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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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숙은 웃도리를 벗어던지고 아버지가 거처할 방을 청소하고있었다. 김책이 이번에는 딸구실을 똑똑하게 해야 한다며 을렀다메서 급히 집에 들어온 허정숙이였다. 김책의 지난 생활이란 감옥이 아니면 처절한 무장투쟁을 전개한것이 전부인데 어떻게 그런것을 다 아는지 늙은이들은 거풍을 시킨 푸근한 이불포대기를 좋아하며 일제경찰에게 고문을 당해 이가 좋지 못한 허헌선생과 같은 늙은이에겐 만문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데 그런것을 만들자면 고기는 탕치고 끓여야 하고 남새는 어떤것을 골라야 한다는둥 그는 허정숙을 집에 들여보내며 그 무슨 국가대사를 이야기하듯이 이런 말을 한바탕 엮어내렸다. 허정숙은 딸이 아버지의 식성이며 생활습성을 모르고있을것 같아 그런 말을 하느냐고 우스개소리로 그의 말을 어중간에서 꺾어버리려다 김책이 어떻게나 엄엄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그대로 듣고있을수밖에 없었다.

아직 홀몸으로 살고있는 허정숙은 집을 지켜주기도 하고 뒤시중을 들어주기도 하는 녀인과 함께 김책이 말한 그대로 고기며 남새를 장마당에서 사들여다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이불포대기는 물론 잘피오리로 겨른 돗자리까지 거풍을 시켜 방에 들여다 깔았다. 그러나 빠르면 점심때쯤은 평양에 들어설수도 있으리라던 아버지는 이미 오후가 기울었는데도 도착하지 않았다. 허정숙은 할수없이 서재이기도 한 자기의 살림방에 들어앉아 신문, 통신사들에 나누어줘야 할 론설원고를 책상에 내놓고 마주앉았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원고에 몰두해있던 그는 집앞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동음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뛰여나갔다. 장군님께서 전용하시는 승용차가 집앞에 멎어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함께 오셨는가 했는데 그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버지만이 마치 활개짓이라도 하듯이 불편한 오른팔까지 내두르며 마당에 들어섰다. 아버지는 저고리고름이 풀어져 앞섶이 춤추듯 너풀거리는것도, 먼저번 평양에 올 때 입고 온 바로 그 바지저고리바람이여서 옷주제가 말이 아니라는것도 느끼지 못하는듯 오금에 돌개바람이라도 인것처럼 활개짓을 하며 걷는것이였다. 먼저 평양에 왔을 때의 수심기란 전혀 찾아볼수 없는 들뜬 표정이였다.

《장군님하구 같이 오셨어요?》

아버지에게 수인사를 차린 허정숙이 물었다.

《동행했다. 그이께서는 인민위원회에 드시구 날 너의 집에 모셔가라구 운전수에게 말씀하시더라.》

이렇게 말한 허헌은 흉중의 벅찬 감동을 누를길 없는듯 《아―》 한마디 짧은 탄성을 내뿜고는 현관안으로 들어가 마루에 올라섰다.

허정숙은 응접실에 아버지를 모셔들이고 서울의 험악한 분위기며 일가족이 당하고있는 무지막지한 탄압을 괴로운 마음을 안고 들었다. 원쑤놈들의 만행에 격분해 두툼한 입술은 떨리고 관골은 더욱 살아올랐지만 먼길을 온 아버지앞에서 미국놈들에 대한 욕설을 쏟아놓을수도 없었다. 가벼운 마른 음식과 청량음료로 군음식대접을 한 허정숙은 아버지를 건넌방에 들어가 쉬게 하고 자신은 서재에 들어가 또다시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론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앞에 놓은 원고는 《좌우합작》의 반동적본질을 폭로한 론설이였다. 장군님께서 말씀이 계시여 유능한 필진이 모다붙어 집필한 원고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론설의 초고를 보고 우리 조국을 예속시키려는 미제에 대한 분노도 침략자들의 롱간질을 폭로하는 론리성도 빈약하다고 하며 몸소 본래의 글을 알아볼수 없을만큼 가필도 하고 수정방향도 제시해주시였다. 이렇게 되여 원고는 그야말로 번뜩이는 날창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좌우합작》을 조작해낸 미국의 음흉한 본심을 누구나 쉽게 알수 있는 론설로 완성됐다.

