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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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책과 외무국일군들, 몇명의 경위원들이 새벽이슬에 축축히 젖은 풀밭을 밟고 서서 평양상공을 선회하는 한대의 비행기를 쳐다보고있었다. 설핏한 명주필모양의 안개를 녹이며 미림벌 저끝에서 불덩어리같은 시뻘건 태양이 솟아오를 때였다.

비행기의 날개며 동체에 부딪친 해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비행기는 요란한 동음으로 미림의 새벽대기를 뒤흔들며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김일성동지께서 밝고 청신한 웃음을 만면에 가득히 담고 승강계단을 내려오시였다.

《도착시간을 알리지 말라구 했는데 어떻게 알구 이렇게 나왔습니까?》

장군님께서는 정력에 넘친 웃음으로 얼굴을 환하게 빛내며 마중나온 일군들의 인사를 받으시였다. 활주로에 선채 잠시 이야기를 나누신 그이께서는

《아직 조반전이겠는데 먼저들 들어가보시오. 나는 시내를 좀 돌아보고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고 자동차에 올라앉으시였다. 회담을 계속하면서도 건국도상의 조국을 한시도 잊은적이 없으신 그이이시였다. 그이의 눈앞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모습의 하나가 건설중인 종합대학이였으며 혁명가유자녀학원이였다. 종합대학건설장을 돌아보려고 룡남산쪽으로 가시는데 김책의 자동차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뒤따라왔다. 비행장에서 인사를 받을 때 그이께서는 그 무슨 풀길 없는 근심을 안은듯한 김책의 표정을 건듯 느끼시였다. 혹시 시간을 다투는 긴박한 문제여서 저렇게 뒤따라오는것이 아닐가? 룡남산아래에 이른 그이께서는 자동차에서 내려 뒤따라오는 김책을 기다리시였다.

《어째서 집에 가지 않구 따라왔습니까? 김책동무는 시간에 맞춰서 식사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조반을 먹구 나왔습니다. 장군님 말씀대로 대학자리를 시내쪽으로 얼마간 옮겼습니다.》

종합대학건설장을 돌아보시는것이 이젠 굳어져버린 그이의 아침일과의 하나였다. 그이께서는 기초공사를 시작한 건설장을 돌아보며 룡남산의 둔덕우에서 위용을 자랑할 대학건물을 눈앞에 그렸으며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당과 정권기관, 경제문화분야에서 한몫을 할 그날을 흥분된 심정으로 생각해보기도 하시였다. 쥐꼬리만한 지식과 경험을 내두르며 머리칼이 셀 지경으로 말썽을 부리는 어느 패, 어느 출신하는것들이 그때에 가서는 감히 방종한 행동을 못할것이다. 하루는 그이께서 미명의 정적이 깃든 건설장을 돌아보고계시는데 퇴락하기는 했어도 성벽이 분명한 유적이 눈에 띄시였다. 새벽이슬에 젖은 성벽을 만져보기도 하고 쌓임새를 살피기도 했으며 위치를 가늠도 해보시니 고구려의 옛성벽이 분명했다.

그이께서는 건설을 책임진 일군들을 부르시여 강성대국이였던 고구려의 유적을 허물고 그우에 대학을 건설하는것은 우리가 대학을 내오는 목적에도 맞지 않을뿐아니라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도 좋지 않다고 하며 이미 기초공사를 시작한 터전을 다른곳으로 옮기게 하시였다.

《그럼 씨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산보나 합시다.》

장군님께서는 학생들이 로력지원을 나온 모양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건설장쪽이 아니라 밋밋이 흘러내린 산등성이를 향해 걸음을 옮기시였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무래도 대외사업을 하는 쏘련사람들이 우리에 대해서 뭔가 오해를 하고있는것 같습니다. 또 우리 대내에도 쏠라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구··· 그렇지만 쓰딸린을 만나서 우리가 의도했던 문제를 다 해결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쓰딸린과의 단독회담과 다름이 없는 회담을 진행하신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지난해 여름에도 올해와 비슷한 복잡한 문제를 론의하는 회담이 있었다. 이번 회담도 지난해처럼 쓰딸린의 집무실에서 진행되였다. 아름답고 사치한 계단, 크고작은 객실들, 금색, 록색으로 조화롭게 장식되여있는 흰 대리석기둥, 황홀하고 광대한 궁전에서 그중 검소하고 일하기 편리하게 꾸려진 방이 쓰딸린의 집무실이였다. 방가운데에 크지 않은 집무용책상이 놓여있고 거기에 전화기들이며 필통, 몇건의 문건이 무져있는것으로 보아 쓰딸린이 혼자 있을 때는 그 책상에서 일을 보는것 같았다. 그앞에 집무용책상보다 좀 더 큰 앞상이 있고 그 주위에 몇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측근자들과의 작은 규모의 회의는 주로 이 방에서 진행되는듯싶었다.

