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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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을 읽고난 김책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비끼고 설핏한 눈섭은 날카롭게 곤두섰다. 그의 앞에는 유엔에서 보내온 통고문이라는것이 놓여있었다. 장군님께서 서기를 통해 내려보내주신 문건이였다.

우리의 대표가 참가하지 않은 회의에서 채택된 그 어떤 결의도 북조선은 인정할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는 일언반구의 반응이 없던 유엔에서 이런 통고문을 보내다니?··· 구겨던지고싶은 문건이였지만 놈들의 의도를 똑똑히 파악할 필요가 있어 김책은 통고문을 또다시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외교문건이 흔히 그렇듯 문건은 난해하고 까다로운 문장으로 되여있었는데 그중에서 눈을 날카롭게 찌르는 글발은 조선의 통일을 촉진시키기 위해 남조선만이 아니라 북조선에서도 《유엔감시하의 선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것, 유엔의 리념에 맞게 《공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선거가 진행될수 있게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을 선출했다는 문구들이였다. 이런 어이없고 파렴치한 말을 어떻게 감히 할수 있는가. 김책의 가슴속은 분격으로 끓어번졌다. 북조선에서 선거를 실시하겠다는것은 미제가 저희네 끄나불을 들여보내서 건국열의가 끓어번지는 민주기지를 허물어보겠다는것인데 조선의 통일을 위한것이라니? 《유엔림시조선위원단》이라는것은 또 뭔가? 조선문제를 남북조선 전체 인민의 자주의사에 맡기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것인데 그 무슨 위원단이란것을 조선에 파견해서 《공정한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다니.···

김책은 통고문에 첨부된 《유엔림시조선위원단》 성원국의 이름을 따져봤다. 자주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하나도 포함되여있지 않았다. 헌법도 갖고있지 못한 자치령인 주제에 유엔의 의석을 차지하고있는 《나라》, 미국의 바지가랭이에 매달려 명맥을 이어가고있는 국가 아닌 《국가》, 미국의 사촉을 받아 6억에 가까운 인구를 참혹한 내란속에 떠밀어넣었다가 이즈음 중국인민해방군의 드센 반격에 부딪쳐 그 존망을 가늠할수도 없게 된 장개석대표··· 이따위것들이 어떻게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속에서 선거가 진행될수 있게 한단 말인가. 미제의 롱간질을 거들고들면서 조선을 감쪽같이 미국에 섬겨바치려고 별의별짓을 다할것이다.

파란 섬광이 타번지는 눈으로 문건을 쏘아보며 앉아있던 김책은 움쭉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짐을 진 그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안을 오고가면서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이따위 오만하고 파렴치한 잔꾀놀음에는 철권을 안겨야 한다. 북조선인민위원회의 명의로, 아니 인민위원회의 이름을 내댈것도 없다. 외무국의 명의로 북조선은 유엔결의를 인정할수도 받아들일수도 없다는 성명을 내도 놈들의 잔꾀놀음에 철추를 안기는것으로 될것이였다.

사무실안을 거닐던 김책은 창가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해는 벌써 저녁빛을 걷어안고 해방산너머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장군님의 집무실에서 내리비치는 밝은 불빛이 진회색 거리에 길게 누워있었다. 통고문을 어째서 내려보내셨을가? 김책의 머리에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성명을 하나 내면 그만일 이런 별치 않은 문제를 의논하려고 통고문을 내려보내셨을가? 그렇지 않으면 며칠간 외지에 나가있던 김책이여서 최근 미제의 동향을 알게 하려고 내려보내셨는가? 어째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더 깊은 의도가 계시여 통고문을 보내신것 같았다. 어떤 의도에서일가? 김책은 자리에 앉아 두손을 무릎우에 올려놓고 창밖에 생각깊은 시선을 던졌다.

 

장군님께서는 집무탁을 대하고 앉아 남조선정세자료를 료해하고계시였다. 이날 오전 김책을 거쳐 해당 부서에서 올려보낸 자료였다.

부서에서는 남조선의 각이한 정치세력이 단합하는 방향에로 전환되고있다고 하면서 이것이 남조선정세의 대세라고 했다.