론설을 한자한자 읽어나가던 허정숙은 또다시 아버지에 대한 근심에 사로잡혔다. 장군님께서는 서울주재 외국기자가 날린 통신기사속에 건듯 끼여든 한줄의 글발을 보고 미국놈들이 음모적방법으로 단독괴뢰정부수립을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어내려 한다는것을 간파하셨는데 아버지는 《좌우합작》에 호응까지 했으니 정치적판단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한 일이였다. 이러한 아버지가 와해상태에 들어간 남조선좌익을 단결시킬수 있겠는가? 그는 이런 근심에 싸여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는것도 알지 못했다.

《그 원고를 내가 보면 안되겠느냐?》

머리우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말소리를 듣고 허정숙은 소스라쳐 놀랐다.

《왜 쉬지 않습니까?》

《그 원고를 내 좀 보자.》

허헌의 말에는 딸이 두말을 할수 없게 하는 강경한 어조가 비껴있었다. 허정숙이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 방에 들어온 아버지는 론설의 제목을 본것 같다. 제목은 《미제의 음흉한 책동인 좌우합작의 본질을 폭로한다》였다. 허정숙은 아버지에게 원고를 주지 않을수 없었다. 허헌은 올방자를 틀고앉아 원고를 번지기 시작했다. 번개같이 글을 읽어던지는 그는 한장의 원고가 철덩어리처럼 무겁게 여겨지는듯 매장을 힘겹게 번지군 했다. 얼굴엔 어느새 무거운 그늘이 비껴들었다. 세번이나 원고를 고쳐 읽은 허헌은 눈을 지르감고 오래동안 무거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윽고 그는 눈을 뜨고 딸에게 물었다.

《이 원고에 가필한분은 누구냐? 혹시 장군님이 아니시냐?》

《녜. 장군님께서 가필해주신 원고예요.》

《이 정치론설을 맡기실 때 장군님께서 너에게 한 말씀은 없으시냐?》

허정숙은 잠시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다. 남의 나라를 군사기지로 만들려고 온갖 교활한 책동과 음모를 다 꾸미고있는 미제침략자들에 대한 장군님의 분노와 단죄를 그대로 이야기하면 아버지에게 커다란 타격으로 될것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장군님의 말씀을 달리 이야기할수도 없었다.

《장군님의 말씀은 대체로 론설에 다 담겨있습니다. 다만 방향을 주실 때 이런 말씀이 계셨는데···》

허정숙은 아버지의 얼굴빛을 살피며 김일성동지께서 특히 강조하신 말씀을 이야기했다.

《좌우합작》은 어디까지나 매국적인 단독괴뢰정부를 세우기 위한 미국의 교활한 음모책동이다. 《좌우합작》이 이루어져 제3정치세력이 형성되면 일부 좌익정당단체들의 정치활동이 자유로와지고 토지개혁이 진행되며 친일파들을 숙청할수 있을것처럼 떠들지만 이것은 남조선정치구조를 념두에 두지 않은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과도립법의원》이 조직될 때도 이 비슷한 목적을 내세웠지만 아직 그 어느 하나도 성사된것이 없는것만 보아도 이것을 알수 있다. 친일파가 숙청되고 토지개혁이 진행되면 미군이 의거하고있는 우익세력이 무너지겠는데 어떻게 남조선에서 이런 정치개혁이 단행될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의 위험성은 《좌우합작》의 반동성을 알지 못해서 미제침략자들의 롱간질에 걸려들고있는 사람들이 있는것이다. 이것은 남조선에서 합법적으로 전개되는 모든 정치활동이 미국의 리익을 보장하기 위한 가면극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을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 아직도 기대를 걸고있는 대미의존사상으로 해서 발로되고있다.

