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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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카터의 조선방문에 대하여 운운하고있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병원별채의 조용한 방에서 눈치료를 받고계시였다. 피할수 없는 국사로 하여 그이께서는 당중앙위원회 국방위원들의 협의회가 있은 때로부터 두달 가까이 지나서야 눈수술을 받으시였다.

며칠전에 안대를 푸신 그이께서는 그 언제인가는 다른 한쪽눈을 수술 받으셔야 하였다.

지금은 5월 마지막날 새벽 1시, 의사도 간호원도 모두 깊은 잠에 들고 병원은 심연속같은 정적에 묻혔다. 허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직 주무시지 않고 병원창가에 서서 외등빛이 흐르는 정원을 내다보고계시였다.

창밖으로는 신록이 짙어가는 정원의 나무들과 화단에 핀 꽃들이 붉은 외등빛에 한결 더 아름답게 안겨왔지만 그이의 시야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비끼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지금 긴장한 나라의 현정세를 놓고 앞으로 도래하게 될 사변들을 미루어보고계시였다.

핵문제를 놓고 조미관계는 더욱 악화되고있었다. 어제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서 이른바 의장성명이라는것을 채택하였다. 그 성명은 우리 공화국이 진행하고있는 5㎿시험로의 핵연로봉교체에 대하여 여러가지 부당한 요구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되여있었다. 이것은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우리 나라에 왔다가 철수해버린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과 짜고든것으로서 공화국이 마치 최단기간내에 5개의 핵무기를 가지기 위하여 기구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로심교체를 진행하는것처럼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심히 그릇된 행위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것이 또한 공화국에 대한 유엔《제재》라는 핵의혹극의 중간막으로써 미국의 각본에 의한것임을 통찰하고계시였다.

(이에 대해 우리가 경종을 울려야지. 우뢰소릴 내야 해.)하고 생각하신 수령님께서는 조용히 입원실을 나서시였다. 외교부 부부장 문선규에게 전화를 거시려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병원에 들어와서도 늘 이렇게 국가의 주요책임일군들과 수시로 전화로 련계를 가지면서 각 부문의 사업을 지도하시였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원이 걱정할것 같아 누구도 모르게 대체로 밤시간에 전화를 하시였다.

요즘 그이의 전화를 무시로 받고있는 국가의 책임일군들도 수령님께서 병원이 아니라 집무실이나 저택에서 전화를 하시는줄로 생각하고있었다.

전화기는 휴계실에 있었다. 텔레비죤과 몇개의 오락기구들이 놓여있는 넓은 휴계실은 너무도 조용하여 정원에서 우는 풀벌레소리와 새벽이슬듣는 소리마저 들려올듯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화기가 놓여있는 탁자를 마주하고앉아 문선규의 집을 찾으셨다. 온 식구가 잠에 곯아떨어졌는지 오래도록 응답이 없었다. 한참 지나서 문선규의 낯익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문선규 전화받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소 긴장이 실려있었다. 한밤중에 느닷없이 정부전화가 오니 의아해하는듯 하였다.

《내 김일성이요. 단잠을 깨워서 안됐소.》

《아니?!··· 수령님께서···》

김일성동지의 목소리를 대번에 알아차린 문선규는 몹시 놀란듯 당황한 소리로 《수령님, 제 지금 잠옷바람입니다. 옷을 입고 오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일없소. 무슨 옷을 입겠다고 그러오. 그대로 전화를 받소. 미안하오. 온 집안사람들을 다 깨워놓은게 아니요?》

《아닙니다. 수령님··· 저희들은 이렇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수령님께선 아직 집무실에 계시니··· 그렇게 무리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문선규는 사뭇 송구해하였다.

《걱정마오. 나도 한잠자고 일어났소.》하고 문선규를 안심시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물으시였다.

《부부장동무, 어제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서 의장성명이라는걸 채택하였는데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오?》

《예. 래일 정각 12시에 그것을 규탄하는 외교부대변인 담화를 발표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채택한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의장성명은 우리 나라에 와있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철수사건과 관련되여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우리 나라에 와있다가 철수한 사찰과장을 관리리사회 비공식통보모임연탁에 내세워 우리의 로심교체에 대하여 흑백을 전도하여 험구를 하게 만들었다.

문선규는 이와 같은 사실을 그이께 말씀드리고 흥분한 어조로 《수령님, 여기서 기구의 총국장 플렉스도 뉴욕에 나다니면서 짝자궁을 놀았습니다.》하고 덧붙이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은 우리가 원자탄을 만들기 위해 로심을 교체한다는것인데 그게 다 우리를 <제재>하기 위한 미국의 각본에 의한것이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그러나 근엄하게 말씀하시였다.