···허헌은 도저히 화합될수 없을것 같던 남조선좌익을 단결시켜 수만의 서울시민들이 미군사령부앞에서 일대 롱성투쟁을 전개할수 있게 했다. 성시백은 홍명희, 리극로, 안재홍, 최동오와 같은 저명한 인사들이 주동적역할을 하는 민주독립당을 모체로 하여 민족자주련맹을 발족시키는데 성공했다. 련맹위원장직을 김규식이 맡았다. 미국의 침략적인 대조선정책을 가리우기 위한 《민주의원》, 《과도립법의원》, 《좌우합작》의 산파역을 맡았던 그가 민족자주를 정강으로 내세운 련맹위원장자리에 앉았다는것은 민족대단합의 거세찬 흐름이 소용돌이치며 혼돈상태에 있던 남조선정계를 바로잡기 시작했다는것을 의미한다.···

장군님의 눈앞에는 좌익의 각당, 각파 지도자들에게 단결의 필요성을 설득시키는 허헌의 관골이 두둑한 얼굴이며 중간파와 우익정객들을 단합시키려고 서울시내를 동분서주하는 성시백의 지성이 내밴 얼굴이 떠올랐다. 성시백과 허헌은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단합이 대세로 되기 시작했을뿐 아직 하나의 력량으로 굳게 화합하지는 못하고있었다.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전 조선이 민족자립사상에 기초해서 하나로 굳게 단결되여야겠는데 거기까지에는 아직 거리가 멀었다.

반드시, 그것도 지금과 같은 속도가 아니라 비약적인 속도로 적극적인 애국력량을 하나로 굳게 단합시켜야겠는데 그것이 과연 성취될수 있겠는가?··· 민족적대과제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 장군님께서는 숨을 쉬기도 어려울만큼 가슴이 답답하시였다. 정세자료를 번지던 손을 멈추고 눈길을 드시였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다가서서 무거운 눈길을 밖에 던지시였다. 겨울추위를 불러오는 저녁어둠이 잔광을 끌며 사라질무렵부터 일체 출입을 금지하고 민족적대과제를 성취할수 있는 방도를 두고 사색을 이어오셨는데 벌써 밤도 어지간히 깊었다. 북조선인민위원회청사의 조명등들은 이젠 거의 꺼지고 김책의 사무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만이 거리를 밝게 비치고있었다.

대단합에로 이르는 비약의 길, 남북조선애국력량을 단합에 이르게 할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도, 장군님께서는 바로 그것을 모색하고계셨는데 그에 대한 의견을 물으려고 김책에게 유엔에서 보내온 통고문이라는것을 내려보내시였다. 이를테면 우리 나라에 조성된 정세를 알게 하기 위한 사전사업이였다.

정세자료의 나머지부분을 마저 료해하려고 자리에 돌아와 앉은 장군님께서는 문건을 번져나가시였다. 그이의 눈앞에 또다시 성시백, 허헌 그중에서도 갸름사한 얼굴에 턱이 든든해보이는 성시백의 모습이 떠올라 오래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남북조선 전체 애국력량을 빠른 시일내에 단합시킬수 있는 남북협상을 구상하고계시였다. 이 대담한 구상을 성공에로 이끌자면 성시백, 허헌 그중에서도 특히 성시백이 많은 일을 해주어야 했다. 중간파는 말할것도 없고 북조선이 마치 쏘련의 지배와 간섭을 받고있는것처럼 생각하는 우익계 인물들에게 우리 당의 민족자립사상을 납득시킬수 있겠는가?···

정세료해를 끝낸 장군님께서는 전화로 김책을 찾으시였다. 김책은 곧 집무실에 들어섰다. 장군님께서는 앞탁끝에 서있는 그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히시였다.

《시간이 늦기는 했지만 심중하게 의논하고싶은 문제가 있어서 찾았습니다. 유엔에서 보내온 통고문을 읽었습니까? 그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우선 그것부터 말해주시오.》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기색이던 김책의 얼굴에 짙은 혐오의 빛이 비꼈다. 그는 미국의 파렴치한 행동에 격분을 참을수 없어하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답변을 드렸다.

《미국놈들이 잔꾀놀음을 하고있다고 봅니다. 결국은 림병옥이란 놈이 <과도립법의원>에서 감행한 행동과 비슷한짓을 하고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놈들이 유엔을 리용해 어떤 롱간을 피우려고 하는지 김책이 간파했다는것을 아셨지만 장군님께서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의 다음말을 기다리시였다. 김책은 자기가 지나치게 간단히 말했다고 생각했는지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놈들이 그런 렴치없는 문건을 우리에게 보낸것은 남조선《단독선거》를 합리화할수 있는 명분을 얻기 위한 잔꾀놀음이다, 조선의 통일을 위해 전국적인 선거를 진행할데 대한 결의를 유엔에서 채택하기도 했다, 북조선에서도 《유엔감시하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도 했다, 그런데 평양측은 유엔의 결의도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아 막부득이 남조선의 제한된 지역에서 선거를 할수밖에 없었다.··· 권모술수치고는 너무나 빤드름한 이런 잔롱간을 부려서 명분이라는것을 얻어보자는것이다. 미제도 조선문제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것을 알고있어 유엔을 내세우기도 하고 이런 구차스러운 권모술수를 쓰기도 하는것이다.

