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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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택은 도내 공장기업소들의 계획수행정형을 료해하는것이 기본임무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그를 따로 불러 북부석탄관리국사업부터 료해하라고 하시였다. 그동안에 국사업이 얼마나 개선됐으며 전호준이 일을 어떻게 하고있는지 알아보라는 말씀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여느때와는 달리 엄한 안색으로 강조하시였다.

《정확한 료해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보태지도 덜지도 않은 정확한 보고를 해온 국장동무이기때문에 이런 과업을 맡기는겁니다.》

정준택은 북부석탄관리국을 찾아갔다. 전호준은 관리국에 없었다. 관리국당위원장은 전호준이 그동안 관리국산하의 탄광들에서 더 많은 석탄을 캘수 있게 어떤 사업을 했으며 국과 탄광들사이의 련계를 밀접히 가질수 있게 하려고 직통전화가설까지 내밀고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나라를 떠메고 나갈수 있다는것을 보여줘야 한다. 탄을 더 많이 캐야 건국을 할수 있다. 이것이 국장동무가 입버릇처럼 외우는 말입니다. 국장동무자신이 그런 심정으로 일을 하고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갑자기 도인민위원장의 호출을 받지 않았겠습니까.》

당위원장은 담배를 피워물며 긴숨을 내쉬였다. 그 뒤말은 전호준이 겪은 기막힌 시련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호준은 위원장의 호출을 받고 그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위원장은 정신을 차릴수 없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퍼부었다.

서종현이 이미 들은바있는 반쏘반혁명분자라느니, 간부의 자격도 없는 무식쟁이가 국장이 됐다느니 하는 억이 막힌 모욕을 참느라고 얼마나 모지름을 썼던지 전호준의 종다리에 경련이 일고 틀어쥔 주먹은 그대로 굳어져버려 사무실밖에 나와서도 손을 펼수 없었다. 복도의 벽을 들이쳐서 퉁퉁 부어오른 손을 당위원장도 보았다고 했다.

도무지 정신을 가다듬을수 없는 야비한 욕설을 들으면서도 출당철직을 웨쳐대는 일군의 말에 전호준은 견결한 항의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도인민위원장이 도당의 직권에 속하는 한 간부당원의 출당문제를 취급할수 있소? 출당은 우선 해당 당위원회에서 가결해야 하지 않소? 어떻게 개별적일군이 북조선인민위원회가 임명한 간부를 철직시킬수 있소? 나를 관리국장으로 임명해주신분은 김일성장군님이시오. 동무에게 장군님께서 임명하신 간부를 철직시킬 권한을 누가 줬소? 장군님 이외에는 그 누구도 나를 국장자리에서 뗄수 없소!》

이런 말을 남기고 위원장실에서 뛰쳐나온 전호준은 관리국에 돌아오자바람에 계획수행을 위해 떨쳐나선 현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더라고 했다.

도인민위원장은 분명히 도당책임일군의 지시를 받고 그런 무지막지한 욕설을 퍼부었을것이니 어차피 자기의 출당은 결정될수밖에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전호준은 자기의 출당이 결정되는 회의에 참가하고싶지 않았다. 사실 관리국당위원장은 도당일군한테서 그의 출당을 당장 결정하라는 불호령을 방금전에 받은 뒤였다. 그러나 도내 탄광들에서 로동을 하다 군당을 거쳐 관리국에 올라온 당위원장은 한두일군의 전횡을 받아들여 억척스럽게 일하는 성실한 간부를 출당시키는것과 같은 비당적인 행동을 도저히 할수가 없었다. 그는 출장을 떠나려는 전호준을 자기의 사무실에 데리고 갔다.

《떠나더라도 회의에 참가하고 떠나야 합니다. 도당에서 국장동무의 출당문제를 취급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국장동무가 없는 조건에서도 회의는 구성된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국장동무는 위원들을 모두 주대없는 허재비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 왜 자기가 옳다는것을 주장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이 문제는 김일성장군님께서 맡겨주신 혁명초소를 고수하는가 고수하지 못하는가 하는 원칙적인 문제가 아닙니까. 또 두명의 위원이 찬성하고 두명이 반대하는 경우에 국장동무의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것도 알아야 합니다.》

전호준은 당위원장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준엄한 혁명투쟁을 스스로 기피하려고 한 자신의 나약성을 당위원장앞에서 비판했다. 그날로 긴급당위원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그는 채굴공업부문 지배인회의 뒤끝에 장군님께서 몸가까이 불러주신 그 영광의 자리로부터 시작하여 국장으로 임명받을 때까지 그이께서 안겨주신 크나큰 신임과 사랑을 목이 메여 이야기했다. 서종현기사사건은 당적량심이 가리키는대로 장군님께 제기한 문제라는 말도 했다.