《그렇습니다. 플렉스가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 가서 사찰과장과 똑같은 소리로 우리에 대한 험구를 하고있을 때 미국의 백악관에서는 국방장관 페리,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등이 참가하여 유엔에 상정시킬 우리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토의하였다고 합니다.》

이와 동시에 클린톤은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대우를 연장하였는데 이것은 중국으로부터 정치적양보를 받아내여 유엔에서 우리에 대한 제재결의안표결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심이라는것이 명백하였다.

또한 미행정부는 유엔주재 자기 나라 대사를 내세워 플렉스로 하여금 국제원자력기구 6월관리리사회에서 조선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도록 함으로써 유엔제재의 전주곡을 울리려 하고있다는것은 누구에게나 비밀이 아니였다.

《부부장동무, 그러한 정치적배경속에서 의장성명이 나왔으니만큼 우리가 뢰성을 울려야 하오. 그들의 그 어떤 제재조치도 우리는 선전포고로, 우리 공화국을 침해하는 유린행위로 인정한다고 말이요. 그게 외교부대변인 담화의 골자로 되여야 할거요.》

《수령님, 알겠습니다. 김정일장군님께서도 바로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됐소. 그럼 어서 쉬시오. 잠시간을 빼앗아서 안됐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얼른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이번에는 농업위원회의 책임일군을 부르실 생각을 하시였다. 모내기전투정형을 알아보시기 위해서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송수화기를 들었지만 한밤중에 사람을 부르기가 미안하여 망설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후 세군데에 전화를 더 거시고 방으로 돌아오시였다. 결국 이날도 누구도 모르게 밤일과를 치르시였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아침 9시가 되자 인기척을 내며 채순이가 혈압계를 들고 들어섰다. 하얀 위생복을 입은 채순이의 모습이 눈부시게 안겨왔다. 침상에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시는 김일성동지께서는 채순이가 이렇게 환했던가싶으시였다. 그이의 시력이 수술을 받고나니 점점 좋아지고있는것이다.

그이께서는 팔을 걷고 침대머리에 있는 치료의자에 나앉으시였다. 채순은 재빠르면서도 섬세한 동작으로 그이의 혈압을 재고 맥박을 세여보았다. 병력서에 수치를 적어넣는 채순의 눈빛이 별로 밝지 못하였다.

《수령님, 왜 이렇게 혈압이 높아집니까? 수술한 눈이 편안하십니까?》

채순은 의아해하는 눈길로 김일성동지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았다.

《눈이 편안할뿐아니라 환하게 잘 보여!》하고 대답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채순이가 들고들어온 신문에 눈을 주며 손을 내미시였다.

《그걸 가져와. 어디 한번 내 눈으로 읽어보자.》

《안됩니다. 지금은 최대한 안정하셔야 합니다.》

채순은 손에 든 신문을 다급히 등뒤로 감추며 상긋이 웃었다.

《허허··· 그럼 어서 독보를 시작하지.》

김일성동지께서 궁금해하시며 채순이가 읽어주기를 기다리시였다. 그러자 채순은 《어느 한 나라에서 앞으로 수령님께 태양족의 족장이란 칭호를 수여하기로 했답니다.》하고 뜬금으로 세계 소식란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고 시사란부터 읽어야지.》

《시사독보는 안됩니다.》

채순은 딱 잡아뗐다. 바로 그가 들고온 신문에 조미관계문제들이 실려있었다. 채순은 그런 시사문제들이 그이께 심리적자극으로 될가봐 극력 삼가하는것이였다.

이 순박한 처녀는 자기의 엄격한 통제에 의하여 김일성동지께서 바깥일을 전혀 모르시는줄로만 생각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그러는 간호원이 귀엽고 대견스럽고 또 재미도 나시여 빙그레 웃음을 지으시였다. 채순은 수령님께서 이날 새벽 1시부터 2시사이에 외교부와 농업위원회, 정무원 등 국가책임일군들과 전화를 하신 사실도 전혀 알수 없었다.

수령님께서는 그냥 웃으시였다.

《수령님, 왜 자꾸 웃으십니까?》

《왜 웃겠나. 기분이 좋으니 웃지··· 그래 태양족의 족장이 어쨌다구?》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짐짓 세상소식을 몰라 궁금해하는척하며 물으시였다. 채순은 열성스럽게 설명해드리기 시작하였다.

《네. 자기 민족을 태양족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있은 일인데 그 나라 정부에서 수령님을 자기 민족의 왕이라는 의미에서 앞으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답니다. 이제 태양족의 족장칭호와 족장의상, 목걸이, 지휘봉, 모자, 옥좌도 보내오겠답니다. 호호···》

《···》

《전 수령님께서 그걸 다 차리시고 옥좌에 앉으신 모습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이께서는 소리없이 웃으시였다. 족장칭호니 뭐니 하는 세상소식보다도 어린이같은 천진한 모습으로 명랑하게 떠드는 채순이를 보고 마음이 즐거우시였다. 채순이도 그이께서 흥미를 가지시지 않는 기사라는것을 알고있으면서도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리려고 말씀올리고있었다.

