국인 그들의 손에 력사의 조종간이 쥐여있는것 같았다. 침묵을 지키고있는 언론들도 그렇게 생각했고 대다수 미국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한사람의 미국인만이 이날 6월 17일 토요일새벽에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있었다. 그는 미조관계의 조종간은 조선이 쥐고있다는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지미 카터는 이날새벽 5시가 지나서 워싱톤으로부터 마지막전화를 받았는데 미국은 평양의 공약에 대한 대답으로 경수로문제를 3차 미조회담에서 토의할수 있다는것과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제재결의》를 취소한다는것이였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러한 양보를 하는 대신 북조선으로부터 두가지의 《값》을 받아내야 한다는것이였다.

전화가 끝나자 카터는 자기의 책임보좌관을 불렀다. 보좌관은 첫 새벽(몰린 잠을 자고난 크리크모에게는 첫새벽이였지만 카터에게는 그렇지 않았을것이다.)부터 불러대는 카터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도 카터가 온밤 워싱톤의 결론을 받기 위해 전화기옆을 떠나지 않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카터가 이제 자기에게 무엇을 말하려는것인가? 틀림없이 평양의 공약에 대한 워싱톤의 답변이 왔을게다. 그렇지 않다면야 첫 새벽에 부르지 않았을것이다. 그는 카터가 워싱톤에 요구한 문제를 알고있었다. 그는 카터의 좀 상기한듯한 얼굴을 바라보며 (제재해제이다!)하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니나다를가 카터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에게 워싱톤의 답변을 알려주자고 불렀소.》

《그래 우리의 의견에 동의했다는건가요?》

카터는 두손으로 량미간을 문대며 쏘파가 아니라 침대우에 앉았다.

《난 김일성주석에게 워싱톤의 답변을 어떻게 알려줄것인가에 대하여 당신과 의논하고싶소.》

《아무리 큰 보따리도 풀 때에 풀어야 하니까요.》 크리크모는 카터의 생각을 앞지르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적중한 기회를 타서 그 효과를 최대한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그 값을 톡톡히 받아낼수 있습니다.》

카터는 응답대신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그 손짓이 동감의 뜻에서 하는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에서 하는것인지 알수 없었다. 한참만에야 그는 《크리크모, 당신은 행정부가 그 값으로 무엇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을것 같소?》하고 물었다.

《물론 미국병사들의 유골문제와 그들이 한국사람들과 마주앉도록 하는것이겠지요. 말하자면 김영삼대통령의 메쎄지에 대한 김일성주석의 메쎄지를 받아내는것이지요.》

《당신은 참 현명한 보좌관이요.》

크리크모는 카터의 칭찬을 의아스럽게 들었다. 그의 말투를 봐서 그것이 비양인지 진심인지 알수 없었기때문이였다. 카터가 다시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받아내야 할 보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했소. 방금 워싱톤에서 요구한것과 똑같소. 그대신 김일성주석을 크게 만족시킬 보따리를 워싱톤이 주었다고 생각하오?》

《적어도 제재해제에 대해서만은 그렇게 말할수 있습니다.》

크리크모가 자신있게 말했다. 카터는 또 뜻모를 손짓을 하였다.

《물론 그럴수 있소. 그러나 미국은 제재라는 가장 위력한 압력수단을 아직 쓰지 않았소. 그렇기때문에 평양측은 유엔 제재의 쓴맛을 잘 모를수 있소. 번개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이 번개의 공포를 다 느낄수는 없는 법이요. 그러나 내가 말하고저하는 본질적의미는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요.》

카터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크리크모에게 다가서더니 포옹이라도 하려는것처럼 그의 두어깨를 그러잡고 앞으로 바싹 당기면서 상대의 두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당신이 아직 김일성주석을 만나보지 못한것이 유감이요. 그는 우리가 보아온 세계 정치계 지도자들과는 다르단 말이요.》

《그렇게 생각합니까?》 크리크모가 속삭이듯 물었다.

《당신이 어제 판문점으로 나간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였소. 내가 공연히 당신을 보냈댔소. 당신이 어제 회담장에 있었더라면 김일성주석에 대한 나의 심정을 충분히 리해할거요.》

《각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워싱톤으로부터 새로 받은 보따리를 더욱 때맞추 풀어야지요.》

그 말에 카터가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하지 않았소. 김일성주석과는 장사군처럼 흥정할수 없단 말이요.》

《그럼 무슨 방도라도 있습니까?》

카터가 마치 무엇을 쫓기라도 하는것과 같은 손짓을 또 하였다.

그리고 침대에 도로 걸터앉으며 길게 한숨을 쉬였다.

《외교에서는 언제나 이중적인 놀음이 있어야 합니다.》

크리크모는 보좌관으로서의 책임을 하려는듯 자못 신중한 표정을 짓고 계속했다.

《어쨌든 김일성주석이 제재해제외에 3차회담재개에 대한 보충적인 통보를 받게 되면 오늘의 회담에서 매우 기뻐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회를 잘 선택하는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값을 우리의 요구대로 받아낼수 있습니다.》

《좋소. 지금 형편에서 나도 다른 방도는 없으리라고 보오.》

카터는 어쩔수 없이 보좌관의 말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회담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들 일행을 태운 승용차는 금수산의사당으로가 아니라 모란봉기슭의 나루가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푸른 대동강과 아침해빛을 받아 번쩍이며 그우에 두둥실 떠있는 화려한 유람선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김일성주석께서는 카터선생이 바다의 배를 좋아한다는것을 아시고 오늘은 저 유람선을 타고 서해갑문까지 가면서 회담을 하기로 하셨습니다.》

카터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있던 문선규가 사연을 설명했다. 그러자 카터의 얼굴에 대뜸 환희의 빛이 물결쳤다.

