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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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산기슭의 나무숲은 이미 락엽이 진 뒤여서 한결 성글어졌다. 장군님께서는 락엽이 깔린 숲속을 거닐며 서기장의 말을 듣고계시였다. 수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현물세를 감면해주려고 평북도에 나갔던 서기장은 대령군에서 김모라니와 관련된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적잖게 듣게 되였다. 만경대에 나갔을 때 장군님께서 그 녀성일군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계시는지 알게 된 서기장은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이께 사실대로 보고드리는것이 옳은 일이라고 간주했던것이다. 서기장은 손에 든 수첩을 가끔 들여다보며 말씀드렸다.

···군간부들은 김모라니부위원장이 자기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을 부리기가 일쑤여서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고있다. 특히 군인민위원장은 배운것도 없고 생각이 짧은 모라니부위원장이 일을 자꾸 벌려놓기만 한다고 하며 좋지 않게 보고있다. 거기에다 해서는 안될 부정행위를 한것이 드러나 김모라니는 난처한 처지에 이르렀다.···

《어떤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오?》

장군님께서는 문뜩 걸음을 멈추고 서기장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모라니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수 없으시였다. 말씀드리기 난처한듯 잠시 쭈밋거리던 서기장은 역시 수첩을 들여다보며 띠염띠염 보고를 드리였다.

···분여받은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애국투사후원회와 도에서 내려오는 식량을 받았다···

군과 면의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에서 사업하는 일군들에게 아직도 정상적으로 생활비를 주지 못하고있어 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애국투사후원회와 우에서 내려보내주는 식량을 받지 않는것이 원칙으로 되고있었다.

···반봉건투쟁의 대상인 씨족마을의 최로인을 비호해주고있으며 수해를 입은 농민들한테서까지 애국미를 짜내고는 장군님께 현물세를 감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제기를 했다.···

최로인을 비호해주었다는것은 리해할수도 있었고 문제로 될것도 없다고 그이께서는 생각하시였다. 그밖의 말들은 믿을수도 없으셨고 또 보통 심중한 문제가 아니였다.

《그 반영이 정확한지 정확하지 않은지 확인을 해봤소?》

《제가 받아가지고 내려간 과업은 현물세감면을 정확하게 적용하는 문제였기때문에 다른 일에 시간을 바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을 찍어가면서 말을 하는것으로 보아 수해를 입은 농민들한테서 애국미를 받은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서기장동무가 지금 한 말도 군위원장의 반영이요?》

《그렇습니다. 군위원장이 말할 때 두명의 군간부들이 옆에 있었습니다. 그들도 위원장의 말에 의견이 없는것 같았습니다.》

서기장을 내려보낸 후에도 그이께서는 해방산의 숲속을 거닐며 믿고싶지도 않고 믿을수도 없는 김모라니의 부정행위를 두고 오래동안 생각에 잠기시였다. 만경대에서 본 해볕에 그을은 김모라니의 순박한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대령군과 같이 땅이 척박한 산간에서도 애국미헌납운동에 참가시켜 땅을 분여받은 농민의 도리를 다하게 하려고 마을을 찾아다니며 선전사업을 했다는 그, 나약한 생각에 사로잡혔던 자신을 뉘우치며 정권기관일군답게 일을 잘하겠다고 결의를 다지던 김모라니, 이런 녀성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당을 속일 생각을 할수 있는가?···

대령군에 가서 실태도 료해하고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고싶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수 있는 시간이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남북협상을 호소하기 위한 북조선민전의장단회의를 앞두고 하셔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아 도저히 자리를 뜰수 없으시였다. 평북도에 파견되여있는 김일에게 이 일을 부탁하기로 하시였다.

집무실에 내려온 장군님께서는 전화로 김일을 찾으시였다. 마침 자기의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있던 김일이 곧 전화를 받았다. 김일도 한가지 일만 맡고있는것이 아니라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의 정치사업도 책임지고있는 다망한 몸이여서 될수록 시간을 절약하게 하려고 장군님께서는 근 30분이나 송수화기를 들고 김모라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시였다.

