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4


 

제 1 장

4

 

김책은 밤새도록 궁싯거리며 잠들지 못하였다. 강계에서 역에 쌓아놓은 수백㎥의 통나무가 불타버린것이나 평양역에서 《희망단》패의 소동이 결코 우연한것이 아니라는것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한쪽 볼따구에 칼자리가 나있는 그 서경팔이라는 자가 《김책동지》 하고 깍듯이 례의를 차릴 때의 칼끝같이 펀뜩이던 눈이 잊혀지지 않았다. 도처에서 그러한 눈들이 우리를 살피고있는것이다. 갓 창건된 공산당의 활동을 살피고있고 장군님께서 강력히 추진시키고계시는 정규적무력건설의 과정을 살피고있다. 살피고있을뿐아니라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훼방을 놀고있다. 강계역에 쌓아놓았던 수백㎥의 통나무가 하루밤새 연기로 사라지고 평천병기공장의 유일한 기술자 지웅도가 행불되였다. 게다가 평북도당에서는 강계지구파견원 최현이 로농청년들을 강제로 모아 군사훈련을 준다고 신소하였다.

눈에 띄지 않는 반동놈들이 준동하고있고 당내의 《동지들》이 훼방을 놀고있다.

바야흐로 겨울이 닥쳐오고있지만 온갖 《혁명가》, 《독립투사》들 그리고 민족주의자, 정치간상배들이 승벽내기로 일으킨 정치열풍은 나날이 숯불처럼 이글거리고있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강연과 집회, 간담회, 로천대회들, 연사들마다 목터지게 고아대는 《부르죠아공화국》과 《프로레타리아독재정권》… 하루밤 자고나면 그 무슨 《인민통일전선》, 《백의청년단》, 《그리스도교녀성련합회》, 《로동자평의회》가 결성되여 광고를 내붙이고 프랑카드를 내걸고 선전물을 뿌리고있다. 그런가 하면 어느 공회당에서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녀성들의 집회를 열고 《소실반대투쟁》을 벌리면서 첩살이하는 녀자들을 무대에 내세워 마지막 한방울 눈물까지 다 짜내고있다 한다.

당내의 《맑스-레닌주의대가》들과 사대주의자들 역시 당의 조직로선을 건건이 훼방하는가 하면 각 지방에 나가있는 파견원들의 손발을 묶어놓지 못해 안달아 하고있다. 어제는 우경으로, 오늘은 좌경으로 왔다갔다 하며 끝없이 론쟁하고 연탁을 두드리고 무시무시한 《독재》라는 말로 사람들을 놀래우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십년세월 장군님을 모시고 싸워온 항일투사들이 그이의 곁을 떠나 각 지방에 파견원으로 가있는것이다. 지금도 청진에서는 안길, 최춘국, 박영순 등이 공작하고있다. 김책 그자신도 얼마전까지 리을설과 같이 함남도에 파견되여 가있다가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평양에 올라왔었다. 혜산에는 류경수, 전문섭, 리두익이, 무산에는 리봉수, 단천에는 조정철, 원산에는 김룡연이 있다. 김일, 손종준, 리오송은 신의주, 최현, 전문욱, 장상룡은 강계, 오진우, 최민철은 안주, 김경석은 남포에 있으며 강건, 박락권, 최광 등 많은 동무들은 중국동북지방에서 일제패잔병들과 토비들을 숙청하는 피어린 싸움을 계속하고있다.

그들이 맡고있는 사업은 그 누구도 대신할수 없는 건당, 건국, 건군의 주추돌을 쌓아가는 중대사이다. 특히 강계지방을 비롯한 내륙산간지대의 파견원들은 장군님의 전략적의도를 관철하는 특별한 사명을 지니고있다. 그것을 알리 없는 평북도당의 김휘가 최현을 《당의 의도와 배치되게 제멋대로 군대를 모집하고있다》느니 《민심을 소란》케 하고 《당의 군중적지반을 허물고있다》느니 하면서 신소를 한것은 가소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신소내용에 최현이 강계역장을 체포하여 재판도 없이 총살했다고 한 그것이였다.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알아봅시다. 그 문젠 내가 직접 알아보겠소.》