《저이는 정말 배라면 오금을 못 쓴답니다!》

로잘린 역시 놀라서 반짝이는 눈길로 남편을 가리키며 탄성을 질렀다.

나루터에서는 김일성동지께서 먼저 나와 기다리고계시였다.

《카터선생, 오늘은 대동강을 따라 서해갑문까지 가면서 유람을 합시다. 그리고 필요한 이야기도 나눕시다.》

《주석각하, 친절을 베풀어주신데 대하여 무슨 말로 사의를 표시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님들을 데리고 배에 오르시였다. 이윽고 닻을 올린 배는 대동강물결을 따라 옥류교쪽으로 향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카터선생, 저것이 어제저녁 당신들이 식사를 한 옥류관입니다.》

《참말 그렇군요.》

기와지붕을 건듯 추켜든 옥류관은 독특한 조선식건축미로 하여 카터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더우기 강기슭의 천연바위등에 의지하여 높이 쌓아올린 기초벽에 배의 현측을 부각한것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어떻습니까. 물결을 따라 내려가는 유람선우에서 바라보니 옥류관이라는 커다란 배가 물결을 거슬러 어디론가 멀리로 떠나가는것 같아보이지 않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흥겨운 어조로 물으시였다.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짓고계시는 그이의 얼굴에는 온갖 시름을 다 잊어버리고 유쾌하고 밝은 기분만이 비껴흐르는듯 하였다. 카터는 어느덧 그이의 기분에 끌려드는 자신을 의식하며 다시 옥류관을 바라보았다. 과연 독특한 건축미를 갖춘 옥류관이 한척의 배로 변하여 강물우에 두둥실 떠가는것 같이 보이였다.

유람선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알맞춤한 속도로 떠내려갔다. 선미에서 일어나는 한줄기 파문이 점점 폭을 넓히며 나갔고 쏟아지는 해빛에 일렁이는 물결은 천만구슬을 쥐여뿌린듯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우로 갈매기 한마리가 춤추듯 날아옜다. 그것을 유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강옆에 솟아있는 대극장을 가리키시였다. 저 대극장의 건평은 얼마나 되며 건설을 할 때 어느 한 처녀미장공이 어떤 로력적위훈을 세웠는가를 카터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시였다. 카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있게 들었다. 그러나 그의 옆에 앉아있는 크리크모는 줄곧 긴장되여있었다.

오늘 회담의 주패장을 내댈 기회를 마련하지 않고 세월없이 김일성주석의 기분에 끌려드는 카터를 리해할수 없었던것이다. 김일성주석께서 잠시 말씀을 끊은 기회를 타서 카터에게 귀띔을 하려는데 문선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카터선생, 저기가 만경대입니다.》

카터는 눈이 번쩍 뜨이고 대뜸 정신이 쇄신해짐을 느끼였다. 무어라고 이름할수 없는 성스러운 정기와 속세의 어지러운 먼지를 털어버리고 그지없이 정갈한 정화의 세계속에 잠기게 하였던것이다. 손을 대면 금시 푸른물이 피여오를듯 울울창창한 송림에 포근히 싸인 봉우리, 그우에 날아갈듯 처마 네귀를 건뜻 쳐든 정자, 절벽밑으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뻗어간 교각식 고속도로··· 소리없이 흘러가는 대동강물결도 여기서는 그냥 무심히 지날수 없는듯 거세차게 일렁이며 만경대의 웅자를 담아싣고 유유히 흐르고있었다.

카터는 점도록 만경봉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다가 어제 구경한 개선문이 머리에 떠올라 수령님께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어제 개선문을 보았는데 거기에 1925년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던데 그 뜻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가 1925년에 조국을 떠나 일제와 투쟁하였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고향인 만경대를 떠나 1945년에 돌아오셨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알만합니다. 아주 훌륭한 생애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응대없이 생각에 잠긴듯 하시였다. 카터는 그이의 생애를 두고 무엇인가 더 말하려다가 크리크모의 그 어떤 독촉하는듯한 눈빛에 부딪치자 입을 다물었다. 더는 지체하지 말아야 했다. 지금 백악관에서 초조히 소식을 기다리고있을 클린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카터는 자리를 고쳐앉으며 마침내 공식적인 발언을 하였다.

《나는 정식회담에 앞서 오늘새벽 본국으로부터 받은 하나의 중요통보를 주석각하께 알려드리는 영광을 가지려고 합니다.》

김일성주석께서는 말씀이 없이 그저 그를 바라보시였다.

《미국은 오늘 새벽에 경수로문제를 3차미조회담에서 토의할수 있다는것을 대통령의 이름으로 담보했습니다.》

카터는 분명 김일성주석께서 매우 기뻐하시리라고 생각하며 열띤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이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런가요?》하고 한마디 무심히 반문하셨을뿐이였다. 카터는 크리크모와 시선을 마주쳤다. 크리크모도 뜻밖인듯 굳어진 표정이였다.

자기가 통보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때문이라고 여긴 카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것을 통보해드리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것은 나의 이번 방문이 결코 한갖 려행으로 끝나지 않게 되였다는 뜻에서였습니다. 3차미조회담을 조선측에서도 바라고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건 사실입니다.》하고 긍정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한 표정으로 뒤를 이으시였다.

