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11


 

제 1 장

11

 

밤부터 바람이 숙어졌다. 하늘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소리없이 움직이며 파랗게 눈뜨고있었다. 그대신 지상에서는 집집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고있었다. 행인들도 뜸해질 무렵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대동강과 순화강의 합수목으로 차를 달리시였다. 방금전 평양극장에서 평안남도 민주청년단체결성대회가 끝났다. 회의도중 장군님께서는 자신께 전해져온 글쪽지를 받으셨는데 거기에는 신의주에서 학생들의 소요가 일어났다는 놀라운 소식이 적혀있었다. 장군님께서는 회의가 끝나자 즉시 안길을 찾으셨지만 그는 왜놈들이 내다버린 총을 건지려 대동강과 순화강의 합수목으로 갔다고 한다. 최용진이 평양학원모집생들 한개 중대를 준비시켜 날이 밝으면 건지려 했는데 안길이 한시라도 늦출수 없다면서 솔선 그들을 끌고나갔다는것이다. 밤중에라도 반동분자들이 선손을 쓸가봐 서둘렀을것이다. 하여 장군님께서는 쏘련군사령부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를 부탁하시고 이어 안길이 나간 곳으로 차를 달리시는것이였다. 지금 안길은 병상태가 심상치 않다. 절대 무리해선 안된다는것을 그자신도 잘 알고있을것이다. 그런데 안길은 청진에서처럼 또 찬물속에 뛰여들려고 한다. 총을 건지는것은 그가 아니라도 할수 있다. 장군님께서 얼마나 그를 아끼시는지, 미구에 건설될 정규적혁명무력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책임적인 위치에 그를 점찍고계시는지 그가 알기나 하는가. 혁명을 하루이틀에 하겠다고 그리도 힘과 정력과 온몸을 깡그리 불태우고있는것인가!…

물론 총은 귀중하다. 공장하나 변변히 돌아가는것이 없는 오늘의 실정에서 그 한자루 한자루의 총은 더없이 귀중하다. 하기에 마사진 총 한자루라도 더 살려쓰기 위하여 평천리병기공장의 복구정형을 수시로 알아보고 필요한 설비, 자재들을 아낌없이 보내주시였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설비가 갖추어지고 로동자들이 모집되자 전날의 평천리병기공장이라는 이름대신 평양기계제작소라는 새 이름을 달았으며 지웅도기사를 불러 총과 혁명, 겨레의 운명에 대하여 밤깊도록 말씀하시였다.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설음많던 그의 과거사를 들어주시기도 하였다. 진정 총 한자루를 얻을수 있다면 지금도 수백리길을 달려갈 마음이시였다. 그러나 그 총을 틀어잡을 사람은 천금보다도 더 귀중하다. 우리는 철저히 사람중심의 군건설을 지향하고나가야 한다. 누가, 어떤 사람이 총을 쥐고있는가에 따라 지팡막대기로도 될수 있고 믿음직한 벗으로도 될수 있는것이다.

하늘에서는 무수한 별들이 금빛눈을 반짝이며 그이의 사색을 엿듣고있었다.

그런데 안길은?… 장군님께서는 이제 그를 만나면 준절하게 말씀하실것이다. 동무는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고있다. 얼마나 중요한 사업이 동무를 기다리고있는지 알기나 하는가? 혁명이 동무에게 치료를 요구하고있는데 정 이러면 동무를 모든 사업에서 떼여버릴수도 있다!…

멀리 앞쪽에서 타오르는 홰불들이 시창을 통해 내다보였다. 걷잡을길없이 확 타오르며 어둠에 잠긴 강반을 이리저리 뛰여다니는 불빛도 있다. 한쪽에서는 화토불이 불티를 날리며 옛말에서처럼 길손을 부르고있었다.

