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6


 

제 3 장

6

 

그 시각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양기계제작소(평천리 병기공장)에서 돌아오고계시였다. 그새 지웅도기사가 많은 일을 해놓았다. 기계들이 돌아가고 기술자, 로동자들이 그새 맡은 일들을 부지런히, 힘껏 해내고있었다. 못쓰게 되였던 보총, 기관총, 박격포, 차량들까지 수리하기 시작했는데 저격무기만 해도 천자루이상 수리해놓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새로 기름칠까지 하고 드넓은 창고에 주런히 가득 세워놓은 보총과 기관총들을 보시며 한자루의 총을 얻기 위하여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항일전의 첫 나날들이 떠올라 가슴이 젖어드시였다. 망가진 대포의 페쇄기를 불에 달아 때리는 함마소리가 흉벽을 쾅쾅 울려주기도 하였다. 현대적정규무력의 첫 병기창이 큰숨을 내뿜고 드세찬 박동을 울리고있는것이다.

그이께서는 공장관리운영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료해하고 지휘성원들을 임명하시였다. 기사장, 직장장, 업무부지배인, 과장들… 지배인자리는 아직 미정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눈가장자리에 벌거우리한 동녹이 낀것같은 지웅도기사장, 그는 한사코 지배인재목만은 못된다고 사양했다.

좋은 사람이다. 가식도, 허세도 모르는 진실하고 소박한 기술자, 그는 비록 한때 무기가 아닌 기계를 만들었으면 하고 난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전혀 새 모습으로 변모되고있다.

그이께서는 성에불린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거리의 풍경도 새롭게, 기쁜 마음으로 내다보시였다.

봄이 멀지 않았다. 1946년 봄, 땅을 밭갈이하는 농민들에게 주게 될 광복후의 첫 새봄, 아직도 전야엔 눈이 덮여있고 꺼멓게 굳어진 나무가지들은 찬바람에 부대끼고있지만 봄은 눈속에서, 얼음장밑에서, 메마른 나무가지의 두터운 껍질속에서 변함없이 줄기차게 숨쉬고 싹트고있다.…

대기실에서는 허가이가 그이를 기다리고있었다. 새로 당조직부사업을 맡으면서부터 놀라운 정력으로 사업을 내밀고있는 그였다. 루바슈까를 벗어던지고 김책이나 안길을 본따 보위색군복차림을 하였는데 번들거리는 로씨야제 가죽장화만은 벗지 않았다. 그한테서는 늘 화끈 달아오른 난로처럼 넘치는 정력과 자기사업에 대한 만족감이 내뿜기고있었다.

허가이는 평안남도 당간부훈련반문제 그리고 새로 내오게 된 로동자정치학원설립과 관련된 대책안 등을 제기하고 비준을 받은 다음 지나가는 말처럼 당서기장사업을 맡고있는 안길과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말을 꺼냈다. 그이께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물으시자 그는 약간 열을 내여 말씀드렸다.

《신원이 불명한 사람을 또 군건설사업에 끌어들이고있습니다. 최정보라고… 아마 청진에 가있을 때 알게 된것같습니다.》

《최정보?… 그 사람이 여기 와있소?》

《예. 그래서 제가 알아봤는데 경력이 좀 난삽합니다. 왜놈들의 상선학교에서 공부했고 또 일본군대 장교복까지 입었던 사람이였습니다. 비록 얼마동안이긴 하지만…》

《그래서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요?》

《예. 장군님, 저도 잘 도와드리진 못했지만… 우리의 정규무력건설에 그런 투명치 못한 사람을 끼여들인다는것을 전 도저히 리해할수 없습니다. 장군님께서 군건설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중대사라고 하신 말씀에 비추어보아도 그렇고…》

《그래 그 사람을 만나본 일은 있습니까?》

《아니 만나보진 못했습니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이 그 사람을 만나보도록 합시다. 어떤 사람인지 사람을 보고 얘길 들어보면 알수 있을게 아니요.》

그이께서는 안길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최정보라는 사람이 언제 도착했는가, 지금 어데 있는가 물으시고 그를 데리고와달라고 하시였다.