《카터선생, 그런데 당신의 통보는 별로 새로운것이 아니군요.》

《새것이 아니라니요?》

《3차회담은 이미 우리들사이에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비로소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반문하시였다.

그 말씀의 뜻을 먼저 알아차린 크리크모의 얼굴에 처음으로 경탄의 빛이 비끼였다. 실상 지금의 회담이 3차조미회담의 서곡이라는 뜻에서 하신 말씀이 분명했다. 카터는 머리를 가볍게 숙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김일성동지께서 정중히 말씀하시였다.

《그러고보니 카터선생이 본국에 전화를 하느라고 밤을 새운것 같은데 어제 있은 우리들사이의 합의를 실현시키려고 성의껏 노력한 선생에게 사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유람선의 뒤를 따라오는 다른 또 한척의 배를 바라보시였다. 그 배에는 CNN텔레비죤방송회사 죠르단부총사장을 비롯한 미국기자들이 타고있었다. 갑판우에 나선 그들은 이쪽에 카메라를 대고 촬영할 기회를 초조히 기다리고있었다.

《오늘 우리의 기본문제를 론의하기에 앞서 당신을 수행해온 기자들에게 촬영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가요? 동의하신다면 그렇게 합시다.》

그이께서는 문선규더러 배의 속도를 늦추게 하라고 이르시였다.

뒤따르던 배가 《모란봉》호와 나란히 달리게 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두들 갑판으로 올라가자고 하시였다.

카터와 그의 보좌관들이 김일성동지를 따라 갑판우로 올라갔다. 저쪽배에서는 사진기자들과 텔레비죤촬영가들이 좋은 위치를 골라잡느라고 서로 밀며 부딪치며 일시 복새통이 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카터의 팔을 끼시였다. 그리고 늘 그러하시듯 환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카터도 따라 웃었다. 촬영이 끝나자 모두 회담탁에 다시 마주앉았다.

배는 다시 속도를 놓았다. 선미에서 일어나는 흰물갈기는 강우에 비낀 산그림자며 소소리높은 뽀뿌라며 연한 흰구름을 분수처럼 뿜어올리며 끝없이 퍼져갔다.

대동강물이 넘칠듯 차있는 기슭에 사람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스치였다. 낚시군들이였다. 낚시군들을 띄여보신 김일성동지께서 물살이 일지 않도록 하라고 문선규에게 조용히 이르시였다. 문선규가 기관실에 련락을 하려고 회담실밖으로 나갔다.

카터는 의아한 표정으로 문선규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수령님께서는 웃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카터선생은 혹시 낚시질에 흥미를 가지고있지 않습니까?》

《흥미를 가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있는셈이군요.》

《참, 어느 책에선가 주석각하께서 사색을 위해서 낚시질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나는 그 무슨 사색을 위해서가 아니라 워낙 낚시질을 좋아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카터로부터 낚시군들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씀하시였다.

《카터선생도 낚시질을 좋아한다니 알겠지만 낚시군들에게는 배들이 지나가면서 물살을 일굴 때처럼 짜증날 때가 없지요. 우리가 유익한 회담을 하면서 그들에게 원망을 사서야 되겠습니까. 허허···》

김일성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카터도 따라 웃으며 강기슭을 바라보았다. 농립모 아니면 전이 넓은 모자를 쓴 여러명의 낚시군들이 뚝우에 걸터앉아있었다. 그뒤로 선생님을 따라 야외에 나왔는지 울긋불긋 몸단장을 한 유치원쪼무래기들이 푸른 뚝우에 매여놓은 흰 염소둘레에 모여서 무어라고 야단법석을 치고있었다. 그것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대동강의 푸른 물결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꽃물결이였다.

카터는 불현듯 조선방문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도이췰란드의 녀류작가 루이저 린저의 평양방문기의 한 구절을 되새기였다.

··· 이 얼마나 장쾌한 흐름인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나오는 시구절 《부활제의 산보길》이 떠오르는것을 억제할수 없다. 괴테는 즐거운 쪽배들이 떠오르는 라인강을 노래했지만 우리앞에 흐르는것은 라인강이 아니라 대동강이며 산보하는 사람들은 프랑크푸르트주민들이 아니라 위대한 혁명을 승리적으로 진행한 북조선인민이다···

카터는 강가에 앉아있는 낚시군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방금전까지 전혀 관심밖에 두었던 그 낚시군들이 큰 의미를 띠고 눈앞에 안겨왔다. 어찌하여 김일성주석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다고 할수 있는 이 력사적인 배를 한갖 저 낚시군들을 위해 에돌게 한것인가.

여느때 같으면 그저 스쳐지날수 있는 그 자그마한 일에 카터는 무심할수 없었다. 푸른물이 흘러가는 이 배길이 김일성주석의 정치관과 인생관을 설명해주는듯싶었다. 그래서인지 그 의미를 명백히 깨닫기가 어렵기도 하였다. 허나 어쨌든 카터는 이 자그마한 사실에서 인민을 하늘처럼 받드는 김일성주석의 풍모를 실지 체험으로 깨달은듯한 느낌이였다.

카터는 자기의 대통령시절을 이 대동강의 배길에 비쳐보며 은근히 얼굴을 붉혔다. 지금까지 나는 관리였고 통치자였다. 나는 대통령을 지내면서 인민을 통치했는데 주석은 인민을 받들고있다. 이윽고 카터는 초조감에 사로잡힌 크리크모를 띄여보고 자신이 김일성주석과 회담중에 있다는것을 자각했다. 워싱톤으로부터 보내온 보따리를 털어보였지만 그에 대한 《값》은 받지 못했다는데 생각이 미치였다. 어떻게 하나 김일성주석에게 김영삼의 메쎄지를 드리고 회답을 받아야 하는것이다.