합수목에서는 숱한 청장년들이 왁작 떠들며 물속에서 총을 건지고있었다. 매생이우에서 홰불을 쳐들고 무어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숨을 한껏 들이쉬고 금시 자맥질해 들어가는 젊은이도 있었다. 베잠뱅이바람으로 물속에서 총을 건져낸 청년이 이를 떡떡 마주치며 기슭으로 나오다가 굳어져버리는것이 보였다. 승용차의 전조등불빛이 눈을 때려 눈알을 빼간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마침 최용진이 물에 젖은 머리를 마구 흔들며 달려오는데 장화목에서 물이 쿨쩍거렸다. 웃도리는 벗었으나 그대로 입고있는 면내의와 군복바지는 온통 젖어있었다. 추위에 퍼렇게 질린 얼굴에서 유독 웃고있는것은 두눈뿐이였다.

《장군님!》 그는 턱을 덜덜 떨며 부르짖었다. 《저걸 보십시오. 벌써 120정이나 건졌습니다. 아- 아직 몇십정은 더 있을것 같습니다. 굉장한 노다지판입니다.》

《춥지 않소?》

《아니 이-일 없습니다. 한번도 써보지 않은 기관총도 있습니다. 기름칠한 그대로입니다. 보시겠습니까?》

《안길동문 왜 보이지 않소?》

《저기 있습니다. 저-기 배우에!… 그리구 저기 만경대할아버님께서도 나와 계십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예, 만경대청년들까지 데리고 나오셨습니다.》

화토불이 타오르는 그곳 강기슭의 안침진 모래불에 김보현할아버지께서 앉아계시였다. 불담을 헤집으며 무엇인가 골라내기도 하고 새로 더 파묻기도 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그쪽으로 급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김보현할아버지는 감자를 굽고계시였다. 불꼬치로 디굴디굴 굴려낸 군감자에서 구수하고 감미로운, 항일유격대시절의 그리도 사연깊고 정다운 냄새가 풍기였다.

장군님께서 인사드리자 할아버지의 주름깊은 얼굴이 반가운 웃음으로 덮이였다.

《난 또 누구라구. 장군이 온줄 모르구.》

화토불 가까이와서 앉으라고 손짓하며 자리를 내주신다. 불그레한 불빛이 할아버지의 가늘게 좁혀 뜬 두눈의 미소를 밝게 비쳐주었다.

《총이 귀하긴 귀한가 보이. 장군까지 이렇게 와볼적엔.》

《예. 할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게 총이라고 우린 생각한답니다.》

《그럴테지. 총을 잡고 왜놈들까지 쳐부시였으니… 그래서 저 안 무어라고 하는…》

《안길입니다.》

《그래. 그 사람도 기어이 오늘밤중으로 총을 건져내야 한다며 그게 어디 바룬지 대달라구 오질 않았겠나. 보매 사람이 진국이야. 장군이 키운 사람들은 진배없이 다 한동아리형제들 같다니.》

《예-》

장군님께서는 할아버지가 불꼬치로 굴려낸 껍질이 툭툭 터져 노란 속이 들여다보이는 감자알들을 그윽한 미소속에 바라보시였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이렇게 나와 감자까지 구워주시니.》

《원 무슨 소릴. 장군이 조선군대를 뭇자구 밤잠두 잊구 애쓴다는데… 이렇게나마 도와야지.》

《그런데 할아버지, 오늘 따라 웬일이십니까. 계속 장군 장군하면서… 어릴 때처럼 그저 증손아, 성주야 하고 불러주십시오.》

《흠-》 할아버지는 잠시 불담만 쑤시더니 한손으로 천천히 턱수염을 내리 쓸으시였다. 《그래서야 안되지. 안돼… 온 나라 만백성이 장군님으로 모시는데 내라구 어찌… 나도 백성의 한사람일세.》

