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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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새벽 푸릿한 려명의 빛이 우중충한 허공을 감돌며 서서히 어둠을 밀어내고있었다. 장명등마냥 밤새 하늘에 걸려있던 하현달도 아득한 서쪽산말랭이에 내려앉고 한껏 여물었던 별들도 빛을 바래며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새벽빛을 받으시며 김일성동지께서 저택에서 나오시였다. 온 나라가 새해 첫 전투를 시작하고있는 이날 그이께서는 먼저 부근의 협동농장들을 돌아보고 집무실로 나갈 작정이시였다.

책임서기 리대천이 저택앞마당에 승용차를 대기시키고있었다.

《자, 그럼 떠나볼가.》

김일성동지께서 승용차에 오르시며 리대천에게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 차에 오르시자 리대천도 운전수옆에 올라앉는데 얼굴에 어딘가 의아하면서도 근심스러워하는 표정이 어려있었다. 수령님께서 새벽산보시간도 미루고 아침식사도 드시지 않은채 어뜩새벽에 농장벌로 나가시는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그이께서는 리대천의 속마음을 짐작하시였으나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승용차는 정원길과 통하는 시험포전앞으로 천천히 지나갔다. 여름이면 초록색 오곡의 숲이 설레이고 가을이면 황금이삭이 주렁지던 저택시험포전이 지금은 그저 백설의 대지였다.

하지만 이 시험포전에서도 새해의 영농준비가 시작되고있었다. 눈덮인 포전 군데군데에 부식토며 광재비료더미들이 쌓여있고 곡종별 밭구획을 표시한 패말들이 서있었다.

승용차는 시험포전을 돌아 대성구역의 포장도로로 빠져나왔다.

리대천은 달리는 차안에서 어제부터 장악한 인민경제 각 부문의 새해 첫전투진입정형들을 개괄적으로 보고올리였다. 그는 새해 영농준비에서는 황해남도의 성적이 제일 좋다고 하였다. 그곳 도당위원회에서는 지금 수령님의 지난해 연백벌 현지교시를 높이 받들고 도내 자동차를 동원하여 협동농장들에 거름을 실어다주고 영농자재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힘있게 벌리고있다고 하였다.

《황해남도가 성적이 좋다고 하니 됐소. 연백벌에서만 농사를 잘 지어도 나라가 허리를 펼수 있소. 뭐니뭐니 해도 쌀이 기본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내드시였다. 쌀만 있으면 사회주의도 지킬수 있고 조국통일도 앞당길수 있으며 인민대중의 통일단결도 반석같이 다질수 있다는것이 그이의 변함없는 신조였다.

《참, 요즘 원화협동농장에선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군. 내가 다른 농장들을 돌보느라고 거기엔 반년째나 가보지 못했는데 명예농장원이라는 사람이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고 욕하겠소.》

수령님께서는 그때도록 뚝해앉아있는 리대천을 웃음어린 눈길로 바라보시다가 느닷없이 화제를 돌리시였다. 그바람에 리대천도 벙긋이 웃었다.

《그 사람들이 작년에 결산분배를 하면서 수령님과 장군님을 몹시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금통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것처럼 수령님과 장군님은 원화협동농장의 명예농장원이시였다. 수령님께서 1955년 11월 15일 원화마을 농장원명단에 자신의 존함을 적어넣으신 때로부터 벌써 39년의 세월이 흘러갔었다.

《그런데 저금통장이란건 뭐요?》

김일성동지께서 의아해하시였다.

《지금까지 해마다 수령님과 장군님의 분배돈을 저금해두었는데 돈이 약차한 모양입니다.》

《그러니 나한테도 매해 분배가 차례졌단 말이요?》

그이께서는 사뭇 놀라시며 리대천을 바라보시였다.

《수령님께서도 거기 농장원이시고 장군님께서도 거기 농장원이신데 왜 분배가 없겠습니까. 83년부터 작년까지 10년동안 분배몫으로 저금된 돈만 해도 각각 10만 2 465원이라고 합니다.》

《10만원씩이나?》

그이께서는 더욱 놀라시였다.

《10만원!··· 10만원이라··· 10만원이면 부자지. 책임서기동무, 이런 노래가 있지? <이 많은 분배를- 어-디다 쓸-가 배나무집령감- 배나무집로친- 허허허···》

그이께서는 노래곡조를 따라 외우다가 크게 웃으시는통에 리대천은 물론 말없이 차를 몰던 운전수까지 따라웃었다.

《그 많은 분배를 타고 모르는척해서야 안되지. 원화리사람들에게 한턱 단단히 내겠소.》

분배돈이야기로 무척 기분이 좋아진 그이께서는 리대천에게 《천리마》호 뜨락또르와 《태백산》호 자동차값을 알아보시더니 자신의 저금한 돈으로 몇대나 살수 있겠는가를 휴대용 전자수산기 수자단추까지 천천히 짚어가며 계산해보시였다.

《10만 4 300원만 있으면 뜨락또르와 자동차 스물두대를 살수 있겠소. 그런데 저금한 돈이 10만 2천 얼마라구?···》

《10만 2 465원입니다.》

《가만, 그럼 돈이 모자라누만. 어쩐다?··· 책임서기가 빚을 좀 내주오. 내 농촌테제 30돐이 되는 올해에 분배를 더 많이 타서 봉창해주지.》

그이께서는 롱담인지 진담인지 알수 없는 말씀을 하시며 짐짓 손까지 내밀어보이시였다.