《나도 동감입니다. 미국놈들은 잔꾀를 부리고있습니다. 문제는 미국놈들의 롱간질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겠는가 하는것입니다. 김책동무는 어떤 대책을 세웠으면 좋을것 같습니까?》

《묵살해버리거나 외무국에서 성명을 하나 내뜨리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했습니다.》

《북조선민전에서 성명을 내게 했습니다.》

북조선인민들의 총의를 담아 유엔결의를 반대하자면 외무국보다 민전에서 성명을 내는것이 더 좋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싸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책동무도 우리가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것을 타산하고 미국놈들이 통고문을 보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말하는것은 유엔을 통한 미제의 공세와 우리의 준비정도를 놓고 생각되는것이 없었는가 하는것입니다. 김책동무도 정세자료를 봤으니만큼 남조선의 애국력량의 단합이 어느 정도인지 알수 있었을겁니다.》

김책의 얼굴은 대번에 컴컴해지면서 심중해졌다. 문건을 내려보내주시였을적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장군님께서 방금 말씀한것과 같은 폭넓은 사색을 요구하고계시는줄은 알지 못했다. 그는 허심하게 자신을 뉘우쳤다.

《그런 각도에서 문제를 고찰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동안 출장나가 있었으니 처리할 일이 많아 미처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것입니다.》

장군님의 말씀에 김책은 자책감이 더욱 깊어진듯 몸둘바를 몰라했다. 출장나가있는 사이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고 드바쁜 하루를 보낸것은 사실이였지만 장군님께서 제일 마음을 쓰고계시는 문제에 선차적주의를 돌려야 했을것이 아닌가. 현시기 통일정부수립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또 어데 있겠는가?

장군님께서는 이야기의 서두를 어떻게 떼야 하겠는가를 생각하시다 마음이 심중해져서 두손으로 무릎을 짚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근엄한 안색으로 잠시 집무실안을 오가던 그이께서는 가슴속깊이에서 울려나오는 무거운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쏘련군철수를 결심할 때가 생각납니까?》

김책은 가슴팍을 줴질린듯 몸을 후두둑 떨더니 여윈 량어깨를 추켜세웠다. 통고문을 내려보내주신 장군님의 의도에 그렇게도 깊은 뜻이 담겨져있었던가? 어째서 가슴이 타드는것 같던 몇달전의 그날을 회고하시는가?···

그이께서는 품고계시던 생각을 터놓으시였다.

《우리가 쏘련군철수를 결심할 때처럼 정세가 긴박하지는 않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적들은 유엔을 동원하고있는것은 말할것 없고 우리한테 통고문이라는것을 보내는 망동까지 부렸습니다. 총공격을 하고있다는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형편은 어떠합니까?》

그이께서는 걸음을 옮기며 남조선에서는 이제야 겨우 단합이 추세로 되고있을뿐이라고 하시였다. 유엔을 앞에 내세우고 총공격을 하는 미제와 맞서 싸우자면 북과 남, 남조선에서는 좌익과 중간, 우익이 하나로 뭉쳐 북과 련합을 한 민족자체력량이 꾸려져있어야 하겠는데 우리의 단합은 아직 그런 높이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마디마디에 힘을 준 준절한 음성으로 뒤를 이으시였다.

《현재 형편을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어떤 사태에 직면하겠는가? 통일정부수립을 위한 우리의 투쟁은 타개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수 있습니다. 그것은 유엔결의에 의해 조작된 남조선괴뢰정부를 중앙<정부>라고 우겨댈수 있기때문입니다. 그것뿐이겠는가?》

그이께서는 틀어쥔 주먹을 들며 음성을 높이시였다.