《…》

장군님께서는 탁탁 불찌를 튕기며 타오르는 화토불을 가만히 지켜보시였다. 무기를 건져낼 때마다 탄성을 지르는 청년들의 웨침소리가 고즈넉한 밤의 얼어드는 정적을 깨치였다. 불똥을 뚝뚝 떨구며 홰불들이 오락가락했다. 강물이 넘실거렸다. 시꺼먼 기름을 부어놓은것 같은 그 물결우로 불찌들이 날아가다가는 소리없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군 했다. 그러면 또 다른 주근깨같은 불찌들이 파들거리며 날아가고… 너울거리는 불길은 하염없이 벌거우리한 빛의 나래를 퍼덕이며 어둠을 밀어보려고 끝없이 날아예고있었다. 뜨거운 불과 칙-칙 갓난애기 입김같은 증기발을 내뿜는 솔가지, 자글자글 송진이 끓었다. 매캐한 연기가 이쪽저쪽 향방없이 흐트러졌다. 새로 묻어놓았던 감자알들이 어느새 다 익었다. 할아버지의 손에 쥐여진 불꼬챙이가 그것들을 끄집어낼 때마다 불티가 달라붙은채로 굴러나온 감자알들이 주글주글 졸아든 껍질을 터치군 했다.

할아버지의 손이 멎었다. 유심히 장군님을 여겨보며 후- 한숨을 지으신다.

《그새 장군도 몹시 상했군… 일이 몹시 힘든가부지?》

《예.》 장군님께서 나직이 대답하신다. 《힘이 듭니다. 요즘은 또 우리 군대를 뭇는 일때문에 잠이 다 오지 않습니다.》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마음속근심과 안타까움을 천천히 말씀하신다. 군대를 뭇는게 무엇이 그리 급한가고 하면서 시비질하는 사람들, 경제형편… 처음으로 괴로우신 마음을 터놓으신다.

어찌 그이이신들 근심걱정이 없으며 괴로움인들 왜 없으랴. 그이도 인간이신데 어찌 그것을 터놓고싶으신 때가 없으랴!

흔히 사람들은 어머니앞에서 그러한 속마음을 죄다 숨김없이 터놓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이께는 마음속괴로움을 터놓으실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다. 너무도 일찌기 곁을 떠나신 어머니,그 어머니를 대신하여 년로하신 할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신다.

이윽고 할아버지께서는 고불통을 꺼내여 거기에 엽초를 한줌 넣고 꾹꾹 쑤셔담으시였다. 불덩이 하나를 집어들고 불을 붙이시는데 한뉘 농사일로 북두갈구리같이 험하게 터갈린 손이여서 뜨거운줄도 모르신다. 한모금 힘주어 빨고나서야 입을 여신다.

《장군의 그 마음을 백성들이 다 알면 그래 가만 있을상 싶나. 이제 백성들이 장군의 뜻을 힘껏 받들지 않나 두고 보라니. 아무렴, 그리되구 말구.》

《할아버진 여전하시군요.》

《백성들의 속내야 백성이 잘 알지.》

장군님께서는 마음이 후더워지시였다.

《할아버지, 한가지 더 말씀드릴게 있는데… 4촌동생 원주를 군대에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만경대가문에서부터 군대에 입대하는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아무렴!》 할아버지는 아무런 주저없이 선뜻 동의하시였다. 《장군을 낸 가문인데 나라를 지키는 군대에도 선참 들어야지.》

《그런데… 전번날 만났을 때 보니 금방 감옥에서 풀려나와 그런지 목이 가늘고 병색이 짙던데 삼촌이랑 근심하지 않겠는지.…》

《그럴리야!… 장군 삼촌도 그렇구 삼촌댁네두 어떤 녀자라구. 그래 우리 만경대집 가풍을 몰라서?… 장군의 뜻이라면 사지판이라두 떠밀어보내지 않으리.》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힘이 솟습니다.》

그새 물속에 들어갔던 청장년들이 마지막총 한자루까지 죄다 건져낸 모양이였다. 물우에 떠있던 배가 기슭에 와닿았다. 홰불을 든 안길이 급히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마치 옛말에 나오는 장수같이 불똥을 뚝뚝 떨구며 어둠을 휘젓고있는데 그를 따라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총을 서너자루씩 메고 걸음을 빨리 하고있었다.

