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3


 

제 3 장

3

 

한종삼은 자기가 도주자로서 엄중하게 취급되고있으리라는것을 전혀 상상조차 못하고있었다.

뜻밖에 일어난 일이였다. 저녁식사시간을 앞두고 자기가 끌던 소에게 여물을 주고있을 때였다. 헌 양철버치에 콩이 섞인 강냉이짚을 끓여주는데 식당에서 기르는 개(어느 익살궂은 친구가 서분이라는 얌전데기처녀이름을 달아주었다)가 달려들어 퉁퉁 불궈진 콩알들을 훔쳐먹기 시작했다. 종삼은 개를 쫓지 않았다. 식당아주머니들보다 종삼이를 더 따르는것이여서 북실북실한 잔등털을 쓰다듬기까지 했다. 바로 그때 그의 눈길을 자석처럼 잡아끄는것이 있었다. 저쪽 마당 한끝의 보초막밖에서 서성거리는 처녀가 무던히도 낯익어보였던것이다.

옆구리에 크지 않은 무명보퉁이를 끼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이쪽을 살피는데 아무리 해도 오고가는 사람들속에서 낯익은 사람을 찾을수 없는 모양이였다.

종삼은 지싯지싯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후에 냅다 뛰여가며 소리쳤다.

《종금아!》

고향에서 누이동생이 찾아온것이였다.

《에구마, 오빠!》

반갑게 서로 붙안고 돌아갔다.

《오빠, 그새 꽤나 멀끔해졌수.》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완?》

《집에서 자꾸 가보라질 않수. 월순이를 찾으러간다던 오빠가 난데없이 남포서 편질 했으니…》

《응, 그렇게 됐어.》

《그래 월순인?》

종삼은 두툼한 입술을 비쭉하면서 속에서 불끈 솟는것을 꿀꺽 삼켰다.

《월순인 잘못됐어. 그만… 그 얘긴 그만하자. 후에 다… 말해주지.》

맵짠 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대한추위가 바야흐로 대마루에서 기승을 부리고있었다. 종금이가 발을 구르며 울먹이였다.

《글쎄. 그런것 같아서… 얼마나 속태웠는지 알우. 그래서 엄마가 자꾸 가보라면서…》

《그래 집에선 다들 잘 있니?》

《응, 타작이랑 다 잘됐수.》

종금이가 계속 언발을 구르고있건만 종삼은 한가지 생각에만 옴해있었다.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월순이였고 《날 다려가소, 날 다려가소.》 하고 애절하게 부르짖던 눈물의 속삭임이였다.

한동안 괴로운 침묵이 흘렀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세찬 바람에 짚검부레기들이 날렸다. 하건만 종삼은 씨근벌떡거리며 새삼스레 걷잡을수 없이 갈마드는 월순이에 대한 기억에 우들우들 몸을 떨고있었다.

별안간 종금이가 눈빛을 번쩍이였다.

《에구마, 이 정신 봐!… 이자 오다가 그놈을 봤수. 그 암파같은 놈!》

종삼은 벼락이라도 맞은듯 했다.

《뭐?… 그거 정말이야?》

《틀림없는것 같수. 내가 그놈을 몇번이나 봤게. 월순이랑 그때 사흘씩이나 구경가지 않았수.》

《그래서?…》

《응, 헐어빠진 중절모 썼는데 엿장수 판대기를 메구… 내가 새새 눈여겨보니까 슬그머니 피해가잖우.》

《야, 이 미물같은거!》 종삼은 소리쳤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엉?… 배라먹을것. 뭐 어데서 만났다구? 어디루 갔어?…》

항 벌린 입으로 가쁘게 숨을 내뿜으며 다그어댔다. 그리고는 종금의 팔목을 집게처럼 딱 틀어잡고 냅다끌었다.

《빨리 가자, 그게 어디바루냐?…》

하여 그들은 큰 길쪽으로 달려갔다. 눈더미우에 비죽비죽 내민 강냉이그루터기를 짓밟고 걸채이고 먼지오른 눈무더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울리벌판 그 어데서도 놈을 찾을수 없었다. 그놈이 간 방향으로 보아 남포시내에 들어가는것이 분명했다. 길게 생각할것이 없었다. 놈을 놓칠가봐 숨돌릴새도 없이 계속 달음질쳤다.

《오빠, 오빠!》 종금이가 헐금씨금하며 부르짖었다. 《난 더 못뛰겠수.》

《제밀헐, 그놈을 잡아야 해. 아-알겠어?… 복수를 해야지?》

사정없이 종금이를 잡아끌며 그도 숨이 턱에 닿아 씨근거렸다.