도인민위원장의 강박은 부당한 월권행위이며 전횡이라고 주먹을 내두르며 부르짖었다. 심각한 얼굴로 전호준의 말을 들은 위원들은 한명을 제외한 전원이 그의 처벌을 반대했다. 뜨내기로어를 씨부렁거리기 좋아하는 과장 하나가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다가 결국 기권을 했다.

눈물이 번지르르하게 내밴 두리두리한 눈으로 위원들을 돌아보던 전호준은 목멘 소리로 장군님께서 창건해주신 우리 당이 어떠한 당인가를 오늘에야 비로소 똑똑히 알았다고, 그 누구의 전횡이 통할수 없는 강유력한 당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고 중얼거리고는 무너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당위원장실에서 나오는 그 길로 두만강류역으로 떠나갔다.···

당위원장의 말을 들은 정준택은 한동안 눈길을 떨구고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침통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서종현을 보증하고 비호한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것을 그는 이 자리에 와서야 알았다. 그렇다면 당자인 서종현은 어떻게 됐을것인가?··· 북부석탄관리국사업부터 료해하라고 말씀하시던 장군님의 엄한 모습이 떠올랐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알고계셨구나.)

좀해서는 아래사람들에게 내심의 고충을 내비치는 일이 없는 그이께서 그렇게도 엄한 안색이였으니 장군님의 괴로움은 얼마나 크셨을것인가.

정준택은 전호준이가 있음직하다고 당위원장이 일러주던 두만강류역의 탄광을 향해 떠났다. 그 탄광에는 백두의 천고밀림에서 찍어내서 떼목을 무어 운반해온 동발용원목이 강기슭과 갱앞에 쌓여있을뿐 전호준은 없었다. 정준택은 두만강상류의 심술사나운 물결을 헤치며 내리는 떼목우에 앉아 고통스러운 번민에 시달렸을 전호준의 모습을 눈앞에 그렸다. 두만강류역의 마지막탄광에 알아보니 전공들을 데리고 그곳에서도 떠났다고 한다. 관리국당위원장이 말하던 전화선가설을 벌써 시작한 모양이였다. 대일전쟁시기 전란의 피해를 받아 산야에 널린 전선을 모아 관리국과 탄광사이의 직통전화를 가설하려는것이다. 그는 지금 산중의 어느 산비탈에서 전화선을 어깨에 메고 끌고있을것이였다. 그의 행처도 똑똑히 알수 없거니와 그만하면 북부석탄관리국의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했다고 할수 있어 장군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정준택은 차머리를 돌렸다.

그는 장군님께서 현지지도를 하시는 청진방직공장으로 갔다. 이 공장은 최근에 조업하여 생산을 시작한 공장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로동자들이 생산한 인견사를 보시며 경공업의 토대가 빈약한 북조선에서 인견사를 생산하게 된것은 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할데 대한 우리 당정책에 비추어봐도 그렇고 인민들의 입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매우 의의깊은 일을 했다고 공장조업에 기여한 로동자들과 일군들을 높이 평가하고계시였다.

정준택은 현지지도의 수행원으로 공장을 돌아보고는 귀로에 오르신 그이와 동행을 했다.

정준택은 장군님께서 계시는 림시집무실을 찾아갔다. 장군님께서는 한결 초췌해진 정준택을 마주보며 인사를 받으시였다.

《그래 알아봐야 할것을 다 알아봤소?》

《알아봤습니다. 전호준동무는 진짜배깁니다.》

웬만해서는 격하는 일도 없고 극단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도 드문 정준택이 흥분해서 말씀드렸다.

《진짜배기란것은 무엇을 보고 하는 말이요?》

오히려 장군님께서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정준택은 자기가 확신하고 흥분한 그 모든것을 상세히 말씀드렸다.

《북부석탄관리국산하 탄광들은 올해 계획을 초과완수할수 있는 확고한 전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내의 책임일군들은 전호준동무를 반쏘반혁명분자라고 하면서 계속 박해하고있습니다. 그들은 전호준동무를 출당철직시키려고까지 했습니다. 전호준동무는 그런 전횡을 부릴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숨어다니다싶이 하면서 자기 사업을 계속하고있습니다.》

장군님의 눈에 한순간 번개와도 같은 푸른 섬광이 번쩍 타번졌다. 언제나 밝은 웃음이 넘쳐나던 그이의 안면에 괴로움을 참기 어려워하시는 무거운 빛이 어렸다. 그이께서는 책임부관을 불러 북부석탄관리국장이 국에 돌아왔는지 알아봤는가고 물으시였다.