《장군님의 말씀을 들으니 대체로 짐작할수 있는 일같습니다.》

입이 무거운편인 김일은 그이의 말씀을 듣고나서 한마디 했다.

《절대로 선입견을 가지고 대해서는 안되오. 간부들문제인것만큼 심중해야 하오. 대령군에서 벌어지고있는 일이 그 군에만 한정된 문제라고 할수도 없소. 우리 정권을 강화하는데서 반드시 참고로 삼아야 할 심중한 문제가 있을수 있소.》

《알겠습니다. 며칠간 대령군에 가있을 생각을 하고 오늘중으로 떠나겠습니다.》

김일의 무게있는 답변을 듣고 장군님께서는 송수화기를 내려놓으시였다. 항일무장투쟁시기에는 말할것 없고 광복후 복잡한 문제들이 그중 번거롭게 터지군 하는 평북도사업을 능숙하게 처리해온 김일이니 이번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되리라는것을 장군님께서는 의심하지 않으시였다.

갑자기 하늬바람이 터지면서 이해들어 처음으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 해저물녘이였다. 예고도 없이 김일이 불쑥 나타났다. 장군님께서 그에게 전화를 건지 사흘째되는 날이였다. 집무실에 들어선 그는 거수경례를 올려붙이고나서 장군님께서 가리키는 의자에 웃몸을 꼿꼿이 펴고 앉았다.

《어디서 오는 길이요?》

《대령에서 오는 길입니다. 점심때까지 군당확대위원회를 하다 휴회를 하고 떠났습니다. 전화로 결론받을수도 있지만 직접 말씀드리는것이 좋을것 같아서 왔습니다.》

느긋한 성미여서 웬만해서는 성을 내는 일이 없는 김일이 인사를 겸한 이런 말씀을 드리고나자 대뜸 대령군인민위원장은 질이 나쁜자라느니, 군인민위원회에서 계급투쟁을 한차례 치른것 같다느니 하며 사뭇 격해서 말하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김일가까이에 가앉아 자개박이담배함을 그앞에 끄당겨놓으시였다.

《우선 한대 피우오.》

말수 적고 과묵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김일도 스스로의 속생각을 지금처럼 몇마디의 말로 폭발시킨 후에 본론을 시작한다는것을 장군님께서는 알고계셨던것이다. 김일은 담배가치들이 그득히 차있는 자개박이함을 띄여보기는 했지만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장군님앞에서 버릇없이 담배질을 한다고 김책한테 되게 비판을 받은적이 있는 김일이였다. 그는 사흘동안의 일을 이번에는 지나칠만큼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김모라니부위원장의 집부터 찾아갔다. 어지간한 바람에도 나넘어질듯싶은 초가마가리였다. 시부모에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남편, 4명의 아이, 째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였다. 김모라니는 이날도 비판을 받느라고 회의에 참가하고있어 집에 없었다. 헛간으로도 리용하는 웃방에 놓여있는 쌀독, 쌀항아리들을 들여다봤다. 다 합해도 중독 하나도 채우지 못할 조, 피, 수수가 있었고 벼는 한동이밖에 없었다. 그것이 햇곡식이 날 때까지의 농량의 전부였다. 장군님께서 애국미를 얼마나 냈는지 꼭 알아보라고 하셔서 시아버지의 입을 가까스로 열게 하여 8가마니의 벼를 헌납했다는것을 알아냈다.···

《8가마니를 냈단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놀라 물으시였다. 김일은 감동된듯도 싶고 어딘지 모르게 통분해하는것 같기도 한 얼굴빛으로 답변을 드렸다.