민족자체의 힘을 믿지 못하고 미국에 기대를 거는것은 본의아니게 민족을 배반하고 매국에로 가는 길이다.···

두팔을 가슴우에 엇걸고 눈을 지르감고 앉아 딸의 말을 듣던 허헌은 저고리고름을 바로 매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다.》

한마디 말을 남기고 그는 방을 나섰다. 한참후에 건넌방의 미닫이가 열리더니 딸에게 론설원고를 다시 달라고 했다. 그후 다시는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

허헌은 론설의 매 문장을 깐깐하게 음미해갔다. 괴로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평산에서 《좌우합작》의 뒤에 깔린 미국놈들의 교활한 음모를 장군님께서 말씀하실 때는 지금처럼은 마음이 괴롭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장군님께서 너그럽게 웃으시며 가볍게 말씀하셨기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기본은 자기가 그이의 말씀속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감촉하지 못한데 있을것이다. 그런데 딸의 말을 듣고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자기는 분명 미국놈의 롱간질에 넘어가 민족을 배반하는 길에 들어선 사람이였다. 이러한 사람이 어떻게 남조선좌익을 단결시킬수 있겠는가?

장군님의 믿음에 보답할수 없는 자신이 안타깝고 살점을 도려내는듯 가슴이 아팠지만 허헌은 결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미닫이를 열고 딸을 불렀다. 허정숙이 아버지앞에 와앉았다.

《너도 아는지 모르겠다만 장군님께서는 나를 남조선좌익을 단결시키는데서 적임자라고 말씀하셨다. 남조선좌익의 단결이 어째서 절박한 문제로 나서는지 그에 대한 말씀도 계시구. 장군님의 믿음이 고마워 나로서는 지금까지 성사시키지 못했던 이 난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해볼 생각이 없지 않았다만 네 말을 듣고 이 론설을 재삼 음미하니 나는 좌익의 단결을 주도할 재목이 못된다. 좌우합작에 호응했던 사람이 그런 중임을 맡을 체면이 없지 않겠느냐. 나는 결심했다.

이 애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있는 너는 나를 도와주어야겠다.》

허정숙은 아버지의 품에 매달려 어리광을 부리며 자랐지만 지금처럼 단호하고도 결연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부친을 보기는 처음이였다. 그러나 혁명을 위해서는 감정을 억제하고 자신을 복종시켜야 할 리념이 있었다. 그는 자기의 마음이 정화되는듯한 숭고한 감정에 사로잡혀있었지만 말하지 않을수 없었다.

《저는 당원이구 북조선인민위원회 선전부장입니다. 저는 아버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이런 때는 아버님의 결심이 제일 중요합니다.》

《알겠다.》

이때 현관밖에서 자동차의 동음소리가 들리더니 일부러 인기척을 내느라고 그러는것 같은 김책의 청높은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제가 왔습니다.》

허정숙이 현관에 뛰여나갔다. 김책과 같이 온 서기가 운전수와 함께 자동차에서 식료품이며 새옷이 마련될 때까지 허헌이 갈아입을 옷가지들을 안아내려서 부엌과 현관의 마루에 쌓아놓고있었다. 김책은 허정숙에게 빨리 주안상을 차리라고 독촉하고나서 건넌방에 들어가 허헌과 마주앉았다.

《우선 선생님에게 내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말부터 하구 다른 말을 해야겠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평양에 오셨을 때 오해를 사게 한것은 내 잘못이였습니다. 장군님께서 선생님에게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앞이마가 벗어지기 시작한 북조선의 위엄있는 고위간부가 자세를 바로잡고나서 머리를 숙였다. 놀란 모습으로 김책의 말을 듣던 허헌은 그의 숙인 머리를 들기라도 할것처럼 두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김선생, 어째 이러시오? 내 성미가 원래 조급하구 틔지 못해서 곡해한것이지 김홍계(김책의 본명)선생이 무엇을 잘못했소. 내 장군님한테서 말씀을 들었소. 그런 중대사를 발설해서 안될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요?···》

《리유야 어떻든 선생님을 서울에 나가시게 한것은 내 잘못입니다. 장군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렇게 말한 김책은 허헌의 무릎옆에 놓여있는 론설을 눈결에 보고 손에 들었다. 원고를 다 읽고난 김책은 날카로와진 눈길로 옆에 와앉은 허정숙을 돌아봤다.