《왜 돈이 모자란다고 하십니까. 그건 83년부터 계산한 10년분 분배돈이고 아직 29년분 알곡분배돈은 남아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군! 그럼 스물두대가 아니라 한 쉰대는 넉넉히 살수 있겠소.》

그이께서는 당장 그 저금을 찾아 원화리에 차를 사보내겠다고 하시였다.

그러는사이 승용차는 어느덧 대성구역협동농장어구에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거기서 두엄을 나르는 농장원들과 포전에 나와있던 관리일군들을 만나 새해 영농준비상태를 료해하시였다.

새해 처음으로 시주변농장을 돌아보시고 집무실로 돌아오시였을 때에는 벌써 아침 8시가 돼오고있었다.

서둘러 집무탁에 마주앉으신 그이께서는 먼저 일정표를 내려다보시였다. 이날에는 경제부문의 14명 책임일군들에게 따로따로 전화교시를 하시게 되여있었다. 일정표에는 《오후 3시∼4시사이에 눈검진》이라고 특기된 글자도 있었다. 그이께서는 안주머니에서 휴대용 전자수산기를 다시 꺼내여 멀리 내밀고 눈상태를 가늠해보시다가 일정표를 또 내려다보시였다. 가슴이 뜨거워 거기에서 눈길을 뗄수 없으시였다. 어제밤 김정일동지로부터 눈검진을 하시였으면 하는 심려의 전화를 받고 일정표에 적어넣었던것이였다.

언제부터인가 그이께서는 한쪽눈이 잘 보이지 않아 불편을 느끼게 되시였다. 마치 안개가 낀것처럼 한쪽눈이 노상 뿌옇게 흐려서 글을 읽을 때마다 지장을 받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이에 대하여 내색을 하지 않으시였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서 법석 소동이 일어날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효성을 다 기울이시는 장군에게 심려를 끼쳐드릴가싶어 극력 삼가하신것이였다.

그대신 수령님께서는 지금처럼 자신이 건강하고 정정할 때 서둘러 더 많이 일을 하여야 하겠다는 조바심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시였다. 아마도 그것은 인민을 위해, 우리 후대를 위해 힘껏 일하고 김정일장군이 고생을 덜하게 하고 김정일시대를 더욱 빛내이게 하여야 하겠다는 강렬한 지향과 잇닿아있을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잠시도 그대로 앉아있을수가 없으시였다. 그래서 오늘도 찬바람을 맞으시며 첫 새벽에 농장벌로 나가시였던것이고 눈문제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내색하지 않으신것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김정일장군이 그것을 알고 이렇게 조처하시는지 수령님께서는 어제밤 전화를 받으시며 아무런 말씀도 없이 웃음으로 대신하였지만 눈시울이 젖어드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아무튼 이날 눈검진은 받아야 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일정표에서 눈을 떼고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맨처음으로 부르신것은 농업위원회의 책임일군이였다. 전화통을 지키고라도 있은듯 농업위원회책임일군으로부터 인차 응답이 왔다.

수령님께서는 그에게 설을 잘 쇠는가, 건강은 어떤가, 집안은 다 무고한가 일일이 다심하게 알아보신 다음 사업이야기를 하시였다.

《올라온 자료들을 보아도 그래 내가 직접 돌아본데 의하더라도 그래 농업부문에서 불이 붙은것 같소. 며칠후 동무들과 협의회를 가지려구 하지만 몇가지 문제만은 오늘 먼저 강조하려고 하오.》

그이께서는 집무탁우에 놓인 문건을 몇장 넘기시고 그것을 보시며 전화를 계속하시였다.

《첫째로, 우리가 시범농장으로 정한 온천군, 증산군, 룡강군의 여덟개 농장들에 대한 영농준비상태를 동무가 직접 알아보고 나에게 보고하시오.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질만 하지 말고 차를 타고 내려가 현지를 돌아보시오. 일군들도 만나보고 밑에 있는 농장원들과도 담화해보시오. 알겠소?》

그이께서는 잠간 사이를 두었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둘째로, 여러가지 실용성있는 밭관수시설을 많이 만들어 협동농장들에 보내줘야겠소.》

그이께서는 당에서 힘을 들여 2천리물길공사까지 끝내놓고도 밭관수시설이 원만치 못해 밭곡식들이 가물피해를 받게 되는것은 참으로 맹랑스러운 일이라고 하시였다.

《···셋째로, 연백벌, 재령벌, 열두삼천리벌, 함주벌, 대홍단벌 이런 주요곡창지대들에 나가있는 농업위원회 일군들을 빨리 불러 10일경에 하기로 계획된 농업일군협의회에 참가시키도록 하시오··· 가만, 연백벌에는 내가 직접 련계를 가지겠소.》

그이께서는 열두가지 과업을 주고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황해남도 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을 부르시였는데 그는 연백벌에 나가있다고 하였다.

도당책임비서를 부르시였으나 그도 오늘 새벽참으로 연백벌에 나갔다고 하였다.

(음, 황해남도사람들이 연백벌에 힘을 집중하고있구만. 그래야지, 그래야 해.)

김일성동지께서는 황금이삭 설레이는 백리 연백벌을 그려보시였다.

작년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걸어다니신 수많은 두렁길이, 그 길에서 만나보신 연백벌사람들이 눈에 삼삼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