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1


 

제 3 장

1

 

김정숙동지께서 오시자 제일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한것은 경위중대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정히 다림질한 군복에 새하얀 목달개가 달려있군 했다. 녀사께서 밤늦도록 손질해주셨다는것을 알게 되자 모두가 옷차림에 관심을 돌렸다. 녀사께서 밤이 깊도록 장군님의 집무실창밖을 지키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생각이 깊어졌다. 학습과 훈련에서 늘 녀사의 가르치심을 되새겼다. 인제는 무심히 대하던 온갖 소리도 가려듣게 되였다. 모든 소리에는 그에만 고유한 음색과 장단이 있다는것도 알게 되였다. 새소리, 바람소리, 발걸음소리, 자동차의 발동소리, 문 여닫는 소리,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 진정 소리의 세계는 얼마나 다양하고 미묘한것이였던가!…

《우리 경위대는 앞으로 건설될 정규군대의 본보기가 되여야 해요.》 녀사께서 늘 말씀하시였다.《학습과 훈련, 생활에서도 본보기가 되고 거울이 되여야 합니다. 경위대만 보면 우리 장군님군대의 참모습을 알수 있게 말이예요.》

녀사께서는 지금까지 그들이 알지 못하던 수많은 혁명가요들도 배워주시였다. 《유격대행진곡》,《적기가》, 《피바다가》, 《결사전가》, 《자유가》, 《반일전가》 등… 그것은 총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는 혁명의 력사였고 노래의 세계를 통하여 본 혁명의 진리였다.

사람들이 달라졌다. 노래도 늘고 뜻도 깊어지고 대오도 불었다. 곽일무는 소대장이 되였다.

1월 중순 어느날 경위대의 실탄사격훈련이 있었다. 창광산기슭의 함지박처럼 우묵진 골안에 사격장이 꾸려지고 소대, 분대로부터 엎드려사격(보총), 꿇어사격(보총), 서서사격(권총과 보총)을 진행하게 되였다.

맑게 개인 날씨였다. 재빛으로 보이는 숲속에서는 눈무더기들이 두텁게 얼어붙어있었으나 공지에는 거밋거밋한 땅바닥이 질척해지고있었다. 겨울치고는 유난히도 잠풍한 날씨였다.

사격장화력지휘관은 주도일부관이였다. 사실 그는 오늘 평양학원으로 떠나기에 앞서 경위중대의 실탄사격훈련을 집행하도록 승인받았다고 한다. 흥분으로 하여 그의 얼굴은 상기되여있었고 구령소리도 쩡쩡했다.

1소대 1분대가 화선앞으로 나서려는 때 김정숙녀사께서 나오시였다. 하얀 목도리를 두르신 녀사의 모습은 눈덮인 골안의 밝고 신선하고 유리같이 투명하고 쟁쟁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전체 경위대원들이 환호를 올렸다. 마구 달려가 팔을 잡아끄는가 하면 무슨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저마끔 열심히 올리기도 하였다.

곽일무는 소대장답게 거수경례를 올렸을뿐이다. 그러나 모자채양에서 인차 손을 내리지 못하고있었다. 밝게 웃으시는 그 정답고 친근한 모습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고 무어라고 딱히 찍어 말할수 없는 격동과 기쁨에 눈시울을 떨었다.

이윽고 사격훈련이 시작되였다. 녀사께서는 곽일무의 곁에 서시여 대원들의 사격모습을 주의깊게 살피시였다.

곽일무는 2소대장이였다. 2소대차례가 되였을 때 녀사께서 미소를 머금고 물으시였다.

《소대장동무, 자신 있어요?》

《예, 자신 있습니다!》

곽일무는 서슴없이 호기있게 대답올렸다. 아무일에서나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그여서 제일 우수한 성적으로 그동안 애써 훈련한 결과를 녀사께 보여드리고싶었다.

주도일부관이 구령을 쳤다.

《제1분대 화선앞으로-갓!》

훈련과 실전은 같지 않다. 제1소대가 울린 총소리들을 가슴을 조이며 듣고있던 곽일무의 대원들은 어쩐지 좀 서툴게, 술에 취한 사람들처럼 걸어나가는듯 했다. 극도로 긴장한 얼굴이며 당황한 눈길들이 목표판이 아니면 숲속의 소나무며 앙상한 뽀뿌라나무들을 휘둘러 보고있었다. 첫 사격의 흥분과 야릇한 공포가 그들을 뒤흔들어놓은것 같았다. 누군가는 발을 걸채인듯 짓이겨진 눈과 흙을 걷어차며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잡았다.