《미국놈들은 남조선에 조작한 괴뢰정부를 유엔을 리용해 조선의 중앙<정부>행세를 하게 하면서 북조선인민정권을 지방정권인것처럼 취급을 할수 있습니다. 미국놈들이 이런짓을 할것은 명백합니다. 쏘미 량군이 철거하면 조선문제가 공정하게 해결되겠는데 남조선괴뢰정부를 날조해내려고 유엔을 리용한것은 말할것 없고 우리에게 통고문이라는것까지 보낸 미국놈들이 아닙니까. 이런놈들이 무슨 짓인들 안하겠습니까.》

장군님께서는 여기에 생각이 미쳤을 때 느꼈던 근심, 분격이 다시 살아올랐으나 애써 마음을 눅잦히며 김책을 마주보시였다. 김책도 장군님의 심중을 가슴저리게 느낀듯 얼굴이 철빛으로 굳어졌다. 금시에 자리를 차고일어나 뭐라고 웨칠것 같은 표정이다. 사실 그는 미제의 파렴치한 전횡을 절규하고싶었다. 그와 함께 조국앞에 닥쳐온 준엄한 정세를 간파하지 못한 스스로를 뉘우치면서 가슴을 쥐여뜯고싶은 심정이기도 했다. 그 사이 장군님께서는 헤아릴수 없이 무겁고 큰 근심과 격분을 안고 모색을 계속하셨을것인데 난국을 헤쳐나갈 대책안을 안고 올라오지 못한것은 말할것도 없고 들이닥친 엄중한 정세를 꿰뚫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이를 마주대하고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난관을 타개할 방도가 없는가? 그런것은 아닙니다.》

장군님께서는 김책에게 지나친 근심, 자책을 하지 말라고 위안을 하시는듯 말씀하시였다. 그러나 그이의 얼굴에는 여전히 무겁고도 근엄한 빛이 짙게 어려있었다.

《나는 민족자체력량을 편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주동적인 립장에 서서 남조선만이 아니라 북과 남, 전민족을 굳게 단합시킬수 있는 전환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것입니다. 그 방도는 남북협상을 하는것입니다. 남조선좌익, 중간세력, 김구, 김규식선생을 선두로 한 우익과 협상을 하자는것입니다.》

김책은 머리를 번쩍 들며 눈을 크게 떴다. 남북협상, 미제에 붙어서 민족을 반역하고있는 리승만일당을 제외한 남조선의 애국력량과 북조선의 민전에 결속된 민주력량을 한덩어리로 되게 하시겠다는 놀라운 구상, 장군님께서만이 생각하실수 있는 대담하고 심원한 방략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충격이 어린 김책의 얼굴을 지켜보다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씀을 이어나가시였다.

《김책동무가 출장나가있는 사이에 몇사람에게 내 견해를 이야기해봤습니다. 그 동무들은 내 생각을 한낱 선전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현시킬 가능성이 없는 구상으로 여기는것 같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그 사이에 당의 요직에서 사업하는 일군이며 북조선민전 의장단성원중의 일부 인사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내비쳐보시였다. 장군님의 구상을 감히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얼굴표정이나 말투로 보아 그들은 남북협상을 성사시킬 가능성이란 없는 한낱 선전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략으로 여기는 모양이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실망도 후회도 하지 않으시였다. 뒤로 물러선다는것은 건국열의가 끓어번지는 민주기지, 북조선을 위험한 정세속에 빠져들게 한다는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후회를 하겠는가. 그이께서는 김책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김책앞에 와앉아 그의 손을 부여잡으시였다. 진심이 담긴 안타까운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김책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남북협상이 선전적목적이나 달성하려는 실현시킬 가능성이 없는 일인것 같습니까? 조건을 좀더 성숙시킨 다음에 제기하는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렇게 할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하루빨리 통이 큰 대책을 세워야 현난국을 타개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책동무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책은 장군님의 줌안에 들어있는 손을 빼서 그이의 손을 굳게 부여잡으며 견결한 음성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장군님의 방안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현정세는 전민족이 단결해서 미제와 싸우지 않으면 미국놈들이 조작해낸 남조선괴뢰정권이 중앙<정부>행세를 할것은 뻔합니다. 한줌도 안되는 리승만일당을 내세워서 날조해낸 매국<정권>이 중앙<정부>행세를 한다는것이 말이 됩니까. 또 북조선을 어떻게 지방취급을 당하게 할수 있습니까.》

김책은 장군님의 손을 힘을 주어 흔들며 분개해서 부르짖었다. 자기도 집무실에 올라와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정세의 엄혹성을 알게 되였다고 김책은 자책이 담긴 어조로 말씀드리며 남북협상을 의문을 품고 대하는것은 우리가 어떤 정세에 직면해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태도라고 했다.

《조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린다는것은 우리의 민주기지를 미국놈들이 롱락할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결과를 가져올것입니다. 나는 빠른 시일내에 남북협상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건문제는 성숙되기를 기다릴것이 아니라 그런 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할것입니다.》

김책은 어깨와 손을 푸들푸들 떨며 열정에 넘쳐 말씀드렸다.