《선전부장동무, 어떻게 돼서 이 원고가 이 방에 놓여있소?》

《아버님이 보자고 해서 드렸습니다.》

《선생님에게 이 원고를 드릴 때 장군님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했소? 하지 않았소?》

《하지 않았습니다.》

《왜 하지 않았소? 장군님께서 평산에 나가면서 뭐라고 말씀하셨소? 동무는 선생님이 남조선좌익을 단결시키는 사업을 맡는가 맡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단순한 실무적인 문제인것 같소? 조선혁명의 전도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란 말이요.》

허헌이 옆에서 듣다 못해 가운데 끼여들었다.

《이 정치론설은 내가 요구해서 이 방에 오게 된것이웨다.》

《선생님은 내가 지나치게 야박하게 따님을 추궁한다고 생각하시는것 같은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이런 문제는 인정에 끌려서 적당하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장군님께서 구상하고계시는 통일정부수립에 심신을 모두 내댈 결심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복잡한 조선혁명에 한몸을 바쳐나갈 결심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하는 태도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허헌은 김책의 말에서 지금까지 생각해본적도 없고 들어본 일도 없는 통일정부란 말을 듣고 얼굴을 번쩍 들었다. 장군님께서 자기에게 좌익을 단결시키는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신것은 민족적단합을 이룩하는데만 목적이 있는것이 아니였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장군님께서 쏘련군철수까지 결심하셨다면 민족의 단합을 통해 달성하려는 웅대한 목적이 있으리라는것을 짐작했어야 했을것이다. 그러나 허헌은 장군님의 숭고한 정치리념에 취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책은 칼날과 같이 서슬푸른 눈길로 허정숙을 마주보며 말을 계속했다.

《다른 사람이 동무처럼 행동했다면 또 모르겠소. 동무는 우리 민족이 지금 어떤 국면에 처해있는지 알고있는 동무가 아니요? 장군님께서 밤잠을 주무시지 못하며 통일정부수립을 위해 애쓰시는데 선전부장을 하는 동무가 어떻게 이럴수 있소? 난 동무가 오히려 아버님을 고무하고 힘이 될 말을 해줄줄 알았소.》

허정숙은 머리를 무겁게 떨구었다. 김책은 흥분을 가라앉히려는듯 담배를 허헌에게 권하고나서 자기도 한대 피워물었다. 담배연기를 날리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던 김책은 무게있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나는 장군님의 말씀이 계신후에도 주저를 하는 선생님이 섭섭합니다. 방금 선전부장동무에게도 말을 했습니다만 지금 우리는 자기의 모든것을 민족을 위해 바쳐야 할 때입니다. 이런 결심이 되여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것이 현재의 우리 나라 형편입니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저울질하고있을 때가 아니라는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능력에 걸고 뒤로 물러날 생각부터 한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산업건설까지 책임지고있지만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었습니다. 생산수단이 인민의 소유로 되여야 한다는 맑스-레닌주의의 기본명제를 알고있는것이 내 지식의 전부였습니다. 기업관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혁명이 요구하고 장군님께서 바라시기때문에 산업을 담당해서 일을 시작하니 그것도 못할 일은 아니였습니다. 선생님은 일제시기 신간회 회장도 했고 지금은 민전의장단성원으로 남조선혁명에 참여하고있지 않습니까? 내가 산업에 대해 알지 못한 정도가 선생님이 혁명에 대해 알지 못하는것에 비기겠습니까?》

허헌은 궁색한 자기의 처지를 정확하게 표현할 말을 찾을수 없는듯 손목을 주물며 앉아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김선생의 말도 알수 있고 장군님의 믿음이 고맙기도 하오만 내가 결심을 못하는것은 나라는 사람이 장군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재목이 아니기때문이웨다. 좌우합작의 정체도 간파하지 못해서 미국놈의 롱간질에 걸려든 내가 어떻게 남조선좌익의 단결을 주도하겠습네까.》

《장군님께서는 김규식선생의 제기에 선생님이 호응했다는것을 알면서도 남조선좌익의 단결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체면을 먼저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민족자립의 확고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에 한몸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할 때라는것입니다. 결심만 확고하다면 일개인의 사사로운 체면을 먼저 생각하겠습니까?》

거의 추궁에 가까운 이런 말을 듣고도 찬성을 표시할 안색을 보이지 않는 허헌의 얼굴을 지켜보던 김책이 이야기를 끝맺을 결심을 한듯 맵짜게 뒤말을 이었다.