《뒤로 돌앗. 자기 위치앞으로 갓!》

그것은 명백히 퇴장을 선언하는것이였다. 곽일무는 저도 모르게 씽 달려가 1분대 대렬앞을 지나가며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이건 무슨 꼴이람. 경위대원들이라는게 바지저고리들 같이!… 정신들을 차려. 얼뜬하게 구는 사람은 처벌이야, 알았소?》

으름장을 놓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정숙동지께서 웃음 가득한 얼굴로 그를 보시였다.

《소대장동무가 을렀다메니 더 주눅이 들지 않을가요?》

《정신을 차리라구 그랬습니다.》

곽일무는 안개라도 낀듯 빛을 잃은 두눈을 팔소매로 문질렀다.

그런데 사격결과는 곽일무의 제2소대가 제일 낮았다. 차츰 곽일무의 얼굴은 퍼렇게 얼어들고 갈퀴같은 두손은 모지름쓰듯 혁띠고리를 비틀었다.

녀사께 호언장담을 한것이 부끄럽고 죄스러워 모진 아픔과 고통에 흉곽이 조여들었다.

마지막으로 소대장들이 나섰다. 곽일무는 입술을 꽉 깨물고 권총쥔 팔을 쳐들었다. 목표를 눈겨눔하며 녀사께서 늘 가르쳐주신것처럼 그것을 원쑤의 상통으로 보려고 애썼다. 원쑤, 피맺힌 원한으로 새겨진 원쑤들이 많았다.

땅!… 총소리가 울렸다. 3소대장이 쏘는 총소리에 놀라 그는 저도 모르게 흠칫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결국 그는 세방중 두방만을 겨우 목표의 가장자리에 맞혔다. 첫발만 놀라지 않았어도 괜찮은 성적을 거둘번 했었다고 그는 자기를 위안했다. 그의 소대 대원들은 더 한심한 형편이였던것이다. 소대별로 총화를 지었다. 곽일무는 대오앞을 시계추같이 오락가락하며 자기의 울분을 불길같이 내뿜었다.

《우린 정말 자격이 없소. 소대장인 나도 그렇고 동무들도 다!… 정말 무슨 꼴이요. 여 봉삼동무, 어째 그렇게 꼴기가 없이 뻥해있어. 아지미곁에서 자고난 녀석처럼!… 훈련때 그만큼 말해주지 않았는가. 사내라는게 배심이 든든해야지. 옆에서 쏘는 총소리에도 와뜰와뜰 놀라면서…》

그는 자기 역시 옆의 총소리에 놀라 헛방을 갈겼다는것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돌덩어리같이 무거운 욕설을 한껏 퍼붓고싶었다. 못난 자신에 대하여, 처져있는 대원들에 대하여 사정없이 꼬집고 후려갈기며 정신을 차리게 하고싶었다.

《우린 경위대원들이란 말이요.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은 경위대에 있을 자리가 없소. 그러니 이제부터 단단히 강심을 먹구 달라붙어야겠소. 잠 잘 생각일랑 아예 마오. 오늘 당장…》

별안간 입을 다물었다. 김정숙녀사께서 가까이 걸어오고계시였다. 여전히 밝고 따스한 미소… 녀사께서는 곽일무와 그의 대원들을 다정히 둘러보시였다.

《어서 계속하세요.》

녀사의 말씀에 곽일무는 혀를 깨문것처럼 갑자르다가 겨우 이렇게 말씀드렸다.

《다 말했습니다. 더 할 말두 없구…》

녀사께서 조용히 웃으시는데 어글어글한 두눈에서 샘물이 용솟는듯 했다.

《첫술에 배 부르겠어요. 차츰 나아지겠지요. 그렇지만 동무들, 알아두세요. 총이란 쇠붙이가 아니예요. 이 총에도 정신이 있고 감정이 있어요. 말하자면 자기 주인이 얼마나 아껴주고 귀중히 여겨주는가 하는데 따라 달라진답니다. 총을 벗으로, 더없이 귀중한 혁명동지로 여겨야 해요. 여기에 자기의 사랑과 정성을 다 쏟고 희망과 소원을 담아보세요. 그러면 동무들의 소원대로 백발백중할수 있어요. 우리 그걸 훈련을 통해 익혀보자요. 소대장동무, 나도 이제부터 더 많은 시간을 내서 동무들과 같이 훈련하겠어요.》

대렬속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눈물과 미소로 반짝이는 눈빛들이 웃고계시는 녀사께 쏠려있었다.