카터는 북조선측이 이 보상을 쉽게 주려고 하지 않을것이라고 짐작했다. 북조선의 안중에는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없었다.

카터는 자기의 집권시기 남조선을 북조선에 마주 세우기 위해 북조선, 미국, 남조선이 참가하는 3자회담을 제기했다. 북조선은 그때에도 남조선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는 전제밑에서 그들과 마주앉는데 동의했다.

카터가 정권을 내놓은후 그의 정치강령의 하나였던 미군철수와 조선통일론의는 자취를 감추었다. 북조선은 조선문제의 당사자는 미국이라는 견해를 시종일관하게 견지하였다.

카터는 이것이 두려웠다. 두려워한것은 그만이 아니였다. 미국대통령도 그의 보좌관들도 이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제재해제》대신 김일성주석으로부터 김영삼에게 보내는 회답메쎄지를 받아낼것을 요구하고있는것이다.

그는 김일성동지의 너그러운 리해를 바라며 조심히 입을 열었다.

《각하, 지금까지 미조사이에는 두차례의 회담이 진행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끼우지 못한 남조선측은 3단계회담을 반대하고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리유로 해서 3단계회담은 연기되였습니다. 최근에 와서 남조선측이 립장을 바꾸었습니다.》

《솔직히 말씀해주어 감사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려깊은 표정으로 응대하시였다.

카터는 저으기 신심이 생기였다.

《저는 여기로 올 때 우리 대통령으로부터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에 대해 론의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중한 자세로 상대를 주시하시였다.

카터는 자기의 마음을 투시해보시는듯한 그이의 눈빛에 부딪치자 말머리를 돌리였다.

《나는 주석각하께서 이미 상면한바 있는 그라함목사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미조사이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때문에 호상 의사소통에서 난관을 겪고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리 두 나라의 력사가 크게 다른것과 관련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은 수천년력사를 가지고있는 반면에 미국은 불과 몇백년의 력사밖에 안되는 비교적 청소한 문명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 결과 미국사회는 전통과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것에는 관심을 덜 가지고 당장 결과가 나타날것만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주석각하께서 신중하고 원숙하신 리해를 가지고 신축성을 보여주시기를 희망합니다.》

《허허··· 우리는 언제나 그러할것입니다.》

《문화의 배경, 력사의 차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문제에 대하여 다같이 동의할수 없게 합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한 미국사람인 나를 친절히 대해주시고 정치적인 리념을 초월하여 인간적인 뉴대를 맺을수 있도록 하여주신데 대하여 각별한 의의를 부여하게 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카터의 말에 기꺼이 응수하시였다.

《카터선생이 친분관계를 바란다면 나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통일문제에 대하여 계속 관심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씀에 카터는 행정부로부터 받은 두번째 임무를 수행할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흥분한 어조로 얼른 수긍했다.

《물론입니다.》

《이 기회에 나는 카터선생에게 우리의 통일방침을 다시 상기시켜드리려고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카터는 자기의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크리크모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놓아두었던 연필을 들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말씀을 떼시자 그는 또박또박 적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장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 두개 정부의 원칙에서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자는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북과 남에 두개 정부를 그대로 두고 그우에 공동의장을 둘수 있으리라는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남이 서로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여 좋을것이며 우리 나라와 미국사이에 불미스러운 문제도 생기지 않을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카터선생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힘써보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협상의 명수로서의 선생의 명성도 높아질것 같은데요.》

《좋습니다.》

카터는 진정 기뻤다. 이제야말로 주패장을 내댄다면 김일성주석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며 남조선당국자를 그이와 대면시킬수 있을것 같았다. 허나 그는 그전에 하나의 의문을 풀어야 했다.

《각하, 한가지 물어도 좋겠습니까?》

카터는 김일성동지께서 동의하실 사이도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남조선사람들이 제일 우려하는 문제가 북측이 외세의 간섭이 없이 자주적으로 통일할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있지만 본질은 미군을 철수시키고 남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카터선생도 알고있겠지만 우리는 북과 남의 군대를 각각 10만명 아래로 축소하면서 그에 맞게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할것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남조선사람들은 당신들에게 우리의 의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런가요?》

카터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것보시오. 당신들이 그 사람들과만 마주앉다나니 오해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당신들에게 남조선사람들의 그릇된 처사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이 마주 앉았던 남조선사람들이 일본이나 중국사람들이 아니고 우리와 한피줄을 나눈 동족이기때문입니다.》

카터는 평양에 온후 이곳의 그 누구에게서도 남조선사람들을 욕하는것을 보지 못하였다. 방금 들은 김일성주석의 말씀이 그 까닭을 웅변적으로 설명해주고있었다. 그러나 남조선사람들은 어떤가? 그들은 미국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북조선사람들을 비방하기에 분별을 잃고있다. 물론 카터는 많은 면에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지만 도가 넘는 비난에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였다. 민족적감정을 완전히 상실한 그들이 북조선측과 뚜렷이 대조되면서 불만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들의 중개자역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있었다.

《나는 주석각하에게 본국으로부터 받은 하나의 통보를 마저 전달하고싶습니다. 주석각하, 우리 미국은 유엔에 제기했던 귀국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취소했습니다.》

카터는 김일성주석께서 자기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긴장해서 주시했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이 그저 카터를 바라보기만 하시였다.