얼마후 안길이 최정보를 데리고 들어왔다. 키가 크고 가슴이 툭 불거진 40대의 사나이였는데 온통 시꺼맸다. 볕에 그슬린 고동색얼굴, 두툼한 입술과 쭝긋거리는 술진 눈섭, 시꺼먼 코잔등도 한껍데기 벗겨져있었다.

《최정보동뭅니까. 반갑습니다.》

그이께서 마주가시자 그는 당황하여 허리를 굽혀 인사올린다는것이 그만 넘어질번하였다. 안길이 그를 붙들어주었다.

《장군님!》 배고동소리같이 굵고 거쉰소리였다. 《청진에서 온 선장 최정보 장군님께 인사올립니다.》

《아 선장이라. 과연 배사람답게 기골도 좋고 목소리도 우렁찬게 마음에 듭니다.》

그이께서 그를 자리에 이끄시였다. 안길이 허가이쪽에 못마땅한 눈빛을 던지는것을 못본척하시였다.

《여기 앉으시오. 앉아서 얘기합시다. 그래 배를 탄지 얼마나 됩니까?…》

《예. 장군님, 열여섯살때부터 배를 탔습니다. 바줄에 등껍데기를 다 벗기우면서… 그러다 진해에 있는 상선학교기관반을 나왔습니다.》

허가이가 몸을 움쭉거렀다. 무엇인가 꼬집지 않고 견딜수 없어하는 눈치여서 그이께서 웃음띈 얼굴을 돌리시였다. 부장동무도 물을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시였다. 그러자 허가이는 군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왜놈들의 상선학교라면 돈냥 있어야 갈텐데.…》

최정보는 그런 말을 처음 듣는것이 아닌듯 싶었다. 탁자우에 올려놓은 갈퀴같은 손을 꽉 부르쥐는데 장지손가락 하나가 없었다.

《돈이 있을게 뭡니까.》 보다못해 안길이 한 말이였다. 《왜놈들이 면비교육을 시켰지요. 배군들중에서 고르고골라 뽑아간것이였습니다.》

허가이는 머리를 기웃거렸으나 더 캐묻지 않았다. 그이께서 계신쪽에 피끗 눈길을 옮기는데 장군님을 한자리에 모시고있는터여서 그이상 무엄하게 굴지 않겠다는 표정이였다. 그러자 안길은 성문처럼 입을 꾹 다물고있는 최정보를 스쳐보며 계속하였다.

《왜놈들은 그후 최동무가 기관반을 나오자 장교복을 입히고 해군에서 써먹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이 동문 스스로 제 손가락을 잘랐습니다. 보십시오.》

최정보의 손이 탁자밑으로 내려졌다. 당황하고 열적은 표정으로 안길을 쳐다보는데 제발 그런 말을 그만두었으면 하고 애원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안길은 허가이와의 언쟁이 있은 후여서 좀 더 어성을 높여 말을 이었다.

《그때문에 이 동문 죽도록 취조를 받고 사형장에까지 끌려나갈번 했답니다. 그렇지만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여서 놈들은 살려두었습니다. 손가락 없이도 배의 기관은 얼마든지 다룰수 있다면서 남방전선으로 끌어가려 했지요. 그러나 이 동문 끝내 도망쳤습니다. 죽어도 왜놈군대의 배는 몰지 않겠다고 밤중에 바다에 뛰여들었던것입니다. 고기잡이하던 어부들이 건져냈을 때엔 거의나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따뜻한 미소가 실린 눈빛으로 최정보를 여겨보고계시였다. 곡절많은 인생행로를 걸어온 또 한사람이 우리의 건군사업에 들어서고있다. 지웅도나 리학이처럼 이 사람도 변모될것이다. 정규무력건설에서 큰 몫을 맡아할것이다.