《모가질 비틀어놓을테야.》

《오빠 혼자 다-당해내겠수?… 초- 총이나 칼을 물구 덤비문?》

《뭐 맞다들기만 하문사…》

남포시에 들어설무렵 드디여 그자를 발견하였다.

《저놈이우. 오빠- 저기!》

《운송점》이라고 간판을 써붙인 일본식목조건물앞에서 서성거리던 놈이 안으로 들어가는것이 보였다. 사슬에 매인 개가 왕왕 사납게 짖어대다가 주인이 뭐라고 소리치자 면구스러운듯 꼬리를 사리며 주저앉았다. 널대문안의 널다란 마당안에 여러대의 마차가 있었다. 말을 메운채로 있는것도 있고 마차만 서로 멍에를 엇갈려놓은것도 있었다.

종삼은 그 맞은편의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 덧문을 닫으려던 잡화점주인이 그들 남매를 쳐다보더니 반색을 했다.

《아, 잔치를 할려구?… 어떻소, 젊은이, 내 말이 딱 맞지?… 마침 왔구만. 이제 문을 걸려댔는데.》

《…》

종삼은 눈이 뿌얘져서 아무것도 가려볼수 없었으나 되는대로 매대에 펴놓은것들을 둘러보는척 했다. 종금이더러 그놈이 나오나 지켜보라고 눈짓해두었다. 주인은 고개를 돌리고 서있는 종금이를 슬쩍 곁눈질하며 남포등을 켜놓았다.

《댕기를 사려우. 아니면 반지를 사려우?… 아, 반지!… 그러니 약혼식을 하려는가부지. 응?!… 이게 어떠시우. 은반지인데…》

종삼은 그가 내보이는 반지를 들고 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놈을 놓치지 말아야겠는데 밖은 이미 캄캄해졌다. 종금이만 믿고있다가는 안될것같다. 머리를 돌려 길건너 운송점에 눈길을 던지니 주인은 그것을 처녀에게 반지가 맘에 드느냐고 묻는 의미로 깨달은듯싶었다.

《그런건 체네한테 묻는게 아니여. 총각이 보고 마음에 들면 제꺽 사넣는거지. 그리구…》

별안간 입을 다물고 종삼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았다.

《왜 그러시우? 어디 편치 않소?… 얼굴색이 영 말이 아니구먼.》

건너편 운송점은 불이 환했다. 미닫이창살들이 또렷하고 안에서 얼씬거리는 그림자들도 잘 내다보였다. 그쪽엔 전기불이 환한데 이놈의 잡화점은 무엇때문에 남포등을 켜놓고있는지.… 손님들을 눈속임해먹으려는 수작이나 아닌지?… 종삼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 그러문…》 주인이 다가들었다. 《혹은 벙어리나… 어째 말이라군 통 없으니… 아 아- 이건 싫다는거요?》

《그것 좀 봅시다, 댕기.》 종삼은 처음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 댕기 말이우?… 저 체네한텐 이 자주빛댕기가 어떻겠수?… 자, 보시우. 갑사댕기요. 이건 인조공단이구 또 이건 본견이요.》

정말 얄밉게도 수다스러운 주인이였다. 어쨌든 보자고 했으니 고르는척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데 주인의 눈빛이 차츰 이상해졌다. 그 어떤 물건에도 관심이 없는 손님, 은반지나 갑사댕기를 손에 들고도 계속 어둠에 싸인 밖에만 정신을 팔고있는 젊은이와 시종 밖을 내다보고있는 처녀를 수상쩍게 보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헌데 손님.》 주인이 경계하며 물었다. 《이건 무슨 옷이요? 군대 같기두 하구… 어데서 왔소? 정말 물건을 사러온게 맞소?》

종삼은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그가 무엇을 묻고있는지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주인의 말라빠진 얼굴을 놀라서 바라볼뿐이였다. 그통에 종금이까지 이쪽에 머리를 돌리고 난처한듯 중얼거렸다.

《물건이야 뭐… 살수도 있구… 흥정을 해봐야지요.》

《그래 돈은 가지고왔소?》

《돈?》

종삼이가 당황하여 주머니를 만져보는데 또 종금이 말했다.

《돈은 있어요. 뭐 우리가 도적질이나 하는줄 알우?…》

옆구리에 끼고있던 보퉁이를 끄르는척 하던 종금이가 돌연 가늘게, 새되게 부르짖었다.