《오늘 아침에 국에 도착해서 지금 밀린 사업을 처리하고있다고 합니다.》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왔으니 옷이라도 갈아입을 시간을 줍시다. 기획국장동무도 여기에 있다가 늦은 오후에 우리와 함께 관리국에 가봅시다. 나에게 또 할 말이 있소?》

정준택이 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것을 보고 장군님께서 물으시였다.

《서종현동무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을것 같습니다.》

《알고있소. 덕산광산 기사로 내려보냈소. 지금 김책동무가 전후관계를 알아보는중이요. 정준택동무보기엔 어떻소? 서종현기사는 전기동력밖에 모르는 동무요? 좀더 범위가 넓은 기업소에 내보내도 일을 감당할 동무요?》

《석유화학공장은 공정이 보통 복잡하지 않은데 서종현동무 혼자서 거의 복구를 끝냈었습니다. 전호준동무가 서종현기사를 욕심내는것은 전기동력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걸린 문제에 맞다들면 책을 뒤져서라도 기어이 풀군 하기때문입니다.》

《황철에 보내면 기술문제를 감당해나갈것 같소? 지금 제철이 문제인데 그 큰 기업소에 한명의 기술자도 없지 않소.》

정준택은 곧 답변을 드릴수 없었다. 해탄으로부터 시작해서 제철, 제강, 압연제품에 부산물까지 생산하는 동양굴지의 그 대기업소의 기술문제를 서종현이 풀어나갈수 있겠는가?

《제철, 제강부문을 어느 정도 알고있는지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다방면적인 기술을 소유하고있고 책임성이 강한 동무인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서종현기사에게 어떤 일을 맡기는것이 좋겠는지 생각해보는것이 좋겠소. 기사동무를 위해서도 큼직한 일을 맡기는것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하오.》

《알겠습니다.》

서종현도 장군님께서 계시여 재생의 길을 걷게 되였구나··· 정준택은 벅찬 흥분을 안고 그이의 림시집무실을 나섰다.

 

전호준은 관리국에 돌아와서야 장군님께서 함북도에 와계신다는것을 알았다. 근 20일간의 긴장이 일시에 풀리며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굳어졌던 격분이 몇방울의 눈물에 녹아버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서는 한방울의 눈물도 슴배여나오지 않았다. 과연 자기의 행동이 옳았는가? 김책 부위원장은 장군님께 승리의 보고, 임무를 완수했다는 보고만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함북도내 정권기관 일군들속에 소문이 짜하게 퍼진 자기의 항의도 필경은 장군님께 근심을 끼칠 일이였다. 이런 자기가 장군님의 자애로운 손길을 바랄 자격이 있는가? 너무나 렴치없는 생각인듯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이께서 찾으실수도 있다는 생각에 땀에 젖어 색이 바래고 몇군데 찢어지기까지 한 옷이라도 갈아입고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에 밀린 일을 눈이 휘둥그래진 국원들의 눈길을 느끼며 몇건 처리하고난 그는 점심도 먹을겸 잠간 집에 들렸다 나오려고 국장실을 나서려는데 머리칼을 길게 귀밑에까지 길러붙인 전호준의 나이또래 청년이 방안에 불쑥 들어섰다. 그래도 명색이 북부탄광들을 관리하는 국장인데 별로 인사를 차릴 생각도 하지 않고 이죽거리는 건방진 말투로 찾아온 용건을 이야기했다.

직무는 도일보 기자, 기사는 전호준을 그렇게도 무지막지하게 욕질한 도인민위원장동지가 자료를 제공해주어 이미 탈고했다. 전호준이 종적을 감추어버려 기사에 받쳐야 할 만화를 아직 그리지 못했다. ···이제 보니 기자의 가슴에 매달려있는 나무판대기같은것은 화가들이 옆구리에 달고 다니는것을 본적이 있는 화판이였다.