이윽고 소대별로 대렬을 지어 돌아가게 되였다.

녀사께서 곽일무를 가까이 부르시였다.

해가 중천에 솟아있었다. 날씨는 믿을수 없으리만큼 잠풍했다. 사격장에서 벗어나는 길은 낮은 언덕의 숲가운데로 뻗어있었다. 숲속에서 살랑대는 바람에 실려 멀지 않은 큰길에서 달리는 자동차소리가 울려왔다.

녀사께서는 곽일무와 나란히 몇걸음 옮기다가 걸음을 멈추고 멀리 뒤에 남은 사격좌지들을 바라보시였다.

《소대의 사격성적이 왜 낮은지 아세요?》 녀사께서 물으시였다. 《소대장동문 어디에 원인이 있는것 같아요?》

《저… 다들 총에 익지 않아서… 우리 소대엔 새로 들어온 동무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일가요?… 내 보기엔 소대장동무의 훈련지도에 원인이 있는것 같애요.》

《?!…》

곽일무는 눈뿌리가 아득해지는듯 싶었다. 녀사의 다음말씀을 기다리며 눈이 녹은 뙈기밭머리의 흙을 신발로 뚜졌다.

《소대장동문 무턱대고 요구성만 높이는데 그렇게 해선 안돼요. 사격원리도 배워주고 사격동작도 바로잡아주면서 몸에 배이도록 해주어야지요. 그러자면 소대장동무자신이 명사수가 되여야 해요.》

녀사께서는 곽일무더러 가지고있는 총을 보자고 하시였다. 권총을 손에 들고 하나하나 성능을 검열해보시였다.

《좋은 총이군요. 한번 또 쏘아볼가요?》

앞서간 대오는 이미 숲속으로 뻗어간 길로 사라졌다. 녀사께서 직접 그의 사격동작을 바로잡아주시였다.

《오래 겨눈다고 잘 맞히는게 아니예요. 팔을 올리면서 목표를 똑바로 겨누고 숨을 멈추며 방아쇠를 당기세요. 힘을 주지 말고… 자, 그럼 저 눈더미우의 새까만 돌을 겨누세요.》

땅!… 총소리가 울렸다. 돌맹이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밑의 흙이 파헤쳐지며 눈더미에 마마자국처럼 숭숭 구멍을 뚫었을뿐이였다.

《좀더 침착하게… 옳아요. 팔을 쳐들 때 벌써 목표가 눈에 들어와야 해요. 숨길을 멈추면서 지그시…》

땅!… 역시 돌멩이는 남아있었으나 조금 기울어진것 같았다. 한뽐정도 사이를 두고 그옆의 누르끼레한 큰 돌을 때렸던것이다.

《보세요. 벌써 나아지지 않았어요?》 녀사께서 기쁨이 어린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제 꼭 명사수가 될거예요. 한번 더 쏘아볼가요?》

곽일무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이제 훈련을 더많이 하고 또 쏘겠습니다. 한방도 헛방없이… 명사수가 되여… 보여드리고싶습니다.》

《그러세요.》 녀사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하고 너무 힘을 주는게 탈이예요.》

녀사께서는 총을 들면서 상긋 웃으시였다.

《보세요. 이렇게…》

땅!… 총소리가 울렸다. 눈더미우에 솟아있던 새까만 돌이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숲속에서 환성이 일다가 별안간 바람에 불린것처럼 꺼져버렸다.

녀사께서 돌아보셨으나 눈녹은 숲속의 길은 반반하였다.

곽일무는 두눈을 흡뜨고 앞을 쏘아보았다. 별로 겨누신것 같지도 않았는데 돌멩이는 그 어데도 없었다. 정통을 맞고 눈속에 구겨박힌듯 했다.

그는 총을 돌려주시는 녀사의 팔목을 꼭 잡았다.

《아니, 아닙니다. 한번만 더 쏘아보십시오. 한번만 더!…》

그는 머리를 돌리고 재빨리 무엇인가를 찾다가 방금 자기들이 떠나온 사격장 한끝의 기발대를 가리켰다. 사격좌지를 표시하느라고 깎아세운 작은 나무가지였는데 거기에 매놓았던 빨간 삼각천은 목표판들과 같이 이미 걷어가고 없었다.