《내가 선생님을 잘못 안것 같습니다. 섭섭합니다.》

바로 이때 서재에서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허정숙이 자기방에 건너가 전화를 받고와서 묵묵히 마주앉아 담배연기만 날리고있는 김책과 허헌에게 다급히 무슨 말을 하려는데 집앞에서 자동차의 동음소리가 들렸다.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

허정숙이 황황히 일러주고는 현관으로 뛰여나갔다. 그가 방금 받은 전화는 김일성동지께서 선전부장네 집을 향해 떠나셨다는것을 부관이 알려준것이였다. 김책도 허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허헌은 밖으로 달려나가는 김책의 뒤를 따르지 못하고 방안에서 주춤거리며 옷매를 바로잡기도 하고 손때가 앉은 앞가슴노리를 손으로 더듬으면서 허둥거리기만 했다. 얼굴에는 그 무엇을 고통스러워하는 빛이 력력했다. 장군님께 김책을 실망시킨 그런 말씀을 드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어수선했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현관에 들어서시여 마루끝에 나와선 허헌의 인사에 환한 안색으로 답례를 하시였다.

《선전부장동무가 선생님의 마음에 들게 방을 준비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가지로 마음을 써주셔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수선한 마음을 대번에 탁 전환시키는 장군님의 소탈한 말씀에 이끌려 허헌의 얼굴에도 어느새 느긋한 미소가 비꼈다.

《음식들은 왜 여기에 두고 식힙니까? 상이나 들여놓고 이야기를 할것이지···》

허정숙의 집일을 봐주는 녀인은 음식상을 문밖에까지 들고오기는 했으나 방안에서 울려나오는 김책의 맵짠 목소리에 덴겁을 해서 부엌에 숨어버리고말았던것이다. 장군님께서 손수 음식상을 들려고 허리를 굽히시는걸 본 김책과 허정숙이 다급히 음식상을 맞들어 방안에 들여놓았다. 장군님께서는 사양하는 허헌을 굳이 상좌에 앉히시였다. 사람들의 얼굴표정이며 어성버성한 분위기로 보아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능히 짐작하셨겠는데 장군님께서는 시종 밝게 웃으시는 모습이였다.

김책은 노여움을 풀지 못한 모습으로 허정숙이 부어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부위원장동무의 주량이 보통이 아닙니다. 허헌선생은 술을 많이 하시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젊었을 때에도 술을 절제하셨습니까?》

《꼭 절제할 생각이 있었던것은 아닌데 폭음은 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선생님성미에 폭음이 없었다는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부위원장동무도 폭음을 하지는 않습니다. 북만에서 싸울 때 추위를 이겨내느라고 독주를 가끔 마셔서 술이 셀뿐입니다.》

이런 별치 않은 이야기로 좌석의 분위기를 흥그럽게 만드신 장군님께서 문득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머리가 맑을 때 평산에서 이야기하던 문제를 결속하지 않겠습니까?》

허헌이 무슨 말씀을 드리려는듯 손에 들고있던 술잔을 도로 상에 놓으며 장군님을 마주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갑자르는 허헌의 모습을 보시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평산에서도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만 전민족의 단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좌익력량이 단결되여야 합니다. 집안싸움을 하면서 중간파, 나가서는 우익계민족주의자들과 련합하자고 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머지 않은 앞날에 반드시 통일적인 중앙정부를 수립할 결심입니다. 그때 만일 남조선좌익의 어느 한 파가 전민족적인 정권을 반대해서 성명을 낸다, 보이코트를 한다, 이런 추태를 부린다면 북과 남의 인민들의 총의에 의해 정권을 세운다고 해도 적들이 악선전을 할게 아닙니까. 남조선좌익력량의 단결은 한시도 미룰수 없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계파, 당파를 따지면서 사분오렬돼서 싸우고있는 남조선좌익력량을 단결시키자면 어떤 사람이 단결을 주도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로, 좌익력량의 단결을 진심으로 바라고 고질적인 종파싸움에 물들지 않은 인물이 앞에 나서야 합니다. 허헌선생을 내놓고 그러한 인물이 있습니까? 만일 선생이 그런 인물을 추천하면 선생님의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허헌은 습성으로 굳어진 안경을 벗어들 생각도 잊고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더듬어봐도 그런 인물을 찾아낼수 없는듯 허헌은 종시 입을 열지 못했다.

