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5


 

제 5 장

5

 

고윤이 보안간부 훈련대대부(사령부라고도 했다.) 훈련참모로 임명된것은 몇달전의 일이였다. 그가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이미 그곳에는 참모장 안길, 문화부사령관 김일, 포병부사령관 김봉률과 서해수상보안대를 꾸리는데 공헌한 김성국 등이 와있었다.

고윤이 들어서자 장군님께서는 《아 고윤동무, 어서 오시오.》라고 하시며 몸소 일어나 손을 잡아주시였다.

《그새 좀 축간것 같구만. 너무 무리하게 일한게 아니요?》

《장군님!》 고윤은 숨이 찬듯 가까스로 말씀드렸다. 《전 그저··· 더 많은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장군님께서 주시는 과업이면 아무거나 다···》

그가 말끝을 채 맺지 못하는것을 보고 장군님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더 많은 일감을 달란 말이지. 좋소. 그래서 동물 불렀소.》

장군님께서는 그를 자리에 앉도록 하시였다.

《잠간만 기다리오. 지금 서해수상보안대문제를 토론하던 중인데··· 자 성국동무, 그럼 계속하시오.》

김성국이 수첩을 들고 서있었다. 고윤이 들어서기전에 실태보고를 드리고있었던것 같다.

그가 보고를 계속하였다. 서해수상보안대의 무장장비, 훈련, 새로 수리정비하는 선박들의 수 및 후방보장대책··· 고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이처럼 중요한 군사적문제가 토의되는 좌석에 자기가 끼워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바지무릎우에 올려놓은 두손에서 경련이 일 지경이였다.

언제 김성국의 보고가 끝났는지도 알지 못했다. 장군님께서 그를 앉도록 하고 말씀하시였다.

《수고했소. 성국동무, 그만하면 우리 해군의 터전도 잡힌 셈이요. 아직 무장장비도 불충분하고 선박들도 해군함선이라고 할만한것이 못되지만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 다 잘될것이요. 특히 해군지휘관양성문제도 풀리게 되오. 얼마전에 동해의 북항에 가서 수상보안간부학교터전을 잡아주었소. 성국동무도 잘 아는 최정보동무가 지금 모집생들을 선발하고있소. 성국동무도 좋은 청년들을 많이 고르시오. 바다의 용사가 될 젊은이들을 말이요.》

《알았습니다. 장군님, 좋은 사람들을 많이 골라 보내겠습니다.》

김성국은 벌떡 일어서서 챙챙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 웃으시며 손짓으로 그를 다시 자리에 앉도록 하시였다.

《해군함선건조문제인데···》 장군님께서 계속하시였다. 《아무래도 배를 잘 아는 사람을 골라 건조위원장을 시켜야 할것 같소. 안길동무, 누구 적임자가 없을가. 성국동무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제기하시오.》

안길이 말씀드렸다.

《최정보동무가 좋을것 같습니다. 오랜 배군인데다가 왜놈들의 해군학교에서 기술도 배웠고···》

《옳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마침 안길동무도 같은 생각이라니 그렇게 결정합시다. 김일동무생각은 어떻소?》

《장군님, 저도 전적으로···》

《아 됐소. 그럼 그렇게 결정된것으로 합시다. 김책동무와는 이미 토론이 있었소.》

고윤은 여전히 그린듯 앉아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장군님께서 그를 지켜보고계시였다. 《고윤동무.》 하고 나직이 부르시였을 때 그는 정신을 차리며 벌떡 일어섰다. 용수철처럼 튕겨나 허리를 꼿꼿이 펴는 그의 긴장한 모습에 장군님께서 또 웃으시였다.

《앉소. 앉아서 얘기합시다.》

장군님께서는 탁자우의 서류를 번지시였다.

《고윤동무, 동무가 만든 보병련대의 전술상학제강을 보았는데 아주 잘 되였소.》

《!···》

고윤은 마치 불을 마신듯 했다. 불현듯 호흡이 절박해졌다.

장군님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연구를 많이 했다는것이 알리오. 훈련생들이 각이한 정황에서 자기 맡은 임무를 능숙히 수행할수 있도록 준비시키며 지휘관들의 결심채택, 구분대들간 협동동작에 중점을 두고있는것이 아주 좋소.》

고윤은 여전히 두손을 바지혼솔에 딱 붙인채 보총의 소제대처럼 꼿꼿이 서있었다. 터질것 같은 마음속 흥분을 가늘게, 가까스로 내뿜었을뿐이였다.