그것이 사실이라면?… 김책은 가슴이 서늘해지는것을 느꼈다. 희끄무레한 창문유리를 지꿎게 바라보면서 격노하여 펄펄 뛰는 최현의 모습을 상상하였다. 최현의 성미엔 그럴수도 있다. 그게 어떤 목재들이였던가?… 장군님께서 당창건 이전부터 적극 내미시는 정규적혁명무력건설에 보탬이 되게 하려고 최현이 애써 마련했던것이다. 군사간부양성기지를 새로 내온다는데 집을 지을 목재를 준비했다고 그가 직접 김책에게 알려온게 얼마전 일이였었다. 그 통나무 수백㎥이 하늘로 날아났으니 무섭게 달아올랐을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김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는 잠들수 없다는것이 명백하였다. 눈시울이 사뭇 떨리고 가슴엔 화약내가 들어찬듯 하였다. 급히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새벽이였다. 성깃성깃한 백양나무 우듬지들너머에서 희미해진 별들이 시진하게 스러져가고있었다. 11월의 차디찬 새벽, 아직 불을 켜는 집들도 얼마 없었다.

그는 장군님의 집무실창문부터 살펴보았다. 다행히 불은 꺼져있다. 샐녘까지 꺼질줄 모르던 그 불빛…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청사정문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는것을 보고 경위대장 강상호가 달려나왔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늘 단정한 군복차림에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리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강상호였다. 부관들까지 통솔하는 그는 언제 어느때나 필요한 곳에 나타났고 사전에 필요한 일을 소리없이 해놓군 하였다.

《왜 자지 않소?》

김책이 물었다. 새우잠을 자던 그가 자기때문에 뛰쳐 일어난것 같아 미안스러워서였다.

《벌써 한잠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김책동지.》

사실 그의 목소리엔 잠내가 없었다.

《밤새 다른 일은 없었소?》

김책은 늘 하던 습관대로 이렇게 물었다.

《있습니다. 아침에 보고하려 했는데… 시보안서에서 지웅도기사의 행처를 찾았다고 합니다.》

《뭐, 지웅도?》

《예, 평천리 남성재의 이전 왜놈감옥에 갇혀있다고 합니다.》

《거긴 왜? 그리구 누가 그를 거기에 가두었는가?》

《장군님께서도 그걸 꼭 밝혀내라고 과업을 주셨습니다. 김책동지한텐 아침에 알리라구 하시면서… 그러지 않아도 김책동지가 요즘 너무 무리하게 일을 하는것 같다고 걱정하시였습니다.》

《?!…》

그는 저도 모르게 가까운 나무가지에 말라붙어있는 잎사귀하나를 뜯어 줌에 넣고 비벼댔다. 새벽이슬에 젖은 잎사귀였다. 손바닥을 적시는 차고 눅눅한 그 잎사귀를 끝까지 비벼 털어버리고나서야 그는 낮게 속삭이듯 물었다.

《장군님께선… 쉬신지 오래오?》

《아니, 쉬시지 못했습니다.》

《뭐요?… 그럼…》

그가 불 꺼진 집무실 창문에 눈길을 주자 강상호는 추운듯 어깨를 옴츠렸다.

《새벽까지 회의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담… 쏘련에서 전화가 왔구… 참 그 사람들은 렴치도 없습니다. 저네는 한잠 늘어지게 자구 전활 걸지만 그땐 여기가 한밤중이라는걸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장군님께선 전화를 받으며 좀 노하신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게?》

《잘 모르겠습니다. 쏘련외무성에서 걸어온 전화인데… 군건설문제 같기도 하구…》

《음-》

김책은 쏘련외무성의 일부 사람들이 우리의 군건설문제를 시기상조니 뭐니하며 시비하고있고 그에 편승한 사대주의, 교조주의자들이 뒤소리를 돌리고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가 다우쳐 묻자 강상호는 더이상 알수 없다는 표정이였다. 다만 장군님께서 강계에 전화를 걸어 최현동지와 오랜 시간 말씀하시고 지웅도기사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 다음 또 회의준비를 계속하셨고 방금전엔 주도일부관과 같이 차를 타고 아침산보삼아 간리벌에 잠간 다녀오자고 하시더라고 했다.

김책은 이윽토록 한자리에 못박힌듯 서있었다. 오슬오슬 몸이 떨리고 눈시울이 경련적으로 실룩거렸다. 장군님께서 그의 등을 떠밀며 혁명을 하루이틀에 하겠는가, 오늘은 딴 생각을 말고 꼭 쉬라고, 자신께서도 인츰 쉬겠다고 하시던 일이 떠올랐다. 그처럼 분망하신 장군님을 잘 보좌해드려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있는 자기가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는것이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또다시 나무잎사귀를 하나 뜯어 비벼대기 시작했다. 가슴저미는 자책의 마음을 그렇게 비틀어대고 쪼각쪼각 부셔버리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날이 밝아서야 돌아오시였다. 해뜨기전의 유리같이 쟁쟁한 대기를 뒤흔들며 승용차의 발동소리가 울려왔다.