쏘련공산당 정치위원들인 미꼬얀과 베리야가 쓰딸린과 함께 집무실에서 김일성동지를 기다리고있었다. 베리야는 정치정보사업을 책임지고있으니 조선의 실태를 제일 잘 알고있는 사람이라고 할수 있어 이 회담에 참석했을것이다. 그러나 대외경제사업을 주로 책임진 미꼬얀이 어째서 이 자리에 참석했는지 리해하기 어려우시였다. 조선의 광석을 쏘련에서 많이 수입해가니 조선과 관계가 밀접하다고 하여 이 자리에 참가했는가? 그렇지 않으면 베리야도 미꼬얀도 유럽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모두 동방인에 속한 그루지야, 아르메니야출신이여서 동방조선에서 온 김일성동지와 회담에 참가시키는것이 호상 리해를 도모하는데 좋을것 같아 이들이 선발됐는가?

쓰딸린의 얼굴에서는 세계의 운명이 자기의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는것을 의식하고있는 정치적수령에게서만 찾아볼수 있는 깊은 사색과 강철같은 의지가 엿보였다. 회담상대자의 말을 몇마디 듣지 않고서도 대번에 그의 의사를 포착하는 예리한 통찰력에 긴 시간 회담이 진행되여도 먼저 이야기한 말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비상한 기억력, 자신이 긴 말을 하지 않는것과 같이 상대 역시 함축된 말을 하기를 바라는 쓰딸린이였다.

쓰딸린은 오랜 혁명선배였지만 좀해서는 얼굴에 내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김일성동지께 베리야, 미꼬얀과 탁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기를 권하였다. 자기는 베리야, 미꼬얀옆의 첫자리에 앉으며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들을 차비를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그마한 수첩을 앞에 놓고 앉으시였다. 그 수첩에 이 회담을 위해 준비한 몇개 조항의 글발이 씌여있기는 했지만 쓰딸린에게 이야기하실 내용은 모두 그이의 뇌리속에 들어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나직하나 무게있는 음성으로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그이의 말씀을 듣고있던 쓰딸린은 장군님께 량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베리야, 미꼬얀의 등뒤를 소리없이 오고갔다. 혁명이 승리하기전인 제정로씨야시기에 류형지에서 얻은 허리병의 후유증으로 의자에 오래 앉아있을수 없는 쓰딸린이였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우리는 조선문제가 가까운 시일안에 동서대립의 가장 첨예한 문제로 되리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유엔총회가 시작되는 9월중순이후 이 국제기구의 무대에서 한두달내에 로출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미꼬얀도 베리야도 김일성동지의 뜻밖의 말씀에 대번에 얼굴들이 긴장했다. 쓰딸린까지 포함하여 세사람은 김일성동지의 다음말씀을 기다렸다.

《동북아시아정세가 악화되기 시작한것을 흔히 일본군국주의자들이 만주를 강점한 1930년대초로 보는데 사실에 있어서는 이미 20세기를 전후한 시기 조선에서 시작되였다고 봐야 정당합니다.》

장군님께서는 1894년에 있었던 청일전쟁, 그때로부터 10년후에 있었던 로일전쟁은 일제가 아시아, 나가서는 세계를 제패하기 위한 세계대전의 시작이였다는것을 쏘련측에서 능히 알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설명을 피하시였다.

《그때부터 약 반세기가 지난 오늘 조선반도에서는 그때와 비슷한 정세가 또다시 조성되고있습니다. 다른것이 있다면 반세기전에는 국력이 약한 탓으로 일본을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도와주던 미국이 오늘은 정면에 등장하여 쏘련과의 대결을 준비하고있다는것입니다.》

김일성동지, 우리는 평화애호적인 대외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동방, 특히 중국에서 큰 양보를 했습니다. 만일 김일성동지의 말이 정확하다면 쏘련은 동방에서 무익한 양보를 한것으로 되는데 그렇게 말할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까?》

베리야가 정보일군에게 특유한 랭철성을 보이며 물었다. 장군님께서는 무익한 양보를 한 정도가 아니라 그 양보가 오히려 쏘련측이 희망하는 평화를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내놓고 말하고싶으시였다. 그러나 상대를 자극할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아도 로혁명가인 쓰딸린은 김일성동지의 유연한 말씀속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알고도 남을것이였다.