《또 어느 한 기사에는 세계의 국가령도자들중에 자기 재산이 없는분은 오직 수령님 한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

김일성동지께서는 흥미를 가지시는것 같아서 채순은 신문 한구절을 읽어드리기까지 했다.

《조선의 김일성주석께서는 수많은 진귀한 선물을 받으신다.

그 가치를 돈으로는 다 계산할수 없다. 허지만 주석께서는 그것을 전람관에 기증하여 자기가 령도하는 인민의 공동소유로 만드신다. 그분에게 자기것이 있다면 금수산의사당이라고 부르는 집무실뿐인것 같다.》

귀를 기울이고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 손을 내저으시였다.

《그 기사는 틀렸어!》

《왜 틀렸다고 하십니까? 전 눈물이 나는데···》

《내게 왜 재산이 없겠나. 있어도 많지. 수령의 재산중에서 가장 큰 재산은 좋은 인민을 가지고있는것이거든.》

채순은 그이의 말씀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듯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덤덤히 앉아있었다.

《그다음에는 또 어떤 소식들이 실려있나?》

수령님께서는 채순이가 들고있는 신문에 눈길을 돌리며 물으시였다. 채순은 다시 얼굴에 명랑한 웃음을 띠우더니 최근 신문들에 계속 소개되고있는 김일성동지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세계인민들의 반향자료들을 이야기하였다.

《수령님의 회고록을 가리켜 세상사람들은 제나름대로 생활의 앞길을 밝혀주는 <혁명의 성서>, 백과전서적인 인류의 재보라고들 한답니다.》

이렇게 말하고나서 호기심에 찬 눈을 어린이처럼 반짝이며 앞으로 회고록을 몇권 쓰실 계획인가고 물었다.

《몇권을 쓰겠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채순이의 얼굴을 잠시 지켜보고나서 한 이삼십권정도 쓸 계획이라고 말씀하시였다. 채순은 놀라운듯 눈을 크게 뜨고 그이를 바라보았다. 회고록 한권이 장편소설 부피만한 분량인데 그것을 이삼십권이나 쓰시겠다고 하니 그이의 로고가 새삼스레 헤아려졌던것이다. 하기는 30권이 아니라 40권을 쓰신다 하여도 위대하고 성스럽고 그리고 간고하고 험난하면서도 영광에 찬 그이의 한생의 로고를 다 담으려면 모자랄것 같았다.

《그런데 회고록을 쓰자고 해도 시간이 없구만. 입원기간에 좀 쓰고싶지만 동무네들이 자꾸 통제를 하니 쓸수가 없고···》

채순은 이제 수령님께서 눈병을 다 치료하시면 자기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다고 하였다.

《수령님께서 구술을 하시면 제가 받아쓰겠습니다.》

《고맙소. 참으로 회고할 사람도 많고 쓰고싶은 이야기가 또한 부지기수요. 오늘아침 밥상에 김정일장군이 보내준 산천어가 별식으로 올랐는데 그 산천어를 보니 불쑥 지순옥이라는 한 녀인이 생각났소. 그 녀자에 대해서도 나는 잊을수 없소.》

《지순옥이는 어떤 녀성입니까? 혁명가입니까?》 처음 듣는 낯선 이름이였다.

《그는 혁명가도 애국자도 아니요··· 그럼 오늘아침엔 지순옥에 대한 이야기나 할가.》

김일성동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채순은 손벽을 치며 좋아하였다. 그이께서는 이전에도 이따금 간호원에게 추억담을 하시여 그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었다. 그에게 들려주신 이야기가 그대로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옮겨진것도 많았다. 그러면 지순옥은 과연 어떤 녀성인가. 어찌하여 수령님께서는 그 녀자를 잊지 못하고계시는것인가. 채순은 벌써 호기심에 잠겨 그이의 이야기를 기다리고있었다. 《그것은 1939년 8월 올기강밀영에서 있은 일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저 두만강 건너 올기강기슭의 절묘한 지형에 자리잡았던 사령부천막을 그려보며 조용히 말씀을 떼시였다.