그이께서 조용히 물으시였다.

《가족들은 몇이나 됩니까?》

《예, 처와 아들 셋이 있습니다. 맏이는 배를 탑니다. 저처럼 배군이 되였습니다.》

《참. 그 맏이가 열여덟살이라고 했지요? 자맥질능수라는…》

《아니?!》 최정보는 깜짝 놀란듯 했다. 《장군님께서 어떻게?》

《얘길 들었습니다. 최동무가 안길동무랑 같이 바다에서 무기를 건져내느라고 숱한 고생을 했다는것도 알고있습니다. 그때 맏이도 한몫 했다는데… 정말 수고많았습니다. 언제든 만나게 되면 내 감사의 인사를 하리라 이미전부터 생각하고있었습니다.》

《장군님!…》 목메인 배고동소리가 또 터졌다. 《장군님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리도 총을 귀하게 여기신다기에 떨쳐나섰을뿐입니다. 우리 배군들이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최동무!》

그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김일성동지께서 전화를 드시자 전류흐르는 소리가 먼저 울리고 좀 성급한 목소리가 뒤따랐다.

김일이였다. 곁에서 포탄이 터져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김일이 말을 갑자르며 덤비고있는것으로 미루어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듯했다. 김일의 인사말을 끊으며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하시오. 김일동무.》

《장군님, 제가 안길동무부탁도 있고 해서 보안간부훈련소문제때문에 개천에 갔다오니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리학이가…》

《리학동무가 어찌됐다는겁니까?》

《리학이가》 김일은 동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도주했습니다. 지금 남쪽으로 날고있습니다.》

《리학이 남으로?!… 아니 김일동무, 좀더 자세히 말하시오.》

《장군님. 정말 뜻밖입니다. 어제밤 도보안서에서 간첩놈과 그놈에게 묻어다니던 반동놈들 셋을 체포했는데 거기엔 리학이도 끼워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리학이도 함께 다 체포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에서 기여든 간첩놈이 리학에게 무슨 항공대사령관 임명장과 리승만의 편지까지 주면서 남으로 가자고 꼬드긴것 같습니다.》

《항공대사령관자릴 주겠다 했다? 우리보다 더 높이 산다는거지. 그래 리학동무가 거기에 응했다는겁니까?》

《예, 지장까지 찍은걸 봤습니다.》

《그래서 체포했겠소?》

《예, 그런데 리학이가 자기를 호송하던 보안서원 두사람을 때려눕히고 도망쳤습니다. 그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남으로 내빼고있습니다. 그래서 도보안서장이 쏘련군포부대에 부탁한것 같습니다. 방금 쏘련군사령부에서 전화가 왔는데 걱정말라면서 고사포부대에 남으로 나는 비행기를 쏴떨구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쏴떨군다. 리학이를?!》

심각한 일이였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기를 꼭 부르쥔채 숨길을 멈추시였다. 항공대사령관임명장, 리승만의 편지, 게다가 두사람까지 때려눕혔다고 한다. 도주, 도주!… 사람은 때로 본의아나게 엄청난 일을 저지를 때가 있다. 피치못할 정당방위, 리성을 잃은 분노의 폭발, 모욕에 대한 앙갚음… 하지만 리학의 경우는?… 체포, 호송, 사형판결… 순간의 충동과 발작이 그를 남으로, 유혹하는 서울로 날게 한것인가?… 그이께서는 천천히 가슴속에 들어차는 무거운 공기를 내뿜으시였다.

《김일동무, 난 리학동물 믿고 중요한 일을 맡겼댔소. 난 그 믿음을 버리고싶지 않소.》

《장군님, 그렇지만 오늘 일은…》

《간첩이야 왔겠지, 이름난 비행사니까. 하지만 김일동무, 그가 놈들의 꾀임에 넘어갈 사람같소? 우리와 철석같은 약속을 한 그가!… 아니 그럴수 없소. 그의 눈을 생각해보시오… 그 눈엔 가식이 없었소. 거짓을 모르는 순결한 마음이 비껴있었소. 내가 그를 책임지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집무탁 한쪽에 놓인 다른 전화기를 드시였다.