《전후 세계정세의 특징은 쏘미간의 량극화에 있다고 우리는 보고있습니다. 그 량극화의 한쪽을 차지하는 미국은 쏘련이 전쟁기간에 파괴된 경제를 복구하기전에 세계에서 결정적우세를 차지하는것을 총전략으로 삼고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미국과 직접 대치한 상태에 있는 우리는 이것을 론리나 추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활을 통해 감수하고있습니다. 만주에서의 치절한 전투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이것을 통감했으며 조선의 남쪽 절반땅에 눌러앉아있기 위해서 무력으로부터 시작해서 온갖 교활하고 잔인한 술책을 다 동원하고있는 미국의 대조선정책을 체험하면서 우리는 이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미국이 38°선이라는것을 만들어 내서 조선을 두동강을 낸것은 3년전까지만 해도 전조선을 강점해버릴 힘이 없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제가 이제는 남조선에 발을 붙일수 있는 가능성을 내다본것 같습니다. 남조선괴뢰정부를 조작해내는데 달라붙은 이 사실이 이것을 증명해줍니다. 괴뢰정부를 조작한후에는 북조선까지 병탐하기 위한 내전을 도발할것입니다.》

《나는 김일성동지가 력사보다 너무 빨리 앞서나가는것같이 생각됩니다. 웨드마이어나 맥아더의 폭언이 흥분제의 역할을 한것이 아닙니까?》

웃입술에 오려붙인듯한 새까만 수염, 눈 역시 그렇게 새까만 미꼬얀이 김일성동지를 마주보며 우스개소리를 하듯이 말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롱담비슷하면서도 날카로운 부리로 쫏는듯한 미꼬얀의 말뒤에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알고도 남으시였다. 웨드마이어가 서울에 날아든것은 김일성동지께서 수세에 빠진 만주지방의 중국인민해방군을 적극 지원하고있기때문이지 그 이상의것은 아니다. 미국무성에서 남조선에 괴뢰정부를 세울 계획을 갖고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빨리 실천에 옮겨지겠는가, 미꼬얀은 이렇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우리가 중국혁명을 지원하고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만주지방의 중국동지들을 지원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현재 동북3성에서 싸우고있는 많은 중국동지들은 일제시기 우리와 함께 피를 흘리며 어깨를 겯고 같이 싸운 전우들입니다. 또한 만주지방에는 백수십만의 조선동포가 거주하고있습니다. 그들중에서 25만의 조선청년들이 만주해방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섰습니다. 거기에다 미국은 만주를 점령한후에 남조선의 미군과 협동해서 공격의 화살을 우리한테 집중하리라는것은 뻔합니다. 이 모든 현실적인 문제를 념두에 두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전우들을 도와주는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에는 의연히 부드러운 웃음이 피여있고 음성은 비록 나직했지만 김일성동지의 말씀에는 상대방의 가슴을 두드리는 강렬한 힘이 담겨있었다.

《웨드마이어의 서울행각으로 말하면.》

그이께서는 하찮은 문제를 이야기하듯 건듯 스쳐버리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조선혁명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도 못하고 또 조선의 실정도 모르면서 공연한 걸음을 한 허재비행각을 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 말은 린방의 혁명을 지원하는 우리를 막아보려는 그의 의도에 한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물론 장군님의 이 말씀은 미꼬얀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응수였다. 미꼬얀과 베리야 뒤에서 침착한 걸음을 천천히 옮기고있던 쓰딸린이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호주머니에서 곰방대를 꺼내들고 집무용책상가까이 걸어가 담배를 채워넣었다. 무슨 말이 있을줄 알았는데 또다시 침착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그는 무게있는 음성으로 물었다.

《중국에 대한 지원을 막을 생각으로 웨드마이어가 서울에 갔다면 허재비행각을 했다고 김일성동지는 말했는데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쓰딸린은 역시 요진통을 찌를줄 아는 정치적령수였다.