《옳습니다! 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이때를 놓치면 전민족이 단합할 기회를 잃어버릴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민족의 단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습니까. 정치란 한번 기회를 놓치면 수년간의 노력을 순간에 잃어버릴수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김책과 같이 의지가 굳셀뿐아니라 복잡한 정세의 본질을 재빨리 파악할줄 아는 일군의 동의를 얻은것이 기쁘시였다.

《그런데 남북협상을 지지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호소는 절대로 빈말로 되여서는 안됩니다. 만일 그렇게 되면 적들에게 전민족적단합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방해할수 있는 기회를 줄수 있습니다. 우리의 협상제의는 반드시 실현되여야 합니다.》

김책은 자세를 바로잡고 격정이 비껴있는 얼굴빛을 가다듬으며 남북협상이 성사될수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을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전민족적단합에 이르자면 아직도 수많은 난관을 타개해야 할것이지만 어쨌든 남조선정세는 단합이 대세로 되고있다, 남조선에는 장군님의 사상을 받들고 맹활약을 전개하고있는 성시백과 그의 전우들이 있으며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고있는 허헌, 홍명희, 리극로··· 이들의 역할이 자못 크다, 민족이 장기분렬되고 조국이 미제에게 예속될 위험에 처한 이때 장군님께서 호소하신 남북협상제안이 남조선에 전해지면 정치세력들의 단합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것이다.···

《나는 남북협상제안이 전민족적단합을 위한 사업에서 전환적국면을 열어놓으리라고 믿습니다.》

김책은 한마디한마디의 말에 힘을 주어 스스로의 확신을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그이께서는 김책의 어깨를 힘있게 그러안고싶으시였다. 장군님께서 심중에 두고계시는 바로 그러한 생각을 김책이 말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흉중에 가득찬 고마운 마음을 다잡기 어려운듯 오른손으로 김책의 무릎을 지그시 내리누르고 앉아있다가 가볍게 몸을 일으키시였다. 집무탁으로 가서 책상빼람에서 두툼한 문건을 꺼내드시였다. 창밖에 어둠의 장막이 드리운 깊은 밤에 한자한자 초해나가신 연설문이였다. 국토량단과 민족의 장기분렬, 난관에 직면한 통일정부수립··· 엄혹한 정세를 놓고 깊은 근심에 잠기셨다간 손에 힘을 주어 글을 써나가기도 하고 남북조선인민들에게 열화같은 애국애족의 마음을 불러일으킬 낱말을 찾느라고 숱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신 문건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문건을 들고 다시금 자리에 돌아와 앉으시였다.

《이건 남북협상을 호소할 때 내보내려고 준비한 연설문입니다. 한번 보고 의견을 말해주시오. 북조선민전의장단회의에서 남북협상을 제의하려고 합니다.》

김책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문건을 받아들었다. 겉표지에 《남북협상방안에 대하여》라는 너무나 소박해보이는 제목을 단 문건을 말할수 없는 큰 충격에 휩싸여 김책은 량손에 들고 서있었다. 그러니 그이께서는 연설문까지 써두고 남북협상을 제기할 가장 적중한 기회를 기다리셨다는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그 사이 장군님께서는 얼마나 무거운 짐을 량어깨에 걸머지고 사색의 나날을 보내셨겠는가. 김책은 그 사이 외지에 나가있은것을 후회하기까지 했으며 장군님의 뜻을 리해하지 못한 일군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김책은 자리에 앉아 장군님께서 활달한 필체로 쓰신 연설문을 주의깊이 읽어나갔다. 장군님께서는 남의 나라를 파렴치하게 침략하려는 미국에 대한 참을길 없는 격분을 폭발시키기도 하고 나라에 조성된 엄혹한 난국을 타개할 력사적사명을 일깨워주면서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떨쳐나설것을 남북의 3천만 겨레에게 호소하시였다.

···우리는 미제와 그 주구들의 책동을 짓부시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독립을 이룩하기 위한 구국대책으로서 남북협상, 남북회담을 진행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합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남북협상이 성사되면···전민족적구국통일전선이 이루어지게 되고··· 나라의 통일독립을 앞당길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됩니다.···

우리 민족을 예속을 모르는 자주적민족으로 되게 하려고 크나큰 로고를 바치고계시는 장군님을 생각하니 김책은 가슴에 눈물이 고이고 눈굽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히는듯한 심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