말을 듣는 순간 번민에 시달리던 전호준의 두리두리한 눈에 격분의 불길이 타번졌다.··· 만화를 그리겠다구? 기차를 움직이고 공장을 돌리고 세멘트를 구워낼 석탄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끼니를 건느며 밤길을 걷고 갱마구리에서 쪽잠을 자기도 한 나를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겠다구? 전호준은 우황이 박힌 소처럼 머리를 내저으며 온 세상을 향해 목터지게 웨치고싶었다. 온 나라가 건국운동에 떨쳐나 와글와글 끓어번지고있는 때에 어떻게 되여 이런 방해군들이 생겨나 정수리를 후려치고 발뒤꿈치를 물어뜯는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기자는 황황히 타번지는 전호준의 두리두리한 눈이며 경련을 일으킨듯 떨리는 든든한 턱, 해볕에 타고 상처입은 굵은 팔뚝시를 보고 그만 혼맹이가 날아나버렸다. 그는 의자에 주저앉으며 용서를 빌었다.

《전 주필동무가 지시해서 집행할뿐입니다.》

《그런데 왜 삵의 웃음을 웃었소? 동무의 얼굴에 남이 잘못되는것을 좋아하는 삵의 웃음이 떠도는것을 내가 보지 못한줄 아오? 노래기 회쳐먹을 동무같은 사람이 건국의 방해군들이라는것을 내가 모르는줄 아는가? 주필이 뭐라구 하던 동무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봐야 할게 아니요. 왜 우리 관리국당위원회에서 나의 출당을 부결했다는걸 알아보지 않았소? 나를 철직시킬수 있는 권한은 장군님 한분밖에 없다는것을 왜 알아보지 않았는가 말이요?》

잔뜩 외곡된 풍자기사에 잘 생기지도 못한 얼굴을 제멋대로 가장해 그린 만화를 받친 기사가 신문에 발표되면 장군님께서 보실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전호준의 등골에서는 식은땀이 쫙 흘러내렸다. 전호준은 출입문으로 달려가 자물쇠를 절컥 채웠다. 이 모양을 본 기자의 해말쑥한 얼굴은 시든 보리감자모양 새까매졌다.

《왜 그럽니까? 전 편집마감시간까지 신문사에 가야 합니다.》

전호준은 귀머거리가 되여버린듯 말없이 자기의 자리에 가앉았다. 빼람에서 문건을 몇건 꺼내놓았으나 물론 한글자도 눈에 비쳐들지 않았다. 어금이를 꽉 사려물어서 턱의 근육이 솟아오른 그의 얼굴은 비장하고도 확고한 결심이 비낀 모습이였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살을 지져대는듯한 떫은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장군님께서 도에 오셨으면 우선 그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자기가 어떻게 되여 이 지경이 됐는가? 그이께서 떠나실 때까지 풍자기사나 만화가 신문에 나가지 말아야 할것은 말할것 없고 전호준이란 이 말썽군이 관리국에 돌아왔다는것도 장군님께서 아셔서는 안된다. ···연덩어리처럼 무거운 눈물이 문건에 뚤렁 떨어져 번져갔다. 또다시 신문사에 가야 한다고 칭얼거리는 화가에게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주었다.

《동무는 나하구 여기 있어야 하오. 그 리유는 후에 알게 될거요.》

일본 북해도의 그 사지판에서도 지금처럼 온몸이 저려드는 눈물을 흘려본적이 없었다.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곧 뵐수 있을것 같은 지척에 계시는 장군님이 도저히 넘기 어려운 벼랑건너에 계시는것처럼 느껴보기도 처음이였다. 앞에서 잔뜩 주눅이 든 모습으로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연기를 내뿜고있는 기자가 없다면 책상을 그러안고 황소울음을 터뜨리고싶은 전호준이였다. 이렇게 참기 어려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갑자기 복도에서 다급한 발자욱소리가 들리는듯싶더니 누군가가 사무실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비틀었다. 안에서 아무 기척도 없자 사무실이 비였다고 생각했는지 다급히 되돌아섰다. 지금까지 소금에 절군 시래기모양 잔뜩 주눅이 들어 앉아있던 기자가 의자를 걷어차며 뛰여일어났다.

《있습니다. 국장동무는 있습니다.》

되돌아선 당위원장이 문을 두드리며 웨쳤다.

《빨리 문을 여오. 장군님께서 오셨소!》

전호준은 자기가 언제 의자에서 뛰쳐일어났으며 어떻게 문으로 달려갔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문을 열고 복도에 뛰여나갔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환한 안색으로 정준택, 허정숙과 이야기를 나누시며 전호준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계셨다. 전호준은 다급히 손가락빗질을 하고 저고리단추를 채우면서 장군님앞으로 달려갔다. 그이께 웃몸을 깊이 숙여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순간 갑자기 눈앞이 뿌얘지면서 온몸이 그이의 무릎앞에 무너져 내리는듯 하였다. 그는 가까스로 바위처럼 무거운 웃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환하게 웃으시는 장군님의 얼굴을 뵈면 참고 참았던 억울하고 분한 심정이 일시에 터지고말것 같아 머리를 수굿하고 옆으로 비켜섰다.