이윽고 차에서 내리신 장군님께서는 김책의 인사를 받으며 밝게 웃으시였다.

《아 김책동무, 벌써 나왔습니까?》

《…》

김책은 장군님의 옥안에 패우는 인상깊은 볼우물이며 광채가 번득이는 눈빛을 우러르며 눈시울을 떨고있었다. 간고한 항일대전을 승리에로 조직령도하시고 오늘은 해방된 조국의 모든 중하를 걸메시고 주야분투하시는 당년 33세의 청년장군, 민족의 령수, 지금 그이께서는 지난 10월 14일 개선연설을 하실 때 지어입으셨던 단벌양복차림 그대로이시다. 그이께서는 또 물으신다.

《김책동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마도 김책의 실룩거리는 두눈에서 아픔이 어린 가책의 눈물을 보신것 같았다.

김책은 《장군님, 그렇게 무리하시면》 하고 말씀드리고싶었으나 자기로서도 뜻밖에 최현동무의 일이 걱정된다고 떠듬거리였다.

《신소된 그 문제말입니까?》

장군님께서 그를 정원으로 이끄시였다. 싸늘한 습기와 해묵은 나무잎들에서 풍기는 싱그럽고 알싸한 냄새가 가슴속으로 흘러들었다.

《최현동무가 강계역장을 체포한건 사실입니다. 그 역장이 반동놈들과 내통이 돼있는것도 사실이고…》 장군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재판도 없이 역장을 총살했다는건 허튼소리입니다. 그런 소문이 돌긴 했지만 그건 나쁜놈들이 류포시킨것입니다. 그 역장이라는자는 법적절차대로 심문중인데 제기된 문제들이 간단치 않다고 합니다. 서울의 지령을 받은 놈들이 지금 각처에서 테로, 방화, 폭동음모를 꾸미고있다는것입니다. 특히 놈들은 나와 김책동무를 비롯한 핵심간부들을 테로하려고 미친듯이 발악하고있는데 그런 자료들을 쥐고 최현동무가 몹시 걱정하고있는것 같습니다. 자기가 선발한 믿음직한 청년들을 한 80명정도 올려보내여 우리의 호위에 돌리겠다고 우기는걸 겨우 말렸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웃고계셨지만 김책은 얼음물이라도 들쓴듯 했다. 해방직후 평남도당책이였던 현준혁에 대한 총격사건, 얼마전 그믐날 조만식이 자기사위인 비서를 데리고 장군님을 찾아뵙겠다고 왔을때 벌어진 총격사건 등이 상기되였다. 현준혁은 조만식의 승용차를 같이 타고 평양시인민위원회 청사앞을 지나다가 불시에 날아온 총탄에 가슴을 맞았었다. 사실 조선바지저고리를 입고 종처가 난 머리에 흰 붕대를 감고있던 조만식이 저격목표로는 더 뚜렷했으나 정통을 맞은것은 그의 옆에 앉아있던 현준혁이였다. 또한 조만식이 찾아온 지난 그믐날 밤 일본군패잔장교놈들이 습격해온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날 장군님께서 친히 나어린 경위대원들을 데리고 놈들을 호되게 족치시는동안 조만식과 그의 비서(사위)는 자개박은 상밑에 기여들어가 자라목처럼 움츠리고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양장을 한 젊은 녀자가 장군님을 꼭 만나뵙겠다고 찾아온 일도 있다.독실한 그리스도교신자로서 조선의 독립에 대하여 하느님께 념원하였더니 김일성장군님을 위시하여 리승만박사, 김구, 려운형선생들이 개성이나 서울에서 회담을 가지라고 하셨노라고 했다.

이미 그 녀자의 손가방속에 권총이 들어있다는것을 알고계신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하느님도 무성의하시다, 하필이면 그런 뜻을 본인들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갈하는가, 그런것을 보니 하느님도 조선의 독립에 대해선 관심이 적은것 같다고 하시였다.

후에 판명되였지만 그 녀자는 리승만에게 매수된 간첩으로서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노리고 들어왔던것이다.

보는바와 같이 적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최용진을 불러 경위대를 강화할 대책을 수차 의논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너무도 많다. 최현동무가 80명의 끌끌한 젊은이들을 뽑아보내겠다고 한것이 우연치 않다.

