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6


 

제 5 장

6

 

그는 이제껏 이처럼 가슴이 쓰려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전투장마다에서 수십수백번 총살하겠다는 상관들의 위혁적인 고함소리를 들어왔지만 그것은 한치도 에누리를 용서치 않는 명령과 요구의 다른 한 표현일뿐이였다. 그 누구도 그를 쫓지는 않았었다. 멸시하고 모욕하기도 했지만 쫓아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차가 들추는것도 아랑곳 않고 눈을 감은채 이를 악물고있었다. 견딜수 없는 혐오와 몸이 오싹오싹해날 정도의 좌절감··· 그것은 분명 자기자신에 대한 분노였고 멸시였다. 이렇게 버림받다니··· 내가 지나쳤던건 사실이다. 그에게 좀 더 조리있게 귀띔할 대신 유격전술에 대한 지나친 표현을 내뱉았던것이다. 그러나 군사과학, 군사리론과 전술을 무시할수는 없다. 실전에서 쌓은 경험과 피의 교훈도 무시해선 안된다.

바람이 세차지기 시작했다. 시꺼먼 구름장들이 밀려왔다. 비가 퍼부을것 같았다. 논벌에서 김을 매던 농민들이 개울가로 쓸어나와 물을 끼얹으며 웃어대는것이 보였다. 길녘의 뽀뿌라나무에 매놓은 누렁소가 태연히 새김질을 하며 달려오는 군용차를 머룩머룩한 눈으로 쳐다보고있었다.

고윤은 또 최현의 노기에 찬 눈길을 상기했다.

그들이야말로 류다른 사람들이다. 보통사람들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무엇이 그들을 달라지게 했는가. 나는 왜 그들과 다른가. 나와 그들은 어데서 차이나는것인가?··· 최현분소장이 말한것처럼 《어데서 굴러온》 사람이기때문인가?···

불시에 차가 멎었다.

운전수가 말했다.

《참모동지, 저 화물차가 고장난것 같습니다.》

앞에 마주오던 화물자동차 한대가 서있었다.

고윤은 화를 냈다.

《그런데 어쨌다는거요?》

《아, 저 차곁에 김정숙녀사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보십시오.》

《?!···》

고윤은 눈을 흡뜨고 내다보다가 급기야 문짝을 열고 뛰여내렸다. 그쪽 화물차에서 운전수가 기관실덮개를 열고있는데 녀사께서 그안을 들여다보고계시였다.

고윤은 달음질쳐갔다.

《아니 녀사께서 웬일이십니까. 화물자동차를 타고가시다니.》

《아, 고윤동무이군요.》 녀사께서 밝게 웃으시였다. 《거리에 나가던 길인데 그만 차가 고장이군요. 목탄차인데다가 너무 낡아서.···》

《?···》

고윤은 굳어져있었다. 땀에 젖은 녀사의 귀밑머리며 하얀 저고리우에 먼지가 한격지 올라있는것을 아픔이 없이는 바라볼수 없었다.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리면 간리에 혁명자유가족학원이 세워진것을 그도 알고있다. 불비한 학원건물 보수작업을 벌리고있는데 녀사께서 세멘트와 목재 등을 실어나르시는것이다. 미구에 건설될 정규무력의 새 군복시제품생산때문에 밤을 밝히시던 녀사이시였다.

고윤은 자기 차의 운전수에게 고장난 화물차운전수를 도와주라고 일렀다.

《고윤동무도 그새 좀 상했군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녀사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고윤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야 뭐··· 그런데 녀사께서 이런 일까지 꼭 하셔야 합니까?》

《이런 일이라뇨. 혁명전우들이 맡기고간 자녀들이 아닌가요. 그건 우리 혁명의 대를 잇는 일이기도 하지요. 고윤동무도 잘 알텐데 뭘··· 그리구 참.》 녀사께서는 웃음을 거두고 정색하여 그를 여겨보시였다. 《고윤동문 언제 그런 치레말을 배웠어요. 녀사가 뭐예요. 혁명동지들사이에.》

《그럼 어떻게 부르겠습니까. 전 사실···》

《정숙동무, 이렇게 불러주는게 좋아요.》

《아- 아니 그건 안됩니다. 사모님!》

《사모님?》

《아, 됐습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적당히 하겠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장들이 빈틈없이 하늘을 메우고있었다.

달구지를 몰고가던 농군이 고윤의 남다른 차림새를 여겨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농립모를 약간 쳐들며 인사를 했다. 고윤이 당황하여 어쩔바를 몰라하자 녀사께서 또 환히 웃으시였다.