《일욕심이 있는 동무니까 관리국을 번듯하게 꾸려놨구만. 이 방이 국장동무사무실이요?》

일제시기 백화점의 한개 층을 타고앉아 짧은 사이에 보란듯이 관리국을 시내복판에 꾸려놨지만 국장실은 크지 않은 앞탁 하나도 들여놓기 어려운 비좁은 방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량수책상과 앞탁우에 놓인 재털이에 담배꽁초들이 차넘치다 못해 주위에까지 어지럽게 널린 방안의 어수선한 모양에 놀란듯 걸음을 멈칫하셨다.

장군님께서는 문뜩 수행원들속에 낯선 청년이 끼여있는것을 발견하고 기자에게 물으시였다.

《동무는 누구요?》

《도일보사 기잡니다.》

《그런데 화판은 왜 가슴에 달고있소?》

《만화를 그리려구···》

《만화? 누구 만화?》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뭇 놀라시며 해말쑥한 얼굴에 가슴이며 허리, 엉뎅이까지도 실버들가지처럼 호리호리한 기자를 잠시 여겨보다가 머리를 떨구고 서있는 전호준에게 시선을 옮기시였다. 해볕에 탄 거밋거밋한 전호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숭글숭글 맺혀있었다. 그이께서는 방안이 어수선한 까닭을 대번에 짐작하신듯 안색이 어두워지시였다. 허정숙의 맵짠 질책이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러니까 국장동무를 만화로 그리자고 찾아왔다는거예요? 그래 만화를 그려서 어떻게 하자고 했어요?》

《저 주필동무가···》

《주필이 뭐예요? 주필이··· 동무 내가 누군지 알아요?》

《압니다.》

《알면 똑똑히 말해요! 만화를 그려서 어떻게 하자고 했어요?》

《풍자기사를 썼는데 만화를 받쳐야 한다구 해서···》

시루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기자의 말을 들은 장군님께서는 사뭇 놀라시며 해말쑥한 기자의 얼굴을 다시한번 돌아보시였다. 얼굴을 돌려 창밖 저 멀리 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시는 그이의 안면엔 좀해 가셔내기 어려울것 같은 괴로움이 짙어갔다. 그이께서는 당위원장이 방금 가져다놓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큰숨을 내쉬듯 혼자말씀을 하시였다.

《만화라··· 풍자기사라···》

그이께서는 예리한 그 무엇이 찌르는듯 가슴이 아프시였다. 전호준과 같이 건국에 일신을 바치고있는 일군을 모해하고 박해하는것은 당파심리일수도 있고 아첨과 오해때문일수도 있었다. 그이께서는 이쯤한것은 건국도상의 난관으로 간주하고 투쟁도 하고 교양도 하여 어떻게 해서든 힘을 합쳐 통일정부수립에로 이끌고나갈 결심을 하고계셨다. 그러나 적이 아닌, 분명히 건국사업에 투신하고있는 일군을 야유하고 조롱하는 그 야비한 심리엔 동감을 할수도 없었고 용서할수도 없으시였다. 사람을 비웃어대는데서 남다른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어떻게 군중을 조직동원할수 있으며 집단을 위해 자신을 바칠수 있겠는가. 혁명을 시작한후 수천수만의 각이한 류형의 인간들을 대해온 장군님께서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위대한 존재라는것을 굳게 믿고계셨다. 위대한 존재인 인간을 루추하고 동물적인 존재로 만드는것은 탐욕과 불신, 권세욕··· 통털어 혁명이란 어떤것인지 알지도 못하는자들의 개인주의, 리기주의탓이라고 그이께서는 확신하고계셨다. 장군님께서 혁명을 개시하신후 20여년간은 비록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교양과 개조를 통해 인간의 위대성을 자각케 하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었다. 더구나 현정세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단결해서 투쟁하면 미제와 같은 강대한 침략자도 능히 몰아낼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여 인민매개인을 불굴의 거인으로 성장시켜야 할 때였다.

그런데 어째서 동지를 비웃고 야유하며 조롱하는가, 이것은 인민을 대하는 태도, 특히 동지를 대하는 성실한 태도가 아니다. 인간의 위대성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까지도 희롱하고 조소하며 성실하게 살지 않는 인간들만이 할수 있는 비속한짓이다.