《오빠, 저기!…》

공교롭게도 그때 길건너편에서는 그놈이 나와 마차에 오르고있었다. 열려진 문에서 환한 불빛이 흘러나와 그놈의 허름한 중절모아래 병자같이 해쓱한 얼굴을 언뜻비쳤다. 암파가 분명했다. 엿판대기는 어데다 던져버리고 담배를 물고있는데 마부가 벌써 채찍을 휘둘러대고있었다. 량쪽으로 갈라진 널대문, 끙끙거리며 돌아치는 사슬에 매인 개… 《아뿔싸!…》 하고 신음소리같이 부르짖으며 종삼은 뛰여나갔다. 아니, 큰길복판으로 뛰쳐나가려했으나 무엇인가에 이마를 짓쪼으며 흠칫거렸다.

《아니 손님, 이보우 젊은이!》 주인이 소리쳤다. 《내 댕기, 댕기를 놓소. 그건 왜…》

그러나 어느새 종삼은 밖에 나와있었다. 정신없이 마차를 따라가는데 주인이 쫓아오며 고함을 쳤다.

《도둑야!-도둑놈을 잡소. 그놈 잡아주-》

종금이도 뒤쫓아오며 소리질렀다.

《오빠, 그걸 던지우, 빨리!》

그가 영문을 알수없어 주춤거리는데 어느새 영악스러운 주인이 쫓아와 그의 팔목을 움켜잡았다.

《이 도둑놈 그걸 내놓지 못해?》

《?!…》

그제서야 자기 손에 쥐여있는 두개의 댕기를 보았다.

갑사댕기, 인조공단, 본견… 그는 손을 떼고 그것을 아무런 미련도 없는 갑사댕기를 점포주인의 면상에 내던졌다. 빌어먹을, 이 말라꽹이, 노래기같은 두상태기, 내가 뭐 도둑놈이라구?!… 씨근벌떡거리며 다시 뛰려했으나 벌써 마차는 작은 다리목을 꺾어 어둠속으로 사라져가고있었다.

길가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댕기를 주어들며 점포주인이 또 뭐라고 소리치려 했다. 그러자 종삼은 억이 막혀 거쉰 소리로 웨쳤다.

《그만하우. 도둑이 뭐요? 반동놈을 쫓고있는데… 배라먹을!…》

종금이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오빠, 빨리! 그놈이 역전으로 가는것 같수.》

다시 뛰여갔다. 종삼은 비로소 그놈이 기차를 타고 어딘가 북으로 가려는것이라고 짐작했다. 남으로 내뺐던 놈이 다시 나타났을적엔 또 끔찍한 일을 저지를것이 틀림없다. 기어이 놈을 잡아 태질을 해놓지 않으면 안된다.

역에 이르렀을때엔 사람들이 추위에 몸을 옹크리고 개찰구쪽으로 밀려가고있었다. 그쪽에 마차 한대가 서있는것이 먼저 눈에 띄였다. 마부도 암파도 보이지 않았다. 털빠진 말이 뒤발질을 하며 낮동안에 눈이 녹아 푸석푸석해진 흙모래를 심술궂게 차던지고있을뿐…

사람들이 혀를 차며 보이지 않는 마부를 욕질했다. 개찰구앞에 마차를 세워놓아 더더욱 혼잡스러웠던것이다.

녹초가 되여버린 종금이를 잡아끌며 대합실부터 훑고 또 개찰구앞으로 나왔다. 크고작은 보따리며 색날은 배낭, 고리짝들이 개찰구쪽으로 밀려가고 사각모와 털목도리, 개털모자, 당목수건들이 언뜻언뜻 눈앞을 스쳐갔으나 그들이 찾는 허름한 중절모는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야 나타난 마부가 마차를 뒤쪽으로, 역전마당의 시커먼 구석쪽으로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슈!》

그러자 뿌잇한 전등불이 켜져있는 개찰구앞에서 누군가 그에 대한 답례로 손을 흔드는것이 보였다.

아니, 손에 든 중절모를 머리우로 흔들고있었다. 순간 종삼은 말편자모양으로 훌렁 벗어진 번대머리와 매서운 두눈을 알아보았다.

《오빠, 저기 있수. 저기!》

《옳아, 그놈이다.》

종삼은 마치 실성한 모양으로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비난과 욕설이 조약돌처럼 날아오고 누군가는 그의 잔등을 사납게 떠박지르기까지 했다. 그러건말건 그는 막무가내로 밀치고 헤집고나갔다. 오직 그놈을 붙잡아 마을사람들앞에 끌고가야 한다는, 거기서 사등뼈를 분질러놔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손님, 차표!》

키가 꺽두룩한 남자역원이 앞을 막아서고있었다.