《왜, 인사를 받아야죠. 존경을 담아 인사했는데요.》

《제가 뭐라고···》

《아니예요. 장군님군대에 인사를 한거지요.》

《예, 옳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합니다. 어른, 아이 할것없이 인사를 하며 장군님께서 조선군대를 무으셨다는데 별은 왜 없는가, 총은 어떤걸 메는가 하고 꼬치꼬치 묻군 합니다.》

《참 군복시제품을 보셨어요?》

《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

《장군님께서도 기뻐하셨어요. 하전사들의 군복상의에 파란 전표를 단것이랑 군관들의 팔소매깃과 승마복바지에 빨간 줄을 띄운것이 아주 좋다고 하시면서 빨리 생산을 다그쳐 보안간부학교 학생들과 훈련소의 병사들에게 다 입히자고 하셨어요. 이제 고윤동무도 멋지게 차려입고 척 나서보세요. 그땐 미처 인사를 다 받지 못해 쩔쩔맬거예요.》

《예-》

부지불식간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자기가 훈련소에서 쫓겨난 몸이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훔칫거렸다. 녀사께서 물으시였다.

《왜 그러세요. 2분소 훈련장에 나가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은게 아니예요?》

《아- 아닙니다.》

마침 고장난 화물자동차수리가 끝났다. 푸릉푸릉 발동거는 소리가 울려왔다.

《다 됐습니다.》

운전수가 이쪽을 향해 소리치며 이마의 땀을 팔소매로 문질렀다.

녀사께서 수고했다고 하시며 걸음을 옮기려다 말고 또 물으시였다.

《참 거기 2분소에 평양학원을 나온 한종삼이라는 동무가 배치되여갔다던데 만나본 일이 있어요?》

《예, 자주 만납니다.》

《지금 소대장이라지요?··· 내 인살 전해주세요. 훈련에서 모범이 되길 바란다구요.》

《예, 알겠습니다.》

기여들어가는 목소리였다. 존경하는 녀사께 그새 있은 일을 죄다 말씀드리지 못한것으로 하여 속이 졸아들어 견딜수 없었다.

《그럼 다시 만나요. 고윤동무, 재삼 부탁하는데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져있다가 모자채양에 손을 올려갔다. 가까스로 신음소리를 삼켰다.

아, 나는 어데로 가는가. 지금 어데로 가고있는것인가?··· 거수경례를 붙인채 꼼짝하지 않고있었다. 졸아든 그의 가슴이, 떨리는 심장이 신음하고있었다. 웬일인지 김정숙녀사께 막 달려가 소리내여 울고싶었다. 사나이의 눈물을 질시하고 경멸해 온 그였지만 지금은 울고싶었다. 녀사께 전후사연을 죄다 말씀드리며 마음놓고 울수만 있다면··· 허나 녀사께서 타신 화물자동차는 먼지발을 날리며 멀리 달겨가고있었다.

얼마후 다시 차를 달렸다. 시내초입에서부터 활기띤 생활이 펼쳐지고있었다. 비방울이 후둑후둑 시창을 때렸다. 세라복을 입은 녀학생들이 비를 피하느라고 깔깔거리며 뛰여갔다. 《로동법령 만세!》라고 쓴 대형프랑카드가 걸린 직물공장정문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있었다.

내무국의 통검이 비를 맞으며 줄간 방망이를 들고 신호를 했다. 모자채양에서 비방울들이 튀여나고있건만 여전히 엄엄한 표정으로 이쪽저쪽을 재빨리 살피고있는 통검··· 혹시 저 사람이 얼마전 쏘미공동위원회 회의차로 평양에 왔던 미국대표들의 도발에 눈섭하나 까딱않고 서있었다는 그 담찬 젊은이나 아닌지··· 미국측 대표들이 저물녘에 우정 미친듯 차를 몰아대며 우리 통검에게 덮쳐들었지만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는 청년, 달려들던 놈들이 조향륜을 비틀며 황겁히 옆을 스쳐갈 때엔 히죽이 웃기까지 했다는 사람··· 어느새 그도 지나갔다. 줄줄이 드리운 버드나무가지들, 그밑으로 고무비옷을 머리우에 쓰고 나란히 꼭 붙어가는 처녀와 총각, 그들은 지금 극장으로 가는 길인듯하다. 《콩쥐팥쥐》라고 써붙인 공연광고가 얼핏 보이다가 사라졌다. 《선술집》앞에서 서로 밀치닥거리는 두 사람, 비에 젖는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사람은 노래를 뽑아대고 다른 사람은 그를 억지로 끌고있었다. 목탄차가 그들에게 시꺼먼 배기가스를 퍼부으며 달려갔다.

생활이 흘러가고있었다. 그러나 지금 고윤은 그 생활의 흐름에서 밀려나고있는듯 한 느낌이다.