《이 제강에 몇군데 손을 댔는데 참작하시오. 특히 포병지원, 땅크선견대돌파에 지나치게 매달린 점들을 고려하시오. 아직 우리에겐 땅크도 없거니와 지금 당장 땅크부대들을 꾸린다해도 우린 산이 많은 우리 나라 지형조건에서 싸우게 된다는것을 잊지 마시오. 무연한 평야지대와는 전혀 다르다는것을!···》

《장군님, 알겠습니다.》

고윤은 가까스로 이렇게 대답올렸다. 장군님의 그 말씀이 자기의 일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하고있었다.

《이제부터》 장군님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보안간부훈련소들에서 훈련을 본격적으로 내밀어야하는데 고윤동무 할일이 많소.》

《예, 제가 말입니까?》

《그렇소. 우린 고윤동무를 보안간부훈련대대부 훈련참모로 임명하였소.》

순간 고윤은 심장이 멎는듯 했다. 너무도 뜻밖의 말씀에 숨이 꺽 막히고 두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벅찬 격정에 눈시울을 떨며 겨우 입을 열었다.

《장군님, 장군님의 신임과 기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믿소. 고윤동무, 우리 같이 건군사업에 몸과 마음 다 바칩시다.》

《알았습니다, 장군님!》

이렇게 되여 고윤은 래일의 총참모부인 보안간부훈련대대부 참모부서의 일원으로 된것이다.

희망은 실현되였다. 단 몇분동안에 그의 한생이 결정되였다. 그리하여 지금 고윤은 안길참모장의 풍친 차를 타고 최현의 제2분소로 달려가고있었다. 몇번이고 손에 든 수첩을 들여다보군 했다.

두툼한 그 수첩엔 그가 다녀본 여러 훈련분소들과 그곳에서 자기가 맡아한 사업내용이 적혀져있었다. 오직 그만이 아는 비밀부호들로 각종 저격무기, 포무기, 통신기재, 륜전기재 등을 표식하고 전술내용은 로어략자로 써넣기도 하였다. 군인으로서, 훈련참모로서 그러한 기록이 금물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지만 장군님의 신임과 배려로 새 출발을 한 자기의 인생행적을 어떻게 하든 기록으로 남기고싶었다. 특히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 갔을 때에는 여러장에 걸쳐 빼곡이 써넣군 하였다.

 

O 평안북도 강계군 강계면 남산리(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3분소)

자동총중대행진간사격, 산개대형사격훈련시범상학

 

O 남신의주(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1분소)

안길동지와 함께 지휘통신훈련, 40㎜반땅크 포중대사격훈련조직.

 

O 개천군 개천면 군우리(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지휘부)

김일성장군님 현지지도.(낮 12시∼1시)

동행자: 최용건, 안길, 김일 등···

장군님께서는 지휘부위치를 정해주시기 위해 군우리 광산지구를 돌아보심. 광산사무실과 숙소, 창고건물들과 주변의 산들을 돌아보시며 빨찌산때의 밀영에 비하면 궁궐이다, 일제놈들이 우리의 지하자원을 략탈해가던곳에서 우리 혁명군대가 조국보위를 위해 훈련한다는것을 생각해보시오, 대원들도 사기가 오를것이다,

주변의 산들에서는 산악훈련을 하기 좋을것이다··· 라고 말씀.

무더운 날씨. 장군님께서 걸으신 길 20여리. 앞으로 산지훈련을 강화하라고 거듭 말씀.

 

김일성장군님 남신의주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1분소 현지지도.

동행자: 최용건, 안길, 김일 등···

장군님께서는 먼저 강당과 병실들을 돌아보심.

침대에 앉으시여 젖은 나무에 대패질도 하지 않은 침대에 어떻게 귀중한 대원들을 재우겠는가, 우리의 귀중한 대원들이 손톱하나 다쳐서는 안된다고 말씀.

이어 식당에 들리시여 식탁과 의자가 삐걱거리는것을 보시고 손수 무릎우에 종이를 펴놓고 식탁과 식당 긴의자 도면을 그리시며 이런 식으로 식탁과 의자를 만들라고 이르심.

주방칸에 들리시여서는 밥에 잡곡이 너무 많이 섞여있다. 식당에서 쓰는 물을 어데서 길어오는가. 우물이 멀다. 가까이에 우물을 파보라고 하심.

장군님께서 직접 우물 팔 자리를 잡아주심.

장군님께서는 동행한 간부들과 분소지휘관들에게 군인들에게 사소한 불편도 주어서는 안된다고, 실례로 밥먹는 시간도 호각을 불어가면서 《5분동안 먹엇!》 《그만 일어섯!》 하는데 그것은 일본군대와 꼭같은 방법이지 우리 항일빨찌산식규률이 아니다, 굼뜬 동무들이 있으면 사정을 알아보아야 한다, 어머니심정으로 돌봐주어야 한다, 이렇게 상하간의 단결을 강화하고 혁명군대의 성격에 맞는 규률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식이다! 라고 말씀.