《선생님도 말씀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허헌선생은 우리가 말한 남조선좌익의 단결을 조국과 민족이 맡겨준 과제라고 생각하시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선생님도 전민족적인 통일정권수립을 반대하시지는 않겠지요?》

장군님께서 간곡하게 설복하시는데도 허헌은 아직도 결심을 내리지 못한 주저하는 낯빛을 짓고있었다. 그 모양을 안타까운 눈길로 지켜보던 김책이 몇마디의 말을 했다.

《선생님은 좌우합작에 말려든 사람이 좌익의 단합과 같은 중요한 사업을 맡을수 없다고 생각하고계십니다.》

《그쯤한 문제를 가지고 중대한 사업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은 금천에서 이미 좌우합작과 결별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날의 크지 않은 문제에 구애될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먼저 생각할것은 남조선인민들의 기대와 요구입니다.》

장군님께서는 허헌이 얻고있는 인민들의 신망과 기대는 하루이틀사이에 얻어진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한몸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수도 받지 않으면서 많은 혁명가와 애국자들을 변호해주고 견결한 반일정신을 지니고 사회활동을 전개해왔기때문이라고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김책동무만 해도 15년이란 장기간의 형기를 구형한 왜놈검사와 맞서 싸워서 형기를 3년으로 감형시켜주었구 출옥했을 때는 3원 50전의 려비를 마련하려고 사모님의 은가락지를 전당포에 들고가지 않았습니까. 만일 선생님의 변호가 없었다면 김책동무는 혁명을 계속하지도 못했을거구 오늘 이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 형권삼촌도 15년의 형기를 언도받고 그 형기를 채우지 못하고 옥사를 했습니다.》

문득 장군님의 안면에 추연한 빛이 비꼈다. 지난날의 그 결패가 차넘치던 모습이란 찾아볼수 없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병감에 누워있는 김형권삼촌의 참혹한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눈앞에 떠오르셨기때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음성을 가다듬으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남조선의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애국적인 활동을 알고있습니다. 좌익의 지도자들도 이것을 압니다. 이런분이 앞에 나서야 좌익을 단결시킬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남조선좌익의 단결은 이미 해결되였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권세욕에 환장한 사람들이 령도권쟁탈을 위한 싸움을 하느라고 오늘까지 남조선좌익은 단합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복잡한 사태를 수습하면서 단결을 이룩하자면 애로와 난관이 적지 않게 앞을 가로막으리라는것을 우리도 압니다. 그러나 조국의 장기분렬을 막고 완전독립을 이룩하자면 남조선좌익을 단결시키는것이 선차적과제입니다. 우리는 이 중대한 과제를 선생님이 반드시 해결할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래 선생님에게 이 사업을 권고하는것입니다.》

장군님의 절절한 설복을 듣고도 허헌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노리를 더듬을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방안에 가슴을 옥죄는 초조한 긴장이 깃들었다. 장군님께서만이 이런 긴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듯한 느긋한 모습이였다. 마침내 허헌이 결연한 결심을 한듯 자기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자세를 바로잡으며 맹세를 다지듯 장군님께 아뢰였다.

《우리 겨레를 위해 이 늙은 몸을 바치라는 말씀이신데 고달프게 살아온 우리 민족을 위해 중임인줄 알지만 맡기로 하겠습니다. 내 장군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장군님의 안면에 허헌의 결심을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빛나는 웃음이 피여났다.

