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1


 

제 2 장

1

 

11월 26일 오전 11시, 김일성동지께서 타신 구식쌍발려객기가 신의주비행장에 내렸다.

동행해온 사람들속에서 유표하게 눈에 띄운것은 하바롭스크에서 평양에 왔던 스띠꼬브대장과 그를 호위하기 위하여 부관격으로 따라온 노비첸꼬였다. 스띠꼬브는 본래 메레쯔꼬브가 사령관인 쏘련 제1원동전선의 군사위원이였다. 쓰딸린이 그에게 직접 새 조선의 당 및 정권기관들 특히는김일성동지와의 사업을 맡긴것은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수 없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몇해전 원동쏘련군총사령부가 조직될 무렵부터 스띠꼬브와 친분관계를 맺고계시였다. 연해주방면을 담당한 제1원동전선사령관 메레쯔꼬브(원동으로 오기전에 쏘련군총참모장, 까렐리야전선사령관으로 활약)와의 상종이 많았으므로 자연히 군사위원인 스띠꼬브가 매번 장군님과 동행하였던것이다.

스띠꼬브는 김일성동지께서 모스크바에서 쥬꼬브원수, 쥬다노브를 만나실 때에도 먼저 가있었다. 그가 쥬다노브에게 김일성동지에 대하여 얼마나 감동적으로 소개했던지 쥬다노브는 유명한 조선빨찌산대장 김일성동지에 대해서는 이미 쓰딸린과 스띠꼬브를 통해 많이 들었다면서 쓰딸린동지의 위임에 의하여 쏘련공산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비서의 자격으로 김일성동지를 만나게 된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를 호위해온 노비첸꼬는 젊고 팔팔한 운동가형의 쏘련군소위였다. 얼마전까지 모터찌클대대의 소대장으로서 사리원에 주둔하고있었는데 쏘련군사령부에서 고위장령들의 호위를 위해 소환했다고 한다. 주의깊고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그는 거의나 말이 없었다.

활주로에 내린 비행기가 서서히 멎고 문이 열리자 스띠꼬브대장이 직접 사다리를 움직여보고 장대한 체구를 실어보기까지 했다.

《됐습니다, 김일성동지.》

자리를 비켜드리고 검은색 외투를 입으신 그이께서 사다리를 내리실 때 그뒤에 바싹 붙어내리는것이 마치도 자기가 부관이나 호위임무를 맡고온것 같은 표정이였다. 강상호는 하는수 없이 그뒤를 따라내렸다.

흐릿한 날씨에 바람이 세찼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중나온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시였다. 김일, 도당책, 도인민위원장…맨 끝에는 리학이도 있었다. 장대같이 가늘고 큰 키에 코수염을 기르고있는 비행사, 두달전 그를 만나 새 조선의 항공대를 뭇는데 전력하라고 고무해주신바 있는 인상깊은 청년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말씀하시였다.

《반갑소, 리학동무. 내 오늘 동무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왔는데… 어떻소, 마음에 드오?》

리학은 그이께서 가리키시는 비행기를 보면서도 코밑수염을 실룩거릴뿐이였다.

《이 비행기말이요. 동무들에게 주겠소. 좀 낡은것이긴 해도 잘 수리해서 훈련용으로 쓸수 있을것이요.》

그제야 리학은 소리쳤다.

《그게 정말입니까, 장군님?!》

김일이 그의 팔굽을 건드렸다. 장군님께 그 무슨 말버릇이냐 하는 신호였다. 그이께서는 스띠꼬브대장과 미소어린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씀하시였다.

《쏘련비행사가 넘겨줄거요. 그렇게 토론이 있었소.》

《예, 알겠습니다. 장군님!》

리학은 기뻐했지만 김일은 침통한 표정이였다. 코수염쟁이비행사때문에 시간을 끌게 되여 더더욱 낯색이 질리고있는듯 했다. 다른 사람들도 손가락으로 턱을 긁거나 아무 의미없이 외투단추를 잡아비틀며 조바심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컴컴하게 질린 그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나직이 웃으시였다.