《뭐 차표?》

《그럼 차표두 없이 나가려우?》

《아니 난…》

말을 이을수 없었다. 뒤쪽에서 사람들이 일시에 입을 모아 비난과 욕설을 뜨물같이 끼얹었다.

《어디서 저런 망나니가 나타났소. 차표두 없구만.》

《덜미를 잡아 끌어내여요.》

《순경한테 끌어가슈, 똥줄을 싸갈기게.》

《아따, 해방이 된지 언젠데 아직두 순경소리요?》

《모두매를 앵겨야 해. 계집까지 끌고다니면서 원!…》

키다리역원이 열리지 않는 문짝처럼 그의 가슴팍을 힘껏 떠밀었다. 뒤에서는 울상이 된 종금이가 그를 잡아끌었다. 하는수없이 도로 비집고 나와 담장을 뛰여넘지 않으면 안되였다.

콕콕 찌르는 찬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홈에 나와선 사람들은 추위에 떨며 군데군데 몰켜 수군거렸다.

기차가 들어섰다. 사람들이 체면을 무릅쓰고 서로 밀치닥거리며 차에 올랐다. 인제는 차에 올라 뒤져보는수밖에 없었다. 맨 뒤쪽에 뛰여가니 유개화차였다. 거기서도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또 쓸어올랐다. 또 유개방통… 암파란 놈이 이런속에 끼워들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려객차칸에 비집고올라 종금이를 앞세웠다. 그러나 다섯개의 차칸을 샅샅이 뒤졌어도 암파는 없었다. 도중역에 내렸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맥이 쭉 빠졌다. 이렇게 또 놓치고 마는것인가?… 비로소 자기가 누구한테도 알리지 않고 학원을 떠나온것이 생각났다. 일은 저질러졌고 후과는 상상하기도 무서운것이였다.

한없는 피로에 눈이 저절로 감겨들었다. 종금이도 견디다못해 자주 그의 어깨에 몸을 실으며 쓰러질듯 휘청거리군 했다.

누군가 그를 붙들어 멈춰세웠다.

《젊은인 누굴 찾아헤매오?》

두루마기를 입은 늙은이였다. 남포역에서부터 줄곧 종삼이를 수상쩍게 보던것이 생각났다.

《아무것두 아니예유.》

말하고싶지 않았다. 아무데나 주저앉아 한잠 자고싶었다.

《아, 그 젊은이구만.》 늙은이곁에 앉아있던 사나이가 눈웃음쳤다. 《남포에서 차표도 없이 우릴 막 밀쳐대더니…》

같이 가는 사람들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끼여들었다

《꾀바른 젊은이여.》

《그렇잖구. 보매 얼마나 듬직하우.》

《그럼 아주바니, 마참한 체넬 하나 중신해주시구려.》

《그것 뭣하러. 벌써 달구다니는 체네 있잖우?!》

《하긴 그렇구먼. 오랍누이 같은게 천상배필입네다레.》

귀속에서 웅-웅 벌떼 우는 소리가 났다. 나른함과 애수, 지근거리는 불안감… 가슴이 답답해나고 온몸이 잦아드는것같아 견딜수 없었다. 허무한 생각에 이어 눈더미처럼 녹아내리는 온몸의 피로에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척하며 그 사람들곁을 지나갔다.

기차는 어느 도중역에 멎어있다가 다시 떠나고있었다. 한밤중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또 올랐다. 새로 오른 사람들은 안으로 밀고들어가고 승강대우에는 철늦은 코트를 입고 단장을 짚고있는 사람이 어둠속 어덴가를 명상에 잠겨 바라보고있었다.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조끼주머니에 시계줄까지 드리웠는데 몸은 메마르나 위엄이 있어보였다. 50을 퍼그나 넘겼을 그 사람이 종삼이를 돌아보고 무엇인가 물으려했다.

바로 그 순간 종삼은 신음소리를 내뿜었다. 허름한 중절모를 쓴 그놈이 방금 멎어있던 역사의 개찰구에서 이쪽을 피끗 돌아보았던것이다.

《암파다!》

정신없이 차에서 뛰여내리려는데 종금이가 그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니야, 오빠, 정신 나가지 않았수?》

단장을 든 사람도 그를 붙들었다.