《남조선괴뢰군이 편성되고있지만 그 내부를 보면 미국의 침략에 적극적으로 가담할 친미반동분자만으로 이루어진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남조선강점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남조선에서 투쟁하고있는 조선의 혁명가들은 남조선괴뢰군의 증강을 지연시키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고있습니다.》

곰방대를 입으로 가져가던 쓰딸린이 물었다.

《군편성을 지연시키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고있다는것은 어떤 의미의 말입니까? 미군에게 압력을 가한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지연공작을 한다는 말입니까?》

《제2차대전후에 극도로 오만해진 미국에 현재의 우리의 힘으로 압력을 가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남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맥아더와 남조선주둔군 사령관은 군사제일주의를 제창하는 군벌과 같은 사람들이여서 그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고집불통들입니다. 남조선혁명가들은 괴뢰군내부에 공작원도 파견하고 상층인물들에게 민족을 배반하지 말것을 호소도 해서 영향을 주고있습니다. 남조선군대의 일부 통수자들은 혁명진영의 영향하에 있는 량심적인 군인들입니다.》

쓰딸린의 얼굴에 느닷없이 빙긋 웃음이 피여났다. 가슴에 대통령특사란 패쪽을 드리운 반공미치광이가 동원시킬 병력이란 별로 없는 허허벌판 한가운데 서서 광기를 부리는 모양이 문뜩 눈앞에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김일성동지는 중국혁명이 승리하리라는것을 확신하고있는것 같은데 그 확신을 무엇에 기초해서 얻게 되였습니까?》

베리야의 물음이였다.

《가능성을 기다릴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하는것이 혁명가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베리야의 얼굴에 비낀 의혹을 날려버리려는듯 김일성동지께서는 신심에 넘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웨드마이어가 중국의 동북3성에 투입한 30만은 미국의 현대적무기로 무장한 군대입니다. 이 무력을 포위섬멸하면 민주련군은 마샬(국무장관)이 보내준 현대적무기로 30만군대를 무장시킬수 있습니다. 이것은 장비가 좋지 않은 120만의 중국혁명군가운데서 4분의 1을 현대적무기로 무장시킬수 있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중국당의 지도자들과도 자주 접촉하고 민주련군의 지휘간부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들은 사평가에서 시작한 반공격이 반드시 성공할것이라고 말하고있었습니다.》

베리야도 미꼬얀도 30대 청년장군의 확신에 넘친 말씀에 압도되여버린듯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이께서는 어려운 형편에 있던 민주련군에게 지원을 계속하여 중국인민해방군이 반공격을 준비하는데 큰 기여를 하시였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이란 광대한 령토우에서의 혁명정세의 대전환이라고는 쏘련측은 아직 믿지 않고있었다.

《그럼 김일성동지께서는 웨드마이어가 무엇때문에 서울에 왔다갔다고 생각합니까?》

미꼬얀이 자기의 견해를 고집해보려는듯 이런 질문을 했다.

《남조선괴뢰정부를 세우는데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서울에 날아온 웨드마이어의 책동을 쏘련측에 통보하시였다.

《보는바와 같이 미국이 민간인정부를 세우는 목적은 남조선을 대쏘전략의 전초기지로 전환시키자는데 있습니다. 미국은 자기들의 이런 목적을 구태여 숨길 생각도 하지 않을만큼 교만해졌습니다. 그것은 군복을 입은 군인을 대통령특사란 명분으로 서울에 파견한것만 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괴뢰정부를 세우는 과정은 미국무성에서 해야 할 일이니 군인들처럼 그렇게 침략적목적을 로골적으로 드러내보이지는 않을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조선문제를 유엔으로 끌고가서 북조선까지 포함한 조선의 전령토에서 유엔감시하의 총선거를 실시하자는 부당한 결정을 거수기들을 동원해서 채택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미제침략군이 남조선을 강점하고있는 조건에서 이 결정을 절대로 수락할수 없습니다.》

불이 꺼진 곰방대를 든채 깊은 생각에 잠겨 방안을 오고가던 쓰딸린이 강조하고싶은 말을 할 때마다 몸을 좌우로 조금씩 흔들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나는 조선이 곧 대립의 초점으로 될것이라고 한 김일성동지의 예견도, 그것이 9월이후 한두달내에 표면화될것이라고 한 김일성동지의 예상도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는 조선에 조성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생각인지 우리에게 말해줄수 없겠습니까?》

쓰딸린은 《대립의 초점》, 《9월》, 《김일성동지》 이런 말을 할 때 왼손을 조금씩 들군 했다. 극히 자연스러운 미세한 이 동작에 흥분과 강조의 뜻이 담겨있다는것을 김일성동지께서는 느낄수 있으시였다.