《학생소요때문에 너무 근심할건 없습니다. 내 이제 그들과 만나보겠습니다.》

이번엔 도당책이 놀라서 부르짖었다.

《예? 그것들과 만나신단 말입니까?》

《왜 그것들입니까?… 아직은 함부로 규정하지 맙시다. 그건 그렇고.…》

그이께서는 스띠꼬브대장에게로 몸을 돌리시였다.

《또 만납시다, 대장동무.》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스띠꼬브는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노비첸꼬와 같이 가까이 굴러온 군용차에로 걸어갔다. 차에 오르면서 또 한번 거수경례를 했다. 그는 자기네 주둔부대로 곧장 가게 되여있었던것이다.

《자 그럼 리학동무, 저녁에 오시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때 가서 구체적으로 의논합시다. 그리구… 이젠 우리도 가봅시다.》

이윽고 그이께서 타신 차는 비행장을 떠났다. 김일이 그간 벌어진 일들을 요약하여 보고드렸다.

학생소요는 도당과 도인민위원회의 일부간부들이 적산물자를 사취해먹은것이 그 동기로 되였다. 반동들이 그 소문을 퍼뜨리며 공산당에 대한 악선전을 퍼붓고 각성이 부족한 학생들을 부추겨 소요를 일으키게 한것이였다. 학생들은 주먹을 휘둘러대며 구호를 웨치고 건물의 유리창을 들부셨다. 자기들도 그 뜻을 다 알지 못하는 《헤게모니전취》, 《공산주의이데올로기》반대를 부르짖었다. 어두운 뒤골목들에서는 뒤고방에 틀어박혔던 친일파, 경찰관계자, 지주, 자본가 및 각종 떨거지들이 쏘다니며 공산당이 일체 집과 가산, 처까지도 《공유》하게 한다는 기절초풍할 소문도 내돌렸다. 소문은 또 다른 끔찍한 소문을 낳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헤덤비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시창으로 내다보이는 한산한 거리에서 이윽토록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전주대마다에 붙여진 갖가지 선전물들, 바람에 흩날리는 종이장들, 포도에 널린 깨진 유리며 기와장들… 점포들은 문을 꽁꽁 닫아걸었다. 행인들은 찬바람에 날리는듯 허둥거리고 승용차의 경적소리에도 와뜰 놀라 굳어져서 눈의 흰자위를 굴리고있었다.

드디여 신의주역앞에 이르렀다. 역사는 3층으로 되여있는데 맨우의 3층은 호텔, 2층은 식당, l층은 역대합실로 리용되는 복잡한 건물이였다. 그래도 제일 쓸만한 건물이라해서 김일이 여기에 장군님을 모시기로 했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호텔에서 도보안국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보고를 받으시였다. 장도영을 비롯한 악질주모자들은 다 새여나가고 말았다. 도보안국장은 학생들 다섯명과 그들을 취급한 문건만 가지고왔다.

그이께서는 문건들을 번지며 불려온 학생들과 담화하시였다.

《아버지는 뭘하오?》

《신의주제지공장 로동자입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앓고계십니다.》

《누이는 왜 이름만 있소?》

《왜놈들에게 끌려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 학생은 무얼 반대해서 시위에 나섰소?》

《공산당이 일체 사유제를 철페한다기에… 집도 재산도 다 몰수하고 공유한다고 합니다.》

《허허… 일체 사유제를 철페한다. 또 공유한다?… 그래 학생은 몰수될 재산이 얼마나 있소?… 보나마나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것 같은데 무엇을 빼앗길가봐 겁나 그러오?》

《우린 저… 부르죠아공화국을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 부르죠아공화국이란 말그대로 지주, 자본가, 친일파들이 주인노릇을 하려고 떠드는것인데 학생의 아버지는 로동자가 아니요. 아버지가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학생의 학비 하나 제대로 대주지 못해도 좋다는거요?》

《?…》

다른 학생들의 경우도 대체로 비슷하였다. 정치적식견이 부족한 학생들이 반동놈들의 꼬임수에 얼려 무분별하게 날뛰였던것이다. 대부분이 신의주제지공장 등 로동자들의 자녀들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학생들의 문건을 도보안국장에게 밀어놓으시였다.