그는 장군님께서 눈여겨보시는것도 알지 못하고있었다. 이럴 때 김정숙동무라도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습니까?》

장군님께서 물으시여서야 그는 머리를 들었다. 멀리 광성중학교 앞쪽에서 아침 첫 전차의 종소리가 써늘한 대기를 파고헤치며 울려오고있다.

《장군님!》 그는 무겁게 입을 열며 말씀드렸다. 《오늘같이 호위도 없이 다니시면… 안되겠습니다. 이것은 당과 혁명의 운명과 관련되는…》

그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장군님께서 크게 웃으시였던것이다.

《김책동무, 이게 웬일입니까. 김책동무답지 않게 어마어마한 표현을 쓰면서…》

그가 조급히 입을 열려는것을 장군님께서 손을 들어 막으시였다.

《산보삼아 나갔댔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군사학원을 세울 맞춤한 곳이 없을가 해서 그것도 알아볼겸.》

장군님께서는 눈앞에 드리운 버드나무가지를 하나 꺾으시였다. 이슬방울이 후두둑 떨어져내렸다.그 차디찬 물방울들이 자기의 달아오른 가슴속에 떨어지는듯 김책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지금 장군님께서 정규적혁명무력건설을 위하여 얼마나 마음쓰시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그였다. 오죽했으면 당창건준비사업으로 그토록 분망하시던 때, 개선연설도 하시기전인 지난 10월 2일 평천리병기공장을 장시간 돌아보셨겠는가. 일제놈들이 마사놓고 숱한 장사군, 쟁인바치들이 달라붙어 쓸만한 기계나 부속들을 떼여가 페허처럼 되여버렸던 병기공장… 오늘은 또 우리 나라의 첫 정치군사일군들을 키워낼 군사학원의 터전을 정하시려 찬이슬을 헤쳐오신것이다.

조국개선의 첫날에 벌써 자신께서 제일 믿고 아끼시는 투사들을 강계지방을 위시한 북부내륙지대에 파견하시여 있을수 있는 정세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지탱점을 꾸리도록 하신 장군님, 낮이나 밤이나 그이께서는 군건설에 전력을 다하신다. 토지문제, 상공업문제, 교육문화와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문제 등 13가지 안건이 토의될 당중앙조직위원회 제2차확대집행위원회를 눈앞에 두시고도 그이의 마음속에는 의연 군건설문제가 첫 자리에 놓여있는것이다.

《군사학원을 빨리 내와야 하겠는데》 하고 그이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 말씀하시였다. 《걸린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건설자재, 식량, 피복은 물론 건물과 훈련장, 교재준비, 학생모집사업 모든게 다 걸려있습니다. 우리의 군건설사업이 사실상 빈터에서, 무인지경에서 시작됐다고 할가.… 최현동무도 지금 많은 청년들을 청년학교 등에 모집했지만 헐치 않았던것 같습니다. 건물도 변변치 않고 식량과 피복 등 걸리는것이 많아 곤난을 겪고있는것 같습니다. 게다가 <징병>과 <징용>으로 숱한 청년들이 끌려가 목숨을 잃었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절대다수인데 돌아온 사람들이라야 불구된 처참한 꼴이니… 여기 평양에서 청년학교사업을 담당한 김성국동무의 말을 들어도 그렇고… 군대라면 벌써 또 전쟁터에 나간단 말인가, 해방이 됐는데 뭣때문에 군대를 뽑는가 하면서 말도 못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김책은 잠자코 숨을 죽이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비록 가벼운 웃음속에 말씀하고계셨지만 그는 장군님의 고심어린 심중의 괴로움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우리의 적지 않은 간부들조차 군건설사업을 시기상조요 뭐요 하면서 반대하고있는것이 문제입니다. 그들은 쏘련군대가 진주해있는 조건에서 군건설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 아무런 경제적밑천도 없이 어떻게 군건설을 한다고 그러는가, 그 많은 사람들에게 무얼 입히고 먹이겠는가, 공장 하나 돌아가는게 없는데 총은 어데서 나며 대포와 땅크, 비행기와 함선은 어데서 나는가, 괜히 군건설이요 뭐요 하면서 쏘련사람들의 비위나 상하게 하지 않겠는가, 헛된 짓이다. 시기상조다 하고 떠들어대고있습니다. 더우기 위험한것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해방자로 보고있는 그것입니다. 이것이 제일 문제입니다. 지금 남조선을 강점한 미군이 괴뢰군창설을 미친듯이 다그치고있는것도 그들은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차츰 그이께서는 심각한 안색으로 준렬하게 말씀을 이어가시였다.