《이 취소는.》하고 카터는 그이께서 자기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신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나에게 통보해온것입니다. 각하에게 정확히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웃몸을 약간 젖히고앉으신 그이께서는 카터가 첫번째 통보를 전했을 때처럼 범상해하시는 기색으로 눈길을 선창밖에 주고계시였다. 대동강물결에 반사된 눈부신 해빛이 그이의 안광에 부서져 미세한 불꽃을 날리고있었다.

이윽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카터선생이 중요한 통보를 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러나 새삼스러울뿐입니다.》

《예?!》

카터는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제재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재를 받으며 살아왔지 제재를 받지 않은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에 미국도 제재를 가하였고 일본이나 그밖의 나라들도 제재를 가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제재를 받으면서도 별일없이 살아왔는데 이제 제재를 더 받는다고 하여 못살지 않을것입니다.》

카터는 갑자기 말문이 막힌듯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계속되는 그이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뿐이였다.

《다시말하지만 우리는 제재조치를 취소시켜도 좋고 안시켜도 좋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반대하는것은 당신들탓이지 우리의탓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기때문에 우리도 당신들을 신뢰하지 않게 된것입니다. 당신들은 우리 나라를 자꾸 못살게 구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못살아가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나라에 압력을 가하고 못살게 놀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잘살수 있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서 클린톤대통령과 동료들에게 우리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주십시오.》

김일성동지의 표정은 준절하시였고 말씀의 마디마디에는 저력이 느껴졌다.

《예.》

당혹한 카터는 가슴을 조이며 공손히 수긍했다. 《제재》해제가 김일성주석에게 기쁨을 줄대신 미국에 쌓인 분노를 자극시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할수 없었던 그였다.

실상 김일성동지께서도 처음부터 카터에게 준절한 태도를 보일 생각은 없으시였다. 어디까지나 화기에 넘치는 분위기속에서 회담을 이끌어가려고 하시였다. 카터가 《제재》해제조치를 마치 미국이 베푸는 커다란 선심처럼 묘사하는데 부지중 흥분하셨던것이다.

《미안합니다. 카터선생.》

김일성동지께서는 온화한 표정으로 되돌아가며 량해를 구하시였다. 그러신 다음 푹 가라앉은 목소리를 되살리며 계속하시였다.

《우리 이야기를 계속합시다. 우리는 허심하게 자기의 견해를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사람들의 통보에 의하면 당신은 안주머니에 무엇을 넣고왔다고 합니다.》

《나는 남조선당국자의 구두메쎄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들어봅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선선히 말씀하시였다.

《그는 가급적으로 시급히 만나서 남북사이의 현안문제들을 토의할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거기에 통일문제도 포함됩니다.》

《좋습니다!》

《예?》

카터는 자기가 잘못 듣지 않았나 하여 얼른 반문했다. 그이께서 그처럼 흔연히 접수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크리스테슨이 반복하여 통역했다. 카터는 그의 흥분한 얼굴을 보고서야 김일성동지께서 동의하시였다는것을 확신하고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물론 조선통일문제의 국면이 열리게 되였다고 기뻐한것은 아니였다. 미국의 군부호전층과 공화당패거리들의 공격을 면하게 되였다고 기뻐한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김일성주석과 같은 위인이 한갖 정상배에 지나지 않는 김영삼과 자리를 같이하는 문제인것만큼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주석각하, 남조선사람들에 대한 노여움이 많겠는데 진정 그들을 만나시겠습니까?》

《남조선당국자와의 회담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오래전에 북과 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고 조국통일의 방도를 협의하기 위하여 북남고위급회담을 제기한바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남조선에 문민정권이 출현한 후 남조선당국자들이 어떤 립장과 태도로 나오는가 하는데 대하여 깊은 주의를 돌렸습니다. 현 남조선집권자는 취임연설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수 없다고 하면서 나와 백두산에서 만나도 좋고 한나산에서 만나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가 민족을 동맥국보다 우위에 놓는 연설을 하였기때문에 그와 손을 잡을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을 작성하여 우리의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남조선의 당국자는 외세에 추종하면서 계속 대결소동을 벌리고있으며 최근에는 북남고위급 특사교환을 위한 회담도 결렬상태에 몰아넣었습니다. 선생은 그에 대한 우리의 노여움이 많겠다고 하였는데 그것도 민족지상의 과제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조국통일을 위해서라면 모든것을 바칠것입니다.

겸해서 나는 미군병사들의 유골문제도 최선을 다해 풀어주겠다는것을 약속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카터는 너무도 고마와서 자리에서 일어나 동양식으로 허리를 굽혔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못 열띤 어조로 말했다.

《나는 돌아가서 대통령에게 조선통일문제를 조선사람자신이 해결할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것을 권고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김일성동지께서 자기의 말을 믿어주시자 카터는 자기의 영향력에는 한도가 있으며 더우기 정권을 내놓은 대통령이라는 생각으로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였다.