《이게 동무가 만든 문건들입니까?… 다 없애버리시오.》

《예?!…》

보안국장은 피로에 지친 충혈진 눈을 껌벅거렸다. 강마르고 체소한 사나이였는데 학생들을 쏘아보는 그의 사나운 두눈에서는 줄곧 얼음같이 찬 랭기가 번득이고있었다. 며칠동안 잠을 자지 못하며 뛰여다닌 탓으로 해서인지 겨우 버티고 서있던 두다리가 후들거리기까지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문건뭉테기를 도로 집어 강상호에게 주시였다.

《태워버리시오. 이 자리에서.》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곁으로 가시였다. 이윽고 방안은 종이타는 냄새로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창문을 활 여시였다. 맵짠 바람이 쓸어들며 불타는 종이장들을 쥐여뿌렸다. 탁자우에 쏘파우에, 쪽무이바닥과 주단, 창가림에까지 재티들이 날렸다.

흙빛이 되여있던 학생들은 물론 도보안국장도 얼어붙어있었으나 강상호만은 장군님을 모신 이 방이 그처럼 어수선해지는것도 아랑곳 않고 마지막한장의 종이까지 말끔히 태워버리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직 그만이 장군님의 심중을 꿰들고있는듯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쓸어드는 찬바람을 가슴 깊숙이 들여마시며 이윽토록 서계시였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 《민생단》보따리를 태워버리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사람들의 운명을 쇠사슬처럼 얽어매는 문서… 누군가가 제멋대로 써놓으면 영원히 지울수 없는 판결문처럼 인생을 그림자처럼 묻어다니며 《반동분자》, 《이색분자》, 《혐의자》로 고발하는 문건들… 출신이 색다르거나 일시적과오가 있었어도 열혈의 혁명가로 될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종이장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평생 치욕을 들쓰며 신음하였다. 무엇때문에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운명을 한순간에 규정해버리는것인가. 무엇때문에 그들은 《반동》으로, 《적대계급편》으로 미리 규정해놓고 떠밀어 보내는것인가?… 중요한것은 믿음이다. 믿음에는 헌신이 따르기마련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역전앞마당의 앙상한 느티나무아래에 몰켜있는 사람들을 주의해보시였다. 불려온 학생들의 부형들인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학생들에게 다시는 반동놈들에게 매수되여선 안된다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새 조국건설에 이바지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자, 학생들의 부모친척들이 밖에서 기다리고있는데 어서 나가보시오.》

학생들은 여전히 말뚝처럼 박혀있었다. 총을 가진 사람들, 도보안국장과 강상호쪽에 피끗 눈길을 던지고 저네들끼리 또 놀란 눈빛을 주고받을뿐이였다. 한 학생이 먼저 바닥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뒤따라 나머지 학생들도 무너지듯 했다. 무엇인지 알아들을수 없는 무섭게 억눌리운 목소리들이 터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길을 돌리시였다.…

이윽고 밖에 나간 학생들이 자기들을 기다리고있는 사람들에게로 달려갔다. 허접쓰레기들이 널린 역전앞마당 한구석에 몰켜있던 늙은이, 녀인들, 허름한 작업복차림의 사나이들이 울부짖었다. 한 녀인은 몇걸음 내짚다가 후려맞기라도 한듯이 비틀거리며 멎어섰다. 선참으로 달려간 학생이 녀인을 부둥켜안았다.

