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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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2월 31일, 이해 마지막밤이 깊어가고있었다. 북극성우에 길게 드리웠던 은하수도 어느덧 남쪽하늘로 기울기 시작하고 평양을 떠나가는 북행렬차의 기적소리가 저 멀리 사라져간지도 이슥하였다.

머지 않아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게 될 밤하늘에서는 주체사상탑 홰불이 기폭인양 서서히 물결쳐 타오르고 설명절 축등과 명멸하는 장식등으로 불야성을 이룬 거리들은 해돋이때의 바다처럼 황금빛으로 설레고있었다.

밤은 깊어가도 감회로운 추억과 새해의 희망으로 사람들은 잠들지 못하고 불밝은 거리로 즐겁게 무리져갔다.

사연많은 송년의 이밤, 수도의 거리들을 돌아보고오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의자에 앉아 총참모부에서 올려온 문건을 보고계시였다.

장방형의 넓은 집무실에서는 인민들이 부르는 노래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의 선률이 조용히 흐르고있었다.

숙연하게 앉아 문건을 들여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지그시 눈을 감으시였다. 시내물처럼 맑고 은은하면서도 절절한 선률, 심야의 정적이 깃들 때마다 호젓한 집무실에서 들으시군 하던 노래의 선률이 이밤따라 그이의 가슴을 깊은 회포에 젖어들게 하였다. 하많은 세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뜨거운 선률속에 간절한 소원을 담아 수령님께 아뢰였던가. 하지만 80고령의 오늘까지도 수령님께서는어느 하루 편히 쉬지 못하시고 매일같이 자정을 넘기며 분망하게 일해오신다.

아마 지금 이 시각에도 수령님께서는 신년사원고를 펼쳐놓고 깊은 명상에 잠겨계실지 모른다. 수령님께서 쉼없이 바쳐가시는 로고는 나라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막을래야 막을수 없고 어느 누가 대신할수도 없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입속으로 시 한구절을 가만히 읊으시였다.

 

···

만고풍상 혈전혈투의 과거가 그렇고

오매불망턴 재건조국의 오늘은 더욱!

···

장군은 바쁘다 바빠야 한다

 

그것은 광복후 나라의 형편이 몹시 어려웠던 건국의 첫시기 수령님을 모신 자리에서 시인 리찬이 읊었던 즉흥시 《김일성장군찬가》의 한구절이였다.

민족의 운명을 걸머지고 20여성상 혈전혈투로 조국을 광복하시고 잠시의 휴식도 없이 민주건국의 초행길을 다시 헤쳐나가시는 김일성장군님은 응당히 바쁘셔야 한다는, 어쩌면 무엄하고 가혹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는 이 대담한 표현속에는 너무도 심각한 진리가 담겨져있었다. 그래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세상사람들속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그 특이한 시구절을 가끔 외워보군 하시는것이다.

수령님의 년세가 또하나 더해져 여든둘이 되신다. 이제 맞이하게 되는 1994년은 그 어느해보다도 더 복잡하고 더 첨예한 나라의 중대사들이 겹치게 될 해였다.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할데 대하여 시사한 클린톤의 년말 기자회견이 있은 후 미군무력이 조선반도지역에 집중되고있다는 총참모부의 보고가 지금 김정일동지의 마음을 번거롭게 하였다. 분명 새해에도 수령님은 어찌할수 없이 바쁘게 되고 또 바쁘셔야 했다.

집무실에 흐르던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의 선률이 어느덧 마감을 맺고 서서히 잦아들었다. 때마침 인민대학습당 종루에서 뗑! 뗑! 새해를 알리는 장엄한 시계종소리가 어둠의 대기를 흔들며 울리기 시작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창문가로 다가가시였다.

흘러가는 세월의 의미를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주듯 한점한점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있는 종소리를 끝까지 듣고계시던 그이께서는 집무탁앞으로 돌아오시여 송수화기를 들고 수령님을 찾으시였다.

전화를 받으시는 수령님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화기에서 울려오는 그이의 숨결을 감촉하는 순간 정중히 말씀올리시였다.

《··· 수령님, 1994년이 시작되였습니다··· 새해에 수령님께서 부디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소. 새해를 축하합니다. 장군도 새해에 몸조리를 잘하고 내내 건강해야 하겠소.》

조금 석쉼하면서도 굵고 웅글은 수령님의 독특한 음성이 부드럽게 울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저야 아직 젊지 않습니까. 수령님께선 년세를 생각하시고 정말 건강에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내 건강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오. 비록 나이는 많지만 아픈데가 하나도 없소. 아주 건강하오. 늘 말하는것이지만 내가 이렇게 건강한것은 장군의 덕분이요. 그리고 우리 인민들과 혁명동지들이 나를 극진히 위해주기때문에 아직도 이렇게 원기가 왕성하오.》

수령님께서는 잠간 말씀을 끊으셨다가 한결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뒤를 이으시였다.