《그럼 새 출발을 결심한 허헌선생을 축하해서 한잔씩 드는것이 어떻습니까?》

한결 긴장이 풀린 너그러운 모습이던 김책이 갑자기 엄해진 눈길로 허정숙을 마주보며 말했다.

《선전부장동무도 찬성인지 이 자리에서 대답을 듣는것이 좋겠습니다.》

허정숙의 얼굴이 대번에 고집스럽게 굳어졌다. 사업에서는 물론 생활에서도 여간만 엄정하지 않은 김책이여서 인민위원회 일군들은 말할것 없고 장군님댁에도 허물없이 나드는 최현과 같은 항일투사들도 그앞에서는 언행을 조심했다. 그런데 유독 허정숙만은 그를 그닥 어려워하지 않고 부위원장실에도 출입하고 사업상 문제를 제기도 했다. 한것은 스무해전에 김책이 서울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할 때 차입품을 안고 그를 자주 찾아가군 한 허정숙이였기때문이였다. 출옥후 며칠간 허헌의 집에 류숙한 김책은 서울의 그 무슨 《운동자》들과는 달리 대중적인 진출로 원쑤놈들을 전률케 하고있는 만주지방의 앙양된 혁명적기세를 이야기해주어 그렇지 않아도 랑만적인 투쟁을 갈망하고있는 허정숙의 가슴을 흥분으로 들끓게 했다. 김책은 서울을 떠날 때 허정숙과 동만에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했다. 허정숙은 드세찬 혁명의 격류속에서 총을 들고 내닫는 자신의 황홀한 모습을 눈앞에 그리며 곧 김책의 뒤를 따라 서울을 떠났다. 그는 사랑의 불길에 순정을 불태우는 처녀모양 혁명을 갈망하며 상봉장소로 예정했던 룡정지방은 말할것 없고 혁명의 파도가 휩쓸고있는 동만일대를 편답했으나 김책을 찾을수는 없었다. 그와의 상봉이 이루어진것은 허정숙이 조국에 돌아왔을 때였다.

20년래의 이런 관계로 해서 허정숙은 김책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다. 사업의 전개력이나 관철력에서도 대체로 장군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아 김책에게 말을 들을것도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문제를 두고 의견이 맞지 않아 비판을 하고 비판을 받는 관계에 놓이게 된것이다.

《비판을 하십시오. 부위원장동무가 비판을 하면 나는 받아야 할 처지에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딸만이 알고있는 아버님의 약점을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데 이것이 잘못입니까?》

《동무는 지금도 아버님이 장군님의 말씀을 접수한것을 지나친 일이라고 생각하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 아버님에게 요구하시는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았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왜 당에서 하라는대로 하지 않소? 만일 동무가 아래단위에 검열을 나갔을 때 이런 현상을 발견하면 동무는 어떤 결론을 내렸겠소?》

허정숙은 말문이 막혀 머리를 떨구었다. 두사람사이에 오고가는 말을 흘려들으며 허헌에게 음식을 권하기도 하고 자신께서도 식사를 드시던 김일성동지께서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김책동무, 그만하오. 그러다간 허정숙동무가 비당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까지 하겠습니다. 아버님이 걱정돼서 권고를 못한것 같은데 나한테도 그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아직 허정숙동무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우리 의도를 잘 몰라 그랬을겁니다. 선전부장동무가 우리를 반대할 생각이야 했겠습니까. 우리의 사업이 걱정돼서 말을 못했겠지.》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듣고 한결 머리칼이 성글어진 번듯한 이마며 예리한 빛이 번뜩이던 눈이 얼마쯤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김책은 의연히 비판조의 음성으로 그이께 말씀을 드리였다.