《쏘련군사령부!… 아니 사령관을 찾소!》

잠시 방안엔 무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엉거주춤 허리를 펴고 일어서던 안길, 허가이, 최정보까지 숨을 죽이고있었다. 안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해쓱해져있었고 허가이는 새로 지은 군복저고리와 단추를 잡아뜯는듯 했다. 아직 벌어진 일을 미처 다 알지 못하고있는 최정보도 시꺼먼 손을 꼭 부르쥐고 청동의 조각상처럼 굳어져있었다. 치스챠꼬브사령관이 나왔다.

《사령관동무,》 그이께서 직방 말씀하시였다. 《방금 보고받았는데 의주비행장에서 뜬 비행기가 남으로 날아오고있습니다.》

《예, 그 일말입니까.》 치스챠꼬브의 어조는 명랑하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남으로 도주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걱정마십시오. 김일성동지, 사격준비를 시켰습니다. 김일성동지께까지 보고드릴만한 일이 못되여서 신의주에만 알렸습니다.

정세가 복잡한 때이니 무슨 일인들 없겠습니까. 이제 곧 쏴떨구겠습니다.》

《사령관동무, 그 명령을 즉시 취소해주시오.》

《예? 취소한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비행긴 나한테로 오고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걸… 알겠습니다. 김일성동지, 분부대로 사격명령을 곧 철회하겠습니다.》

조용해졌다. 그이께서는 김일과 이어진 송수화기를 여전히 손에 들고계시였다. 그쪽에서도 이곳의 대화를 다 들었을것이다. 전류흐르는 소리도 없다. 모든것이 숨을 죽이고 귀기울이고있었다. 한쪽 벽면에 찍힌 사람들의 그림자도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똘랑똘랑 락수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계의 엄정한 법칙에 따라 변함없이 찾아오는 봄이, 새 생활을 약속한 이 해의 봄이 그 소리와 함께 오고있었다.

드디여 창너머 멀리에서 비행기의 동음이 울려왔다. 굳어져있던 사람들이 구령이라도 받은듯 일시에 창가로 달려왔다. 김일성동지께서도 송수화기를 든채 창문쪽으로 몸을 돌리시였다. 창너머, 철책너머, 나무가지들사이로 푸르게 열린 하늘가에서 은빛의 점이 반짝이였다. 높아지는 동음, 안길이 소리쳤다.

《비행기가 보입니다. 장군님!… 지금 문수비행장에 내리고있습니다.》

《장군님, 장군님!》 이렇게 목메여 웨친것은 머나먼 국경도시 신의주의 김일이였다. 송화기에서 거의 거칠어진 목소리가 저릉저릉 울려나오고있었다. 《맞습니까. 리학이 분명 맞습니까. 장군님?!》

《내리고있습니다. 평양에… 리학이 왔습니다.》

《장군님.》 김일은 거의나 고함치듯 했다. 《그 녀석을 어쩌문 좋습니까. 예? 내 그저 만나기만 하면… 버릇을 뚝 떼주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그의 목갈린 웨침에, 고함치듯 하는 그 노기 띤 음성에 들어있는 사랑의 정에 눈굽이 젖어드시였다.

《혼내줍시다, 단단히 그 코수염쟁이의 뿔난 버릇을 뚝 떼줍시다. 그럼 김일동무, 맘놓고 일을 보시오, 리학인 며칠 있다 보내겠습니다.》

이윽고 전화를 놓으신 그이께서는 창가에서 몸을 돌려 눈시울을 떨고있는 안길을, 붉게 상기된 허가이를, 그리고 웬일인지 손가락이 하나 없는 주먹으로 살껍질이 벗겨진 뭉툭한 코를 눌러대고있는 최정보를 둘러보며 미소하시였다.