장군님께서는 구분대의 사격훈련정형에 대하여 료해하시고나서 나에게 보병사격훈련요강을 만들데 대한 과업을 주심.

 

김일성장군님 함경북도 라남 보안간부훈련소 제2소 현지지도.

련대군인들과 담화, 고향, 부모형제, 나이, 힘들지 않는가, 입대후 생활료해.

식당취사장에 들리시여 나도 맛보자고 하시며 친히 국자로 국맛을 보심. 국이 싱겁다, 된장을 더 넣어 구수하게 끓이라, 밥량이 작다, 한창나이 젊은이들인데 밥그릇이 이만큼(손시늉으로)은 높아야 한다고 말씀.

이어 5분소(분소장 최용진동지)를 돌아보시고 분소안의 독립소대장이상 군관회의 지도.

포와 포차를 알뜰히 관리할데 대하여 말씀.

군인들속에서 정치사상교양강화, 군사훈련을 강화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심.

 

O 포병사격훈련요강작성. 안길동지, 김봉률동지들과 토론, 수정작업.

 

O 장군님께서 훈련요강 보아주심.

박격포중시. 산이 많은 우리 나라 지형조건에 맞는 사격훈련중시. 요강수정작업계속.

 

김일성장군님 보안간부훈련소 제3소 현지지도.

동행자: 안길, 김봉률. 현지에서 리두수, 전문욱 등 지휘관들 영접.

먼저 통신대대의 설비, 훈련정형 보고받으심.

자동총중대병실과 식당을 돌아보시며 식생활개선방도 가르쳐주심. 이어 사격술을 높일데 대하여 항일빨찌산들처럼 백발백중의 명사수로 될데 대하여 말씀.

구분대군인들, 지휘관들과 담화.

분소지휘관들에게 전투훈련을 강화할데 대하여 다시 강조. 조성된 내외의 정세 특히 38°선에서 적들의 도발 격증하는것 등을 상세히 말씀.

 

김일성장군님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1분소 현지지도.

오전 9시 현지에 도착. 분소참모장 김대홍영접보고. 명예위병대 사열.(처음으로 조직된 명예위병대. 새 군복차림. 대렬면모도 제식동작도 완전무결. 정말 기적이다!) 이어 명예위병대 분렬행진.

장군님 《북조선인민위원회를 대표하여 동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전체 대원들 《김일성장군 만세!》 환호.

장군님 분렬행진이 끝난후 한 중대 대렬앞에 이르시여 군인들에게 새 군복이 마음에 드는가 물으심. 대원들 마음에 든다고 대답올림. 동행한 안길참모장 김정숙동지께서 수고한 보람이 있어 우리 군대 면모가 난다고 말씀드림. 장군님 만족하여 웃으시며 이제 곧 전체 훈련생들에게 공급하게 된다고 말씀.

한 중기관총수와 담화.

82㎜박격포병들과 담화.

장군님 대렬을 다 돌아보시고 부대의 면모가 달라진데 대하여 치하. 동무들의 보무당당한 모습만 보아도 원쑤놈들이 감히 덤벼들지 못할것이다, 군정훈련을 더욱 강화하여 무적의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 항일빨찌산의 혁명전통을 이은 강철같은 혁명군대를 건설하자! 고 하시며 동무들의 분렬행진을 다시 보자고 하심.

분렬행진 반복하여 진행. 장군님 대단히 만족하심. 동무들이 짧은 기간에 많이 훈련하였다고 치하.

이어 5, 6중대병실 돌아보심. 군인들과 담화, 배고프지 않는가, 담배는 무엇을 피우는가?··· 부용을 피운다는 대답에 담배종이를 공급해주라고 말씀.

병실에 써붙인 구호 《훈련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전투에서 피를 적게 흘린다》를 보시고 구호가 아주 좋다, 항일빨찌산식이라고, 이 구호대로 군인들의 전투훈련을 강화하라고 말씀.

사격장에서 기관총사격지도.

몸소 시범동작, 목표도 제시, 군인들의 사격술 치하.

82㎜박격포실탄사격도 보아주심. 포수들의 앞가슴에 손수 꽃송이들을 달아주시며 박격포는 산이 많은 우리 나라 지형조건에 알맞는 위력한 포라고, 항일무장투쟁때 로흑산에서 박격포를 로획하여 수많은 적을 잡았다고 하심. 훈련을 더 잘하라고 고무격려하심.