《나는 방금전에 신년사원고를 보면서 생각하였소. 또 한해가 지나가는데 나는 아직도 인민들의 최대숙원인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소. 조국을 광복하고 개선한지도 근 50년이 되는데 아직도 우리 민족은 분렬의 고통을 겪고있소. 국제적으로는 많은 사회주의나라들이 붕괴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빚어지고··· 안팎으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벌써 여든둘이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화기를 쥔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시였다. 수령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마디마디가 그이의 가슴을 쓰리게 하였다. 5천년 민족사에 일찌기 있어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쌓으시고도 늘 자책을 안고계시는 수령님이시였다.

《수령님, 저희들이 수령님의 뜻대로 이해에 더욱 힘을 내여 일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절절히 말씀올리시였다.

《고맙소. 아닌게 아니라 1994년은 각별히 의미깊은 해라고 할수 있소.》

수령님께서는 그러시면서 몇년전에 문익환목사와 림수경이한테 1995년을 통일의 원년으로 하자고 약속하시였던 일을 말씀하시였다.

그것은 수령님께서 오래전에 인민들과 하신 약속이고 민족앞에 다지신 맹세이기도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지난해말 당중앙위원회 일군들앞에서도 우리가 언제까지 통일, 통일하겠는가, 더는 미룰수 없다, 래년에는 어떻게든 무슨 마련을 보고 끝장을 내야 한다고 하시였다. 언제나 통일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면 흥분하고 괴로와하시는 수령님이시지만 1994년을 눈앞에 바라보며 하신 그날의 말씀에는 더없이 깊은 뜻과 절절한 심정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그 1994년이 된것이다.

《최고사령관동무!》

수령님께서 느닷없이 김정일동지를 최고사령관으로 부르시였다.

《지금 우리는 혼자서 사회주의보루를 지키고있소. 지구우의 사회주의의 운명이 우리 조선에 달려있소. 우리는 이번 신년사에서 통일문제가 더는 미룰수 없는 민족지상의 과업이라는것과 함께1994년을 우리 혁명과 건설에서 력사적인 전환의 해로 되게 하여야 한다는것을 두드러지게 강조하였으니만큼 나도 이해에 인민들과 함께 견인불발의 의지를 가지고 매진하려고 하오.》

수령님의 어조에는 정녕 조국통일위업을 위하여 새해벽두부터 더 힘껏 일하시려는 확고한 결심이 비껴있었다.

그이께서는 통일을 위한 새해 첫사업으로 제정당, 단체 책임일군들을 만나보겠다고 하시였다. 바로 그 상봉모임에서 지난해에 발표한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의 기치밑에 북과 남, 해외의 동포들을 거족적으로 묶어세울데 대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려고 하시였다. 그것은 새해에 계획하고있는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회소집으로 이어질것이였다.

수령님의 말씀을 정중히 듣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수령님, 통일위업은 반드시 성취됩니다. 우리에게는 수령님의 권위가 있습니다. 누구도 감히 건드릴수 없는 수령님의 위엄찬 명성이 곧 통일의 담보로 됩니다.》

그이께서는 수령님의 권위를 가지고 통일하려는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며 민심이라고 격정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김정일동지의 음성은 점점 열기를 띠기 시작하고 안광에서는 불꽃이 일었다. 그이께서는 여전히 수화기를 꽉 틀어쥔채 한손을 높이 드시며 억세고 빠르게 허공을 쭉쭉 가르시였다. 가슴속에서 흥분과 열정이 분출할 때 쓰시는 그이의 특이한 손세였다.

수화기에서는 한결 가라앉은 그러나 격정이 실린 수령님의 음성이 저력있게 울리였다.

《장군이 신심을 가지니 나도 힘이 생기오. 하지만 우리 앞길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있소.》

수령님께서는 앞길을 막고있는 걸림돌들을 눈앞에 그려보시기라도 하듯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불현듯 고조된 음성으로 자신께선 그 걸림돌들을 하나하나 헤치며 나가겠다고 하시였다.

걸림돌이란 말은 력대로 조선의 앞길을 막아나서고 조선사람을 괴롭히고 모욕해온 미국통치자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였다.

우리 민족의 근대력사에는 미국의 검은 발톱자리가 점점이 찍혀있고 그 발톱자리마다에 아픈 상처가 남아있으니 사실상 미국을 욕하자면 그보다 훨씬 더 모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야 할것이였다. 하지만 수령님께서는 그저 걸림돌이라는 수수한 낱말을 미국통치자들에 대한 대명사처럼 쓰시였다.