《왜 그러나 젊은이. 그러다 죽지 못해 그래?》

차는 이미 속도높이 캄캄한 밤의 어둠속으로 맵짠 칼바람을 맞받아 달리고있었다. 원방신호기의 파란 불이 마주오다가 뒤로 휙 지나갔다. 덜컹거리는 차바퀴소리, 쓸어드는 바람… 그는 바람을 맞으며 홧홧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려했다. 정말 잘못 본걸가?… 속이 메슥메슥해났다.

《젊은이!》 단장을 든 늙은이가 물었다. 《어데 편치 않은가?…》

《아니예유.》

종삼이 귀찮아하는 말에도 위엄있는 늙은이는 개의치 않았다.

《허… 그럼 누군가 헛갈린게지?… 보아하니 젊은인 국군학교 학생같은데?… 왜 놀라나. 그런 네모꼴표식을 가슴에 단 젊은이들을 본적이 있어 그러이.》

《국군학교라구요? 그건 뭔가유?》

《아-그럼 아닌가?… 참 신통하이. 옷모양도 같구… 몽양 려운형씨가 조직한 학교학생들이 그런 차림을 했더군.》

《?…》

한종삼은 사뭇 긴장해진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그의 말들이 귀에 거슬렸고 그 어떤 적의까지 불러일으켰다. 오늘은 참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긴다. 이 수상한 늙은이도 반동이 아닌지?… 그의 수상쩍어 하는 눈빛에 늙은이는 소리없는 미소로 대답했다. 추운듯 어깨를 으쓱하고 남달리 굵은 목청으로 무게있게 말했다.

《수상하게 보는것 같은데 난 평양서 사는 목사일세. 홍근수라구… 지금 서울갔다오는 길이네. 보아하니 보안서원이나 그러루한 일을 보는 젊은이 같은데 알아보게나. 평양역에 다 왔으니…》

그렇다. 렬차는 어느새 평양역에 들어서고있었다. 벌써 세번째로 와닿는 평양, 첫번째는 정신없이 왔었고 두번째는 희망을 안고왔었다. 그러나 오늘 세번째로 평양에 발을 들여놓게된 그의 마음은 불안에 찬것이였다. 어떻게 할가. 걸어서라도 남포로 도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곽일무를 또 찾아가 의논해 보는것이 옳은가?…

그는 종잡을수 없는 심정으로 가까와오는 평양역사와 통표를 들고 엄숙히 서있는 역원 그리고 홈에 나와서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보고있었다.…

사흘째 되는날 아침에야 한종삼은 학원에 도착했다. 아침검사를 하고있던 전체 평양학원 학생들이 후주른해서 나타난 한종삼을 멀거니 보고있었다. 마치 별나라에서 온 손님이라도 보는듯 했다. 아니, 오라를 지고 나타난 가엾은 수난자를 보는듯 했다. 소리쳐 반기며 뛰여오는 사람도 없었고 무섭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없었다. 직일근무를 서던 금천내기 배용덕이 은근히 귀띔했다.

《졸경을 치를거야. 동물 심판하구 쫓아낸다는 말이 돌구있어.》

《…》

그는 입이 얼어 붙은듯 했다. 춥고 배고프고 한없는 죄책감에 가슴이 쓰려났다. 멀지않은 곳에서 까치가 깍깍 울어대더니 한종삼의 머리우로 꼬리를 얼씬거리며 날아갔다. 반가운 손님이 올때 운다는 까치, 그러나 누가 반겨주겠는가?… 마당에 늘어선 대렬은 아침검사를 계속하고있었다. 소대장,분대장(반장, 분조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들이 대렬앞을 오가며 학생들의 옷차림과 소지품들을 검사하고있다. 평양학원은 한종삼의 존재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것이다. 그는 여기서 버림받은 존재였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소리쳐부르고 치하하고 책망하고 닥달질했었건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진 모양이다. 욕설과 추궁도 그가 저대렬속에 끼워있을 때에만 필요되였다.

식당쪽에서 털이 부시시한 《서분이》(개이름)가 달려와 그의 발치를 뱅뱅 돌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 미물같은것만이 그를 반겨맞는것이다. 그가 낮이고 밤이고 먹여주고 같이 일하던 누렁소도 커다란 눈을 머룩머룩하며 새김질만 하고있다.

바로 그때 교무부의 문이 번쩍열리며 몇사람이 뛰여나왔다. 당조직책임자인 항일투사 조정철 그리고 역시 빨찌산복차림을 한 낯모를 사람과 직일관 등이였다.