《그렇습니다. 8가마니를 냈습니다. 소출이 적은 산골인데다 개답한 논이 근 절반이나 모래에 묻혔는데 8가마니를 냈으니 한해농사를 다 밀어넣은셈입니다. 거기에다 수해를 입은 농가에서 부당하게 애국미를 받아냈다고 위원장이 시비를 해서 15농가에 좁쌀과 수수를 보상한 낟알이 또 있습니다.》

《애국미를 내라고 강요한것은 사실이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농민들이 애국적열의를 발휘해서 자진하여 헌납한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안도감과 함께 가슴속에서 치솟는 노여움을 다잡기 어려우시였다. 안도감은 김모라니를 믿고 아낀것이 역시 옳았다는 생각에서 오는것이였다. 노여움은 엄청난 고역, 압제, 상상하기도 어려운 무권리를 헤치고 광복된 민주조선에 새롭게 태여난 한 녀성을 모해하려든 군인민위원장에 대한 분노에서 온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로상에서 만났던적이 있는 군위원장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시였다. 생김새를 자세히 상기할수는 없으셨지만 새 기와집이 군내에서 몇채나 일어서고 관개공사에 매일 몇명의 로력이 동원되는지 알지 못하고있으면서도 별로 당황해하지 않던, 총체적으로 랭담한 표정인 군위원장의 얼굴을 눈앞에 그려낼수 있으시였다.

《군위원장은 의식적으로 모라니부위원장을 모해했소? 자기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소?》

장군님께서는 그늘진 안색으로 물으시였다.

《저로서는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것 같습니다. 이것이 더욱 문제였습니다.》

김일은 량볼이 두둑한 길쑴한 얼굴을 찌프리며 말씀을 드렸다. 그는 자기의 보고를 계속했다.

···김모라니부위원장은 군위원회 당회의에서 공명심에 사로잡혀 당정책도 안중에 두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다고 하며 집중비판을 받았지만 조금도 굽어들지 않았다.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은 위원장은 도의 권한을 빌어 부위원장을 아예 내쫓아버릴 작정을 했다. 날조된 숱한 자료를 묶어서 그의 철직을 제기하는 결정을 채택했다. 모라니를 집중비판한 회의록도 보고 도에 올려보낸 자료묶음도 보았다. 모라니부위원장이 진행한 모든 사업이 당정책을 위반한 공명심에 사로잡힌 행동으로 평가되고있었다···

김일은 무릎우에 놓여있는 전투가방덮개를 열고 한무데기의 서류를 장군님앞에 무져놓았다.

《이것이 회의록이구, 이것이 도에 올려보낸 자료와 결정서입니다.》

김일은 서류무지속에서 회의록과 송사질을 하려고 한 자료묶음을 갈라놓았다. 장군님께서는 엄청난 량의 종이무지에 시선을 던지기는 했지만 안색이 더욱 침중해졌을뿐 읽으려고는 하지 않으시였다.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성실한 한 녀성일군을 박해하느라고 이렇게 숱한 로력과 시간을 랑비했다고 생각하니 그이께서는 의분을 가라앉히기 어려우시였다.

관개공사에 대해서는 손해액까지 따져가며 책임을 물었고 새 영농법도입은 고루한 봉건주의자인 최로인을 비호하기 위한것, 애국미헌납운동을 불러일으킨것은 공명심에 사로잡힌 무분별한 행동, 현물세를 감면시켜줄데 대한 제의는 당을 기만하는 비당적행위, 이렇게 전도되고 날조된 비판을 김모라니는 받았다고 했다. 김일은 애써 격한 마음을 눅잦히며 뒤말을 이어나갔다.

···관개공사에 동원된 농민들과 애국미를 비교적 많이 낸 농민들도 만나고 군녀맹위원장과 담화도 했으며 《봉건》이라고 하는 최로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군위원장의 견해를 그대로 털어놓으니 모두들 펄쩍 뛰며 김모라니는 그런 녀성이 아니라고 했다. 최로인은 자기탓으로 부위원장이 말밥에 오르게 됐다면서 잘못을 빌기까지 했다. 군인민위원회에서도 대부분의 과장과 지도원들은 위원장의 주관주의, 독단, 전횡에 불만을 품고있었으며 김모라니를 간부티를 내지 않으면서 실천으로 모범을 보이는 좋은 일군이라고 했다. 유독 위원장만은 자기의 정당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주견을 고집했다.