《1994년에는 더 많은 장애물이 생길거요. 그건 틀림없소.》

수령님께서는 클린톤이 《팀 스피리트》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겠다고 하였다는데 요즘 새롭게 또 제기된것이 없는가고 물으시였다. 그러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더 힘있게 저으시며 대답을 올리시였다.

《클린톤의 그 발언이 공담이 아니라는것이 그네들의 군사적움직임을 통해 확인되였습니다. 몇시간전에 총참모부에서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렇단말이지? 그러니 그 사람들이 3단계회담을 끌어오면서 칼을 벼리고있었구만··· 보시오. 또 그 걸림돌이요.》

수령님께서는 문제의 본질을 정통으로 날카롭게 찌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움켜쥔 주먹으로 집무탁을 꽉 누르시였다. 미국이라는 그 걸림돌때문에 반세기에 걸치는 조국분단의 세월이 흘렀고 수령님께서는 어느 하루도 편히 쉬실수가 없으시였다.

새해에도 결코 다르게는 되지 않을것이다.

《수령님, 너무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 미국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갈길을 갈것입니다.》

《옳소!》

수령님께서는 힘있게 긍정하시고 말씀하시였다.

《주저할것은 하나도 없소. 원래 우리는 순풍에 돛을 달고 가본적은 한번도 없소. 그걸 바라지도 않고 바랄수도 없소. 지난해에 미국이 우리에게 <핵의혹>을 걸고들면서 오만하게 군사적압력을 가할 때 우리는 단호하게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탈퇴하지 않았소. 이에 대하여 서방언론인들은 <조미핵대결 프로권투에서 미국이 노카우드를 당했다.>고 표현했는데 우리는 올해에도 그 당당한 자세로 우리의 자주권을 지켜나갈것이요. 나는 장군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오.》

수령님의 목소리에는 신심이 넘쳐있었다.

두분의 대화는 한동안 계속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건강이 념려되여 전화를 인차 끊으려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으시였다. 수령님의 평생소원인 조국통일과 인민생활문제로 대화가 줄곧 이어져서 수화기를 놓을수가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에 놓인 탁상시계를 띄여보고 무중 놀라시였다.

《수령님, 시간이 퍼그나 갔습니다. 3시가 지났습니다.》

《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수령님께서도 그제야 시계를 들여다보시는듯 혼자말씀처럼 뇌이시였다.

젊은 시절 산에서 싸우실 때부터 습관이 되여 새벽 3시에는 어김없이 일어나시는 수령님이시였다. 그러니 그이의 주무실 시간은 이미 지나가버린셈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간을 톺아가는 탁상시계초침의 움직임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시였다.

《수령님, 이제 신년사도 하셔야겠는데 목이 갈리지 않도록 다문 두어시간이라도 주무십시오.》

《알겠소. 그럼 이만합시다.》 하고 대답하신 수령님께서 더는 말씀이 없으시였다.

두분의 전화는 끝났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음성이 계속 들려오는듯싶으시였다.

창문밖으로는 푸르고 누런 갖가지 명절장식들이 야경의 운치를 돋구고있었다.

밤하늘에는 은구슬을 뿌려놓은듯 별무리가 총총한데 동쪽하늘 먼끝에서 별 하나가 유난스레 반짝이였다. 아마도 새해의 첫 려명을 불러오는 별인듯했다···

그로부터 몇시간후 김일성동지께서는 금수산의사당 연회장에서 1994년의 력사적인 신년사를 하시였다.

제낀옷에 넥타이를 매신 수령님께서는 원기왕성하고 정정하신 모습으로 연탁에 나서시였다.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으신 수령님께서 장내를 잠간 둘러보신 다음 굵고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신년사의 첫구절을 힘있게 떼시였다.

《친애하는 동지들!

동포형제자매들!

오늘 우리는 영웅적인 투쟁과 위훈으로 빛나는 1993년을 보내고 신심과 락관에 넘쳐 새해 1994년을 맞이합니다···》

 

금수산의사당에서와 텔레비죤화면앞에서 수령님의 영상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은 누구라없이 우리 수령님께서 건강하시구나, 정정하시구나, 어쩌면 그처럼 고령이신데도 저렇게 류창하게 신년사를 하실가 하고 감격에 겨워 눈굽을 적시였다. 그리고 모두가 새해 1994년에 있을 위대한 사변들을 시사해주는 신년사의 내용에 가슴들을 들먹이였으며 특히 조국통일과 관련되는 대목에서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의 복잡한 감정을 체험하였다.

당과 정부의 책임일군들과 함께 연회장에 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도 수령님을 우러르며 벅차오르는 격정을 금치 못하시였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감에 따라 그이께서는 류다른 긴장을 느끼며 마음을 조이게 되시였다.