조정철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다리를 절고있었다. 그래도 정신없이 달려온다.

《끝내 왔구만, 종삼동무!-》

금시 어푸러질것처럼 절뚝거리며 뛰여온 조정철이 반갑게 소리쳤다.

종삼은 비칠했다. 웬일인지 조정철의 기쁨에 넘친 웨침소리가 몽둥이처럼 귀통을 후려친듯 했다.별안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목이 잠기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못난이 같으니!》 조정철이 숨이차 헐썩거리며 말했다. 《가면 간다구 말이나 할게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오?》

《…》

종삼은 여전히 아무말도 못하였다. 차라리 험한 욕설이라도 퍼부었으면 이렇듯 가슴이 조여들지는 않았을것이다.

《참》 조정철이 뒤따라온 사람을 눈짓했다. 《새로 온 동무네 중대장 주도일동지요.》

새파랗게 젊은, 종삼이 나이또래의 빨찌산이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기다렸소.》

《…》

드디여 종삼의 눈가에 굵은 눈물방울이 맺혀 바르르 떨었다. 조정철이 그것을 외면하며 나직이 말했다.

《가서 식사를 하오. 몸도 녹이구…》

주도일이 그를 식당으로 데리고갔다. 식당부뚜막에 따로 사발뚜껑을 덮고있는것이 종삼이 오면 주려고 끼니때마다 갈아놓던 밥이였다.

식사가 끝날때까지 주도일중대장은 그의 곁에 붙어앉아있었다. 식사후에도 아무말없이 중대부로 데리고갔다.

창유리로 흘러든 아침해빛이 종삼이의 피로와 고뇌에 지친 얼굴을 따뜻이 어루쓸었다.

주도일이 물었다.

《기차로 왔소, 아닌면 걸어서 왔소?》

《걸어서 왔습니다.》

처음으로 종삼이 한 말이였다. 주도일은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곤하겠는데 가서 쉬오.》

《아니.》 종삼은 두눈을 꽉 감았다 떴다. 《난… 처벌을 받겠어유. 어떤 벌이라두 다…》

주도일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방금 식사를 끝낸 학생들이 소대, 중대별로 분렬행진련습을 하고있었다. 그새 중대들을 새로 편성하고 개원식을 준비하고있었다

《처벌을 받겠단말이지.》 주도일이 혼자소리처럼 조용히 뇌이였다. 《그건 두고보자구. 나두 아직 어떻게 해야겠는지 잘 모르겠소. 하지만… 종삼동무, 동무가 꼭 돌아오리라는걸 우린 믿고있었소. 믿고 기다렸단 말이요.》

《제가 죽을 죄를… 지었어유.》

《어떻게 된 일인지 그거나 말해보오.》

《예.》 한종삼은 서둘렀다. 《사실대로 다… 말하겠어유.》

그는 평양학원학생답게 말하려했으나 저도 모르게 옛 버릇이 자꾸 살아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대수랴, 모든것을 솔직히 터놓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 그였다.

주도일은 그가 덤벼치며 하는 말들을 주의깊게 듣기만 했다. 한종삼이 암파를 추격하던것에서 돌연 월순이에 대하여 또 난데없이 곽일무에 대하여 두서없이 말하고는 또 운송점이며 기차에서의 헛된 수색을 말하며 분을 삭이지 못해 씨근거리기까지 까딱하지 않고있었다. 그렇듯 조용히, 기척없이 앉아있는 이 중대장 주도일이 어떻게 왜놈들과 피를 물고 싸웠는지 이상할 지경이였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고 잠시 침묵이 있은 끝에 주도일이 말했다.

《조정철동지말이요. 그동안 동물 찾느라구 이틀밤이나 꼬박 새웠다는구만. 사실 조정철동진 보다싶이 다릴 잘 못쓰오. 왜놈들과 싸울때 부상당한 다리에 동상까지 입어 발가락이 꼬부라들고 한쪽다리가 가드라들어 좀 짧아졌소. 늘 지팽이를 짚고다니군 했는데 혁명학원에 와서부터 그걸 집어던졌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쓸땐 정말 눈물이 나서 못보겠소. 그런 다리로 이틀밤이나 수백리를 헤매다녔으니… 어떻게 됐겠소. 아마 지금도 혼자 앉아 울고있을거요. 다리가 쏘아나 팅팅 부어있더구만.》

《…》

한종삼은 또다시 가슴을 찌르는 충격에 몸을 떨었다. 그가 나타나자 정신없이 달려올때 이마언저리에 식은땀이 내돋은것을 보았던것같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는가.》 주도일이 나직이 계속했다. 《우리 항일빨찌산들은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었소. 한번 약속했으면 끝까지 지키구 한번 다진 맹세는 목숨을 바치면서도 끝까지 해내군 했소. 그래서 한종삼이라는 동무를 가장 귀중한 동지로 여기구 끝까지 찾아보았던거요. 그런 믿음과 사랑이 없으면 혁명을 못하오. 그러니 종삼동무, 이런 사랑과 믿음을 욕되게 하지 마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은 밖으로 나갔다.