《어느날 나는 오중흡련대장으로부터 7련대 기관총소대장인 강흥석의 안해가 남편을 찾아왔다는 뜻밖의 보고를 받았소. 강흥석의 안해가 바로 지순옥이요. 채순이도 강흥석이야 알겠지?···》

강흥석은 유격대초창기부터 활동한 오랜 혁명가로서 대성산혁명렬사릉에도 그의 반신상이 세워져있다. 그는 결혼한지 사흘인가 나흘만에 혁명을 하겠다고 탈가한 사람이였다. 그때부터 강흥석은 9년동안 안해와 헤여져 살았는데 바로 그 안해가 남편을 찾아온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중흡의 보고를 받고 남편이 오죽 보고싶으면 여기까지 찾아왔겠는가고 하시며 지순옥을 사령부에 데려오게 하시였다. 그때 강흥석은 지방공작에 나가고 없었지만 그이께서는 그들 부부를 위해 사령부곁에 천막을 치게 하고 친히 올기강에 나가 산천어를 낚아서 정성껏 손님대접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사령부천막에서 지순옥이와 함께 식사를 하실 때 그에게 부인은 열세네살 소녀시절에 강흥석이한테 시집와서 이삼일밖에 결혼생활을 못하고 9년동안 헤여져 살았다고 하는데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래일이면 강흥석동무가 올터이니 변변치 못한 음식이지만 많이 들라고 하며 따뜻이 위로해주시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강흥석의 안해는 밥을 먹지 못하고 불안해하였다.

《9년만에 남편을 만나게 되였으니 어찌 밥이 넘어가겠습니까.》

채순이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아픈듯 눈을 슴벅거리며 하는 말이였다.

《물론 그럴수도 있지. 그러나 그래서 밥을 먹지 못한것이 아니요. 그 녀자는 일본놈들로부터 혁명군간부들을 독살하고 대원들을 귀순시킬데 대한 임무를 받고 밀영에 들어온 녀자였소. 말하자면 일본간첩이였지.》

《어마나!》

채순은 얼굴이 해쓱해지며 비명을 질렀다.

《저녁에도 식사를 같이하려고 그 녀자의 천막을 찾아가니 그가 스스로 독약을 내놓으면서 자백을 했소. 자기는 릉지처참을 당하고 천벌을 받을년이라고 하며 통곡을 하였소.》

이렇게 되여 부대에 큰 소동이 일어나게 되였다. 사실 그것은 비상사건이였다. 만약 지순옥이가 점심식사때 사령관동지의 밥그릇에 독약을 쳤더라면 어쩔번했는가고, 조그마한 녀자가 조선혁명을 망쳐버릴번했다고 몸서리를 치면서 모두가 다 그 녀자를 당장 처단해버리자고 하였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러지들 말라, 그는 독약을 치지도 않았고 또 스스로 자백을 했다, 그는 일본놈들의 강요에 못이겨 간첩임무를 받았을뿐이라고 하시였다.

《그것은 사실이였소. 일본놈들은 지순옥에게 너의 남편은 공산군 기관총소대장으로서 수백명의 황군을 죽이였다, 만약 네가 우리가 준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면 남편과 함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고 그렇지 못하면 온 가족을 멸살시키겠다고 하였소. 그래서 할수 없이 밀영에 들어온거요.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강흥석은 제손으로 안해를 쏴죽이겠다고 펄펄 뛰였소. 그는 미칠 지경이였소. 그래 우리는 할수 없이 그들 부부를 격리시키였소. 9년만에 이루어진 그들의 상봉은 그런것이였소. 정말 기가 막힌 일이였지.》

모든 대원들이 지순옥을 경원하고 의심하였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시종 따뜻이 대해주시였다. 그이께서는 그후 지순옥을 재봉대에 보내여 녀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해주시고 강흥석에게는 안해를 리해하도록 거듭 설복하시였다.

지순옥은 김일성동지의 이 뜨거운 사랑과 믿음에 감동되여 재봉대에서 진심을 바쳐 일을 잘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부대에 찾아온지 두달만에 화라즈의 어느 숲속에서 드디여 남편과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되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은 한부대안에서 다정한 부부생활을 하게 되였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인차 대부대선회작전이 벌어졌는데 그이께서는 지순옥을 남편이 있는 7련대 작식대원으로 임명하시였다. 이것은 그에 대한 최대의 신임이였다. 지순옥은 더욱 활기를 띠고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작식대의 임무도 유감없이 수행하였다.

그들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보시는 김일성동지께서도 더없이 기뻐하시였다. 그러나 불행의 그림자는 지꿎게도 이 불쌍한 녀자를 따라다녔다. 이들의 사랑이 한창 꽃피고있을 때 강흥석이 뜻밖에 전사하게 된것이였다.