《자, 그럼 하던 얘길 계속 합시다. 다들 앉으시오.》

전화종소리가 또 울렸다. 기대되는 종소리. 그이께서는 수화기를 들고 보고를 받으시였다. 리학이 문수비행장에 내렸다는 보고였다.

《알고있소. 곧 나한테 보내시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놓고 최정보를 바라보며 말씀하시였다.

《최동무에게 한가지 중요한 일을 맡길가 하는데… 수상보안대를 잘 꾸려보지 않겠습니까. 말하자면 앞날의 해군건설입니다.》

《장군님, 전 배를 타라면 그 어떤 파도라도 헤쳐가겠지만 그런 일은… 제가 어찌…》

《최동문 해낼수 있습니다.》

《제가 말입니까?》

《그렇소. 최정보동무가!… 왜 믿어지지 않습니까?… 동문 자신을 믿지 못해도 나는 믿소. 해군건설의 개척자가 돼주시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불거진 앞가슴이 세차게 오르내리는데 가슴속에서 산악같은 파도가 넘실거리는듯 했다. 석탄빛같이 번득이던 시꺼먼 두눈에 물기가 가득 고이고있었다. 마침내 그는 배고동소리같이 굵고 거쉰 그러나 뜨거움에 젖은 목소리로 목메여 말씀드렸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믿어주시는데 제가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전 해낼것 같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제자신을 믿어본적이 없습니다. 장군님, 수상보안대를 뭇고 바다를 지키겠습니다.》

《고맙소. 그러리라고 믿었습니다.》

격동된 허가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안길동무가 정말 적임자를 골랐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밝게 웃으시였다.

《허가이동무도 그렇게 본다니 다행이요.》

그러나 안길은 머리를 저었다. 허가이를 면바로 쳐다보며 낮고 빠르게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아니라 김정숙동무가 추천했소. 장군님께서 수상보안대를 꾸리는데 알맞는 사람을 고르신다는것을 알고 귀띔해주었던거요.》 하고나서 그는 그이께로 머리를 돌렸다. 《사실 전 최정보동무를 잘 알면서도 그 생각까진 못했습니다. 나이도 있고해서 적합치 않다고 보았는데 정숙동문 생각이 달랐습니다. 기술은 물론 경험과 배심도 있지 않는가. 배군답게 일을 무섭게 해낼거라면서 장군님께서도 꼭 마음에 들어하실거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이지 제가 청맹과니였습니다.》

《믿음이 중요한거요.》 그이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사실 우리 형편에 정규무력을 건설한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민을 믿고 시작을 떼니 하나하나 풀려가고있지 않습니까. 오늘은 비록 최정보동무 한사람뿐이지만 우리 해군은 벌써 태여나고있습니다. 두고보시오. 우리의 해군무력이 자기 위용을 떨칠 그날은 꼭 옵니다!》

하여 최정보는 수상보안대 터전을 잡는 일로부터 원산모집소를 통해 미래의 해병들을 선발하는 일을 맡아하며 해군사령부군사처장의 중임까지 맡게 되였다. 1950년 7월 2일 세계해전사상 류례가 없는 해전에 단 4척의 어뢰정으로 미군기동분함대를 공격하여 중순양함 빨찌모르를 격침시킨 주문진전투에는 그의 맏아들도 참가하였다. 전쟁전까지 함선건조위원장이기도 했던 최정보는 전쟁시기 먼 남해에까지 나가 기뢰부설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던중 적들의 포위에 들어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그러나 아직 최정보는 평범한 배군에 불과하다. 누구도 자기의 앞일을 앞질러 내다볼수는 없다. 최정보는 격동된 심정을 누를길 없어 울대뼈를 움씰거리며 못박힌듯 서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몇번이고 앉으라고 하셨지만 듣지 못한듯 했다. 바다를 떠나 살수 없는 그여서 파도 세찬 바다를, 자기가 헤쳐가게 될 새로운 배길을 꿈꾸듯 바라보고있는듯 싶었다.