본부에 이르자 안길참모장을 찾았으나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그는 맥이 풀려 방에 들어박혔다. 밖에서는 무시무시하게 뢰우가 우르릉거렸다.

밤이 왔다. 불도 켜지 않은 컴컴한 방,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보다 더 어두웠다. 담배연기에 눈이 쓰렸다.

별안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왜 이러고있는가. 이제라도 장군님을 찾아가뵙고 죄다 말씀드리자. 늦었지만··· 가야 한다. 가야 한다!··· 급히 비옷을 입었다.

문을 열고나서자 장군님 계신 청사로 향했다. 청사앞 현관에서 돌연 멈춰섰다. 어둠속에 서있는 풍친 승용차와 그속에서 내다보는 운전수가 낯익어보였다.

《누구요?》

운전수가 머리를 쑥 내밀었다.

《옛, 접니다.》

뜻밖에도 제2분소장 최현의 운전수였다. 어떻게 이 밤중에 여기 와있는가고 물으니 분소장동지가 급히 장군님께 보고드릴 일이 있다면서 바람같이 차를 몰게 했다는것이였다. 고윤은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한순간 마음을 가다듬었던 그 모든것들이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최현이 한발 먼저 와있는것이다. 그는 틀림없이 고윤의 일을 장군님께 말씀드릴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철칙으로 삼고있는 사업상의 질서이고 의무이기도 하다. 모든것을 죄다 빠짐없이 말씀드릴것이다.

그는 맥없이 돌아섰다. 인젠 늦었다. 그렇지만 혹시?··· 머리를 돌려보니 장군님집무실 창가엔 불이 환했다. 그 불빛은 그를 부르고있었으나 그는 걸음을 내짚을수 없었다. 격노한 최현의 웨침소리가 귀전을 두드리는듯 했다. 《어데서 굴러온》 하고 고윤에 대하여 노성을 터뜨리던 최현··· 《썩 사라졋!》 하고 그는 소리쳤었다. 지금도 고윤을 향해 《동무같은 사람 없어두 돼!》 하고 부르짖고있는듯···

그는 머리를 수굿하고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길수록 희망의 불빛은 자꾸만 멀어져갔다. 마지막으로 멀리 불밝은 창가를 우러러보는 그의 얼굴은 온통 비물에 젖어버렸다.

이윽고 자기 방에 돌아오자 무너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또다시 어둠, 모기들이 앵앵거렸다. 어떤 놈은 폭격기같이 아츠러운 소리를 지르며 귀전에 날아들기도 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귀전을 후려치고나서 또 머리를 떨구었다. 인제는 혀끝이 터갈라져 담배를 피울 생각도 없다. 태울것은 다 태워버린것이다. 더이상 태워버릴 의혹도 번뇌도 없다. 남은것은 후회뿐이였다. 안길참모장이 돌아오면 뭐라고 하겠는가. 마직막기력까지 다 짜내며 장군님의 건군로선을 관철하고있는 안길 그리고 김정숙동지께서 아시면?··· 죄스러운 일이지만 늦었다. 너무 늦었다.···

이렇게 그는 시간의 흐름도 잊고 앉아있었다. 계단을 쿵쿵 울리는 성급한 발자국소리에도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문이 벌컥 열려서야 흠칫하며 머리를 돌렸다. 컴컴한 어둠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뭐요. 불도 켜지 않구. 뭐 기도를 드리구있소?》

최현이였다. 불이 켜졌다. 고윤은 엉거주춤 일어서며 불빛에 눈이 부신듯 두눈을 가늘게 쪼프렸다. 최현의 고무비옷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것을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참 한심하군. 한심해.》 최현은 고윤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모자를 벗어놓았다. 《이러구 앉아있다니··· 그래두 난 동무가 시퍼런 칼날같은 성미라구 보았는데 잘못봤는가?》

《···》

고윤은 그가 찾아온 리유를 알수 없어 잠자코있었다.

《이보우 고윤동무, 나와 손잡구 일하자면 밸뚜실 부릴줄도 알아야 해. 맹물에 술탄것 같은 사람들이 난 질색이요. 수닭처럼 자꾸 싸우자구 쪼아대는게 더 낫지비.》

《그러다 쫓겨나게요?》

가시돋힌 소리였다. 그것이 마음에 켕기긴 했어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최현은 머리를 잔뜩 뒤로 젖히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시작할 때처럼 갑자기 웃음을 그치고 부리부리한 눈빛을 고윤에게 던졌다.

《그때문에 내 한바탕 체조를 받았당이. 장군님께서 얼마나 노하셨는지··· 에에- 진땀을 뺐소.》

《아니 장군님께서 어떻게 아시고?···》

최현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두툼한 손바닥을 마주치며 모기를 잡으려 했으나 놓쳐버린것 같았다. 앵- 하고 멀찍이 날아가는 그놈을 노려보다가 머리를 돌렸다.