《북위 38°선을 조선반도의 분단선으로 제안할 때 참가했던 한 미군장교는 나의 친구였습니다.》

《친구가 잘못을 저지른만큼 카터선생이 오늘까지 지속되여온 우리 나라의 분단선을 지워버리는데 한몫하면 좋을것입니다.》

《우리 미국은 여러해만에 국회상원 다수가 지지하는 대통령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이것은 현 대통령이 지난날의 부쉬나 레간에게서는 불가능했던 발기를 할수 있게 해줍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난감한 대내외정치문제들에 접하였습니다. 물론 클린톤이 당선됨으로써 미국정치계렬안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강력한 세력이 출현하게 되였습니다. 그들가운데는 미국사회에서 영향력이 있고 생태적 및 기술적문제들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핵전파를 강력히 반대하고있습니다. 반면에 그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세력도 많은것만큼 대통령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유럽관계도 전에 비하여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이것은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한 구상이 지난 시기보다 더 론의되여야 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나의 견해에 의하면 이러한 요인들과 또 다른 요인들이 조선반도문제에서 그가 타협할 가능성을 심하게 제한하고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나는 클린톤대통령이 우리들을 갈라놓고있는 모든 문제들이 평등하게 해결되도록 하려는 선의의 인간이라는것을 당신앞에서 보증합니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기셨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신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믿겠습니다.》

이때 김일성동지께서 믿으신것은 클린톤을 포함한 미국의 정객들보다는 대국의 정계를 떠밀고있는 대세, 어차피 우리앞에 흰기를 들고 나오지 않을수 없게 하는 그 대세였던것이다. 그것은 우리 공화국의 힘이 막강하고 그 어떤 힘도 세계가 자주화된 길로 나아가는 길을 막을수 없다는 확고한 믿음에 기초한것이였다. 카터는 이것을 알수 없었다.

그렇지만 평양방문의 목적을 달성한 그는 마음이 평온했다.

배우에서는 오찬이 베풀어졌다.

《어제 오찬에서는 인삼술을 마셨으니 오늘은 금청주를 드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접대원에게 술을 데워오라고 이르신 다음 말씀을 이으시였다.

《금청주는 중국 소흥주와 비슷한데 데워서 마시는것이 좋습니다.》

카터는 자기앞에 놓인 맑은 술잔을 보더니 입가에 느슨한 웃음을 지으며 그이께 물었다.

《주석각하, 제가 한가지 우스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어서 하십시오. 웃음은 사람을 젊게 합니다.》

카터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채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김일성동지께 다감한 눈길을 보내였다.

《주석각하께서도 아시는것처럼 대통령집권당시에 나는 제네바에서 쏘련의 브레쥬네브와 회담을 한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나는 브레쥬네브와 마주앉아 꼬냐크를 마시였는데 그때 브레쥬네브는 지각이 없어질 정도로 만취하였지만 나는 조금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외교적례절을 지켜 브레쥬네브가 잔을 들면 나도 잔을 들고 내가 잔을 들면 브레쥬네브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량의 술을 마셨습니다.》

줄곧 웃음을 띠고있는 카터의 목소리에는 롱조가 어려있었다.

《카터선생의 주량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김일성동지께서 놀라운 기색을 띠시였다.

《그런게 아니라 술잔에 비밀이 있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술잔은 브레쥬네브앞에 놓인 잔과 모양이 꼭 같았지만 술을 붓는 족족 중화시켜버리는 특수한 잔이였습니다. 그날 브레즈네브는 술에 취해서 할소리, 못할소리 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속심도 뽑아내고 쏘련의 비밀도 많이 알아냈습니다.》

카터는 눈귀를 좁히면서 소리내여 웃었다. 그가 력사에 깊이 숨겨두었던 일화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는 《모란봉》호에서 서슴없이 털어놓고있는것은 자못 놀라운 일이였다.

허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상하게 웃으시며 롱조의 말씀을 하시였다.

《카터선생, 우리의 잔에도 비밀이 있는지 모릅니다. 잘 지켜보십시오.》

《주석각하께서는 술잔이 아니라 다른것으로 이미 나를 한껏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취하지 않았다면 제네바의 비밀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것입니다.》

카터는 홀연 정색을 짓고 진지한 눈빛으로 김일성동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까뭇하게 멀어진 대동강의 낚시터를 선실밖으로 내다보며 계속하였다.

《나도 지구의 여러곳을 다녀보았지만 이 나라의 령도자처럼 인민을 존대하는 령도자를 보지 못했고 이 나라 인민들처럼 자기 령도자를 공경하는 인민들은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우리 인민은 예로부터 충과 효를 미덕으로 알고있는 좋은 인민입니다. 말이 났으니만큼 우리 인민에 대한 자랑을 좀 하려고 합니다.》

《듣고싶습니다. 래일이면 떠나겠는데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우리 인민은 슬기롭고 지혜로운 민족입니다. 세계적으로 유태인들을 재간있다고 하지만 조선사람들은 그들보다 더 재간이 있습니다. 유태인들이 재간이 있기때문에 예수가 그들을 념두에 두고 나를 팔아먹을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유태사람인 유다가 그를 고발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죽게 하였다고 합니다. 유태인들은 재간도 있지만 쉽게 배신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람들은 지혜도 있고 신의도 생명처럼 귀중히 여깁니다. 그리고 우리 인민은 오랜 력사를 가지고있습니다. 우리는 최근에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유해를 발굴하였습니다.》

《이번에 그 유해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한창 릉을 수복하는중이라더군요.》

《다음번에 오십시오··· 참 저기를 보십시오. 저 좌측벌 멀리에 우뚝 보이는것이 구월산이라고 하는 아흔아홉개의 봉우리를 가진 우리 나라의 명산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6대명산이 있습니다. 그중 5개가 북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5대명산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우리 나라 북쪽에 있는 칠보산을 명산중에 넣지 않았기때문입니다. 칠보산은 옛날에 정배살이를 하던 북쪽지역의 산이여서 일러주지도 않았고 또 사람들이 가보지도 못해서 이름도 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칠보산은 명산중의 명산입니다.》

그이께서는 칠보산의 기묘한 풍치와 풍부한 자원에 대하여 이야기하시면서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일곱가지 보물이 있어 칠보산이라고 한다고 하시였다.