리학이 도착한것은 바로 그때였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피가 말라붙어있는 얼굴에, 세수도 못해 때국이 흐르는 얼굴에 흥분의 빛이 력력한 리학이 서기가 열어준 문으로 재빨리 들어섰다.

《장군님, 조선항공협회 신의주지부회장 리학…》 그는 거수경례를 붙인채 볼을 떨더니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반동으로 몰려 끌려가던중… 도망쳐왔습니다.》

《도망쳐온게 아니라 나를 찾아왔겠지.》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지난해 신의주에 갔을 때 내가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으니 말이요.》

《그렇습니다, 장군님. 장군님을 찾아 달려왔습니다!》

벌써 리학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끓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탁자가운데로 부르시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보오. 일없소. 너무 흥분하지 말구.》

하여 리학은 벌어진 일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이께서는 한마디 말씀도 없이 심중히 듣고계시였다. 단한번 리학이 두 보안서원을 《때려눕히던》 대목에 이르러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을뿐이였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안길이 자주 몸을 움쩍거렸다. 하가이는 입술을 꽉 깨물며 최정보와 같이 리학에게서 한순간도 눈길을 떼지 않고있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몇걸음 옮기시였다. 일부 편협한 인간들때문에 귀중한 인재들이 묻히고 짓밟히고 오명을 쓴채 죽어간 무수한 실례들을 상기하시였다. 창가로, 지도가 걸린 벽밑으로 또 탁자가까이 걸으시였다. 랭담한 사람들이 흔히 편협하다. 심장이 작고 뜨겁지 못하기때문에 많은것을 받아들일수도 녹여줄수도 없는것이다. 그들은 자기의 마음이 어둡기때문에 주위의 모든것들을 어둡게만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세상을, 사람들을 새롭게 보라구 빌려줄 안경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어줄 따로 만든 아궁이도 연료도 없다. 오직 인간에 대한, 동지들에 대한 진실한 사랑만이 그들의 눈을 밝혀주고 심장을 덥혀줄것이다.

그이께서는 보안서원들이 인민의 참된 충복이 되도록 대책을 세울것을 결심하시였다. 드디여 리학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리학동무, 무섭지 않았소? 대포를 봤겠지. 동무를 겨눈 대포들을.》

《장군님, 전 무섭지 않았습니다.》 리학은 허리를 꼿꼿이 펴며 대답올렸다. 《장군님께서 절 쏘라구 가만놔두시겠습니까.》

《저런!》 안길이 혀를 찼다. 《장군님께서 얼마나 근심하셨다구. 비행사들은 다 저런가?》

김일성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거지. 그만큼 가슴도 넓어지구. 자, 그럼 하늘과 바다의 주인들, 가서 식사를 합시다. 허가이동무도 같이 갑시다. 아 사양하지 마시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하늘과 바다처럼 가슴이 탁 트입니다. 갑시다!》

이날 김일성동지께서는 리학에게 새로운 과업을 주시였다. 신의주항공대에서 100명쯤 인원을 뽑아 평양학원에 보낼데 대한것이였다. 평양학원에 항공과를 새로 내오기로 하였던것이다. 훈련용비행기3∼4대를 분해하여 렬차로 수송할 대책도 취해주시였다.

벌써 평양학원에서는 활주로를 닦고있었다. 얼마전 평양학원에 나가신 그이께서 과업을 주시였던것이다. 리학은 평양학원 항공과 부과장으로 임명되였다.

이틀후 최정보는 김정숙동지를 만나뵙고 동해에 수상보안대기지를 꾸리기 위한 터전들을 보기 위해 출발하였다.

비록 출발은 같지 않았어도 드디여 륙해공군전부가 정규무력건설의 발걸음을 떼였다. 고난과 시련을 뚫고헤쳐야 할 멀고도 험한 길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고있었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