 

김일성장군님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지휘부와 직속구분대 현지지도.

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동행자: 안길, 김일 등···

장군님 새로 꾸린 군인회관 돌아보시고 이어 지휘소주변농촌을 돌아보심.(나는 부대에 남아있었음)

날이 어두워 비에 젖고 신발에 진흙이 가득 붙어있는 장군님을 다시 뵙게 됨.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을 걸으셨는지 장군님 신발은 물론 바지무릎까지 진흙으로 매닥질되여있었음.

장군님께서 동행한 간부들과 분소지휘관들에게 말씀.

···우리는 준혁리앞 메마른 땅을 논으로 풀자고 한다. 이 벌에서 피나 수수가 기껏해야 300석도 나지 못한다. 그러나 논을 풀면 옥백미를 몇배나 더 낼수 있다.

동무들이 준혁리공사를 잘 도와 피밭을 논으로 풀어주면 이곳 농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한번 결심하고 한 열흘동안 동원되여 벼락같이 해치우자. 인민을 위한 이 일에서 혁명군대의 기백을 떨치자. 나는 동무들을 믿는다.···

장군님께서는 한밤중에 개천역에서 기차에 오르심. 안길 동행.

부대에서는 새벽 4시 비상소집. 군무자총회진행. 장군님 명령을 받들고 준혁리관개공사 5일안으로 끝낼것을 결의. 김일동지 《군민일치는 우리의 생명이다!》고 군인들을 고무.

 

김일성장군님 함경북도 라남 보안간부훈련소 제2소 현지지도. 강건, 최용진동지 영접. 안길참모장 동행.

장군님께서 식당, 세탁소, 군복수리소 돌아보시며 전사들의 생활을 친어머니심정으로 돌보아주라고 하심. 이어 7분소(포련대)에서 우리 나라 지형조건에 맞게 포병교육강화할데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씀.···

 

×

 

별빛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겨우 동녘하늘이 열리면서 파르스름한 빛으로 산과 들의 륜곽을 그리고있었다. 명화가가 붓을 휘둘러 조선화의 몰골기법으로 그려낸듯 한 산촌의 풍경, 고윤이 차에서 내리자 최현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시계처럼 정확하당이, 언제보나 고윤동문 1분도 어김 없거든.》

《분소장동지, 1소 2분소의 시범전술훈련을 돕기위해 왔습니다.》

《잘 왔소, 기다렸당이.》

고윤은 이 빨찌산무장을 늘 존경해왔다. 거쿨지고 수더분하고 소탈한가 하면 벼락치듯 무섭게 격노하기도 하는 그의 성미와 배짱 그리고 수북하고 휘우듬한 시꺼먼 눈섭이며 눈이 보이지 않게 웃기도 하는 가식이 없는 그의 모든것을 좋게 보았다.

자기처럼 두자이름을 가진것도 더 친근하게 여겨졌다. 항일빨찌산출신의 김책, 안길, 최현, 김일,강건, 최광 등 많은 사람들이 독특한 자기의 개성에 맞게 두자이름을 쓰고있다. 물론 김책의 본명이 김홍계이고 김일의 본명은 박덕산, 강건의 본명은 강신태라는것을 그도 알고있다. 그러면 최현의 본명은 무엇일가. 그역시 혁명의 산아로서 새로이 태여난 자기를 부모들이 지어준 이름으로가 아니라 혁명의 성격에 어울리는 새 이름으로 고쳐부른것은 아닐가?··· 고윤은 자기의 느닷없는 생각에 피씩 웃었다.

《왜?》 최현이 물었다. 《내 아직 속곳바람이 돼서 웃소?》

《아닙니다. 분소장동지, 장군님께서 절 보내시면서 많이 배우고 또 돕기도 하라고 하셨는데 저 같은게 무슨 도움이야 되겠습니까. 많이 배워주십시오.》

《무슨 소릴!··· 고윤동무얘길 많이 들었당이. 자 마이오르(소좌), 들어가 오늘 훈련계획을 토론합세.》

일단 사업에 들어가면 판판 달라지는 최현이였다. 유격대시절의 군복을 입고 장화를 바꾸어 신자 엄엄한 기색으로 《증강된 보병대대의 반공격훈련》이라고 크게 쓴 훈련도를 펼쳐놓고 빈 물주리를 입에 물었다. 고윤이 담배를 내밀었으나 그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참모동무, 오늘은 중대별화력협동과 차단물, 자연장애물극복훈련을 기본으로 합시다. 참모동문 될수록 부족점을 많이 찾아 바로잡아주시오. 열번, 백번이라도 반복시키면서··· 아직 우리 훈련생들이 촌티를 채벗지 못했거든. 이제 겨우 총쏘는 법이나 익혔당이.》

그러나 《아직 촌티를 채 벗지 못》한 그 훈련생들은 성실하고 근면하였다. 비록 동작은 민활하지 못했어도 꾸준히, 억척같이 땀을 들쓰며 참호와 교통호를 파고 차단물을 설치했으며 중대방어구역으로부터 2㎞에 이르는 개활지대(야산)와 골짜기를 기관총과 박격포를 메고 세번네번 숨이 턱에 닿아 반복하여 뛰였다.