기자를 맵짜게 다그어대던 허정숙이 창너머 멀리 넘실거리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무거운 사색에 잠기신 장군님께 량해를 구했다.

《제 도일보 주필을 여기에 좀 오라고 전화를 하겠습니다.》

허정숙은 너무도 격분하여 볼의 근육도 입술도 경련을 일으킨듯 떨고있었다.

《그만두오. 그 사람도 시켜서 한 일이겠는데 여기에 와서 뭘하겠소. 와야 할 사람은 책임일군들이요.》

허정숙은 기자를 쫓아보내고 송수화기를 들었다. 도의 책임일군들을 찾아 석탄관리국장실에 빨리 와야겠다고 했다. 이 말은 장군님의 뜻이라고 했다.

장군님께서 전호준의 책상우에 놓여있는 문건을 끌어당겨 앞에 놓으시였다.

그이의 안색이 순간에 굳어졌다. 눈물에 흠썩 젖은 문건, 물기에 번져진 글자들··· 그이께서는 문건에 떨어진 무거운 눈물방울이 처마끝에서 쏟아지는 락수처럼 가슴을 치는듯한 느낌을 받으시였다. 삽시에 자신의 가슴속에 전호준의 눈물이 그득히 고이는것 같으셨다. 어렸을 때부터 그 무서운 고생을 이겨내며 오늘에 이른 의지가 굳센 국장이, 석탄생산을 위해서는 그 누구의 압력이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은 다하고 억척같이 일하던 그가 하나의 문건이 흥건하게 젖을만큼 눈물을 흘렸으니 그의 가슴속이 어찌 터갈라지지 않을수 있겠는가?

《전호준동무, 여기로 오오.》

목안이 메말라 이 짧은 말씀을 하기도 어려우시였다. 그이께서는 앞으로 다가온 전호준의 손을 잡고 상처투성이 손등이며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어루더듬으시였다. 땀에 바래고 기름에 얼룩졌으며 군데군데 찢어지기까지 한 옷을 마치 자식의 아픈 상처를 어루쓸듯 더듬기도 하시였다.

《떼목을 탔다지? 갱목은 얼마나 해결했소?》

상처가 얼마나 아프냐고 묻는듯한 음성이였다.

《5개월분은 해결했습니다. 이제 몇탕을 더해서 토장의 나무를 다 끌어내리면 래년봄까지 탄을 캘수 있습니다.》

상처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그저 일을 하다 조금 긁혔을뿐이라고 목멘 목소리로 답변을 드리는듯한 나직한 음성···

《탄광들에 직통전화선을 가설했다면서?》

《아직 두개 탄광은 끝내지 못했습니다.》

《일을 많이 했소. 짧은 사이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했는데 왜 쫓겨다니오? 이렇게 혼자 눈물을 흘리면서 왜 찾아오지 않았소? 내가 도에 내려와있다는걸 알았겠는데 왜 찾아오지 않았는가 말이요? 우리에게 동무하나 보호해줄 힘이 없을것 같소?》

정녕 노여운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그이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있었다. 밑으로 처져내린 커다란 머리를 가까스로 지탱하고있던 전호준의 넓은 어깨가 세차게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제 성미가 사나와서 번마다 근심을 끼치구. 제가 잘못했습니다. 탄부의 자식에게 국장의 임무를 맡겨주셨는데 제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전호준의 흐느끼는듯한 목소리였다. 미처 터뜨리지 못한 오열로 해서 어깨가 세차게 드놀았다.

《동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거요? 싸워야 할 땐 싸워야 하오. 우리 나라 갈탄을 책임진 13개 탄광을 관리하는 국장이 월권행위를 하면서 전횡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이겠는가? 동무에게 국장자리를 준건 우리가 아니라 인민이요. 인민이 선거한 인민위원회가 주었단말이요. 인민이 준 국장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할 땐 투쟁을 해야 하오. 혼자 힘으로 이겨내기 어려울 땐 우리를 찾아와야 하구. 이 김일성이가 뭐요? 동무처럼 일을 하는 일군들이 있으니까 우리가 일을 할수 있지··· 그런데 왜 우리를 찾아오지 않고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있소? 출당철직을 강요할 때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소? 동무가 당하는 모욕이 동무 한사람이 당하는 일 같소? 도내 인민들을 왜 생각하지 못했는가 말이요? 동무와 같이 설음을 겪고 구박을 받을 인민들을 왜 생각하지 못했소?》

장군님의 격한 음성이 울려퍼지는 방안에 도의 책임일군들이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인사를 드리는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으시였다. 앞에 놓여있는 전호준의 눈물에 젖은 문건을 그들에게 주시였다.