수령님께서 신년사원고를 연탁에 놓은것이 불편하신지 이따금 손에 들고 멀리 혹은 가까이로 옮기시면서 초점을 맞추느라 애쓰시였고 전에없이 약간 더듬으시였던것이다.

《밤을 새우시여 그러시는가? 아니면 혹시?···》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보장해드리는것을 최고의 본분으로 여기시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까지그이의 눈을 보호해드리기 위해 온갖 심혈을 다 바치시였었다. 벌써 오래전에 그이께서는 수령님께 드리는 문건을 일체 특호활자로 하게 하고 록음문건제도를 내오게 하여 수령님께서 오늘까지 좋은 시력과 건강한 몸으로 왕성한 정력을 가지고 사업하게 하시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무척 불안하시였다.

어느덧 신년사를 마치신 수령님께서 장내를 천천히 둘러보시였다.

연회장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열렬한 박수로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하였다. 연회장은 세찬 감격과 기쁨의 물결로 터질듯하였다.

얼마후 수령님께서는 만면에 자애로운 웃음을 지으시며 김정일동지와 축배잔을 나누시였다. 그리고 당과 정부의 여러 책임일군들과 일일이 신년축배잔을 드시는데 열정에 넘친 수령님의 눈은 젊은이들처럼 영채가 돌고 온몸은 활기에 넘쳐있었다. 그때문에 수천수만의 텔레비죤시청자들은 물론 연회장에서 신년사를 청취하고 신년인사를 올리던 일군들도 그이의 눈에 대하여 별다른 감촉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축배잔이 오가고 시종 화기가 넘치는 속에서도 신년사를 하실 때 받으셨던 불길한 예감을 버릴수 없으시였다.

집무실에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수령님께서 치료받으시는 병원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수화기에서는 인차 원장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이께서는 원장이 올리는 새해축하인사에 따뜻이 답례하시고 물으시였다.

《수령님의 정기검진을 언제 하였습니까?》

《바로 닷새전에 하였습니다.》

뜻밖에 갑작스러운 물음을 받은 원장은 어리둥절해하는 목소리였다.

《닷새전에?··· 그래 무슨 이상은 없었소?》

《특별히 새로 나타난것은 없었습니다. 장군님, 그런데···》

원장은 더욱 영문을 몰라하였다.

《원장동무도 신년사를 시청하면서 보았겠는데 수령님께서 연탁에 놓은 원고를 손에 들면서 약간 불편해하셨습니다. 작년에만도 그러시지 않았는데···》

《?···》

원장은 대답을 못하고있었다. 그도 방금전 텔레비죤으로 신년사를 시청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수령님께서 원고를 자주 손에 드시는데 대해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었다.

《수령님께서 지금 쓰시는 돋보기가 눈에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아 그렇게 원고를 들고 보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오히려 다행이겠는데··· 나는 다른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가 해서 걱정입니다.》

원장은 말문이 막힌듯 한참 잠자코 있더니 이번에 다른 검진들은 구체적으로 하면서도 눈검진만은 좀 소홀히 한것 같다고 주눅이 든 소리로 대답을 올리였다.

《눈에 대한 검진은 구체적으로 못했단 말이지요? 음, 그렇게 됐구만···》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자책감에 잠긴듯 원장의 목소리는 저으기 떨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료일군들을 불러 수령님의 눈검진을 즉시 조직하고싶으시였다. 수령님의 정기검진에 대하여 언제나 관심하시면서 눈에 대한 검진을 특별히 강조해오시는 그이이시였다. 하지만 설날아침에 눈검진을 조직할수는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을 더듬으시고 원장에게 말씀하시였다.

《의사선생들이 수고를 좀 해야 하겠습니다. 명절을 쇠고 인차 검진을 해보시오. 수령님께는 내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거니시였다.

수령님의 눈과 관련된 여러가지 불길한 생각들이 머리속에 갈마들어 그이께서는 인차 다른 일감들을 잡지 못하시였다.

자연의 법칙앞에서 인간은 무력한것인가? 어떤 위대한 인간도 한해두해 더해가는 세월의 흐름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는것인가? 아니다, 우리 수령님께서는 세월이 갈수록 무병하고 더 정정하셔야 한다, 아니 정정하실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불안한 마음을 밀어버리고 신심을 가다듬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으로 다시 걸어오시여 새해의 탁상일지를 내려다보시였다. 오늘 하셔야 할 일이 참으로 많으시였다. 우선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을 먼저 부르시여 신년사에 제시된 주요과업들을 관철하기 위한 가르치심을 주어야 하시였다. 조국통일과 새 경제전략 그리고 국제혁명에서 제기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그이를 기다리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벌써 진격의 구령이라도 내리시려는듯 빠른 걸음으로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