《용길아!》

찢어지는듯한 새된 웨침이였다. 울고 불며 붙안고 더부룩한 아들의 머리칼을 마구 쓸어넘기더니 보고 또 보고있다. 다 죽었다고 여겼던 아들이여서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였다.

한 늙은이는 허우대가 큰 학생을 두들겨 패고있었다. 지팡막대기로 목과 어깨, 머리에까지 사정이 없었다. 학생이 엎드려 울면서 벌벌 기여들건만 늙은이는 매질을 그치지 않았다.

《너 이놈, 후레자식 같으니, 누굴 반대해서 지랄발광이냐. 어디 졸경을 치러봐야 정신이 들겠느냐. 이놈아!》

둔중한 폭음이 그들의 머리우를 휩쓸며 날아갔다. 그러자 가랑잎 날리던 거리에 무수한 종이장들이 까맣게 떨어졌다. 울고 불며 뒤엉켜 돌아가던 사람들이 처음엔 영문을 몰라 하늘만 쳐다보더니 이윽고 머리우에 떨어져내리는 종이장들을 붙잡고 어깨를 비비적거렸다.

누군가의 웨침소리가 터졌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오셨다!》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웨침이였다. 학생들이, 늙은이며 녀인들이 저저마끔 종이장을 들고 들여다보더니 정신없이 거리로, 골목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오셨대요!》

《장군님께서 우리 신의주에 오셨소!》

《환영시민대회를 연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신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저 삐라는?…》

대답올린것은 열려진 문으로 들어선 김일이였다.

《리학동무가 선전물을 뿌리고있습니다.》

《리학이가?》

《예.》 김일은 웃주머니에 접어넣은 종이장을 꺼내였다.《이게 바로 그 선전물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가 내미는 종이장을 펴드시였다. 큼직큼직한 활자로 찍힌 글줄들이 그이의 눈길을 끌었다.

 

《신의주시민들에게 알림

수십년세월 만주광야에서 조선독립을 위하야 설한풍서를 무릅쓰고 풍찬로숙하며 일본군벌과 맹렬한 혈투를 하여오신 절세의 애국자이시며 민족적영웅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 금일 신의주시에 래방, 열렬히 환영!

김일성장군환영 신의주시민대회

1945년 11월 27일 오후 2시

동중학교운동장에서》

 

지붕우를 스쳐갔던 리학의 비행기가 다시 돌아오며 우뢰같은 동음으로 거리를 뒤흔들었다. 창문들이 드릉드릉 떨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느새 거리에 가득 쓸어나와 뛰여다니는 사람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계시였다. 학생소요로 살벌했던 거리가 환호의 함성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굳게 닫겼던 점포의 덧문들이, 빗장을 지른 대문들이, 종이문양을 오려붙인 유리창들이 죄다 열리고있었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손에 모자를 벗어들고 주석단에 서계시였다. 오래동안 환호성이 그치지 않았다. 동중학교울타리와 느티나무에도 지봉우에도 사람들이 하얗게 올라있었다. 장군님을 더 가까이 뵙고싶어하는 사람들때문에 주석단앞은 떠들썩했다. 김일의 지시로 항공대기발을 들고 두줄로 주석단을 옹위하고 서있던 리학의 항공대성원들이 자꾸만 밀리고있었다.

손을 들어 군중의 환호에 답례를 보내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먼저 적산물자를 사취한 일부 불순분자들에 대하여 까밝히시였다. 이어 해방된 조선은 어느 길로 나갈것인가 하는 초미의 문제를 제기하고 신의주와 룡암포에서 일어난 사건은 우리 민족의 단결과 건국사업을 방해하는 반동들의 책동에 의해 일어난것이라고 하시였다. 그러면 반동들은 왜 그처럼 기승을 부리며 《부르죠아공화국》에 대해 떠들고 공산당의 시책을 반대하는가, 그 속심은 바로 지주, 자본가,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들자는것이다. 여러분들은 다 착취받고 압박받던 로동자, 농민, 수공업자들인데 《부르죠아공화국》의 채찍을 맞으며 또다시 등뼈가 휘도록 고생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새 조선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가 하고 그이께서 물으시자 격앙된 군중이 악선전을 한 반동놈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함성을 터쳤다.