《우리가 쏘련의 원동기지에서 예견했던바 그대로 지금 중국동북에서는 내전이 터졌습니다. 중국공산당과 장개석국민당군대간에 동북쟁탈을 위한 류혈적인 전쟁이 벌어지고있는것입니다. 그런데 쏘련군대는 <중쏘우호동맹조약>에 의해 철수하고있지만 미국군대는 장개석군대를 로골적으로 지원하고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앞에도 미국의 대포와 땅크들이 있고 등뒤에도 미국의 대포와 땅크, 비행기들이 있게 된다는것을 의미하는것입니다.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해방만세만 부르며 미국을 해방자, 원조자라고 춰올리고있으니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지어 일부 쏘련사람들까지 우리를 방해하고있습니다. 쏘련외무성의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군건설에 착수하는것을 달가와하지 않고있으며 이모저모로 압력을 가해보려고 하는데… 참을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손에 무장을 잡고 일제와 결전을 선포했을 때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한줄 아는가, 또 쏘련이 동서량쪽에서 공격받을 위험에 처했을 때 <쏘련을 무장으로 옹호하자!>는 구호를 들고 피흘려 싸운것이 그 누구에게 잘 보이려 한것인줄 아는가, 당신들이 미국의 비위를 상하게 할가봐 눈치를 보면서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절대 남의 풍에 놀지 않는다,남의 눈치를 볼것도 없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누가 뭐라든 우리는 자기의 신념에 따라 제 할일을 할것이다!… 이렇게 되게 다불러대였습니다. 김책동무, 실정은 이렇습니다. 예견했던것보다 더 많은 애로와 난관을 헤쳐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국에 개선하자마자 있을수 있는 온갖 사태에 대비할수 있는 강력한 지탱점을 꾸리기로 한것입니다. 강계, 희천, 천마 등 평북일대와 혜산지방에 최현동무, 김일동무, 류경수동무 등을 파견하여 생산유격대도 조직하고 훈련도 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시간을 놓치지 말고 즉각 군사간부양성기지를 꾸리고 군건설사업을 적극 내밀어주어야 합니다. 혁명이자 총이고 군대이자 겨레의 운명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 수난의 력사가 되풀이되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어디 발편잠을 잘 새가 있겠습니까!…》

해가 솟고있었다. 불타는 태양이 김책의 물기어린 눈속에서 떨고있는 이슬을 피빛으로 물들이고있었다. 벅찬 감동에 겨워 그는 눈앞이 뿌예지고 심장이 아프게 뛰노는것을 느꼈다.

《김책동무, 군사학원터전을 빨리 정합시다. 여기 평양주변에선 적당한곳을 찾지 못했는데 대안리쪽이나 남포까지도 일없습니다. 남포에 있는 김경석동무한테도 련락합시다. 건물들이 있고 군사훈련도 할수 있는 적합한 곳이 없나 알아보라고.》

《예, 장군님. 곧 련락하겠습니다.》

《참 그리구… 지웅도동물 찾았습니다. 얘길 들었습니까?… 그가 뭣때문에 옥에 갇혀 취조를 받았는지 알아보고 나한테 데려와주시오. 빠를수록 좋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무슨 할 말이 있는것 같은데…》

김책은 못내 기다리던바였으나 웬일인지 혀가 잘 돌지 않는듯 말을 떠듬거렸다.

《장군님, 꼭…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이께서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또 <당과 혁명의 운명>에 대한 말이 아닙니까?… 아니라면… 들어봅시다.》

《장군님, 지금 같은 때 정숙동무라도 곁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음-》

그이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손에 든 나무가지를 뱅뱅 돌리며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시는듯 했다. 이윽고 걸음을 멈추고 불타는 해를 바라보시는데 흐려진 안색이시였다.

《어제 청진에서 전화가 왔댔는데 안길동무가 왜놈들이 바다에 처넣은 무기 수백정을 건져냈다고 합니다. 여러날 찬 바다물속에 들어가 몹시 고생한 모양인데… 위탈이 심해진것 같습니다. 안길동무를 빨리 소환하여 치료받게 합시다. 그가 맡았던 일들은 최춘국동무가 다 맡겠다고 했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힘주어 계속하시였다.

《안길동무를 소환합시다. 내 리병훈의사한테도 말해두었습니다. 지체말고 당장 소환합시다.》

맑은 아침, 키높이 자란 적양나무우듬지우에로 해가 솟아오르자 굼늬던 안개발이 걷히고 나무잎사귀들에 매달려있던 이슬방울들이 령롱한 빛을 발하며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