《설명절을 앞두고 륙과송에서 그가 전사하였는데 이 전투에서 오중흡이도 희생되였소. 나는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지는것 같소. 우리는 그날 지순옥에게 남편이 전사하였다는 말을 할수 없었소. 그 녀자가 견디여내지 못할것 같아 며칠후 쟈신즈라는곳에 와서야 사실을 알려주었소. 그런데 지순옥이가 자기도 이미 남편이 죽은것을 알고있었지만 자기가 울면 장군님께서 가슴아파하시겠기에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하며 흐느껴 울지 않겠소.》

설음을 터뜨리는 지순옥을 보시며 김일성동지께서도 눈물을 참지 못하시였다. 지순옥이 울음을 진정했을 때 그이께서는 남편도 없는데 이젠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부대를 그냥 따라다니면 혹시 적들이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행패질을 하지 않겠는가고 걱정하시였다. 그때 강흥석에게는 부모와 형제들이 있었고 처가편으로도 친척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놈들은 그의 일가친척들을 인질로 잡아둔셈이였으니 여차하면 그놈들자신이 말한것처럼 온 가족을 죽여버릴수도 있었다. 지순옥이도 그것을 근심하고있었다.

《그래서 그날저녁 우리는 지순옥을 집으로 보내기로 했소. 어느 대원에게 그를 돈화로 가는 큰길까지 데려다주고 오라고 하였소. 떠날 때 그 녀자에게 려비를 푼푼히 주고 몇개의 문건들과 자료들도 주어보내면서 놈들에게 간첩임무를 수행하다가 돌아온것처럼 보고하라고 하였소. 그후 나는 그 녀자의 소식을 알지 못하고있었는데 해방후에 일본출판물에서 그 녀자에 대한 자료가 나온것을 보게 되였소. 그 자료를 보면 지순옥이가 우리와 헤여진 후에도 어쩔수 없이 일본첩보기관에 끌려다녔지만 우리에 대한 선전을 좋게 했다는것을 알수 있소. 지순옥은 일본놈들에게 김일성은 조선민족을 위해 싸우는 공산주의자이며 김일성부대는 상하일치단결되여있다고 사실대로 보고했소. 그는 일본말도 잘하고 식자도 있는 녀성이였소. 해방후 어느해인가 그 녀자가 한번 나를 찾아온적이 있소. 그때까지 그는 시집도 가지 않고 홀몸으로 있으면서 유치원교양원을 하고있었소.》

수령님께서는 여기서 말씀을 끊고 묵묵히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채순이도 자애로운 수령님의 은덕에 의해 구원된 한 녀성의 곡절많은 운명을 놓고 생각이 깊어져 오래도록 잠자코 앉아있었다. 실로 수령님이 아니였더라면 그 녀자는 이미 1939년에 민족반역자의 죄를 쓰고 치욕스러운 죽음을 당했을것이였다.

가슴에 독약을 품고 사령부천막까지 들어왔던 녀자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었을뿐아니라 재생의 길을 열어주신 수령님, 우리 수령님은 바로 이런분이시기에 태양족의 인민들도 그이께 자기네 태양족의 족장이라는 칭호를 수여해드린것이 아니겠는가··· 채순은 그런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웠다.

얼마후 김일성동지께서는 소설과 같은 이 기이한 이야기의 교훈에 대해서도 말씀하시였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잘못 진단하면 생사람을 죽일수 있듯이 혁명하는 사람들이 사람의 본심을 정확히 들여다보지 않고 서뿔리 처리하면 자기 사람을 죽일수 있다고 하시였다. 조선혁명은 복잡한 길을 걸어왔기때문에 특히 이 이야기가 큰 교훈으로 될수 있다고 하시며 앞으로 회고록의 한절에 지순옥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쓰겠다고 하시였다.

《아마 지순옥에 대한 이야기는 7권에 들어갈것 같소.》

《수령님, 이젠 지순옥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하십시오.》

채순은 지순옥에 대한 가슴아픈 회고가 안정하셔야 할 그이께 정신적부담을 드릴가싶어 걱정하고 후회하였다.

그때 마침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들어와서 채순에게 혈압상태를 알아보더니 그이의 눈을 깐깐히 진찰하였다. 그리고는 사뭇 진중한 어조로 주의의 말씀을 올리였다.

《수령님, 눈수술을 받으셨으니만큼 병원에 계시는동안 절대안정하면서 수술후 처치를 잘 받으셔야 합니다.》

《알겠소. 간호원한테서도 계속 그 주의를 받고있소.》

수령님께서는 언제나 그러하시듯 인자한 모습으로 의사의 말에 복종하시였다.

얼마후 의사는 방을 나서려고 문곁으로 갔다가 채순을 향해 돌아서며 조용히 말하였다.

《김경희부장동지가 오실 시간이 됐소.》

《알겠습니다. 이제 곧 모셔오겠습니다.》하고 대답한 채순은 의사를 따라 문밖으로 나서려고 하였다.

《가만 간호원동무.》

김일성동지께서 채순을 멈춰세우고 물으시였다.

《경희부장이 왔다는건 무슨 소리나?》

《···》

채순은 인차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입술을 감빨며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였다.