위원장의 고집을 꺾자면 제눈으로 보고 제귀로 듣게 하는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해서 위원장과 그에게 아부하는 2~3명의 간부들을 데리고 부위원장네 집에 가서 쌀독들을 들여다보게 하고 몇사람의 농민들을 만나게도 했다.

김모라니와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모라니동무는 장군님께서 말씀이 계셔서 내가 대령에 내려왔다는 말을 듣더니 막 울음을 터뜨리는것이였습니다. 자기가 일을 쓰게 못해서 장군님께 근심을 끼쳐드렸다고 하면서 책상머리에 이마를 비비면서 흐느껴우는것이였습니다.》

모라니네의 사무실에서 벌어졌던 그 기막힌 정경이 불현듯 눈앞에 떠오른듯 불시에 김일의 음성은 갈리고 눈굽에는 물기가 맺혔다.

《모라니부위원장은 책벌을 받게 된 처지였지만 장군님께서 말씀해주신 정권기관일군의 사명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것을 안타까와할뿐이지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일본에 가서 대학공부도 하고 광복전에 얼마간 사상운동도 했다는 위원장보다 광복후에 야학과 성인학교에서 배운 김모라니가 훨씬 원숙한 품성을 소유하고있더라고 김일은 못내 감동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군위원장을 비호해온 도일군까지 불러서 군당확대위원회를 열었다. 회의를 열기전에 설복과 교양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말도 듣게 했는데 위원장은 전혀 뉘우치는 빛을 보이지 않았으며 자기의 과오를 찾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깨우쳐주는 동지들의 비판에도 자기를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말로 굼땔뿐이였다.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그가 얼마나 유해로운 행동을 했는가를 이야기해주는 김일의 말에는 침묵으로 대했다. 김일은 장군님의 결론을 받은 다음에 회의를 결속할 생각으로 확대위원회를 일단 휴회하고 평양에 왔다.···

《계급적제한성이였습니다.》 김일은 긴숨을 내쉬며 안타까운듯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지난날 압박받고 착취당하던 로농대중이 민주조국건설을 위해 참으로 큰일을 하고있다는것을 보지 못하고있었으며 믿지도 않고있었습니다. 저는 정권기관에서 한자리를 하고있는 유산계급출신의 간부들을 모두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느때 같으면 장군님께서는 김일의 극단적인 견해를 바로 잡아주셨을것이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주관주의자들의 독단이 얼마나 집요한것이며 스스로를 원숙시키는 자기 반성이 없는 일군, 당이 맡겨준 직책에 비해 부족한것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일군이 종당에는 얼마나 무서운 구렁텅이에 빠져들어가는지 대령군위원장의 전횡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있었다.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아반성을 하면서 사업을 하는 일군들이 많지 못한 현실태를 생각하니 장군님께서는 여간만 마음이 무겁지 않으시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집무실안을 거닐던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김일동무생각엔 그 위원장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철직시켰으면 합니다.》

《그자리에 누굴 앉혔으면 하오?》

《김모라니부위원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김일동무는 대령의 위원장이 계급적제한성으로 해서 주관과 독단에 사로잡힌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런것만은 아니요. 사람의 행동은 사상과 의식성에 의해 좌우되는것이요. 출신이 사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것은 사실이지만 바탕이 좋은 사람도 주관과 독단의 포로가 되면 전횡을 부리게 되고 종당에는 대령군위원장처럼 되고마오. 자기가 특수한 존재가 돼서 간부가 됐다고 생각하면서 우쭐렁거리는 사람은 누구나 그 위원장처럼 된다는것이요. 대령군위원장을 해임하는데는 나도 찬성이요. 군당확대위원회에서 결정을 짓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내버릴 생각을 하지 말구 학교에 보내오.》

장군님께서는 집무실을 거닐며 한마디한마디의 말에 깊은 뜻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김일은 자심하고 너그러운 그이의 보살핌에 머리를 숙였다.