고윤은 무자비했다. 특히 소대장 이상급의 지휘관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요구성을 높였다.

지휘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것을 통감했다.

제5중대 1소대(공병예비대)는 소잔등같이 밋밋한 등성이로 차후 반공격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한 포병들의 기동로를 열 임무를 맡았는데 왕청같은 개활지대로, 적의 집중구역안으로 길을 내고있었다. 그것은 전반적대대의 반공격(실제는 사단의 반공격)이 좌절되거나 역포위에 들수 있게 될 극히 위험한, 무모한짓으로서 초보적인 군사상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혀를 빼물지 않을수 없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일이였다.

고윤은 땀을 들쓰고 일하는 공병전사들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누가 여기다 통로를 개설하라고 했소. 여기가 <쏘구역>이라는걸 모르는가. 포병중대를 다 몰살시키자는거요?》

땀에 젖은 시뻘건 얼굴들이 분노한 고윤의 눈빛에 굳어졌다.

《소대장이 누구요?》

《옛.》

한사람이 뛰여와 차렷자세로 섰다.

고윤은 놀랐다. 평양학원 1기졸업생인 한종삼이 그의 앞에 나타난것이였다. 벌깃해진 얼굴에서 땀이 줄지어 내리고 군복잔등도 땀에 젖어버렸다. 두눈을 허둥거리며 걷어붙인 팔소매를 급히 내리는데 커다란 주먹코엔 먼지가 올라있었다.

《동무요?》

《옛, 제5중대 소대장 한종삼!···》

《동무가···》 하고 고윤은 거칠게 부르짖었다. 《이렇게 결심했소?··· 아니면 누가 이렇게 하라구 했는가. 제멋대로?!···》

《저··· 훈련참모동지, 전 사실···》

《이게 뭐요. 이쪽으로 통로를 내면 더 쉬운줄 누가 몰라서 그러는줄 아는가. 동문 전투훈련이 뭔지 아직 모르오?··· 진짜 전투에 나가서도 이렇게 하겠는가. 부대의 반공격을 다 말아 먹을셈인가?》

그가 평양학원졸업생들중 한사람이라는것이 더더욱 그를 분노케 했다. 이건 역시 베잠뱅이이다.아직도 헝겊오래기 바지끈이나 매고다니는 달구지군이다. 말못하는 소나 끄는 소대장이지 정규군대의 소대를 지휘하는 소대장으로선 어림도 없다!··· 어떤 허전함이 그의 분노를 키질했다.

《당장 길을 돌리오. 당장!···》

그 자리에서 휙 돌아설수도 있었으나 반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 평양학원에서 공부한 농군출신이라는것을 고려하여 좀 더 눈을 튀워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문 왜 힘내기할 생각만 하는가. 저 바위턱을 뜨로찔로 폭파하면 될게 아닌가. 이건 활주로를 닦는게 아니야. 포병중대들이 제때에 전개할수 있는 통로를 개설하는게 동무네 임무요. 그것도 정해진 시간내에!··· 이젠 알만하오?》

《예, 알았습니다.》

《그럼 빨리 행동하오. 20분내에 다그쳐 폭파준비를 끝내시오. 내 여기서 지켜보겠소.》

《···》

웬일인지 한종삼은 입을 다물며 눈길을 떨구었다. 대대의 공병예비대(래일의 사단급 공병중대)를 책임진 소대장이 아직도 제 정신을 못차리고있는것이다. 터질것 같은 분노가 또다시 고윤의 머리를 불에 달구듯 했다.

《이건 뭐요, 소대장? 명령에 불복하는거요?》

그제야 한종삼은 머리를 번쩍 들었다. 하소하듯 갈린 목소리로 통로개설을 다시 정할순 없는가고 물었다.