김정일장군이 칠보산을 각별히 사랑합니다. 칠보산일대가 옛날엔 정배살이 땅이였지만 오늘은 인민의 유원지로 전변되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저 구월산도 유원지로 잘 꾸리려고 합니다. 구월산의 높이가 800m여서 사람의 건강에 맞춤합니다. 통일이 되면 남조선사람들도 저 산에 유람을 올것입니다. 서울에서 떠나면 몇시간 걸리지 않을테니 하루에도 몇차례 다녀갈수 있습니다.》

카터는 수저를 놓고 그이의 이야기에 심취되여버렸다.

그이의 화제는 서해갑문에로 옮아가서 갑문의 통과능력이며 저수량 그리고 발전량과 호수에서 사는 물고기의 종류며 호수물이 적시게 될 경지면적까지 구체적인 수자를 들어 말씀하시였다. 카터는 그이의 박식과 견문 그리고 비상한 기억력에 놀랐다.

《우리 나라 애국가에도 있는것처럼 아침이 빛나는 이 강산, 은금의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은 반세기이상 분단의 비극을 겪고있습니다.···》

그이의 말씀은 여기서 갑자기 중단되였다. 정적이 흘렀다. 카터는 그이께서 느끼시는 분단의 아픔이 자기에게 그대로 옮겨지는듯싶었다.

대동강물결은 정오의 해빛을 받아 수천수만의 불꽃을 날리고있는듯 하였다. 카터는 선실밖에 시선을 주었다가 수령님을 바라보며 어줍게 물었다.

《당신께서는 생전에 통일이 되리라고 믿습니까? 누구의 령도하에 통일이 되리라고 봅니까?》

《어려운 과업이지만 나는 통일에 대하여 락관하고있습니다. 나라의 통일은 민족지상의 과업이며 한결같은 소망입니다.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이 통일을 갈망하고있으며 조국통일의 기운은 날로 더욱 높아지고있습니다. 반만년의 유구한 력사를 가진 단일민족이 외세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갈라진 자기 조국을 통일하려는 지향과 거족적인 투쟁을 막을 힘은 이 세상에 없습니니다. 그리고 조국통일이 누구의 령도하에 실현된다기보다 민족공동의 지향과 노력에 의하여 실현된다고 보아야 할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조국통일을 위한 가장 정당한 강령이 있습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은 북남이 합의한 통일의 근본원칙입니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개 제도, 두개 정부에 기초한 련방제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선생에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절대적인 지지와 찬동을 받고있습니다. 온 민족이 통일을 바라고 통일력량이 강화되고 가장 정당한 강령이 있는 한 우리 나라의 통일은 민족의 단합된 힘과 공동의 노력에 의하여 반드시 실현되고야말것입니다.》

드디여 《모란봉》호는 바다에 들어서고있었다. 잔잔한 호수같다가도 천만산악처럼 일떠서는 자연의 대경치, 천변만화의 조화를 다 부리는 그 바다를 바라보며 일생 바다를 사랑하여 온 카터는 황홀경에 잠기였다. 허나 그것은 자연의 바다가 아니였다. 그것은 김일성주석의 바다와 같은 넓은 도량이였다.

오 바다여! 도량의 바다여!!···

카터는 부지불식간에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였다.

오찬이 끝나고 잠시 쉬게 되였을 때 크리크모가 배의 란간을 붙잡고 경치를 바라보고있는 카터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카터에게 은근히 불만을 암시했다.

《각하, 지금 본국에서는 각하께서 김일성주석의 미소외교에 넘어가고있다는 반영입니다.》

《그건 선생의 생각이겠지요?》

크리크모는 대답대신 눈살이 꼿꼿해서 카터를 쳐다보았다. 카터는 성날 대신 너그럽게 웃었다. 그리고 의미있게 한마디 했다.

《전후 50년간 우리의 대조선정책에서 가장 큰 착오가 뭔지 아오? 그것은 이 나라 국가수반을 너무도 몰랐다는것이요.

그런데 나는 이번에 김일성주석에 대하여 많은것을 알았소. 이것은 미국에 매우 유익한것으로 될거요.》

카터는 김일성주석과 다시 마주앉았다. 그리고 두 나라사이에 제기된 나머지 현안문제들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틀간의 회담이 모두 끝났다.

배에서 내린 미국손님들은 서해갑문을 참관하고나서 휴계실에서 잠시 쉬였다. 여기서 김일성동지와 작별하게 되여있었다.