《나도 선전부장동무가 장군님의 의도를 반대할 동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에서 하는 말은 그것이 비록 평범해도 깊은 뜻이 담겨있기때문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내 몇번이나 말했는데 아직도 제멋대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것 같습니다.》

《허정숙동무, 부위원장동무의 말을 명심해야 하오. 부위원장동무가 아니면 누가 동무에게 이런 말을 해주겠소. 그렇다고 해서 허정숙동무가 지금까지 독창성을 발휘해서 전개력있게 선전사업을 진행해오던 그 대담성이 꺾여서는 안되오. 그렇게 되면 조선의 녀걸이 아니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리정숙이 아니면 박정숙이 되고마오. 하긴 허정숙동무가 이쯤한 비판에 우그러들 동무야 아니지. 그렇지 않습니까? 허헌선생!》

장군님께서는 허헌을 마주보며 웃음속에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나하구 같이 있을 때도 녀자의 속대가 너무 드세서 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속대가 세니까 녀성의 몸으로 그 험한 길을 헤쳐왔지 도중에서 꺾이고말았을겁니다. 혁명을 하자면 대가 좀 드세야 합니다. 조선혁명의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허정숙동무, 부위원장동무의 비판을 접수하는 의미에서 돌아가면서 술이나 붓소. 아버님의 새 출발을 축하해서···》

허정숙은 자심하고도 너그러우신 장군님의 말씀에 저도 모르게 눈굽에 맺힌 뜨거운 눈물을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씻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손에 들었다. 장군님의 잔에 먼저 술을 드리려고 했다.

《아버님의 새 출발을 위해서 드는 잔인데 선생님의 잔에 먼저 붓소.》

허헌이 문득 자리를 고쳐앉으며 딸에게 분부를 했다.

《얘 정숙아! 그 술병을 내게 다오.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것이나 다름이 없이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던 이 늙은이에게 분에 넘친 믿음을 주신 장군님께 내 마음을 담아 한잔 부어올려야겠다.》

허정숙이 아버지에게 술병을 넘겨주었다. 허헌은 자세를 바로잡고 두손으로 정성스럽게 받쳐 장군님앞에 놓인 잔에 술을 부으려고 했다.

《나이 드신 선생님이 젊은 사람에게 이러시면 안됩니다. 나와 같은 젊은 사람이 선생님같이 년로하신분과 대작하는것은 사실 례의에 어긋나는 일인데 내 사업상 필요해서 할수 없이 이렇게 마주앉았습니다.》

《사람이 금수와 다른 점은 뜻이 있기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값은 경륜의 높이에 달린것인데 내가 어떻게 장군님앞에서 나이대접을 받을수 있겠습니까. 나는 오늘 우리 부녀가 이 다난한 나라에서 값있게 살게 된것은 장군님께서 계시기때문이라는것을 알았습니다. 생각같아서는 우리 부녀가 장군님앞에 꿇어앉아 큰절을 드려야 할것입니다. 우리 부녀의 지대한 사의를 바치는 심정으로 장군님께 술 한잔을 붓겠소이다.》

《장군님, 잔을 받으십시오. 저도 같이 부어드리는 심정으로 이렇게 아버님옆에 앉아있겠습니다.》

허정숙이 목멘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다.

《김책동무, 어떻습니까? 내 선생님이 부어주시는 술을 받아야겠습니까?》

《나는 허헌선생님도, 정숙동무도 훌륭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을 잘하라는 말씀으로 알구 선생님이 부어주는 술을 받겠습니다.》

찰찰 넘치게 부어주는 술을 단숨에 들이키신 장군님께서는 자신앞에 꿇어앉아 깊이 머리를 숙이고있는 허헌을 보시였다. 그이께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헌의 량어깨를 받쳐들어 웃몸을 일으켜 세우시였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젊은 사람에게 왜 이러십니까?》

허헌은 안경을 벗어 뿌옇게 흐려진 알을 닦으며 나직이 목멘 소리로 말씀드렸다.

《내 일생을 남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고 살려는것이 인생의 첫걸음을 뗄 때의 결심이였습니다. 내 환갑이 넘은 이 나이에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긴 오늘이 처음입니다.》

《선생님에게 좌익력량을 단결시켜줄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남조선인민들입니다. 선생님이 사의를 표시하시자면 피흘리며 싸우는 광범한 남조선민중들에게 해야 합니다.》

《어, 이리도 겸허하시다니!》

허헌은 어깨를 떨며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우리 민족의 앞날이 창창하다는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똑똑히 깨달았소이다!》

허헌은 또 한번 머리를 숙였다.

장군님께서는 허헌이 혁명을 위해 여생을 깡그리 바치리라는것을 믿으실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