군중이 또 앞으로 밀렸다. 늙은이들이 앞을 막아선 항공대원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썩 비키지 못할가. 우린 장군님을 더 가까이 뵙자는것뿐이야.》

《이 고현놈들! 어째 우리 장군님을 가까이 뵙지 못하게 막아나서는거야.》

늙은이들을 떠밀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눈이 밝지 못해 그러지 않나. 좀 틔워주게.》

《이분은 백토리에서 먼 길을 걸어왔대요!》

《룡암포에서 온 분들도 있소. 어서 길을 내주게.》

어제 지팡막대기로 못난 자식을 매질하던 늙은이도 끼워있는듯 했다. 제지공장로동자들, 압록강의 배사공, 떼군들과 농부들도 밀고나왔다. 주의깊게 군중을 살피던 김일이 손짓하자 항공대원들이 늙은이들에게 길을 틔워주었다. 백발을 날리는 한 로인이 두루마기자락을 여미며 《장군님!》 하고 목메여 부르짖었다. 허리굽혀 큰절을 올리고 일어서는 로인의 눈귀에서 이슬이 번득이였다.

《장군님! <무단풍우>라고 뜻아닌 풍우로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로심초사하시는 장군님께 근심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불문곡직하고 이 늙은이들부터 책망해주십시오. 무도한 자식들을 다잡지 못한 이 죄를 엄하게 다스려주십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굽이 저려드는것을 느끼시였다. 마음같아서는 연단을 내려 로인의 두손을 꼭 잡아주고싶으셨지만 주석단아래는 송곳박을 틈도 없을듯 했다.

《로인님, 말씀을 낮추십시오. 그리고 이 김일성은 그 누구를 문죄하거나 다스리러 온것이 아닙니다. 로인님 같은분들과 새 조선이 나갈 앞길을 의논하자고 왔습니다.》

군중이 들끓었다. 늙은이들속에서 누군가 공산당은 로인들을 보고도 《동무, 동무》 하고 부른다더니 다 개수작이라고 떠들었다.

백발로인의 뒤쪽에서 학생모를 구겨쥐고있던 한 청년이 앞으로 밀고나오며 큰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한가지 질문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이께서 허락하시자 청년은 군중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목청을 돋구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도 공산당입니까?》

별안간 바다처럼 설레던 군중이 숨을 죽였다. 바람소리가 커졌다. 지금까지 잊고있던 음산한 날씨와 차디찬 초겨울의 북풍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띠시였다.

《학생들, 그리고 여러분!… 공산당은 여러분들과 같은 로동자, 농민들이 모여 만든 당입니다. 근로하는 사람들을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우고 다시는 천대와 멸시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하자는것이 공산당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 김일성의 필생의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나도 공산당입니다.》

군중이 움씰거렸다. 격정의 파도가 멀미를 솟구치려는 그 찰나 모자를 구겨쥔 청년이 부르짖었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도 공산당인담에야 우리 어찌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청년이 미처 말을 맺기도전에 폭풍같은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흥분된 군중이 물기에 젖은 두눈을 번득이며 두손높이 쳐들고 만세를 웨쳤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래도록 손을 들어 그들의 환호에 답례를 보내시였다. 근면하고 순박한 이 나라 인민들… 그러나 그이께서는 뜨거운 심정에만 잠겨계신것이 아니였다. 누구도 느끼지 못하고있는 폭음을 아까부터 듣고계시였다. 압록강을 건너 중국도시 단동의 하늘을 썰고있는 비행기들의 동음과 간간이 울려오는 폭발의 굉음이였다. 갓 해방된 조국의 북변에서 미국제비행기들이 대규모적인 살륙에 미쳐 날뛰고있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