《장군님!》 화토불 가까이 달려온 안길이 청을 높여 보고드렸다. 《수백정의 보총과 기관총 두정을 그리고 탄약상자 250여개를 건져냈습니다. 완전한 정규군 한개대대무장입니다!》

그는 웃고있었다. 진정 행복에 겨운 웃음이였다. 이어 뒤따라온 젊은이들을 정렬시켰다.

《장군님, 군대입대를 청원한 만경대청년들입니다. 모두 일곱명, 장수감들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청년들앞으로 다가가시였다.

《군대에 입대할 결심이란 말이지. 안길동무가 선동을 했소?》

《아닙니다. 스스로 청원해왔습니다.》 안길은 턱을 덜덜 떨면서도 여전히 유쾌한 목소리였다. 《만청대청년들이 확실히 다릅니다!》

장군님께서는 기쁨의 미소를 그리며 젊은이들을 한사람한사람 눈여겨보시였다. 안길이 홰불을 높이 쳐들었다.

《동문 이름이 뭐요?》

《예, 김영찬이라구 합니다.》

《군대가 되겠단 말이지?》

《예, 장군님군대가 되겠습니다.》

《허… 누가 그런 말을 배워줬소?》

《저 그건… 이분이…》

결국 안길이 정치사업을 한것이였다.

《동문?》

《예, 박순길입니다. 저두 장군님군대가 되겠습니다. 우리야 만경대청년들이 아닙니까!》

《만경대청년들!…》

부지중 한 젊은이의 얼굴이 떠오르시였다. 돌덩이같은 주먹이 눈물에 젖어있던 한종삼… 그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을가? 그도 역시 이 청년들과 같이 씩씩하고 결패있게 가슴펴고 서있다면 얼마나 대견하고 장해보일것인가?…

장군님께서는 그 한종삼이 결코 주먹으로 눈물만 씻고있지 않으리라는것을 믿고싶으시였다. 그는 움츠리고 숨어버리지 않을것이다. 주먹을 부르쥐고 자기를 지키고 고향사람들을 지키고 민주의 새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주먹을 부르쥐고 나설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다. 방금 할아버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장군의 그 마음을 백성들이 다 알면 그래 가만 있을상 싶나.》라고…

진정 이러한 인민이 있고 이처럼 순결하고 끌끌한 청년들이 있는 한 그 무엇인들 못해내겠는가!…

장군님께서는 그들모두를 화토불 가까이 손잡아 이끄시였다.

《자, 어서 이리와 앉소. 몸도 녹이고 우리 할아버님께서 구우신 감자도 들고…》

젊은이들이 가득 비좁게 둘러앉았다. 최용진이 총을 모아 한곳에 세워놓았다.

물에 젖은 옷들에서 김이 문문 올랐다.

《그러구보니》 하고 장군님께서 말씀하시였다. 《평양학원학생들은 물론 우리 만경대청년들까지 모두 군대가 되겠다고 하니 오늘 이 자리가 정말 의의깊소. 이제 건설될 우리 군대의 첫 축하연이라구 할가…. 그런 의미에서 할아버지, 제일 크고 잘 익은 감자들을 골라 새 조선군대의 장수감들에게 주십시오.》

그러자 마른 삭정이며 솔가지들을 화토불우에 덧놓고있던 할아버지께서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예, 장군! 분부대로 하리다.》

떠들썩한 웃음소리, 불담밑에서 디굴디굴 굴려내는 감자알들, 순시에 확 피여오른 화토불, 이어 활활 타번지는 불길이 아득한 야공의 별들을 향하여 불찌를 탁탁 튕기며 뻗어올랐다.

장군님께서 사람들에게 손수 따가운 감자를 쥐여주시였다.

《장군도 하나 맛 봐야지.》 할아버지께서 새로 구워낸 커다란 감자를 골라 내미시였다. 《보매 가루가 팍팍 일것 같네.》

《어련하겠습니까, 할아버님께서 고르신건데.…》 장군님께서는 손수 껍질을 벗기며 밝게 웃으시였다. 《오늘 내가 여기로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군대입대를 청원한 끌끌한 청년들도 만났겠다, 총도 수백정이나 얻었겠다, 게다가 할아버님께서 구우신 감자맛도 보게 됐으니… 정말 좋은 밤입니다.행복한 밤이라구 하겠는지.…》

그때였다.