《우리 조선민족은 수많은 전란을 겪는 과정에 조국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깨달은 단결력이 강한 민족입니다. 쏘련이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회복할 때까지 미국과의 대결을 피해야 한다는것도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은 리해하고있습니다. 우리가 국제주의적의무를 다하면서 미국의 침략을 분쇄하자면 오직 하나의 길이 있을뿐이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팽팽하게 긴장된 장내의 분위기를 느끼며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

《그 하나의 방도란 무엇입니까?》

미꼬얀이 장내의 긴장한 분위기를 견디여낼수 없는듯 다급히 물었다.

장군님께서는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 민족자체의 힘으로 미제침략자들과 대결하면서 조선문제를 해결해나가는것입니다.》

베리야나 미꼬얀은 물론 쓰딸린까지도 저으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건국도상에 있는 북조선이 미국과 대결해야 할 어려운 형편에 있으니 필경 원조를 요청할줄 알았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민족자체의 힘으로 현재 직면한 난관을 타개해나가겠다는것이다. 모스크바에 수많은 외국수반들이 찾아오지만 원조를 요청하지 않는 수반은 극히 드물었다. 장군님께서는 나직하나 확신에 넘친 힘있는 음성으로 조선의 지정학적위치, 조선민족의 단결력을 강조하는데 시간을 바치시였다. 력사적으로 조선은 쏘련과 중국을 침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리용되여왔으며 이런 사정으로 해서 수많은 전란을 겪어야 했다. 청일전쟁, 로일전쟁이 그러한 례로 될수 있으며 력사가들이 임진왜란이라고 하는 전쟁도 중국에로 가는 길을 내라는 구실을 붙여 일본사무라이들이 7년간이나 조선을 유린한 전란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조선민족은 거족적인 투쟁을 전개해서 결국 적을 몰아냈다.···

《미국이 조선문제를 유엔으로 끌고가려는것은 선전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섭니다. 나는 쏘련측이 미국의 선전공세를 압도할 결정적이면서도 능동적인 대책을 세워줬으면 합니다.》

쓰딸린이 문뜩 걸음을 멈추고 늙은이의 느린 동작으로 몸을 돌렸다. 시력을 집중시키느라고 두눈을 쪼프리고 밝은 미소를 띠우고계신 김일성동지의 얼굴을 이윽히 마주보았다.

《능동적인 대책이란 구체적으로 말해서 어떤것입니까?》

《쏘련군이 북조선에서 철수하는것입니다.》

표현력이 풍부한 사려깊은 쓰딸린의 눈에서 한순간 섬광과도 같은것이 번쩍했다. 베리야와 미꼬얀의 안색은 순간에 긴장했다. 무슨 말을 할듯싶던 쓰딸린이 또다시 깊은 생각에 잠겨 곰방대를 든채 집무실안을 걷기 시작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쏘련군이 왜 철수해야 하는지, 철수와 관련해 쏘련측이 취해야 할 대책은 어떠한것인지 이런것은 구태여 말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그것은 쏘련의 내정에 속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 침착한 걸음을 옮기고있는 쓰딸린이 그쯤한것은 생각하고도 남음이 있을것이기때문이였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반드시 이야기해두는것이 좋을것 같아 뒤를 이으시였다.

《쏘련군의 철수는 쏘련정부에서 주동적으로 공포를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것은 38°선을 계선으로 해서 조선을 북과 남으로 량분할데 대한 8월 10일 미국측이 제기한 시행세칙을 쏘련측이 주동적으로 파기하는것으로 되기때문입니다. 조선인민은 북과 남에 두개 나라 군대를 두고있지만 우리 나라가 두개 나라로 분렬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남조선에서 미군정에 붙어사는 민족반역자들도 조선이 가까운 앞날에 반드시 하나로 되리라는것을 의심치 않고있습니다. 쏘련군이 철수했다고 해도 미군이 곧 철수하리라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선사람의 마음속에 38°선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하는 우리의 주장은 쏘련군의 철수로 해서 더 현실감있게 접수될것입니다. 우리는 미군에 의한 전조선의 강점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것입니다. 반대로 쏘련군의 철수를 계기로 우리는 미군을 남조선에서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전개할것입니다. 우리는 전조선의 통일적인 인민민주주의정부를 창건해서 조선민족은 통일된 하나의 민족이라는것을 세계를 향해 선포할 결심입니다.》