《이걸 보시오!》

도인민위원장은 글자를 알아볼수 없게 물기에 젖은 문건을 손에 들기는 했지만 영문을 알수 없어 두리번거렸다.

《선전부장동무, 문건이 왜 그 모양이 됐는지 말해주시오.》

허정숙은 방금전에 이 방에서 있었던 일들을 격분을 참을수 없어 턱을 떨며 랭랭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을 신문지면을 통해 야비하게 비판하라는 말씀을 지금까지 하신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돼서 이 도에서는 모범일군들이 만화의 대상이 돼서 기자가 찾아옵니까?》

장군님께서는 비로소 얼굴을 돌려 도의 일군들을 엄한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노여움을 애써 눅잦히며 물으시였다.

《동무들은 자립적민족경제건설에서 북부탄전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있는지 모르오? 북부석탄관리국장이 올해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있는지 알았소? 몰랐소?》

꺽두룩한 키의 도인민위원장이 어죽떠죽한 말투로 변명을 했다.

《반쏘를 하는 반혁명분자라고 해서 투쟁의 대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건 누구의 생각이요? 동무의 생각이요? 다른 사람의 말이요?》

도인민위원장은 영문을 알수 없는듯 앙바틈한 키에 목이 밭은 도당책임일군을 돌아봤다.

《동무는 무얼하는 사람이요? 한개 관리국당위원장도 제정신을 가지고 당적원칙을 지키는데 동무는 누구의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요? 우의 지시가 정확한지 정확하지 않은지 알아보지도 않고 일을 잘하는 사람을 왜 철직시키려고 했소? 동무가 조금이라도 제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일군이라면 전호준동무가 어떤 동무인지 알아볼 생각이라도 해야 할것이 아니요? 기획국장동무, 전호준동무가 국장으로 임명된후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이 동무들에게 말해주시오!》

정준택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고 놀랍게도 침착하고 고르로운 목소리로 전호준이 그동안에 해놓은 일들을 차근차근 엮어내렸다.

떼목을 몇번 타고 어느 탄광에 동발용나무를 몇립방 떨궈놨으며 그것으로 갈탄을 얼마나 생산할수 있다. ··· 11개 탄광과 관리국사이를 련결시킨 직통전화선은 몇십t, 길이는 얼마, 직통전화가 가설되여 관리국은 1947년도인민경제계획을 산하의 11개 탄광과 수시로 련계를 가지며 지휘할수 있게 됐다. 나머지 2개 탄광을 련결시킬 전화선도 이미 수집되여있다. 어느 탄광지배인, 기사장, 굴진공, 채탄공은 전호준국장이야말로 진짜배기 우리 시대의 간부라고 하면서 그의 선봉적역할로 해서 올해 계획은 문제없다고 했다. ···국장이 말하는대로 탄광을 복구하고 재건하면 래년도에도 탄을 2배이상 더 캘수 있다고 장담했다.···

《내가 보기에도 북부탄전에서 올해 계획을 초과완수할수 있는 전망은 확고합니다. 래년도 생산을 2배이상 장성시킬수 있다는것도 정확한 타산이라고 봅니다.》

《기획국장동무의 말에 의견이 있으면 말하오.》

《그렇지만 반쏘분자는···》

말머리를 떼려던 도인민위원장은 자기의 미간을 지지는듯한 장군님의 날카로운 안광에 덴겁을 해서 입을 다물었다.

《동무는 석유화학공장사건과 관련한 통보서도 읽지 못했소? 통보서에는 그 사건이 종결되였다고 지적되여있지 않소?》

장군님께서는 괴롭고 안타까운 눈길로 머리를 떨군 후줄근한 모습으로 서있는 일군들을 잠시 마주보시였다. 한때 그 무슨 주의를 내들고 사상가행세를 하다 감옥밥을 먹기도 한 사람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의 건국로선을 관철하기 위해 일신을 바치겠다고 맹세를 다지기도 한 이들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인민들의 혐오를 사고 규탄을 받을 행동을 했는가? 어째서 머리에 녹이 쓸었는가? 장군님께서는 이것이 통분하시였다.