《인젠 좀 쉬오. 할 얘긴 많지만 오늘만 날이겠소. 이제부턴 늘 함께 먹고 함께 자겠는데…》

그가 침실로 이끌려하자 한종삼은 목메인 소리로 간청했다.

《저두… 훈련에 참가하게… 해주십시오.》

주도일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다가 운동장으로 이끌었다.

《저기 맨 앞줄에 있는 키큰 사람이 누군지 아오?》

창백하고 목이 가는, 그러나 숯불처럼 타는 눈빛으로 두드러진 사람을 주도일이 가리키고있었다.종삼이또래의 학생들이 어데서 온 사람일가 왜 남들처럼 웃고 떠드는것을 한번도 볼수 없을가. 혹시 병세가 심해서 그걸 숨기고있는것은 아닐가 하고 수군거리군 했었다.

《해방이 되면서 감옥에서 풀려나왔는데 아주 건강이 나쁘오.》 주도일이 하는 말이였다. 《이름은 김원주. 장군님의 사촌동생이시오.》

《예?!…》

한종삼은 눈을 흡뜨고 숨길을 멈추었다. 다음순간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전혀 믿을수 없는 이런 말을 왜 꺼낸것일가 하고 주도일의 미소를 띤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장군님께서 그를 직접 우리 학원에 보내시였소. 앓고있는 몸이지만 참고 견디여야 한다, 우리 만경대가문에서부터 군대가 나와야 한다라고 하시면서 말이요.》

그는 목이 메여 오르는듯 코를 울리며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줌안에 넣고 꼭 쥐면서 나직이 계속했다.

《장군님께서 제일 중히 여기시는게 뭔지 아오? 총이요, 총!… 그래서 평양학원도 내오신거요. 이제 하나하나 배우면서 알게 되겠지만… 우린 이제부터 장군님의 군대가 되여야해. 그러자면 종삼동무, 학습과 훈련에서 모범이 되자구. 장군님께선 종삼동무가 훌륭한 군인이 되리라고 믿고계시오.어제 바로 그렇게 말씀하셨소.》

《예, 장군님께서… 나를요?》

한종삼은 꺼뭇한 눈시울을 바르르 떨며 헉헉 토막숨을 내뿜기 시작했다. 장군님께서 어떻게 나같은걸 다 훌륭한 군인이 될수 있다고 하셨을가. 나같은 무지렁이를!… 그는 이윽토록 풀떡풀떡 뛰는 심장의 경련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굳어져있었다.

 

×

 

그로부터 얼마후 평양학원에서는 김일성장군님과 김정숙녀사를 모시고 개학식을 가졌다.

겨울치고는 류달리 따스한 날이였다. 유리알처럼 맑고 파르스름한 하늘우에서 태양이 한껏 빛을 뿌리고있었다.

서리꽃같이 희고 쟁쟁 울릴것 같은 대기, 바람조차 없었다. 맨 처음 분렬행진이 있었다.

한종삼은 제2중대 대렬후미에서 행진해나가고있었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땅을 힘껏 구르며 만세를 웨쳤다. 진흙덩이가 떡함지처럼 발에 달라붙어 사방으로 작은 쪼각들을 쥐여뿌렸지만 누구도 그런것에는 주의를 돌리지 못했다.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주석단에 계신다. 존경하는 김정숙녀사께서도 오셨다!…

한종삼은 진정할길 없는 흥분으로 하여 불덩어리처럼 화끈 달아올라있었다. 장군님께서,김정숙녀사께서 오직 한종삼 자기만을 지켜보시는듯 싶었다.

발을 더 높이! 가슴을 쭉 펴고!… 속으로 구령을 주며 주석단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한순간 번개불에 맞은듯 했다. 손을 들어 답례하시며 환하신 웃음을 지으시는 장군님, 아 아니,그분이시다. 지난해 11월에 만나뵈왔던 그분, 그분이 장군님이시였다.