《내가 병원에 있다는걸 일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게 되였는데 어떻게 알고 여기로 온단 말이요?》

김일성동지께서 얼굴에 더욱 신중한 빛을 띠고 채순을 지켜보시였다.

《저희들이 여기로 오시도록 알려드리였습니다.··· 수령님의 건강상태를 물어보시기에···》

《그러면 안되지. 동무들자신이 만들어놓은 규정을 스스로 어겨서야 되겠소? 무슨 공적인 사업토의가 아니고 건강때문에 사사로이 나를 찾아왔다면 돌아갔다가 일요일에 다시 오게 하고 지금은 돌려보내오.》

《수령님!》

채순은 문설주에 손을 짚고 안타까이 그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령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오늘은 일요일도 아니지만 지금은 다른 한 일군을 만나시기로 한 시간이였던것이다.

《돌려보내라구. 내가 그렇게 말하더라구 전하면 그는 리해하고 돌아갈거요···》

채순은 수령님의 엄한 낯빛을 일별하고 할수 없는듯 손끝으로 눈굽을 훔치며 밖으로 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묵묵히 서계시다가 자신도 모르게 창문가로 걸어가시였다. 일껏 병문안을 하러 찾아온 경희동지를 돌려보내시는 일때문에 가슴이 아릿하시였다.

정원에 서있는 수삼나무옆으로 지나가는 경희동지의 모습이 그이의 시야에 얼핏 스치고 지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던지 그이께서는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서시였다. 채순이가 푸른 보자기 하나를 들고 방안으로 걸어들어오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어쩐지 간호원의 뒤로 경희동지가 따라들어올것 같은 예감이 들어 고개를 들어 문밖을 바라보시였으나 누구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경희부장이 갔나?》

그이께서는 어딘가 상심한것 같은 채순이의 얼굴을 살펴보며 애틋이 물으시였다.

《예. 가셨습니다. ··· 이 보자기를 수령님께 드리라고 하시고···》

채순이 상두대우에 보자기를 올려놓으며 쓸쓸히 대답을 올리였다.

《그게 뭔데?》

《보자기안에 무슨 편지봉투같은것을 넣으시는것 같았습니다.》

《그래?》

수령님께서 상두대앞으로 가시여 보자기를 푸시자 무슨 병을 넣은것 같은 기다란 포장곽이 나졌다. 포장곽우에 방금 풀로 붙인듯싶은 하얀 편지봉투가 얹혀져있었다.

그이께서는 봉투안에서 속지를 꺼내시였다. 거기에 정자로 또박또박 박아쓴 낯익은 글씨가 보이시였다.

《수령님, 새벽에 받는 찬이슬이 눈병에 좋다기에 꽃잎에서 듣는 이슬을 한병 받았습니다. 약효가 있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침마다 그 이슬물로 눈부위를 씻어보십시오.··· 김경희 올림.》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오고 눈시울이 젖어들어 한동안 편지를 드신채 묵묵히 서계시였다.

《수령님, 무슨 약물이랍니까?》

채순이 아무 말씀도 없이 서계시는 수령님을 의아히 지켜보며 물었다.

《음, 경희부장이 꽃밭에서 새벽이슬을 한병 받아왔구만.》

《예?!》

채순은 깜짝 놀라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포장곽뚜껑을 열고 목이 기다란 흰 유리병을 꺼내시였다. 과연 유리병에는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액체가 가득차있었다.

수령님께서 유리병을 들어 창문으로 스며드는 해빛에 비쳐보시였다. 그러나 그이의 눈에는 유리병이 아니라 삼라만상이 고요히 잠든 어두운 새벽마다 꽃밭에 나가 이슬을 받는 경희동지의 모습이 밟히시였다. 한병이 넘치도록 이렇게 많은 이슬을 받으려니 얼마나 많은 품이 들었겠는가. 참으로 돌에도 꽃을 피울 지성이였다.

그이께서는 갈린 목소리로 혼자말씀처럼 뇌이시였다.

《옛날에 가야금을 만들어낸 우륵이 실명했을 때 새벽이슬로 눈을 닦아서 고쳤다는 말을 듣긴 하였지만 나도 아직은 이렇게 한병 가득하게 이슬을 채워놓은건 보지 못했소.》

그이께서는 상두대우에 이슬병을 내려놓고 그것을 이윽토록 지켜보시였다.

그때 채순이가 별안간 상두대로 다가가 병을 그러안으면서 목메인 소리를 하였다.

《어쩌면··· 부장동지!··· 저를 용서해주세요.》

채순이의 눈에서 굵은 이슬이 굴러내리였다.

(과연 내가 김경희부장동지와 같은 정성으로 수령님의 건강을 돌봐드렸던가?)

가슴아픈 자책으로 처녀는 오래동안 이슬병을 품은채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서였다.

채순이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더니 난처한 기색을 짓고 수령님께 말씀드리였다.