《뭐-요?》

《훈련참모동지, 거긴··· 곤난합니다. 통로를 잘못 정한것 같습니다.》

《?···》

고윤은 악문이새로 신음소리를 내뿜었다. 군사규정은 하급이 상급의 의도와 결심에 의혹을 품거나 반대의사를 표시하는것을 금물로 한다. 상급의 의도를 의문시하는것 자체가 벌써 불복이다. 전투장에서 총살된 많은 비겁분자, 동요분자, 도피분자들이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였다. 그는 격한 심정을 누르기 위하여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지 않으면 안되였다.

《소대장, 날 따랏!》

그는 한종삼이 잘못 정했다고 불평을 한 그 등판의 바위턱에로 급히 걸어갔다. 불안에 찬 눈빛으로 자기네 소대장을 쳐다보는 대원들과 땀흐르는 얼굴을 팔소매로 문질러대고 스적스적 걸음을 옮기는 한종삼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문제의 바위턱앞에 이르러서야 몸을 홱 돌렸다.

《동문 평양학원졸업생이지?》 이렇게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지 권총집을 꽉 틀어잡고있는 그의 손이 와들와들 떨리기까지 했다. 《그럼 말해보오. 무엇이 잘못됐다구?》

그런데 한종삼은, 이 황소힘줄 같은 농촌태생 젊은이는 겁먹은 티도 없었다.

《훈련참모동지, 저 밭때문에 피했습니다. 감자꽃이 한창 피여나지 않습니까.》

《?···》

고윤은 그제야 감자꽃이 하얗게 핀 한뙈기의 밭을 보았다. 고작해서 대여섯섬이나 날가.··· 지글지글타는 해볕에 시들어가는 잎사귀들도 보였다. 누군가 돌밭이나마 묵이기 아까와 심어놓은것 같은 밭한뙈기··· 고윤은 아연해졌다. 이 한뙈기 밭의 감자포기들때문에 대대의 반공격이 좌절될수 있는것이다!···

《동문 안되겠소. 한종삼!》 그는 씨근벌떡거리며 팔을 내저었다. 《지휘관총화때··· 나설 준비나 하오!》

하여 고윤은 저녁에 있은 지휘관들의 총화때 한종삼의 문제를 두고 피를 토하듯 했다.

《물론 우리는 인민의 생명재산을 목숨바쳐 지켜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땀흘리며 목에서 겨불내가 나도록 훈련하는것이 무엇때문입니까. 인민의 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란 말입니까. 동무들, 생각해보시오. 이것이 진짜 전투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저 동무처럼 제멋대로 시간을 어기고 적들의 포화력권내에로 기동로를 낸다면 수많은 전사들이 헛되이 죽을수 있습니다. 대대가 역포위되고 전멸될수도 있습니다. 이걸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저 동문 한뙈기 감자밭때문에 길을 피해가야 한다는겁니다. 통로개설을 잘못 정했다고 하고있습니다. 용서할수 있는가?··· 감자밭 한뙈기 값은 물어줄수 있어도 피값이야 무엇으로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 나는 한종삼동무가 아직 소대장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제 장군님을 모시고 시범전술훈련을 진행하게 되겠는데 그때 장군님께서 새로운 정황을 제시하면 즉각 결심하고 정황처리를 해야 한다는것을 잊지 마시오. 그때에도 상급의 명령과 지시가 잘못되였다고 제멋대로 행동하겠는가?··· 저 동문 자격이 없습니다. 아직 교육기간이기때문에 알아들을만큼 말해주었는데도 그냥 뻗대고있으니··· 이런 현상이 묵과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용서할수 없습니다. 절대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분소장 최현의 얼굴이 푸르뎅뎅해졌다. 있지도 않는 코수염을 문질러보고 성이 난듯 손톱으로 수염을 잡아뽑는데 차츰 수북한 눈섭이 이마우로 꿈틀거렸다.

《한종삼.》

《예!》

한종삼은 감히 분소장의 얼굴을 쳐다볼념을 못하고 머리를 떨구고있었다. 최현이 엄하게 물었다.

《동무 농민출신이지?》

《예.》

《그래 그게 그렇게 아깝던가, 한뙈기 밭이. 엉?!》

《···》

《왜 말을 못해. 소대장이라는게.》

《예, 분소장동지, 차마 거기로는··· 손이 떨려서···》

《훈련참모동무가 알아듣게 말해줬는데도 그냥 뻗댔어?··· 동무같은 사람이 어떻게 소대를 지휘하겠는가. 동문 헛배웠어. 평양학원1기졸업생이라는게··· 머리를 들어!··· 난 쭐난 녀석들이 제일 질색이야. 그래가지군 싸움을 못해. 배짱이 있어야지. 목에 칼을 들이대도 눈을 똑바로 뜨구 상대를 볼줄 알아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고윤은 미간을 찌프리며 손가락마디들을 딱딱 소리내여 꺾었다. 어쩐지 분소장 최현이 왕청같은데로 문제를 끌고가는것처럼 여겨졌다. 쭐난 녀석이 문제인것이 아니라 명령에 대한 불복이 엄중한것이다.