《떠나오기전에 <봉건>이란 말을 듣는 최로인을 만나봤소?》

김일의 량볼이 두두룩한 얼굴에 송구해하는 빛이 비꼈다. 최로인을 다시 만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이번에 가거든 로인님을 만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집무탁에 다가가 송수화기를 벗겨들고 보안간부훈련소 제4분소 소장 류경수한테 전화를 련결시키라고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전화가 련결되기를 기다리며 말씀하시였다.

《낡은 구습에 물젖은 몇사람 안되는 령감들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되오. 자손들이 있지 않소. 모라니녀성이 최로인한테 새 영농법을 알아낸것으로 봐서 농사엔 밝은 령감인것 같소.》

전화기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어중간에서 끊고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창고원으로 있는 최성근동무를 며칠 휴가를 주어서 고향에 보내오. 기관총중대 부사수가 됐다? 그럼 더욱 좋소. 그 동무를 입대시킨 녀성부위원장이 봉건가정을 비호한다는 말을 듣고있소. 봉건가정이 아니라 군대후방가족이란걸 보여주자는거요. 아주 똑똑한 모범군인이다? 류경수동무가 직접 데리고 가겠다는거겠소? 그 군에 지금 김일동무가 가있소. 모범군무자의 가정이 봉건이란 말을 듣는데 소장이 가만있을수 없다는거겠소. 하 하 하··· 그건 마음대로 하오.》

송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는 그이의 만면엔 사뭇 만족해하시는 밝은 웃음이 가득차있었다.

《류경수동무가 최성근전사를 데리고 기어이 대령에 가겠다고 하오. 자동차로 갈테니 래일 아침엔 도착할거요. 김일동무에다 류경수동무까지 대령에 가면 전진을 방해하던 부정적인 현상을 말끔히 털어버릴수 있을거요.》

장군님께서는 통쾌하게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김일의 길쑴한 얼굴에도 웃음이 피였다.

《왜 일어나오?》

《돌아가겠습니다.》

《이 밤중으로 대령에 가겠다는거요?》

《빨리 가서 김모라니녀성에게 장군님의 말씀을 전해주겠습니다. 래일 아침부터 회의를 계속해야 합니다.》

위원장의 주관주의와 전횡이 비판되였다고는 해도 부위원장이 정권기관에서 계속 사업할수 있다는 결론은 아직 받지 못했으니 김일이 돌아오기를 얼마나 안타까이 기다릴것인가.

《한가지 문제를 더 해결해야 할것이 있소. 모라니녀성의 이름문제요. 앞으로 모라니동무가 위원장을 하게 되면 이름이 좀 별나지 않소. 나하고 같이 우리 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 녀성동무의 이름을 하나 지어보기요. 지금까지 아명을 그대로 쓴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우리가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것 같소.》

김일은 불시에 코허리가 시큰하고 눈굽이 뜨거워졌다. 외진 산간군의 부위원장의 이름에까지 마음을 쓰시는 장군님, 광복전에 그리도 고역에 시달렸다고 해서, 광복된 조국땅에 새로 태여난 새 인간이라고 해서 사실에 있어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사업성과를 그렇게도 높이 쳐주시며 그가 겪은 일시적시련을 괴로와하시는 그이, 새싹이 서리맞지 않도록 그렇게도 마음을 쓰시는 장군님, 이렇게 자심하고 뜨겁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그이의 품속에서 위훈을 창조하는 새 인간이 어찌 태여나지 않을수 있겠는가.

김일은 항일무장투쟁시기 그이의 품속에서 태여난 수많은 불굴의 투사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며 집무실을 나섰다. 오늘중으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시며 먼저 댁에 가있으라고 하여 집무실을 나서는 김일이였다. 그는 눈발이 차창을 후려치는 자동차에 앉아 장군님댁으로 향하며 김모라니가 장군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떨치며 큰일을 하게 되리라는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