《수령님, 부총리동지가 또 수령님을 뵈우러 왔습니다.··· 수령님께서 부르셨다고 하면서···》

《부총리가?》하고 반문하시는 김일성동지의 머리에 녀성부총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이께서는 다른 모든 간부들에게 그러했듯이 지금까지 그 녀성부총리에게도 집무실에 계신것처럼하고 여러번 전화를 거시였다. 그러나 그 부총리를 꼭 만나야 하실 일이 생기여 어제 그에게 병원행처를 알려주시였다.

채순이 그이의 안색을 살피며 말씀드리였다.

《사실은 그 부총리도 아까 김경희부장동지와 함께 오셨습니다.》

《내가 그 부총리를 부른건 사실이요. 교복문제때문에 불렀지. 말하자면 공적인 일로 불렀소. 그러나 병원에서 요구한다면 그도 돌려보내겠소.》

수령님께서 짐짓 정색을 짓고 말씀하시자 채순이가 오히려 사정하였다.

《수령님, 만나주십시오.》

채순은 총총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그 부총리도 어쩌면 김경희동지처럼 수령님의 눈병에 좋은 약을 가져왔을것만 같아 그처럼 서두르는것이였다.

얼마후 채순이가 방안으로 들어와서 부총리를 휴계실에 모셔왔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흑갈색 보안경을 끼고 복도로 걸어나오시였다.

휴계실에는 과연 치마저고리를 입은 부총리가 트렁크 한개를 가져다놓고 기다리고있었다.

《응, 부총리동무가 왔구만.》

《수령님!》

팔걸이의자에서 일어난 부총리는 일순 놀라면서 그이의 환자복이며 색안경을 더듬어보고 인사를 올리였다.

《어떻게 되여 병원에 계십니까?》

부총리의 목소리는 흐느낌처럼 떨리였다.

《별일없소. 그저 좀 쉬고있소. 보다싶이 이렇게 건강하오.》

그이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시였으나 부총리의 눈에는 물기가 핑 돌았다.

《계속 무리하시더니··· 어쩜 좋습니까··· 저희들이 일을 쓰게 못해서···》

부총리는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울먹거리였다.

《일없소, 일없다는데··· 그저 환자복을 한번 입어본거야··· 옷견본은 가져왔겠지?》

그제야 부총리는 서둘러 트렁크를 열고 학생옷견본들을 꺼내였다.

《수령님, 전 겨우 10분 시간을 얻었습니다. 간호원처녀가 어찌나 딱딱한지 1시간이나 기다렸습니다. 10분을 초과하는 경우엔 김정일장군님께 일러바치겠다고 합니다.》

어질고 유순한 부총리는 짜장 자기의 방문이 수령님의 병치료에 방해될것을 걱정하여 서둘러댔다. 어느새 응접탁이며 탁자들에 인민학교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남녀학생복들이 진렬되였다.

《좋구만, 좋아···》

그이께서는 학생옷들을 만져보며 한껏 밝게 웃음을 지으시였다. 대학 남학생들은 흑곤색빛갈의 제낀옷이고 장난꾸러기 인민학교학생들은 반소매옷이였다. 녀학생들의 옷은 산뜻한 치마저고리로 만들었다.

《전국학생들에게 다 입힐수 있겠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새 교복을 타입고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그런데 부총리는 작년에 여름옷을 공급하였기때문에 이번에는 신입생들에게만 줄 계획이라고 말씀올리였다.

《신입생들만?》

그이께서는 대학생제낀옷을 만져보시다가 고개를 쳐드시였다.

《그러면 옷을 못타는 학생들은 부러워하지 않겠소.》 그이께서는 작년에 탔건 안탔건 전국 학생들에게 다 새옷을 해입히자고 하시였다. 만약 천이 모자라면 더 생산하도록 부총리가 직접 과업을 주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러는 사이에 10분이 지나갔다.

《수령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더 있으면 수령님의 건강에 나쁘다는데 가겠습니다.》

부총리는 트렁크안에 주섬주섬 교복들을 걷어넣었다.

《버릇없다고 우리 간호원처녀를 욕하지 마오. 그도 자기 임무를 수행하자니 그렇게 요구가 강한거요.》

《제가 왜 욕하겠습니까. 참 대견한 처녀입니다.》

부총리는 서운한 표정으로 그이께 작별인사를 올리였다.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던 그는 문득 멎어서더니 그이를 다시 돌아보았다. 부총리의 눈굽에 이슬이 어려있었다.

《수령님, 병치료를 잘하십시오. 이젠 절대로 무리하지 마십시오···》

《응, 알겠소.》

그이께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부총리는 눈굽을 씻으면서 무거운 걸음으로 출입문을 나섰다.