《그러니까 쏘련군이 철수한후에 김일성동지는 통일정부를 수립할 생각이라는것입니까?》

베리야가 장군님의 말씀에 놀라움을 품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전민족을 단결시켜 미제침략자들이 강점하고있는 남조선에서도 선거를 진행해서 민족통일정부를 반드시 수립할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느덧 웃음이 사라진 엄숙한 안색으로 말씀하고계시였다. 의연히 나직한 음성이였지만 그이의 목소리는 쓰딸린의 집무실안에 메아리를 일으키며 울려퍼졌다.

쓰딸린은 곰방대에 불을 달아 담배연기를 페부깊숙이 빨아들이며 천천히 방안을 오갔다.

김일성동지의 무게있는 말씀을 가슴속에 담아두려고 담배연기를 깊이 빨아들이는것 같았다. 좀전의 자기자리에 와서 앉는데 심중한 빛이던 안색이 입언저리에서 피여나는 부드러운 웃음으로 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온 얼굴에 밝은 웃음이 넘쳐나면서 몇개의 오목오목한 마마자욱도 보이지 않게 되였다. 그는 은근하면서도 무게있는 음성으로 말하였다.

《동양에 영웅호걸들과 지략가들의 기담을 수록한 책들이 많다는 말을 나는 들었습니다. 김일성동지의 말을 듣고있느라니 그 기담을 수록한 책에서 청년장군이 한사람 빠져나와 크레믈리에 찾아온것같습니다.》

《저는 조선의 건국을 이제 겨우 시작한 젊은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조선에도 그런 책들이 있는데 저는 작가들이 그려낸 인물들에 감동을 받고있을 따름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쓰딸린과 같은 로혁명가한테서 지나친 말을 듣는것 같아서 조용히 웃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쓰딸린은 김일성동지의 겸손한 품성에 더욱더 호감을 느낀듯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뒤말을 이었다.

《이 늙은 사람의 말을 들어두는것이 좋습니다. 겸손은 사람에게 있어서 첫째가는 미덕이란 말이 있기는 하지만 혁명가에겐 그 말이 적합하다고 할수 없습니다. 혁명가에게는 자기 능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김일성동지도 혁명가는 가능성을 기다릴것이 아니라 창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창조는 신념의 산물입니다. 신념은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에 기초해서 이루어지는것입니다. 나는 김일성동지가 전개한 15년간의 항일무장투쟁에 대해 좀 들었습니다. 적중에서 15년간의 무장투쟁, 이런 기적적인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수 있었는지 오늘에야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베리야동무, 동무가 갖고있는 그 편지를 김일성동지에게 넘겨주는것이 좋겠소.》

베리야의 얼굴에 한순간 당황한 빛이 스쳐지났다. 쓰딸린의 엄격한 독촉을 또 한번 받은 그는 앞에 놓인 서류가방에서 한통의 두툼한 편지를 꺼내 김일성동지앞으로 밀어놓았다.

김일성동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조선에 있다고 합니다. 그 문제를 가지구 김일성동지하고 의견을 나누어볼가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것 같습니다.》

《저한테 보내는 편지도 아닌데 제가 이런것을 갖고가서 뭘하겠습니까?》

조금도 불쾌해하는 빛이 없이 웃음을 지은 안색으로 이렇게 말씀하며 김일성동지께서는 편지를 베리야앞으로 밀어놓으시였다. 표정이 풍부한 쓰딸린의 눈에 또 한번 밝은 섬광이 번쩍했다. 경탄해 마지 않는 무르녹은 웃음이 온 얼굴에 다시 번져갔다.

《우리에게 요구할것은 그 한가지밖에 없습니까?》

《없습니다.》

《작년에 우리는 조선에서 끌어낸 공장설비들을 반환해주기로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습니까?》

《아직 대체로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쓰딸린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웃음이 불어내친듯이 사라졌다. 눈은 준절한 빛으로 해서 랭혹해보이기까지 했다.