너무 먼 거리가 아닐가?… 어림짐작으로도 20m이상은 될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기발대로 말하면 손가락굵기정도였다. 자기가 너무 버릇없이 무엄하게 군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적당한 목표를 고르느라고 머리를 돌리는데 두번째 총성이 울렸다.

믿기 어려운 일이,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그처럼 가는 기발대가 끊어져 바르르 떨고있는것이였다. 입을 딱 벌린 곽일무가 숨도 들이긋기전에 와!-환성이 일며 숲속에 숨어서 지켜보고있던 경위대원들이 달려왔다. 총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고었었거나 아니면 주도일이 그들을 숨겨놓은것 같다. 숲속의 길 한복판에 나와 웃고있는 주도일… 경위대원들이 녀사를 둘러싸고 어린애처럼 졸라대고있었다. 전선줄우의 참새를 가리키는가 하면 소나무아지끝의 솔방울을 가리키기도 하였다. 지꿎게 떼를 쓰는 그들의 요구를 거절할수 없으시여 녀사께서는 또 권총을 쳐드시였다. 전선줄우에 내려앉아 숲속의 희한한 구경거리에 정신을 팔던 참새가 곤두박히고 바람에 흔들리던 작은 솔방울이 목화송이처럼 터져 흐트러져내렸다.

떠들썩한 환성이 뒤따랐다. 그러나 기쁨과 놀라움에, 경악에 가까운 웨침소리들이 차츰 멎었다.

다들 숨을 헐떡거리며 밝게 웃고계시는 녀사를 우러르는데 그 눈들에서 눈물이 끓고있는듯 했다.

사람들은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서만 우는것이 아니다. 슬픔과 아픔에 겨워 우는것만도 아니다. 사무치는 존경과 흠모의 정도 결국은 눈물로 솟는다. 인간의 힘과 재능, 그 무한한 능력에 감격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울고 웃으며 목메인 소리로 물었다.

《좀 말씀해주십시오. 어떻게… 어떻게 그처럼 총을 잘 쏘십니까?》

그러자 일시에 모든 경위대원들이 부르짖었다.

《말씀해주십시오. 예?!》

《우리도 그렇게 될수 있습니까?》

《꿈에도 총을 쏘신다는게 정말입니까?》

녀사께서 말씀하시였다.

《예나 지금이나 난 장군님의 경위대원이예요. 장군님을 지키고 우리 혁명을 보위하기 위해 총을 들고 싸워왔습니다. 그저 그뿐이예요. 우리가 손에 잡고있는 이 총은 바로 장군님을 보위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런데 장군님의 경위대원이 단 한방이라도 헛방을 쏘면 어떻게 되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동무들도 장군님의 경위대원들이지요?》

《예!》

일시에 터친 합창이였다.

《총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제일 귀중한 동지로 여기세요. 이 총에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지워져있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책임이 동무들의 어깨우에 지워져있다는것을 명심하세요. 그것을 자각할 때 동무들도 백발백중하는 명사수가 될거예요. 그리고 우리 경위대는 앞으로 건설될 정규적혁명무력의 본보기로 될거예요.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어떠세요. 동무들도 그렇게 믿고있겠지요?》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 있습니다!》

기쁨과 행복에 넘친 함성이였다.

《꼭 본보기가 되겠습니다.》

《총을 메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장군님을 목숨 바쳐 지키겠습니다.》

다시 돌아갈 때엔 발을 구르며 씩씩하게 노래를 불렀다.

 

동무들아 준비하라 손에다 든 무장

제국주의 침략자를 때려부시고

용진 용진 나아가세 용감스럽게

억천만번 죽더라도 원쑤를 치자

 

숲이 설레이고 새들은 숨을 죽였다. 힘차게 노래를 웨치며 페장깊이 공기를 들이쉬는 경위대원들의 가슴속에 눈석이때의 흙냄새와 해묵은 가랑잎무지에서 풍기는 쌉쌀하고 향긋한 냄새가 흘러들었다.

우렁찬 대렬합창이 거밋거밋한 숲의 우듬지들너머로, 겨울의 태양이 빛을 뿌리는 하늘가 멀리로 끝없이 헤염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