김일성동지께서 병원마당으로 나가는 부총리의 뒤모습을 창문으로 한참 내다보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방으로 돌아가시려다가 전화기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불현듯 저택시험포전 관리원 오삼수에 대한 생각이 나시였다. 호젓한 병원생활이 시작된 때부터 그이의 머리속에서 저택시험포전과 함께 오삼수가 한시도 떠나지 않으시였다. 참으로 이상할 정도로 오삼수가 그리우시였다. 집무실을 떠난 조용한 방이, 자유롭게 사색할수 있는 안정된 시간이 그이의 가슴을 그렇게 인간적인 정으로 사무치게 하는지도 몰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삼수의 목소리를 듣고싶어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10여분 지나서야 오삼수와 겨우 전화련계를 가지시였다. 이때도 로인은 멀리 밭에 나가있었기때문에 전화기앞으로 불러들이는 시간이 그렇게 오랬었다. 반가운 인사말이 한참 오간 다음 저쪽에서 수령님의 눈수술결과에 대하여 물었다.

《그래 눈이 잘 보이오. 세상이 밝아졌소. 수술받기가 힘들지 않았는가구? 동무한테만 하는 말인데 이번에 수술을 받아보니 내가 심장이 좀 약해진것 같소. 수술을 받으면서 느끼게 되는건 역시 늙음이란 어쩔수 없다는거요. 삼수동무, 이런 말은 어디 들고다니지마오. 그건 자연의 법칙인걸···》

김일성동지께서는 동갑나이인 가장 친근한 농사의 벗인 오삼수에게만은 숨기는것이 없으시였다. 오삼수는 비밀을 지키는데서도 억척같은 로인이였다.

《삼수동무, 연백에 나가있는 농업위원회 안덕상동무에게도 내가 말하였는데 거기 영양모상태가 우리 시험포전의것과 같은지 알아보오. 알겠소?》

그이께서는 오삼수와 전화를 하고나서 방으로 돌아오시였다.

그때로부터 몇시간이 지나 저녁녘이 되였을 때 채순이가 나타났다.

그는 들어서자바람으로 입원실 침상머리에 놓여있는 비상전화기가 동작할수 있도록 단추를 눌러놓고 나갔다.

그 전화는 장군님과 직결되여있는데 이 시간에 그이께서 매일 문병전화를 걸어오시는것이다.

전화신호가 울렸다.

송수화기에서 울려오는 김정일동지의 음성은 어딘가 긴장한듯 했다.

《수령님, 한가지 토의할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어저께 제기된 문제인데 치료에 방해될가봐 즉시 말씀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무척 안정된 음성으로 부드럽게 재촉하셨다.

《무슨 일인지 말하시오.》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수화기에서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박력있게 그리고 짧게 울려왔다.

《미국사람들이 수령님을 찾아뵈우러 오겠다고 합니다.》

《미국사람들이?》하고 물으시는 김일성동지의 얼굴에 한순간 가벼운 파문이 지어졌다가 인차 가라앉았다.

《그 미국사람은 전직 대통령인 카터입니다.》

《그렇소?···》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시였다.

《알겠소. 누가 오든 그건 상관없는 일이요.》

전화로 받으신 그 경이적인 소식에 비해 김일성동지의 대답은 너무나도 간명하고 범상하였다.

그이의 경우에는 미국사람들이 온다는 소식이 결코 뜻밖의것이 아니였다. 어쩐지 올 사람이 오는것 같이 생각되시였다. 미국사람들이 찾아올수도 있다는 수령님의 생각은 두달전 국방위원회 회의장에서 로심교체문제를 토의하고있을 때 이미 생긴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때 벌써 그것을 내다보시였었다. 물론 전쟁도 각오하시였지만 십중팔구 어느때이건 미국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올것이니 그때까지 치료나 받자고 결심하시였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벽에 걸린 달력을 잠시 건너다보고 송화구를 가까이 당기시였다.

《나는 래일 퇴원하겠소.》

《수령님, 방금 눈수술을 받으셨는데 수술후 치료도 하지 않고 이제 퇴원하면 또 언제 시간을 내시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대번에 잘라 말씀하시였다. 수화기에서 울리는 솨- 하는 전류의 흐름소리만 들으실뿐 수령님께서는 자신의 요구를 더 주장하지 못하시였다. 사실 앞으로 시간을 낸다는것이 불가능할것 같으시였다.

《수령님, 미국사람들 문제는 후일에 토론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왕 시간을 내셨던김에 약물치료도 마저 받으십시오.》

두분의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수령님께서 퇴원하시겠다는 바람에 김정일동지께서 서둘러 전화를 끝내신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생각을 깊이 더듬으며 방안을 거니시였다. 장미빛으로 불타던 락조의 여광이 스러지면서 정원에는 벌써 재빛 땅거미가 스며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