풍친 차 한대가 바람같이 달려오며 전조등불빛을 휘젓고있었다. 잠시후 화토불을 발견한 모양으로 차가 급정거를 하더니 한사람이 달음쳐왔다.

주도일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부탁하신 비행기가 준비되였다는 소식일것이라고 생각하시였다. 웃음판이 펼쳐지던 강기슭에 별안간 정적이 깃들었다. 황황 타오르는 불길과 불찌들이 튀는 소리뿐, 장군님께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무슨 일이요?》

《장군님.》 주도일은 덤벼치고있었다. 《신의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

《김일동지한테서 급한…》 주도일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으로 굳어진 사람들을 피끗 둘러보았다. 《급한 전화입니다. 저…》

《됐소. 알만하오.》

장군님께서는 반나마 껍질을 벗긴 감자를 주도일에게 주시였다.

《마침 잘 됐소. 주도일동무가 먹을 복이 있거든. 어서 하나 맛보오.》

《?!》

주도일은 그것을 받아들었으나 입에 가져갈 념을 못하고 주물럭거리기만 하였다.

《어서 들라는데. 그러다 감자를 부스러뜨리겠소.》

《예, 알겠습니다.》

《알겠다는건 또 뭐요?》

《예. 장군님, 먹겠습니다.》

그의 허둥거리는 모양에 긴장해졌던 사람들이 웃음을 머금었다.

장군님께서는 얼마후에야 자리를 뜨시였다.

 

×

 

김일이 신의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소요에 대하여 보고드리는데 주먹으로 귀통을 때려도 움쩍하지 않는다던 그가 어지간히 흥분하고있는것이 알렸다. 공명판을 지릉지릉 울리는 청높은 그의 목소리에서는 엄중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 책임을 느끼는 죄스러움과 놀란 심정이 그대로 울려나오고있었다. 그는 사태를 수습하기가 좀 어려울것 같다고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학생들의 소요에 대하여 자세히 묻고나서 단호하게 말씀하시였다.

《알겠소. 김일동무, 내 이제 그리로 가겠소.》

어마지두 놀란 안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그건…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제가 가도록 해주십시오.》

《안길동무가?》

《예, 제가 가서 김일동무를 도와 사태를 수습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안길동무, 내가 신의주로 가려는건 학생들의 소요때문만이 아니요. 반동들이 사촉해서 소요가 일어난것이 틀림없는데 그런 일때문에 놀랄 필요는 없소. 정치적식견이 부족한 그들과 얘기해보면 다 알게 될거요. 그러나 내가 꼭 가야 할 다른 사정도 있소. 언제부터 가보려 했지만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거기 가서 새 조선의 첫 항공대를 무어야 하고…》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생각하시였다. 국경도시 신의주, 거기서는 지금 치렬한 내전이 벌어지고있는 중국동북의 실태도 더 자상히 알게 될런지 모른다.

그러나 안길은 고집했다. 김책동지를 보낼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것이였다. 마치 위험천만한 전장에라도 나가는것처럼 그는 낯빛이 해쓱해져서 그 일만은 제발 삼가해달라고 청하는것이였다.

《안길동무.》 그이께서 준절하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이미 결심했소!》

그이께서는 쏘련군사령부에 또 전화를 거시였다. 그런데 쏘련군사령부에서는 일기조건때문에 야간비행을 고려하고있는 중이라고 했다. 치스챠꼬브사령관이 《김일성동지의 신변안전을 위하여》 아침에야 비행기를 띄울수 있을것 같다고 했다.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듣고만 계시였다.

그렇다. 아직은 남의 비행기를 얻어 타시지 않으면 안된다. 아직은… 송수화기를 내리고도 그이께서는 점도록 한자리에 말없이 서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