《그럼 말해봐.》 하고 최현이 계속했다. 《왜 뻗댔는지. 명령에 대한 불복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잘 알겠지? 그러면서도 뻗댔다구?···》

《저··· 저두 알구있습니다. 평양학원에 있을 때 투사동지들이 들려준것처럼··· 감자값을 물어줄수도 있다는걸 알구있습니다. 그렇지만··· 농사군은 제가 땀흘려 지은 밭에서 곡식들이 익는걸 보는 때가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채익기도 전에 폭약을 터뜨려 다 헤집어놓으면··· 막 가슴이 얼어들겁니다. 그걸 돈으로 갚는다 해두··· 좋게 보지 않을겁니다. 나두 농사를 지어봤길래 잘 압니다. 그 성한 밭을 못쓰게 만들구 돈을 왜주나 하고 생각할것입니다. 우리 장군님군대가 그렇게 하는걸 보구 가슴아프게 생각할것이··· 내겐 더 무섭게 생각되였습니다. 전 잘 모르겠지만··· 꼭 거기로 통로를 개설해야만 하는지. 다른 길은 없겠는지··· 그래서 처벌받을걸 알면서두··· 그냥 뻗대였습니다. 이 일을 장군님께서 아시면, 우리가 훈련을 한다구 감자밭까지 헤집어놓았다는걸 아시면 가슴아파 하시지 않을가··· 이렇게 생각하니 손을 댈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일곱개 중대와 세개 독립소대의 지휘관들모두가 한종삼에게로 눈빛을 모으고있었다. 그가 그들모두에게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내놓은것처럼 열심히 생각을 굴리고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있던 최현이 소리쳤다.

《포병정찰, 누가 그 통로를 확인했소?》

《옛.》

처녀같이 곱살한 포병소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동무가 그 길을 택한건 무슨 까닭인가?》

《전··· 대대의 반공격시 우리 포중대가 신속히 유효사거리계선에 진출할수 있는 통로를 큰 길에서 멀지 않게 정할 임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큰 길주변의 개활지대는 <쏘구역>이기때문에···》

《동무도 그 감자밭을 봤겠지?》

《전 못 보았습니다. 온통 돌밭인데다가··· 그런건 미처···》

《틀렸어. 청맹과니!··· 포중대 말들이 모두 몇필이지?》

《옛, 열여섯필입니다.》

《됐소. 그 말들에 포를 메워 큰 길로 냅다 몰라구. 불이 번쩍나게. 알겠소?》

《옛, 들었습니다. 분소장동지!》

고윤은 깜짝 놀랐다. 적들의 집중포사격구역에로 말에 메운 포들을 몰아대다니··· 그가 입술을 우물거리자 최현이 눈웃음치며 말했다.

《내게 생각이 있소. 훈련참모동무, 그건 따로 의논합시다.》

이어 그는 한종삼에게 부리부리한 눈빛을 던졌다.

《동무문젠 달라. 처벌받을 각오는 돼있소?》

《예.》

《이것이 실지 전투라면··· 총살을 면할수 없어. 알겠는가?》

《옛, 각오하고있습니다.》

《좋소. 총화가 끝나면 내 방에 오라구.》

이후 그들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고윤은 알지 못했다. 최현은 한종삼의 일에 대하여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때로부터 고윤은 자기가 존경해마지 않던 최현에 대한 야릇한 불만을 털어버릴수 없었다. 훈련과정에 자주 의견이 상치되였다. 최현은 그저 웃어넘기군 했으나 고윤은 가슴이 저려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최현은 용감한 싸움군이였지만 유격전이 전문가일뿐이였다. 전투훈련에서의 초기상태로부터 있을수 있는 그리고 꼭 있게 될 정황변동과 포병지원, 적들의 행동기도, 화력협동, 전투서렬과 그 질서, 타격력증대를 위한 화력밀도, 포위, 포초 등 복잡다단한 반공격 전과정을 엄밀한 과학적타산에서가 아니라 순수 감각으로 판단하고 결심을 채택하고 명령을 하달하는것이였다. 때로는 가장 초보적인 전투행동규범도 무시하군 하였다. 고윤은 현대전의 포화밑에서 수천수만리를 헤쳐온 정규군의 한 지휘관으로서 그러한것을 용납할수 없었다. 그는 말이 적어지고 눈빛은 감때 사나와졌다. 충돌은 불가피했다. 그것을 미루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 시각은 오고야 말았다. 고윤이 파견되여간지 사흘째 되는 날이였다.