방축길에서 그의 두손을 다정히 어루쓸어주시던 분, 돌덩이같은 이 주먹이 눈물에 젖어있어서야 되겠느냐고 하시며 한평생 길이길이 잊지 못할 인생의 가르치심을 주시던분, 그분이 바로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이신줄 어찌 알았으랴!…

하마트면 대렬에서 삐여져나올번 했다. 신발바닥에 가득 달라붙은 진흙덩이를 마구 털며 옆사람과 발을 맞추려고 허우적거렸다.

그리하여 한종삼은 분렬행진이 끝나고 장군님께서 연설하실 때에도 한량없는 충격에 헉헉 흐느끼며 숨을 들이긋고있었다. 머리속에서는 줄곧 잊을수 없는 그날의 방축길이 선히 되살아났다.

그런줄도 모르고있었으니… 얼마나 미욱한 놈이였던가, 장군님을 만나뵙고도 어리뻥해있었으니!…

뜨끔뜨끔 어이는듯한 죄책감과 함께 목메이는 행복감이 뜨거운 물결이 되여 치밀어오르군했다.

하여 그는 걷잡을길 없이 두볼을 타고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아, 장군님! 장군님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이렇게 와있습니다. 장군님군대가 되자고 이 한종삼이 여기에 서있습니다!》

얼마후 장군님과 녀사께서는 병실과 강의실, 식당 등을 돌아보시였다.

엄정한 규률속에 습관되여가던 학생들이 좀더 가까이 장군님과 김정숙녀사를 뵈오려고 욱 밀려갔으나 한종삼은 뒤전에 밀려나있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시위군중들처럼 뒤따르는 학생들 뒤쪽에서 눈물을 머금고있는 한종삼을 발견하신듯 했다. 처음엔 무심히 둘러보시다가 밝게 웃으며 그를 가까이 부르시였다.

《아 힘장사, 동무이름이 한종삼이지?》

한종삼은 목이 꽉 메인듯 했다. 《예, 장군님!》 하고 힘차게 대답올리려했으나 웬일인지 목소리는 끓어오르는 격정에 삼켜지고말았다.

장군님께서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내 그럴줄 알았소. 동무가 이렇게 찾아올줄을!… 첫눈에 벌써 믿음이 가더란말이요.》

그날처럼 장군님께서는 험하게 터갈린 그의 손을 쓸어주시였다.

《동무가 밤을 새워가며 달구지를 끌고 물자를 날랐다는 얘길 들었소. 그래 종삼동무, 학원생활이 어떻소?》

《장군님!》 한종삼은 눈앞이 뿌예져서 아무것도 가려보지 못하며 부르짖었다. 《좋습니다.》

《그래도 힘들테지. 일도 할래 훈련도 할래 또 공부도 해야 하니…》

《힘들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래도 힘들 때가 많을거요. 앞으로는 더욱 그렇소. 그렇지만 이겨내야 해.》

《예. 장군님, 이겨내겠습니다!》

《좋소, 좋아, 이런 동무를 도주자로 몰아서 벌하려고 했으니 어디 될 말이요?》

장군님께서 웃으며 김책 등을 돌아보시였다. 웃고계시는 김정숙녀사께는 《내가 말하던 그 동무요. 한종삼이라고 약혼녀의 복수를 하겠다고 반동놈을 쫓다가 도주자로 몰렸다니까.》라고 하시였다.

녀사께서 눈부신 미소를 그에게 보내주시였다. 이어 혼솔이 터질지경으로 작고 허름한 낡은 군복이며 진흙이 게발린 커다란 신발모양을 살펴보시였다. 이윽고 다정히 말씀하시였다.

《이제 좋은 군복과 신발도 해결될거예요. 어려운것이 많겠지만 힘을 내세요. 학습과 훈련에서 모범이 되세요. 장군님께서 훌륭한 지휘관이 될것을 바라고계신다는것을 잊지 마세요.》

《예. 꼭…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믿겠어요, 종삼동무.》

《!…》

뜨거운 불덩이가 목구멍으로 쓸어드는듯 했다. 눈시울이 사뭇 떨려나 참을수 없었다.

그는 막 소리쳐 울고싶었다. 자기의 기쁨을, 행복을 온 세상에 소리쳐 웨치고싶었다. 그는 지난날의 무지렁이농사군 한종삼이 아니였다. 이제부터 영명하신 장군님과 김정숙녀사께서도 아시는 한종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