《어떻게 아셨는가구?··· 내가 말씀드렸지비. 이 최현이 오늘 또 재구를 쳤소다 하구 말이지. 원, 개떡같은 성미라니까. 그러니 욕을 먹어 싸지. 이보우, 훈련참모, 장군님께서 욕하실 땐 정말 무섭소. 아직 한번두 당해보지 못했겠지?··· 에에, 혼쭐이 나지비. 말씀 한마디한마디가 사등뼈를 분질러놓는것 같당이. 그렇지만 욕을 먹구나면 속이 후련해지거든.》

《모르겠군요.》

《뭘 말인가?》

《장군님께서 왜 분소장동질 욕하시겠습니까.》

《원, 이 사람 정말 모르는구만. 욕이라니까 뭐 큰소릴 치시는줄 아는가?··· 잘못된 일을 엄하게 지적하신다는거지. 그게 욕이지비. 그렇지만 그게 더 무서워. 장군님뜻대로 일을 못했다는게 휑-해지거든. 오늘일만 해도 그렇지. 내가 너무했거든. 장군님을 모시고 싸워온 우리하군 다르다는걸 생각지 않구 그저 결김에 장작패듯 했으니···》

그는 고윤이 입을 열려는것을 손을 틀어막으며 계속했다.

《사실 결김에 소린 쳤지만 방금 장군님말씀을 듣고보니 생각이 많더랑이. 장군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고윤이 그 사람은 대바르구 깨끗한 사람이요, 또 싸움군이구, 그런 사람이 어디 흔한가, 가서 잘 말해주오 하시더라니까.》

《장군님께서요?》

《그래. 이보우, 고윤동무, 우린 지금 장군님군대를 건설하구 있다는걸 잊지 마우. 감자밭뙈기문제두 그렇지비. 아무리 마우재물을 많이 먹었기로니 그걸 왜 허투루 대할수 있나 말이요. 엊그제 평양학원을 나온 한종삼을 보라니. 그가 옳게 말했지비. 그 성한 밭을 못쓰게 만들구 돈은 왜 주나 말이요. 그렇게 안하군 안된단 말인가?··· 장군님께서 늘 가르쳐주신것처럼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수 없는것처럼 우린 인민을 떠나 못사는 인민의 군대가 아닌가. 인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게 장군님군대의 본성이란 말이요. 그리구 고윤동문 우리 빨찌산이 유격전 하나밖에 모른다구 생각하는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비뚤어질수 있당이. 우린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시는대로만 싸운단 말이요. 우리 장군님식이 바로 우리 식이요. 이걸 말해주려구 왔소.》

《···》

고윤은 가슴속에서 고패치고있는 뜨거운 격정에 목이 메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용서를 빌어야 할 놈은 누군데 이 빨찌산맹장이 나를 찾아온것인가··· 고윤이 자기가 아픔과 번뇌의 포로가 되여 결심을 주저하고있을 때 최현은 먼저 장군님을 찾아뵙고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털어놓았다. 고윤이를 타매한것이 아니라 자신을 매질한것이였다. 그리고 장군님께서는 이 못난 놈을 잘 타일러주라고 부탁하셨고···

부지불식간에 고윤은 눈굽이 저려드는것을 느꼈다.

《이보 고윤동무.》 최현이 계속했다. 《이자 내 장군님께 말씀드렸는데 시범전술연습이 끝나면 고윤동물 우리 참모장으로 끌어가겠소. 내겐 동무같은 사람이 필요하거든.》

《제가··· 참모장으로요?》

《왜 싫은가?··· 싫든 좋든 난 벌써 결론을 받았소.》

최현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썼다.

《자, 그럼 같이 가기오. 두억시니처럼 어스크레한 방구석에 구겨박혀있다니··· 빨리 차빌 하오.》

《어데로 간다는겁니까?》

《어데긴! 군사야 싸움터에 가있어야지. 자, 빨랑빨랑··· 운전수가 하품이 나서 못견딜거요.》

차비할것도 없었다. 최현은 그의 머리에 모자를 얹어주고 출입문께로 등을 떠밀었다. 문밖에 나서자 갑자기 생각난듯 물었다.

《참 훈련참모, 술 좀 할줄 아오?》

《예, 조금···》

《그럼 됐소. 오늘밤은 나와 같이 자면서 살아온 얘기들이나 나눠보자니. 까짓거 술잔도 기울이면서 속을 툭 터놓아봅세.》

《예, 좋습니다.》

그들은 벌써 얼근해진것처럼 캄캄한 층계를 서로 부축하며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