《미꼬얀동무, 어째서 반환하지 않았소?》

《우리 사람들의 행동이 굼떠서, 곧 조선에 도착할겁니다.》

《동무도 방금 듣지 않았소. 미국과 대치해있구 어려운 형편에서도 중국혁명을 지원하고있는 김일성동지를 도와주어야 할것이 아니요.》

끓어오르는 격분을 자제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쓰딸린은 다시 의자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쏘련과 중국이 한덩어리로 될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우리 동무들이 중국혁명을 상형문자와 같이 난해한 혁명으로 생각하면서 정세판단을 잘못한것 같습니다. 우리 동무들의 이 잘못을 김일성동지가 어느정도 메꾸어주고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회담을 통해 조선에 대한 인식을 더 새롭게 했습니다.》

자신의 말을 강조하기 위해 쓰딸린은 손을 가볍게 들었다 내려놓았다.

《서기가 두번씩이나 문을 여는것을 보니 예정했던 시간을 많이 초과한것 같습니다. 며칠 모스크바에 묵으면서 실무일군들도 만나고 참관도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만납시다. 그때는 김일성동지가 전개한 항일무장투쟁이야기도 듣고 조선이 낳은 영웅호걸들과 재사들 이야기도 듣겠습니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

김일성동지께서는 대학건설장을 향해 밋밋한 산언덕길을 경쾌한 걸음으로 걸어내려가시였다. 김책은 장군님께서 이번 쏘련방문에서 이룩하신 크나큰 성과에 기쁨을 참기 어려웠지만 한편 그 사이에 조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그 사이에 보안간부훈련소들을 돌아보았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보폭이 넓은 걸음으로 산비탈을 걸어내려가며 물으시였다.

《돌아보았습니다. 제복과 생활조건을 개선할 대책을 세우기는 했지만 빨리 호전될것 같지는 못합니다.》

보안간부훈련소 학생들은 아직 군복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에서 맹훈련을 진행하고있으며 식량사정이 어려워 급식규정대로 먹이지 못하는 훈련소도 있었다.

《어느 훈련소가 제일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까?》

《강건동무가 책임지고있는 훈련소들인데 그중에서도 류경수동무가 맡아보고있는 4분소가 제일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가보지 못하구 이번에는 주로 제1소산하 훈련소들을 돌아보았습니다.》

김책은 십여일만에 조국에 돌아오신 장군님께 이런 보고밖에 드리지 못하는 자신이 불만스러웠다. 서부지구의 곡창지대에 자리잡은 김일이 사업하는 제1소산하 훈련소들에서는 규정량대로 공급받지는 못해도 어떻든 쌀밥을 먹고있지만 라남과 회령같은곳에 자리잡은 제2소산하에서는 콩으로 끼니를 굼때는 형편이였다.

《그동안에 밀린 일이나 처리하구 강건, 류경수동무들을 한번 찾아가봅시다.》

김책과 함께 산릉선을 걸어내려오시는 장군님을 본 학생들이 환호를 웨치며 달려왔다. 땅을 찍던 학생들은 괭이를 내던지고 삽질을 하던 학생들은 삽을 내뿌리고 질통을 지던 학생들은 질통을 진 그대로 환희에 넘쳐 장군님을 향해 달려오는것이였다. 아직도 해가 산너머에서 주춤거리는 아침인데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얼굴에 터질듯한 격정과 흥분을 담고 꾸벅 인사를 드리는 학생, 만세를 웨치는 학생, 넘쳐나는 웃음을 걷잡지 못하고 그이를 그저 우러러보는 학생···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아침마다 로력동원을 하면 수업을 받는데 지장이 없는가? 기숙사생활은 어떤가? 배는 고프지 않는가? 남조선에서 들어온 학자선생님들한테서 요즘 무엇을 배우는가? 김제원농민이 마을사람들을 휘동해가지고 참외를 다섯달구지나 싣고 왔다? 일도 같이 하구···

《그게 다 동무들이 빨리 정교사에 들어서 나라의 역군이 되기를 바라기때문이요. 지금은 좀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인민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오.》

장군님께서는 이런 말씀으로 학생들을 격려하며 어느 학생이 앞으로 당과 정권, 경제, 문화 기관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역군의 역할을 감당해나가겠는지 헤아려보려는듯 땀에 젖은 얼굴들을 주의깊이 살펴보시는것이였다.