모든 전투는 타격과 기동으로 진행되며 타격에서의 기본은 화력타격이다. 화력타격의 효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또 공격부대의 기본력량과 기재, 화력을 주공방향에 집중시켜야 한다. 이것은 군사전술상의 초보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최현은 대대가 반공격으로 이전하자 많은 구분대들을 분산시켜 주공방향과 보조방향을 혼탁시켜버렸다. 적들의 기본력량이 집결되여있다고 가상한 돌박산을 우회하여 다른 넓은 지역에로 전개시켰던것이다. 그 지역들은 전술연습지도에 적들의 포진지, 연유창, 후속부대들이 차지하고있는것으로 되여있었다. 실지 전투라면 적들이 력량을 재수습하고 강력한 반공격에로 나올 기회를 줄수 있다. 고윤은 리치를 따져가며 주타격방향에 력량과 기재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최현은 듣지 않았다.

《실지 전투에선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적들이 움직여주지 않소. 물론 집단군이나 전선군과 같이 몇십만의 군대가 공격할 때엔 일정한 지역에 집결할 충분한 시간적공간이 있겠지만 우린 사정이 다르당이. 적아간의 무력도 많지 않거니와 여긴 온통 산지대란 말이지비. 쫓기는 놈들이 돌박산우로만 내뺀다고 누가 장담하겠소. 꽁무니에 불이 달려보우. 닥치는대로 내뺀당이. 산으로 올려뛸것 같소? 숨이 차 죽을 지경인데. 골짜기나 벌판으로 달아나는게 낫지. 리치를 따지자면 실지 전투를 해봐야 해.》

《그렇지만···》 고윤은 안타까와 목구멍이 멜 지경이였다. 《반공격의 원칙은 철저히 공격성과를 계속 발전시키는것입니다. 지금처럼 공격성과가 불균형적으로 발전하면 익측이 드러나 역포위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것은 죽음입니다.》

최현은 웃었다.

《이보, 고윤동무, 너무 요란스레 떠들지 마우. 우린 수십년을 포위속에서 익측이 없이 싸웠지만 죽기는커녕 번마다 이기기만 했소.》

《분소장동지!》

《이게 바루 <이정화령이령화정전술>이라는거요. 있다가 없어지구 없어졌다 또 나타나구 놈들이 정신차릴새없이 친단 말이요. 여기저기서 닥치는대로!··· 그게 주공방향이요!》

《그렇지만 그건··· 유격전이구 정규전에는 통하지 않는것입니다. 분소장동지, 그렇게 주먹치기로 싸우다간··· 비참한 결과가 초래될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현대적정규무력을 건설하고있지 않습니까. 그런 식은 인젠···》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최현의 얼굴이 무섭게 변모되였기때문이였다. 말총을 깎아 붙여놓은것 같이 빳빳하고 숱진 눈섭이 푸들거리고있었다. 꽉 그러진 주먹, 경련적으로 떨리는 두볼, 치떠보는 눈에서는 시퍼런 불꽃이 이글거리고있었다.

고윤은 이렇듯 분노에 질린 험악한 얼굴을 아직 한번도 마주해본 기억이 없었다. 최현은 손에 들고있던 지도를 걸레처럼 비틀어짜며 거쉰 소리로 우악스럽게 부르짖었다.

《뭐, 뭐가 어쨌어? 주먹치기라구. 그런 식이 어쨌다구. 비참한 뭐 뭐이라구? 어데서 굴러왔길래 감히!··· 이건 우리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 전법이야.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만 하면 패하는 법을 몰라. 남들이 뭐라하든 우린 장군님식대로만 싸워. 알겠는가. 여기서 썩 사라져!》

《예? 사라지라구요?》

《그래, 동무같은 사람은 필요없소. 산에서 싸울 때도 우린 장군님로선을 이러쿵저러쿵하는 놈들은 용서치 않았어. 대갈통을 빠개놓군 했단 말이요. 엊그제도 감자밭문제때문에 좀 잘못된 사람이다 했더니만 골통이 틀려먹었거든. 필요없어. 필요없단 말이야!》

《좋습니다.》 하고 고윤은 숨이 막혀 겨우 속삭이듯 했다. 《필요없다면··· 가겠습니다!》

몸을 홱 돌려 정신없이 둔덕을 내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드리우는 시꺼먼 안개··· 그는 잡관목그루터기에 걸려 장화가 찢어지는것도 아랑곳 않고 무턱대고 달음질치듯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