《동무들은 한때 우리 나라의 독립을 부르짖기도 했고 공산주의리념에 공감해서 사상가행세도 한 사람들이요. 그런데 어째서 변질됐소? 조국의 자주독립이나 공산주의리념보다 권력이 그렇게도 중요하게 생각됐소? 내앞에서 똑똑히 말하오. 직권이 조국의 자주독립보다 중요했는가? 동무네가 차지한 그 자리가 공산주의리념보다 중요했는가?》

장군님의 준절한 추궁을 받은 일군들은 비로소 자기들의 잘못을 깨달은듯 머리를 더 깊이 떨구었다. 꺽두룩한 도인민위원장은 밑으로 처져내린 머리를 지탱하기도 어려운듯한 자세로 서있었으며 앙바틈한 도당책임일군은 창백해진 얼굴을 숙이고 돌기둥처럼 굳어져있었다. 이윽고 도당책임일군이 얼굴을 드는데 뜻밖에도 좀전까지 예리한 빛이 타번지던 모밀눈에 번지르르하게 물기가 어려있었다.

《저는 준엄한 혁명투쟁이 계속되고있다는 장군님의 말씀을 지금까지 진심으로 접수하지 못한 일군이였습니다. 저는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 비로소 제가 사상적으로 변질되였다는것을 알았습니다. 도인민위원장에게 개별적인 상급당일군의 지시를 전달한 사람은 접니다. 책임은 저한테 있습니다. 저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도인민위원장도 자기 비판을 하기는 했지만 혀가 얼어붙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우리는 실천을 통해 검열된 사람만 믿소.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사상적으로 변질된 사람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것이요. 진정으로 과오를 시정할 결심이 되여있으면 사업을 통해 사람들을 납득시키시오.》

그이께서는 국장실을 나서기전에 당의 조직원칙을 사소한 동요도 없이 꿋꿋이 지켜낸 국당위원장을 높이 평가하시였다.

《어려운 부탁을 한가지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전호준동무에게 한주일간의 표창휴가를 주겠습니다. 한달쯤 휴식을 시키고싶지만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초과완수하자면 북부석탄관리국사업이 중요하기때문에 한주일간의 휴가밖에 주지 못하겠습니다. 위원장동무는 국장동무가 표창휴가기간에 충분히 휴식을 할수 있도록 조건을 보장해주어야겠습니다.》

그 순간 가슴에 맺힌 격정이 터져나오는듯한 흐느낌소리가 들렸다. 전호준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가슴에서 솟구쳐오르는 울음을 짓씹고 섰다가 입밖에 내쏟는 소리였다. 국당위원장도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씻을 생각도 않고 목멘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꼭 집행하겠습니다. 관리국에서 공개당회의를 열고 장군님의 배려를 전달하겠습니다. 관리국산하 탄광들에도 알려주겠습니다. 전체 로동자들, 기술자, 사무원들이 다 기뻐할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그이께서는 통분한 심정이 한결 가라앉은듯싶으시였다. 문안에 서있는 책임부관을 가까이 부르셨다.

《동무는 제일 좋은 천으로 국장동무의 옷을 한벌 지어야겠소. 우리가 함북도를 떠날 때는 새옷을 입은 관리국장동무를 보게 해야 하오.》

전호준에게 어서 집에 들어가 푹 쉬라는 말씀을 남긴 그이께서는 국장실을 나서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땅에 닿을듯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드리는 전호준의 상처입은 커다란 손을 한동안 굳게 쥐고계시다가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그이의 말씀이 계시여 같은 차에 올라 앉은 정준택이 뒤창을 거쳐 전호준을 돌아보았다.

《아직 그 자리에 서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긴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예, 아직 서있습니다.》

《전호준동무는 앞으로 더 큰 사업을 할수 있는 동무요. 많이 도와주오.》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동무입니다.》

《그렇소. 국장동무는 전호준동무한테서 많은것을 배워야 하오.》

《예, 이번에 많은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을 알았소?》

《당적원칙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가를 알았습니다.》

《알았으면 됐소.》

장군님께서 함북도에서 떠나신후 도일군들은 자기들이 다시는 소생할수 없는 엄한 처벌을 받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며 운명의 그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후 도무지 믿을수 없는 소식이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자기들이 마구 짓밟고 안중에 두지도 않은 일군들과 로동자들에게 기울이시는 그 뜨거운 사랑으로 장군님께서는 그들에게 개조의 길을 열어주셨던것이다. 평양으로 올라가 장군님가까이에서그이의 사상과 사업방법, 작풍을 배울 뜻밖의 행운이 차례졌다.

전호준도 평양에 소환되였다. 그는 중앙고급지도간부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