《주석각하, 나는 한가지 사실을 고백하고싶습니다.》

명상에 잠겨 쏘파에 앉아있던 카터가 곁에 앉으신 김일성동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예. 어서···》

《우리들사이가 이렇게 깊어진것이 나로서는 매우 뜻밖입니다.》

카터는 진심을 고백했다. 오래동안 적으로 되여온 두 나라 사이였고 날카로운 정치문제들을 상정시킨 이번 회담이였다. 이런 경우에 흔히 회담은 격렬한 론쟁으로 일관되거나 회담끝에는 서로 상대에 대한 적의감이 타오르기마련이다. 카터는 그래서 커다란 불안과 위구를 안고 평양을 찾아왔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나는 처음부터 우리들의 관계가 이렇게 되기를 희망했고 또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카터에게 신뢰어린 미소를 보내시였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했습니까?》

《두가지 근거를 가지고 당신이 나의 벗으로 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하나는 진정을 보내면 진정이 온다는 생활의 법칙을 믿었기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어느 정도 알고있었기때문입니다.》

말씀의 뜻을 새기며 눈을 내리감고있던 카터는 다시 시선을 쳐들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나도 오래전에 주석각하를 리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주석각하께서 쓰신 회고록이 나의 리해를 크게 도와주었습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리치입니다. 처음은 평양에 오기를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회고록을 읽고나서 주석각하를 한번 만나보고싶은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되였습니다. 나는 각하의 회고록을 안해와 자식들은 물론 가까운 동료들에게 읽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저도 매우 감동해서 읽었습니다.》

카터옆에 서있던 로잘린이 기회를 놓칠세라 끼여들며 김일성동지께 머리를 가볍게 숙여보였다.

《모두들 나의 회고록을 흥미있게 읽었다니 감사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 부부를 번갈아보시였다.

《주석님의 생애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생애입니다.》 카터는 말했다.

《또 그 말씀인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얼굴에 지었던 미소를 활짝 터치며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아니, 영광스럽기보다 고난스러운 한생이였지요.》

카터는 웃지 않았다.

그는 자못 신중한 어조로 이렇게 물었다.

《어째서 자신의 생애를 그렇게 평가하십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음을 거두시였다.

《카터선생이 굳이 알고싶다면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예···》

《나는 회고록을 쓰면서 자기 생애를 깊이 돌이켜보았습니다. 그 과정에 그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거기에는 두가지 리유가 있습니다. 나는 열네살때부터 혁명의 길에 나섰는데 지금까지 한생을 상대하여 싸우기도 하고 맞서기도 한 적은 세계적으로 강대한 제국주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끊임없는 시련과 고난을 헤쳐나와야 했습니다. 나는 별의별 비극적인 체험과 고통스러운 체험을 다 겪어보았습니다. 그러자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카터는 그 말씀이 솔직한 인간적인 고백이라고 느끼며 또 물었다.

《다른 하나의 리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인민은 나를 무한히 신뢰하고 따르고있는데 나는 인민에게 주어야 할것을 다 주지 못하고있습니다. 당신도 한때 대통령직을 지녀보았기때문에 리해하겠지만 국가수반직은 영광스럽다기보다 조국과 인민의 운명에 대한 거대한 중하를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고생을 전제로 하는 관직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와 같이 과거사회로부터 뒤떨어진 경제와 문화를 넘겨받았고 큰 나라들사이에 끼여서 현대력사의 복잡한 문제들의 초점으로 되고있는 나라 국가수반의 경우에는 더구나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 우리 인민들에게 나라의 통일을 가져다주지 못했고 그들의 생활을 응당한 수준으로 높여주지 못했습니다. 우리 인민이 겪고있는 분단의 고통은 참으로 큽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은 아직 풍부하다고 할수 없습니다. 나는 자기 생애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이 문제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있습니다. 인민앞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책이 나를 늘 고통스럽게 하고있습니다.》

카터는 그이의 고백에 마음속으로 두번다시 머리숙였다. 조선인민이 그이를 진심으로 따르고 존경하는 까닭을 비로소 알게 된듯싶었다.

《주석각하, 나는 당신이 한생을 두고 겪으신 그 풍상고초때문에 바로 당신의 생애가 훌륭하고 영광스럽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나의 친구인 그라함은 당신은 현세의 모세라고 하였는데 나역시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덤덤히 듣고계시다가 웃음을 띠며 화제를 이으시였다.

《카터선생은 또 그런 말씀을 반복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가지만 더 말하고싶은것은 나의 한생은 그 고난에 못지 않게 최상의 희열을 느낀 매우 기쁘고 영광에 찬 한생이기도 했습니다. 고난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기쁨도 느껴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옳은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범상하게 웃으시였다. 그러나 카터는 그이의 마지막 말씀에 더욱 심각해졌다.

항일대전끝에 조국으로 개선한것, 인민을 위한 민주개혁을 실시한것, 3년간 전쟁에서 미국을 엎어놓고 사회주의를 건설한것, 조선땅에 《주체》라는 철학의 탑을 세워놓은것, 세여보면 정녕 김일성주석께서 느끼실수 있는 기쁨이 많았다. 이제도 그이는 조국통일의 기쁨을 기다리고계시였다. 시종 가셔지지 않는 김일성주석의 미소가 그것을 말해주고있는듯 하였다.

《카터선생!》

그이의 부르심을 듣고 카터는 고개를 쳐들었다.

김일성주석께서는 여전히 웃으시며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나는 카터선생이 여생에 모든것을 얻는다.라는 책을 썼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카터의 입가에 느슨한 미소가 어리였다. 허나 다음 말씀을 기다리는 그의 눈빛은 어딘가 긴장해보이였다.

《제목의 의미가 깊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생은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고 그 기간도 한정되여있습니다. 우리들과 같이 인생말년에 들어선 사람들일수록 자기 생애에 목표했던바를 끝까지 달성하기 위해 서둘러 살아야지요.》

《옳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카터는 돌연 흥분하여 응대하였다.

《카터선생, 인민을 위해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힘껏 일해봅시다.》

《감사합니다, 주석각하.》

카터는 웃음을 짓고 김일성동지를 바라보았다.

《모란봉》호는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유유히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